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 기업과 세계경제 초국적 기업의 역사적 변화 한국에서 초국적 기업 외국인투자의 변화 국제적 초국적 기업 규제 방안들 노동자들의 투쟁
투자자의 소유권을 절대화하는 한미 FTA “많은 경우 양자 간 투자협정(BIT)은 자발적이고 강제되지 않은 거래라고 말하기 어렵다. 미국의 양자 간 투자협정 모델은 일반적으로 보자면 ‘받아들일 것이냐 거절할 것이냐’라는 입장으로 이해되었고,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그 상대국은 그에 애원하는 형태였다는 것이 진실이다. 양자 간 투자협정 협상은 평등한 주권국 간의 토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에 의하여 미국의 용어로 이루어진 강도 높은 훈련세미나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미국의 용어에 기초하여 미국의 초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호세 E. 알바레즈, 1992. (미국 국무부 양자 간 투자협정팀) 현재 한미 FTA 재협상은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중심으로 양국이 공방을 거듭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양국이 무역장벽(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을 적절히 조절하여 슬기롭게 ‘이익균형’을 맞출 수만 있다면 조속히 한미 FTA를 타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한미 FTA의 가장 본질적인 어떤 측면을 애써 숨기려 한다. 그것은 한미 FTA가 기업의 자유와 투자의 자유, 즉 자본가 집단의 소유권을 절대화하는 새로운 헌법적 기능을 실행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식 자유무역협정 모델의 특징 현재 한미 FTA 논란은 자동차와 쇠고기 무역장벽을 둘러싼 양국 간 힘겨루기인 듯 보인다. 하지만 한미 양국 정부가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한미 FTA의 기본 이념이다. 즉 투자자, 곧 자본의 소유권을 절대화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의 기본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과거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국 간의 관세철폐라는 낮은 단계의 경제통합으로 정의되었고 투자 문제는 FTA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투자 문제는 대개 양자 간 투자협정이란 형식으로 별도로 다루어졌다. 전통적인 투자협정은 투자의 설립 후 단계에서 투자자에 대한 비차별대우와 투자자산의 보호 문제를 다루는 ‘투자보장협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전통에 두 가지 중대한 변화를 시도했다. 첫째는 투자보장협정에다 투자자유화의 내용을 포괄하는 것이었다. 이는 투자의 설립 단계 이전에 투자자에 대한 비차별대우와 투자자유화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즉 미국에 모든 투자 기회를 완전히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양자 간 투자협정 모델이 되었다. 두 번째는 자유무역협정에 투자협정 모델을 포괄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었다. NAFTA에 투자협정이 포함된 후 자유무역협정은 상품무역의 자유화뿐만 아니라 서비스무역, 자본이동과 투자의 자유화를 포괄하기 시작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NAFTA를 모델로 삼으며, 그것을 초과하는 내용을 담은 ‘NAFTA 플러스’였다. 따라서 당연히 한미 FTA는 전통적인 의미의 자유무역협정과 미국식 투자협정 모델이 모두 포괄되어 있다. 헌법을 대체하는 자유무역협정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과 한국-유럽 자유무역협정(한-EU FTA)을 둘러싼 논란은 자유무역협정이 어떻게 초국적 기업의 소유권을 절대화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 개요를 간략히 살펴보자. 2010년 3월 14일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는 한국 의회가 추진 중인 SSM 규제가 한-EU FTA를 위반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월 초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공동위원회와 런던에서 열린 한영 경제협의회에서 SSM 규제 문제가 현안으로 제기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EU FTA 체결 당시 유통업을 개방하기로 했기 때문에 SSM 규제 강화는 협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고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상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 정당이 합의 하에 추진하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유통법은 대형마트 등록제를 SSM에도 적용하여 재래시장 500미터 내 SSM 진출을 규제한다는 것이었고, 상생법은 SSM 가맹점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이었다. (사업조정이 신청되면 중소기업청이나 지자체가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도록 권고할 수 있고 이후 조정 및 협의를 거쳐 주위 상권이 지나친 타격을 입지 않도록 품목이나 영업시간을 조정하게 된다.) 그 후 김종훈 본부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 SSM 관련법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10월 25일 민주당 자유무역협정 특위에서도 ‘국회가 SSM 쌍둥이법을 모두 처리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다’라며 한국경제의 신인도 문제까지 운운했다. 어떻게 행정부 관리가 국회의 입법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인가.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한국 정부 관리가 앞장서서 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인가.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을 추진하던 정당들은 분노와 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월 28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이 개최한 '한-EU FTA와 상생법' 토론회에서는 정당한 규제마저 어렵도록 한-EU FTA가 불리하게 체결된 것이 문제인데 그 책임 당사자인 김종훈 본부장이 도리어 한-EU FTA 위배를 운운하며 국민을 기만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에 앞서 10월 2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영국 테스코 한 회사의 로비로 그동안 상생법이 제지돼 왔다는 것을 개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2010년 SSM 규제법안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자유무역협정의 무서운 힘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더군다나 외국인 투자자가 한미 FTA에 도입되어 있는 것처럼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통해 입법 철회나 거액의 배상금을 얻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자가 제소 가능성을 언급만 하더라도 투자대상국은 감히 어떤 입법이나 행정조치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투자가-국가 소송제도는 뒤에서 다시 언급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NAFTA의 경우에 이미 많은 사례가 있다. 캐나다의 경우 지방정부가 공공 자동차보험 도입을 준비했지만 자동차보험 회사가 소송을 제시할 가능성을 언급하자 도입을 포기한 사례가 유명하다. 자유무역협정은 기업의 자유 또는 투자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초국적 기업이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소유권의 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 한국의 헌법보다 기업의 소유권을 우선시한다. 결국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사실상 한국의 헌법이 바뀌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 어찌 보면 SSM 관련법 논란은 사소한 사례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투자자의 권리를 절대화화는 자유무역협정 1997년 세계무역기구 총장 레나토 루지에로는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단일 세계경제를 위한 헌법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헌법’이란 표현이 단지 은유로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새로운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자들이 ‘자본을 투자한 투자자의 권리와 이익이 제일의 우선성을 가지며 어떤 권력과 법률도 투자자의 목표를 침해할 수 없도록 세계의 정치사회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논리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러한 현실을 ‘새로운 입헌주의’(new constitutionalism)라고 부른다. 왜 새로운 입헌주의인가. 과거의 입헌주의가 ‘인간․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통치와 공동체의 모든 생활이 헌법에 따라서 영위되어야 한다는 정치원리’를 의미했다면 현재는 헌법이 보장해야 될 대상이 인간․시민이 아니라 자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로운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는 국가와 국제정치형태에 개입하여 법에 준하는 규칙과 징벌을 부과하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으로써 자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국가권력의 행사를 제한하고자 했다. 어떤 수단이 동원되었는가. 첫째, 국가장치의 재구조화. 새로운 국제협정에 대비하거나 국제금융기구의 자금지원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민족국가의 헌법형태가 변화되곤 했다. 예를 들어 멕시코는 NAFTA를 체결하기 위해, 남아공은 양자 간 투자협정 체결하기 위해 헌법을 수정해야 했다. 또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은 균형예산이나 독립적인 중앙은행과 통화위원회를 요구했다. 즉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는 헌법, 각종 법률, 제도, 정책의 변화를 강제함으로써 투자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막강한 국가장치를 새롭게 구축했다. 둘째, 새로운 자본주의 시장의 구성과 확장. 대표적으로 토지와 자연자원의 사유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 생명과학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는 지적 재산권의 제도화는 초국적 자본의 권리가 관철되는 영역을 극적으로 확장했다. 초국적 자본의 새로운 창,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미국이 추진하는 양자 간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의 가장 핵심적 특징은 정부 간 분쟁해결 절차뿐만 아니라 투자가-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 더 정확히 말하자만 투자자(초국적 기업)가 투자국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도가 내포한 치명적 요소는 무엇인가. 첫째. 1980년대에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의 반격’에 따라 정부 규제가 기업의 소유권을 침해한다는 논리가 전면화되었다. 이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기업이 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피해만큼의 금액을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정부규제는 법률적 용어로 ‘간접수용’이라고 표현될 수 있다. 즉 과거의 ‘직접수용’이 공공의 목적을 위한 재산권의 직접적 박탈(국유화와 보상)을 의미했다면 간접수용은 기업의 미래 소득창출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요소에 대한 규제를 의미하게 된다. 예를 들어 환경․보건 규제도 기업 소유권(미래소득창출권)에 대한 규제로 심판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중재판정은 ‘균형성 심사’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러한 경향을 다소 완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대중의 격렬한 저항이 그 원인일 것이다.) 둘째. 궁극적인 문제는 투자국의 입법권, 본질적으로는 인민주권의 원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투자가-국가 소송제도에 따르면 투자국의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이 중재심판의 대상이 된다. 중재심판은 극소수의 중재심판관, 즉 누구도 그 권리를 위임하지 않았고 그 책임을 물을 방법도 없는 자들이 각 국가의 법률이 초민족 자본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미 FTA 저지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일격을 가하자 한국 헌법은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즉 한국의 경우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며 국민을 구속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초국적 자본)의 소유권을 절대화하는 한미 FTA는 한국의 헌법을 사실상 바꾸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한다. 최근 투자협정 위반을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보를 제소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1994년까지 국제중재 건수는 5건에 불과했으나, 1995년부터 2006년까지 누적 건수는 245건에 이르고 있다. 한미 FTA는 미국이 추구하는 최신형 자유무역협정(투자협정)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을 극대화할 것이다. 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EU FTA가 국내법에 우선한다고 거듭 주장하는 것처럼 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가 먼저 ‘알아서 기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 정부가 FTA 협상에서 ‘이익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언론의 논리는 한미 양국 정부가 노리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은폐한다. 그것은 정부의 모든 규제가 기업 소유권의 침해이며 굳이 규제를 가하려면 기업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새로운 미국식 소유권 개념의 확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한미 FTA 비준을 막을 수 있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질적 비약에 일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G20 정상들의 기만적인 사교모임은 더욱 나쁜 세계를 만들 것이다 G20 정상회의가 목전에 다가왔다. 11월 7일 전태일 열사 40주기 노동자대회에는 4만 명이 모였다. 이 기세를 11월 11일 G20 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의 날로 이어가야 한다. 경제위기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20개국 정상들의 사교모임을 그냥 보고 넘길 수 없다. 이들이 벌이는 모임은 단순한 말잔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맞은 자본주의를 더욱 나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1%] G20은 불평등한 세계를 연장시키고 있다 G20은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등장했다. 1970년대 경제위기의 결과 선진국 모임인 G7이 탄생했다면, 2000년대 경제위기의 결과로 G20이 탄생한 것이다. G20을 만드는 데 미국과 유럽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만큼 G20은 자본주의 열강들의 이해관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일만 진행하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가 심각해질 당시에는 G20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가 참가하는 민주적인 모임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다. 세계 각국에 악명 높은 신자유주의를 강요한 IMF도 없애자고 했다. 그러나 강대국들이 G20으로 결집하면서 그런 이야기는 힘을 잃었다. G20은 대표적으로 IMF를 재신임하고 오히려 권력을 강화시켜줬다. 위기를 적당한 수준에서 봉합하고, 자본주의 열강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우리는 국제주의 관점에서 세계 민중들과 연대해야 한다. 한국 노동자 민중들이 G20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면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국제적인 투쟁에 큰 힘이 될 것이다. G20에는 중국, 브라질 등 거대 개도국과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남아공 등 지역에 따라 안배를 받은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새롭게 포함된 나라는 대부분 친미국가들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문호를 개방하면 더 나은 점이 있다. 위기로 발생되는 각종 비용과 부담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적절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 등 개도국이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깡패들의 모임에 들어갔다고 좋아해야 할까? “전세계 노동자 민중은 하나”라는 관점에서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길에 함께 해야 한다. 자본주의 위기관리 기구는 말잔치만 늘어놓고 있다 G20은 근본적인 변화 없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30년의 결과 파국적인 세계경제위기가 발생했는데도 신자유주의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G20은 ‘정책조정의 실패’를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큰 변화는 필요 없고 금융규제 약간 하고, 주요 국가 간에 정책협력을 강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자본주의 메커니즘 속에서 자라났다. 노동자·민중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노동자·민중의 고통은 해결될 수 없다. 단순히 경제위기가 문제인 것이 아니다. 노동자 삶의 위기, 지구 환경의 위기, 에너지․식량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자본이 강요하는 팍팍하고 불안한 삶을 견뎌야 하나. G20은 변화를 회피하고 사탕발린 말만 늘어놓는다. 올해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G20은 은행세에 대해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위험한 금융투기의 주범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통제에도 실패했다. G20은 금융자본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준 시스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몇 가지 건전성 지표의 조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 노동권 보장, 온실가스 감축, 빈곤 퇴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지만 실제 행동은 없다. 오히려 이러한 소재를 활용해 자신들의 이미지 치장에 이용할 뿐이다. 당연하다.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면서, 자본의 이익을 우선 보장하면서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하겠는가? G20은 반노동정책에 날개를 달아 주고 있다 작년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G20은 “국제노동 기준을 침해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민주노조 죽이기에 발 벗고 나선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재정위기에 몰린 유럽 각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위기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자본은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자본은 저성장 국면에서 이윤을 늘릴 방법이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는 방법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켜야한다. 자본과 정권이 한 몸이 되어 노조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현재 한국의 상황이 바로 이런 현실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G20은 이러한 자본의 활동을 비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G20은 노동자 민중의 세금으로 위기에 빠진 부자와 기업만 구제하더니 이제는 긴축을 강요하고 있다. 긴축 강요는 그리스를 포함해 유럽 사례에서 보여주듯이, 연금과 임금 삭감, 복지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G20은 그리스 정부의 끔직한 노동자 공격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또 G20 국가들에게 노동유연화를 적극 주문하고 있다. 이명박은 G20에 목을 매고 있다 이명박은 정권의 치적 사업으로 G20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국제회의를 이용해서 원하는 바를 최대한 뽑아내야 한다. 국민들이 G20에 걸맞은 에티켓을 가져야 한다며 외국인을 보면 무서워하지 말고 “헬로우”하고 인사하고, 술도 적당히 마시라고 훈계하고 있다. 글로벌스탠더드 운운하면서 노동자를 순한 양처럼 길들이고 착취를 강화하려는 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G20 회의에서 미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거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먼저 강대국 입장을 거들고 나서는 것이다. G20을 위상을 강화해서 안정적인 국제기구로 안착화시켜야 한다거나, 자유무역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러한 것들이다.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미국의 입맛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보수층과 자본은 이런 장단에 춤을 추면서 자신들의 지배를 더욱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사진2%] 강력한 투쟁으로 우리 의지를 보여주자 이럴 때일수록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고용과 임금을 위협하고, 민중의 삶을 옥죄는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에 한국 민중운동은 항상 앞장 서왔다. 2005년 APEC 반대 투쟁, 2006년 한미 FTA 반대 투쟁이 바로 그러한 사례들이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 노동자 민중을 갈라놓고 경쟁시킨다. 불안한 일자리, 강화된 노동강도, 확대된 비정규직으로 노동자 민중의 단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삶의 조건도 팍팍해진다. 어쩔 수 없이 내 임금, 내 일자리, 내 가족 챙기기에 내몰린다. 악순환을 끊고 노동해방의 새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 우리의 분노를 모아 11월 11일 대규모 시위를 성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상회의 당일에 강력한 투쟁이 전개되는 것을 이명박은 가장 두려워한다.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G20의 정당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투쟁은 피할 수 없는 한판 싸움이다. 정권은 노골적으로 민주노조 죽이기에 나섰다. 단협해지, 공공부문 구조조정, 타임오프 강행, 노조 불인정, 비정규직 확대에 개별적으로 맞서서는 승산이 없다. G20 투쟁은 민주노조 말살과 노동유연화 확대를 꿈꾸는 자본과의 대결이다. 또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축소하고 공포를 통해 반대자를 탄압하려는 보수 세력과의 한판 싸움이다. 나아가 G20 투쟁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걸음이기도 하다. 파산한 신자유주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야 한다. 11월 11일 2시 서울역에 모이자. 그리고 G20 정상들이 만찬을 벌리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앞까지의 행진을 성사시키자. 노동자 민중의 대안과 G20의 모의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자. 강고한 투쟁이 필요하다!
11월 12일 20개국 행정부 수반이 정상(summit)에 선다. 1년에 한두 번씩 높은 산의 정상에 오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셰르파의 도움을 얻었다. 스무 명은 해가 지기 전에 힘든 등정을 끝내고 맞잡은 손을 강조하며 성명을 발표할 것이다. ‘정상(회의)’이라는 용어는 윈스턴 처칠이 만들어낸 말이다. 냉전이 막을 열던 1950년 처칠은 소련에 “정상에서의 회담”을 제안했다. 어떤 계기로 처칠이 ‘정상’이라는 등산 용어를 외교에 적용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시대상을 반영한 점은 분명하다. 당시 그 용어는 영국 신문에 자주 등장했다. 1940년대 후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 등반이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처칠이 평화의 의지를 다지는 최고위층 회담을 다시 호소하던 바로 그때, 세계 최고봉은 1953년 5월에 마침내 정복되었다. 정상회의는 20세기의 산물이다. 이전에도 정상회의가 없진 않았으나 안전과 체면의 문제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피되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타국으로 장기간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그의 낮은 신분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회의 중간에 자신의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동반되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정상회의는 빈번한 외교술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항공기 여행의 발달은 육로나 해로로 며칠씩 걸리던 여행길을 한나절 내외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두세 명의 국가 원수들이 만나 며칠 동안 안건을 협상하는 형식의 전형적 정상회의는 193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벌어졌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지 30년이 지나자 항공기는 운송과 여행의 수단이 되었고 상업적인 항공사가 생기기 시작했다. 히틀러는 정치인으로서 최초로 항공기 여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1940년대에만 해도 여전히 전통적인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처칠은 1940년대 초반 미국을 방문할 때 두 번이나 배를 타고 갔으며,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1945년 처칠과 스탈린을 만나기 위해 흑해연안의 얄타까지 가는 데 열하루가 걸렸다. 미국에서 지중해까지 열흘 동안 배를 타고 갔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정상회의가 빈번했던 더욱 중요한 이유는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 때문이다. 열전과 냉전이 정상회의의 주 무대였다. 먼저 전쟁을 막기 위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전후 처리를 위해서 정상회의가 열렸다. 나치의 독일인 거주 체코슬로바키아 지역 병합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1938년 뮌헨회담,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과 파병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1940년대 초반 처칠-루즈벨트 회담, 전후 처리문제와 소련의 태평양 전쟁 참전을 논의한 1945년 얄타회담이 각각을 대표한다.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 간의 정상회의가 이어졌다. 1961년 케네디와 후르시초프, 1972년 닉슨과 브레즈네프, 1985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정상회의는 냉전의 격화, 데탕트, 신데탕트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대 정상회의의 계보를 이렇게 정리하다 보면 G7이나 G20 정상회의에 적절한 자리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 두 회의는 20세기 정상회의의 일반적인 관례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의 재무부장관이던 헬무트 슈미트와 지스카르 데스탱은 1974년에 각각 독일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이 되었다. 이들은 1년 전에 처음으로 열렸던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재무부장관이 참가하는 G5 회의 경험을 정상회의로 발전시키고 싶었다. 1970년대의 위기로 긴급한 경제 문제를 다룰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75년 이탈리아가 포함된 G6 정상회의가 시작되었고 곧이어 캐나다가 포함된 G7 정상회의로 확대되었다. G7 정상회의는 기존의 정상회의와 다른 점이 많다. 먼저 두세 명이 모이는 소수의 회의가 아니라 일곱 명이라는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 모였다. 모임의 주기도 일 년으로 정례화되면서 긴급한 현안 논의보다는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협의를 추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정상회의의 초점이 정치ㆍ군사가 아니라 경제 문제에 맞춰졌다. 그런데 경제 문제는 어렵다. 정치인인 한 국가의 수장이 경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매년 열리는 회의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각국 지도자는 장관이나 보좌관을 자신의 개인 대리인(셰르파)으로 지정하여 회의 준비와 합의의 얼개를 짜는 일을 담당시켰다. 또한 1년에 네 차례 열리는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는 독자적인 리듬과 역할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정상회의를 보조했다. 이렇게 되자 G7은 지도자들의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만남’의 의미는 퇴색되고 의례화되고 제도화된 정상회의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공식적인 국제기구는 아니지만 제도화된 정상회의라는 G7의 독특한 지위는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국제정치의 틈새를 파고드는 데 적격이었다. 초기에는 선진국 간의 환율조정이나 경제정책 공조 문제를 주로 논의했지만 점차 다룰 문제가 늘어났다. 1980년대가 되자 서유럽 미사일 배치와 같은 정치ㆍ군사 문제가 회의석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동구권의 붕괴 이후 이 지역 경제와 정치를 시장 자본주의로 전환시키는 문제를 주요하게 다루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부수적’ 문제들, 외채탕감이나 빈곤퇴치를 다루는 데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진행된 가장 중요한 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조정하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공개되는 자료인 성명에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좋은 말이 넘쳐났다. G7 정상회의의 성명은 점차 길어졌지만 정상회의에 앞서 몇 달 동안 정성스럽게 준비된 이 문서는 실제 논의하는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예를 들어 1989년 파리 성명의 3분의 1은 환경문제로 채워져 있었지만 이것은 만찬 때 잠깐 이야기되었을 뿐이었다. 또한 말과 행동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15년 동안의 G7 정상회의 성명에 대한 1992년의 연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각국 정부는 209건의 약속 가운데 3분의 1만을 이행했고, 특히 미국과 프랑스는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다. 대신에 G7은 비공식적인 결정,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담론을 통해서 실제 권력을 행사했다. 독자적인 집행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유연하게 활용해서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에 비공식적이지만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먼저 G7은 국제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유엔과 국제금융기구를 활용했다. G7은 IMF와 세계은행을 사실상 지배했다.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는 IMF와 세계은행의 봄ㆍ가을 회의 직전에 회의를 열어 이 기관의 대출 절차와 정책에 대해 미리 토론하고 합의를 꾀했다. 그리고 연이어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의 회의에서 G7은 보다 공식적인 절차와 기구를 통해서 주변국들을 설득하고 논의를 주도했다. 따라서 G7의 회의 결과에 따라 IMF와 세계은행 회의의 주요 의제가 정해지고, 이들이 인정하지 않는 의제는 공식적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즉 G7은 IMF와 세계은행의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를 주도하고 거부권을 가짐으로써 국제금융기구의 활동에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했다. 또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진행되는 G7 정상회의는 국제 문제에 관한 담론을 주도하면서 세계경제, 비G7 정부, 국제기구, 초국적 정책기구, 국내 여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 G7 정상회의가 문제를 제기하고 의제를 설정하고 네트워크를 창출하고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면 국내에서 정치적인 결정을 하기도 한층 쉬워진다. G7 정상회의의 성명(코뮈니케)은 비공식적이고 법적인 효력이 없는 순수한 도의적 합의문일 뿐이다. 하지만 그 내용 중에서 국내 정치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국제적인 합의’나 ‘글로벌스탠더드’의 이름으로 쉽게 강요할 수 있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국제 정치ㆍ경제 엘리트와 집권 세력의 필요에 따라 선택된 3분의 1 정도만을 그렇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G7 정상회의를 모델로 하고 있다. 심지어 2년간의 조정 끝에 20개국을 최종적으로 선정한 것도 G7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G20은 G7의 운영구조와 역할을 많이 계승하고 있다. G7의 주요 역할은 달러화 가치 조정과 신자유주의 확산이었다. 전자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고 활성화시키는 일로 1985년의 플라자합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후자는 무엇보다 IMF와 세계은행에 대한 배후 개입이었다. 이러한 두 축은 G20에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행태는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환율전쟁’이 한 사례다. 환율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저달러 정책에 있다. 실업률이 계속해서 10%를 위협하고 소비와 투자의 부진으로 내수회복이 지체되면서 미국 경제는 다시 한 번 침체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 거품에 힘입어 지탱되던 고소비의 경제가 거품 붕괴 후에 지속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는 이전과는 달리 수출을 통해서 미국 경제의 활로를 개척하려고 분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저달러 기조를 유지하고 타국 환율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개도국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의 피해자가 범죄자로 몰리는 형국이다. 환율갈등은 이번에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조정하는 문제, 즉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문제의 다른 이름인데도 말이다. 물론 1985년의 G7과 2010년의 G20은 다르다. 1985년의 일본과 독일처럼 미국을 위해 일방적인 양보를 감행할 수 있는 당사자가 없다.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중국은 달러표시 자산을 매각해버릴 수 있지만, 이러한 선택은 서로 의존하고 있는 둘에게 모두 좋지 않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불균형 문제의 구조적인 해결이 없다면, 10월 경주 재무장관회의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환율문제는 계속 제기되고 때때로 갈등적인 방식으로 분출할 수밖에 없다. IMF에 대한 개입은 G20이 더욱 노골적이다. 세부적인 금융규제의 방안 마련과 관리ㆍ감독 절차는 대부분 IMF와 FSB(금융안정위원회)에 위임되었다. IMF에 국제적인 금융 감독의 권한까지 부여해준 것이다. 각국의 환율과 무역수지 균형을 다루는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협력체계’는 향후 G20의 핵심 과제인데 이를 지원하고 감독하는 역할도 IMF에 맡겨졌다. 이렇게 IMF의 권한은 대폭 확장된 반면 IMF의 지배구조 개혁은 생색내기로 진행되고 있다. 개도국에게 IMF의 지분을 일부 이양한다고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IMF와 세계은행의 총재를 유럽과 미국이 나눠먹는 관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거부권, 고위관료들의 회전문 인사 관행, 지분에 따라 부여되는 투표권이 문제의 근본적인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IMF-미 재무부-월스트리트의 견고한 동맹은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은 별로 없다. G20은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세계 경제를 관리하기 위해 분주하다. 금융세계화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수준에서 금융규제 정책을 손질하고 있고, 각국 간의 정책조율 틀을 짜고 있다. 이 일에 개도국을 일부 포함시켜 적절한 관리와 포섭을 모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발전과 환경 같은 국제 이슈를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G20 정상회의가 이렇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이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권을 위임 받은 비상대권을 쥐고, 위기와 위기에 대한 대응을 비정치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G20은 위기를 일으킨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위기 대응을 경영학으로 즉 관리의 기술로 다룬 것이다. 비상대권은 일상적 권력 밖에 있는 권력이다. 비상 상황 때문에 기존의 법과 절차를 뛰어넘어 세상을 주무를 수 있는 권한이다. 이러한 권한이 아래로부터 부여된다면 민중의 혁명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지배자의 계엄령이 된다. 정상회의의 역사는 바로 지배자의 위치에서 비상대권을 부여받은 자들의 모임에 관한 기록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전쟁을 수습하기 위해서 그들은 모였다. 그 자리에서 영토를 분할하고, 국경선을 긋고, 한 민족과 세계의 미래를 결정했다. 미국과 소련, 양극이 맞붙을 때도 정상회의는 필요했다. 당장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동적인 요소는 덜 했으나, 핵무기를 둘러싼 지루한 긴장감은 더 했기 때문이다. 반면 G7과 G20은 미국 헤게모니의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정상회의다. 잘못하면 목이 날아간다는 긴장보다는 합의의 꽃이 만발하는 축제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권력의 문제, 정치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 있다. 복잡한 경제 용어와 화려한 언론 보도 속에 숨어 있는 정상회의는 더 이상 정치적인 사건의 장소로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정상회의에서 다루는 내용뿐만이 아니라, 정상회의라는 형식 자체도 비정치적인 문제로 숨어버린다. 그렇다면 개도국이 포함된 일은 좋은 것이다. 정치는 기껏해야 각국 간의 이해관계 차이로 드러날 뿐이다. 그 이해관계는 현재의 자본주의 질서 위에 세워진 것이지만 더 이상 누구도 그 점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과거의 정상회의가 열강 지도자가 약소국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 그러한 까닭에 제도정치의 의미에서든 대중운동의 의미에서든 정치적 쟁투의 핵심에 위치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경제 용어와 수치 속에 감추어진 정상회의는 월드컵과 같은 축제이고, 국가브랜드 향상을 통해 수십조 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세일즈의 장일 뿐이다. 그러나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실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세상을 만들 권리가 민중이 아니라 지배자의 손에 있다고 선언될 때, 그들의 수중에 놓인 비상대권이 당연한 권력으로 자리 잡을 때 우리의 미래를 둘러싼 정치는 정말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한 미래를 원하지 않는 자라면 G20 정상회의에 부여된 권력을 두 눈으로 바라보고 싸울 수밖에 없다. 11월 11-12일 서울에서 20개국 지도자가 모여 세계경제의 향방을 논의한다. G20이 그리는 미래는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이라는 수려한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자본주의 위기를 관리하고 노동자 민중을 공격하는 계급적 본질을 감출 수는 없다. 하지만 몰라서 문제가 아니라 알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더 큰 어려움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질문은 체제의 변혁을 꿈꾸는 민중운동의 주체적인 상태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노동자 민중 내부의 분할과 분열을 극복하고 정치적 운동으로서 스스로를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를 넘어선 대안사회에 대한 대중적 열망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조금이나마 더 열심히 대답하고자 10월 21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출범했다. 지난 호에 그 동안의 고민을 정리하여 실었고, 이번 호에는 연구소 출범기념 토론회를 정리하고 박하순 연구소장을 인터뷰했다. 연구소 출범을 기념하여 번역 출간한 『마르크스의 임금이론』은 책소개에 실었다. 집권 전반기에 타임오프제 시행과 민주노조 파괴 공격을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부는 집권 하반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국가고용전략 2020을 내놓았다. 앞으로 진행할 노동유연화 공세를 종합한 이 보고서는 노동자운동에 대한 공격이 새로운 방향에서 한층 강화될 것을 알려주고 있다. 박준도 노동위원장의 글은 이명박 정부의 선전포고에 대한 긴급한 분석을 담았다. 경제위기 책임전가에 맞서 싸우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 돌봄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 모색에 관한 글에 현재 운동의 구체적인 과제를 담았다. 북한 당 대표자회의 후 지도체제의 변화와 북한 사회 전망에 대한 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글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 정세를 분석했다. 2010년 마지막 호는 다소 얇게 발행되지만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되는 의미는 가볍지 않기를 기대한다.
노동자 간 경쟁을 격화하는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시간 신축화 일자리 창출동력 없는 고용전략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2004년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일자리창출 종합대책에서도 그랬지만) 뚜렷한 일자리 창출 동력을 설계하지 못한 채 고용률을 높여 볼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적으로 고용인구의 확대는 노동생산성 상승률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즉 이윤율 하락을 상쇄할 만한 새로운 성장 동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지배세력들은 고용률을 어느 선까지는 유지해야 자신의 통치성과 자본주의 착취질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변칙적인 방식으로 고용대책을 내놓게 된다. 이번 국가고용전략 2020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은 오로지 다양하고 세련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나누기’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일자리 창출 동력이 아예 없지는 않은데, 그 중 하나가 고용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종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가 뿌리산업․부품소재산업(․녹색성장산업) 등을 육성하여 고용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규노동시장 창출을 동반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논외로 하면) 서비스업종 규제완화가 고용을 확대할 수 있을 지는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조차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아서, 서비스업을 규제 완화하고 대형화해서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면 신규고용이 창출되더라도, 그에 따라 몰락하게 될 자영업자 규모 또한 이에 못지않다. 실질적인 고용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중소․중견기업을 활성화해서 고용을 늘리겠다는 구상 역시 우리나라에서 재벌들의 이익 창출 방식과 중소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방식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면 말잔치에 끝나고 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벌들의 이익창출 방식은 설비투자 증대와 고용확대에서 비롯한다기보다는 비용절감, 특히 하청으로의 비용 전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때 비용전가의 대상이 바로 고용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는 중소기업들이다. 문제는 이들 중소기업 대다수가 기술개발보다는 인건비 절감 방식에만 의존해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시간․노동강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중소 부품산업이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에만 의존하는 한, 중소 부품산업의 고용 불안전성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여기서 일자리 증대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일자리 나누기에만 의지하는 고용전략 국가고용전략 2020을 이명박식 ‘일자리 나누기’ 전략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면, 그 특징을 살펴보기 전에 일자리나누기가 고용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자.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상황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비교할 때, 노동시장의 반응은 각각 달랐다. 1997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기업도산과 함께 고용조정이 대세를 이루었다면, 2009년에는 임금삭감(/조업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가 시도되면서 고용조정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2008년 당시 한국의 경제위기 탈출 방식이 고강도 구조조정보다는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을 도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던 데다, 1997년 이후 진척된 노동신축화로 인해 상시적인 고용조정체제와 일자리나누기가 위기의 충격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노동조합운동이 대체로 양보교섭에 응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용조정이 야기하는 대규모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나아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 기정사실이라면 지배계급들로서는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고용위기의 해결이야말로 최우선적인 정책 대안이 되게 된다. 물론 2009년 일자리나누기가 완전히 성공했던 것만은 아닌데, ‘고용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중심으로 상시적인 고용조정이 발생한데다, 경제위기로 인해 신규 채용이 억제되면서 청년․여성을 중심으로 고용위기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는 잠재실업자 층이 여성․저학력 노동자를 중심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이다.(2003년 63만 명에서 2009년 상반기 101만 명으로 증가했다.) 더군다나 상시적인 고용조정과 함께 임금, 고용, 노동시간, 노동강도 등 모든 면에서 노동조건이 후퇴함에 따라 불완전한 취업이 급격히 확산된다. 노동자의 임금소득과 고용이 원청으로부터의 물량수급에 완전히 종속되고, 그에 따라 고용을 유지하는 동인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낮아지는 경제활동참가율(1997년 62.5% → 2009년 60.7%)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15세 이상 인구증가율(2009년 1997년 대비 15%증가)에 비해 경제활동인구 증가율(2009년 1997년 대비 11.7%증가)이 더 낮았던 것이다. 더구나 2016년부터는 저출산 고령화로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아예 감소할 전망이어서 이 점까지 감안하면,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는 (저임금 구조를 존속 가능케 하는) 산업예비군 형성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노동력 공급난을 호소했던 것은 현상적인 면에서 봤을 때 그냥 엄살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 국가고용전략 2020을 살펴보면 다음 2가지를 핵심적으로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둘째,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일자리나누기’ 방안이다. 여성․청년․노년층의 일자리 창출계획, 그리고 노동력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위한 고용규제 합리화는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를 극복하겠다는 이명박 정부 나름의 방안이고, 단시간근로제의 도입, 노동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의 도입, 근로시간 계좌제 등은 노동시간을 더욱 신축화해서 ‘일자리 나누기’가 취약계층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나름의 방안이다. 물론 일자리 나누기가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를 극복하려는 방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후자는 전자를 포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핵심은 고용규제 합리화와 (단시간 일자리 확대를 도모하는) 노동시간 신축화에 있다. 노동조건을 악화하고, 고용불안전성을 심화하는 고용전략 : 저임금 구조 확산, 간접고용 확대 먼저 노동시장의 공정성과 활력을 위한 개선방안이라고 내세우는 고용규제 합리화방안부터 살펴보자. 실망실업자를 유인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근로권익을 보장하겠다면서 이명박 정권이 내세운 것은 서면근로계약 교부를 의무화(2012년 1월 시행)하고, 임금체불 예방을 위한 개선대책을 수립한다는 것이며, 최저임금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내 및 건설 하도급 개선 방안도 제안하였다. 다른 것은 논외로 하고, 최저임금 규제 강화방안만 살펴보자.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상대적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한편에서 최저임금을 저임금 노동시장의 임금가이드라인으로서 기준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사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고용의 신축성과 노동력 공급 양자를 동시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저임금 노동시장의 표준시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시장에서 이는 더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표준시급을 낮추는 최저임금은 노동자로 하여금 고용유지동인을 잃게 한다는 점에서 고용의 신축성을 보장한다. 또 낮은 최저임금 시급은 부족한 한 달 소득을 벌려면 연장근로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시간 노동으로의 유인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일정한 기준 이상의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노동의욕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공급업체를 통한 취업을 용이하게 하고, 그리하여 노동시장의 노동력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직접고용업체의 최저임금 위반사례 및 임금 체불 사례가 종종 발견되지만, 용역 및 파견업체들에서는 최저임금 위반사례나 근로기준법 위반사례가 상대적으로 덜 발견된다는 사실은 역으로 이를 반증한다. 사내하도급 근로자 개선 방안은 거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다.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실태조사부터 엉망이다. 이번 실태조사의 기준이 되고 있는 노동부의 2007년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은 다수의 판단기준을 열거하면서 이 중 몇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파견이 아니라는 식이었고, 이렇게 불법파견 여부를 종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조사해서 지난 3년간 제조업 불법파견으로 적발한 업체는 6곳(건수로 하면 7건)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번 사내하도급 실태조사는 설문문항을 공개하고 이를 하청노동자에게 질문하는 공개설문방식이어서, 사용자측이건 위장하도급 업체건 하청노동자에게 불법파견․위장도급이 아니라는 식의 답변을 사전에 훈련시킬 것이 자명하다. 결국 위장도급․불법파견 여부를 은폐하는 실태조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선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원청업체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사용범위를 사내하도급 노동자에게로 확대하는 정도이고, 위장도급․불법파견 하청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노동3권 보장 문제는 원청의 노사협의회 참여 정도로 제한하고 있고, 그나마도 원청업체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 한해서이다. 진성도급화하기 급급했던 원청사용자가 어느 세월에 사전에 동의해 준단 말인가? 고용규제의 합리화 방안으로서 핵심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제한의 예외 대상을 확대하는 것과 파견허용업종을 조정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근로자공급사업을 실질화하는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2009년 당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려 했던 것을 우회하는 것이다. 신규법인에 한하여 한시적으로 예외를 두는 것이라 하지만, 인건비 절감이 기업 경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마당에 이는 곧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사용기간 제한 규정을 아예 없애자는 논거만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청소․경비 업무에 대해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은 기간제 사용 비중이 대단히 높은 업무부터 기간제 사용제한을 없애 사실상 사용기간 제한을 실질적으로 없애겠다는 방책에 불과하다. 한시적이며 일시적인, 그것도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서 기간제 고용이 사실상 자유화된 마당에 이런 식으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겠다는 발상은 이제 신규채용 노동자에 대해서만큼은 해고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주장일 뿐이다. 더구나 기간제 고용은 국가고용전략 2020이 그토록 강조하는 취업애로계층의 고용 불안전성을 높이는,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게 하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또 낮은 근속년수를 구실로 저임금을 정당화하고, 노동조합 활동도 불가능하게 하여, 동일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마저 하향 평준화하는 반노동자적인 방책이기도 하다. 파견허용업종을 조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조삼모사 술수에 불과하다. 32개 파견허용업종을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활용정도가 낮은 파견허용업종을 삭제하고, 활용정도가 높은 파견허용업종을 추가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파견노동자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오늘날 파견노동은 저임금을 구조화하는 최저임금제도와 결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인력공급의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위장하도급 관계를 매개로) 기간제 노동과도 결합되어 있다. 최저임금제와 기간제 노동의 문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력을 고용한 자본가가 사용주로서 법적인 최소한의 의무마저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견노동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가장 악랄한 고용형태이다. 부르주아 법체계 내에서 인력소개업과 근로자공급사업은 구분되어 있고, 인력소개업은 규제에 초점을 맞추지만, 근로자공급사업만큼은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근로자공급사업이 (고용불안을 심화하고, 중간착취를 가능하게 하며, 노동3권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지배세력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파견법을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예외조항으로 구성된 특별법 형태로 공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는 이마저도 손을 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바로 일자리 안정망 확충을 구실로 직업안정법을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15일 직업안정법을 전부 개정하겠다며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의 보론을 참조하시오) 노동력 공급사업과 인력소개업, 직업능력개발업 일체를 복합고용서비스라는 미명아래 하나의 업체가 주관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인력소개업과 근로자공급사업의 구별도 희미해지고, 또 직업안정법의 취지를 전면적으로 개정한다는 점에서 이는 근로자공급사업의 전면 확대를 예고하는 법 제도 개선방안이라 할 수 있다. 파견법은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안이었는데, 직업안정법이 이렇게 개악되면 원칙법에서도부터 근로자공급사업이 실질적으로 확대되는 근거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국가고용전략 2020을 기초한 이데올로그들의 주장대로 고용알선업무가 고용률 증대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잠재적 실업자 층과는 다른 경직적인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유인할 때 그나마 효과가 있다. 즉,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국면에서 외부노동시장의 부족한 노동력 공급 상황을 타개하고, 급격히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강제적인 시도를 동반하기도 하는)들을 사용할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복합고용서비스가 대상으로 하는 취업애로계층의 대다수는 잠재적 실업자 ― 즉, 경제위기로 인해 고용의 불안전성이 높아지는 이유로 인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고, 이들을 상대로 하는 취업알선이 전문화되고 확대된다고 한들 고용 불안전성이 개선될 리가 없다. 결국 복합고용서비스업이란 노동자에 대한 고용불안전성은 개선하지 않은 채, 저임금․고강도 노동시장에 노동력을 더욱 수월하게 공급하는 전문가 집단을 육성하려는 방안인 것이다. 나아가 사회서비스업과 같은 신흥노동시장에서 근로자공급사업을 다양한 형태로 확대함으로써 간접고용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려는 방안에 불과하다. 신흥고용불안에 따른 노동자의 고통은 그대로 둔 채 노동력 공급의 곤란을 겪고 있는 기업주들의 곤란만을 해결하는 것 ― 그리하여 노동신축성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고용서비스촉진법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다. 노동자간의 경쟁만을 격화하는 고용전략 : 일자리나누기와 노동시간 신축화 본래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 란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는 대신 임금 및 조업시간을 조정하여 일자리를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이 개념은 교대제 개편, 일시 휴직, 교육휴가 등 노동 재조직화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도 이 점은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 중 하나가 단시간 근로제를 상용직화 할 수 있도록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직무분할(job sharing)이라는 의미에서 봤을 때, 단시간 근로와 같은 유연한 근로형태를 확산하는 것은 (통계수치로서의) 고용률을 개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될 때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임금설계가 1인 생계형 가구에 기초해 있다고는 하지만(가족임금) 저임금 구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실제로는 2인 생계형 가구가 더 일반적이고, 따라서 여성의 일자리 수요도 (이른바 맞벌이 부부라 할지라도) 전일제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더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일과 가사에 치이더라도 가계에 필요한 월 소득을 충분히 벌 수 없다면, 육아 및 가사노동을 위해 단시간 일자리를 소망하는 것(대개의 설문조사에서 드러난다)과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전일제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한편 단시간 근로는 전혀 다른 형태로의 노동시간 경쟁을 가속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양육을 담당한 사람(주로 여성)이 육아 휴직에 들어가거나 단시간 일자리만큼의 소득을 벌 수밖에 없다면, 가계의 중심 소득원으로 간주되는 사람(주로 남성)이 부족한 임금소득을 메우기 위해, 잔업특근을 마다하지 않는 노동시간 연장 경쟁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단시간 근로로 고용이 늘어난다 할지라도 노동자가구가 이러저러한 일자리로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면 노동시간 연장을 위한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은 어떤 형태로든 가속하게 되고, 이는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켜 육아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더군다나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일자리 나누기로서 단시간 일자리는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일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데, 단시간 근로가 실제로 직무분할의 효과나 제대로 낼 수 있을 지조차 의문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 상용직 단시간 근로의 확산을 위한 사례로 거명되고 있는 업무 중 상당수는 상담업무, 보육업무처럼 업무량이 집중되는 시간대에서 단시간 근로를 활용하고 있는 형태다. 정부는 이런 형태의 단시간 근로를 민간으로까지 확대 개발하기 위해 2011년 「시간제근로자 고용촉진법」제정할 예정이다. 또한 시간제 근로자 인사관리에 대한 전문 컨설팅 지원 비용만 10억 원울 배정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형태의 단시간 일자리는 직무분할효과 보다는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효과가 더 크다. 전일제 고용으로 8시간 임금을 주어야 할 일자리가 6시간 임금을 주는 일자리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날 제품생산에 들어간 시간과 여기에 투여되는 실질노동시간을 똑같이 하는 경향이 기본 방향인 상황에서 직무분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명확하다. 직무분할 결과 실질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예컨대 라인위주의 제조업 산업) 직무분할은 거부될 것이요, 실질노동시간이 늘어나면 (예컨대 간호 업무) 직무분할은 장려될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 모양새를 갖추고는 있지만 임금분배율은 제자리인 채 (즉 한 가구당 월 평균 임금소득은 제자리인 채) 노동강도만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편, 이번 국가고용전략 2020에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범위를 확대하고,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담겨져 있다. 양자 모두 1년 단위의 실노동시간 단축방안이다. 전자는 3개월에서 1년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는 것이고, 후자는 1년 단위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과 ‘휴가’를 상호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노동시간을 신축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근본적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1.5배 시급을 주도록 규정한 것은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하여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사장이 마음대로 부리지 못하도록 경제적인 제약을 둔 것이고, 주단위로 연장노동시간을 제한한 것도 마찬가지 의미에서 법․제도적인 제약을 둔 것이다. 그런데 1년 단위로 실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일거리가 많을 때에는 연장근로를 시켜도 1.5배 시급을 안 줘도 되고, 일거리가 적을 때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여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활용하여 휴가를 소모하게 하면 된다. (연장근로시간 만큼 휴가를 주겠다고 하지만, 일거리가 많은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휴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특히 근로시간저축휴가제는 잔업․특근수당을 제대로 주지도 않은 채 일정한 범위의 노동자 고용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의 세련된 변형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형태의 노동시간 신축화는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없을뿐더러 일자리 나누기를 빙자해 노동강도를 높이고, 임금을 삭감시키는 방안인 것이다. 이명박 정권 일자리나누기의 본질 결국, 국가고용전략 2020이 제시하고 있는 일자리나누기란 (양보교섭 차원이 아니라 아예) 노동신축화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을 재조직해서, 다시금 도래할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에 닥칠 손실을 더 손쉽게 떠넘기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놓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고용위기 해법으로 일자리 나누기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나누기와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데다 일자리나누기 역시 실제 고용위기 해소 수단으로서 적합하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고용위기의 대안이라는 미망에 빠지는 이유는 부가가치 생산에 필요한 총 노동시간을 단순히 더 많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는 단순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임노동시장에서는 그와 같은 단순 계산이 결코 현실로 드러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는 노동력을 팔아야만 자신의 생존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노동자라는 현실이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가속하고 있으며, 정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시대 노조 조직률의 하락과, 장시간 저임금 고강도 노동 등 노동조건의 악화가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쟁 구조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불가능하게 한다. 어떤 의미에서건 경제위기시대에 고용문제만을 매개로 고용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일자리나누기가 노동신축화를 확산하는 매개 고리가 되고, 경제위기로 인한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형태가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고용문제에만 매달리면 일자리나누기의 미망에서 헤어 나올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용위기를 야기하는 현실적 토대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이러한 조건을 바꾸기 위한 이행적 요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자본의 투기적 행태가 지속하는 한, 재벌기업들이 비용전가를 외부화하고, 자본 이동의 자유를 누리며 이윤을 집중하는 틈바구니에서 고용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란 결코 나오지 않는다.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적 행태가 지속하고, 이윤을 초민족적으로 쉽게 빼돌릴 수 있는 한, 자본 철수가 너무나도 자유로운 상황에서는 고용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란 결코 나오지 않는다. 자본이 기술생산성보다는 저임금 구조에 기대어 비용절감만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한, 노동조건의 악화를 막아낼 방법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자 개개인의 바닥을 향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어떠한 방안도 나오지 않는다. 국가고용전략 2020은 노동자운동이 이제는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시험하고 있다. 똑같은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박스1%]
고용보장, 졸속매각 저지 요구를 중심으로 민주노조 재건하자! 10월 19일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는 시각, 산업은행 정문에서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민유성 산업은행장 면담과 국정감사 참관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그 자리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이 날 국정감사에는 3,000여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박영태 공동관리인이 출석해 2009년 법정관리 과정에서의 회계조작 의혹, 구조조정, 향후 매각과정에 관해 증언했다.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아직 여유인력이 많다’며 매각과정에서 또다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산업은행 정문에서 장시간의 항의 끝에 마련된 산업은행 실무자와의 면담에서 산업은행은 11월 중으로 마힌드라로의 매각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 5월 매각 공고로 시작된 쌍용차 재매각에서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이하 마힌드라)이 8월 12일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9월 한 달 쌍용차에 대한 정밀실사 이후 매각 협상은 비밀리에 진행되었고, 11월 중으로 매각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임이 산업은행을 통해 흘러나온 상황이다. 쌍용차 재매각에 대해 쌍용차 노동자들과 대다수 시민들은 ‘제2의 상하이차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 목표가 기술 확보라는 점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2005년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3~4년에 걸쳐 1조 2,000억여 원을 투자하고 완전고용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나중에는 기술 유출에 먹튀까지 발생했다. 마힌드라는 ‘제2의 상하이차’를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해 투자와 개발 약속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안정 서약에 공증까지 받고도 3,000여 명을 해고하고 도망친 상하이차의 사례를 떠올린다면,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대책마련 없는 마힌드라의 약속 또한 믿을 것이 못 된다. 상하이차로 쌍용차를 부실매각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산업은행과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일사천리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쌍용차 투쟁이 한국 사회에 남긴 메시지를 다시금 환기하고, 고용보장과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할 때다. 10월 5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 비닐천막을 차리고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10월 4일~2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쌍용차 정리해고와 재매각을 둘러싼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쌍용차 문제를 전국화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기 위함이었다. 국정감사 일정은 끝났지만 비닐천막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힌드라로의 매각이 예정되어 있고, 매각 협상의 핵심 주체이자 쌍용차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가 바로 산업은행과 정부이기 때문이다. 마힌드라 현황과 쌍용차 인수 목적 마힌드라는 인도의 자동차 기업으로 자산 규모가 약 2조 4천억 원이다. 스포츠실용차(SUV), 농업용 기구(트랙터 등)를 판매하며 2009년 매출 약 3조 7천억 원, 순이익 약 2,2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자동차는 180만 대(삼륜차 포함, 승용차는 20만 대)를 판매했다. 올해 순익은 5,500억 원 정도로 작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쌍용차 인수에 대해 마힌드라는 인수 의향을 밝혔던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취했다. 르노닛산이 공장 시설 확장과 쌍용차 인수 비용 사이를 저울질할 때, 마힌드라는 30명에 가까운 실사단을 한국에 보내고, 그룹 차원의 재정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인수자금 모집에 적극적이었다. 그 이유는 중급 이상의 자동차 기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008년 영국 로버자동차 인수에서 인도 타타자동차에 밀렸고, 올해는 르노자동차와의 전략적 제휴도 끝났다. 한편 미국 시장에 픽업트럭을 수출하려다 안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마힌드라가 인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국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독자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인도보다 앞선 디젤 엔진 기술과 조립 공정을 갖춘 쌍용차는 마힌드라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인 것이다. 졸속매각 우려에 대해 마힌드라가 상하이차와 다를 것이란 주장도 있다. 쌍용차 인수를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적 신뢰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마힌드라에게 ‘먹튀’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 또한 양해각서(MOU) 체결 시 한국을 찾아 ‘제2의 먹튀는 없을 것’이며, ‘상호 기술협력을 지향’하고, ‘쌍용차 노사가 만든 합의서를 그대로 준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인수 후 계획만 보아도 마힌드라의 의도는 이와 다르다. 마힌드라의 자동차 부문 사장 파완 고엔카는 마힌드라가 렉스턴과 코란도 C를 완제품이 아닌 CKD(조립 전 상태)로 인도에 수입할 예정이며, 인도에서 두 제품은 고가 SUV 제품군으로 도요타 포츄너, 지엠 캡피타, 현대 투싼과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도 자동차 전문가들은 마힌드라가 고가 제품 시장에서 연 300~400대를 팔기 힘들 것으로 본다. 현재 고가 SUV시장은 인도에서 대중적이지 않다. 마힌드라는 연 1,000대 정도를 팔아야 수지 타산이 맞는 수준인데, 인도 SUV 시장은 6~7년 후에나 4~5만 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마힌드라의 현재 점유율(9.2%)을 고려할 때, 쌍용차의 인도 수출이 언론에서 부풀리는 것처럼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한편 현지 언론에서 마힌드라는 MOU 체결 시 고용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으며 ‘임금협상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공장 안의 쌍용차 기업노조는 추석연휴 이후 몇 차례 마힌드라와 만남을 가졌지만 고용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이 없는 상태다. (쌍용차 기업노조는 2009년 쌍용차 투쟁 이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를 탈퇴하고 2010년에 결성된 노조다. 이 노조는 노사협조주의를 활동 기조로 삼고 있다.) 한편 마힌드라는 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일부를 제외하고 쌍용차의 생산시설을 인도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노조와 부딪힐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힌드라의 내수 시장 점유율도 낮고, 인도 노동자의 임금이 한국의 6.36%(2005년 기준)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들에게는 장기적으로 한국 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많지 않다. 제2의 먹튀로 쌍용차 노동자들이 다시 고용과 생존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쌍용차 팔아먹기에 급급한 산업은행과 경영진: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77일의 공장점거파업을 종료하며 2009년 8월 6일 맺은 노사대타협 중에 이행되고 있는 합의사항은 단 하나도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등에 부과된 손해배상 가압류 액수만 120억 원이 넘으며, 무급휴직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약속 역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파업 참여 조합원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이 매우 어렵고, 일부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올여름 정신질환으로 지난 1년 내내 자신의 집에 점거 파업 당시를 재현해놓고 있었던 조합원의 충격적인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쌍용차 사측은 구속 상태에 있는 한상균 전 지부장을 포함한 15명에게 징계 해고와 정직 3개월 조치를 취하는 등 매각 과정에 대해 불안함과 불만을 갖고 있는 공장 안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단속하기 위해 다양한 수를 쓰고 있다. 또 사측은 올해 8월 6일, 노사대타협에 의해 현장에 복귀했어야 할 무급휴직자들에 대한 복귀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중앙노동위의 부당해고 판정에도 해고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쌍용차 살인진압을 진두지휘한 조현오 전 경기경찰청장을 경찰청장으로 승진시켰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작년 경찰의 살인적 진압으로 크게 다친 조합원들에게 3,000만 원의 건강보험료 환수조치를 내렸다. 노동자와 한 약속을 모두 내버린 쌍용차 법정관리인과 채권단은 일사천리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파업 종료 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정부 방침하에 2010년 상반기 쌍용차는 공장을 돌려도 계속 빚이 쌓이는 실정이며, 상반기 이자 비용만 237억 원이었다. 헐값매각과 먹튀로 쌍용차를 이 지경에 빠뜨린 정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생존은 아랑곳하지 않고 채권회수에 급급하다. 지난 7월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쌍용차 안성 부지를 팔아넘긴 채권단의 행보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인수가 끝날 때까지 우량 자산은 보유하는 것이 당연한데, 산업은행을 통한 출자가 아니라 자산 매각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쌍용차를 또다시 헐값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한편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의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술을 유출한 후 경영이 어려워지자 바로 쌍용차를 내팽개쳤지만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러한 외국계 기업의 횡포는 쌍용차 뿐 아니라 발레오만도, 포레시아, 3M 등에서 공장 청산, 해고와 징계라는 방식으로 무수히 많이 벌어졌다. 외국계 기업의 먹튀 행각과 노동자에 대한 횡포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쌍용차 사태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IMF 이후 해외매각 증가로 국내 제조업에서 외국계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3.2%에 달하며 17만에 가까운 노동자가 여기서 일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헐값매각을 도와주고 지자체들은 토지무상임대, 각종 보조금 지원, 조세감면 등 특혜를 준다. 그러나 이는 세금 낭비일 뿐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 공장을 단순 하청기지로 활용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아무 책임 없이 버린다. 지난 8월 9일 2009년 투쟁으로 구속된 전 지부 지도부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은 ‘정리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주장이 과장이 아니며 기술 유출, 법정관리를 불러온 상하이차와 경영진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상하이차의 책임을 물을 길은 별로 없다. 오히려 재판부는 기술유출에 관한 재판에서는 검사를 교체하는 등 진행을 연기시키면서 정부와 경영진, 상하이차의 책임을 은폐하는데 급급하다. 정부의 졸속매각과 상하이차의 먹튀를 규탄하는 쌍용차 재매각 투쟁은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와 먹튀 규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에서 더욱 장기적이고도 근본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용보장과 졸속매각 저지 요구를 중심으로 민주노조 재건하자 정부의 졸속매각, 상하이차의 먹튀로 쌍용차에서 4,300여 노동자가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실직하고, 9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또 94명이 구속, 46명이 불구속되었으며 사측과 정부가 200여 노동자에게 청구한 벌금과 손해배상 가압류 소송이 200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책임자인 정부와 경영진은 어떤 책임도 반성도 없이 이전과 똑같은 졸속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 안의 기업노조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상하이 사태 재발 방지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채 사측과 다를 바 없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해고와 휴직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 부당한 해고의 억울함과 살인적 경찰 진압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 등 조합원들이 처한 어려움은 쌍용차 재매각 투쟁이 처한 현실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정리해고와 살인진압이 남긴 깊은 상처를 딛고 무급휴직, 해고 조합원들을 조직하면서 졸속매각 저지와 민주노조 재건을 위한 투쟁에 나섰다. 금속노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쌍용차 제2의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해고자 복직 △총고용 보장 △졸속매각 반대 △쌍용차 사태 책임자 처벌 △손배 철회 및 구속자 석방을 요구로 쌍용차지부와 함께 정부, 산업은행과 쌍용차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 재매각 국면에서 고용 보장과 외국계 기업 규제 등의 요구에 대한 사회적 지지 형성 여부와 공장 안팎의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가 이러한 요구들을 관철시키는 데 관건이 될 것이다. ‘제2의 먹튀’ 우려는 쌍용차 매각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2010년 쌍용차 재매각 대응 투쟁은 2009년과 달라진 바 없는 졸속 매각을 최대한 알려내며 정부, 지역사회, 채권단이 해고자 및 무급휴직자들의 복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쌍용차지부가 공장 밖에 있는 상황에서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재매각 대응 투쟁을 통해 매각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교섭력을 획득해야 한다. 2010년 외투자본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결의한 금속노조는 전형적인 외투자본 먹튀행각으로 벌어진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징적 투쟁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09년 GM 유럽법인인 오펠 매각 협상 시 독일금속노조는 정부에게 고용유지 우선 기업에 매각할 것을 요구하여, 고용협약을 맺겠다고 약속한 매그나와 우선 협상을 하도록 했다. 결국 GM이 매각을 철회하기는 했으나 노조가 매각 과정을 사회적 이슈로 제기하고 고용협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고용보장과 지역협약을 요구하면서 실제 매각을 주도하는 정부에 대한 사회적 투쟁을 펼쳐가야 한다. 이 투쟁 과정에서 마힌드라가 이를 언급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요구를 수용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 과정은 77일 간 함께 투쟁했던 무급휴직, 해고 조합원들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고, 공장 안 노동자들로부터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투쟁의 동력을 형성하는 과정과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이는 매각 과정에서 실제 교섭력을 확보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점이지만 사측과 독립노조의 현장 장악력을 무력화하고, 장기적으로 민주노조 재건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재매각 국면은 조직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공장 안 노동자들의 매각에 대한 불만과 의문을 해소하고, 매각 과정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용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책임지려는 세력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보여주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를 통해 졸속매각 저지와 민주노조 재건에 이들이 함께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다. 공장 안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여론전과 실천투쟁을 펼치고, 정리해고와 살인진압의 깊은 상처 속에 신음하는 해고자, 무급휴직자, 파업 참가 조합원들이 다시금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연대단체와 운동세력들은 적극적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이다. 매각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든 매각 이후 쌍용차의 미래가 순탄하기는 어렵다. 고용보장과 해고자, 무급휴직자 원직복직에 대한 단체협약과 사회적 협약을 맺지 않는 매각은 제2의 먹튀를 부를 뿐이다. 이를 막는 확실한 길은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제기하고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는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