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평등
- 2017/08 제31호
이주민 기본권 확대 개헌안 반대하는 우익들의 무슬림 혐오
지난 1월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가 출범해 올해 안에 개헌안 도출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몇 개월간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8월 29일부터 9월 28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는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개헌특위 회의록과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주민의 권리를 일부 개선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해 외국인·무국적자에게도 거주이전, 종교,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현행 차별금지 사유에 ‘언어, 인종’ 등을 추가하는 것과 망명권 신설에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안전한 한국을 위한 개헌 국민회의(준)’이라는 우익 단체가 이에 반대하며 ‘외국인 기본권 확대 개헌안의 문제점’ 국회포럼을 오늘(8월 28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개최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주민, 특히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편견, 적대감을 조장하는 주장들로 가득하다.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이런 인종차별적인 포럼에 바른정당 대표 이혜훈, 국민의당 의원 조배숙, 자유한국당 의원 성일종(개헌특위 위원이기도 하다)이 축사를 하러 온다는 것이다.
이들은 헌법에 망명권이 신설되면 “유럽처럼 매년 수십만 명의 무슬림이” 몰려올 것이고 그 중에는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섞여 들어올 것처럼 주장한다.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것이다.
이는 악의적인 거짓선동이다. 최근 유럽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의 범인들은 새로 유입된 난민이나 이민자가 아니라 대체로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자 2, 3세들이다. 이민자들이 그 사회에서 오랫동안 받아 온 인종차별과 그로 인한 빈곤 등이 그들 중 일부가 테러로 이끌리기도 하는 진정한 원인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들이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 등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이슬람을 악마화 해온 것이 인종차별을 더욱 부추겨왔다는 점도 봐야 한다. 결코 무슬림 유입이 테러를 낳는 것도, 이슬람이 특별히 호전적인 종교인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테러 위협이 높아졌던 때는 한국 정부가 무고한 사람들을 커다란 고통에 빠트리고 수많은 난민들을 양산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하고 한국군을 파병했을 때였지 단순히 무슬림이 늘어나서가 아니었다.
강대국들의 군사적 개입은 유럽에 난민이 급증한 원인이기도 하다. 유엔난민기구가 발표한 ‘2016년 글로벌 동향 보고서’를 보면 시리아(1천2백만 명, 1위), 아프가니스탄(4백70만 명, 3위), 이라크(4백20만 명, 4위) 등 미국·유럽·러시아 등이 개입한 국가들이 주요 난민 발생국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전쟁들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했던 한국 정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난민 사태에 책임이 있는 강대국들이 수용한 난민은 전체 난민의 2.7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난민 발생국에 인접한 국가들에 훨씬 많은 난민들이 수용돼 있다. 한국도 난민 수용에 극도로 인색해 지난해 난민 인정률은 고작 0.8퍼센트에 불과했다. 정부는 난민 인정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한편, 포럼 주최 측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무슬림에게 특권을 주고 내국인을 역차별하는 것이라는 식으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무슬림 혐오 등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내국인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예컨대 지난 2015년 파리 참사가 벌어진 직후 정부는 항공편으로 들어온 시리아 난민 2백 명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테러 관련 혐의가 있다며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4명을 체포했다. 물론 뚜렷한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이용해서 제2의 국가보안법으로 불리는 테러방지법 제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밀어붙였다. 테러방지법은 이주민들을 억압할 뿐만 아니라 내국인의 민주적 권리들도 제약하는 악법이다.
물론 지금까지 논의된 개선안들이 개헌안에 반영되더라도 이주민의 권리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을 수 있다. 예컨대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고통에 빠트리는 핵심 원인 중 하나인데, 기본권의 주체를 외국인·무국적자까지 확대하더라도 직업의 자유는 제외한다고 알려져 있다(선거권과 피선거권, 공무담임권,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제외된다).
그러나 이런 제한적인 개선조차 반대하며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시도를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단지 무슬림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와 여성 등의 권리도 공격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결집을 위해 소수자와 차별받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행태는 즉시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