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2021 봄. 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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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과 노동조합 국제주의

이탈리아의 사례

살보 레오나르디, 미모 카리에리 | ETUI, 유럽노조연구원
번역: 김진영(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


역자 해설

유럽의 노동조합과 정당 간 전통적인 동맹관계는 몇 가지 계기를 통해 약화되었다. 첫 번째는 사민주의 경향의 동맹 정당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이다. 두 번째는 공산주의 경향의 동맹 정당의 약화, 해체, 전환이다. 세 번째는 서로 다른 이념적, 정치적 지향을 지닌 노총 간 공동행동이다. 유럽 주요국의 노동조합과 정당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다음 표와 같다. 현재 상황을 보면 노동조합과 정당이 공식적 관계를 유지하는 사례가 오히려 소수로 보인다. 

이 글이 다루는 이탈리아의 경우는 모든 계기가 결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산당과 강력한 연계를 맺었던 이탈리아노동총연맹(CGIL)은 이미 1970년대 3대 노총(CGIL, CISL, UIL)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정당 지도부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렇지만 공산당과 직간접적 연대관계는 분명히 존재했으나, 1990년대 공산당의 해체, 전환은 또 한 번의 계기점이 되었다. 공산당이 해체, 분열하여 다수파가 좌파민주당으로 변신하고 소수파가 공산주의재건당으로 집결했다. 이런 조건에서 노총은 양자택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곤란한 상황에 빠졌는데, 그럴 경우 노조 운동 내부에서 분열이 발생할 우려 때문이었다. 나아가, 그 후 좌파민주당은 미국 민주당을 모델로 하여 아예 당명에서 ‘좌파’도 빼고 민주당으로 재변신했고, 반면 공산주의재건당은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점점 더 힘을 잃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노총과 정당의 연계는 점진적으로 해체되었다. 
 

전후 이탈리아 정당체계의 양대 축이던 기민당과 공산당의 해체, 분열, 전환은 새로운 포퓰리즘 정당이 급부상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런 조건이라면 노동조합 역시 정치적으로 아무런 유의미한 역할도 할 수 없는가? 이 글의 저자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분명하게 주장한다. 저자는 노동조합 가입 여부가 조합원들의 정치적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조합원들이 우파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내는 노조의 역할이 아직 유효함을 최근 선거 결과들을 통해 보인다. 노동조합은 분명히도 특정한 이념과 가치를 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이 조합원들과 함께 쌓아올린 정치적, 문화적 전통이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조합원 중에서 포퓰리즘 정당에 투표하는 비중이 장기적으로 상승했다는 사실은 분명하기에, 노동조합은 세계화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주민 문제와 유럽통합 문제에 대해 확고한 윤리적 기준과 정치적 전략을 세우고, 조합원에게 더 설득력이 있는 논리를 제공함으로써 이주민과 계급적 연대를 실현하고 대안적인 유럽통합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역자가 보기에는 저자의 오성운동에 대한 평가가 다소 모호한 듯하다. 오성운동이 노동조합 조합원 전체에서, 특히 CGIL 조합원 층에서 높은 득표를 기록한 것을 두고, 조합원의 극우정당 지지를 막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좌파의 확장을 저지하는 이중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데, 저자는 이 중 극우정당 지지 저지에 방점을 찍는 듯하다. 그러나 총선 후 오성운동이 바로 극우파 정당 ‘동맹’과 연정을 실행했고, 그 기간 동안 ‘동맹’의 인기가 상승했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이러한 평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은 아무래도 우파 포풀리즘보다는 ‘좌파’ 포퓰리즘에 더 취약할 수 있는데, 현재에는 ‘좌파’ 포퓰리즘과 ‘우파’ 포퓰리즘의 차이보다는 그 공통점이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글은 노동조합이 특정 좌파 정당과의 전통적 연계가 해체되었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정치적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셈인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출처: Leonardi S, Carrieri M (2020) Populism and trade union internationalism: the case of Italy. Transfer: European Review of Labour and Research 26(3): 271-288.

✽원 글이 실린 《트랜스퍼》(Transfer)는 유럽노조연구원(ETUI)이 발행하는 계간 저널로, ‘유럽노동연구리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유럽노조연구원은 유럽노조연맹(ETUC)의 독립적인 연구·훈련센터다. 유럽노조연구원은 설립 목적을 “대학, 학계 및 전문가 네트워크와 연계하여 습득한 전문지식을 통해 유럽 전역에서 노동자의 권익과 유럽연합 시민의 사회적 권리를 강화한다”, “사회·경제적 주제와 산업관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노동계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유럽연합 정책 개발을 감시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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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노동자계급, 노동조합 국제주의: 이들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나?

 
오늘날 세계의 광대한 지역, 특히 유럽의 현대 사회와 정치 체제는 20세기부터 내려온 오래된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는 엄청난 격변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때 결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분열, 예를 들어 계급이나 직업적 지위 같은 것이 설명력을 일부 상실하여, 더 복잡한 계층화와 관련된 새로운 자기정체성 형성에 길을 열어주었다. 젠더, 민족성, 종교, 문화, 생활양식과 같이, 전통적인 계급 패러다임과 재분배 갈등에 밀려 오랫동안 간과되어 온(Crompton, 1993) 다중정체성과 그러한 정체성에 대한 인정 투쟁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Crespi, 2004; Fraser and Honneth, 2007). 개인의 사회적 지위는 정치·투표 성향에 계속 영향을 미치지만,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개인화·사회화 과정으로 인해 복잡해진 길을 따라간다.

정치적인 차원에서, 이는 이미 1960년대에 진단되었고 선거제도 비교연구가 여전히 추적관찰하고 있는 계급적 선거행동의 해체(class dealignment)를 향한, 사회 집단의 멤버십과 선거 행위와 오랫동안 상관관계를 맺어온 연결고리의 침식에 반영된다(Arzheimer et al., 2017; Knutsen, 2006; Manow et al., 2018). 선거 결과의 변동성이 모든 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계급 투표가 감소하면서, 현 집권당의 단기성과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은 여론 투표(vote of opinion)에 힘이 실린다. 이는 또한 정치 주기가 단축되고 정부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경향성 없는 변동’(Evans, 2017; Manza et al., 1995)을 낳을 수 있다. [뚜렷한 경향성을 찾기 어려운 불규칙한 변동이 선거 결과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20세기의 위대한 정치 가문이라 할 수 있는 오래된 대중 정당들, 특히 인민당(기독교 민주주의 계열)과 사회민주주의자는 이미 다계급정당, 캐치올 정당(catch-all. 특정한 계급을 대표하는 대신 국민 전체를 포괄적으로 대표하고자 하는 정당)이란 접근을 받아들인 뒤 득표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보아왔다. 전후 정치체제의 양극화 계획은 이제 적어도 삼극(三極)의 체제로 대체되었다(Oesch and Renwald, 2018). ‘포퓰리스트’로 분류되는 층이 (때로는 극적으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일부 좌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극우파가 두드러진다(Rydgren, 2012).

이러한 모든 경향은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충분히 검증 가능하며, 실제로 다른 곳보다 이탈리아에서 일찍 일어났다(Finchelstein, 2017; Tarchi, 2019). 1990년대 초 오래된 정당들의 해체와 베를루스코니에서부터 그릴로, 렌치, 살비니까지 다양한 포퓰리즘의 출현이 있어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언론재벌이자 정치인으로 ‘전진이탈리아’를 창당했다. 언론 장악에 힘입어 이탈리아 총리를 3차례 맡은 인물이다. 베페 그릴로는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으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을 창당했다. 마테오 렌치는 2014~2016년 이탈리아 총리다. 민주당 대표였지만, 2019년 탈당하여 ‘생동하는 이탈리아’(Italia Viva)를 창당했다. 마테오 살비니는 반이민, 반유럽연합 정당 ‘북부동맹’ 대표를 맡아, 당명을 ‘동맹’으로 바꾸고 전국정당화했다. 오성운동과의 연립정부에서 부총리를 맡았다.] 

2018년 3월부터 14개월 동안,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설립국 중 첫 번째이자 유일하게, ‘동맹’과 ‘오성운동’이라는 포퓰리즘 정당들의 연정으로 통치되는 나라가 되었다. ‘동맹’(Lega)은 극우파다. 오성운동(M5S)은 혼성 정당, 크로스커팅(cross-cutting) 정당이다. [다양한 이념적 요소가 혼합되어 있고, 기존의 정치적 균열과 다른 균열선을 만들어 새로운 세력 구축을 했다는 뜻이다.]

투표 분석은 거의 모든 곳에서 포퓰리즘 정당의 성공 이면에 지난 몇 년 동안 치른 높은 비용에 좌절하고, 오랫동안 그들의 요구와 주장을 대변했던 친노동 정당들이 남긴 정치적 공백에 환멸을 느낀, 광범위한 부문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의 지지가 있었음을 드러낸다. 세계화의 패배자들에게, 오늘날의 사회민주주의는 분배 갈등과 불평등 증가를 성공적으로 다룰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문화주의와 소수민족 권리, 페미니즘, LGBT, 환경주의와 같이 새로운 좌파가 지지하는 새로운 주제들은 특권층의 특권으로 비춰지고, 이에 대한 의심과 거부감이 커진다. 

이러한 요인들은 피케티가 부유하고 지적이며 국제주의적이지만 다소 반평등주의적인 ‘브라민(상류층) 좌파’와, 반평등주의적이고 거의 이민배척주의자인 ‘상인 우파’의 사실상 수렴으로 묘사한 다층적 엘리트를 형성한다. 이 각본에 따르면 ‘이탈리아 민주당’(PD)이 전자(브라민 좌파)의, ‘전진이탈리아’(Forza Italia)가 후자(상인 우파)의 표본이다. 포퓰리즘의 공식은 이러한 불만과 충족되지 않은 정치적 요구를 대변해주겠다고 제안하며, 코스모폴리탄 엘리트, 유럽연합의 관료주의, 이주민, 부패한 정치인들을 비난함으로써 지금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단순화된 해석을 부채질한다. 결과적으로 가능한 해결책은 민족주의, 전통주의, 권위주의, 외국인 혐오의 조합이 된다. 

이 모든 일에서 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용자 개인들은 대개 자신의 이익을 방어하는 데 더해서 가치와 이상 때문에 노조에 가입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도)좌파 정당에 더 가까운 경향성이 있어, 사실상 노조 조합원들은 그러한 정당을 선호하며 비조합원 평균과는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Mossimann et al., 2018). 오늘날 곳곳에서 노동조합은 사회·문화·정치적 측면의 퇴보를 겪고 있다. 오래 전부터 노동조합과 연결되어 있던 구 정당들은 소외된 계급에 대한 대표성을 버리고, 새로운 정당들이 자신들의 대의명분을 차지하도록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정당들은 구 정당들의 가치관과 목표, 즉 포스트계몽주의 휴머니즘과 보편주의, 진보주의, 계급 연대, 국제주의와 완전히 대조적이다. 여러 나라에서 관찰된 노동자들의 우파 포퓰리즘 지지는 구 정당들의 가치관 전부에 충돌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이탈리아 노동조합총연맹들의 진단은 다음과 같다. ‘유럽연합 전역에서 성장한 전국적인 반유럽연합,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적 포퓰리즘은 지난 10년 동안 광범위한 영역의 대중의 요구, 기대, 바람과 충돌하는, 무정부주의적 세계화와 근시안적이고 비겁한 유럽연합 정책의 상호작용에서 직접적으로 자라났다’(CISL, 2019). 그러므로 기술관료적 엘리트의 사회적 무관심과 우파 포퓰리즘의 독소적(毒素的) 민주주의 양자와 거리를 멀찌감치 두는 이야기 방식과 정책을 만들어내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이것이 지금까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 이탈리아 노동조합은 천백만 조합원의 정치적 선택과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민과 유럽연합 통합과 같은 핵심 쟁점에 대해서, 노조의 연대 정신과 국제주의가 노조 유권자 층 내에서 증가하는 개인주의, 민족주의와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가? 

이 글에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최근의 총선(2013~2019)에서 계급 기반 투표, 포퓰리즘 정당 및 노동조합 멤버십의 두드러진 단계를 스케치한다. 이어서 두 번째 부분에서는 이민, EU 통합, 초국적 협력 등 국제적 전선에 대한 이탈리아 노동조합의 정책들을 검토할 것이다. 최근 선거에 대한 자료와 설문조사 결과를 시작으로, 과거보다는 차이가 적더라도 여전히 조합원의 투표와 비조합원의 투표가 어떻게 다른지 보일 것이다. 이는 노조가 충분히 강하고 헌신적이라면 노동계 안에 존재하는 민족주의적 경향을 저지할 수 있다는, 상당한 잠재력을 시사한다. 

일터와 국제적 차원에서의 포괄적 연대는 사실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데 효과적인 이야기 방식과 정책을 짜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비록 모든 종류의 연대는 양면적 속성, 즉 (포괄과 배제 사이에서) 특정한 형태의 자기정체성과 ‘우리’와 ‘그들’이란 구별 짓기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지라도 말이다(Morgan and Pulignano, 2020). 노조의 가정은 오늘날 문제가 점점 더 국제적 기원에 따른 것이라면, 국제적 해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정치적 과제는 국제적 차원뿐 아니라 때로는 내부적 차원에서도, 협력과 공동의 집단행동을 통한 공동체 의식 형성이 어느 때보다 몹시 어려워진 힘든 시기에, 다시 한 번 보편적 가치와 배타적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전후 이탈리아의 계급투표 

 
국제 계급투표 연구에서,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정치적 분열, 유권자의 변동성, 낮은 수준의 계급적 선거행동(알포드 계급투표 지수)으로 특징지어져 왔다(Bellucci, 2001; Feltrin, 2010).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탈리아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화가 고르지 못하고 뒤늦었다. 강력한 지역 하위문화가 끈질기게 지속했다. 서구에서 가장 큰 공산당이 있었지만 냉전의 영향도 컸다.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취약했다. 종교적 균열도 영향력이 컸다. ‘기독교민주당’(DC, 기민당)과 같은 다계급 정당의 헤게모니가 오랫동안 지속했다. 노동조합 다원주의가 뚜렷했는데, 무엇보다도 두 번째로 큰 노총 ‘CISL’이 존재했다. 이들은 중도파 집권당[기민당]과 연계를 맺었다(Leonardi, 2006). 이런 이유들은 이탈리아(와 세계) 사회의 좌파로의 전체적 전환이 절정에 달했던 1970년대라는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육체노동자들이 결코 좌익에 투표하지 않았던 이유다. 

1990년대 초, [일명 ‘깨끗한 손’ 사건으로 불리는, 1990년대 이탈리아 정계 부정부패 척결 작업에 따른] 사법상 조사와 냉전 종식 사이에서 오래된 정당 체제가 붕괴되고 변이되면서, 새로운 동맹과 정치 지도가 생겨났다(Diamanti, 2003). 오래된 정치적 정체성과 소속이 약화되고 겹쳐졌다(De Benedictis and Magatti, 2006). 한때 중도파 기민당 유권자였던 이들이 분열했다. 기민당 좌파는 구 ‘이탈리아공산당’(PCI, 현 민주당)의 후계자들과 새로운 중도좌파로 통합되었다. 기민당 우파는 과거의 온건한 입장을 극단화하여, ‘북부동맹’(Lega Nord)을 지지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계 거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전진이탈리아’가 새롭게 탄생했다. ‘전진이탈리아’는 특히 새로운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특징 일부를 구현하고 예견하였다(Ginsborg and Asquer, 2011). 인격에 기반한 카리스마적인 리더십, 자수성가한 사람의 수사(rhetoric), 평범한 대중에 대한 직접적 호소, 반엘리트주의와 반지성주의, 민족주의적 수사, 경제적 자유주의, 개인주의적 쾌락주의, 대중 감시와 TV 광고·대중 언론 활용 등의 특징이다(Taguieff, 2002). 이러한 테마 중 일부는 베를루스코니의 극우 동맹자들(‘동맹’, 포스트파시스트)에 의해 더욱 극단화되었다(Allanza Nazionale; Fratelli d'Italia). 이들은 이민, 이슬람 종교, 공공질서, 유럽 통합에 대한 두려움을 부채질했다. 
 
2014년 10월,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이주민의) 침략을 멈춰라 – 우리나라 사람 먼저!”란 구호가 적힌 단상에서 연설하는 마테오 살비니 당시 북부동맹 대표.

늙어가는 베를루스코니의 긴 석양 속에서, ‘동맹’의 새로운 지도자 마테오 살비니는 이탈리아 우파를 이탈리아 공화국 역사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집단적 극단주의로 꾸준히 끌고 갔다. 노동자들, 특히 부유한 북부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쇼비니즘적[배외주의. 다른 사회집단에 대한 배척적·적대적 태도]이고 반이민적인 메시지들은 점점 더 많은 공감을 얻었다. 살비니가 국내의 빈곤한 지역으로의 재정 전달을 줄이고, ‘일자리를 훔치고’ ‘범죄를 저지르고’ ‘국가 정체성을 바꾸는’ 외국인의 ‘침략’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을 때가 그러했다. 슬로건도 많은 언어에서 악명 높게 대중화된 대로, ‘이탈리아인 우선!’이다. 

한편, 서구 좌파의 상당 부분이 수용한 포스트 사회민주주의 ‘제3의 길’을 따른 중도좌파(민주당, PD)의 형태를 제외하고는 정치적 좌파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1996년과 2006년 총선에서 승리했을 때 중도좌파는 공무원들과 연금 수령자들의 표를 끌어 모았는데, 이 유권자들은 모두 노동조합 조직률이 매우 높다. 1994년, 2001년, 2008년 선거에서 승리한 중도 우파는 기민당이 수십 년 동안 집권했던 부유한 북동부 지역의 자영업자, 장인, 중소기업 피고용자 사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다른 점은 갈등을 조정하는 중도파가 대체된 것이다. 가톨릭의 가치인 인간주의와 포괄적 연대를 따르는 온건 중도파를, 새롭고 광범위한 극단적 우파 연합이 대체했다. 이들은 경제에 대해서는 자유주의, 이민에 대해서는 외국인 혐오, 젠더와 종교 문제에 대해서는 전통주의, 견제와 균형 원칙, 공공질서에 대해서는 권위주의, 과거 복지 국가의 일부 요소들을 방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단, 이탈리아 토착민에 한해서만) 사회주의적이다. 

이렇게 뒤섞인 정치 시나리오를 가진 나라는 많지 않지만, 이탈리아 노동조합의 지형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주요 노총은 과거와는 달리 정당과의 연계가 심각하게 약화됐지만 주요 노총은 전후에 등장한 3개(CGIL, CISL, UIL) 그대로다. 노조 조직률은 비교적 중간에서 높은 편이고 안정적(35%)이다. 비록 절반 가까이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연금 수령자이긴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노조 멤버십이 높다(인구 6000만 명 중 1,100만 명 이상). 서비스 부문이 제조업 연합을 추월했고, 이주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Carrieri and Feltrin, 2016; Leonardi, 2018).
 

유럽연합의 긴축정책, 포퓰리즘, 노동자계급: 2013~2019

 
이탈리아가 결코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2008년 이후 경제위기는 이 시기의 ‘격랑’ 관리에 가장 관여했던 정당들에게 주로 영향을 미쳤다. 대중 담론에서 유럽연합은 노동시장 자유화와 복지국가 예산 삭감 정책을 공개적으로 추진한 것에 대해 유죄로 간주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비밀’ 서한과 국가별 맞춤 권고안을 통해, 엄격한 지침이 세심하게 구현되었다. 2011년과 2015년 사이에, 민주당이 참여하거나 주도했던 정부는 요구에 따라 지역사회와 노동조합 내 기민당 유권자 층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개혁’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그리스처럼 되어버릴 것을 우려한 노조의 약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 모든 일이 노조와의 진정한 협치 없이 이루어지면서 정부와의 관계가 점점 경색되었다. 특히 신코퍼러티즘 사회협약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은 민주당 렌치 행정부 시절, 특히 CGIL[이탈리아의 제1노총. 구 공산당과 관련 있다] 측에서 대중 동원이 잇따랐다. 2018년 총선 전날, 렌치의 ‘일자리법’은 새로운 대중적 불안정성의 상징이자 노동조합 좌파와 오성운동의 주요 고발 지점이 되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민주당의 득표율은 (비록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전통적으로 변칙적이지만) 40%에서 18%로 떨어졌다. 전진이탈리아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긴축정책과 관련된 지난 25년 동안의 두 집권당은 자신들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실망한 유권자들은 [유럽중앙은행에 대해] 덜 타협적일, 혹은 전혀 타협적이지 않을 것 같은, 살비니의 새로운 ‘동맹’과 부상하는 오성운동이라는 두 브랜드에 이끌렸다. 이 두 정당은 공통적인 반엘리트적 충동(Costa, 2019년)과 그 당시 유럽연합에 대한 회의주의, 반이민 정서 외에는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성운동(32.7%)은 임금노동자(29.4%)와 남부지역의 청년과 실업자 층(50%) 사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민주당은 한참 뒤쳐진 2위(18.7%)를 기록했는데, 피고용자 층의 지지가 하락했고, 연금수령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 교육받은 대도시 거주자 계층만을 유지할 수 있었다(De Sio, 2018; Maraffi, 2018). 제3당은 ‘동맹’이다. 이들은 지금은 전국적 정당이 되었으며 더는 북부 분리주의를 표현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원래 ‘북부동맹’으로 시작하였으나 당명과 당 정체성을 바꾼 것을 뜻한다.] 

연정의 다른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소수 분야에 대해 공동 의제를 정하기 위해 ‘통치 계약’을 체결한 오성운동과 ‘동맹’에 의해 황록색 다수파가 형성되었다. 14개월 뒤 끝없는 논쟁 끝에, 자신의 엄청난 인기를 이용하기를 열망한 살비니는 새로운 총선을 요구하며 정부와 결별했다. 그는 모든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을 잘못 계산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이례적이고 전례 없는(비록 다소 떠밀린 측면이 있지만) 호소력을 보여주었고, 이탈리아 공화국의 대통령은 그들에게 이 의회 임기가 정상적으로 끝날 때까지 나라를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 사이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양당 간 세력 균형이 뒤바뀌었다. ‘동맹’의 득표율은 2배(→34.3%)로 상승했고, 오성운동의 득표율은 절반(→17%)으로 떨어졌으며, 렌치 이후의 민주당은 소폭(→22.7%) 성장했다. 임금노동자 층에서 ‘동맹’은 40%, 오성운동은 24%, 민주당은 14%를 모았다(IPSOS, 2019).
 

노조 조합원들은 어떻게 투표를 했는가? 2013년 총선에서는 40.9%가 중도좌파, 20%가 오성운동, 15%가 우파에게 투표했다(표 1). 2018년에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중도좌파가 10% 이상 하락했는데, 이 중 거의 대부분이 조합원 지지 1위(29.5%)를 차지한 오성운동으로 갔다. 우파 지지 역시 늘어나, 15.1%에서 22.7%로 올라갔다. ‘동맹’만 해도 득표율이 4.8%에서 12.9%로 3배 증가했다(Mattina, 2019). 

2019년 유럽의회 선거(표 2)에서 오성운동의 전체 득표수와 조합원 득표수(17%)는 절반으로 줄었다. 전체 22.7%를 차지한 민주당은 조합원 득표율이 31%로 증가했다. 거의 55%의 CGIL 조합원은 중도좌파에 투표했다. 우파 중에서 ‘동맹’은 조합원 사이에서도 큰 도약(34.3%)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는 비조합원 득표율에 비해 8% 더 낮은 수치라는 것이다. 두 개의 정치적 블록은 혼합형의 오성운동을 중간에 두고 각각 약 37%로 균등화되었다(IPSOS, 2019).

결론적으로, 4가지 경향이 드러난다. 

a. 결과는 매 선거마다 매우 크게 다를 수 있으며, 일방향적이고 결정적인 계급적 선거행동의 해체보다는 경향성 없는 변동이 더 타당한 분석이라는 논거를 뒷받침한다. 
b. 전 내무부 장관 마테오 살비니의 비타협적인 정책과 이민에 대한 수사는, 그의 득표와 인기가 인상적으로 늘어나는 데에 확실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년을 줄이고 지역에 조세자치를 도입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노동자계급의 광범위한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다. 
c. 크로스커팅 정당 오성운동은 노동자와 조합원의 우경화를 억제했지만, 좌파와 중도좌파 확장을 위한 정치적 공간도 축소했다. 오성운동이 시민소득이나 최근 법정 최저임금 시간당 9유로 캠페인을 펼친 데 따른 결과다. 
d. 노동조합 가입 여부는 여전히 중요하며, 조직이 조합원들과 함께 쌓아올린 정치·문화적 사회화의 결과로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화에 대한 포퓰리즘의 해답과 노동조합의 반대서사

 
우리가 위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 동안 많은 서구 국가의 하층 중산층들이 어떻게 생활과 노동조건의 급격한 악화를 겪었는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는 갈수록 위태롭고, 임금은 정체되고 복지혜택은 대폭 삭감됐다. 이러한 퇴보의 상당 부분은 신기원적인 규모로 일어났으며, 국가를 넘나들며 일어나는 임금과 세금 덤핑에 의해 강력히 육성된, 전례 없는 자본 이동성과 산업 탈지역화라는 국제적 원인이 있다. 유럽연합 확대를 정치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생활과 노동조건의] 상향 수렴을 약속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포퓰리즘 정당과 극우정당들은 점점 자라나는 이 대규모 사회경제적, 정치적 불안을 낚아챘다. 종교적, 계급적 정체성이 쇠퇴한 뒤, 기술관료적 합리성의 엄청난 차가움 속에서 국가는 감정과 소속감을 불러일으키는 유일한 정체성의 원천으로 보인다(Crouch, 2019). 이것은 엘리트에 대항하는 국민, 친유럽적인 코스모폴리탄에 대항하는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민족주의자, ‘아무데나의 사람’에 대항하는 ‘어딘가의 사람’, 외국인에 대항하는 토착민의 반응이다(Goodhart, 2017; Mény, 2019; Piketty, 2020).

퇴임을 앞둔 수산나 카무소 CGIL 사무총장은 지난 CGIL 총회 개회사에서, 민족주의는 ‘휴머니즘적 발전의 큰 적’이라 칭했다. “이런 민족주의는 노동계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없다. 민족주의는 양질의 일자리를 가져다주지도 않고, 거대 다국적 기업에 맞서지도 않는다. 이것은 지배계급의 민족주의다. 보호무역주의, 불공정한 경쟁, 사회적 덤핑을 생산한다. 이러한 사실은 긴 위기, 통제되지 않은 국제화, 불공정한 경쟁, 그리고 거대 다국적 기업의 우위 사이에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동조합에 중대한 과제를 제기한다.”

전통적인 자유주의 우파와는 달리, 신포퓰리스트들은 사회적 요소를 그들의 의제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들은 노조가 최근 몇 년간의 고용 불안, 임금, 연금 등의 하락에 대항할 능력이 없다고 비난하며 노조에 공개적으로 도전한다. 모든 곳에서 탈매개화가 두드러지게 늘어나는 상황에서[대중과 정치를 매개하는 노동조합, 정당, 사회단체 등이 약화하는 상황을 뜻한다], 포퓰리즘 정당들의 이러한 도전은 매우 암암리에 퍼져나갈 수 있다. 어떠한 전통적인 매개도 없이 국민을 곧바로 대표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포퓰리즘은 소통 방식뿐만 아니라 이야기 방식과 정책 양 측면에서도 노조에 도전한다. 

마우리치오 란디니가 CGIL 신임 사무총장에 당선된 일은, 이러한 새로운 분위기에 적시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전투적인 금속노동자 연맹(FIOM. CGIL 산하의 금속노조)에서의 역할로 인정받은 그는, 지난 10년 동안 좌파 전체에서 가장 눈에 띄고 소통하며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 되었다. 1990년대 말 총리를 맡았던 (구 공산주의자) 마시모 달레마는 민주당 지도자들이 란디니로부터 ‘노동자 모임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9년 조합원 투표로 선출된 란디니는 그의 새로운 리더십에 (접근방식과 태도 때문에) 어느 정도 ‘노동조합 포퓰리즘’이 느껴진다고 우려하는 이들에게, 심지어 노조 내부에서조차, 의심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란디니는 이러한 의혹들을 부정하며,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 주류와 다르게 이야기한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포퓰리스트’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퓰리즘은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계급차별주의적 우월의식을 감추려고 쓰는 딱지라는 것이다. 엘리트들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문에 속하는 이들을 기능적 문맹자, 본능적인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노동자계급이 우파에 투표하는 진정한 경제적·사회적 이유, 바로 제도와 전통적인 정당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기분을 무시한다(Bertuzzi et al., 2019).

이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현상이며(Piketty, 2020), (중도)좌파 정당뿐만 아니라 많은 산하 가맹조직의 ‘당혹스러운’ 정치적 선택 때문에 점점 더 곤경에 빠지고 있는 노동조합 운동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조합원들이 ‘북부동맹’에 투표하는 현상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관찰되어 왔고 기계적 평가에 기초하여 설명되어 온 것이다. 노동자로서, 조합원들은 노동 시장과 고용 관계에서 자신의 이익을 더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영향력 있는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유용하다고 여길 수 있다. 동시에, 시민으로서 그들은 ‘로마’나 ‘브뤼셀’ [로마에 위치한 이탈리아 정부,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 본부를 뜻한다], 혹은 이주민들에 맞서서 국익과 지역의 이익을 더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쇼비니즘 정당에 투표할 수도 있다. 이 이중적인 실용주의 전술을 통해, 우리는 롬바르디아 주  FIOM-CGIL의 좌파 일반 조합원, 블루칼라 지지자가 살비니에게 왜 투표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계급 내 모순’에 대한 노조의 반응은 보통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우리 유권자 층의 일부가 우파 또는 포퓰리스트에 투표하는 것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현장와 부문, 지역에서 노조가 맡은 역할을 잘 하고 있다. 잘못은 오히려 중도좌파 정당에 있다. 중도좌파 정당들은 노조가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정치권에서 해낼 능력이 없고, 그 빈 공간을 다른 이들이 채우도록 맡겼다.”
 

이민과 노동조합 정책

 
최근 몇 년 동안, 대중 담론은 이주민들과 공공질서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가득 찼다. 유럽 내 설문조사에서, 이탈리아인은 이주 관련 두려움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국민 자리를 자주 차지했다. 광범위한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혹은 아마도 그 이유 때문에, 이 민감한 주제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지식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비이탈리아인 신규 입국자, 이슬람교도, 외국인 범죄, 테러리즘의 진짜 비율에 대한 인식은 왜곡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인종차별 관련 사건은 두 배가 되었다. 대도시 근교와 산업지구에서의 조사를 보면, 이주민과 로마에 대해 광범위한 분개심과 분노가 퍼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이전에 좌파에 투표한 사람이나 노동조합 활동가들조차 그러하다(Lerner, 2019). 
 
2019년 CGIL은 다른 사회단체들과 함께, 항구를 폐쇄하고 난민선 진입을 막는 조치에 반대하는 ‘나는 환영한다’(Io Accolgo)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에는 창문에 금박으로 된 보온 담요를 걸어두는 것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바다에서 구조된 난민에게 덮어주는 보온 담요에서 따온 것으로 난민에 대한 연대와 환대를 상징한다.

2013년에는, 조합원의 64%가 가난한 나라들로부터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조합원의 55%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이주민을 받아들인다고 말한다(Mattina, 2019). 같은 기간, 비타협적인 ‘닫힌 문’[반이민] 정책은 살비니의 인기를, 그리고 더 최근에는 ‘이탈리아 형제’(Fratelli d’Italia) 당 신파시스트들의 인기를 두 배로 끌어올렸다. 

노동조합에게 있어서, 이 모든 것은 주요한 우려점이 된다. 이는 노동조합에 토착 유권자 층의 불안과 기대에 대응하고, 환대, 통합, 사회 정의라는 전통적인 가치와 태도를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이탈리아 노조가 외부인에게 발언권과 대표성을 줄 필요성에 대해,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사실일 수 있지만(Meardi, 2012)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입장은 달라졌다.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연대 개념을 가진 이탈리아 노조는(Morgan and Pulignano, 2020), 아마도 오늘날 유럽 노조 중에서 가장 확고하게 조직적·정치적 의제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이주민 포괄’을 고려하고 있는 노조일 것이다. 국제적 이주는 거대하고 획기적인 현상이며, 노조는 일터에서 포괄적 연대라는 역사적 소명을 재건·갱신하고(Doellgast et al., 2018) 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를 창조하여(Hyman, 2005; Martínez Lucio, 2010)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노스의 노동자가 자신들이 누려 온 특권이 끼친 폐해를 만회하고, 글로벌 사우스에 부분적으로라도 보상을 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 이제 가난과 전쟁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의 나라들은, 글로벌 노스가 가한 수십, 수백 년 동안 계속된 식민주의적·자본주의적 원료 착취, 불공정한 무역 정책, 지역 군부에 대한 부도덕한 지원으로 인해 불의와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이다(CGIL, 2020). 이탈리아 노조는 평화운동의 가장 강력한 지지세력 중 하나로, 모든 군사 개입에 항상 반대해 왔다. 이탈리아 노조는 망명 신청자와 경제적 이주민 간 구분 짓기를 거부하고, 이주민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자원이며,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 그리고 인구 감소가 연금 제도에 낳을 결과를 막는 길이라고 확고히 믿고 있다(Fondazione Di Vittorio, 2020).

‘이탈리아인 우선’ 쇼비니스트들에게, 노동조합은 ‘노동자 우선’을 들어 반박한다. 노조는 국적, 종교, 민족 (‘인종’이란 단어는 이탈리아에서 금기시된다) 구별 없는 단일한 계급 담론에 초점을 맞춘다. 이주민을 지원하는 데 있어 노동조합의 행동 범위는 상당히 광범위하며, 이는 갈수록 더 취약해지고 다양해지고 대표되지 않는 노동력을 조직하고 지원하려는 장기적 정책의 일부다(Marino et al., 2015; Pirro and Pugliese, 2015). 이 정책은 작업장 전략, 조직적 전략, 정치적 전략의 혼합이다(Galossi, 2017; Martínez Lucio et al., 2017). 작업장과 부문 차원에서, 포괄적 단체교섭은 일터에서의 광범위하고 효과적인 연대를 보장하고, 잠재적 분열, 특히 가장 힘들고 최악의 급여를 받는 일자리에 일반적으로 고용되는 이주 노동자 문제를 해소하는 주요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특히 파견노동자(posted worker)[여기서는 본국 고용주에 의해 다른 유럽연합 가입국 일터로 파견되어 일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간 동등한 노동조건과 급여 또한 정주노동자의 관심사가 된다. [고용주들이 인건비가 싼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여 전체 임금과 노동조건 수준을 떨어뜨리는] 사회적 덤핑의 가능성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도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연대이다. 개인의 국가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Alberti et al., 2013). 그렇기 때문에 언어학습이나 식단, 혹은 비유럽 출신 노동자들이 멀리 떨어진 본국에 다녀올 때 쓸 연차 등에 관한 조항을 제외하고는 단체협약 본문에 이주노동자의 지위에 관련한 내용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경우였다면 칭찬받았을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affirmative-action) 논리는, 노조 단체협약에서는 거부된다. 가장 취약한 정주 시민들이 (왜냐하면 이주민들이 가장 가난하기 때문에) 이주민 가족에게 유리한 공공보육시설과 공공주택 접근 자격 기준에 대해 이미 분개심과 복지 쇼비니즘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부채질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조직적 차원에서는, 이주노동자 조합원들이 조합의 일상에 참여하고, 캠페인에 참여하며, 노동자협의회 및 내부기관의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도록 장려한다. 전문화된 지역 사무소는 광범위한 정보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저녁에도 문을 여는 흥미로운 사례가 많다. 이곳이 아니면 갈 공공 공간이 없는 다양한 공동체가 공간을 사회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노동조합은 여러 중요한 선거운동의 주요 조직자 중 하나다. 노동조합의 가장 힘든 투쟁은, 가장 부도덕한 형태의 착취에 대한 투쟁, 특히 농업 부문에 만연한, 거의 준노예 상황의 고용과 노동자 처우와 관련이 있다. 2016년, 불굴의 헌신과 정치적 로비에 힘입어, 노조는 이전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불법 중개를 처벌하는 새로운 법을 얻어냈다. 농업-식품산업연맹은 이 일상적인 투쟁에 매우 많이 관여하고 있는데, 이제는 조직화 전략의 일부인 ‘거리 노조주의’ 형태가 물류, 건설, 식당, 음식 배달 등 이주노동자 학대가 심각한 다른 분야에서도 채택되었다. ‘사회운동노조주의’(McAlevey, 2015)라는 접근법을 통해, 노동조합은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해상에서의 무조건적인 [난민] 구조, 살비니의 폭력적인 사회안전법 폐기, 망명 신청자의 헌법적 권리 존중, ‘불법이민’죄 폐지, 악명 높은 구금 시설 폐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주민 자녀에 대한 출생지주의(jus soli) 인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난한 사람 사이의 전쟁을 피하자”는 것은 노동조합의 경구다. 외국인 혐오가 상식처럼 되어버린 상황에 직면하여, 노조는 나라의 진정한 위기는 전쟁, 굶주림, 고문을 피해 이탈리아 해안을 찾아 온 이주민 수백 명이 탄 작은 보트 몇 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없이 더 심각하고 현실적인 위기는 지역 간 분열, 탈산업화, 고용 불안, 임금 정체, 일터에서의 부상과 사망, 탈세 등등 이주민 탓을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유대감과 가교의 메시지는, 이것이 상식이 되는 것을 막는 장벽을 극복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같이 이주민에 우호적인 노조의 강력하고 확신에 찬 헌신은, 이주민이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공헌을 하는 것으로 보답 받는다. 서구 노조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 시기에, 이탈리아 노조가 노조의 쇠퇴를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막아낸 것은, 새로운 이주민 조합원들의 기여에 힘입은 바가 크다. 오늘날, 활동적인 노동자의 약 6명 중 1명은 이주민이다. 만약 여전히 이탈리아 정주노동자가 독점하고 있는 공공 부문과 은행 부문을 제외한다면, 그보다도 많다(Leonardi, 2018).
 

노동조합, 유럽 통합, 국제적 협력

 
최근 민족적 포퓰리스트들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자 하는 또 다른 이슈는 더 이상의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주권주의’다. 2011년 이후 지시된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에 대한 집단적 기억, 전국적인 사회적·재정적 덤핑, 더블린 조약, 2015~2017년 난민 유입 흐름에 이탈리아 홀로 대처했다는 인식은,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공공 담론 속 분노의 레퍼토리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친유럽연합 국가였지만,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불만이 빠르고 인상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통화 동맹과 긴축 정책의 효과로 인해, 유럽 노동운동은 협력하는 만큼이나 서로 경쟁함으로써 그러한 어려움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Prosser, 2019). 연대는 대체로 국지적인 경험으로 남아 있다(Connolly et al., 2019). 그래서 대부분 노조의 친유럽 정책은 ‘조합원들의 태도에 분명히 맞지 않는다’(Gumbrell-Mcormick and Hyman, 2013: 179). 

지난 10년 동안 이탈리아 노동조합은 새로운 경제적 통치의 신자유주의 이념을 거세게 비판해 왔다. 유럽안정협약(Stability Pact)의 엄격한 제약은 먼저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전통적인 평가절하 정책의 사용을 저지했고, 유럽 북부 국가들의 이익을 위해 유럽 남부 국가들에 손해를 입혔으며, 신속한 경제 회복의 가능성을 손상시키고, 체계적으로 임금과 공공 투자를 위축시켜, 그에 따라 국내 수요를 감소시켰다. 몇몇 유럽 남부 노조들은 긴축에 반대하는 행동과 시위를 조직하려는 시도의 선봉에 서 있었고, 유럽연합 정책의 대대적인 유턴을 지지했으며, 때때로 협력 관계에 있는 유럽 북부 노조들로부터 실질적인 연대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Prosser,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을 민족적 포퓰리스트로 혼동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포퓰리스트는 노조와 유사한 문제 제기를 할 조차도, ‘힘으로’ 일방적인 정책 변경을 하라고 요구하거나 ‘이탈렉시트’[영국의 브렉시트처럼 이탈리아가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 시나리오를 끄집어낸다. 노조는 그런 것은 그저 재앙일 뿐이라고 낙인찍었다.  

지난 10년간의 거대한 환멸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는 사회적 수준의 상향 수렴이 빈약하고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노조들은 유럽 프로젝트에 대한 믿음을 결코 포기한 적 없다. 안나마리아 푸를란 CISL 사무총장은 “실패한 것은 유럽에 대한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유럽연합의 창립자들이 가졌던 윤리적, 정치적 비전으로부터의 일탈이다. 문제의 해답이 민족적 포퓰리즘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역사적 시기로 돌아가고자 하는 퇴보적이고 반동적인 선택이다.” CISL의 소망은 “유럽합중국이라는 유럽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CISL, 2019). 다른 두 주요 노총 CGIL과 UIL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나왔다. UIL의 신실한 유럽주의는 [과거 UIL 사무총장이자] 현 유럽노조연맹(ETUC) 사무총장 루카 비센티니의 입장으로도 입증된다. 비센티니는 비엔나에서 열린 지난 유럽노조연맹 회의에서 마찬가지 의지를 열렬히 밝혔다. 유럽의회 선거 직전에 3개 노총은 가장 큰 고용자연맹과 함께 ‘유럽을 위한 호소’에 서명하며 친유럽의 의지를 다졌다. 무엇보다도, 이 호소에는 유럽 프로젝트가 “문명을 위해 완전한 중요성을 띠므로, 명확하고 강력하게 재가동되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력자들에게는, “유럽 프로젝트를 문제 삼으려는 사람들은 민족국가의 고립, 무역 장벽, 재정적 덤핑과 통화 전쟁으로 돌아가, 20세기의 혼란스러운 망령을 되살리려고 한다”고 말한다. 포퓰리스트 민족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은 이보다 더 명확하거나 더 직접적일 수가 없다.

그러나 이탈리아 노조의 굳건한 유럽 프로젝트 지지는, 최근 몇 년 동안 채택된 정책에 대해 무비판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사실이 유럽 사회의 큰 부분에서 민족주의적 퇴보가 일어난 것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유럽연합은 시민 앞에서 사회적이고 민주적인 모습을 되찾아야만 한다. 새 유럽의회와 유럽집행위원회에는 이것이 최우선 과제다. 경제적 유럽은 사회적 유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노조들은 유럽연합 기구들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유럽의회를 의사결정과정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지속 가능한 통합 모델을 권고하고 있다. 
 
아마존 노동자의 파업 투쟁은 2020년 11월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탈리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 방글라데시 등 15개 나라에서의 연대파업으로 확대되었다. 사진은 아마존 건물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독일 아마존 노동자들이다. (사진 출처: Amazon Workers International)

유럽의 경제적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한다. 공공 투자에 대한 통제의 완화, 유럽사회권원칙(European Pillar of Social Rights)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시행, 재정적·사회적 덤핑과 법률제도 쇼핑[다국적 기업이 법률적 규제가 느슨한 국가를 찾아다니는 것]의 축소, 상향 수렴 촉진, 단체교섭 및 적용범위 강화와 최저임금 기준 설정 등이 필요하다. 특히 중유럽과 동유럽의 불충분한 임금 증가 및 부문별 교섭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유럽집행위원회, 그리고 유럽노조연맹 내에서 현재 활발하게 논의 중인 바와 같이, 유럽 최저임금을 유럽연합 중위국가의 60%로 고정하는 것은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중유럽 및 동유럽 국가(CEECs)와 ‘구’ 유럽연합 회원국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충분하지 않다. 국제적인 노동자 동원을 더 광범위하게, 더 잘 해내야 한다. 민주적 의무와 더 효과적인 현장 적용에 기반을 두고, 중재 분쟁 해결이 강화된다는 전제하에서, 초국가적 기업 협약(TCA)은 최근 몇 년 동안의 몇 안 되는 긍정적인 혁신 중 하나이자 산업 관계의 진정한 국제화를 향한 디딤돌로 간주된다. 일부 다른 국가 기구과 비교하여, 이탈리아인들은 의사결정 주권을 초국가 수준, 즉 유럽노조연맹과 국제산별노조연맹(GUFs)으로 더 많이 이양하는 것에 더 개방적인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활동과 효능감의 실질적인 국제화를 위한, 피할 수 없는 단계로 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노동조합은 이러한 유럽 노동조합 국제주의에 더불어, 세계적 국제주의를 이념으로 설정했다. 이는 과거에 이탈리아 노조를, 스페인, 폴란드, 브라질,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남한과 같이 민주화에 복무하는 주요한 일국 노동운동 중 하나로 만들었다. 오늘날, 노동자 권리 침해는 2019년 국제노총(ITUC)이 세계노동권지수를 발표하며 비판한 대로, 유럽이나 위대한 노동조합 전통이 있는 국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자유롭고 자율적이며 인정받는 노동조합은 민주주의의 중심 요소다. 과거처럼 이 전제는 지금도 노동조합 국제주의를 진정한 성공으로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불평등이라는 거대한 문제와 그에 맞선 투쟁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지중해-사하라 이남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네트워크의 사례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의 비준과 준수를 보장하고, 노동권이 여전히 매우 취약한 지역에서 노동조합 권리 문화를 강화하려는 노동조합 협력 사업이 특히 강하게 드러난다. 

CGIL, CISL, UIL은 국제 노동기준의 완전한 준수를 위해 싸우고, 방글라데시와 극동 지역의 섬유 분야에서의, 또는 이주노동자 수천 명이 차기 월드컵 준비를 위해 노예 상태로 일하고 있는 카타르의 사례처럼 건축 분야에서의, 다국적 기업이 벌이는 가장 부도덕한 형태의 노동 착취에 맞서 싸운다. 그러기 위해서 다국적 기업에 대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및 ILO 지침의 완전한 준수 요구, 또는 국제기본협약의 수를 늘리기 위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노조는 TTI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와 CETA(캐나다-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 맞서 싸웠고, WTO(세계무역기구)에서의 진보적 의제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완전한 준수를 지지했다. 그럼에도 민족주의 우파 정부들이 ILO와 전반적인 다자주의에 가하고 있는 공격에 대해 강한 우려가 표출되었다. 

마지막으로, 2018년 12월에 열린 지난 국제노총 사무총장 선거에서 [이탈리아 CGIL의] 수산나 카무소의 출마가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름과 프로그램으로 단 몇 달 안에 전 세계 노총의 광범위한 연합을 끌어모았고, 매우 유명한 현직 사무총장에게 불과 몇 퍼센트 차이로 패배했다. [한국의 민주노총도 이 선거에서 수산나 카무소를 지지했다.] 카무소는 국제노총이 운영되어 온 방식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즉, 국제노총은 신자유주의 반대가 너무 약하고, 실질적인 국제 노동조합이라기보다는 로비 단체처럼 움직여 왔다.
 

결론 

 
우리가 주장하고자 했던 것처럼, 민족주의와 우파 포퓰리즘의 확산과 우리 시대의 거대한 국제적 이슈 사이의 연관성은 상당히 크고, 우리가 전 세계에서 목격해 온 정치적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 도처에서 그렇듯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서구 사회 내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범위로, 생활과 노동조건에 심각한 후퇴를 가져왔다. 자본과 서비스의 전례 없는 이동성은 노동자와 노동자 조직의 집단적 힘을 약화시켰고, 탈지역화와 사회적 덤핑, 임금 동결, 불평등과 빈곤 증가의 위험은 노동자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퇴보와 빈곤은 세계화의 패배자들에게 공포를 광범위하게 부채질했다. 우파 포퓰리즘은 이들에게 이주민과 엘리트라는, 선동에 활용하기 손쉬운 표적을 가지고, 이들이 같은 편을 이루어 국민에 맞선다는 식으로 자신들의 서사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대도시 외곽지역뿐 아니라 외진 지역에서도 배신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새로운 사회 풍토의 징후는 노동자계급의 우파 포퓰리즘 정당 지지다.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대중 계급 사이의 조직적, 사회학적, 정서적 유대가 단절된 것 같다. 과거 엘리트들이 대중과 자신을 분리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대중이 엘리트와의 분리를 택한 것은 단절의 한 형태다(Lasch, 1995). 이 이혼으로 대중도 정당도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Carrieri, 2019; Piketty, 2020).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보듯이, 노동조합 멤버십은 선거에서 조합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사실 나머지 대중의 선택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이것은 분명히 가치의 영역에서, 개인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이끄는 자연스러운 자기 선택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정치적 스펙트럼 내 중도 좌파에 위치지었던 한때의 전통에서 확인되었던 것과 같다. 게다가 노동조합 가입과 참여에 따른 사회화 과정은 비조합원 유권자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 집단적 인식을 강화, 향상할 수 있다. 그 결과 이탈리아에서의 조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Mattina, 2018) 노조 조합원들은 민족주의적 포퓰리즘과 극우 정당에 투표하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Mossimann et al., 2018).

올바르게 관찰된 바와 같이, 일터에서의 연대는 도덕적 틀, 정치적 전략과 효과적인 이야기 방식 사이의 새로운 결합을 요구한다(Morgan and Pulignano, 2020).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주민에 대해, 노조는 보편적이고 계급적인 연대라는 존재론적 소명(Martínez Lucio et al., 2017)과 , 보호무역주의으로 표현되는 배타적 이익 사이에서 반드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노조에 속한 토착민 유권자 층은 임금 덤핑이나 갈수록 빈약해지는 복지 체계를 근거로 삼아, 보호무역주의를 들먹이고 있다. 유럽연합에 대해서는, 노조는 최근 몇 년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모두 반대를 표명하고 조합원을 동원하는 한편, 유사한 전제에 근거해 유럽연합 체계 전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과도 선명하게 거리를 두어야 한다. 노조는 (이탈리아를 포함하여)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비난받아 왔던 기술관료주의적, 엘리트주의적 무관심에 어떤 식으로든 빠지지 않고, 항상 ‘민중’ 편에 서 있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특히 우파) 포퓰리스트들의 선동적인 단순화도 피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모든 측면에서, 노조는 초국적 연대란 주제가 과거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거대한 변화에 대해 종종 [대중의] 직관에 반하는 분석과 서사를 스스로 구축하고 교육할 수 있어야만 한다. “노동조합은 일차적으로 일국적 조직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국제적 수준에서의 특정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Gumbrell-McCormick and Hyman, 2013: 158–161). 노동자계급의 민족주의, 맹목적 애국주의(jingoism), 외국인혐오는 국제 노동자운동의 역사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좌파 정당과 노동조합 같은 거대 대중 조직의 역할은 그러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교육과 사상 투쟁, 착취당하는 이들의 계급적·국제적 연대 요구를 통해서 말이다. 계급의식의 정치적 형성이라는 교육적 기능에 강력히 중점을 두고 정치적 리더십, 지식인, 대중 간의 관계를 이전과 다르게 형성하는지 여부에 따라, 대중에 대한 진보적 접근법이 힘을 얻을지, 아니면 그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반동적 접근법이 우세해질지가 갈릴 것이다. 이렇게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을 통해, 민주적 조직은 정치와 사회, 노동조합과 대중, 정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기갈기 찢긴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다. 이는 어려운 길이며, 결과가 불확실한 길이다. 세계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 노조의 노력에 더해 정치적 좌파가 유럽 정치와 시민의 역사에서 이렇게나 우려스러운 지금 시대를 낳고야 만 기존의 분석틀과 재분배적·평등주의적 공식들을 근본적으로 다시 고찰할 수 없다면 말이다. ●
 
*이 연구는 어떠한 공공, 영리 또는 비영리 부문 기관으로부터도 특별한 보조금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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