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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4.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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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메일의 자유에 맞서 스팸메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김예니 | 편집부장
0/ 의심해보기

'온라인 우표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다음(Daum)커뮤니케이션이 지난달 26일 등록되지 않은 인터넷주소(IP)에서 회원들에게 1000통 이상의 메일을 보낼 수 없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Daum)은 한 걸음 더 나아가 4월중에는 등록된 IP라도 메일 당 10원 가량의 발송료를 받는 온라인 우표제를 강행할 계획이다. 이는 상업광고를 해오던 사업체를 필두로 각계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 '안티다음(Anti-Daum)'이라는 사이트 개설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각계의 불만에도 다음(Daum)이 '온라인 우표제'를 실시하려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스팸메일이 공해(公害)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이에 따라, 올 초부터 스팸메일 공해(公害)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었다.
최근 들어 인터넷 업계와 네티즌, 정부, 국회 등 각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스팸메일에 대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하며 이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스팸메일을 막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내고 있다. 대체로 제출된 의견은 대략 3가지인데, 수신자가 동의해야 e-mail을 보낼 수 있는 '옵트인(Opt In)방식'과 수신거부를 한 사람에게는 e-mail을 보내지 않는 '옵트아웃(Opt Out)방식', e-mail을 보낼 때 '광고'나 '정보'표시를 덧붙이는 '라벨링 방식' 등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이런 용어들은 생소할 뿐 아니라, 제도마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정보가 별반 없어 어떤 의견을 형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저 쌓여 가는 스팸메일 때문에 필요한 메일을 골라 읽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따름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스팸메일이 극성인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바로, 여기에서부터 다시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다음(Daum)식의 해결방법이 과연 공해(公害)의 수준에 이른 스팸메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의심해보자.



1/ 최근에 스팸메일이 더욱 늘었다면 왜?

스팸메일은 우리가 원하지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받는 불필요한 메일 전체를 말한다. 그리고 이런 스팸메일이 예전에 비해 부쩍 늘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이 바뀌었길래 최근에 스팸메일이 급격히 늘어난 것인가? 갑자기 스팸메일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실질적으로 스팸메일을 합법화 시켰기 때문이다. 광고 라벨과 수신거부만 달면 법적인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스팸메일은 나날이 더욱 교묘해지고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2002년 2월1일 발표된 진보네트워크의 기사를 살펴보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2001년 7월 1일 발효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망법」)에서는 "누구든지 수신자의 명시적인 수신거부의사에 반하는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여서는 아니 된다"(제50조 1항)고 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 스팸메일은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로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 법률이 발효한 시점부터 목적, 연락처, 수신거부 방법 등 몇가지 사항만 명시하면(제50조 2항) 스팸메일이 폭넓게 허용된 것이다. 이것이 법률 개정전과 뚜렷이 다른 점이다. 지난 법률에서는 "수신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여서는 아니 된다"(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제19조 2항)고 되어 있었다. "수신자의 의사"가 "명시적인 수신거부의사"로 바뀐 것이 이렇게 다른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이는 "명시적인 수신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용자의 의사를 어떻게 간주할 것이냐는 해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법안이 옵트 인 방식에서 옵트 아웃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이는 이용자가 적어도 한번은 영리목적의 광고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수신거부 의사를 밝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수신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용자는 수신에 동의한 사람으로 규정된다는 것이고, 앞으로는 이용자가 스스로 스팸메일에 대해 수신동의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원치 않는 수 백 통의 스팸메일을 받고도 이에 대한 수신거부의사를 밝히기 위한 노력을 이용자가 일일이 하지 않는 한, 그 책임은 이용자에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인터넷 산업의 이해에 이용자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며 어떠한 기업의 이해관계 보다 더 중요할 수 없음에도 현재의 통신질서확립법(2001년 개정된 「망법」의 별명)에서는 기업의 영리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다 우선하고 있다. 무척 민감할 수 있는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라는 개념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영업을 양도, 인수, 합병할 경우 통지만으로 개인정보가 이용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이전될 수 있도록 하고, 내용 규제 부분에서는 청소년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사업상의 목적으로 청소년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유독 만14세까지만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 등"은 기업 앞에 벌거벗겨진 우리의 인권을 잘 보여주고 있다.



2/ '다음(Daum)'식의 해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지금까지 개정된 「망법」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했다. 그렇다면, 현재 스팸메일을 줄이기 위해 다음(Daum)이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 우표제는 현행법 하에서 가장 효과적인 제도일까? 결국 이 제도가 원하는 것은 스팸메일로부터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것인가?
3월 7일, 다음(Daum)은 2월 26일부터 자기 회사에 등록하지 않는 인터넷 주소(IP)에서 보내는 메일을 차단하는 정책을 쓴 결과, 하루 평균 6-7만 건에 이르던 스팸신고가 4만여 건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과연 다음(Daum)은 스팸메일을 줄이는데 성공한 것일까? 다음(Daum)이 이토록 온라인 우표제를 선전하고 스팸메일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다음(Daum)은 하루평균 5600만 통의 e-mail 가운데 80%가 넘는 4500만 통이 대량메일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3월 초 40% 선이던 대량 메일의 비중이 이처럼 커지면서 지난해 서버 투자에만 290억원이 들어갔다고 다음(Daum) 측은 설명했다. 결국 설비시설에 투자해야하는 막대한 비용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드림위즈 관계자는 "스팸메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회원실명화로 죽은 메일주소를 최소화하는 것이 대량메일 발신자를 차단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며 "죽은 메일주소를 없앤다면 다음(Daum)이 주장하는 시스템 과부하 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온라인 우표제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이 모든 방법들이 스팸메일을 없애는 데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음(Daum)의 온라인 우표제의 가장 모순적인 부분은 스팸메일을 없애겠다면서 등록한 IP, 돈을 지불한 IP에 대한 스팸메일은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일당 10원만 내면 스팸메일을 보낼 수 있으며 이런 IP가 늘어날수록 이용자는 다시 스팸메일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드림위즈가 주장하듯 실명제로 전환하여 설비투자비를 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설비투자를 줄여 온라인 우표제를 통한 이윤을 포기하라는 것이지, 이용자를 스팸메일에서 보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자. 이것은 결국 현재 온라인 우표제를 강행하려는 측이나, 이것을 막으려는 측이나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프라이버시권의 보호에는 관심이 없으며 어떤 형태가 더욱 기업의 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따른 이권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3/ 보호되어야만 하는 프라이버시권!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개인정보의 통제권을 누가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쓰이느냐의 문제이다. 개정된 「망법」과 인터넷 내용등급제는 인터넷의 커뮤니케이션의 주체와 내용을 정부의 잣대에 의해 제한하고 통제하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결국 우리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정부의 통제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부는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으로 스스로의 통제를 가능하도록 만든 각종 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이는 정부가 정상/무해와 비정상/유해를 판가름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상·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것이다. 기업에게는 일정한 룰만 지키면 자유롭게 스팸메일을 보낼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주는 반면, 국민에게는 인터넷 내용등급제와 통신질서확립법을 통해 끊임없이 스팸메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정치·사상·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즉, 현행법은 2중 잣대를 통해 자본에게는 무한한 자유를, 민중에게는 엄청난 억압과 책임을 돌리고 있다.
사실 문제는 여기에 있음에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의는 사업자들 사이 이익의 문제, 그리고 어떤 형태의 통제가 더욱 효율적인 통제이며 기업의 영리를 헤치지 않을 것인가에 맞추어 진행되고 있다.
먼 기억 속에 집시법을 떠올려보자. 국민이 조용하게 살 권리를 근거하고 이를 침해하는 소음덩어리인 집회·결사에 대한 자유를 제한할 때, 이에 대한 쟁점은 다만 민중운동에 대한 탄압으로만 여겨질 뿐,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어떤 제약을 주는지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상황은 마치, 집회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조용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의 문제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 것은 누가 이 이해를 조장하고 있으며, 과연 누가 이 이해를 조정하려 하는가 바로 그 점이다. 지금 현재, 다음(Daum)의 온라인 우표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쟁점, 그리고 통신질서확립법 개정 당시 떠올랐던 쟁점은 사실은 집시법 개정 당시의 쟁점과 사뭇 닮아있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상·표현의 자유는 아주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상을 갖고 표현하는 권리는 분리될 수 없는 권리이며 민주주의에 있어서의 기본전제이다. 이를 제한하려고 할 때는 일반론이 아닌 구체적인 근거와 기준이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이어야 하는 것이 국제법상의 규정임에도 한국의 현행법은 그 수준에 한참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4/ 결론을 대신하여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의 정답을 지금 당장 내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답이 없기 때문에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올바른 비판과 투쟁의 과정이 올바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라 생각한다. 청소년 보호의 문제와 스팸메일규제의 문제를 바람직하면서도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면해야할 쟁점에 맞서야 할 것이며, 다양한 해석과 다양한 미래에 대한 여지를 열어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어떤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사상·표현의 자유는 분명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2002 전국정보운동포럼'에 제출되었던 '사상·표현의 자유와 인터넷'의 마지막 구절로 결론을 대신한다.
"표현의 자유의 범주는 곧 자기 검열의 범주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진보의 범주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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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영주권 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