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글
- 2017/07 제30호
세월호 그리고 ‘오늘보다’
작년 말까지 세월호 참사 조사를 하던 나는, 올해부터 월간 《오늘보다》의 편집진으로 합류했다. 6월 말, 다시 세월호 조사의 세계에 잠시 다녀왔다. 해외 재난연구자들이 한국에 모여 세월호 참사와 특조위의 사례를 듣고 검토하는 2박 3일의 워크숍이 있었기 때문이다.
워크숍 이후 재난조사의 경계·범위의 문제를 생각한다. 재난조사의 역사에서 재난조사의 경계 설정은 중요한 쟁점이다. 초기에 기술적인 원인이나 잘못된 사람만을 지목하던 조사는 점차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원인, 피해자의 회복 문제까지 그 범위를 넓혀왔다.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는 이 경계를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게 확장해버렸다.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를 이야기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생겨났다가 1년여 만에 종료된 특조위에 시민들은 수많은 염원을 투영했다. 이 참사와 관련해 더 많은 책임자를 처벌하기를, 안전한 사회를 위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기를, 더 나아가 이 사회의 모든 부조리를 밝혀주고 해결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비이성적 대처와 집요한 방해로 인해 세월호 특조위는 좌초했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해외 참가자들은 한국 참가자들에게 한참을 물었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제 정치적 상황이 바뀌었으니 2기 특조위는 성공할 수 있는가? 파견공무원의 조사 지원과 다른 국가기관의 협조는 분명 전보다 나아질 것이다. 예전 재난보고서를 제본해서 보겠다는 고작 40만 원짜리 기안을 몇 번이나 반려하며 괴롭히는 일 따위를 이제 상상이나 하겠는가.
그러나 특조위에 대한 구조적·내부적 평가 없이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나는 사고조사의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하지 못한 점, 의문사 등 기존의 국가폭력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의 사회적·정치적 책임을 물으려 한 점을 패인으로 지적하고 싶다.
촛불이 만들어 낸 정권 초기, 대통령의 지지율은 70~80퍼센트를 오가고 새 정권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작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사회의 객관적 조건에 대한 분석을 게을리 하는 알리바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조건이 달라졌고 어떤 것이 그대로인가? 그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강력한 기대심리는 진영논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인상 시기에 맞춰 사회적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왜 기다리지 못하느냐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역사관에 우려를 표하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했던 역사학자들이 식민사학자로 둔갑했다. 이런 방식으로 얻어지는 변화라면, 우리는 그 변화를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나는 의문스럽다.
쉽게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경계하되, 쉽게 비관하며 실패를 기다리듯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역량의 정도, 객관적 조건으로 인한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혁운동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글과 말로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오늘보다》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