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특집
  • 2017/06 제29호

노무현 정부 초기 노동정책 어땠나

  • 배일훈

‘노동자의 벗’?

2002년 노무현은 “노동자의 벗, 서민의 친구”가 되겠다는 약속으로 노동자들의 표를 얻었다. 그는 대선후보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개혁적·민주적이고 노동친화적 성향을 띤다고 평가받았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경찰폭력에 의해 사망한 노동자의 사인규명 활동을 하다 구속되고, 변호사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 때문이었다.

당선자 시절에 그는 민주노총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다. 파격행보였다. “민주노총이 진지하고,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협상할 수 있는 상대가 되었으면 한다”던 노무현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2003년 2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다. 3월,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다 분신사망한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투쟁에 노동부 장관이 중재에 나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4월, 두 달 넘게 무단협 상태에서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던 철도. 노무현 정부의 본질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던 이 단체협약에서 전향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기도 했다. 5월, 화물연대 파업에서 노정합의가 이뤄지기에 이른다. 이 시기 노(사)정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겠다던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두드러졌다.
 

노정관계의 파국

‘친노동’ 행보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집권 초기 4개월을 제외하면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었다. 2003년 6월 이후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는 ‘불법파업 만능주의’, ‘부패·비민주·폭력집단’, ‘노동운동의 위기’, ‘노동귀족’, ‘집단이기주의’, ‘국가경쟁력 잠식’ 같은 언사까지 동원하며 노동조합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애초에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라는 것이 신자유주의적 노동신축화를 무리없이 진행하기 위한 노동운동에 대한 적극적 포섭 전략이었을 뿐더러, 자본과 보수 세력의 경제위기 이데올로기 공세를 버티지 못한 것도 정책 기조 변화의 이유였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라는 정책기조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전환되었고 정책 및 인사, 업무소관에 있어서도 변화가 이뤄진다. 조흥은행노조 파업과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엄명하면서부터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라는 기조는 막을 내린다. 6월 철도노조 파업에서는 노무현 정부 들어 최초로 공권력이 투입되어 폭력적으로 강제 진압되었다.

9월 발표된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로드맵)은 ‘노동통제’ 정책이었다.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 노동조합에 불리하게 작동했던 기존의 제도를 바로잡는 개혁정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법적 근거도 없는 ‘사용자 대항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려 했다. 공익사업장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 사업장들의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하는 한편, 쟁의행위의 합법·불법을 불문하고 직장폐쇄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고는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은 올해 최소한 방향을 제시하고 노사 간 합의가 안 되어도 추진하겠다”며 밀어붙였다. 노정관계는 파국을 향해 달렸다.
 
 

열사정국

8월 구사대의 폭력으로 세원테크 이현중 사망, 9월 농민 이경해 할복, 10월 한진중공업 김주익·곽재규 자결과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이용석 분신, 11월 세원테크 이해남 분신 … 하반기에는 노동자민중의 죽음이 이어졌다. 이른바 ‘열사정국’이었다. 수많은 주검들이 “노무현 대통령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이 나라의 노동정책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의 유서) 라고 절규했다. 그러나 노무현은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자살로 인해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화답했다.

노동운동 탄압에서도 노무현 정부는 이전 정부에 뒤지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기에는 각각 연평균 126명, 178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다. 이에 비해 2003년 한해에만 196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고, 이듬해에는 그 숫자가 337명으로 껑충 뛰었다.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2003년 10월 31일 기준으로 총 574억 원, 가압류 금액은 총 781억 원을 훌쩍 넘겼다. 손배가압류 역시 노동자들을 협박하여 투쟁을 제압하려는 것이었다. 노동운동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깊어졌다. 그리고 11월, 민주노총은 격렬한 거리투쟁에 나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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