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핵안보정상회의를 빌미로 한 홈리스 탄압 경찰청 규탄 기자회견문



국제행사시 마다 빈곤을 은폐하고, 빈민을 탄압했던 망령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월 26~27일, 양일간 개최되는 ‘핵안보 정상회의'를 위해 노숙인들을 사전차단하겠다는 민생치안대책을 내놓았다. “‘묻지마식’ 우발범죄 예방”을 위해 노숙자풍을 사전하겠다는 것이다. “핵테러 없는 세상”이라는 겉 포장에 숨어, 핵발전과 핵 패권 유지를 위한 회의를 위해 무고한 거리홈리스를 탄압하겠다는, 겉으로는 범죄 차단을 운운하나 실상은 자국의 빈곤을 가리고 싶은 이명박 정부의 천박함의 발로라 할 것이다.

이미 지난 1월부터 강남구청은 핵안보 정상회의를 위해 거리의 ‘지저분한 모습’을 감추고자 강남대로의 노점상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화분을 설치하려 하고 있다. 마치 국제행사가 노점상을 철거하기 위한 호재라도 되는 양 이번 기회를 통해 강남대로 노점상들을 아예 싹쓸이 철거해 버릴 계획인 것이다. 60명이 넘는 노점상들의 생존권은 ‘거리의 미관’이라는 고상할 권리에 짓밟히고, 외국분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이명박 정부의 결벽증에 벼랑으로 내 몰리는 것이다.

국제행사를 빌미로 한 거리 홈리스에 대한 탄압은 이미 공식이 된 지 오래다. 월드컵이 있던 2002년에는 서울시에서 거리 홈리스들을 수 십 명씩 팀을 짜 지방에 있는 청소년 수련원으로 집단 연수를 보내려다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2005년 APEC 정상회담 때는 거리 홈리스들이 살림살이를 보관하곤 했던 공공역사의 물품보관함을 사전 통보조차 없이 폐쇄해 무더기 도난사태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회담 장소였던 부산에서는 노숙인 ‘시설수용기간’을 지정하고 합동 계도반, 임시 수용시설을 만들어 본격적인 빈곤 가리기를 실시한 바 있다. 2010년 G20 개최때에는 종전에 없던 임시주거지원사업을 실시해 거리홈리스들을 한시적으로 가리고, 동시에 주요 노숙지역을 통한 상습적인 불심검문으로 거리홈리스들의 기본적 인권과 통행의 자유마저 구속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이 나라 정부는 가난한 민중들을 외국 손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숨겨야 하는 치부로만, 골칫거리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다.

홈리스가 묻지마 범죄자라는, 홈리스는 언제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폭력을 휘두를 것이라는 가정은 무엇에 기인하는가? 테러범죄자들은 ‘노숙자 풍’으로 입고 다닐 것이라는 단정은 또한 무슨 근거인가? 근래 강남 모 서점에서 발생한 폭행사건과 같이 일부 홈리스에게서 발생한 형사법적 위반행위들을 홈리스인구집단 전체로 일반화시키는 조작 외 어떤 근거가 있단 말인가? 이런 일반화의 오류라면 하늘아래 그 누가 죄인이 아닐 수 있겠는가? 그러나 경찰의 단정과는 달리 이 땅의 홈리스들은 한 평의 거처하나 지키지 못할 만큼 극단적 빈곤에 처한 이들에 불과하다. 소소한 경범죄에 휘말릴지언정 오히려 명의도용, 폭력 피해와 같은 치안의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일 뿐이다.
경찰은 오로지 홈리스에 대한 낙인에 근거한 강남일대 노숙자풍 사전 차단 대책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핵발전과 핵 패권 유지를 위한 부정한 국제회의를 위해 무고한 홈리스들이 잡도리 당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음을 경찰은 신속히 깨닫기 바란다.

2012. 3. 8.
‘핵안보정상회의를 빌미로 한 홈리스 탄압 경찰청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