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여는글
  • 2016/03 제14호

스마트한 제재는 없다

  • 구준모 편집실장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미국은 ‘포괄적 대북제제 강화법’을 통과시켰다. 3월 7일 시작되는 키리졸브 한미 군사훈련은 사상 최대 규모로 치뤄진다. 미국 영토가 아닌 곳 최초로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가 추진된다. 북한의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에, 한미 양국이 초강수의 대북 제재와 군사훈련으로 맞대응 중이다. 한미의 군사력 증강은 한반도의 긴장을 더 고조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비군사적 조치인 제재는 어떠한가? 

1953년 휴전 후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제재 그 자체였다.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에는 유엔 차원의 제재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이 계속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재 위주의 대응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제재는 효과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피해를 일으키는 소리 없는 폭탄이다. 대표적으로 1991년 유엔의 이라크 경제제재는 후세인 정권을 약화시키지 못했고, 이라크 민중들에게만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제재로 이라크 경제가 망가지자 식량과 의약품 부족했다. 결국 제재 5년 동안 최소 10만 명에서 최대 23만 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제재가 큰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은 국제적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1994년부터 2012년까지 유엔의 경제제재 65개를 분석한 연구 프로젝트인 표적제재콘소시엄(TSC)에 따르면 제재의 의도치 않은 영향으로, 부패 심화(62퍼센트), 정권 강화(53퍼센트), 인권 유린(39퍼센트) 등이 나타났다. 특히 제재 대상국이 비민주주의 국가일 경우에 독재자의 권력이 강화되었다. 추종 집단에게 물품을 밀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또 제한된 물품의 분배까지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엔의 제재는 스마트 제재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스마트 제재는 무차별한 제재로 인한 민간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고안된 것으로, 해당국 최고위층에게 타깃을 맞췄다. 그러나 1994년 이후 유엔의 모든 제재는 스마트 제재였지만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다. 위에 언급한 TSC의 연구가 바로 스마트 제재를 대상으로 했다. 

유엔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존 깅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실(OCHA) 국장은 2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주민에게 악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어떠한 추가적인 제재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대북인권단체’, 즉 북한 체제 붕괴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극우단체들에 대한 지원까지 부활시켰다.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엔의 제재에도 ‘스마트’한 것은 별로 없다. 한반도의 시계가 거꾸로 흐를 가능성만 높아졌다. 

평화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쟁훈련 폭음과 민중의 고통만 가중시킬 제재 논의 속에 시간이 흐르도록 내두지 않아야, 한반도의 진짜 봄이 오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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