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평등
  • 2015/04 제3호

온 몸으로 호소하는 장애인 권리

4.20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 김수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기획행정실장
학교 다닐 때는 사회복지사가 되면 세상에 어려운 사람들을 내 의지대로 도와줄 수 있다고 막연히 믿었다. 하지만 2007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접하고 나서는 의지가 있다면 저항해야 함을 깨달았다. 복지제도가 많은 이들을 구제한다고 배운 것과 다르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 마주한 장애인들은 길바닥을 기면서도 '우리는 아직 배고프고, 인간답게 살기가 힘들다'고 온몸으로 호소했다.

작년 4월, 갓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하던 송국현 동지를 잃었다. 자의반 타의반 시설에서 산 23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성인이 되고부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겠다고 자립을 선택한지 3개월 만이었다. 자립생활을 위해서 활동보조인이 필요했지만, 일상생활에서 말하기와 몸을 움직이기 힘든 처지는 반영되지 않았고 그는 장애등급 중복 3급을 받았다. 국민연금공단에 가서 이의신청을 했지만 묵살되었다. 그로부터 4일 후, 임시로 거주하던 곳에 불이나 화재로 사망하였다.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제도 앞에서 사람의 목숨은 서류 한 장보다 가벼웠다.
 

그동안 꾸준한 투쟁으로 장애인들의 삶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015년의 한국에도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37만 명에 다다르지만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5만 7500명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장애인 중 33.4퍼센트는 일주일에 사흘도 외출하지 못 한다. 시외·고속버스 중에는 휠체어 탑승 설비가 갖춰진 버스가 하나도 없다. OECD 회원국 평균 대비 장애인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3배이며 장애급여 수급 수준은 10분의 1이다. 

여전히도 장애인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현실 속에서 365일 중 단 하루 4월 20일, 연중 가장 비가 오지 않는 날을 장애인을 위한다며 기념하는 날로 정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기만이다. 그리하여 2015년 ‘4.20 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투쟁단’은 어김없이 박근혜 정권의 탄압에 맞서 3대 주요 법안을 중심으로 장애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예비하고 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 장애등급제 폐지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는 장애등급제 폐지·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무기한농성이  940일 넘게 진행 중이다. 장애등급제는 의학적인 기준만을 절대시하고 개인의 환경과 욕구는 무시한다. 등급에 포함되면 확일적 지원이 결정되는 행정편의적인 제도이다. 

이와 달리 장애인권리보장법은 네 가지 요구가 반영되어 있다. 첫째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의 문제로 장애를 재정의함으로서, 장애인이 ‘권리의 주체’임을 분명히 밝힌다. 둘째, ‘소득보장 권리’ ‘탈시설 권리’ ‘주거권’ ‘의사소통권’ ‘참정권’ ‘건강권’ 등 장애인이 필수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 항목들이 규정되고 권리 보장을 의무화한다. 셋째,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개인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넷째, 장애인의 삶 전 과정에서 권리가 실현되도록 체계를 마련한다.   
 

활동지원권리 쟁취 - ‘송국현, 오지석’ 법 제정

활동지원서비스는 누군가의 도움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서비스다. 하지만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최중증 독거장애인의 중앙정부 지원은 월 최대 360시간에 머물러 있다. 또한 장애등급 1, 2급에만 한정(6월부터 3급까지 확대)되어 있고, 만 65세 이상이 되면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자동 전환되어 대상을 제한한다. 

서비스는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무상이 아니라 가구소득 기준에 따른(부양의무제) 본인부담금이 존재한다. 장애등급제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작년 11월 ‘등급제한 폐지, 연령제한 폐지, 본인부담금 개선, 급여량 확대’등을 주 내용으로 한, 이른바 ‘송국현, 오지석 법’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시내저상버스 100퍼센트, 시외 이동권으로의 확장

2001년부터 시작된 이동권 투쟁으로 2005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10년이 다 되었다. 하지만 장애인의 이동권이 제약 당하는 현실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2016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41.5퍼센트를 저상버스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까지 19퍼센트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계획도 부실하고, 계획 이행에 필요한 예산이 마련되지 않았다. 

대중교통 수단인 시내·시외·고속버스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야 하고 저상버스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 특별교통 수단 도입과 운영에 필요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이 필요하다.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권리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하는 만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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