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사회운동
  • 2017/03 제26호

삼성왕국 해체, 지금이 타이밍이다

  •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운영위원 황수진
ⓒ민중의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433억 원의 뇌물,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청문회 위증 등의 혐의다. 삼성그룹 창사 79년 만에 총수 구속은 처음이다. 천만 촛불의 쾌거다. 

우리는 지금까지 열여덟 차례에 걸친 광장 촛불로 사회의 어둠을 밝혔다. 갈팡질팡하던 국회를 움직여 박근혜 탄핵을 가결시켰고, 김기춘을 비롯한 국정농단 부역자 일부를 구속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유전무죄 관행을 깨고 우리 경제 최고 권력자 이재용을 구속시켰다. 

물론 이재용 구속은 우리의 최종목표가 아니며, 재벌적폐 청산의 시작일 뿐이다. 국정농단의 물주이자 몸통인 재벌권력에 이제야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와 검은 거래를 일삼은 재벌은 ‘박근혜 체제’의 공동 주연이었다. 광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재벌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핵심 문제다.
 

국민들이 치른 대가 돌려받자

이재용이 최순실-박근혜에게 뇌물을 바쳐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나? 경영권 세습과 노조 문제에 대한 청와대 협조였다. 로비를 했다는 건 합법·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삼성왕국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이 치른 대가를 이제는 돌려받아야 한다.

우선, 불법적 경영권 세습을 결코 용인해선 안 된다.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발행 사건, 2002년 대선개입 사건, 2007년 대선후보 불법정치자금 사건 등 삼성은 주기적으로 헌정을 유린했다. 모두 경영권 승계와 직간접적 관련이 있다. 이번 게이트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손댔지만 유죄판결을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삼성은 고액의 변호사들을 고용해 빠져나가려 할 것이고, 재계와 보수세력은 경제위기를 이유로 면죄부를 주장할 것이다. 제대로 처벌받게 하려면 이번에야말로 시민들이 끝까지 감시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 손해액을 돌려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이재용은 8조 원 이득, 국민은 6천억 원을 손해 봤다. 

한편, 노조 활동 보장이 필요하다. 익히 알려져 있듯 삼성은 노조 탄압을 일삼았다. 이번 게이트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권력의 협조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오죽하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두 명이나 노조탄압에 항거해 목숨을 끊었겠는가. 

삼성과 관련된 노동자는 원·하청과 간접고용을 통틀어 100만 여 명에 이른다. 삼성은 수직적 하청구조를 통해 이익은 위로 집중시키고,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해 노동자들을 극단적으로 착취해왔다. 하청구조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노동자들은 무권리 상태다. 작년 삼성전자 하청공장에서 메탄올에 중독되어 실명한 파견노동자들처럼 말이다. 이러한 착취구조를 뒷받침 해온 것이 무노조 경영이다. 삼성의 이윤독점과 독단을 견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노조활동 보장이다. 
 

삼성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다

 
비정규직 양산, 소득 격차, 무노조 경영, 원·하청 불공정거래, 중소기업 죽이기 등 노동자 서민을 괴롭히는 경제 문제 중 재벌과 연관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범죄를 중단시키고 처벌한 다음에는 재벌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촛불이 끈질기게 해나가야 할 과제다. 

첫째, 이재용 없는 삼성은 가능하다. 이재용은 삼성그룹을 책임질만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했을 뿐더러, 헌정을 유린한 범죄자다. 족벌 경영을 위해 기업집단을 재생산하는 것은 국민 경제에 해가 될 뿐이다. 이재용의 불법 경영권 세습을 막자. 

둘째, 국민들이 삼성을 통제하자. 따져보면 삼성그룹은 탄생부터 박정희 정권의 각종 특혜 정책을 받았다.  노동자 의 피땀으로 만든 삼성을 이씨 가문이 사유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분은 1퍼센트도 되지 않으며 이건희 지분을 합법적으로 상속해도 직접적 지분은 4퍼센트 내외, 계열사 우호 지분이 4~9퍼센트 정도다. 현재 삼성전자의 단일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총수일가 지분을 합친 것보다 두 배 많다. 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청와대와 정부의 외압 하에서 족벌경영의 거수기 역할을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셋째, 노동자를 위한 삼성, 노동조합이 존중되는 삼성을 만들자. 전체 노동자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삼성 무노조 경영의 그늘에 시달리며 착취당하고 있다. 이것부터 바꾸자. 하청노동자에게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노조가 늘어날 수 있다. 나아가 간접고용을 남용하는 기업을 규제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최저임금 1만원과 노동시간 단축을 현실화하자. 

이재용이 구속된 바로 지금, 삼성왕국 해체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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