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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9.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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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비리 사건으로 드러난 대중음악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

최준영 |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정책실
연예계 비리 사건으로 드러난 대중음악산업의 구조적 문제점

최준영(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정책실 ptrevo@jinbo.net)

연예계 비리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서울지검 강력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중간결과에 따르면, 8월 25일 현재 검찰은 방송사PD, 스포츠지 기자, 연예 기획사 관계자 등 14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20여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소재를 파악중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 성상납 문제,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 폭력조직과 연계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중이라는 언론의 보도를 고려해 보면,"이번 수사는 일회성이 아니다."라는 검찰의 공언이 이번만큼은 분명한 듯 하다.
물론 아직 많은 관련자들이 국내외에 잠적중인 데다가 수사가 길어지는 부담감, 그리고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과 유착관계를 밝히기가 힘들어지는 것 등이 앞으로 수사에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부디 이번 수사만큼은 연예계에 만연한 비리의 구조적 관행을 뿌리뽑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다.

이른바 'PR비'의 구곶적 관행

'자판기(넣은 만큼 나온다는 의미에서)'로까지 표현되는 한국 대중음악시장의 음반홍보비(PR비)규모는 얼마나 될까? 알려진 바로는 신인가수가 자신의 앨범을 홍보하려면 대략 3억원 정도의 돈을 써야한다고 한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시장의 현실에서 방송출연만이 음반과 가수의 생명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라디오, 공중파TV, 케이블TV 방송 횟수마다 매겨져 있는 'PR비'를 지불하는 것은 지나칠수 없는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라디오 몇 회, 공중파 몇 번, 케이블 몇 분' 등으로 매겨지는 이러한 PR비 관행은 비단 신인가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몇 차례의 앨범을 낸 인기있는 중견가수라도 컴백앨범을 홍보하려면 마찬가지로 PR비를 뿌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PR비 관행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 구속기소된 사람들과 수사대상에 오른 사람들을 볼 때 90년대 이후 대중음악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때부터 시작, 강화되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 대중음악시장이 댄스음악, 10대 아이돌 스타에 기반해서 '양적성장'만을 이룬 상황에서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협소한 장르에서 격렬하게 경쟁하게 된 것이 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다 방송사의 연예프로그램이 수적, 양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이들 프로그램 사이의 시청률 경쟁이 이른바 '잘 나가는 연예인 모셔오기'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연예 기획사들과 유착해서 스타만들기, 방송사 홍보 매니저가 출현하는 따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시장의 양적 성장의 문제점

따라서, 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 대중음악시장의 양적 성장은 '조작된'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김건모, 신승훈, 서태지 등 밀리언 앨범을 발표한 가수들이 생겨나고, 팝 음악에 가려있던 가요가 대중음악시장의 전면에 나타나는 양적인 성장은 한국 대중음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자신의 존재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방식이었다. 음반의 내용적 완성도를 높이고 대중음악산업을 탄탄하게 하도록 음악을 수용하고 창작하는 공간 및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나 독립·인디밴드의 활동을 지원하는 류의 음악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뒷받침은 논의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른바 '기획사 가수'로 일컬어지는 10대 취향의 가수가 대량 생산되었다. 이들은 음악적 실력보다 '개인기와 외모'를 강조하며 연예오락프로그램과 안방을 장악했다. 대중들이 스스로 '오디오 가수', '비디오 가수'를 구분할 정도였지만, '비디오 가수'들은 오락프로그램에서 웃기거나 심지어 몸을 던지면서까지 꾸준히 살아남았다.

이렇게 자신의 문화적 성장을 배제한 채 양적성장만을 이루자 결국에는 대중음악시장이 불황에 빠지고 만다. 한때 7천여 개에 달하던 음반 소매점은 최근 2년사이 2천 5벽개로 감소했고, 음반 매출액 또한 꾸준히 감소하였다. 하지만 몇몇 연예 기획사의 음반산업 독점구조는 더욱 강화된다.

한국 문화산업의 문제점

드러난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중음악시장의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다른 문화산업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화, 애니메이션, 디지털 문화콘텐츠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문화산업의 모든 분야가 장기적인 진흥정책의 부족, 물적·인적 인프라 구축의 부족, 독립·소수문화에 대한 인식·지원의 부재라는 공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거대해진 산업규모에 걸맞는 투명한 유통구조도 없어 유통과정의 각종 비리와 전근대적인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방송의 기층에서 종사하는 인력들의 노동조건은 그야말로 형편없다.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 하나 없이 연봉 300만원 정도에 불과하거나 혹은 수입도 없이 개인의 희생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 이와 같은 사실은 문화연대와 정범구 국회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대중문화예술 산업 종사자들의 생활권 확보를 위한 정책포럼] 중 애니메이션과 영화분야의 두 차례 포럼에서 발표되었다.
}}은 한국문화산업의 양적인 성장에 가려진 '그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서세원과 이수만을 김우중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이번 연예계 비리 사건은 대중음악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음반의 내용적 완성도와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음악콘텐츠의 다각화
2)음악의 창작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저가의 연습실 마련 등) 및 수용여건 개선을 위한 클럽의 활성화와 전문공연장의 확보
3)음반시장 유통구조의 현대화, 투명화 및 가수-기획사 사이 표준계약제 도입
4)방송사 쇼·오락프로그램의 축소 및 음악프로그램의 개선(가요순위프로그램의 폐지 및 전문음악 정보프로그램의 신설 등)
5)방송사 음악 및 예능프로그램의 외주 제작 강화
6) 문화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정부 진흥정책 마련
문화는 그 사회에 속한 집단과 개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며 따라서 문화는 일반 상품과 같이 이윤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 문화산업, 문화상품도 마찬가지다. 문화'산업'이고 문화'상품'이지만 그것이 '문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따라서 공공성을 지닌 '공공재'라는 것을 문화창작자, 수용자, 연예기획자, 방송인 등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대중음악산업, 문화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설수 있을 것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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