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10.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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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권 4년, 신자유주의가 양산한 부정부패의 역사

홍석만 | 편집실장
이용호의 금융사기, 검찰, 국세청, 금감원, 국정원 등 관의 조직적인 비호와 정계 고위인사에 대한 금융로비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돌이켜 보면 가깝게는 정현준, 진승현 사건과 한빛은행 불법대출 등 김대중 정권 집권기간 동안 각종 비리 사건들이 수없이 자행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건들은 축소되거나 많은 의혹들만 무성하게 제기된 채 수사가 종결되거나 덮여져 왔다. 옷로비 사건과 진형구의 파업유도 사건의 경우 특검제가 도입되어 수사가 진행되었으나 검찰수사에 비해 조금 더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졌을 뿐 진실이 밝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대중 정권이 집권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비리사건들 역시 더 확대된다. 그리고 우리가 확신하는 바, 수사가 진행된 비리사건은 전체 비리의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수사가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진형구와 같이 법원에서 오히려 면죄부를 발급 받거나 구조적, 정책적 문제가 아닌 개인비리 차원을 치부되어 문제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김대중 정권 4년간 부패와 비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신자유주의 정책과 부정부패가 어떻게 연계되어 왔는가를 그리고 이 비리사건들이 왜 구조적인 문제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개혁공세와 김영삼 정권의 비리 폭로

1998년 김대중 정권은 IMF 외환위기를 기화로 대대적인 개혁정국을 형성시켜 나아간다. 한편에서는 재벌개혁 논란을 일으키며 노동자의 정리해고와 파견근로를 합법화시켜 구조조정과 기업퇴출을 단행하게 된다. 따라서 이시기 발생하는 비리사건들은 정권에 의해 폭로되는 경향이 강했고 크게 두 가지 형태를 띠며 나타나게 된다.
첫째, 김영삼 정권 시절에 제기된 의혹 사건들을 들추어내며 김대중 정권의 개혁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비리사건의 폭로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이동통신 사업자, 지역민방 사업자, 종금사 무더기 허용 등 김영삼 정권 시절의 대형 사업과 관련된 비리의혹 사건들이 이시기에 집중적으로 터져 나온다. 또한, 이 비리사건들은 대부분은 YS와 그 측근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압축되었고 대부분 김현철과 관련되어 제기되었다. 불법적인 대선자금 모금과 관련되어 이후에 세풍사건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청구그룹 회장 장수홍 리스트 사건, 경성그룹 대출청탁 사건까지 일련의 정치공세를 통해 김영삼 정권의 부패성에 대한 폭로와 김대중 정권의 상대적 개혁성을 부각시키는 형태로 비리사건을 다루어 왔다. 특히 경성그룹 대출사건에서 보듯이 국민회의(현 민주당) 국회의원까지 연루되어 있을 경우, 중진급이라고 하더라도 법적인 처벌을 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개혁의 정당성과 단호함을 선점해 나아간다.
둘째, 신자유주의 개혁에 상승작용을 하는 형태로 개혁공세와 함께 이와 관련된 비리 사건이 동반되어 터져 나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병무비리 사건과 98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사법개혁과 이어진 대전법조비리 사건의 발생이다. 병무비리 사건은 98년 원용수 준위 사건으로 시작하여 2001년 박노항 원사가 구속되면서 다시 확산되게 된다. 병역비리는 한편에서는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확산시켜 놓는 계기를 낳았다. 한편, 사법개혁과 대전법조비리는 개혁논리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사법개혁 자체는 변호사 서비스 확대라는 차원에서 법과대학의 개편과 변호사 수의 증가로 논의되던 것이 대전 법조비리를 통해 사법제도 자체의 구조적 비리를 폭로하는 양상이 되었다. 어찌되었건 정권에 의해서 이 조차도 사법개혁의 정당을 강화시켜주는 논리로 작용하였고 사법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한 가운데 이른바 '자정촉구' 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졌고 이후 법조비리는 계속해서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1998년 발생한 대부분의 비리사건은 김대중 정권의 주도 하에 폭로되었고 재벌개혁과 구조조정, 기업퇴출, 정리해고의 도입 및 사법개혁, 병무개혁 등 개혁흐름을 주도해 나아가게 된다.

청구 장수홍 회장 리스트 사건 1998년 6월

(주)청구의 장수홍 회장은 청구가 건설중이었던 대구복합화물터미널 공사비 중 94억5천만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빼냈고, 1997년 12월 청구부도 당시 장회장과 청구의 김시학 대표가 1백30억원의 당좌수표를 발행, 부도를 낸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러나, 단지 개인비리 차원의 문제였던 이 사건은 이른바 「장수홍 리스트」에 대한 소문이 확산되면서 정·관계 비리 커넥션으로 발전하였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78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이 조성되었다고 하며, 김운환 의원을 포함하여 여야 정치인 15명이 장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정치적인 공세차원으로 머무르며 흐지부지 되었다.

병무비리 ; 박노항·원용수 사건 1998년 6월

김영삼 정권의 비리는 병무비리로까지 이어졌다. 국방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소속 병무청 모병연락관 원용수(53) 준위가 95년부터 1998년 3월까지 3년 남짓 동안 병무청탁의 대가로 받은 돈은 적어도 20억원이 넘고 특히 97년부터 1년동안 약 200여명이 병무청탁의 대가로 돈을 준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의무사령부 장교와 병무청 공무원 24명과 전. 현직 군의관 16명이 병역비리 혐의로 조사되었다.
한편, 박노항 원사는 이 때에 도망을 하여 2001년 5월 검거된다. 군 검찰당국에 의해 50여건의 비리사건이 제기 되는데, 군관계자, 병무청, 국세청 직원 등 몇몇 정-관계 관련자들의 구속으로 사건은 마무리된다.

경성그룹 특혜지원 사건 1998년 7월

경성그룹이 한국부동산신탁으로부터 2000억 이상의 거액의 특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여야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대출 청탁 로비를 하여, 정치인과 전직 장관 등 정·관계 인사 16명이 대출청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정치인은 무혐의 처리되었고 이기택 전 한나라당 부총재와 황낙주 전 국회의장 등 야당의원을 불구속하고,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와 김우석 건설부 장관을 구속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지역 민방 / 개인휴대통신(PCS) 선정 비리 1998년 8월

김영삼 정권 시절 대형사업이었던 지역민방 사업과 이동통신 사업 관련한 비리도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김영삼 정권 5년 동안 100여 개가 넘는 방송국이 허가되었고 이 과정에서 이권의 개입가 정관계 로비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되었다. 민방선정에 대하여 김현철과의 커넥션이 제기되었으나, 전 청와대 정책수석 전병민 등이 처벌받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한편, 민방과 함께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여겨졌던 휴대통신 사업자 선정 의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제기되었고 검찰의 김현철 비자금 수사 때 조동만 한솔피시에스 부사장이 김현철의 비자금 70억원을 김기섭 전 안기부장을 통해 은닉해준 사실이 드러난 점 등의 이유로 김현철과의 관련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결국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범위가 좁혀졌다. 그러나 1998년 6월 미국으로 도피한 이석채 전 장관은 2001년 3월 자진귀국하여 구속되었으나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석방되었다.

국세청·안기부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건 1998년 8월

지난 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쪽이 국세청과 안기부를 동원해 대기업 등으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모금하였다는 주장이 98년 초부터 제기되었다. 이 공방은 1년동안 지속되었는데, 결국 임채주 전 국세청장과 이석희 전 국세청차장이 한나라당 서상목 의원, 이회성(이회창의 동생) 등이 주모자로 압축되었다. 한나라당은 방탄국회를 열면서 서상목 의원을 방어하던 중에 삼성 현대 등 모두 23개 기업으로부터 166억3000만원을 거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임 전 청장과 배재욱 청와대 전 사정비서관이 구속됐고 서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돼 불구속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세풍사건' 사건이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열쇠를 쥐고 있는 이석희 차장은 미국으로 도피하였다.


2. 1999년, 터지는 김대중 정권의 부패와 비리

1999년부터 김대중 정권의 내부에서 정 관계 인사들의 개인비리가 폭로되기 시작하였다. 고관집 전문털이범 김강용 사건은 돌출적으로 나온 사건이긴 하지만 김강용의 입을 통해 정권 고위 인사들의 개인비리와 부정축제가 최초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여기서 나타난 개인비리는 단순한 개인 부정이 아니라 IMF외환위기를 빌미로 금모으기, 달러모으기 등 범국민적 동원을 진행해 가던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 국민 감정상의 폭발이 자극되기 시작했다.
또한, 구조조정과 기업퇴출 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강화되면서 비리의 고리는 자연스럽게 구조조정과 관련된 형태를 띠고 나타났다. 정권에 의해서 구조조정과 주식시장 부양 등 금융적인 팽창을 지속하면서 이 과정에서 부정부패의 고리들이 점차 구조화되어 나아갔다. 동시에 이 문제는 관련자들이 점차로 권력의 핵심부로 옮겨가면서 정치적인 성격을 띄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최순영 비자금 해외도피 사건, 현대전자 주가조작과 이익치 사건이다.
최순영 사건은 재벌회장의 거액 해외도피 그 자체보다도 이것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되어 발생한 사건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구조조정속에서 재벌회장의 부정축재와 정권과 관련된 조직적 비호가 존재했으며 그 과정에서 기업부실은 더욱 커져 나갔고 대한생명의 공적자금 투입, 정리해고 감행, 해외매각 추진이라는 정규적인 수순을 밟아 나갔다는 사실이다. 또한, 현대전자의 주가조작 사건은 정권에 의해 적극적인 주식부양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각종 펀드의 신설 등 금융팽창을 지속한 상황과 현대재벌의 개혁과 동시에 현대의 유동성 위가가 도래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이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단위에서 이미 합법적 방법으로 진행된 금융적 팽창으로도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함으로 인해 불법적인 방법이 동원되기 시작하였다. 한편에서는 이를 금융시장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불법적인 자금동원을 합법화시켜 주기도 하였지만 이러한 구조적 비리는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한편,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이 위협받기 시작하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가속화된다. 이 과정에서 정권의 부당한 개입은 계속되는데 이 때에 발생한 것이 바로 진형구 파업유도 사건이다.
이처럼 김대중 정권의 비리사건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확산되었고 구조화되어 나가는 과정을 겪는다. 1999년의 대표적인 비리 사건들을 열거하면 그 성격은 더욱 분명해 진다. 최순영과 옷로비 사건 이후, 현대증권 이익치 주가조작 사건, 진형구 파업유도 사건, 임창렬 경기도지사 주혜란 부부, 최기선 인천시장 등 경기은행 퇴출 로비 사건, 한진그룹 탈세와 비자금 조성사건 등이 그것이다.

대전 법조비리 사건 1999년 1월

1998년 말 사법개혁과 변호사법 개정으로 시끌벅적한 정국 속에서 1999년 새해 벽두부터 대전지역 변호사인 이종기변호사의 전 사무장 김모씨가 수임-알선료 비밀장부를 폭로하면서 대전 법조비리 사건이 터진다. 97년 초까지 5년간 수임한 사건의 알선자가 적혀 있는 이 장부에는 판-검사 30여명의 명단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선 전직 고검장 4명, 검사장 2명, 지검 차장 1명, 부장검사 2명이상이 들어 있고 법원에선 부장판사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 직원 60여명, 법원 직원 20여명, 경찰관 20여명의 이름과 지급된 수십만∼수백만원의 알선료도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법원-검-경-변호사의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법조비리의 양상이 폭로되었다.
이 사건으로 심재륜의 항명파동과 연판장 사건 등 검찰내부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그 때뿐이었고 이후 사건에서 보듯이 검찰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법조비리 역시 간간이 터져 나왔다.

고관집 전문털이 김강용 사건 1999년 4월

고관집털이 전문 도둑인 김강용은 김성훈 농림부 장관 집에서 운보 김기창 화백의 수묵 산수화 300호와 남농의 그림, 탱화 한점을, 유종근 전북도 지사 집에서는 장롱 안에 있던 3200만원과 12만달러를, 안양경찰서장 집 김치냉장고에 보관됐던 5820만원의 현금과, 식품의약품안전청 김아무개 국장의 사무실 서랍에서 발견된 2800만원의 뇌물 뭉치 등을 훔쳤다고 진술하였다.

최순영 신동아 그룹 회장 비자금 해외도피사건 1999년 4월

1999년 신동아 그룹 최순영 회장 계열 무역회사인 신아원을 통해 수출을 하지 않고도 수출한 것처럼 꾸미거나 수출대금을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1억7천만 달러(2천억원 상당)를 스위스 은행에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었다. 어찌되었건 최순영의 수사가 확대되자 최순영의 로비와 청탁을 받을 혐의로 박동수 금감위 검사1국장, 이정보 전 보험감독원장, 이수휴 전 은행감독원장에 이어 홍두표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구속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 회장이 거액 해외밀반출사건이 부인 이영자에 의한 옷로비, 그림로비 사건으로 이어진다.

옷로비 사건 1999년 5월

거액의 외화 해외밀반출 혐의로 구속중인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김대중 정부 실세들을 상대로 '남편 구명'을 위해 장관 부인들을 통해 전방위적 로비를 하였다. 장관부인들을 위해 단골 의상실에서 1억원대가 넘는 옷들을 샀고, 한 장관급 부인은 이 의상실에서 2천여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전달받았다가 되돌려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검찰은 99년 6월 옷로비 사건을 종결하면서 이형자씨가 남편 구명을 위해 전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에게 접근했고 배씨는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를 통해 선처를 부탁하려 했으나 실제로 하지 못했으며, 이와 관련해 연씨에게 옷을 사준 일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즉, 성공하지 못한 로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최초로 특검제가 도입된다. 특검을 통해 배정숙, 연정희 그리고 라스포사 사장 정일숙의 위증과 로비사실을 밝혀내게 된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이익치 사건 1999년 4월

금융감독원은 1999년 4월 현대 계열사들이 엘지반도체와 빅딜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전자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불공정매매를 한 혐의를 포착하고 김형벽 현대중공업 회장과 박세용 현대상선 회장 각각 1882억원과 252억원을 투입해 현대전자 주가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고발하였다. 수사가 계속되자 '바이코리아 펀드'로 이름이 높았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으로 그 책임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현대재벌내부에서 2000억이 넘는 자금을 동원한데 따른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마름'논쟁이 벌어졌지만 이익치를 구속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하게 된다. 검찰은 이익치 회장에 대해 법정형의 절반인 징역 5년, 현대증권에 대해 최고 구형 가능액의 45분의 1인 벌금 100억원만을 구형했다.

진형구·강희복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1999년 7월

진형구 대검공안 부장은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건네주며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하기 위해 검찰에서 공작을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면서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이 드러나게 되었다. 진형구 대검공안부장은 강희복 조폐공사 사장과 공모하여 옥천조폐창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조기추진하면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되고 노조의 파업에 검찰이 강경대응하여 완전히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관철되었다. 실제로 임금문제로 합법적인 파업을 벌이던 노조는 1998년 11월 조기통폐합이 최종 확정되자,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불법파업'을 벌이게 되었고 검찰은 대대적인 노조 간부 검거작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2001년 7월 '파업유도' 혐의에 해당하는 직권남용죄와 업무방해죄에 대해선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진형구는 3자개입금지로 집행유예를, 강희복은 단체교섭 의무를 게을리한 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사건 1999년 7월

서이석 경기은행장은 은행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다양한 로비를 전개하게 된다. 우선, 임창렬 경기도 지사의 부인 주혜란에게 1998년에 4억원이라는 거액을 제공하였고 임창렬은 이와 별도로 1억원의 돈을 받았다가 경기은행 퇴출이 결정되자 같은해 7월 되돌려 주었다. 또한, 최기선 인천 시장을 상대로 1998년 5월말 2천만원을 선거자금으로 제공하였고, 아태재단 미주지부 이사인 이영우에게 1억의 뇌물을 주고 이영우를 다리삼아 대통령 부인 이희호의 장조카인 이영작을 상대로 로비를 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정확한 실체는 규명되지 못했다.

한진그룹 탈세와 비자금 사건 1999년 11월

1998년 대한항공기가 괌에서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건교부가 각종 제재 조처를 취하게 되고 한진그룹은 이를 뒤집기 위해 국회를 동원할 목적으로 건교위 소속 의원 3~4명을 연쇄 접촉하여 로비를 벌인 사건이 밝혀졌다. 한편,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이 600억원대에 달하는 탈세를 포탈한 혐의와 이 돈이 로비자금으로 활용된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소리만 요란했지 서울지방항공청장과 건교부 항공국장을 뇌물 혐의로 구속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3. 신자유주의 부패상, 만천하에 드러나다

2000년 들어서 신자유주의 개혁의 부패상은 점차 노골화되어 나간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통해 박지원 장관이 물러나기는 했지만 이미 부패의 사슬은 일상적이고 구조화되었다는 것을 명백히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2000년 하반기 정현준-동방금고-금감원 사건은 벤처신화의 허구와 벤처와 금융비리 그리고 부정부패와의 연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정현준 사건에 이어 '신자유주의적 비리'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다시 진승현의 금융비리 사건이 터져 나오고 대우그룹 김우중의 분식회계사건, BFC를 통한 비자금 조성사건에 이어 결국 이용호 금융비리 사건이 발발한다.
먼저 정현준 사건을 살펴보면 벤처기업을 통한 주가조작, 불법대출 자행, 신종금융기법이 활성화되면서 사설펀드를 통한 정·관계 고위 인사와의 연계 그리고, 금감원 직원과 결탁하여 비호세력을 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뒤이어 터진 진승현 사건도 이와 거의 유사한 형태의 금융사기와 불법대출을 자행하고 있어 벤처거품의 진실이 여실히 폭로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의 허구적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은 최근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이용호 사건이다.
이용호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첫째, 해외 전환사채(CB)에서 보듯이 이른바 신종금융기법이라고 불려지는 금융투기의 방식들을 통해 주가조작과 뇌물공여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또한, 산업은행에서 이 해외 전환사채(CB)를 전량 인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외국자본 유치의 기만성과 전환사채를 통한 불법자금 모집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둘째, 부실기업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의 자금을 빼돌려 기업구조조정의 부패성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셋째, 무엇보다도 이러한 금융사기가 정권의 조직적인 비호아래에서 장기간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의 1억원 전화로비, 검찰수뇌부의 사건 은폐와 비호, 국정원, 금감원, 국세청 직원들의 영입을 통한 청탁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용호 사건은 정-관-조직폭력배-자본가의 집단적 금융사기로, 신자유주의의 기생성과 부후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미 2000년 들어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일반화되고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의 도입 그리고 각종 금융기법들의 정부에 의해서 합법적으로 보장되면서 부패와 비리는 이 과정에서 쉼없이 발생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에 의해 이루어지는 주식시장 부양과 각종 금융투기정책들 그리고 상시적 구조조정 정책들은 바로 지배세력의 집단적 금융사기를 구조적, 합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로 타락했다는 주장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 결국,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과잉팽창된 투기자본의 부패한 이윤을 보장하는 명분에 지나지 않는 것을 일련의 사건들이 말해 주고 있다.

린다 김, 백두사업 로비사건 2000년 5월

국방부의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인 백두사업과 관련해 김영삼 정권 때 미국계 한국인 여성로비스트인 린다 김과 어울리면서 이양호 국방장관과 H 국회 국방위원장, ㅈ 전 장관 등 고위인사들이 정보를 유출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실제, 이 전 장관이 백두사업 최종결재 석달 전인 96년 3월 김씨를 소개받은 뒤 한달 만에 편지를 주고받는 친밀한 사이가 됐으며, 두달 뒤에 그가 밀었던 미국 감청장비 제조업체 이(E)시스템사가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어이 없게도 문제의 초점은 이른바 몸로비로 맞춰져 이양호와 린다 김의 사적인 관계가 부각되었고 이양호 등의 사법적인 처벌로 백두사업 로비사건은 마무리된다.

고속철도 사업자 선정 로비사건 2000년 5월

경부고속철도 차종으로 프랑스 알스톰사의 테제베(TGV)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알스톰사가 한국지사장의 부인인 호기춘을 통해 최만석을 내세워 황명수 의원 등에 로비를 하였다. 이 로비자금에 대해 15대 총선자금으로 활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당시 안기부 대선자금 유입설과 시중에 나돌게 되었다. 그러나,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밝힌 것은 없으며, 경부고속철 차량선정 로비사례금 등 명목으로 4억원을 받은 황명수 의원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하면서 정리되었다.

동아건설 로비사건 2000년 6월

워크아웃 상태인 동아건설이 4·13총선 당시 총선 출마자 100여명을 A-D의 4등급으로 분류해 이중 수십명에게 300만-2000만원 안팎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사건은 동아건설은 1998년 8월 채권단한테 1조4천억원의 협조융자를 받은 뒤에도 경영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조1천억원을 추가 출자전환하는 협상를 벌이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과 정치권 로비사건이 터져 나오게 되었다. 이에 따라 부실기업에 대한 도덕적 헤이를 질타하는 목소리와 부실기업 정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다.
한편, 민주당의 ㄱ, ㅇ 후보와 두 ㄱ 의원, 한나라당의 영남권 세 ㅇ 의원, 자민련의 ㅇ 의원 등이 정치자금 수수의혹이 제기되었으나 밝혀진 것은 없다. 또한, 2001년 4월에는 동아건설이 비자금 30억원을 금고에 보관했다가 법정관리 개시 과정에서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박지원 외압사건 2000년 8월

이운영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은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의 친인척인 박혜룡, 박현룡 형제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대출보증을 받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건은 신용보증 기금에 박혜룡에게 대출해주라는 외압을 박지원 장관이 행사했다는 것과 한빛은행은 466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대출금을 담보도 없이 대출해 주었고 이 과정에서 박지원 장관이 개입한 사실 등이 쟁점이 되었다. 결국, 박지원 장관이 장관직을 사임하는 것으로 문제를 덮었다.

정현준-동방금고 사건 2000년 10월

정현준 사건은 금융감독원은 21일 동방금고와 대신금고가 최대주주인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에게 670여억원을 불법대출한 것을 고발하면서 붉어져 나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현준 사장은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을 통해 장내찬, 김영제 등 금융감독원 간부들에게 10억원대의 현금과 주식을 제공했고 한국디지탈라인 주식을 보유한 금감원 직원들이 주가하락으로 입은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현금 3억59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정·관계 뇌물 사건으로 발전하였다. 게다가 정관계 고위인사가 포함된 정현준의 사설펀드 운용이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었다.
이에 따라 정내찬 금감원 국장은 수사 도중 자살하였고, 금감원 김영재 부원장보는 유일반도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문제와 관련,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 측으로부터 10억원대의 금품 수수와 오기준 신양팩토링 사장으로부터 현금 5억원 수수, 아세아종금(현 한스종금) 신인철(구속) 사장으로부터 “M&A 업무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5차례에 걸쳐 495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정현준은 ▲불법대출 195억원 ▲회사자금 횡령 920억원 ▲사설 펀드 및 공개매수 빙자 사기 480억원 등의 혐의로, 이경자는 불법대출 527억원과 장내찬, 김영재 등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진승현 사건 2000년 11월

열린상호신용금고 대주주 겸 엠시아이코리아 부회장이었던 진승현은 스위스프리밧방크 컨소시엄의 아세아종금(현 한스종금) 인수 과정에 개입해 20억원의 비자금 조성과 한스종금 사기 인수, 불법대출 사실이 밝혀졌다. 진승현의 불법대출 규모는 한스종금 450억원, 리젠트종금 600억, 열린금고 1015억원 등 2300억원대로 집계되었으며, 대유리젠트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한편, 진승현은 자신의 구명을 위해 국정원 출신인 김재환을 회장으로 영입해 월 1000만원의 급여와 함께 고급승용차와 이후에 변호사 수임료 명목으로 12억5000만원을 제공하였다. 그 가운데 7억6200만원은 수임료로 사용하고 나머지 4억8800만원을 김재환이 가로챘다. 그러나, 100억원대의 정·관계 인사에 대한 비자금 로비설이 제기되었지만 규명되지 못했다.

대우그룹 비자금 조성 사건 2001년 2월

대우그룹 부도 직전인 1999년 6월 김우중 회장이 시스템통합업체 대우정보시스템을 절친한 후배가 설립한 홍콩계 투자회사 케이엠시(KMC)에 250억원을 받고 넘겼다고 전해지면서 대우그룹의 비자금 조성문제가 붉어져 나왔다. 이것이 문제가 된 이유는 당시 미국 자본가 로스 페로와 4천억원이 넘는 금액에 매각협상을 진행하던 중 대우 부도설 유포로 최종 합의에는 실패하기는 했으나, 비슷한 시기 미국 칼라일에 매각된 쌍용정보통신의 매각금액(3168억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또한, 대우정보를 인수한 후배 ㅈ씨는 린다 김의 무기로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으며, 김대중 대통령과도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이 사건 자체는 흐지부지 되었지만 이후에 김우중의 영국 런던 비밀금융조직인 BFC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개인 착복이 밝혀지고 41조원의 분식회계와 10조원의 불법대출 사건으로 34명이 구속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범죄사건으로 발전하였다.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사업자 선정로비 2001년 8월

인천국제공항 주변 유휴지 개발 사업권을 놓고 유휴지 64만평 개발에 토지사용료 632억원을 제시한 (주)원익이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고 1729억원의 토지 사용료를 제시했던 에어포트72가 차점 탈락했다. 이렇게 되자 강동석 공사사장이 토지사용료를 가장 많이 제시하는 업체에 유리하도록 평가기준을 바꾸고 재심의하라고 당시 이상호 개발사업단장에게 지시하였고 이 단장이 이를 거부하자 이 단장을 직위해제하면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문제의 쟁점은 에어포트72가 선정될 수 있도록 한 외압의 형성배경으로 모아졌다. 청와대 고위 간부 개입과 김홍일 의원의 처남인 윤흥렬 스포츠서울 사장이 대표로 있는 스포츠서울21이 에어포트72 컨소시엄에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점등으로 인해 특혜의혹설이 끈이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국중호 청와대 행정관이 에어포트72 컨소시엄 참여업체 관계자로부터 2000달러(263만원 상당)를 받은 혐의 구속하고, 이상호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함으로써 일을 덮어 버렸다.

이용호 금융비리 사건 2001년 9월

이용호 사건은 정관계 고위인사가 연루된 주가조작단을 조직하여 수백억에 달하는 주가차익을 남겨 이를 뇌물로 제공하였고, 부실기업을 인수하여 구조조정전문회사(CRC)의 자금을 빼돌렸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검찰총장의 동생에게 뇌물을 주고 취직시키는 등 검찰, 국세청, 금감원은 물론 국정원까지 뇌물제공과 로비인사를 영입하여 비호세력을 키워온 사실이 밝혀졌다. 그 결과 검찰수사 과정에서 전 검찰총장 김태정은 전화 한통화로 1억원을 받고 검찰에 외압을 행사하였고 검찰수뇌부들의 조직적인 사건은폐로 이용호는 지난해 긴급구속 되자마자 석방되었다. 더 가관인 것은 정·관계와 대(對) 검찰 로비창구 역할을 조직폭력배들이 담당하였다. 또한, 해외전환사채(CB)의 매수를 산업은행이 해외은행을 통해 인수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뇌물공여의 방법으로 동원된 사모(私募)와 해외 전환사채(CB) 등 신종금융기법의 문제점과 주식시장 조작 그리고 구조조정 자금의 부패성이 폭로되었다.
한편, 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인 은폐가 추가로 제기되었는데, 2000년 12월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 사장의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하던 중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이 당시 국정원 김형윤 경제단장에게 5000만원의 뇌물을 주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검찰은 이를 묵인하였다.

노량진 수산시장 매각 외압 사건 2001년 9월

올해 초 매각에 들어간 노량진수산시장 인수를 놓고 금진유통의 대주주로 있는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이 9월 국정감사를 통해서 수협이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인수 입찰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그 후 금진유통이 입찰에 참여해 국회의원의 직무를 이용한 이권개입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발생했다. 금진유통은 수협이 18일 사업유보를 결정하자, 19일 서류접수 마감 10분 전 수의계약 의향서를 접수시켰다. 금진유통과 단독으로 실시한 노량진수산시장 매각 수의계약 상담이 가격 문제로 일단 무산됐다.


4. 금융비리 ;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필연적 구조적 결과

살펴본 바대로 김대중 정권 하에서 비리사건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기 YS 비리폭로를 동반한 정권주도하의 개혁공세에서 점차로 김대중 정권 내부의 비리 문제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개인비리를 넘어서 구조적이며, 정책적인 차원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연결되어 있었다. 동아그룹, 최순영, 이용호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의 로비자금은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한 가운데서 일어났고,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사건에서 보듯이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시장을 확대하는 가운데서 불법대출이 이루어졌다. 또한, 현대전자와 각종 금융사기에는 주식조작과 전환사채를 등 이른바 신종금융기법을 동원하여 뇌물공여와 각종 자금 포탈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재벌개혁과 기업구조조정, 주식시장 부양과 각종의 금융규제들을 완화하면서 부패의 연결고리는 이를 매개로 하여 더 확대되어 나아갔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현금이나 부동산 증여 등 직접적인 형태의 뇌물제공 방식이 변화하여 정-관계 인사들과 결탁하여 사모(私募)나 사설펀드, 주가조작 등을 통해 간접적인 형태로 대량의 비자금과 뇌물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 규모도 몇몇 개인의 비리가 아닌 집단화 조직화 되어 있다. 이미 한국사회는 지배세력의 집단적인 형태로 부패와 연결되어 있으며 검찰과 경찰 등 공안당국과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에 의해 비리사건들이 조직적으로 은폐되어 왔다는 것도 각종 사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문제의 근원은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금융투기의 활성화에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과잉팽창된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 한축이 노동자 정리해고와 노동유연화 확대 등 노동착취와 불안정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다른 한 축은 금융시장의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자본유입을 시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이상의 이윤을 확보하지 못한 대부분의 자본은 부당하고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고 정권과의 공모하에서 비리가 저질러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배세력들은 문제를 항상 개인비리로 제한시켜 왔고, 구조화된 부패의 사슬들을 끊어내지 않고 오히려 자본과 공모해 문제를 지속시켜 나아가고 있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우리의 눈에 보이는 사건들이 이 부패하고 부정한 공화국의 전모가 아닐 것이다. 빙산의 일각조차 이렇게도 거대할진대 그 전모를 밝히고 부패를 척결하는 과제는 언제나 노동자 민중에게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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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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