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10.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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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을 허물며 - 노동하고 생활할 권리의 주인으로 -

한 진 | 보건복지민중연대
'민중복지와 노동자 생활권 쟁취를 위한 연대한마당'이 10월 26일∼28일 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글에서는 한마당의 의의 및 추진경과, 목표, 행사개요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마당의 제기 배경과 의의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로 인한 노동자들의 삶의 황폐화는 고용과 임금조건의 악화 뿐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권의 위기, 즉 복지의 피폐화로 나타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일환으로 기초생활보장법을 비롯한 4대 보험의 형식화를 시도한 바 있으나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생산적 복지의 기조 아래 집행됨으로써 대다수 노동자·민중의 삶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불안정 고용의 확대는 고용조건의 악화의 수준을 넘어 노동 내부의 분할을 만들어 내면서 노동간 단결 및 조직화의 문제는 민주노조 운동 나아가 사회변혁운동의 커다란 과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불안정 노동자들은 고용 조건에 따라 하청, 계약직 등과 같은 비정규직의 형태로 노동조건 개선, 단결권 확보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안정 노동자들의 존재양태는 주로 실업과 반실업을 넘나드는 실업노동자의 모습으로, 산재를 당한 후 직업복귀를 하지 못한 채 전전하는 산재노동자의 모습으로, 고된 노동조건과 기본적인 임금 수준에도 미치는 못하는 여성노동자로, 허울적인 장애인 정책으로 실질적인 노동과정에 편입되지 못하는 장애노동자로, 최소한의 근로조건조차 무시되는 반인권적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로 분할된 노동시장의 한편을 받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불안정 노동자들은 노동유연화 전략에 따른 극단적인 노동조건을 감내하면서 생산적 복지 정책의 결과로 노동빈민의 삶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로부터 노동생활권의 근본적인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노동자 민중 진영의 복지에 대한 요구를 통일 시켜 내면서도 불안정 고용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활권 쟁취를 위해 연대하는 것은 노동생활권의 근본적인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생산적 복지정책을 철폐하는 투쟁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나아가 불안정 노동자와 노동빈민 들의 요구 수준을 생존권적 요구에서 생활권적 요구로 확대함으로써 대중적인 조직화와 성장의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현재의 시장적 복지와 기업별 복지로 제공되는 개인부담 중심의 복지를 공공적이고 연대적인 복지로 바꾸어나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당 행사의 실천적 의미와 목표

○ 노동과 고용의 불안정화 저지, 노동기본권 쟁취에 복무한다.
고용안정과 노동기본권 쟁취는 현재와 같은 일상적 구조조정 국면에서 고용 불안 노동자들의 투쟁을 촉발하고 결합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의 고용 불안 철폐,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철폐, 산재노동자들의 원직장 복귀, 실업노동자들의 고용창출, 장애 노동자들의 고용 확대 투쟁,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투쟁 등이 그것이다. 나아가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더욱 개악하려는 하반기 노동정세에 대한 공동 대응 투쟁으로서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의 내용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는 의미를 가진다.

○ 생산적 복지의 허구성을 밝히고, 불안정노동자가 수혜와 관리의 대상이 아닌 사회적 권리의 주체임을 부각시킨다.
생산적 복지는 노동유연화로 인한 노동자의 생활 불안정을 개별적인 노동자가 감당해내게 끔 만드는 사회적 기제이다.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 이후 생산적 복지의 구체화를 위하여 첫째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둘째 4대 보험의 도입 및 형식적 보편화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기초 생활보장은 수급권 자격의 엄격한 제한으로 인하여 그 사회적 보장의 실효성이 파산난 상태이며 4대 보험의 경우, 건강보험과 같이 노동자 부담의 증대 문제, 고용 보험이나 산재보험과 같은 수급권 제한, 국민연금과 같이 자본축적의 수단화 등의 문제를 노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하여 불안정 노동자들은 공공주택 정책의 부재로 인한 주거권 부재 및 생활권 위협, 공교육의 파괴와 사교육비의 증대로 인한 가족의 위기 등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기본생활권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한편 산재노동자들에 대한 형식적 재활 정책, 장애노동자들의 이동권 억제, 자본축적의 도구로 전락한 이주노동자들의 사회보장 배제, 실업노동자들에 대한 형식적 자활 사업 등의 문제는 생산적 복지의 허구성의 전형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노동생활권 쟁취는 이러한 생산적 복지의 모순에 대응하는 투쟁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 공공적 연대적 복지의 요구를 대중적으로 제기하고 사회화시킨다.
현재의 시장적, 기업별 복지의 한계는 이미 경제 위기 이후 노동불안정이 크게 증대되면서 심각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으며, 그 극단적인 폐해를 불안정 노동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불안정 노동자들의 경우 개별 노자 관계 속에서 기업복지를 통해 노동생활권을 요구할 수 없으며, 오직 유일한 방법은 공공적이고 연대적 복지를 쟁취하는 것이다. 한마당은 이를 대중적으로 쟁점화하는 투쟁의 의미를 가진다.

한마당 행사의 조직적 의미와 목표

○ 사회적 발언의 공간으로서 한마당
노동조건과 고용의 불안정화가 특수직종 노동자만의 예외적 문제가 아닌 노동자계급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라는 점을 공유하고, 이것을 대중화·사회화시키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동시에 사회복지의 해체와 왜곡이 주변부 노동자에 대한 배제에서 노동자 전체의 사회적 권리를 박탈하고 파괴하는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사회적으로 부각시켜야 할 점이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만나는 공간으로서 한마당
목숨을 유지하는 수준의 '생존권'요구를 넘어서서 기본적 수준의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활권'의 요구를 사회화시키면서, 불안정노동자가 사회적 안전망의 관리,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정당한 사회적 권리를 요구하고 보장받아야 하는 주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한편,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지위에 있는 노동자만 아니라 정규직노동자의 삶 또한 점차 불안정해지고 위태로워진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통으로 내걸어야 할 사회적 목표를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마당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여성과 남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취업자와 실업자,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서로 대립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 노동조건과 삶의 불안정화에 함께 싸워야 할 투쟁주체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불안정노동자의 주체를 형성하고 연대의 기운을 확장시키는 한마당
한마당 행사를 통해 고립적 분산적으로 대응해왔던 비정규, 실업, 이주, 여성노동자 등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놓여진 노동자들의 공동활동을 강화한다. 투쟁사업과 정치사회적 대응, 공통의 요구 등을 정식화하면서 개별 대응을 통해 획득하기 힘든 사회적 힘과 발언권을 얻는 계기가 한마당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일회적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연대사업과 활동으로 이어가야 한다. 그 첫출발이 한마당 행사의 의미이다.

한마당의 행사 개요

한마당 준비를 위한 추진 모임은 2001년 6월 말 보건복지민중연대(준)가 노동·사회 단체에 그 필요성에 대해 제안하여 이를 추진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민주노총을 포함하여 실업, 보건복지, 의료,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관련 단체들로 참여가 확대되었고 보다 실천적이고 진지한 한마당 행사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한마당은 크게 학술행사, 부문별·분야별 노동자 한마당, 문화제, 행진의 4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여의도공원(가안)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첫날에 진행될 학술행사는 국제초청 세미나와 심포지움으로 구성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민중복지, 김대중정부의 생산적 복지와 노동자 생활권이라는 주제로 한마당 토론기획팀에서 이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둘째날에 진행될 부문별·분야별 노동자 한마당은 한마당 전체 기조를 바탕으로 한 참가단체들의 동시다발적 행사로 구성된다. 부문별로는 실업노동자, 산재노동자, 이주노동자, 장애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이 될 것이고, 분야별로는 의약품 공공성, 산재보험 개혁, 실질적 고용보험 적용, 교육개혁, 주거권 쟁취 등이 각 마당별로 준비되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저녁때 진행될 문화제는 모든 참가단위가 결합, 민중복지와 노동자 생활권 쟁취를 위한 문화제로 진행될 예정이고 이에 대한 준비는 행사기획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셋째날에는 참가단위가 모두 집결하여 생산적 복지의 규탄과 노동자 생활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한 뒤, 여의도 공원에서 연세대에 이르는 길을 퍼포먼스나 공연 등 각 노동자들의 요구를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매개를 활용하며 행진을 할 예정이다.

성공적인 한마당 행사를 위해

한마당은 단지 한번의 목소리를 내보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개별적 투쟁으로 고립되어 왔던 불안정 노동자들의 진정한 연대를 위한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동자의 참여가 더욱 절실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연대의 고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시도들과 결합되었을 때 한마당 행사는 우리 민중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주제어
빈민 민중생존권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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