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사회운동
  • 2016/10 제21호

인천지하철 2호선, 시민 안전이 위험하다

  • 이은주 의사·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인천지하철 2호선(이하 ‘인천2호선’)이 지난 7월 30일 개통됐다. 원래 2006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IMF 외환위기 이후 자금 문제로 유보되다가 중전철에서 경전철로 축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10년 늦게 개통된 것이다.

시민들은 기다리던 인천2호선 개통 소식을 반겼지만 이내 실망과 불안을 느껴야 했다. 2호선이 개통 첫날 6차례 운행이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사고를 내며 ‘고장철’이라는 부끄러운 별명을 얻었기 때문이다.

결국 인천2호선은 개통 9일 만에 특별안전점검을 받았다. 그 결과 안전요원 교육 부족, 예비부품과 장애 원인규명을 위한 툴(tool) 미확보 등 기본 준비조차 하지 않은 채 개통을 강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안전 부분에서만 총 29건의 문제점이 발견된 것이다.
 


개통날짜에 끼워 맞춘 졸속 시운전

시운전은 지하철을 개통하기 전 충분한 준비가 됐는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점검하는 것이다. 하루에 수십만 명을 운반할 지하철의 안전을 점검하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그러나 인천2호선은 29개의 문제점을 안고 그대로 개통됐다.

조사 결과 인천교통공사가 정해진 개통일에 억지로 맞추기 위해 시운전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다른 무인지하철의 시운전 기간을 살펴보면 김해경전철 135일, 용인경전철 90일, 부산지하철 4호선 84일, 대구지하철 3호선 80일이었다. 그에 반해 2호선은 고작 40일로 매우 부족했다.

게다가 인천교통공사는 시운전에 대한 자료 공개마저 거부하고 있다. “개통 승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개통 후에 공개하겠다고 했다니, 시운전 결과가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각종 안전사고가 우려됨에 따라 인천시의회는 계속해서 시운전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인천교통공사는 자세한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입찰과정에서부터 특혜 의혹

사실 2호선은 시작부터 의혹 투성이였다.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입찰 과정에서 현대로템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시철도건설본부는 현대로템과 6142억 원에 차량운행시스템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국토해양부가 분석한 정당한 추정 가격보다 606억이나 더 많은 금액이다. 게다가 도시철도건설본부는 84량을 기준으로 추정 가격을 산출하고는 계약을 체결할 땐 74량으로 했다. 현대로템이 비용 절감을 위해 차량수를 줄이고 속도를 높여 배차 간격을 맞춘 것을 도시철도건설본부가 그대로 받아 준 것이다. 

입찰 과정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세금이 반복적으로 낭비되고 말았다. 감사원이 이를 지적하고 대책을 요구했지만 인천시는 예산환수조치, 담당자 징계 등 어떠한 책임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차량 10대가 부족해지면서 배차간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주행속도를 높이고 정차시간을 줄여야 한다. 2호선과 같은 철제 차륜형은 최대속도 시속 70km가 일반적이지만, 현재는 배차간격을 맞추기 위해 일부 구간에서 시속 80km로 달리고 있다. 이는 급출발, 급제동, 짧은 출입문 개폐 시간으로 이어져,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과 대처 미비 

2호선의 여객수송 예상 인원은 1호선과 비슷한 하루 26만 명 수준이다. 하지만 2호선은 중전철인 1호선보다 작은 경전철이고, 2량 1편성으로 8량 1편성인 1호선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1호선과 전동차 1량의 길이는 비슷하지만 출입문 개수는 3개로 더 적다. 따라서 열차 승·하차 시 극심한 혼잡이 예상된다.

이에 무인 역사, 무인 승무를 주장하던 인천교통공사는 역사마다 역무원 1인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2호선은 경전철임에도 불구하고 중전철 이상의 수요를 담당하고 있다. 배치된 인력으로는 비상사태 발생 시 대처능력이 떨어져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현재 고용 인원 388명은 인천시가 용역 발주해 인천발전연구원이 제시한 적정인력 491명에 한참 못 미친다. 심지어 인천교통공사는 차량기지관리 등 4개 분야를 위탁 운영해서 전체 인력의 22퍼센트를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지난 8월 20일 2호선에 무단침입한 사람이 있었지만, 승객이 신고하기까지 인천교통공사는 이를 파악하지조차 못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역무원 1명만 근무하기 때문에 출입 게이트를 지키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라고 해명하며 인력부족을 인정했으나 충원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인천교통공사는 지하철 운영에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만큼 효율적인 경영을 고려해 인력을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건설업자에게 수백억의 세금을 낭비해놓고 이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시민 안전을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적정인력 확보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인력이 부족하면 안전 수칙을 지키기도 어렵고, 과로로 인한 실수도 늘어난다. 2호선은 국내 다른 무인지하철에 비해 직원 1인당 수송 인원은 최대 7배 많고, 운행거리당 직원 수는 절반에 불과하다. 현재 2호선의 인력 부족은 1역사 1인 근무로 인한 식사시간 미확보, 퇴근시간 지연으로 휴식부족, 교육 부재로 인한 업무 능력 저하, 점검시간 부족으로 인한 겉핥기식 점검 등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양산하고 있다.

인력 부족은 사고 발생 시 대처능력도 떨어뜨린다. 대구지하철 화재 당시 1079호 기관사는 제대로 연락을 하지 않고 현장조치만 했다는 이유로, 1080호 기관사는 현장조치를 안 하고 연락만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

사고가 난 위급한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운전실에서 사령실과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고, 현장에 가서 불도 꺼야 하며,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일도 해야 한다. 이 모두를 한 사람이 감당할 수는 없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2호선에서는 언제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윤보다 안전을!

현대중공업, 삼성반도체, 세월호, 구의역 참사 등 기업의 이윤을 노동자·시민의 안전보다 우선한 결과, 한국은 산재 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올해도 산재·안전 사고는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인천2호선의 건설·운영 과정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또다시 큰 사고가 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시민들에게는 ‘고장철’을 만들어낸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 그리고 현대로템에게 책임을 묻고 문제 해결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인천시에는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

인천시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인천2호선 운행을 즉각 중단하고, 안전 진단을 통해 문제를 보완한 후 운행을 재개해야 한다. 또한 열차와 역사에 충분한 안전 인력을 배치하고 부족한 차량을 증설하여 시민 안전을 확보해야 하며 현대로템에 대한 특혜 의혹 조사와 책임자 처벌도 필수다.

구의역 참사는 열아홉 꽃 같은 청년의 희생으로 우리 사회에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지하철을 타는 많은 시민들이 애도하고 추모했지만, 정작 변화는 더디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모순이 인천에서 반복되고 있다. 반성과 정정이 없다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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