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7-8.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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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개악 저지 및 노동기본권 완전쟁취를 위한 공동토론회

구미영 | 회원, 파견철폐공대위
<b>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의 의미</b>

2001년 벽두의 노동법 개악이 '복수노조 금지 5년 유예'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 노조 민주화 투쟁이 활성화되자 자주적 단결권을 박탈하는 복수노조 금지유예안이 가장 신속하게 처리된 것이다. 이는 현재의 구조조정과 노동법 개악공세가 투쟁전선을 사업장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등으로 분할시킬 뿐만 아니라 노동대중의 자주적 단결과 투쟁을 불법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한다. 6월 26일 환경노동위에서 통과된 모성보호 법안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유해·위험노동, 연장·야간·휴일노동을 규제하던 근로기준법 조항을 실질적으로 삭제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더해준다.

여전히 근로기준법 준수 투쟁을 벌여야 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영세·미조직 사업장 여성노동자들에게 이번 모성보호법안은 중요한 투쟁 무기를 꺾어놓는 개악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성근기법 개악안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일부 여성단체는 공공연히 현재는 법개악 국면이 아닌 개혁입법 국면이라고 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다.
현재 진행되는 노동법 개악흐름은 노동자들의 차이를 이용하여 서로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는 것처럼 선전하여, 노동자 계급의 대응이 파편화되게 한다는 점에서 법개악 이상의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노동기본권이 압살당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어떠한 개악이 준비되고 있으며 쟁취해야 할 노동기본권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하고 노동운동의 대응방향을 모색할 자리가 더더욱 필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사회진보연대는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함께 6월 5일 <노동법 개악 저지 및 노동기본권 완전쟁취를 위한 공동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의 1부는 "노동법 개악국면의 성격과 향후 투쟁방향" 이라는 주제로 발제문이 발표되었고 2부에서는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다양한 투쟁요구"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b>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노동법 개악에 의해 완성된다</b>

사회진보연대의 이종회 사무처장은 지난 2월28일 노사정위원회에서 복수노조 5년유예 법안이 통과된 것은 1987년 이후 노동자의 지속적인 투쟁을 통하여 획득한 노동기본권의 전반적 후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럼에도 노동운동진영의 커다란 저항없이 통과되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점을 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복수노조 5년 유예로 출발한 노동법 개악이 자본 이윤율 저하를 보전하기 위해, 노동유연화를 법제화하고 구조조정시 노동자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한 법개정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하였다.

월차, 생리휴가 폐지, 주휴 무급화 등을 골자로 하는 임금삭감과 변형근로시간제 확대가 근로기준법 개악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고,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의 자유화와 파견근로제 확대와 파견업체 육성,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부정을 중심으로 하는 비정규직 보호대책이 다른 축을 이루고 있으며 그리고 영업양도, 합병시의 노조 해산, 단협승계 부정을 포함하는 구조조정 특별법이 그 예라 하였다. 노사정위에 관하여 발제자는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의 저항을 걸러내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새로운 노동법 개정을 앞두고 노사정위원회의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b> 노동법 개악의 쟁점들</b>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선수 변호사는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쟁점'이란 발제문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법 개악의 쟁점"을 정리, 발표하였다. 노사정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 관련 쟁점으로는 초과근로 할증률 축소,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확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 문제, 주휴·연월차·생리휴가의 폐지 또는 무급화, 근로시간 제도의 적용 범위 축소 등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 쟁점으로는 파견근로 대상 업무의 확대, 파견 기간의 연장 등 파견근로제에 대한 규제 완화, 근로계약기간 상한선을 3년으로 연장, 유기근로계약 사유의 설정 반대, 반복 갱신된 노동자의 정규직화 반대 등 계약직에 대한 규제 완화가 있다.

또한 단시간 노동자와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 위반시 처벌조항 규정의 삭제, 정규직 채용시 기존의 단시간 근로자를 우선 채용의무에 대한 문제가, 특수고용직에 대해서는 근로자성 인정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기업의 합병·분할·영업양도 등 기업변동시 노동자의 근로관계와 근로조건 등 개별적 근로관계와 노동조합과 단체협약 등의 집단적 근로관계가 유지·존속·보장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한 문제로 논의되고 있다.

기업변동은 노동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영진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근로관계의 승계 여부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미 2001년 4월 27일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의무를 포함하고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건전성 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2001년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하였다. 모성권과 관련하여서는 출산휴가를 30일 연장하는 대신, 근로기준법상의 여성보호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국회 환경노동위 법률안이 이미 나온 상태이다. 발제자는 이러한 논의들이 노동기본권을 향상시키기는커녕 노동유연성을 제고하고 기업의 비용부담을 감소하기 위하여 노동자보호조항을 완화하고 노동조건을 악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였다.


<b>노동법 개정 투쟁,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b>

두번째 발제자인 민주노총 유병홍 정책기획실장은 "노동법 개정 투쟁,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발제문에서, 김대중 정권의 노동정책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노동자 없는 빈 껍데기정책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논의를 거부하는 노사정위원회는 구조조정 수행을 위해 노동자를 포섭하려는 허수아비 기구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또한 민주노총이 대화를 요구하면 무조건 노사정위원회에 들어와서 얘기하자며, 노정간 대화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노사정위원회를 방패삼아 문제해결을 회피하면서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자유주의적 노동탄압 정책에 기반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의 노동법 개악 내용 또한 하나하나가 우연적이고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란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한편으로 노동법 개정 투쟁의 방향에 있어서 이제까지 민주노총이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왔지만 한 걸음 더 나가는 투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문제이며, 여성노동자, 장애인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입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문제는 스스로의 투쟁 못지 않게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힘있게 지원해주어야 하며, 따라서 민주노총은 조직된 정규노동자의 노동기본권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투쟁에 주력해야 한다고 하였다. 노동법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지적한 것은, 중요한 것은 노동법 개악저지가 아니라 노동개혁입법 쟁취라는 것이었다. 노동법과 관련한 정부, 국회 동향이 나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노동법 개악 저지"라는 말이 나오지만, 한국 노동법이 개악을 저지해야 할 정도로 잘 마련된,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며 적극적으로 우리 요구조건을 내걸고 노동개혁입법을 쟁취해야 한다고 하였다.


<b>법 개정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투쟁요구</b>

이어서 노동법 개정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둘러싼 노동자들의 다양한 투쟁요구들이 발표되었다. 한통계약직노조 강태봉 쟁의국장은 비정규연대회의의 활동을 보고하면서, 비정규연대회 소속 단위노조들의 투쟁을 비정규노동자 전체의 투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자체 조직확대·강화를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 철폐·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이 민주노조운동의 중심적인 과제인 바, 정규직·비정규직을 막론하고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투쟁주체를 형성하고 대중적인 투쟁전선을 설치해야 할 것이라 하였다. 파업 파괴력이 높지 못하고 연대투쟁의 동력이 부재한 가운데, 많은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들이 선도적이고 희생이 많은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데, 비정규 철폐·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의 장기적·운동적 전망을 공유하고, 긴 호흡으로 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김웅 전공련 정책기획국장은 "노동법 개정을 통한 공무원 노동기본권 완전쟁취"라는 발제문에서 공무원직장협의회 관련 독소조항을 개정해야 하고 공무원노조가 도입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노동법 개정을 위한 투쟁방향으로 먼저 '공직사회개혁과 공무원노동기본권쟁취를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하여 공무원노동조합건설을 가속화하는 것이 제시되었다. 또한 공무원노동조합건설을 막고있는 반민주세력에 대한 대응책 만들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의 위상을 널리 전파하여 미조직 지역에 대한 설립지원을 제시하였다.

정영화 교수노조(준) 정책위원은 정권 후반기에 들면서부터 구조조정은 오로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탄압으로 변질되었고, 이런 가운데서 교수노조의 발족은 인적자원과 사회자원이라는 측면,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교육의 발전과 진보를 위한 정당한 문제의식이라고 하였다. 교수라는 직업의 특성상 '노조'라는 조직형태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발족대회를 한 지 일주일만에 정부는 교수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계도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요청한 바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개적인 토론을 통하여 교수노조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주장할 것이며, 정면대응도 불사할 예정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윤주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지부장은 구조조정 시기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먼저 말하였다. 신자유주의하에서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빈곤과 실업이 그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하였다. 값싸고 편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자본의 속성이 경제위기가 두드러지면서, 산업예비군이라는 명목으로 이주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제금융 직후 30만명이던 이주노동자 중 20만명이 추방당하고 백색테러를 당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수요를 맞추기 위한 노동력으로 사고하는 것이 배경을 이룬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는 사회적 소수자 이전에 노동자임을 각인하는 것이 연대투쟁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주노동자는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층으로 자본의 혹독한 탄압에 공동으로 투쟁하는 것이 기본적인 과제일 것이며, 전체노동자의 요구와 함께 싸우고 나가는 것이 현실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하였다. 고용허가제와 같은 제도적인 성과에 고착된 투쟁이 아니라, 노동기본권의 쟁취라는 전체 계급적인 측면을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b>구조조정 분쇄,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원칙들</b>

발표가 끝나고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종합토론에선 민주노총이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에 대해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가가 주요 논쟁지점이었다. 민주노총의 발제는 개혁입법쟁취에 중점인 데 비해, 사회진보연대의 발제는 개악저지에 중점을 두고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제기되자, 유병홍 정책실장은 분명 개혁입법 쟁취에 강조를 두고 있으나 이것이 개악저지와 반대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한국의 노동법이 개악을 저지할 정도로 훌륭하게 갖춰진 노동법이 아니고, 오히려 새롭게 쟁취해야 할 면이 너무나도 많은 노동법이라는 생각에서, 개혁입법 쟁취에 비중을 두는 것이며 양자를 기계적으로 나눌 것은 아니라고 답변하였다.

이종회 사무처장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의 공세를 저지하는 결절점으로써 '노동법 개악의 저지'를 표현한 것으로 1996년 날치기통과 정도의 수준은 아닐지라도 적극적인 공세를 진행할 수 있는 매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이 현재의 노동법 개악 국면에 대해 예년과 다름없는 '상반기 임단투-하반기 제도개선투쟁'이라는 도식화된 사이클에 갇혀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재의 노동법 개악국면에 대해 일반적인 투쟁이 아니라 좀더 현재의 국면을 고려한 투쟁이 준비돼야 한다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유병홍 정책실장은 그렇게 고착화된 투쟁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았으나 지금 투쟁은 그런 도식이 아니며, 올해 1년을 관통하는 기조는 신자유주의 분쇄, 구조조정 분쇄 투쟁이고, 이러한 기조 속에서 노동법 개악에 대한 투쟁을 준비한다고 답하였다. 청원투쟁으로 보였다면 민주노총의 역량상의 문제이지, 개량적인 투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였다.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의 방향에 이어 구체적인 투쟁방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토론회 참석자는 민주노총이 '비정규노동자 기본권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대위'에 참여하면서 복수노조 유예 등의 잡음이 많았으며, 현장과의 괴리, 비현실적인 입법안 활동 등의 문제가 많았다고 평가하였다.

동시에, 지난 시기 민주노총의 연대활동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제안하게 될 노동법 개악저지를 위한 연대틀에 대한 문제의식을 말해달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유병홍 실장은 어떠한 원칙을 갖고 연대활동을 할 것인가라는 지적에 대해서 공감하면서, 노동법 개악에 대한 연대기구는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향후 공동의 논의를 진행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노사정위와 관련하여 전교조 등의 노사정위 참여의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유병홍 정책실장은 보건의료노조, 전교조 등이 노사정위 참여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민주노총의 공식적 입장은 '노사정위 참여 불가'라고 밝혔다.

전공련과 교수노조에 대해서도 노동기본권상의 제약을 노사정위에서 풀자는 제안이 올 경우 어찌하겠느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두 발제자는 정부가 전향적인 대안을 놓고 노사정위를 통해 제안한다면 갈등이 많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제어
노동
태그
주거권 건설 부동산 서브프라임 경제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