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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7-8.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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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하여

이진규 | 민중의료연합
<b>-건강보험재정파탄에 대한 정부종합대책의 문제점-</b>


<b>시작하며</b>

건강보험재정파탄에 대한 정부종합대책이 '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조기정착을 위한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5월 31일 김원길 보건복지부장관에 의해 발표되었다. 의약계가 서슬 퍼렇게 두 눈 부릅뜨고 있는 상황에서 인상된 수가를 제자리로 돌려놓기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고, 보험료 인상은 정권재창출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비켜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그렇다고 현 정부가 노동자·민중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국가와 자본의 부담을 대폭적으로 확대시키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애초에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이 와중에 정부는 1) 단기재정안정 대책, 2) 장기대책으로 '근본적 재정안정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3) '재정안정 사업 추진체계 구축'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 글에서는 정부종합대책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b>정부종합대책, 무엇이 문제인가?</b>


<b><단기재정안정 대책의 내용></b>

정부가 발표한 단기재정안정대책은 현재 바닥을 드러낸 건강보험재정의 수지를 맞추기 위한 긴급처방을 중심으로 제출되어 있다(표 1). 이 내용을 지출감소와 수입증대로 나누어 보자.
지출 감소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1) 외래 이용시 본인부담금 인상과 2002년 이후부터 지속적인 보험료인상, 2) 제공자에 대한 보험심사강화 및 진찰료 처방료 통합과 같은 간접적인 수가인하 조치 3) 건강보험공단의 구조조정이 담겨있다.
수입증대 방안으로는, 예상되었던 보험료인상이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2002년 이후로 연기되었다. 대신, 금융권 차입으로 1조1천2백억원을 조달한 후 보험료 인상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 다른 수입증대 방안으로 지역의보에 대한 국고지원을 50%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으나, 타 부처와의 논의과정에서 국고지원은 40%까지로 한정하고 나머지 금액은 담뱃값 인상을 통해 조달하는 식으로 굴절되고 있는 형편이다.


<b><단기대책의 문제점></b>

<b>하나, 불가피한 재정파탄을 노동자민중에게?</b>

정부가 발표한 단기대책은 건강보험재정의 파탄을 막기 위한 응급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의 안대로 시행되더라도 건강보험재정의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데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01년 예상되는 건강보험의 재정적자 규모는 4조1,978억으로 추정되며, 기존 적립금 9,189억원이 있으므로 순적자는 3조2,789억원이다. 그러나, 정부의 단기대책의 재정안정 효과는 연 2조5천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부대책이 실제로는 7월 1일 이후에나 효과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01년 실제효과는 1조8백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2001년 말에는 2조원 이상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정부는 이 부족액만큼 금융권 차입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금융권 부채를 2002년 이후 보험료 인상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인데, 이 발상은 이제는 이자부담까지 노동자 민중에게 떠넘기겠다는 기만적인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b>둘, 노동자·민중의 부담만 늘어난다</b>

본인부담금 인상, 보험료 인상, 보험급여 축소 등 노동자·민중의 직접적 부담 증가가 이번 대책의 핵심적 내용인데, 앞으로도 정부기조는 이러한 방향으로 지속되리라고 예상된다. 이번 발표에서는 외래 소액환자(의원 1만5천원, 약국 1만원 이하)의 본인부담 상한액이 현행 3천200원(의원 2천200원, 약국 1천원)에서 4천500원(의원 3천원, 약국 1천500원)으로 40.6% 인상되었다. 이 본인부담금 인상은 경제적 부담능력이 없는 계층의 의료이용 감소를 유발하여 재정지출을 억제해보겠다는 기만적인 조치이자, 동시에 정치적으로 보험료 인상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는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 외래 본인부담 30% 정률제가 2003년 이후 공식 도입되면 본인부담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2000년 12월 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합의한 올 7월 MRI, 초음파, 치면열구전색 등 예방서비스 보험급여 방침은 전면적으로 철회되었다. 또한 치석제거, 물리치료, 신경차단술 등의 급여인정 기준 강화를 통해 보험급여 항목도 대폭 축소되었다. 앞으로도 정부당국은 건강보험의 재정안정을 빌미로 5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의 급여수준을 확대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축소시키는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예견된다.

정부는 국민부담 최소화를 위해 금년도 추가 보험료 인상은 없다고 발표하였으나, 정부 발표를 보면 2002년 이후에는 보험료 인상 이외에 다른 효과적인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매년 18%씩 증가하는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과 누적 적자액을 모두 보험료로 충당하려면 연 25∼30%이상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저항에 직면하여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어려워지게 되면 정부는 결국 민간보험을 비롯한 시장기제를 적극 도입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그 와중에 노동자·민중의 의료이용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더욱 제약받게 될 것이고, 건강수준의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b>셋, 노동자민중을 기만하는 단기대책</b>

또 다른 문제는 정부대책의 기만적 성격이다. ① 지역가입자 국고지원은 지역가입자 보험급여비의 50% 지원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부안은 '보험급여비 + 관리운영비(지역재정부담분) + 기타비용' 전체의 50%를 지원할 것처럼 꾸며서 연간 2-3천억원의 수입을 과다 계상하였다. 이 부분을 수정하면 2006년에도 연발 시재액은 1조2천억원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②정부안은 보험 급여비 증가율을 연간 13%로 적용하였다(표 2) 그러나, 이는 비현실적인 가정에 불과하다. 1995-99년 지출 증가율은 18.5%로, 이를 수정해 보면 2006년 시재액은 최소 3조2천억원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추계되었다.(보험급여 증가율은 정부안의 13%와 18.5%의 중간수치인 16%를 적용하였다.

또 2002-3년 사이에는 재정절감 대책 등으로 증가율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고 가정하여 2004년 이후에만 이 증가율을 적용하였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건강보험종합대책과 건강보험의 미래", 2001년 6월 8일 민중연대 워크숍 발표자료에서 인용)


<b><장기재정안정 대책의 내용과 문제점></b>

정부가 내놓은 장기재정안정 대책은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한 제도변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표 3). 따라서, 개별 사안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부대책 속에 담겨진 보건의료체계의 변화방향의 중심이 무엇인가가 훨씬 중요한 문제이다. 전자건강보험증을 논외로 할 때, 이 관점에서 장기대책을 평가해보면 사회보험의 단일체계로 운영되고 있는 의료보장 제도에 영리성 민간보험을 제도적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를, 보건복지부의 입을 빌어 다시 한번 공식화한 것이 그 핵심이다. 장기대책의 이러한 방향은 두 가지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b>첫째, 영리성 민간보험의 확대를 통한 건강보험의 위축, 둘째, 상업적 의료체계의 고착화.

하나, 영리성 민간보험의 확대를 통한 건강보험의 위축</b>

보건복지부가 이번 발표를 통해서 재정안정 후 보충적 민간보험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공식화하였다. 민간보험을 의료보장 체계내로 제도화하는 것은 사회보험재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회피를 의미한다. 또 다른 의미는 보험자본에 대한 지원이다. 과포화 되어있는 보험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갈구하던 보험자본에게 건강보험재정 파탄은 호재일 수밖에 없었고, 이번 정부발표는 정부가 민간보험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보험자본의 시장확대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금융감독원 분석에 의하면 공적 건강보험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의료비 보장부분을 보완하는 상품 개발이 지난, 1,2월 각 10건 3월 7건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건강보험재정위기가 본격화한 4월에는 52건, 5월 112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민간보험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의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 첫번째 이유는 민간보험의 진출로 건강보험의 급여확대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급여확대는 보험자본의 시장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본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 무상의료를 쟁취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할 건강보험 급여확대 투쟁은 보험자본이라는 거친 적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보험자본의 공격적 경영으로, 기존 건강보험의 역할과 기능마저 위축되는 현상마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번째 이유, 보완적 민간보험의 도입으로 건강보험재정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보완적 민간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건강보험의 급여와 민간보험의 급여를 동시에 제공받기 때문에, 의료이용을 할 때 이들의 경제적 부담은 보다 수월해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의 의료이용은 증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재정 지출은 증가될 수밖에 없다.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부자들의 의료이용으로 인해, 부담능력이 없는 노동자·민중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되어버리고, 사회보험의 원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기형적 현상이 발생되게 된다.
결국 민간보험의 제도화는 급여수준이 50%정도에 불과한 현재의 건강보험 형편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정부의 민간보험 확대 발표는 건강보험의 확대를 통해 민중의 건강을 보장하고자 하는 사회보험의 기본 원칙을 포기하는 술책이며, 민중의 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시장 논리에 전가하면서 의료이용과 건강수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될 반민중적 조치의 또 다른 출발로 바라보아야 한다.


<b>둘, 상업적 의료체계의 고착화</b>

민간보험의 공식화는 보험자본의 의료시장 편입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19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재벌의 병원자본 진출 이후, 고도화된 상업적 의료체계에 보험자본이 편승함으로써 그 성격은 보다 극명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국내 최고의 보험회사들은 국내 최고수준의 병원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들 병원은 이미 협력병원체계로 전국의 네트워크를 구축해놓고 있는 실정이다. 위험률 산출을 위한 건강보험의 보험청구자료만 공개되면, 수익 창출이 가능한 보험료 수준을 산정하여 건강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 전국적 체인망을 확보한 최고수준의 병원을 앞세워 판촉을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 정도 상황에 이르면 이들이 시장 점유율 수위를 차지하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동안 한국의 의료체계는 지극히 상업적인 토대 위에 사회보험이라는 공적 상부구조를 유지하며 최소한의 공공성을 유지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고려할 때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b>향후 건강보험 투쟁방향에 대한 소고</b>

이번 발표된 정부종합대책을 정리해 보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을 파탄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당면과제는 건강보험의 사수를 위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강화>로 모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대책에 대한 반대투쟁을 시발로 건강보험투쟁을 조직화하여, 건강보험을 시장 논리를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세력에 대항하는 대립전선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노동자·민중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공공의료강화를 위한 투쟁을 통해서 형성된 대립전선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투쟁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과정으로서 보장성 확대의 의미와 함께 민간보험의 제도화를 저지할 유일한 수단으로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현실화하는 의미를 지닌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당면 시기 민간보험의 확대강화와 제도화를 저지하지 못하면 건강보험의 기능과 역할은 심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중운동의 역량을 집중하여 투쟁해 나가야할 지점이다. 공공의료 강화투쟁은 노동자·민중의 대안적 보건의료체계의 구체화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며, 한국사회 상업적 의료체계의 중심인 병원자본과 보험자본에 대항하는 대립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현실적 투쟁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주제어
보건의료
태그
전쟁 제국주의 그루지야 남오세티야 카프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