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여는글
  • 2018/08 제43호

최악의 더위, 1994년

  • 이준혁
덥다. 1994년 이후 최악의 기상이변이란다. 귀에 꽂은 팟캐스트에서는 “기상이변은 평상시 기후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야 하는데 기후는 30년이 기준”이라고 한다. 94년으로부터 30년이 채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 기상이변은 아닐 수 있다며 웃는다. 재미야 있는 말이지만 숨이 막힐 것 같은 퇴근길에 위로 따윈 되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몇몇 독자들에게 94년은 기억에 없는 해일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였다)에 입학한 것 말고는 94년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설사 기억이 선명하신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부러워하지 말지어다! 그만큼 인생의 관록을 얻으신 분들이니!)

그래서 94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검색을 해보았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는 드라마가 전파를 탔단다. 뭔가 떠오를 것 같지만 모르겠으니 패스. 영화 <라이온 킹>도 개봉했다. ‘나주평야~ 발발이 치와와~’로 시작하는, 오프닝이 압권인 영화다. 지금까지 스무 번은 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94년을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해로 기억한다. 말년에 이르러 그는 남북통일과 북한의 개방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했다.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되고 비핵화 논의와 남북 수교가 이야기되었다. 그러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며 북핵 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순풍과 돌풍이 반복되는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까지 성사될 뻔 했으나, 7월 8일 김일성이 세상을 뜨면서 무산되었다.

그 후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최악의 식량위기를 겪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북한 사회는 그 상처를 조금씩 극복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도 만났고 경제 개발도 할 거라는 얘기도 들린다. 과연 북한 사회에게는 꽃길을 걸을 일만 남은 것일까. 이번 《오늘보다》에서 감히 북한의 앞날을 전망해보았다. 비핵화 협상부터 경제 발전에 대한 전망이 그것이다. 북한의 노동조합 운동에 대해서도 나름의 조사와 진단을 실었다.

아직 개방의 ‘ㄱ’도 시작 안 했는데 너무 삐딱하게 보는 게 아닐까도 싶다. 하지만 마냥 잘 될 거라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찌는 폭염에 저녁 되면 시원해질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기보단 손 선풍기라도 챙기는 게 도움이 되듯 말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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