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여는글
  • 2016/01 제12호

빛나지 않아도 그렇게

  • 구준모 편집실장
작년 2월에 창간한 《오늘보다》는 2015년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준비호부터 이번호까지 15권을 펴냈다. 처음에 800부를 인쇄했는데 지금은 매달 1200부를 인쇄한다. 새 매체 준비팀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작해 이제 사회진보연대 편집실에서 4명이 아웅다웅하고 있다. 《오늘보다》를 창간하면서 밝혔던 세 가지 목표를 곱씹어보며 새로운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 다짐해본다.

“오늘 꼭 봐야 하는 잡지.” 기사 분량을 대폭 줄이고, 보다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구성을 통해 가독성을 높이려고 했다. 또한 매달의 이슈를 가능한 한 담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운동권 사투리 사용, 관념적 글투, 모든 것을 다루려고 하면서 쟁점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처리하는 태도 등 나쁜 습관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더 많은 실험과 변화가 필요하다. 짧은 기사 때문에 심층 분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주요 사안을 다각도로 조망하는 기획과 편집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 

“오늘을 보는 노동자의 시선.” 계급적 시각으로 한국 사회와 세계정세를 읽으려고 했다. 노동자 투쟁에 대한 전투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을 계급적 시각과 등치하는 오류를 피하려고 했다. 경제, 정치, 역사, 국제, 문화, 보건의료, 환경 등 다양한 이슈를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해설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슈를 좇다보니 분석이 불충분하고 시류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이라고 하면서 쟁점에 대한 뾰족한 개입 지점을 놓치고, 우격다짐식 논의를 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더욱 진지한 토론과 편집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빠른 기획, 솔직한 논쟁, 구체적인 대안을 지향하려고 했다. 전자산업 노동이나 구로공단의 현실을 다룬 특집이 주목을 받았다. 사회진보연대의 오랜 활동이 반영되어 생생하고 구체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 변혁 전망, 노동운동의 혁신 방안, 새로운 정치세력화 등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데에는 실력이 부족했다. 사회운동의 쟁점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안을 명쾌하게 제시한 적도 많지 않은 듯하다. 사회진보연대의 활동은 물론이고, 전체 운동의 발전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 속에서 《오늘보다》가 기여할 수 있는 몫을 더욱 고민하겠다.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작년 12월 별안간 젊은 동료를 떠나보내고 나서 불면의 밤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버티며 살아온 세월들이 있다. 박근혜 정권의 폭력과 자본의 위기가 우리를 더욱 팍팍하게 하는 오늘, 빛나는 전망이 비치지 않더라도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운동의 길이 있다. 새로운 한 해, 《오늘보다》도 독자들과 함께 한 발 한 발 더 잘 디디겠다고 다짐한다.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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