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교육
- 2018/04 제39호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투쟁은 전교조에서 시작해야 한다
여전히 논란 속에 있는 전교조의 방침
지난해 7월 20일,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요구한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전기련)의 기자회견은 전교조 내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그동안 전기련의 활동이 기간제 교사 차별시정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전기련의 갑작스런 요구에 당황한 것이다. 또한 전교조 내부에서는 교원노조를 둘러싸고 교원노조가 교육운동과 노동운동 사이에서 어디에 강조점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견들이 있었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곧바로 응답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출된 중집안은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모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반대한다.”였다.
중집안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반대 입장과 찬성 입장이 적당히 절충된 입장이었다. 노동자운동 진영은 전교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한다며 실망했고, 보수언론은 전교조마저 기간제교사 정규직화에 반대한다고 요란하게 선전했다. 사회진보연대 교육운동팀도 《오늘보다》를 통해 전교조의 중집 결정은 소극적이고 애매한 입장이므로 전교조가 나서서 기간제교사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오늘보다 33호. <전교조는 기간제 정규직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교조 중집안을 곧바로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입장’이라 볼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전교조 상태를 솔직하게 반영하는 입장일 뿐이다. 중앙집행위나 일부 지회장급의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기층 조합원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기층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기간제 교사가 자신의 동료이기보다는 임용고시생의 일부로 보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즉 임용고시생이 불합격하면 잠시 일하는 자리가 기간제교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면 다른 임용고시생들에게 불이익이 되는 부당한 일로 받아들인다.
전교조 내 기간제교사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왜곡된 인식을 해결하지 않고서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온전히 외칠 수는 없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월 제78회 전교조 전국대의원대회(이후 대대)에서 13명의 대의원들이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대한 전교조 방침 변경안을 제출했다. 결과는 ‘기간제 교원 정규직화에 대한 전교조 방침 변경안’에 대한 ‘무기연기동의안’이 대의원 238명 중 184명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대대에서 제안된 전교조 방침 변경안은 대의원들이 찬성하기 어려운 안이며, 발의안의 찬·반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 기간제 교사들이 고용안정 및 정규직화를 위해 한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게 만드는 효과도 낳을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전교조는 계속해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반대한다’고 선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의 걸림돌은 전교조 중집의 결정 내용이 아니다. 기간제 교사 모두가 정교사가 되면 예비교사들의 입직을 가로 막는다는 반대여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또한 기간제 교사 운동이 성숙하지 못하고, 전교조 내에서도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대한 방안 모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조건에서 전교조 방침만 변경된다고 해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필요한 일은 기간제 교사를 대대적으로 조직하고 정규직화 방안을 만들어 싸우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화 방안을 모색하여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기간제 교원의 정규직화가 불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비교사의 입직을 막는 일도 아님을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일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우선 전교조 내 ‘기간제 교사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학교 비정규직 특별위원회’로 대체할 수 없다
얼마 전 전교조기간제교사모임에서는 전교조에 ‘기간제 교사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아직도 논의 중이나 일각에서는 ‘기간제 교사 특별위원회’ 보다는 ‘학교 비정규직 특별위원회’(이하 학비특위)를 설치하고 여기에 기간제 교사 분과를 두자는 입장도 있다.
‘기간제 교사 특별위원회’(이하 기간제 교사 특위)는 교원노조에서 기간제 교사가 조합원 대상임에도 비정규직 교원에 대한 사업을 소홀히 하고 적극적으로 조직하지 않은 반성에서 출발한다. 또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방안을 연구하며, 전교조 운동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을 생산하는 기구다.
그러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따로 속해 있는 노조가 있으며, 각 노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실천을 독자적으로 진행한다. 필요하다면 전교조에서 관련 노조와 함께 연대 실천을 위한 단위를 꾸리면 될 것이다.
즉, 기간제 교사 특위는 학비특위로 대체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기간제 교사 특위보다 학비특위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기간제 교사 운동은 전국기간제교사노조에서 실천하고 전교조는 학교비정규직 모두를 아우르는 실천을 하자는 것 아닌가. 그러나 ‘전교조 안’이야말로 기간제 교사 운동이 전개되어야 할 곳이다.
전교조기간제교사모임의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방안
2월 24일, 전교조기간제교사모임에서 주최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방안’ 토론회가 있었다. 여기서 제출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방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초등의 경우 자격증 소지자 모두를 국가에서 책임발령한 후 필요 시 발령대기자가 기간제 교사를 할 수 있게 하라.
▲ 중등 사립학교의 경우 휴직 대체 자리 외 2년 이상 근무한 교사에 대해서는 즉시 정교사화하라.
▲ 중등 공·사립을 막론하고 휴직 등 대체직은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기간제 교사를 직접 채용하고, 학교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 하는 ‘(가칭) 대체전담교사제도’를 도입하라.
▲ 장기적으로 교원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려 대체전담교사들과 정교사들의 노동조건을 동등하게 하고, 적체된 예비교사의 교직 진출을 확대하라.
이중 핵심은 ‘대체전담교사제도’이다. 기간제교원 경력이 있는 사람 중 교직 희망자를 대상으로 시도단위 교육청에서 직접 채용하고 학교에 발령을 내는 제도다. 근무조건을 제외한 모든 처우는 정규직교사와 동일하지만, 당장의 근무조건은 지금처럼 1년 혹은 6개월 단위로 학교를 옮겨 근무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제안하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부분 기간제교사는 휴직 및 대체 결원자리에 복무 중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데, 당장 정교사로 전환하면 한 자리에 두 명의 교사가 생겨 휴직한 교사가 복귀할 자리가 없다. 둘째, OECD 상위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해서 교원정원을 확대하더라도 현재의 기간제교사 모두를 수용할 수는 없다. 또한 예비교사들이 자신들의 교직 입직에 대해 권리 주장을 하게 되므로 즉시 정교사화 방안은 교육주체들 간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간제 교사를 모두 정교사화하려면, 임용시험 제도를 없애야 가능하다. 이 또한 쉽지 않다.
대체전담교사제는 임용고시생과 기간제 교사 간 이해충돌을 최소화하면서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대체전담교사제도를 두고 같은 교사 내에서 직급을 분리하는 후퇴된 안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가 주로 맡아 왔던 휴직 대체 업무는 없었던 직급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원래 법령에도 존재하고 실제 기간제 교사가 해오던 업무에 관하여 정규직화하자는 방안이다. 즉, 다른 곳처럼 사업장 하나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의 직급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사업장인 학교를 계속 옮겨 다니는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화하는 안이다. 보통의 사업장에서는 휴직자가 발생하는 경우 정규직이 배치되어야 하겠지만, 중등 교원의 경우는 다르다. 교과 간 장벽이 존재하고 학교라는 사업장 자체가 수십명 단위의 소규모로 분산되어 있다. 교육주체들의 동의를 얻기 힘든 모든 기간제 교사를 당장 정교사화하라는 요구보다 대체전담교사제가 더 합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간제교사 운동은 전교조에서 출발해야 한다
1998년 IMF 경제위기 당시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는 비정규직 확산의 결정적인 계기였다. 국가와 자본은 이를 통해 노동자를 분할하고 착취를 강화하려 한다. 여기에 맞선 노동자 계급의 단결이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법이다.
그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을 위한 공동투쟁은 많이 시도되었고 때로는 성과를 거두기도, 때로는 노동자 간 갈등으로 치닫기도 했다. 특히 최근 여러 곳에서 정규직 노동자의 이기적이고 실리적인 입장이 문제가 되었다. 노동자운동은 이를 비판해야 하지만, 반(反) 경향으로 형식적인 비정규직 노조 설립만 외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노동자 분할 전략에 공동으로 맞서기보다는 상호 갈등을 확대하거나 적대적인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운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의 형성과 단결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신뢰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기간제 교사 운동이 전교조 안에서 전교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