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특집
  • 2016/08 제19호

작업중지권, 해외 사례에서 배운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중대재해근절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팀

중국

대피와 작업중지의 구분
중국 안전생산법 52조는 ‘신체안전에 직접 위험을 미치는 긴급상황을 발견한 경우’ 작업을 멈추거나, 작업장소를 이탈하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 산업안전보건법 26조의 작업중지권과 유사한 최소한의 대피권이다.
그런데 안전생산법 51조는 이와 별도로 “종사자는 규칙에 어긋나는 지휘와 위험작업을 강제적으로 명령하는 경우에는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중국 안전생산법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의 주장은 ‘긴급대피권’이라도 제대로 보장하라는 수준이다. 규칙에 어긋나는 지휘와 강제적인 작업을 거부할 권리를 주장한다면 작업거부의 범위는 훨씬 넓어진다. 예를 들어, 평형수를 빼고 대신 그 무게만큼 화물을 더 실어야 한다는 회사의 지시는 규칙에 어긋나는 지휘에 해당하고, 노동자에게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미국

위험한 작업중지 시 임금을 지급하라
미국에서 노동자 2명이 허공에 높이 매달린 안전망 위에서 작업하는 것을 거절한 일이 발생했다. 이전에 여러 명의 노동자가 그 안전망 위에서 작업하다 추락했고, 바로 열흘 전에도 한 명의 노동자가 추락 사망했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이 노동자들에게 징계와 감봉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징계가 무효이며, 이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한 기간의 임금도 소급하여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동자들이 거부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작업을 하는 대신 할 수 있는 안전한 작업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소에서 시간에 쫓기며 위험한 일을 해야 하고, 일터가 자주 바뀌어 산업재해 발생에 취약한 돌관팀(조선소의 초단기 작업팀) 일용직 노동자들은 아무리 위험해도 일당이 날아가니 작업중지권을 쓸 수가 없다. 위험작업 중지에 따른 사업주의 의무와 부담이 강제된다면 임금 손실 위협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는 노동자에게 조금은 힘이 되지 않을까.
 

독일

사업주에게는 안전 배려 의무가 있다
독일에서는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에 근로계약을 맺을 때, 사업주에게 안전 배려 의무가 부여된다고 본다. 노동자를 고용해 일을 시킬 때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주가 이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노동자를 위험에 노출시키면, 노동자는 노동을 거부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사업주의 최소한의 안전 배려 의무다. 법률이 규정하는 최소한의 안전 배려 의무도 하지 않은 채, 위험 상황에 노동자를 내모는 것은 균형 있는 계약 관계라고 보기 어렵고, 제대로 된 근로 계약이 아니니 작업을 거부할 수 있다. 이런 접근은 사업주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고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작업중지 이후 발생한 사고에는 더 무거운 책임을
프랑스에서는 위험 때문에 작업이 중지되면, 사용자는 상황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일 작업중지가 보고된 후에도 사용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향후 이러한 위험과 관련하여 발생한 모든 사고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고’로 간주되어 피해 노동자에게 더 높은 금액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또 프랑스에서는 사용자는 노동자가 위험작업을 중지하기 전에 공식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거나, 중지권을 전반적으로 제한하는 내부 규정을 둘 수 없다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에 비해 금속노조 산하의 대기업노조 단체협약에서도 ‘작업중지의 예외가 되는 사례’가 여전히 명시돼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캐나다

작업중지 절차의 명시
캐나다 노동법은 작업을 중지한 ‘위험’에 대해 노사 간의 판단이 다르더라도, 노동자의 작업중지 결정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동의할 때에만 번복할 수 있다. 즉, 노동자가 위험하다고 생각해 작업을 중지한다면, 사용자는 위험하지 않다고 우기더라도 작업 재개를 강요할 수 없다. 한국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사업주의 일방적인 판단에 따른 작업 재개와 이후 징계나 고발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다.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다는 통보를 받으면, 사용자는 즉시 노동자의 입회하에 상황을 조사한다. 조사 결과 사용자는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사용자의 조치 결정에 노동자가 동의할 수 없다면 노동자는 계속해서 작업을 중지하고, 작업장보건안전위원회가 조사를 한다. 이 조사 결과에도 노동자가 동의할 수 없다면, 이번에는 노동부에서 개입하여 조사한다. 노동부의 조사가 진행될 때까지도 노동자는 계속해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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