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평화
  • 2015/11 제10호

강대국의 파워게임, 어두워지는 시리아의 미래

  • 이준혁 사회진보연대 서울지부 조직국장

교착상태에 빠진 시리아 내전

현재 시리아에서는 크게 3개의 세력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선 현 집권세력이자 영토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아랍사회주의부흥당(바트당) 정부. 군사·정보기관 관료, 신흥 자본가계급, 종교계 고위 인사와 결탁한 아사드 정권은 40년 넘게 권력을 유지해 왔다. 바트당은 1963년 집권 이후 대통령을 정점으로 같은 가문, 부족, 종파 출신으로 관료를 충원하는 족벌 정치를 구축했다. 아사드의 출신 종파이기도 한 알라위파는 인구 대비 1퍼센트 수준의 소수파임에도 권력의 핵심층을 형성했다. 경제적 독점도 심화되어 아사드 정권은 1990년대 국유화 노선을 폐기하면서 국영기업을 가족을 비롯한 측근들에게 나눠주면서 족벌자본주의를 형성했다. 1980년대부터 이어온 대기업 특혜로 부의 편중은 심각해졌고, 시리아 민중 대다수는 빈곤에 시달렸다. 2010년에는 전체 인구의 33퍼센트인 700만 명 이상이 빈곤층이 되었고 실업률은 20~25퍼센트에 달했다.
 
이러한 족벌정치는 2011년 반정부 봉기가 일어난 주요 원인이었다. 시리아 국민 대다수가 수니파(74퍼센트)인데 비해, 상대적으로 소수파인 알라위-시아파(전체 인구의 13퍼센트로 추정)가 정권과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는 데서 온 분노도 더해졌다. 봉기의 구성원은 야당을 포함하여, 1970년대부터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조직된 무슬림 형제단, 쿠르드족, 청년 조직 등 다양했다. 특히 승진에서 차별받던 군 장교들은 자유시리아군(FSA)을 설립해 정부군의 봉기 진압에 반대했다. 이들은 초기에는 평화적 시위를 고수했지만, 2012년 12월 야당인 시리아민족위원회와 자유시리아군이 공조를 시작하면서 무장투쟁의 성격이 강해졌다. 봉기는 내전으로 전환되고 반정부 세력에서 자유시리아군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내전은 치열해졌다. 2013년 6월 시점에서 사망자는 10만 명에 달했고,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의 교외 지역에 사린 가스 공격으로 1300명을 숨지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수니파 급진 이슬람주의 조직 IS가 세력을 넓혔다. IS는 알라위-시아파로 구성된 아사드 정부군과 대치하고 있다. 같은 수니파가 대다수인 반정부군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정부군과의 싸움에서는 이해를 같이 하고 있다.

3개 세력 중 어느 누구도 결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내전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그러나 내전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이들 3개 세력의 싸움에 외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겹쳐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연이어 개입하면서 내전은 강대국 간 대리전의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목표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개입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미국의 대외적 목표는 IS 파괴와 아사드 정권의 축출이다. 미국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IS 파괴 전략’을 개시하여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 공습을 전개했다. 또한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2013년 시리아 정부군의 가스 공격 이후로 아사드를 정권에서 몰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미국의 진짜 목적은 명분으로 내건 IS의 완전한 파괴나 아사드 축출보다는 이라크 남부의 석유지대 보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라크 석유의 대부분이 생산되는 남부는 현재 IS와 대치 중인 이라크 북부 및 시리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라크 정부군이 IS의 남하를 적당히 막아주기만 하면 된다. 그 때문에 미국은 IS와 싸우는 세력에 약간의 군사적 지원을 하고, 때때로 공습을 가하면서 IS를 제어하고자 한다. 따라서 시리아에 미국에게 있어서 중대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전략적 이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IS의 테러나 내전 심화로 인한 난민사태는 미국에게 있어서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극적 개입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아사드의 정부군은 상당 수준의 재래식 전력을 갖추고 있고, 반군의 힘은 약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지원하는 반정부군이 IS와 정부의 세력을 충분히 약화시키거나, 나아가 내전을 종식시키려면 보다 더 강력한 군대가 필요하다. 반정부군이든, 미국이 새로이 조직한 군대든, 현재 미국이 제공하는 몇 주간의 기초 군사교육과 무기 지원보다는 훨씬 강화된 군사적 지원과 전문 군사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권 말기에 단기 성과를 노리는 오바마 정부로서는 쉽사리 택할 수 없는 길이다.

그러나 2015년 9월을 기점으로는 미국이 시리아에 더 강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로 러시아가 시리아에 공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갖는 시리아에서의 전략적 이해는 미국과 상충한다. IS 격퇴라는 점에서는 미국과 이해관계를 공유하지만 되도록이면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자 하는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현 시리아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는 지중해와 중동 진출의 교두보가 될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의 해군기지와 라타키아의 공군비행장을 유지하기 위해 아사드 정권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공습을 통해 자신과 친화적인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중동 지역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나아가 IS 격퇴에 힘을 보탰다는 명분을 얻어 패권국가로서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고려까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의 공습 목표가 IS가 아닌 반정부군이라는 의심을 품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이란의 세력 확장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핵화 협상을 맺긴 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재래식 전력을 통해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게다가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란은 2011년 이래로 시리아 정부군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해왔으며, 10월부터는 수백 명 규모의 지상군을 파견했다. 게다가 이란이 러시아의 공습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면서 두 국가가 공조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의 개입이 심화될수록 미국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미국의 시리아 개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일단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러시아라는 핵 강대국과 대결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데, 이는 러시아로서도 마찬가지다. 10월 20일 미국과 러시아는 양국의 전투기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항공안전 양해각서를 채택하기도 했는데, 우발적 충돌로 인한 갈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임기가 내년이면 종료되기 때문에 현재로서 미국은 간헐적인 대 IS 공습 이외에는 최대한 관여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소극적인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개입이 실패하기만을 바랄 것이다.

과연 미국의 의도대로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실패할 것인가? 브루킹스 연구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수행하는 공습의 막대한 비용에 비해 효과가 미미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공습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러시아의 폭격은 라타키아 공군 비행장에서 출격하는 Mi-24(밀) 헬기와 Su-25(수호이) 전투기에 의한 근거리 폭격으로 이뤄지고 있다. 라타키아-타르투스 일대에는 반정부군과 과거 알카에다 지부조직인 알누스라와의 대치 전선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 폭격기들이 격추될 위험성이 높다. 실제 지난 2014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시리아 공군의 SU-25가 IS에 의해 격추된 적도 있다. 게다가 공습을 지속하기 위한 보급을 시리아로부터 멀리 떨어진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에서 배로 실어오는 방법밖에는 없다. 러시아가 가진 해외기지는 라타키아-타르투스 기지뿐이라서 이외의 방법은 없다. 

위험성과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러시아의 공습 비용은 막대하기 때문에, 한 번의 공습에서 거둘 수 있는 효과를 최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공습이 효과적이려면 지상군과 결합해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대로 러시아 기지 주변의 반정부군과의 대립 때문에 시리아 정부군의 적극적인 활동이 어렵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공습이 점진적으로는 정부군의 세력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10월 20일에는 러시아의 공습 지원을 받아 정부군이 라타키아 북동부의 알레포 지역으로 진격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소식은 관망하는 전략을 택한 미국을 더 초조하게 만들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외교·안보 관련 싱크탱크들을 중심으로 오바마 정부의 소극적인 시리아 정책을 비판하고 IS 격퇴라는 제한적인 목표보다는 ‘시리아 내전 해결’이라는 포괄적 접근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대규모의 지상군 파병이 되었든, 장기적인 반정부군 육성이 되었든 러시아, 이란의 이익과 부딪힐 가능성이 크고, 집권 말기의 오바마 정부는 그런 부담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공습은 내전을 해결할 수 없다

문제는 강대국의 개입이 시리아 내의 종파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란 사실이다. 초조해진 미국이 전면적 개입을 하든, 관망하는 상태에서 러시아-이란의 세력이 강대해지든, 이들의 개입은 시리아 민중들이 보기에는 특정 종파를 지지하는 종파적 개입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공습이 지속될수록 시리아 내부의 적대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이라크에서 미국이 수니파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수니파-시아파 간 종파갈등을 부추겼고, 이 과정에서 수니파 급진주의 세력인 IS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종파갈등이 심화되면서 아직은 잠재적인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시리아에 개입할수록, 시리아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며, 수없는 시리아 난민들의 행렬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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