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2022 가을. 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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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는 어떻게 도래하는가

『현대국가의 재정위기』

이조운 | 회원, 건설노조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 사무부장


1. 국가의 모순된 기능: 축적과 정당화

 
 
재정위기는 어떻게 도래하는가. 1970년대 미국은 세계전쟁 이후 처음으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재정에 관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전쟁이 끝난 뒤인 1946년 약 120%에 달했다가 약 30년 동안 32.5%까지 하락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다시 상승한다. 기존에 주류를 이루던 케인즈주의 경제학에 따르면, 재정지출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총수요의 한 부분이므로, 재정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경제성장을 통해 증가하는 조세수입으로 해결 가능하다. 따라서 케인즈주의 경제학은 이 시기에 계속되는 재정적자의 문제를 인식하는데 유용한 틀이 되지 못했다. 또한 재정지출과 조세수입의 구성과 성격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이론이 없어 이 시기에 발생한 재정적자를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제임스 오코너(James O’Conner)의 『현대국가의 재정위기』(The Fiscal Crisis of the State, 1973)는 위기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전에 출간되었지만, 이 시기를 비롯하여 재정위기의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단초를 제공했다고 평가받는 책이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국가가 수행하는 역할을 ‘축적’과 ‘정당화’라는 모순된 두 기능으로 분류한다. 국가는 자본축적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건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자본주의 체제가 구성원들에게 보편적으로 이롭다는 인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이 현대국가에 주어진다는 것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오코너가 재정위기의 원인을 분석함에 있어서 이러한 역할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재정지출이 축적(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그 지출은 향후 조세수입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재정지출의 총량과 이로 인한 승수효과를 분석하면 된다. 반면, 이와는 별도로 자본주의 체제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 재정지출이라면, 이는 조세수입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분석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본축적의 과정이 점점 더 강력한 정당성을 요구하기에 그를 위한 지출 역시 더 커진다는 점이다.

그는 대부분의 재정지출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가 발전소를 건설하는 주된 목적이 축적이고, 빈민 복지를 하는 주된 목적이 정당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그는 지출의 종류와 각각의 성격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면서 재정위기가 도래하는 원인을 규명하고자 한다. 각 지출의 목적이 다르기에 지출을 요구하는 세력이 다르고, 각 지출에서 자원이 배분되는 구조가 다르기에, 비용 역시 구체적인 분석을 요구한다.
 
1970년대 재정위기의 주된 원인은 복지와 전쟁이었다. 1960년대 흑인소요에 대응하여 선포된 빈곤과의 전쟁에 소요되는 예산(위의 표), 그리고 끝나지 않는 베트남 전쟁에 소요된 예산이 이를 의미한다. 오코너는 이 두 요소를 두고 직접적으로 자본주의적 축적(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재정지출 부분, 즉 ‘사회적 손비’가 과도하게 증가함으로써 재정위기가 도래한 것이라 분석한다. 그러면서 현대 자본주의 국가, 특히 미국은 이러한 부분이 증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고 주장한다. 빈곤과의 전쟁은 자본축적 과정에서 확대되는 과잉인구를 해결하기 위한 필연적 결과이며, 베트남 전쟁 역시 미국이 시장을 자본축적에 필요한 해외시장을 확보하려는 군사정책의 일부로서 발생한 결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에는 결국 세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금을 기꺼이 내고자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고 반대로 정부지출의 혜택은 최대한으로 받으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상황은 매우 복잡한 재정의 동역학을 만들어낸다. 오코너는 미국 내의 정치지형과 제도적 조건이 어떻게 재정위기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이는지 분석한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자본주의가 고도화됨에 따라 자본비용은 점점 더 사회화되지만 사회적 잉여는 계속 사적으로 영유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특수한 목적을 위해 국가권력이 사적으로 영유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국가지출이 그 지출을 조달하는 수단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 오코너는 이를 한 단계 더 세분화된 분석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책이 출간된 시점이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이 진행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시각에서 보기에 그의 분석에는 아쉬운 점도 많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이윤율 하락 경향에 대한 분석(생산 단계에서의 분석)이나 공공부채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나, 이후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사회적 손비지출의 비중이 증가한다는 주장이 반박되었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그의 분석은 현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조세와 재정지출을 분석하는 유용한 틀을 제공했다는 의미가 있다. 책은 1960~7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현대 자본주의의 다른 시점과 지역을 분석하는 데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글을 통해 제임스 오코너의 ‘현대국가의 재정위기’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2. 독점부문 – 경쟁부문 – 국가부문의 상호관계

 
 
그는 먼저 분석의 틀을 구체화하기 위해 경제를 세 가지 부문으로 분류하고 각 부문의 자본가와 노동자의 특성을 분석한다. 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경쟁부문은 노동생산성이 낮고 개별적인 규모가 작다. 시장은 지역적이며, 서비스와 유통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동조건과 안정성은 열악하고 임금도 낮아 흑인, 여성 등이 주로 고용되어있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하지 않으며, 생산력의 증가는 고용의 증가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독점부문은 과거 경쟁부문이었지만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독점화된 부문을 말한다. 노동생산성이 높고, 시장은 전국적이며 노동자들의 임금수준도 높다. 높은 기술 수준과 자본 규모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여 상품시장과 노동시장 모두 안정되어있다.

마지막으로 국가부문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을 비롯하여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민간이 행하는 생산을 포함한다. 국가부문도 경쟁부문과 마찬가지로 생산성이 낮지만, 국가가 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고 정치적 규범으로 인해 흑인과 여성에게도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고용안정과 큰 산업규모가 노동조합 조직을 용이하게 하지만, 정부와의 투쟁 자체가 어렵고 노동자들이 서로 이질적이라는 점에서 독점산업보다는 조직이 쉽지 않다.

오코너는 세 부문의 경제적 관계 속에서 경제발전이 오히려 국가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제발전은 독점부문에서의 발전으로부터 촉발되기 때문에, 독점부문은 전체 생산성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생산성이 증대된다. 독점부문에서 생산성이 빠르게 증대되는 한편, 독점부문의 상품에 대한 수요는 전체 사회의 생산성에 따르기 때문에, 수요의 증가 속도가 공급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독점부문에서는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기 때문에 고용을 줄이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즉 상대적 과잉인구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부문과 국가부문은 일반적으로 생산성 향상 속도에 비해 비용 상승의 속도가 더 빠르므로 생산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으며, 독점부문에서 줄어든 노동수요(과잉인구)를 떠안게 된다. 독점부문의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을 보전하고 노동자 간의 경쟁을 제한하지만, 조직력이 약한 경쟁부문에서는 임금 및 노동조건의 하락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국가의 손비지출을 요구하게 된다.

또한 국가는 독점자본으로부터 시장을 넓혀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이는 해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비용 지출, 그리고 국내에서 시장을 넓히기 위한 복지, 그리고 각종 인프라 투자 등을 의미한다. 국가부문은 생산성의 증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회적 요구에 따라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순전히 고용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국가부문의 임금은 일반적으로 독점부문의 수준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비용이 빠르게 증가한다.

국가의 역할에 대한 요구는 자본과 노동자에 의해 직접적으로 표출된다. 특히 위의 과정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되는 독점자본과 조직된 노동자의 요구가 가장 부각된다. 그들은 독점자본에게 요구되는 지출을 국가가 대신하도록 요구한다. 사회적 투자를 확대하고 의료비용이나 퇴직연금과 같은 사회적 지출을 사회화함으로써, 독점자본이 직접 해야 했을 지출을 국가가 대신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독점자본과 노동조합은 사회적 손비지출을 지지함으로써 상대적 과잉인구의 불만을 관리하기도 한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자본주의 국가는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가는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시장을 확보해야 하며, 과잉인구에 대한 완충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의 발전을 독점부문이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팽창은 곧 독점자본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향하게 되어있고, 국가가 팽창해야지만 독점자본이 성장할 수 있다. 오코너는 이를 두고 ‘국가부문의 팽창은 독점부문이 확장하는 일반적인 원인이자 결과’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독점부문이 확장할수록 과잉인구는 확대되고, 이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3. 국가부문의 재원조달과 지출

 
 
국가가 이러한 팽창을 감수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입과 지출의 증가 속도를 비교해야 한다. 수입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부문의 생산성 증가 속도와 세입의 증가 속도로 결정된다. 지출은 그 자체로 세출의 증가 속도로 결정된다. 오코너는 세출을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손비로 구분하고, 사회적 자본을 사회적 투자와 사회적 소비로 세분하여 분석에 적용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은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출을 말한다. 그중 사회적 투자는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것처럼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사회적 소비는 사회보험과 같이 노동의 재생산비용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사회적 손비는 이윤의 문제와는 별개이지만 사회의 유지(정당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지출을 말한다.

세입과 세출의 양과 내용은 국가가 어디에 우선으로 지출할지, 누구로부터 재원을 조달할지를 결정하는 정치적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그 결정은 일반적으로 경쟁부문 노동자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큰 부담과 가장 적은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국가의 사회적 투자와 소비는 경제 전반을 성장시키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세입 증가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그 성장은 가장 먼저 독점부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히려 사회적 손비와 국가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증가시키는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성장을 통한 세입 증가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오코너는 국가에게 남는 방법은 평균세율 인상이나 화폐발행을 통한 인플레이션적 재원조달뿐이라고 본다. 국영기업을 통해 국가부문이 스스로 이익을 내는 방법은 여러 정치적 제약(국가는 스스로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이데올로기 등)으로 인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에 대해서도, 국가부문이 스스로 이윤을 내지 못하는 한 결국 조세를 늘려서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고 하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본다.

국가가 증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자 할 때 구체적인 방식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므로, 단결하지 못해 힘이 가장 적은 경쟁부문 노동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된다. 화폐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경쟁부문 노동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화폐를 추가 발행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데, 독점부문이나 국가부문 노동자는 인플레이션 속도를 반영하여 실질임금을 증가시킬 힘이 있지만 경쟁부문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독점부문 노동자가 화폐임금을 더 많이 올릴 경우, 자본은 상품의 가격을 올려서 이윤을 충당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더 빠르게 증가한다. 

그렇게 거두어들인 조세를 지출하는 방식 역시 정치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경쟁부문 노동자는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독점부문 노동자는 독점자본을 위한 사회적 투자,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험, 중산층이 거주하는 교외 지역에 대한 투자와 지원 등을 무엇보다 먼저 요구한다. 반면, 경쟁부문 노동자는 사회적 손비를 무엇보다 우선 요구한다. 결국 이로 인한 노동자 간 양극화 심화와 우선순위의 차이는 노동자를 분열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노동자가 국가의 사회적 소비와 손비지출에 의존하게 되며, 국가부문 노동자의 임금도 독점부문을 추격하기 때문에 재정위기는 심화되고, 그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은 다시 심화된다. 또한 높은 인플레이션을 추격하기 위해 더 많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독점부문 노동자와 독점자본의 관계는 악화된다.

2차 세계전쟁 이후 미국 자본주의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구한 대외경제 팽창, 협력적 노사관계, 독점부문 생산비용과 손비의 사회화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함에 따라 재정위기와 독점부문 노사관계의 악화라는 모순적인 결과가 도달하는 것이다.

물론 현대 자본주의 국가는 재정위기를 완화하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 오코너는 이를 세 가지로 분류하면서도,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첫 번째 방법은 수축적 재정정책과 화폐정책으로 의도적으로 경기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과잉생산능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단위당 노동비용이 상승하여 인플레이션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며, 국가에 의존하는 인구를 증가시키는 효과도 발생한다. 두 번째 방법은 독점부문의 임금과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지형에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세 번째 방법은 독점자본과 협력하여 민간부문과 국가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국가부문이 담당하는 대부분의 영역이 생산성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민간부문에만 혜택이 갈 것이라고 본다. 
 
 

4. 세금징수와 사회적 지출의 구체적 양상

 
 
오코너는 미국에서 재정을 조달하고 지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그의 분석은 현대 국가에서 조세를 수취하고 지출하는 과정이 부를 보다 평등한 방향으로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념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조세체계는 노동자나 경쟁부문 자본가에게는 불리하고 독점부문 자본가에게 유리하며, 지출의 측면에서는 각종 사회적 지출이 독점부문 자본가와 독점부문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결정된다.
 

1) 조세체계의 문제

오코너는 법인에 매겨지는 여러 세금이 대부분 노동자나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쉽게 탈세 된다고 본다. 법인소득세는 독점자본가가 상품가격을 올림으로써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고, 증여세와 상속세는 탈세가 용이하기 때문에 평균세율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주거용 건물이나 상업용 건물에 매기는 재산세는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고, 주로 자본가들이 소유하고 있는 상업용 재산은 매매가 빈번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시장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워 과세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 개인소득세의 경우 소득을 분할하거나 각종 면세방법을 이용하는 등 불법, 탈법이 가능하다. 사회보험료 중 사용자 부담금의 경우에도 임금삭감을 통해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오코너는 조세체계가 두 가지 기능을 한다고 본다. 첫째로 독점자본의 소득과 부를 확대해 그들이 지배적인 계급이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고, 둘째로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손비의 비용을 메워나가기 위해 소기업 및 노동자계급으로부터 자본을 징수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수행하는 축적을 지원하는 역할에 소요되는 비용을 노동자계급으로부터 징수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소득을 빼앗기는 노동자는 계속해서 노동자로 남으면서 국가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역진적인 조세체계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고 보는데, 이후에 존 밀러가 그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검증한 결과인 아래 표에 보이는 바와 같이 1952년에 68.9%였던 노동자의 세금 비중이 1980년에는 75.7%에 달하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노동자와 자본가의 세금(10억 달러)과 그 비중(%)
[자료출처: John A. Miller, “The Fiscal Crisis of the State Reconsidered: Two Views of the State and the Accumulation of Capital in the Postwar Economy”, RRPE, 1986.]
 

2) 분배의 측면

그는 사회적 투자와 소비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사회적 투자인 물적자본(도로, 공항, 수리시설, 도시 개발프로젝트 등)과 인적자본(교육제도, 과학 및 연구개발 서비스)은 모두 민간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는데 필수적이거나 도움이 되는 부분이지만, 너무 규모가 크거나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투자하기에는 어렵다. 따라서 앞서 분석한 바와 같이 노동자에게서 수취한 조세를 가지고 국가가 추진해야만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도로를 통한 운송체계가 발전한 것에 대한 그의 비판은 흥미롭다. 그는 도시나 주를 연결하는 운송 서비스로는 도로(자동차)보다 철도가 더 효율적이지만, 자동차 생산 복합체와 도로에서 이익을 보는 여러 세력(건설사, 대규모 은행, 대규모 지방기업 등), 교외지역 거주자의 압력에 의해 비효율적인 자동차운송체계가 발달하게 됐다고 본다. 도로를 통한 자동차운송은 건설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도로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밤 등)에는 그대로 낭비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사회적 소비에 관해서는 교외 지역과 도시 지역 간의 관계, 그리고 사회보험에 대한 분석으로 서술한다. 그는 교외와 도시의 관계가 제국주의 열강과 식민지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본다. 미국에서 도심지서비스(은행, 법률, 연구, 광고 등)는 도심에 남아있지만 대규모 생산시설은 도로와 현대식 생산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교외로 이전했다. 이는 곧 도시에는 경쟁부문이 남고 독점부문은 자본과 노동자가 모두 교외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에 건설되는 도로나 치안과 같은 사회서비스의 비용은 도시에 거주하는 경쟁부문 노동자가 부담하지만, 교외에 살면서 도심에서 일해야 하는 서비스 분야의 독점부문 노동자는 자동차로 출퇴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회적 소비가 요구된다. 심지어 도시를 더 효율적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도시재개발계획과 투자계획은 결국 도시에 살고 있는 경쟁부문 노동자들과 소기업들을 더 열악한 지역으로 내몰게 된다. 

물론 교외 거주자는 도심부의 상업시설에서 소비하고 소비세를 내며, 소유하고 있는 도심지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를 내기 때문에 도시에 기여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코너는 교외 지역보다 도심에서 소득-고용 승수가 낮다는 점에서, 독점부문 노동자나 기업이 도심에서 얻은 소득을 교외 지역으로 수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오코너는 미국의 사회보장제도(사회보험)에 대해 비판한다. 그는 사회보장이 본래의 의미대로라면 사회적 손비로 분류되어야 하겠지만,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생산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고용되어있는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고 특히 소득수준이 더 높은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으므로, 사회적 손비가 아닌 소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제도는 모든 노동자에게 정률의 세금(보험료)을 부과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적은 소득의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느끼게끔 되어있으며, 그 혜택도 소득에 비례하여 주어지기 때문에 경쟁부문으로부터 독점부문 노동자에게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5. 재정위기에 대한 논의의 장을 제공하다

 
 
그는 자본주의 내에서 재정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산업 복합체’(social-industrial complex)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문제(환경, 빈곤, 치안, 군사 등)와 요구되는 사회서비스(연구, 교육, 우편, 도시정비 등)를 국가의 보조를 받는 민간기업(독점자본)이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은 독점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정부를 통해 불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하지 않으면서도 일자리를 확대함으로써 정당성의 위기를 완충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관계에서 기업에 이런 역할을 부여하는 방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사회-산업 복합체에 대한 저자의 명확한 서술이나 차후의 연구가 없어 다소 모호하다.

이처럼 오코너의 분석 중에는 모호하거나 비어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의 연구에 대한 몇 개의 서평 역시 이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갤러거(Bob Gallagher)는 그가 자본주의 국가가 경제위기를 해결하고자 정치적인 시도를 한다는 성질을 간과했다고 본다. 슈워츠(Alex Shwartz) 역시 각 행위자들이나 기관들이 어떻게 재정위기를 완화하는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 서술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오코너의 서술대로라면 1970년대 이후에도 미국의 재정상태가 계속 악화일로를 걸어야 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결과도 이러한 비판을 강화한다. 오코너의 주장을 통계적으로 검증하고자 했던 밀러 역시, 일정 부분은 검증에 성공하면서도, 각종 세금을 실질적으로 어떤 세력이 부담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다소 어려우며, 오코너가 생산부문과 비생산부문을 구분하지 않고 있어 한계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오코너가 국가의 재정에 대해 논의하는 기본 틀을 제공함으로써 이후 여러 구체화 된 연구와 논쟁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도 평가하고 있다. 오코너는 ‘정당성의 위기’라는 개념을 제공함으로써, 축적과 정당성이라는 국가의 모순된 기능에 재정위기를 촉발하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분석했고, 따라서 전쟁과 복지에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모든 비용을 조달하고 지출하는 과정에서 역진적인 재분배 효과가 발생한다는 오코너의 분석은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정당화 기능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오코너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통해 다소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즉 근본적으로는 조세와 재정지출에 대해 계급적 관점을 가지고 노동자계급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분석에서 미국의 노동조합은 즉자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으로서 개별적인 조세저항 그 자체에 머물렀다. 그러나 대안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노동자가 단결하여 계급적인 관점에서 조세체계뿐 아니라 자본주의와 정당성(민주주의)의 모순된 관계를 비판하고 새로운 사회적 지출, 그리고 개인적 생활양식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다소 원칙적인 수준의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국가의 재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과소한 데 반해 개별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누군가 떠안아야 할 부담을 다른 집단(혹은 미래)에 떠넘기는 데 골몰하고 있는 세태를 고려하면, 그러한 행위가 어떻게 공동의 손실로 이어지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유의미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 이 책의 주장처럼 경제성장에 따라 세수가 증가하더라도 재정적자가 계속 확대된다고 한다면, 경제성장이 둔화되거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때의 재정악화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2007~09년 금융위기로 경제성장률이 세계적으로 둔화되었으며,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주요 국가들에서 마이너스 성장률이 기록되었다. 그리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수요의 확대라는 요인뿐 아니라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과 여타의 불균형으로 인한 공급 제약이라는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가 코로나 이전의 경제성장률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자본주의의 구조적 결함으로 경제성장으로 표현되는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부채를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20세기 중반에 미국이 전후 부채를 탕감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었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경제성장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의 재정위기는 실존하는 문제다. 다시 말해, 국가가 자본주의 재생산을 총괄하는 조건에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궁극적으로 재정위기로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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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노동 노조 이론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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