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보다
- 2016/03 제14호
장기불황, 일반해고…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정부의 노동통계를 보면 경제 체감도와 다른 경우가 많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월 고용률 60퍼센트를 달성했다며 자축했지만, 노동 현장에선 고용, 임금 상황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 통계를 뜯어보면 노동시장의 실제 상황을 좀 더 알 수 있다. 특히 장기불황이 가시화되고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밀어붙이기 시작한 2015년 하반기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고용, 임금 상황과 일반해고 효과를 살펴보자.
취약 부분의 고용 악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꾸준하게 증가하던 취업자 수가 2016년 1월 감소로 돌아섰다. 전월보다 43만 4000명이 감소했다. 정부가 자축하던 고용률 60퍼센트도 다시 무너져 59퍼센트로 하락했다.
취업자 중 자영업 부분(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과 임시직노동자 감소가 컸다. 각각 13만 3000명과 19만 7000명이 감소했다. 상용직노동자 감소분 4만 5000명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이 취약한 부분의 고용 불안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8월 710만 명까지 증가했던 자영업 부분은 2016년 1월 현재 626만 명으로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내수 부진에 직격탄을 받고 있다.
임금노동자 역시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고용 불안정성이 더 커지고 있다. 특별한 제도 변화나 기본급 변화 없이 노동시간이 줄고 있는 것으로 이를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통계’(2015년 11월까지)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잔업·특근이 줄고 있는 탓에, 2010년 177시간이던 평균 월노동시간은 2015년 172시간으로 감소했다.
수년째 40~42퍼센트 사이에서 변동하던 청년고용률(15~29세 고용률)은 크게 변화가 없다. 다만, 최근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 통학’이 줄고 ‘쉬었음’이 늘어난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취업을 위한 준비 자체도 이제 줄고 있다는 이야기다. 청년층의 좌절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 청년고용률은 OECD 최하위 그룹에 속해 세계적으로 비교해 봐도 심각한 상태다.
임금 격차의 확대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노동자 월평균임금은 326만 원으로 전해에 비해 2.3퍼센트 증가했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 0.7퍼센트를 감안하면 실질로는 1.6퍼센트 증가한 셈이다.
물론 기업별 규모에 따라 임금인상폭은 달랐다. 5~299명 중소규모 사업장이 월 8만 3000원, 300명 이상 대규모사업장은 월 13만 4000원이 올랐다. 재벌 대기업들의 쥐어짜기 구조조정과 사업 축소로 대기업 노동자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아 예전보다 이 차이가 작지만,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건 여전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는 2014년 184만 원에서 2015년 189만 원으로 더 커졌다.
물론 고용형태별 임금 격차도 더 커졌다. 2015년 8월에 있었던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를 재구성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임금이 1년 전에 비해 정규직은 8만 원, 비정규직은 4만 원 인상됐다.
일반해고 도입이 가져온 변화
정부가 일반해고 도입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한 건 2014년 하반기부터다. 노사정위 협의를 통해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이 2014년 12월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무리한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폭로된 것처럼 정부가 일반해고 도입을 밝히자마자 법적 타당성 판단이나 가이드라인 발표 여부와 상관없이 현장에서는 사실상의 일반해고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일반해고 도입이 기정사실이니 저성과자로 낙인찍혀 해고당하기 전에 희망퇴직을 받아들이라는 사용자의 협박이 노동자들에게 통한 것이다.
이런 현실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고용보험 통계를 보면 2014년 12월부터 징계해고 및 권고사직에 의한 고용보험 상실자가 급증한다. 위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월 1000~2000명에 불과하던 징계해고, 권고사직이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가지 6000~8000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징계해고가 드물기 때문에 이 숫자는 대부분 권고사직자다. 월평균으로 보면 2014년은 권고사직자가 1700명, 2015년은 6400명이다.
아래부터 무너지고 있는 노동시장
취업자수가 2016년 1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영업자와 임시직노동자부터 무너지고 있다. 2015년에도 취업자 총량은 늘었지만 고용의 질은 상당히 나빴다. 청년고용은 수년째 최악인 가운데 최근에는 아예 취업 준비까지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특징이 나타난다. 전반적 임금 정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소사업장 임금 인상 수준이 더 낮아 임금격차는 이 와중에도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임금격차도 더 커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일반해고를 입에 올리자마자 2015년부터 권고사직이 급증하며 정규직 일자리마저 심각한 고용불안에 내몰리고 있는 게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청년노동자, 자영업자, 단시간노동자, 기간제노동자 등 노동시장 밑바닥을 바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 악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정규직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고용률 70퍼센트, 노동시장 개혁을 내건 박근혜 정부의 초라한 성적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