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긴축정책 반대! 전 세계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자 [%=사진1%] 고조되는 분위기 11월 14일 오늘, 유럽 전역에서 ‘긴축 정책 반대! 일자리와 연대를 위한 전 유럽 행동과 연대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연대 총파업이 전개된다. 이번 유럽 총파업은 포르투갈 최대 노총인 포르투갈 노동자총연맹(CGTP)의 제안으로 조직되었다. CGTP는 포르투갈 민중에 대한 “착취와 빈곤화”에 맞선 전국 총파업을 결정하고 유럽노총에 유럽 전역의 총파업 조직을 제안했다. 유럽노총이 제안에 응답한 후, 스페인 양대 노총의 공동총파업이 결정되고, 뒤이어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노총들이 합류했다. 영국, 벨기에, 독일,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체코, 루마니아, 그리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총파업과 대규모 노동자 시위가 조직되고 있다. 최소 4개국 총파업, 전체 25개국에서 시위 및 다양한 행동이 벌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북미와 남미의 노총들의 연합체인 미주노총도 가세하여 연대행동을 선언했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긴축정책 2009년 10월에 시작된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유럽 위기의 신호탄이었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긴축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트로이카의 구제금융 및 긴축정책은 남유럽 국채를 보유한 유럽 중심국의 은행 위기로의 전염을 막음으로써 중심국의 이해에 봉사하지만, 해고, 임금삭감, 사회보장 축소 등으로 주변국의 민중에게 막대한 고통을 전가한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8일에 또 한 번의 재정긴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고, 11일에는 이에 따른 긴축예산안이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며 통과되었다. 내년과 내후년에 2012년 예산의 1/4에 해당하는 총 135억 유로의 정부지출을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연금을 비롯해 공공부문 임금 5~25% 삭감, 연료 등에 부과하는 세금 인상, 지역 의료보험료 인상을 하겠다고 한다. 지난 9월 통과된 스페인의 긴축안은 올 들어 이미 5번째였으며, 포르투갈에서도 정부지출은 13억 유로 줄이고, 세금은 43억 유로 늘리는 강도 높은 긴축안이 발표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4년까지 공공부문 임금에서 260억 유로를 삭감할 계획이며 공공부문 노동자수는 10% 줄어들 예정이다. 이처럼 강도 높은 긴축으로 인해 사상 유래 없는 높은 실업률, 임금 삭감, 사회보장 축소가 지속되면서 유럽 민중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긴축은 소용없다’며 파업과 시위에 나섰다. 화약고 그리스 그리스는 총리조차 “그리스인 소득이 2년 동안 35% 상실됐다.”고 밝힐 정도로 노동자 민중의 처지가 최악이다. 그러나 정부는 구제금융을 계속 받기 위해 재정긴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긴축안은 세금 인상, 연금과 임금, 각종 사회보장 삭감과 같이 노동자민중의 희생을 강요한다. 그러나 이런 희생을 통해 받은 구제금융은 모두 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에 진 금융 부채를 갚는데 쓰일 뿐이다. 이에 맞서 그리스 노동자 민중은 “그 빚은 우리가 진 게 아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빚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갚지 않을 것이다.” 라며 파업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그리스에서는 이미 스무 차례가 넘는 총파업이 벌어졌고, 11월 6-7일에도 의회에 상정된 긴축안에 맞서 48시간 총파업이 전개되었다. 그리스 양대노총은 14일 유럽 총파업에 이어 18일에도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스페인의 긴축정책 철회를 위한 투쟁은 ‘분노한 사람들’운동으로 대표된다. 이 운동은 2011년 5월 청년실업자 등이 수도 마드리드의 푸에라델솔(태양의 문) 광장에 집결해 실업과 빈부격차에 항의한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임금삭감과 복지축소 등 긴축정책에 불만을 가진 시민이 여기에 합류해, ‘분노한 사람들’ 운동으로 발전했다. 지난 5월 ‘분노한 사람들’ 운동 1주년을 맞아 20만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고, 현재까지 긴축반대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9월 27일 400억 유로의 긴축조치를 결정했는데, 이에 맞서 지난 10월 7일 56개 도시에서 수십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최근에는 경찰들도 긴축에 맞선 투쟁에 함께하겠다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오는 14일 스페인에서는 양대 노총인 노조연맹(CCOO)과 노동총동맹(UGT)이 전국 총파업을 벌인다. 이날 항공기만 해도 250편이 취소될 전망이다. 포르투갈에서는 9월 긴축 조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9월 15일 전국 40개 이상 도시에서 15만 명이 긴축에 반대해 거리 행진을 벌였다. 9월 22일에는 100만 명이 전국에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약탈은 이제 족하다”며 거리로 나섰고 대통령궁 앞에서는 약 2만 명이 밤샘 시위를 벌였다. 결국 100만의 투쟁에 정부가 무릎을 꿇었다. 9월 24일 포르투갈 정부는 민간기업 노동자의 임금삭감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한 차례의 공격을 막아낸 포르투갈 민중들 역시 투쟁의 파고를 높여가고 있다. 14일에는 공산주의 노동조합인 CGT와 포르투갈 최대 노총인 포르투갈 노동자총연맹(CGTP)이 총파업을 벌인다.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투쟁 투쟁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9월 28일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에 맞선 공공부문의 총파업이 벌어졌고, 10월 5일에는 “은행이 아닌 교육을 구하라”며 전국의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일어났다. 좌파 노동조합(COBAS)과 함께 최대 노총인 이탈리아 노동총동맹(CGIL)이 14일 파업의사를 밝혔다. 유럽 중심국에서도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9월 29일 4만 명 이상이 전국에서 부자에 대한 과세를 통한 공정한 분배를 촉구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14일에는 대다수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이 집회에 참여할 계획을 세웠고, 일부지역에서는 파업도 진행한다. 프랑스에서도 9월 30일 8만 명 규모의 시위가 열려 정부의 긴축과 세금인상조치를 반대했고, 14일에는 5개의 노동조합이 대중행동에 나선다. 25개 지역에서 대중 시위가 계획되어 있다. 학생들도 교육사유화에 맞서 교육파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신자유주의 긴축정책 반대! 전 세계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자 각국의 투쟁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유럽노총은 “긴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일자리와 사회보장 시스템을 파괴했다.”며 트로이카의 사죄와 긴축정책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긴축반대를 공통의 요구로 하는 연대파업은 유럽적 차원의 저항을 조직하여 트로이카에 맞서는 효과적인 전술이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저항하는 노동자민중들을 고무하며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의 노동운동, 사회운동도 유럽 민중들의 계급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여 국제적인 반신자유주의 물결에 동참하자. [%=박스1%]
노동부, 성공한 쿠데타 처벌할 수 있나, 없나?
주요 키워드 1.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 : 복지부는 29일 이 규칙을 공포하여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법인이나 외국인은 복지부장관에게 개설허가를 신청할 수 있음. 주요 내용을 보면 실제 의사결정기구의 장은 외국의료기관의 장으로 할 것, 의사결정기구의 장과 의사결정기구의 구성원의 50% 이상을 운영협약을 맺은 외국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나 치과의사로 할 것, 외국면허를 소지한 의사와 치과의사를 최소 10% 이상 고용하는 것 등임. 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으로, 의료민영화 추진자들은 내국인들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함.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삼성이 결정되었고, 일본 다이와 증권도 투자할 것임. 이렇게 영리병원이 신속히 도입되는 가운데, 김용익 의원은 30일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금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함. 2. 외국인 환재 유치제도 개선안 : 2일 발표된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며 외국인 환자 유치제도를 개선하여 국내 보험사에 대한 외국인 환자 유치업을 허용함. 이는 외국 보험사와 연계하거나 외국인을 상대로 한 보험판매를 통한 행위에 한했지만, 이후 실손형보험확대 및 영리병원 추진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뒷받침하는 제도로 작용할 것임 3. 대선과 보건의료 : 대선이 가까워지며 보건복지에 관한 후보들의 공약 발표 및 표심잡기가 진행되고 있음. 사회보험개혁 공동쟁의대책위원회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문재인 후보가 참석해 사회공공성 강화, 공공부문 정규직 확충을 약속함. 안철수 후보는 영상을 통해 과도한 민영화 정책을 막겠다고 함. 문재인 후보는 전반적인 보건의료정책을 발표하여 일차의료강화, 건강보험 확대 적용, 공공적인 제약 산업 육성을 발표하는 등,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표상을 선점하려는 행보를 보임. 4. 화이자 제약 리리카 특허소송 승소 : CJ제일제당 등 국내 8개 제약사가 제기한 특허무효 소송에서 화이자가 승리하여, 신경병증 통증치료제 리리카에 대한 통증 부분 용도특허 유효성을 인정받음. CJ는 항소를 결정하고 대응을 한다는 방침임. 이번 판결은 이후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 간 특허 분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초로 보임. 5. 기타 :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관련 쟁점, 의료심사평가 선진화를 위한 미래전략, 글로벌 헬스케어 활성화 방안, 복제약 회사 테바의 국내 제약사 인수합병설, 첩약 급여화 관련 한의계 내분 등.
정리해고에 관한 경제학자의 착각
[이슈페이퍼] 인천국제공항 민영화의 전초전 민간투자시설 민영화의 출발점이 될 급유시설 민영화 <주요내용> 1.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의 두가지 노림수 2. 인천국제공항 내 민간투자시설 현황 3.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를 둘러싼 주요 쟁점들 2012. 7. 27 민주노총인천본부
경영상황을 살펴야 하는 이유, 몇 가지 팁
노동자에게 독이 되는 재벌개혁론
한중 FTA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중심으로 3월 15일 한미 FTA 발효 이후, 이명박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10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꾸로 흐르는 물에서 나아가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자세로 FTA 체결을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이 “자유무역의 선도자로서 긍정적 메세지를 전 세계에 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6월 26일 현재 정부는 7개 FTA 협상을 진행 중이며, 또 다른 8개 FTA에 대한 공동연구를 통해 협상의 기초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자유무역에 대한 관심이 특별히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월 21일 투자자유화와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한중일 투자협정(BIT) 타결 이후, 한중일 3국은 한중일 FTA 협상 연내 개시를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또 5월 14일에는 한중 FTA 1차 협상이 개시되어 협상의 원칙과 범위 등 기본골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그 동안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우선 목표로 설정한 결과 이미 한EU FTA, 한미 FTA가 발효되었기 때문에, 이제 동북아시아로 그 관심이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정부는 만약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이 “미국, 유럽, 중국이라는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가 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한중 FTA는 한중일 FTA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5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중 FTA는 2년 안에 될 수 있다”며 “한중 FTA가 먼저 된다면 일본이 그 틀에 들어오기 때문에 삼국이 협상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빨라질 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한중일 3국이 각각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과 FTA를 체결했으므로, 한중일 FTA는 동아시아에서의 다자주의적 자유무역질서 수립을 향한 교두보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의 다자주의적 자유무역질서 수립에 관한 논의는 이미 오래 전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특히 동북아 3국 간 경제적, 정치적 이해의 차이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최근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FTA가 추진력을 되찾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동아시아 정세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동아시아 다자주의적 무역질서 구축의 실패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이나 북미와는 달리 역내 무역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다자주의적 무역질서를 구축하지 못하고, 대신 중첩적인 양자 FTA를 통해 자유무역을 확대해왔다. 1990년대까지 아시아 국가들은 양자 FTA 확산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1992년 아세안 제4차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를 제외하면, 2000년 이전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아시아 국가는 없었다. 일본과 한국은 1990년대 후반까지도 여전히 다자주의적 무역질서를 지지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 지체되고, 이행의무가 없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그 동력을 잃어가면서 다자주의적 틀에 대한 기대감은 수그러들었다. 1992년 유럽연합(EU)의 출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지역적 차원의 자유무역이 확산되기 시작한 점도 동아시아 국가들에는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압박으로 작용했다. 뿐만아니라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달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수출과 해외투자 유치를 목표로 대내외 경제정책을 신자유주의적으로 개혁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아시아 국가들의 양자 FTA 추진이 본격화된다. 이에 따라 1999년 싱가포르와 일본이 FTA 협상을 추진하고, 한국은 칠레를 첫 FTA 협상 상대국으로 선정한다. 싱가포르는 2000년 뉴질랜드와 FTA를 체결했고, 태국과 일본 역시 교섭을 개시했다. 또 일본은 NAFTA의 역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멕시코와의 FTA 협상도 시작했다. 2001년 제안된 중국과 아세안 간 FTA 협상은 아시아에서의 양자 FTA를 가속화한 결정적 계기였다. 중국과 아세안 FTA 협상이 개시되자, 아세안을 배후지라 여겨온 일본은 곧바로 2002년 아세안과의 FTA를 제안했다. 이에 중국은 조기자유화조치를 통해 아세안과의 FTA 협상 속도를 높였고, 이는 일본과의 경쟁을 더욱 고조시켰다. 경쟁적 FTA 체결 흐름은 한국에게도 자극이 되어, 2003년 한국 역시 아세안과 FTA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경쟁적인 FTA 체결 결과 2000년대 중반에 이르면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중첩적인 양자 FTA 체결이 일정하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양자 FTA의 가속화 과정에서도 유독 동북아 3국 간 FTA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한중일 각각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한중일 간의 FTA가 체결될 경우 이는 아세안+3(한중일)의 다자주의 무역질서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일 FTA 협상은 2003년 시작되어 2004년 중단된 이후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한중 FTA는 2005년부터 공동연구가 시작되었으나, 올 5월에서야 첫 협상이 시작되었다. 중국과 일본 간 FTA는 그 동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동아시아 역내 분업구조 및 한중일 교역구조의 특징 1985년 플라자합의 이전까지 동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공통된 수출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역내분업에 기초한 경제의 상호의존은 정체된 양상이었다. 그러나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기업이 동남아시아로 대규모 진출했고 그 뒤를 이어 대만, 홍콩, 한국, 싱가포르 등 소위 신흥공업국들도 역내 투자를 점차 늘려갔다. 여기에 더해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역내 FTA가 활상화되는 등 시장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동아시아 국가들은 밀접한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경우 먼저 일본과 한국이 생산비용 상승에 대응해 중국으로 소비재 생산 거점을 이전했고, 이후 분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동집약적 중간재 및 자본재 등의 생산거점 이전이 동반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일본과 중국 간에 전기전자 및 기계산업을 중심으로 수직적 분업구조가 형성되어 긴밀한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했고, 특히 부품소재 교역이 급증했다. 그 결과 일본, 한국의 대 중국 중간재 및 자본재 중심의 수출구조와 더불어 일본,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소비재 및 중간재 위주의 수출구조가 정착되었다. 하지만 수출 비중에서 동북아시아 역내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과 일본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각각 3.46%, 3.51%에서 2007년 22.07%, 15.30%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에서 한국과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각각 2.83%, 13.75%에서 2007년 4.61%, 8.38%로 정체 혹은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한중일 교역구조가 수직적 분업구조에 근거한 부품소재 중심의 교역이라는 특징과 함께, 중국이 동아시아 최종재 생산 및 수출기지가 되어 역외의존도가 높다 점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 낮은 토지비용 및 특혜세율, 지리적 근접성, 저평가된 위안화 등을 고려해 중국에 진출했다. 그 목적은 주로 중국의 내수시장 보다는 제3국 시장으로의 수출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의 대중 해외직접투자는 한중수교 직후인 1990년대 중반부터 증가하여, 2003년에는 우리나라 전 업종 해외직접투자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전자 IT분야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액은 이미 국내 생산액을 넘어선 곳이 많다. 동북아시아에서 양자 FTA가 지지부진했던 이유 이처럼 활발한 역내 교역 그리고 밀접한 상호의존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3국 간 양자 FTA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3국 간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의 불일치 때문이었다. 중국은 대중화경제권(홍콩, 마카오, 대만)의 경제통합을 최우선 목표로 두었고, 그 다음으로 아세안과의 경제통합을 추진했다. 반면, 선진국과의 FTA 체결에 있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상대적 선진국인 일본이나 한국과의 FTA는 중화학, 철강 산업 등을 비롯한 많은 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이들과의 FTA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일본은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견제하고자 했고, 이에 따라 중국이 참여하는 FTA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일본에서 중일 FTA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한중일 FTA에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이 장기적으로 아세안+3(한중일) 간의 경제공동체 수립(EAFTA,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을 선호한 반면,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아세안+6(CEPEA, 동아시아포괄적경제파트너쉽)을 선호했다. 또한 일본은 쌀, 밀, 유제품 등 일부 수입 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국내 농업을 보호해온 만큼 농산물시장 개방에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과의 FTA 역시 추진이 어려웠다. 한국은 기술경쟁력 우위에 있는 일본과의 FTA가 대일무역적자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가격경쟁력 우위에 있는 중국과의 FTA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급격히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3국 분업구조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은 일본에 앞서 중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시장을 조기 선점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관세 인하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제조업에서 중국산 중저가 범용제품 수입이 급증할 수 있으며, 농림수산업 개방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협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일본, 한국 정부는 높은 수준의 FTA를 통해 중국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받고 싶어하지만, 중국은 FTA 협상에서 중국 국내 제도개선을 다루는 것을 꺼려하면서 높은 수준의 FTA를 선호하지 않았다. [표 1] 중국의 독자적 비관세 장벽의 종류 자료: 백일, 「한중 FTA 상품 제조업 영향 분석」(2012. 2) 중국은 각종 국내 제도를 통해 독자적 비관세 장벽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5년 미국계펀드 칼라일은 중국 국유기업 쉬공(徐工)에 대한 인수계약을 맺었는데, 중국 정부는 1년 후 ‘외국투자자 중국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규정’을 제정한 뒤 그 후속조치로, 칼라일과 쉬공이 각각 85%와 15%의 지분을 갖기로 한 당초 안을 50% 대 50%의 합작 안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그동안 맺었던 FTA 조항은 지방정부(성)의 시행령에 따라 지역 별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외에도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의 신뢰성, 정치적 안정성, 정부의 효율성, 규제의 질, 법치주의, 부패의 통제 등 제도발전 정도가 매우 낮은 국가로 투자자의 소유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동아시아 역내 다자주의적 무역질서 구축은 오랜 기간 진전되지 못했고, 대신 양자 FTA의 경쟁적 체결이 이루어져왔다. 특히 동북아 3국 간 이해불일치로 인해 한중일 간에는 어떤 FTA도 체결되지 않았고, 이는 역내 다자주의적 무역질서 구축 실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최근 동아시아 역내 FTA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고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태평양 세기 2007-2009년 경제위기 이후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경제회복을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주목한다. 중국과의 환율조정을 통해서 부채탕감 효과를 누리는 한편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회복하여 넓은 시장과 잠재력을 지닌 아태지역으로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우선 미국은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여 글로벌 불균형 조정에 있어 일정한 성과를 얻어왔다. 중국의 국민소득 대비 무역흑자비중은 2007년 10%에서 2009년 5%, 2011년에는 3%로 급락했다. 반대로 미국의 무역적자비중은 2006년 6%에 도달하고 2009년에는 3%로 급락한 이후 안정세를 유지한다. [그림 1] 동북아시아와 미국의 경상수지 및 對GDP 비율 자료: 삼성경제연구소, 한중 FTA 의의와 주요 쟁점 다음으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의 창설에 주목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로 2008년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에 참여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14일 TPP를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21세기형 무역협정으로 추진하여 아태지역의 무역자유화 협정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농업, 서비스, 금융 부문의 개방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금융세계화를 지속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TPP와 FTAAP의 현실가능성을 높임으로써 EAFTA, CEPEA 등 미국이 배제된 형태의 폐쇄적인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를 상대화하고, 아태지역 경제통합의 주도력을 발휘하고자 했다.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의미 부여는 역내 안보에 있어 미국의 역할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시도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5일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려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재정적자 때문에 국방예산을 감축하고 지상군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태지역의 해공군력은 더욱 강화할 것이며, 이 지역에서 일본, 한국, 인도 등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힘의 우위를 유지하는 한편, 대중국 안보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지렛대로서 추진된 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 시기 시작된 한미 FTA와 한미동맹의 현대화이다. 한미 FTA는 향후 진행될 동아시아에서 다자주의적 무역질서의 제도화 논의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결가능성이 적은 WTO와 이행의 의무가 없는 APEC의 한계를 극복하여 TPP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또한 미군기지의 재편과 MD 체제의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는 한국을 미국의 더욱 확장된 동맹체제로 편입시키는 것이었다. [표 2] TPP 참여국 작년 11월 APEC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TPP에 대해 “내년까지 협정문을 만들기를 희망한다”며 협상의 속도를 높였고, 이어 일본, 캐나다, 멕시코가 TPP 참여 의향을 밝힘으로써 참가국도 더욱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2011년 11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미국의 태평양 세기」에서 ‘높은 수준의 TPP 협정이 미래의 다른 협정들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아태지역 자유무역지대 창설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11월 17일 오바마 대통령 역시 다시 한 번 ‘미국은 태평양 국가로서 전략적 결정을 내렸고, 미국은 이 지역과 그 미래를 형성하는데 더 크고 장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의 선택 앞서 언급했듯 중국은 중화 경제권과 아세안에 중점을 두고 역내 FTA에 주력해왔다. 중국은 2000년 이후 적극적으로 지역경제 통합과 FTA를 추진하여 현재 19개 무역 파트너(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와 10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는데, 그 무역액은 중국 전체 무역규모의 1/4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를 발전시켜 아시아지역의 경제통합을 위해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EAFTA)를 추진하고자 했다. 동시에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 지역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한편, 분쟁 시에 미국의 개입을 억지하기 위한 지역접근저지 능력을 꾸준히 증강해왔다.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미국의 TPP 추진이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말레이시아가 TPP에 참여하고, 인도네시아와 태국도 관심을 보이는 등 아세안 국가들이 TPP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중국은 미국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TPP로 유도한다고 판단한다. 중국과 아세안 간의 FTA는 경제적 의미도 있지만 정치적 고려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 협정이었다. 외국인투자의 흐름이 아세안으로부터 중국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을 위협적인 대상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중국은 협상내용을 상당부분 양보하면서도 전략적인 고려 속에서 이들과의 FTA를 추구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의 개입으로 인해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구상은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1년 11월 한미 FTA 비준이 현실화되고, 일본이 TPP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등 동북아시아에서도 미국 주도의 FTA가 본격화되자 결국 중국도 FTA 경쟁에 시급히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2011년 11월 14일 후진타오 주석은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EAFTA, CEPEA, TPP 등을 기초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구 건설을 추진하여 경제 일체화 목표를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개방적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19일 원자바오 총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한중일 FTA에 대한 연구를 올해 안에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같은 중국의 태도 변화는 미국 주도의 TPP에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양자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추후 아태지역 자유무역지대 설립에 있어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장기전에 돌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아세안 등 이미 FTA를 체결한 나라들과 FTA를 더욱 심화시키는 한편, 동북아시아에서 한중, 한중일 FTA 체결을 앞당김으로써 아태지역에서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중 FTA 미국의 TPP 구상이 차츰 현실화되고 이에 중국이 대응하면서, 한국 정부도 역내 FTA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강력한 협상 추진 의지를 반영하여, 최근 한중 FTA가 급부상했다. 올 1월 9일 양국 정상 간 합의 이후 한국은 협상개시를 위한 국내절차를 4월 16일까지 신속히 마무리했고, 양국은 5월 2일 협상개시를 선언한 직후인 14일에 곧바로 1차 협상을 시작했다. 양국은 1차 협상에서 협상운영의 기본적 원칙을 결정하고, 올 7월 경 2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중 FTA에 대해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정부와 씽크탱크들의 주장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이들은 2007-2009년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감소에 대응하여 역내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불균형 조정 과정에서 수출-투자 주도에서 민간소비 주도로 성장전략을 전환하고 있으므로, 한중 FTA를 계기로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역내 국가들과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경쟁에서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한중 FTA의 조속한 체결을 지지한다. 아세안은 중국과 이미 FTA를 체결했고, 2010년 대만도 중국과 해협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한중일 FTA에 앞서 한중 FTA를 체결함으로써, 대중국 수출 및 해외직접투자에 있어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따라서 정부의 한중 FTA의 협상 목표는 중국의 수입관세와 비관세장벽을 낮춰 대중국 수출을 늘리고 수출품목을 다변화하며, 투자자유화와 해외투자자의 내국인대우 등을 요구해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소유권을 강화하는 등 가능한 한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를 관철하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농수산업, 중국의 서비스업 등을 단기간 내에 개방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 큰 부담이 되므로 현실적으로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를 단기간 내에 체결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그렇다고 반대로 제한적이고 낮은 수준의 FTA 체결에 머물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 입장에서는 상품분야 외에 서비스, 투자 등의 이슈를 반드시 포함하고자 하고, 또한 중국으로서도 향후 FTAPP 설립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국내 제도의 체질 개선을 점진적으로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중 FTA는 점진적 방식(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의 포괄적 FTA라는 성격으로 추진될 것이다. 시사점 종합하면, 미국은 경제위기에 대한 자구책으로서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본격화하고, 한미 FTA를 초석으로 삼아 동아시아 지역의 자유무역질서 제도화 논의에 개입하고자 했다. 이제 TPP 협상 참가국을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 주도의 FTAAP를 설립하고자 한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을 염두에 두고 대중국 안보협력을 강화한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아세안과의 FTA를 심화시키는 한편 동북아 3국과의 FTA를 추진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 주도의 FTAAP를 설립하고자 하는 포석으로, 그 중간경로는 EAFTA(아세안+3), CEPEA(아세안+6), TPP 등 유연하게 설정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분쟁 시 미국의 개입을 억지하기 위한 지역접근저지 능력 등 군사력 증강을 지속적으로 도모한다. 동아시아 지역의 다자주의적 무역질서는 WTO와 APEC이 모두 정체된 가운데 수년 간 경쟁적 양자 FTA 체결이라는 우회로를 거쳐, 보다 개방된 형태인 FTAAP로 나아가고 있다. FTAAP로 나아가는 긴 시간 동안 중국이 체결할 여러 FTA는 중국 내 체질개선을 동반할 것이다. 현재 협상 중인 한중 FTA도 초기에는 낮은 수준의 내용으로 시작하겠지만, 점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심화할 것이다. 따라서 FTAAP는 현재 미국의 의도대로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다자주의 협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FTAAP로 나아가는 속도, 경로, 주도권이다. 이 쟁점들은 모두 미중 간 경제적, 정치적 관계에 달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껏 금융자유화와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공세적인 FTA 협상에 나서 온 한국 지배세력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보인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한중 FTA 추진을 환영하면서 다만 피해 부문에 대한 지원책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통합당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한 뒤 국민합의를 바탕으로 새 정부에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한미 FTA에 대한 양당 간 허구적인 논쟁과 마찬가지로 대선을 앞둔 힘겨루기일 뿐이다. 향후 정부는 농업과 중소기업에는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더라도, 수출재벌과 해외투자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중 FTA에 적극 나설 것이다. 정부의 한중 FTA 협상 목표가 금융자유화, 서비스시장 개방 등에 맞춰져있다는 점은 한국 정부가 미국 주도의 FTAAP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중국 내 체질개선의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게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정부는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노력하면서도, 한미동맹의 전략적 우위를 명확히 할 것이고 나아가 한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대중 안보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때부터 줄기차게 강조해온 한국의 중재자, 균형자, 조정자 역할론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지배세력은 미중 양국이 FTAAP의 경로로 사고하는 각종 중간단계의 FTA(한중 FTA, 한중일 FTA, TPP 등) 협상 제의에 모두 응하면서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기여할 것이고, 이는 미중 간 잠재된 군사적 갈등의 고조와 동반될 것이다. 현재 한중 FTA로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을 중심으로 한중 FTA 중단을 요구하는 ‘한중 FTA 중단 농축산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7월 한중 FTA 2차 협상 저지투쟁을 준비 중이다. 수출재벌만을 위해 민중의 식량주권을 파괴하는 FTA 협상에 제동을 걸기 위하여 농민들의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 나아가 FTAAP 창설이라는 장기적 전망 하에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노동자 국제연대를 모색하고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더욱 심화될 ‘바닥으로의 경쟁’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해외투자기업 노동자와의 연대투쟁을 구체화하고, 고조될 역내 군사적 갈등에 대응하여 동아시아 반전반핵운동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