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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5 제16호
거리의 화가 혹은 테러리스트
뱅크시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그래피티 작가다. 2000년대 초반, 영국 런던과 브리스톨 거리에 신출귀몰하며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수많은 벽화를 남겼다. 그의 출현은 공공장소에 남긴 낙서를 불법으로 볼 것이냐, 예술로 볼 것이냐 하는 뜨거운 논쟁과 함께 그래피티 열풍을 일으켰다. 2005년 뱅크시는 ‘세상에서 가장 추한 벽을 세상에서 가장 긴 갤러리로 만들겠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분리장벽에 평화를 염원하는 그림들을 그렸다. 2000년대 후반, 인기와 유명세가 정점에 오르자 운 좋게 뱅크시의 낙서를 선물 받은 런던의 집주인들은 벽을 떼어 판매하기도 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이었다. 당시 일부 비평가들은 영웅심에 들뜬 기회주의자 예술가라 폄하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뱅크시는 은둔하면 할수록 더 유명해졌다. 모작이 거리에 넘쳐날 즈음에서야 그의 유명세는 주춤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