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7-8.27호

금융의 세계화, 연기금의 금융화

윤여협 | 연기금대응팀
연기금 대응팀은 사회진보연대, 보건복지민중연대, 한국노동정책연구소의 고민 있는 활동가 및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그리고 본 글은 그간의 논의 성과를 모아 정리하고, 다른 민중운동, 노동운동, 사회운동 단위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지난 3월 대응팀의 고민은 기업연금제도 도입 및 연기금 제도 개혁을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의 세계화와 연기금의 부상 배경, 활약, 영향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는 총 5회에 걸친 연재를 준비했다. 대응팀은 앞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연기금 개혁이 경제, 사회 및 정치 영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이를 폭로할 것이다.

1. ‘금융의 세계화, 연기금의 금융화’
2. ‘연기금 개혁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역학관계와 개혁 모델 비판’
3 ‘남한 금융시장의 현재와 연기금 개혁’
4. ‘종합 토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금융의 세계화, 산업자본의 금융화

생산부문에의 투자, 국민총생산 및 무역의 증가율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금융영역의 특수한 역동성은 그 자체로 지난 수십년간 세계경제 상황을 가장 크게 뒤바꿔 놓은 요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1960~70년대에 걸친 생산부문에서의 가치실현의 곤란과 자본의 평균이윤율 하락은 금융적 방식으로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막대한 자본의 형성을 가져왔다. 이를 위해 과거 금융에 부과되었던 제약조건들은 철폐되어야 할 대상이었으며, 국가에 대한 로비와 이데올로기적 공세의 결과 금융의 자유는 성취되었다. 결국 금융영역의 가속적 성장은 국민적 금융제도들의 자유화와 탈규제 그리고 관치금융체제로부터 시장금융체제로의 이행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금융화 과정은 몇몇 금융-관련 표준을 포함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있어 첫 번째 금융적 규범은 국가 내에서 상품의 가격안정성 혹은 ‘낮은 인플레’이다. 이러한 목표는 ‘경쟁적 탈인플레’, 낮은 임금의 유지, 복지관련 국가지출에 대한 압력 등 화폐의 이해를 반영한다.(화폐적 정치) 동시에 금융자산 소유자의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면서 단기의 투기적 조작에서 자본 집중을 위한 인수-합병까지 자본의 자유로운 운동은 정당화된다. 이는 거대 산업자본의 투자전략과 경영, 투자은행-보험-연기금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가들의 새로운 활동을 추동하였다.

금융의 세계화는 기존 산업자본들이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유동성과 이동성을 상당수준 제고시켜주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지배적 산업자본으로서 초국적 자본(TNC)의 금융화가 가속화되었다. 이는 산업자본이 주식-채권시장, 외환시장에서 막대한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산업자본이) 자본의 가치를 실현하는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경하였다는 점이다. 즉 지배적 자본분파(TNC)가 축적의 원동력을 새로운 물질적 팽창에서보다는 고도금융을 통한 잉여가치의 분배기술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자본은 세계적 수준에서 강제되는 금융자유화와 탈규제에 의해 가능해진 금융설계기법 덕분에, 고용을 새로 창출하는 신규투자를 행하지 않고서도 국가경계를 넘어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대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금융화에 성공한 산업자본인 초국적 기업(TNC)들의 공격적 인수․합병방식은 민족국가 자산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물어뜨리고 나서, 금융시장을 통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들을 통합시켜내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의 논리에 기반한 지속적인 자본생산성 제고, 즉 다운사이징(downsizing), 재설계(reengineering), 구조조정(restructuring), 합리화(streamlining)하였다. 이러한 효율성 재고과정을 통해 금융적 팽창은 산업자본과 분리되지 않고, 산업자본의 논리를 금융자본의 논리로 완전히 전환시켜내면서 확장하게 된다. 실제 90년대 미국경제가 그러했듯 자본축적의 위기에 대응한 자본진영의 방책은 금융적 팽창과 그 수익률에 기댄 완만한 기술혁신-자본생산성 재고였다. (대표적 예로 미국의 연기금은 신경제로 상징되는 IT산업에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였다) 즉, 스스로 주식-채권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 그리고 기관투자가의 감시 하에 구조조정 시스템을 일상화하고, 기술중심 중소기업들을 적극 육성․통합시켜내는 것. 이렇게 산업자본은 금융적으로 팽창해왔다.

기관투자가의 부상과 역할

기관투자가의 부상의 주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시장의 탈규제와 자유화는 기관투자가의 성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둘째, 개인투자가들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자신의 자산을 위임하는 추세가 강화되었다, 셋째, 연기금의 개혁과 규모의 성장은 금융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부상을 촉진하고 그 역할을 증대시켰다. 넷째, 80년대 중반이래 공공채무의 증가하였고->국공채 시장이 성장하여 ->기관투자가를 크게 강화하였다. 실제로 국공채 시장의 성장은 연기금, 투자은행, 보험회사의 성장을 촉진했다. OECD 나라들이 재정적자의 보전방식을 금융시장에서의 채권발행으로 전환함으로써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입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기금들이다. 다섯째, 특히 투자은행의 경우 8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의 하나가 된 민영화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민영화로부터의 수입은 1990년과 1997년 사이 300억 달러로부터 1540억 달러로 족히 다섯배가 되었다. 여섯째, 기관투자가는 합병과 적대적 인수의 준비와 실행과정에서 상당한 정도로 참여하여 거대한 수익을 챙겼다. 1992년부터 97년까지 인수합병의 건수는 세계적으로 거의 두배가 증가하였고 양도된 자산가치는 다섯 배 이상(+445%)으로 증가하였다.

<표> 금융제도에서 기관투자가의 비중

* 금융부문의 총 금융자산에서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율
** 사적 가계의 저축에서 기관투자가에 투자되는 비율

자료: IMF, International Capital Markets. Developments, Prospects, and Key Policy Issues, Washington, November 1998, p. 135

총 금융자산에서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이 역시 10년 간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전문적인 기관투자가는 이미 금융부문 총 자산의 절반 이상을 관리하고 있고 영국과 캐나다에서 그 비율은 약 1/3에 이른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가계들의 저축 중 점차 많은 부분을 은행계좌나 (직접적으로)주식이나 채권으로 갖지 않고 기관투자가에게 맡기는데 기인한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도 지적했지만 개인투자가들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저축을 하고,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위임을 지향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자산에 대한 통제권 위임이 자본시장 내에서 투자결정의 집중화로 이어지고 이를 강화시켰다. <표1>을 보면 1985년과 1995년 사이에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등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가계의 저축이 뮤추얼펀드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이후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참 역설적인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데 금융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가계의 저축, 임금의 일부분이 적립된 노후보장 기금, 보험금이 활용되어 오늘날 가장 투기적인 기관투자가들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민중의 생계기반에 더욱 깊숙이 침투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였다. 사실 오늘날 금융의 새로운 전략은 개인과 가계의 금융계획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경영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개인과 가계의 금융계획은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구조로 이행을 추동하는 주요한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결국 개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금융의 수요를 개발하고 패키지로 묶어내는 것, 종업원복지혜택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연금을 도입하는 것, 개인과 가계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상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주요 동력을 형성한다. 그리고 기관투자가들은 이러한 자금원에 기대어 자산가격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장주도자의 역할을 담당해왔던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집중된 화폐자본을 점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기업과 국민경제를 금융의 이해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 재조직하는지를 보고자 한다. <표1>에서 확인했듯이 뮤추얼펀드나 보험회사,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은 이제 금융투자의 광범위한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산업들과 기업들 내에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이윤율을 비교하고 경영진의 성과를 판단한다. 즉 기관투자가들은 보다 커다란 투명성에 관심을 갖고 지구적 행동반경을 갖는 투자자로서 기업 성과의 국제적 비교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며,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는 자본의 관리자로서는 항상 높은 수익과 긍정적인 시가기대에 관심을 갖는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자신에 의해 관리되는 자본을 투하한 기업의 대주주로서 그들은 금융소유자의 이해를 크게 대변해야 할 압박에 놓인다. 이 압력을 그들은 경영진에게 행사한다. 그러나 그들은 마찬가지로 그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신속하게 기업으로부터 철수할 능력도 있고 준비도 되어 있다. 여기서 금융규범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주주 이익의 극대화이다. 이런 상황이 “주주가치”를 지향하는 것, 즉 주식소유자를 위해 그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경향은 1980년대 이후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인수/합병 운동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명확해진다. 최근 인수/합병의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이 생산자본의 지속적인 축적에 공헌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산업자본의 ‘금융화’를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서의 인수/합병 운동에 관한 연구들은 대상 기업들을 수중에 넣는 목적이 주로 증시 활황으로 그 명목가치가 팽창할 것으로 기대되는 금융자산의 획득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증권을 매입하는 그룹들이 이러한 증권시세의 상승으로부터 기대한 것은 그 환매를 통한 상당한 잉여가치의 획득 또는 잠재적 잉여가치의 형태를 회계상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기관투자가의 관심은 금융소유자들이 배당금을 많이 받도록 미래의 전망에 대한 평가와 현재의 상대적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관투자가의 기생적 활동은 사실상 자신이 주주로 있는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 행위는 가격의 단기적 변동성에 따른 것이기에, 거시경제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경쟁의 길에서 새로운 표준과 목표수치 그리고 비교척도를 통해 경제전체로 확산된다. 한편 이러한 경제의 불안정성 증대의 파급효과는 단지 일국 경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관투자자들에 의한 기업지배구조의 영향력 강화로 세계화된 시장에서 지대적 조절도 매우 쉬워졌다. 이들은 전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생산된 가치를 더욱 착취하고, 국민적 차원뿐만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생산장치(산업, 서비스)의 이익을 더욱 빼앗고 있다. 분명 기관투자가는 전세계를 무대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며, ‘투기금융’의 주력 부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에서 주가가 요동칠 때마다 세계의 다른 모든 증권시장이 연동되어 크고 작은 주가 폭락이 일어나는 것은 증시의 직접적인 상호연계나 투자자들의 모방적 반응 때문만이 아니다. 한 금융센터에서 다른 금융센터로의 전염 현상은 증권 보유자들의 극단적인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흥시장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금융위기의 배후에 이들 기관투자가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또한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신흥시장에 자신의 이익에 기여하는 자본시장 규율들- 급진적 민영화, 긴축정책, 국가의 규제기능 약화-을 강요하게 된다.(Mary Ann Haley: 1999) 한편, 세계화된 시장금융은 그에 선행했던 국제화의 형태들에 비하면 그 배제적 성격이 훨씬 강하다. 특히 엄밀한 의미에서 개도국들의 배제가 심각한데 그 까닭은 불행히도 이 나라들은 세계화된 금융시장에 통합될 수 있는 신흥시장도, 대공업국들의 채권 또는 주식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능력 있는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금융화

연기금은 임금이나 봉급에서 나온 분담금이 누적된 것이며, 그 공인된 목적은 퇴직 임노동자들에게 규칙적이고 안정된 연금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기금은 저축을 집중시키는 제도형태로서 대개 기업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민간 제도이기 때문에, 그 최초의 자금원은 (넓은 의미에서의) 임금 소득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기금들이 집중시킨 저축이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이들은 비은행 금융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며, 그 기능은 대규모 화폐자본을 유동성 원칙과 수익의 극대화 원칙 하에서 자체 증식을 도모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먼저 기금의 규모부터 보면, OECD는 1996년 연금자산 총규모를 8.7조 달러로 측정했고, 1990년이래 연간평균성장률을 10.9%로 측정했다.(OECD 1998b). 그리고 연금자본은 OECD국가의 기관금융(보험회사, 투자회사, 연금펀드) 중 28%를 구성하고 있다.(1995년) 한편, OECD 산정기준과는 다르게 보험회사와 투자은행에서 다루고 있는 연금자산을 액수를 연금자산 규모산정에 포함시키면, 연금자산은 10조 달러로 증가하며, OECD 총 주식시장 자산 중 4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1998년) 게다가 매우 특징적인 사실은 사적 연기금의 경우 다른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외국주식과 채권에 대한 자산대비 투자 비율이 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1993년) 이를 통해 우리는 연금자본이 금융시장을 무대로 엄청난 양의 주식과 채권을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연기금이 주식의 소유권과 같은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매입한 주식을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증권형태는 기관투자들에게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핵심활동인 투기에 유달리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기금의 금융 활동은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촉매제의 역할을 했는데, 이는 다음의 사실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라틴 아메리카 신흥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은 주로 기관투자가들, 특히 뮤추얼 펀드가 주도한다. 하지만 뮤추얼펀드의 중요성의 원천도 사실은 연기금에 부분적으로 의존한다. 미국 연기금 가운데 신흥시장에 투자된 자산 규모는 1996년까지 적어도 50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때 연기금 투자의 절반 이상을 투자은행에 투자하고, 이것이 신흥시장에 투자되는 형태였다. 즉 연기금은 점차 뮤추얼펀드에 위임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금융의 세계화, 연금 주식화의 파괴적 효과

새로운 사회적 타협체계는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 밀접히 관련되었다. 이른바 다양한 계급간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금융적 포섭이다. 이러한 포섭형태는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의 관련 덕분에 보다 폭넓은 계급에게까지 확장하게 된다. 즉, 중간계급을 포함하는 폭넓은 타협의 구축이 신자유주의 생존의 핵심이 된다. 중간소득 노동자에 대한 주식시장 지분분배를 통해 노동 vs 자본의 계급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임노동자들에게 임금보상을 대체하는 주식의 분배, 스톡옵션, 연금기금의 분배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금융적 포섭전략은 첫째, 노동통제 및 신축화의 기제로 활용된다. 예컨대 노동자 대중을 분할하는 내부노동시장 형성의 기제로서 실물적인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의 개선보다는 개인연금(보험)과 기업연금의 한 형태인 종업원지주제, 임금의 새로운 지불방식으로서 스톡옵션이 적극 추진된다. 이는 보다 세련된 형태의 효율성 임금논리에 의해 뒷받침된다. 여기에서 효율성임금이란 예컨대 보너스임금, 연봉제, 스톡옵션을 말하는 것으로, 집합노동자의 평균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짓는 생산성 임금체계와 달리 임금의 크기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된다고 보는 임금체계이다. 이는 과거 (구)케인즈주의적 노동(임금) 정책의 성격과 크게 다른 것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당국은 오히려 효율성 임금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비자발적 실업을 용인(혹은 부추기는)하는 가운데,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하에 불안정노동을 더욱 확산시킨다. 결국 임금은 개별 노동자들간에 엄청난 편차를 가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노동자들간의 경쟁이 심해지며, 임금결정과정에서 여타의 제도적 조직적 개입은 봉쇄되어 임금의 신축성이 노동, 고용의 신축화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본의 금융화 전략은 고용의 불안정화와 노동통제강화를 양축으로 하는 노동시장의 신축화를 위해 법제도적 개혁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전방위적인 노동의 분할과 배제를 의도한다.

둘째, 이러한 금융적 포섭의 체계는 개인과 가계의 생계와 노후대비자금을 주식시장의 운명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며, 구조조정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가속화시킨다. 자본은 더 넓은 층을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포섭하고자 하며, (강제적․자발적 방식으로) 노동자들은 이러한 금융적 수혜 앞에 스스로를 주식시장의 운명에 결속시킨다. 노동자들의 최후의 소득원천들이 금융자본의 이해에 귀속된 것이다.
분명 금융시장은 소득 분배 순환의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구조는 더욱 체계화되고 있다. 결국 금융시장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보호되어야만 하는 무엇이 된다. 이미 수천만의 민중들이 생계와 노후를 위해 금융 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연기금의 금융화가 가지는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금융자본은 노동자의 (노후보장 용도로 누적된) 임금을 활용함으로써 화폐를 집중시키고, 소득배분을 금융의 이해에 유리하게 수정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된 반면, 노동자는 금융의 불안정성에 따른 위험과 손실을 떠맡게 되며, 기업지배구조의 금융화를 촉진하여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킨다. 그 의미는 노동자에게 주식소유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여 구조조정의 추진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스스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불행한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금융의 구조에 따라 한 노동자가 퇴직하여 획득하게되는 연금수령액 (급여)수준이 현시기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착취강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의 새로운 전략은 노동자의 단결에 기초한 운동을 파괴하고, 그 대신 자본시장 활성화와 경제의 투기화를 지탱해주는 (소액)주주행동주의로 운동을 대체함으로써 ‘성공한 노동자’는 있어도 ‘노동자의 성공’은 없는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고용, 노동조건을 구조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들이 기대하는 미래는 없다.

금융시장을 보다 정확히 보면 그것의 발전과 현재의 구조 그리고 지배의 뛰어난 정치적 성격을 알게 된다. 자본은 축적체계의 일반적 위기를 지연시키고자 성장의 원동력을 고도금융(high finance)을 통한 잉여가치의 분배기술에서 찾고 있다. 생산부문의 퇴행적 축적, 더욱 불안정해지는 고용, 사회적 정치적 퇴보를 특징으로 하는 금융의 세계화 과정.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시장은 호명되지 않은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형상이 없는 힘이 아니라, 거대 기관투자가와 초국적 자본(TNC)에 의해 조직되고 그 이해에 복무하고 있다. 그들만을 위한 금융시장의 지배는 전복될 수 있으며, 바로 여기에 전 민중의 저항이 조직되어야 한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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