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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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투자협정 반대 투쟁

경제위기와 노동의 불안정화를 야기하는 금융세계화 반대투쟁

노선호 | 정책부장,국민행동 사무국
<b>한일투자협정 체결 추진의 국내,외적인 배경</b><br>

지난 98년도에 전지구적으로 보편적인 투자 자유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범을 제정하고자 했던 다자간 투자협정(MAI)이 실패로 돌아가고, WTO체제 내부에서 미국, EU, 일본 등 중심부 국가들간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복잡해짐에 따라, 세계 각 국은 지역 또는 양자간 자유무역협정/투자협정을 체결하려 하고 있다. 협정에 담길 내용은 MAI를 기본으로 하여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다자간 협상이 갖고 있는 위험부담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역 또는 양자간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환경 변화에 조응해 한국 정부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 나아가서는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를 추진하려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어떠한 상으로 양자간 특히 동아시아 지역 협정을 추진할 것인가는 각 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며, 특히 일본과 중국간의 동아시아 경제를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은 점점 거세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002년 1월,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필두로, 한국과 투자협정 체결과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정부간 연구단위 구성, 태국․멕시코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중이다. 나아가‘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3(한․중․일)‘의 틀에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더해 ’동아시아 확대공동체‘를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구상은 동아시아 시장을 거점으로 장기적인 일본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활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의 자기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지역화(유럽연합의 확장과 2005년 미주대륙자유무역지대 출범)에 맞서는 일본 초국적 자본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중국의 경우 국내에선 국영기업의 사유화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구조조정을 하여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체질 전환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지난해 WTO를 가입함으로써, 본격적인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의 편입을 분명히 했다. 또한 작년 11월에 열린 아세안 회의에서 중국은 10년 이내에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을 합의함으로써 일본의 동아시아 엔화블록 구상에 대항하여 동남아시아 화교자본과 연계하에 인구 17억 명, GDP 규모 2조 달러에 이르는 위안화블록 구축을 천명하였다.
한국의 김대중 정부 역시 이와 같은 추세를 따라 현재 한일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하여 미국, 칠레, 뉴질랜드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중이며,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이러한 외적인 배경과 더불어 김대중 정부는 금융세계화라는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질서로 편입하기 위해 국내 경제 구조조정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한일투자협정을 비롯한 양자간, 지역 간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 추진의 또다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구조조정을 구실로 경제의 금융화를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외국자본이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을 자유롭게 입수․합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으며, 주식시장을 공기업 등 일부 지분 제한 항목을 제외하고는 거의 개방하였다. 공기업의 경우 지속적으로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 폭을 완화시키거나 제거시켜 초국적 금융자본의 투기의 먹이감으로 내어주고 있으며, 사유화와 해외매각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기업 평가의 기준을 주주들의 이해에 맞추고, 기업 생산성 향상은 아랑곳 않은 채 주가상승만을 기업활동의 유일한 목적으로 두도록 하였다. 심지어는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투입 비율을 크게 확대시키고, 기업연금을 도입함으로써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노동자의 이해를 주식시장의 등락에 속박시키려 하고 있다.

소위 투자를 보장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투자 규범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한일투자협정을 필두로 한 양자간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은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정책을 한층 강화시키기 위한 법적 제도차원에서의 매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일투자협정문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한일투자협정이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를 철저히 대변해주는 가운데 경제위기와 노동의 불안정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음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b>투기적이고 노동의 불안정화를 야기하는 초국적 금융자본</b><br>

우선 투자협정문의 내용을 분석하기 이전에 오늘날 자본운동의 성격을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김대중 정부가 신앙처럼 모시고 있는 해외투자 유치와 (금융)자본에 대한 탈규제화가 경제 성장과 고용창출을 가져오기는커녕, 항시적인 경제 불안과 금융위기의 가능성, 고용의 파괴를 비롯한 노동의 불안정화라는 그 반대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윤율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전개되어온 자본축적의 재구조화 방식은 금융의 중요성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이었다. 과잉축적된 자본은 각 국 정부에 의한 금융 탈규제와 맞물려 금융시장으로 몰려들어가 경제적 결과에 상관없이 단기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몰두했다.
이는 현실을 반영하는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 현재 전세계를 오가는 돈의 98%는 순수한 자본거래다. 실물이 오가지 않고 돈만 오가는, 말하자면 “돈 놓고 돈 먹기” 방식의 거래가 오늘날 자본운동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해외자본의 유출입 역시 마찬가지이다. 95년부터 2001년 11월까지 한국에서의 외국인 투자는 30.8%가 직접투자이고, 69.2%가 증권투자이다. 70%에 육박하는 증권투자가 단기적인 배당금을 노리는 투기자본이라는 것에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한편 직접투자가 30%에 달한다고 하지만, 이 직접투자는 공장을 짓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교과서적인 의미에서의 투자가 아니라, 대부분은 지분확보를 위한 투자, 인수합병을 위한 투자이다. 결국 오늘날 투자의 성격은 대부분이 금융투기이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의 남미국가들과 97년 동아시아에서의 경제위기 나아가서는 민족경제 자체의 파산은 초국적 금융자본의 횡포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금융자본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과 주주들의 높은 금융소득에 대한 요구는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를 직접 공격하도록 한다. 기업 수익성을 높여나가는 가운데 기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본은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와 노동시장의 신축화와 같은 노동의 불안정화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으며, 미국의 엔론 사태가 보여주듯, 노동자의 퇴직금마저도 주식시장에 놀아나도록 해, 노동자의 빈곤화와 삶의 불안정화는 금융화로 더욱 극에 달하고 있다.


<b>한일투자협정문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b><br>

투자협정은 투자자와 투자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초국적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주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전문과 23개조의 본문, 2개의 부속서로 구성된 한일투자협정문의 전반적인 조항을 살펴보도록 하자.

본문 제1조에 따르면, ‘투자’는 투자자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통제하는 모든 종류의 자산을 가리키며, 주식, 채권 투자와 같은 투기 목적의 자본 유입까지도 투자로 규정하여 투자자와 투자의 범위와 정의를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이에 대한 보장과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오늘날 투자의 외피를 두르며 투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초국적 금융자본을 규제․통제하기 어렵게 만들고, 합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의미를 갖는다. 한편 제17조와 18조에선, ‘금융상의 어려움에 처하거나 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일시적 송금제한 조치와 같은 규제를 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이미 얻을 이익은 다 얻고 빠져 나가버린 초국적 금융자본에게는 제한을 가할 수 없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협정문 제2조는 해외투자에 대한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 원칙을 다루고 있다. 내국민대우란 해외투자와 투자자에게 자국의 투자자와 투자에 부여하는 대우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부여하는 것이고, 최혜국 대우란 동등한 성격의 투자협정을 체결한 제3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국내 자본과 해외자본간의 경쟁에 있어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합리적이고 온당해 보이는 이 원칙들은, 현실에서는 자본력과 기술력, 기업 제도에 있어 우위를 가지고 있는 초국적 자본의 국내 경제 침식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이미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외국인투자 촉진법을 통해 법인세 또는 소득세를 7년 간 100%, 이후 3년 간 50% 감면해주고,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5년 이내 100%, 이후 3년 간 50% 감면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내국민대우 원칙은 오히려 역차별인 셈이다. 한편, 더욱 큰 문제는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의 원칙이 현재 사유화와 해외매각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발전, 가스, 철도와 같은 공기업 분야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회 구성원의 기초적인 생활을 위해 사회적 책임 하에 유지되어야 할 공기업이 사유화되는 그 자체도 크나큰 문제이지만, 사유화 이후 해외매각이라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 조건이 창출된다. 미국은 한미투자협정 협상과정에서 전력, 가스를 사유화할 것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결국 투자협정의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 원칙을 이용하여 공기업을 매각하기 위한 시도였던 것이다. 또한 미국이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스크린쿼터의 폐지도 이 내국민대우 원칙 때문인데, 국민국가적 수준에서 자본의 상업적 이익보다 우선으로 두고 있는 문화다양성이나 노동권, 민주주의의 가치를 내국민보다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근거로 훼손할 여지가 있다.

한편 협정문 제9조(이행의무부과금지)에 따르면, 해외 자본의 국내진출에 있어 기술이전의 의무나 일정 수준의 내국인 고용의무, 일정 수준의 내국산 자재 사용의무 등 국가의 경제적․사회적 필요에 따라 국가가 투자자에게 부여할 수 있는 의무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투자자의 이윤행위에 방해가 되는 국가의 정책에 대해 투자자가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제15조에 부여함으로써 국내 사회구성원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의무와 책임이 있는 차원에서의 국가 주권을 해외투자자의 이윤보장에 더더욱 종속시켜버리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게 되었다.
협정문 제11조, 12조, 13조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투자에 대한 사유재산권의 철저한 보호를 명기하고 있다. 즉 제10조에서는 투자에 대해 수용․국유화하거나 그에 상당하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 보상은 수용되기 직전 공정한 시장가격으로 취해져야 하며, 보상은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통화로 태환되도록 하고 있다. 제11조에서는 적대행위․소요․반란․혁명 등의 긴급상황으로 인해 손실이나 손해를 입은 경우 이에 대한 보상 또한 최혜국대우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제12조는 초기자본, 추가자본, 이자, 배당금, 수익금 등 투자와 관련된 모든 지급액을 지체 없이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자유로운 송금 보장은 투자에 따른 이익이 국내 경제 성장과는 무관하게 초국적 금융자본의 손아귀로 고스란히 이전되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투기자본의 자본회전율을 높여 투기활동을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다. 한편 투기로 (반)주변부 국가들의 금융위기가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융위기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 직면한 각 국이 초국적 금융자본의 활동을 규제하는 금융세계화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였을 경우, 위기의 원인제공자인 초국적 금융자본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못하게 하면서 사유재산권은 철저히 보장해주도록 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손실이나 손해의 보상문제인데, 소요의 범위가 규정되어 있지 않아 노동자 파업을 소요로 규정, 그에 따른 기업 손실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도 초국적 금융자본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불씨를 남기고 있다.

이처럼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되고 있는 투자협정은 국제적 투기자본의 준동을 법적으로 보장해줌으로써 국가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하는데 일조하고, 초국적 자본의 이윤보장을 위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게 할 것이다. 또한 한일투자협정은 노동의 불안정화 양상을 강화한다. 현재 세계적인 과잉생산으로 인한 이윤율저하 상황에서 금융투기활동에 몰입하고 있는 초국적 자본은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수단과 기업의 항상적인 구조조정을 강제하여 이윤증대와 주식가치증대를 꾀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자본의 필요에 따라 대량해고, 노동강도 강화와 임금 축소의 요구를 강제하여 노동의 신축화를 촉진하고 노동의 불안정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한편 대외의존도 1위 국가인 미국과 3위 국가 일본과 투자협정 체결은 침체에 빠져 더 이상 일본 국내에서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자본이 한국에 투기적으로 침투하도록 하고, 공기업 해외매각과 인수합병, 주식소유와 같은 방식으로 한국경제를 장악해 들어가고 있는 미국자본의 국내 경제장악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b>한일투자협정 국회비준저지, 나아가 금융세계화 반대를 위한 투쟁을 벌여내자.</b><br>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이라던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은 금융자본 중심의 자본 축적 재구조화을 의미했다. 그 결과 설비투자 등 실물경제 성장은 오히려 후퇴하고 주가상승과 같은 금융 팽창에 열을 올리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준동에 경제는 항상적인 불안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실업률 증가, 불안정 노동의 확산, 의료․교육․사회복지 비용의 개인 전가와 같이 노동자․민중의 삶의 위기는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금융세계화 편입 전략은 상시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하에 앞으로 더욱 거세어질 전망으로, 투자협정 체결은 이를 위한 매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한일투자협정은 지난 3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한 때 양국의 공식 서명을 거치고 국회비준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수시로 언론을 통해 체결을 공론화하는 가운데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미투자협정 역시 한일투자협정 체결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제 종속의 심화속에서 경제위기를 조장하고 노동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투자협정에 맞서는 투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나아가 현재의 구조적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면서 초국적 금융자본에게 부를 집중시키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 내고 있는 금융세계화를 반대하는 투쟁이 시급히 조직되어야 한다. PSSP
주제어
경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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