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자로서 여성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다루었다. 류미경, 이소형은 사회적 재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점에서 '재생산의 위기'로 보아야 한다며, 이제 더 이상 가족 중심의 생존전략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호성희는 DJ 여성정책이 '가정과 직장의 양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사실에 주목, 이는 사실 여성들에게 위기비용을 흡수하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송강현주는 성매매란 여성을 섹스화된 몸으로 환원한 것에 불과하다며, 국가의 성매매 관련 정책은 물론, 규제주의자나 폐지주의자 모두를 비판한다. 정지현, 이진숙은 노동운동이 가족을 중심(임금)으로 하는 노동권 해석에 갇혀있다며, 이에 대한 발본적인 평가를 전제하고,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각종 자료와 통계수치에서 우리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정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65년 36.%에서 1980 42.8%로 증가하였고 1998년 47.0%를 거쳐 2001년에는 49.0%에 이른다. 2002년 6월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인구는 9,536,000명으로 전체22,885,000명 중 41.7%를 차지한다. 여성경제활동인구 중 실제 취업자는 9,340,000명에 이르고 있다. 한 편 이를 혼인 여부와 관련지어 보면 혼인상태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제시하는 여성 경제활동 인구의 연령별 분포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가 확연히 드러난다.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15세부터 44세까지 꾸준히 증가하여 59세까지 줄었다가, 60세 이상에서 다시 늘어나는데, 15세에서 59세까지는 이른바 역U자형을 그린다. (표 참조) 과거 여성 노동이 결혼과 출산 및 자녀양육의 가족주기에 따라 노동시장에 진입했다가 이탈, 다시 재진입하는 M자형 모델인 사실을 환기하면, 두드러진 변화다. 이러한 통계수치를 놓고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늘어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를 더욱 정확하게 읽으려면 전체 노동자의 52.3%가 비정규직이고, 이중 70.2%가 여성이라는 수치를 추가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자본의 위기극복 전략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생산부문을 파괴하고 금융적 팽창을 추구하는 자본운동의 현재 경향에서, ‘유연한 노동력’으로 보이는 여성의 노동력이 노동시장에 대대적으로 흡수되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래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에 참가하는 여성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노동의 여성화(feminization of labor)'로 표현된다. 이 말은 동시에 과거 여성 고용의 특징이었던 조건이 모든 산업의 고용조건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비정규직이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일상적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유연한 고용 형태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 둘째로, 이러한 노동의 여성화-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에 따라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구조조정으로 필수적인 사회서비스 관련 예산이 삭감되며 가계유지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이를 보충하기 위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적 서비스 축소에 따라 급증하는 가계비용 사회보장체계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는 케인즈주의의 실패에 따른 ‘복지국가의 위기’, ‘가족의 위기’에 대한 대응인데, 곧 복지공급자로서 시장의 역할을 강조한다. 사적인 연금, 사적인 의료보험, 사적인 병원, 사립학교, 사적인 양로원, 사적인 보육시설 등이 과거 국가가 제공하던 공적 서비스를 점차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가계 지출이 증가하는 핵심 요인이 되는데, 이제까지 가족 내에서 여성에게 부과된 자녀의 양육과, 가사노동을 비롯하여, 가족 구성원에 대한 보살핌노동의 부담은 시장에서 자본의 이해관계와 더욱 긴밀하게 결합된다. 보육시설 지난 3월 6일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부가 발표한 「보육사업활성화방안」은 시장이 제공하는 보육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질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노동시간의 탄력성이 높아지는 추세’에 발맞춘, ‘야간’, ‘휴일’, ‘24시간’ 등의 ‘시간연장형 특수보육시설’과 부모들이 직접 출자하여 보육시설을 마련하고, 이것을 다시 (부모들이 납부하는) 월 보육료로 운영하는 ‘공동육아제도’ 등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보육시설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보육료 상한 규제를 없앤다는 것이다. 한편, 국가는 보육시설에 대한 운영비 지원을 줄이고, 보육료 부담 증가 요인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여 취약계층에 대해서만 보육료를 약간 지원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한정하고 있다. 결국 보육시설 확충의 책임을 시장에게 내맡기고 이를 가계의 부담을 통해 유지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의료 의료보험체계에서 시장의 역할 역시 확대되고 있는데,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그것이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방안은 ‘의료보험 적자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정부가 공적 의료보험의 재정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보건의료 재원 조달 기전을 다양화해서 정부의 부담과 책임을 감소하려는 시도다. 이는 WTO 도하개발의제 출범에 따른 의료시장개방, 보험시장의 개방에 맞물려 더욱 가속되고 있다. 그런데, 민간의료보험은 공적건강보험과 비교할 때, 보험회사의 수익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가입자의 필요보다 보험회사의 비용 지출 가능성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가입여부가 판가름된다.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급여를 받기 위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민중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제의 양은 훨씬 줄게 된다. 민간의료기관이 시행하지 않는 사업을 조금이라도 책임지며,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해 오던 공공의료기관마저 구조조정으로 곧 사라질 판이다. 공공의료기관에 의존하던 저소득층 의료 보호 환자들은 더욱 곤란에 빠질 것이다. 이로써, 환자를 보살피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대한 가계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교육 쉽게 체감할 수 있듯이 가계의 평균적인 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교육이다. 공교육이 해체되고 교육비의 ‘수혜자부담’ 원칙이 확산됨에 따라 사교육비의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가 2001년 4월 초에 발표한 「2000년도 과외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 전체 규모가 99년 6조 7,720억 원 이었던 것이 3,556억 원 늘어나 7조1,276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99학년도에 비해 연간 30만원 이하의 저액 과외비의 비율은 10.7% 감소한 반면 151만원 이상을 쓴 고액 과외는 오히려 4.4% 더 늘어났다.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를 필두로 공교육 전체를 해체하고, 학생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빌미로 학교-교육과정의 위계화, 서열화를 주요 골자로 한다. 유연한 노동에 적합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한편에서는 분할과 배제를 일상화하는 이 같은 교육개혁은 결국, 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없애고, 경쟁을 가속해서, 모든 책임을 가계로 떠넘기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계에서는 (자식들의 시민권 획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자식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모든 가계의 사교육비 증가는 당연한 수순이다. 노인부양 IMF의 「한국경제의 주요 이슈」(2001.7)라는 보고서는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30년내 재정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 인구 한 명당 노인부양의 부담이 증가하고, 의료비 부담의 증가로 건강보험이 위기에 처하며, 노령연금 수령자가 늘어나 재정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령층을 대상으로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실버산업’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과 보험회사들은 60대 이상의 고령자를 겨냥한 금융서비스와 민간보험 상품개발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유료 노인 홈, 방문간호, 고령자 위험방지 주택에서 장의 서비스, 묘지 비즈니스까지, 고령자를 특화해서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이 금융권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적자에 대한 우려는 고령자에 대한 공적 서비스를 노인장기요양보험 및 장기요양시설 등의 상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생존전략, 그리고 여성 우리는 ’상품생산과 노동인구의 사회적 재생산의 분리‘라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여성이 어떤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지를 주목하려고 한다. 노동시장은 대다수 노동자가 생계를 전적으로 임금에만 의존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권을 확보한다. 자본은 생산과 분리된 영역에서 수행되는 노동력의 재생산을 직접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출산, 양육등 재생산 부문에 대한 통제는 생산력을 관리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특히 노동력 재생산과정의 출산 및 양육과정의 보살핌(care)에서 기반이 되는 여성의 육체와 감정은 핵심적인 통제 대상이 된다. 역설적이게도,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임금 노동에 진출하고 있지만, 육아와 가사노동이 여성의 책임이라는 인식은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가족 내에서 자녀 양육과 가족 성원들을 보살피는 일차적인 책임자는 여전히 여성이다. 여성들은 자본의 위기, 그에 따른 노동자 가족의 생계 위기를 해결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여성부가 주장하는 ’가사노동과 직장생활의 양립‘이라는 슬로건은, 현재 여성이 처한 모순적인 조건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남한 노동자계급 가족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노동자계급은 고유한 생계의 불안정성을 공동의 생계 단위인 '가족‘을 형성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남한 노동자 계급의 가족형태는 20세기 초반 미국의 법인자본 형성과 맞물려 등장한 아메리카 핵가족 모델이 반주변부적 형태로 이식된 것이다. 아메리카 핵가족 모델의 물적 토대가 되었던 ‘가족임금’과 ‘복지시스템’이 부재한 가운데 남한사회의 가족 모델은 ‘대량생산-대량소비’가 아닌 ‘대량소비 없는 대량생산’을 그 토대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한사회에서는 ‘남성생계부양자+여성소비주체’라는 아메리카 핵가족 모델이 ‘남성생계부양자+여성근검절약형 소비주체’로 드러났다. 물론 남한사회 노동자의 임금은 가족임금은 물론이거니와 대개의 경우 자신의 노동력 재생산비에도 못 미쳤기 때문에, 여성들은 불충분한 가계소득을 채우기 위해 비공식부문 노동시장에 진출해 생계비용을 버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97년 외환위기로 노동자 계급의 삶의 위기가 증폭되었다. 정리해고와 대량실업이 양산됨에 따라 가계의 소득은 더욱 불안정해졌고, 국가가 겨우 지탱하던 공적 서비스마저 해체함에 따라 가계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급증하였다. 이에, 노동자 가족의 생존전략은 ‘더 많은 가족의 구성원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여 소득을 늘리고, 무임금 가사노동을 강화하여 지출은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여성을 정점으로 한 악순환, 그리고 재생산의 위기 그러나, 이러한 생존전략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여성의 노동시장공급이 가족의 경제적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96년) 결과는 이를 드러내준다. 이에 따르면 부부가 함께 생계를 부양하는 가계의 소득은 남편 혼자 생계를 부양하는 가계보다 고작 1만원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난다. 이는 노동시장에 참가한 여성이 낮은 임금수준의 직종에 고용되고 있고, 남편의 근로소득이 평균적으로 낮다는 현실 때문이다. 반면 월평균소비지출액은 오히려 부부가 함께 생계부양을 하는 가계가 약 11만원이나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추가적인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항목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가사노동을 상품으로 대체함으로써 추가되는 외식비와 아이 돌보는 비용, 그리고 자녀보충교육을 위한 사교육비와 노인부양을 위한 각종 의료비 등이다. 여기에 가사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각종 가전제품(가스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구입비가 추가된다. 한편 공동생계부양가족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급격히 높아지는데, 이는 여성의 추가 소득 분에 대한 기대심리를 바탕으로, 소득의 부족 분을 가계부채로 보충하기 때문이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재생산노동을 둘러싼 추가 지출이 발생하게 되므로, 결국 ‘소득을 늘리려는 전략’은 온전히 실현되지 못한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여성의 지위를 노동시장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내모는 역할을 하며, 노동시장에서 낮은 여성의 지위는 가족의 소득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여성의 기여도를 낮춤으로써 재생산 노동에 대한 여성의 책임을 다시 강화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적 서비스의 해체는 자녀 양육과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등의 재생산에 관한 가계의 비용을 증가시킨다. 이는 여성이 무임금의 가사노동을 늘림으로써 절감될 수 있다. 이는 여성이 가정 밖에서 수행하는 노동을 남성과는 매우 다른 조건에서 출발하도록 한다. 여성들은 가사노동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으로 정규직보다는 파트타임, 일용직 등의 비정규직 혹은 비공식 부문을 선택한다. 또한 여성들의 고용은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자리가 주류를 이루는 데, 이는 숙련이 필요 없는 노동으로 여겨져 여성들에게는 낮은 임금이 할당된다. 더불어 이러한 노동시장 진출은 여성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기 보다 생계보충을 위한 ‘출혈판매’일 가능성이 높아, 여성으로 하여금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을 감내하도록 한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들을 확산되고 있는 여성의 육체를 매개로 한 각종 서비스 산업 - 성매매로 끌어들인다. 노동시장에서 주변화된 여성의 역할은 가계 소득을 구성하는 데 있어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여성이 가족 내에서 의존적이고 이차적인 가장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렵게 하고, 다시 가사노동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강화한다. 결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기회의 확장’이라는 통계지표의 진실은, 여성이 늘어난 가계비용에 대한 책임을 전담하기 위해 가족과 노동시장에서, 극심한 노동 착취의 악순환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자로서 여성은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을 정도의 추가적인 노동 부담을 떠 안게 되고, 이는 사회적 재생산 기반자체의 붕괴로 확산될 것이다. 여성의 욕구에 대한 금융적 포섭? 여성=노동력 재생산의 일차적 책임자? 최근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의 발전과 젠더에 관한 인식은, 노동시장과 가족 내에서 여성에게 부과된 이중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은행의 연구보고서『발전의 젠더화』는 ‘여성에게 법적,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감내하도록 하는 것은 인류 전체에게 해로우므로, 젠더 평등이 발전에 있어서의 핵심적 이슈’라고 역설하고 있다. 더불어 젠더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로 다음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 신장 ․여성의 토지 소유에 있어서의 독립성 보장 및 은행절차의 간소화 등을 통한 자원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과 통제력 제고 ․노동시장에서 모성보호에 대한 고용주, 국가, 노동자의 적절한 분담 ․물, 연료, 교통 등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집 밖에서의 양육서비스 확대 ․출산 및 가족 계획 서비스의 확대를 통한 여성의 교육기회, 임금, 노동시장 참여 확대 ․젠더 차이를 인지한 사회적 보호 제도의 확립 등. 이러한 과제를 달성함으로써, 경제 성장만으로 제공되지 않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이들은 그 효과를 오히려 ‘국가의 생산력과 효과적인 통치능력의 강화, 빈곤감축’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을 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적자원’으로 간주하여,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함으로써 여성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보살핌 노동의 질이 높아져,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개선되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여성에 의한 추가 소득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쇼크 등으로 인한 가족의 위기상황을 흡수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편, 최근 보험시장에 ‘퍼스트 레이디’, ‘엄마마음 안심보험’등의 이름으로 ‘가사대행’, ‘보모비용’, ‘아이들의 안전에 관한 심적 부담’, ‘결혼․출산 및 신생아 양육비용’,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해 관련 보장’, ’여성질병에 관한 보장‘을 급부의 항목으로 하는 보험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의 위기를 금융적 팽창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취하는 자본에게는 노동시장에서, 가족 내에서 이중의 부담을 지고 있는 여성의 곤란함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공적 서비스의 축소는 단순히 ’서비스의 상품화‘에 머무르지 않고, 여성이 이중의 역할을 병행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욕구를,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원천으로 삼는 경향을 부추기는 효과까지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 재정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재생산 노동의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자본주의 하에서 여성의 무임금 재생산노동은 언제나 ‘주어진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여성이 떠 안고 있는 재생산노동에 대한 부담은 여성을 극도의 열악한 삶으로 내몰아, 재생산 기반을 파괴하고, 이것이 다시 노동자 계급 전체의 생존에서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생산노동의 상품화는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 자립과 자율성을 약속하겠다고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에게 더욱 복잡하고 모순적인 상황을 가져다 준다. 복지에 대한 국가의 지출을 줄이고, 노동시장에 참여할 것을 조건으로 수혜의 범위를 한정하는 ‘생산적 복지’는, 결국 여성에게 국가를 대신하여 아이들과 노인을 돌보는 활동을 요구하며, 다시 여성을 저임금의 불안정한 임금 노동으로 집중시키고 말 것이다. 재생산 노동의 일차적 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따른 여성의 욕구를 금융적 팽창의 원천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금융자본은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가족의 최소한의 생계기반마저 해체할 것이다. 금융세계화에 따른 민중의 생존권의 위기는 여성이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는 노동자 계급의 생존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성의 노동력을 무한한 것으로 가정하는,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생존전략은 근본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이제, 생산과 재생산의 사회적 관계, 그 속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막대한 부담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요구는, 전체 민중의 보편적인 요구로 인식되어야 한다. PSSP <참고자료> 권현정(2001),「재생산의 위기와 페미니즘적 경제학의 재구성--‘사회적 재생산’ 개념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박사논문 권현정(2002),⌈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현재성」,공감 이미경(1999),「신자유주의적 ‘반격’하에서 핵가족과 ‘가족의 위기」,공감 유옥란,「여성 노동공급이 저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건복지부․노동부․여성부(2002.3.6),⌈보육산업활성화방안」 삼성경제연구소(2002.6),「고령화사회의 도래에 따른 기회와 위협」 World Bank, 2001. 「Engendering Development : Through Gender Equality in Rights, Resources, and Voice」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투쟁 ..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들어가며 미국 발(發) 경제위기에 대한 논쟁이 신문 지상에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경제위기가 현실화될 것인가, 아닌가 여부를 떠나서 현재의 상황은 미국 증시의 움직임이 남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지난 한 달간 남한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각종 일간지와 매체에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진단하느라 부산하고, 경제학자들, 이데올로그는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금융 부문의 팽창을 통해 이윤율 하락을 상쇄해보려는 자본주의의 몸부림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연시킬 뿐이라는 점, 결국 상시적 위기를 안고 살아간다는 점을 상기할 때, 궁극적인 대책은 누구도 내놓지 못한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대책이라는 것은 또 다시 민중들에게 위기를 전가하여 좀 더 버텨보자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요구에 화답하듯이 6월 27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등을 모아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공기업과 금융기관의 민영화, 연기금 조기투자, 기업연금 활용, 주식투자 자산활용방식 변화 등의 방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고, 정부는 계속해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이런 저런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세 번째 정책협의회에서는 ▲주식의 장기수요기반 확충 ▲자산운용산업(각종 투자신탁회사가 대표적이다)의 획기적 육성 ▲증권시장 운영체계 효율화 ▲주주중심의 경영과 공정거래질서 확립 등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 정책방향 하에서 자산운용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간접투자상품, 파생금융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기업연금제도들 법제화하고,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이기로 했다. 증시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들의 핵심에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와 기업연금제도 도입이 놓여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의 금융화 국면에서 연기금은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노동자 민중들이 노후소득을 보장받기 위해서 모아두는 돈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팽창하는 금융의 강력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에서 연기금은 아직 미미하다. 이는 현재 남한 자본주의에게 있어서 연기금이 새롭고도 거대한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다른 말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퇴직금 제도를 적립 방식의 기금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며, 계속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의 주식투자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증시 하나에 요동치는 주식시장에 노동자 민중들의 생계원천을 내맡기겠다는 이런 조치들은 민중들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본 글은 노후소득보장의 안정성 강화라는 허울 아래 가시화되고 있는 기업연금제도가 가지는 의미를 금융의 새로운 전략 속에서 찾아보려 한다. 이를 통해서 현 시기 논의되는 기업연금제도가 과연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인가를 밝힐 것이다. 금융의 자유화, 탈규제 남한경제에서 금융개혁은 금융시장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했던 각종 금융규제를 완화하여,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한편, 이를 통해 소유-경영의 분리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본시장(주식시장)의 자유화와 이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는 현 시기 남한경제 위기심화의 주된 원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쟁점을 제공하고 있다. 자본시장은 정부투자기금법에 따라 교육업 등의 일부투자금지항목, 공기업 등의 투자지분 제한항목 이외에 모든 부분은 완전개방 되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공기업에 대한 개인소유, 외국인 투자지분의 제한정도를 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은 투기대상으로 전락했으며, 초민족적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투기전략과 정부의 필사적인 주식시장 부양전략에 따라 사유화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WTO 도하개발의제에 따른 협상은 남한 경제의 개방 및 자유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정부는 이미 금융 분야에서 상당 수준의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추진했으며, 그 결과 현재 남한 금융시장은 거의 완전 개방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에 맞추어 상업적 주재와 관련한 지분소유 제한, 사업형태 제한, 국적요건 등을 더욱 자유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성격이 강한 교육과 의료 분야도 협상 분야에 포함되어 외국에 시장을 개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확장되는 개방화, 자유화 조치는 남한 경제를 금융화의 논리 속에 더욱 깊숙이 편입시키면서,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적 활동이 더욱 극성을 부리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현시기 DJ정권과 자본의 제반 정책 목표는 '주식시장 부양'에 맞춰져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기관투자가들의 주식운용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주식운용 확대는 한마디로 증시 수요기반의 확충, 수급개선, 증시의 효율화, 자본시장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촉발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금융기관들이 자본시장에서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늘려 시장의 기관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상 속에 사회보장체계로 불리던 의료시스템, 연금, 보험 영역의 개혁은 금융자본에게 집중된 화폐자본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화된 금융의 틀 속에서 가장 큰 결정력을 가진 기관투자가가 되는 것이다. 금융의 지속적 팽창을 위해서는 가능한 보다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자본을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하며, 그 대상이 바로 노동자 대중의 생계원천인 임금(봉급)이다. 이러한 자본의 요구는 노골화되어, 연금체계의 재편, 의료시장의 자유화와 금융화, 복합금융기업을 향한 국내 금융권의 통합흐름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퇴직금 제도에서 기업연금의 도입으로 남한에서 법정퇴직금제도는 국민연금(1999년 전 국민 확대)과 고용보험(1995년 도입)에 앞서 도입되어(1961년) 소득보장제도의 중심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었다. 국민연금 확대와 고용보험 도입은 법정퇴직금에게 새로운 기능 정립을 요구하였다. 이를 촉진시킨 것은 대법원이 1997년 8월 퇴직금 우선 변제에 대해 헌법불일치 판정을 내린 사건이었다. 이전까지 퇴직금은 기업 파산 시 우선변제 대상이었으며, 이에 노동자들은 기업이 파산해도 퇴직금은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퇴직금 우선변제 헌법불일치 판정으로 노동자들은 더 이상 퇴직금의 수급권이 거의 박탈되어, 근무기간의 최종 3년만을 보장받게 되었다. 이 판정은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타격이었다. 회사 파산 시 당장에 생계위협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더욱 심각했던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기업은 자금 대출의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동안 금융기관들은 퇴직금 우선변제조항에 따라 기업이 파산할 경우 퇴직금 부분만큼을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평가해왔는데, 당시 대법원의 판정을 계기로 기업들은 이러한 장애물을 제거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대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정퇴직금제도에 대한 이 첫 번째 변화는 퇴직금 축소에서 비롯되는 문제에 직접 대처하는 방향이 아니라, 기업 파산과 상관없이 퇴직금이 보장되는 제도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1997년 12월 24일)을 통해 법정퇴직금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최종 3년 간의 퇴직금만을 보장하는 것으로 확정하고, 회사 파산 시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퇴직금 중간정산제와 퇴직보험 신설을 통해 무마하고자 했다. 즉 기업 파산에 대비해 노동자들이 고용 중간에 퇴직금 지불을 요구하거나 기업들이 퇴직 준비금을 사외적립 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조치들은 기업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기업연금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퇴직보험이 신설되면서 이에 맞추어 99년부터 보험시장에서 기업연금상품이 시판되었지만,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이것은 퇴직보험에 대한 은행과 투신사의 접근을 사실상 제한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노후소득을 보존한다는 취지에 따라 위험이 높은 분야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것이다. 때문에 기업연금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은 기업주와 노동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기업연금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는 것으로 모아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연금제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2001년 5월 정부가 노사정위원회 협의를 거쳐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업연금 도입은 구체화되고 있다. 아직 정부와 기업 사이에 지급방식, 자금운용에 따른 손실 문제, 강제성의 여부 등 많은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정부는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의 한 형태인 우리사주 신탁제도(ESOP)로 결론을 모아가고 있으며, 기업 또한 이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 정부와 전경련 그리고 여타 금융권의 요구 이제부터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자본분파 내부의 몇 가지 이견을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해가 본질적으로 엇갈리는 것은 결코 아니며, 차이는 자신들의 이윤추구에 있어서 더 적합한 경로를 옹호하면서 생기는 차이일 뿐이다. 그들의 이해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 금융의 팽창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원천으로 부상할 기업연금에 대한 경쟁은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경쟁은 노동자 민중의 생계 기반을 둘러싼 공격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표1 넣어주세요!> <표1>은 노동부와 전경련에서 발표한 기업연금제도 도입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비교한 것이다. 우선 양자 공히 현행 퇴직금 제도를 기업연금제도로 대체하고자 하는 결론을 가지고 있다. 차이를 보이고 있는 지점은 기업연금 도입 시기와 절차에 관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차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이것은 정부와 기업 양자가 지향하는 연금개혁 모델이 동일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OECD와 IBRD 등 국제기구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연금개혁 모델을 전 세계에 권고해왔다. 이들이 권고하는 모델은 이른바 “3층 보장체계(Three Pillars)"라 불리는 것이다. 이 모델은 기존의 공적연금이 담당하던 소득재분배와 저축기능을 다음과 같이 분리시켜서 정리한다. 1축(1st pillar)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담당하는 기초연금으로 국가가 담당해야하는 공적연금의 역할과 범위를 극빈자들의 최소생계비 보장 수준에 한정하는 것이다. 2축(2nd pillar)은 저축기능을 담당하는 민간 강제적용연금이다. 3축(3rd pillar)은 자발적인 민간연금 및 저축가입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3층 보장체계“에 유사한 연금체계를 확립하려는 전망 하에서 기업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다층보장체계까지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경련도 이와 유사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기초부문과 소득비례부문으로 이원화하여, 기업연금과 국민연금 소득비례부문과의 효율적인 연계(적용제외방식)를 통한 다층소득보장체계 구축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들도 기업연금과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위해 관련부처간 정책조정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국민연금 개혁방안까지 염두에 두면서 기업연금제도 도입 시기나 절차를 결정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경영에 있어서 유리한 수단이라는 이유에서 즉시 도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정부와 기업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기업연금제도 도입이 가지는 다른 함의를 파악할 수 있다. 결국 주장의 요지는 기존의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사적연금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극빈층 보호혜택을 축소해야 하고, 국가 및 기업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효율성 논리에 의해 뒷받침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연금개혁 방향이 자본시장 중심의 구조를 더욱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부과방식의 연금에서 적립방식 특히 확정기여형 방식으로 전환되는 사적연금은 엄청난 연금적립금을 보유하게 된다. 그리고 이 장기저축은 금융시장에 연결된다. 이는 기업이 전통적으로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던 구조가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거대한 연기금은 자본시장에 유입되어 시장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투자가가 되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더욱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물론 이 거대 자금의 시장 유입은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 기업, 금융권은 모두 기업연금제도 도입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여기에 표2 넣어주세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전경련은 현재 퇴직금과 국민연금 모두에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신규채용 등 기업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고, 이를 경감하고자 한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대로, 기업연금 도입은 자금조달의 용이함, 부채비율 감소를 통한 재무건전성 도모, 사내 노동력관리, 기업의 금융화 촉진 등과 같은 이해가 걸려있는 사안이다. 보험회사와 증권업계가 직면한 이해는 더욱 직접적이다. 이들에게 기업연금제도 도입은 새롭고도 거대한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이 시장을 둘러싸고 보험과 증권을 비롯한 비은행 금융권의 공세적인 활동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보험회사의 경우는 현행 법정퇴직금 제도의 개선 방안까지 제안하면서,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되면 보험회사가 기업연금 전문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전망을 수립하고 있다. 덧붙여 보험회사가 기업연금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 진출에 유리한 서비스 형태에 대해서도 이미 자세한 연구를 진행했다. 증권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채권투자를 증진시키기 위해 각종 상품을 개발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 기업연금 상품을 선점하기 위한 각종 로비 등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기업연금시장을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민중들의 소득을 자본시장에 더욱 깊숙이 연계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표1> 노동부와 전경련의 기업연금 도입 안 비교 <표2>정부와 기업, 금융권의 논의 비교 기업연금제도 도입이 민중에게 미치는 영향 이렇게 기업연금제도를 둘러싼 자본 분파 내부의 이해관계는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수렴한다. 그렇다면 기업연금제도는 민중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현재 추진되는 기업연금의 제 형태가 노동자들에게 보다 많은 연금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고, 노후소득보장에 안정적이라는 이들의 근거가 과연 맞는 것인가? 기존의 퇴직금 제도가 기업 파산 시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일시금 형태로 주어지기 때문에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들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기업연금제도가 그것을 보완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기업연금제도를 비롯한 사적연금 활성화가 가지는 중요한 시사점은 연금급여의 위험 부담이 국가와 기업에서 개인에게 이전되는 것임을 지적해야 한다. 특히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의 경우는 위험 전가가 더욱 심각하다.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은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고, 그 자금을 기금화하여 운용한 뒤 그 실적에 따라 퇴직 시 원리금을 배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퇴직 후 소득을 위해 기업과 노동자가 적립하는 자금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에 투자되고, 그 실적에 따라 노후소득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수시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에 노동자 민중의 소득을 맡겨놓고, 더욱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존의 퇴직금 제도에서는 퇴직급여와 관련된 위험을 사업주가 부담했다. 하지만 기업연금제도 하에서는 투자의 과정에서 부담해야하는 위험이 고스란히 노동자 개개인에게 넘겨진다. 결국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을 도입해서 부담을 줄이는 것은 기업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이 기금들이 집중시킨 저축이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이들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지위를 획득하며, 그 기능은 유동성 원칙과 수익 극대화 원칙 하에서 그들이 보유한 대규모 화폐자본을 자체증식하기 위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금융자본의 중추 기관으로 등장하여 ‘투기금융’의 주력 부대의 역할을 한다. 연기금 제도에서 유명한 ‘주주행동주의‘가 등장한다. 이런 추세에 적극 편입하면서 ’노동의 자본‘으로 묘사되는 것이 우리사주 신탁제도(ESOP)이다. 우리사주 신탁제도는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안정적 자본조달, 안정적 노사관계에 기여한다. 노동자들이 ’우리사주‘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는 주주권리 강화와 채권시장 활성화를 통해 금융자본이 부상하고, 확대되는 과정과 부합하는 경로이기도 하다. 게다가 기업연금제도 도입은 노동자의 이해와 주주가치의 이해를 일치시킨다. 이미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후소득 증가가 증시 부양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되어야만 하는 것이 된다.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구조조정, 고용 파괴, 노동 착취가 옹호되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기업연금제도와 그 논리를 거부하자! 퇴직소득을 자본시장에 투자하여 고소득을 노릴 수 있다는 매력적인 논리는 사실무근이다. 새로운 자금을 투여하여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경제 전반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논리도 어불성설이다. 기업연금제도는 노동자들의 노후소득을 증가시켜줄 수 없다. 물론 경제발전을 촉진시키지도 않는다. 기껏해야 불안정한 주식시장에 노동자들의 소득을 쏟아 부어 주식시장의 거품을 좀 더 유지할 뿐, 불안정성에서 기인하는 상시적 경제위기의 위험성을 없앨 수는 없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기업연금제도는 급여소득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노동자들의 이해를 주식시장에 종속시킨다. 자본에게는 금융적 팽창의 계기를 제공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요동치는 주식시장에 자신의 소득을 내맡기고, 증시 부양을 위해 더욱 자신을 강도 높은 노동에 내몰아야하는 현실뿐이다. 미국의 엔론 사태와 K마트 사태는 노동자들이 평생 투자한 자신들의 노후연금이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예이다. 문제는 퇴직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을 결정할 권리는 바로 노동자들에게 있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퇴직 소득을 가지고 기업과 정부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논리 자체를 거부해야 하고, 그들의 이해에 복무하는 기업연금제도를 거부해야 한다. 금융의 팽창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눈이 먼 자본의 전략은 민중들의 삶을 볼모로 삼고자 한다. 이 속에서 노동자에게 유리한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발상이다. 최근 정부의 정책과 개정입법안은 자본시장의 활성화, 연금보험 시장의 활성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것은 현재 자본이 추구하는 금융의 새로운 전략의 방향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분명 이전 시기 기업활동양식의 금융화를 추구하던 이전 시기 금융구조조정의 성격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는 시장을 둘러싼 자본 진영간의 경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운동에 전 민중의 생계를 맡기는 것이다. 온 민중의 삶을 볼모로 삼아 금융적 팽창을 추구하려는 자본의 전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기업연금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그들의 논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투쟁이 절실한 때다.PSSP
..
연기금 대응팀은 사회진보연대, 보건복지민중연대, 한국노동정책연구소의 고민 있는 활동가 및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그리고 본 글은 그간의 논의 성과를 모아 정리하고, 다른 민중운동, 노동운동, 사회운동 단위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지난 3월 대응팀의 고민은 기업연금제도 도입 및 연기금 제도 개혁을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의 세계화와 연기금의 부상 배경, 활약, 영향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는 총 5회에 걸친 연재를 준비했다. 대응팀은 앞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연기금 개혁이 경제, 사회 및 정치 영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이를 폭로할 것이다. 1. ‘금융의 세계화, 연기금의 금융화’ 2. ‘연기금 개혁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역학관계와 개혁 모델 비판’ 3 ‘남한 금융시장의 현재와 연기금 개혁’ 4. ‘종합 토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금융의 세계화, 산업자본의 금융화 생산부문에의 투자, 국민총생산 및 무역의 증가율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금융영역의 특수한 역동성은 그 자체로 지난 수십년간 세계경제 상황을 가장 크게 뒤바꿔 놓은 요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1960~70년대에 걸친 생산부문에서의 가치실현의 곤란과 자본의 평균이윤율 하락은 금융적 방식으로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막대한 자본의 형성을 가져왔다. 이를 위해 과거 금융에 부과되었던 제약조건들은 철폐되어야 할 대상이었으며, 국가에 대한 로비와 이데올로기적 공세의 결과 금융의 자유는 성취되었다. 결국 금융영역의 가속적 성장은 국민적 금융제도들의 자유화와 탈규제 그리고 관치금융체제로부터 시장금융체제로의 이행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금융화 과정은 몇몇 금융-관련 표준을 포함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있어 첫 번째 금융적 규범은 국가 내에서 상품의 가격안정성 혹은 ‘낮은 인플레’이다. 이러한 목표는 ‘경쟁적 탈인플레’, 낮은 임금의 유지, 복지관련 국가지출에 대한 압력 등 화폐의 이해를 반영한다.(화폐적 정치) 동시에 금융자산 소유자의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면서 단기의 투기적 조작에서 자본 집중을 위한 인수-합병까지 자본의 자유로운 운동은 정당화된다. 이는 거대 산업자본의 투자전략과 경영, 투자은행-보험-연기금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가들의 새로운 활동을 추동하였다. 금융의 세계화는 기존 산업자본들이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유동성과 이동성을 상당수준 제고시켜주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지배적 산업자본으로서 초국적 자본(TNC)의 금융화가 가속화되었다. 이는 산업자본이 주식-채권시장, 외환시장에서 막대한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산업자본이) 자본의 가치를 실현하는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경하였다는 점이다. 즉 지배적 자본분파(TNC)가 축적의 원동력을 새로운 물질적 팽창에서보다는 고도금융을 통한 잉여가치의 분배기술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자본은 세계적 수준에서 강제되는 금융자유화와 탈규제에 의해 가능해진 금융설계기법 덕분에, 고용을 새로 창출하는 신규투자를 행하지 않고서도 국가경계를 넘어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대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금융화에 성공한 산업자본인 초국적 기업(TNC)들의 공격적 인수․합병방식은 민족국가 자산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물어뜨리고 나서, 금융시장을 통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들을 통합시켜내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의 논리에 기반한 지속적인 자본생산성 제고, 즉 다운사이징(downsizing), 재설계(reengineering), 구조조정(restructuring), 합리화(streamlining)하였다. 이러한 효율성 재고과정을 통해 금융적 팽창은 산업자본과 분리되지 않고, 산업자본의 논리를 금융자본의 논리로 완전히 전환시켜내면서 확장하게 된다. 실제 90년대 미국경제가 그러했듯 자본축적의 위기에 대응한 자본진영의 방책은 금융적 팽창과 그 수익률에 기댄 완만한 기술혁신-자본생산성 재고였다. (대표적 예로 미국의 연기금은 신경제로 상징되는 IT산업에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였다) 즉, 스스로 주식-채권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 그리고 기관투자가의 감시 하에 구조조정 시스템을 일상화하고, 기술중심 중소기업들을 적극 육성․통합시켜내는 것. 이렇게 산업자본은 금융적으로 팽창해왔다. 기관투자가의 부상과 역할 기관투자가의 부상의 주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시장의 탈규제와 자유화는 기관투자가의 성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둘째, 개인투자가들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자신의 자산을 위임하는 추세가 강화되었다, 셋째, 연기금의 개혁과 규모의 성장은 금융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부상을 촉진하고 그 역할을 증대시켰다. 넷째, 80년대 중반이래 공공채무의 증가하였고->국공채 시장이 성장하여 ->기관투자가를 크게 강화하였다. 실제로 국공채 시장의 성장은 연기금, 투자은행, 보험회사의 성장을 촉진했다. OECD 나라들이 재정적자의 보전방식을 금융시장에서의 채권발행으로 전환함으로써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입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기금들이다. 다섯째, 특히 투자은행의 경우 8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의 하나가 된 민영화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민영화로부터의 수입은 1990년과 1997년 사이 300억 달러로부터 1540억 달러로 족히 다섯배가 되었다. 여섯째, 기관투자가는 합병과 적대적 인수의 준비와 실행과정에서 상당한 정도로 참여하여 거대한 수익을 챙겼다. 1992년부터 97년까지 인수합병의 건수는 세계적으로 거의 두배가 증가하였고 양도된 자산가치는 다섯 배 이상(+445%)으로 증가하였다. <표> 금융제도에서 기관투자가의 비중 * 금융부문의 총 금융자산에서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율 ** 사적 가계의 저축에서 기관투자가에 투자되는 비율 자료: IMF, International Capital Markets. Developments, Prospects, and Key Policy Issues, Washington, November 1998, p. 135 총 금융자산에서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이 역시 10년 간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전문적인 기관투자가는 이미 금융부문 총 자산의 절반 이상을 관리하고 있고 영국과 캐나다에서 그 비율은 약 1/3에 이른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가계들의 저축 중 점차 많은 부분을 은행계좌나 (직접적으로)주식이나 채권으로 갖지 않고 기관투자가에게 맡기는데 기인한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도 지적했지만 개인투자가들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저축을 하고,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위임을 지향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자산에 대한 통제권 위임이 자본시장 내에서 투자결정의 집중화로 이어지고 이를 강화시켰다. <표1>을 보면 1985년과 1995년 사이에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등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가계의 저축이 뮤추얼펀드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이후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참 역설적인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데 금융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가계의 저축, 임금의 일부분이 적립된 노후보장 기금, 보험금이 활용되어 오늘날 가장 투기적인 기관투자가들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민중의 생계기반에 더욱 깊숙이 침투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였다. 사실 오늘날 금융의 새로운 전략은 개인과 가계의 금융계획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경영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개인과 가계의 금융계획은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구조로 이행을 추동하는 주요한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결국 개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금융의 수요를 개발하고 패키지로 묶어내는 것, 종업원복지혜택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연금을 도입하는 것, 개인과 가계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상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주요 동력을 형성한다. 그리고 기관투자가들은 이러한 자금원에 기대어 자산가격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장주도자의 역할을 담당해왔던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집중된 화폐자본을 점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기업과 국민경제를 금융의 이해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 재조직하는지를 보고자 한다. <표1>에서 확인했듯이 뮤추얼펀드나 보험회사,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은 이제 금융투자의 광범위한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산업들과 기업들 내에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이윤율을 비교하고 경영진의 성과를 판단한다. 즉 기관투자가들은 보다 커다란 투명성에 관심을 갖고 지구적 행동반경을 갖는 투자자로서 기업 성과의 국제적 비교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며,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는 자본의 관리자로서는 항상 높은 수익과 긍정적인 시가기대에 관심을 갖는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자신에 의해 관리되는 자본을 투하한 기업의 대주주로서 그들은 금융소유자의 이해를 크게 대변해야 할 압박에 놓인다. 이 압력을 그들은 경영진에게 행사한다. 그러나 그들은 마찬가지로 그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신속하게 기업으로부터 철수할 능력도 있고 준비도 되어 있다. 여기서 금융규범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주주 이익의 극대화이다. 이런 상황이 “주주가치”를 지향하는 것, 즉 주식소유자를 위해 그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경향은 1980년대 이후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인수/합병 운동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명확해진다. 최근 인수/합병의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이 생산자본의 지속적인 축적에 공헌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산업자본의 ‘금융화’를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서의 인수/합병 운동에 관한 연구들은 대상 기업들을 수중에 넣는 목적이 주로 증시 활황으로 그 명목가치가 팽창할 것으로 기대되는 금융자산의 획득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증권을 매입하는 그룹들이 이러한 증권시세의 상승으로부터 기대한 것은 그 환매를 통한 상당한 잉여가치의 획득 또는 잠재적 잉여가치의 형태를 회계상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기관투자가의 관심은 금융소유자들이 배당금을 많이 받도록 미래의 전망에 대한 평가와 현재의 상대적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관투자가의 기생적 활동은 사실상 자신이 주주로 있는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 행위는 가격의 단기적 변동성에 따른 것이기에, 거시경제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경쟁의 길에서 새로운 표준과 목표수치 그리고 비교척도를 통해 경제전체로 확산된다. 한편 이러한 경제의 불안정성 증대의 파급효과는 단지 일국 경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관투자자들에 의한 기업지배구조의 영향력 강화로 세계화된 시장에서 지대적 조절도 매우 쉬워졌다. 이들은 전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생산된 가치를 더욱 착취하고, 국민적 차원뿐만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생산장치(산업, 서비스)의 이익을 더욱 빼앗고 있다. 분명 기관투자가는 전세계를 무대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며, ‘투기금융’의 주력 부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에서 주가가 요동칠 때마다 세계의 다른 모든 증권시장이 연동되어 크고 작은 주가 폭락이 일어나는 것은 증시의 직접적인 상호연계나 투자자들의 모방적 반응 때문만이 아니다. 한 금융센터에서 다른 금융센터로의 전염 현상은 증권 보유자들의 극단적인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흥시장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금융위기의 배후에 이들 기관투자가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또한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신흥시장에 자신의 이익에 기여하는 자본시장 규율들- 급진적 민영화, 긴축정책, 국가의 규제기능 약화-을 강요하게 된다.(Mary Ann Haley: 1999) 한편, 세계화된 시장금융은 그에 선행했던 국제화의 형태들에 비하면 그 배제적 성격이 훨씬 강하다. 특히 엄밀한 의미에서 개도국들의 배제가 심각한데 그 까닭은 불행히도 이 나라들은 세계화된 금융시장에 통합될 수 있는 신흥시장도, 대공업국들의 채권 또는 주식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능력 있는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금융화 연기금은 임금이나 봉급에서 나온 분담금이 누적된 것이며, 그 공인된 목적은 퇴직 임노동자들에게 규칙적이고 안정된 연금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기금은 저축을 집중시키는 제도형태로서 대개 기업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민간 제도이기 때문에, 그 최초의 자금원은 (넓은 의미에서의) 임금 소득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기금들이 집중시킨 저축이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이들은 비은행 금융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며, 그 기능은 대규모 화폐자본을 유동성 원칙과 수익의 극대화 원칙 하에서 자체 증식을 도모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먼저 기금의 규모부터 보면, OECD는 1996년 연금자산 총규모를 8.7조 달러로 측정했고, 1990년이래 연간평균성장률을 10.9%로 측정했다.(OECD 1998b). 그리고 연금자본은 OECD국가의 기관금융(보험회사, 투자회사, 연금펀드) 중 28%를 구성하고 있다.(1995년) 한편, OECD 산정기준과는 다르게 보험회사와 투자은행에서 다루고 있는 연금자산을 액수를 연금자산 규모산정에 포함시키면, 연금자산은 10조 달러로 증가하며, OECD 총 주식시장 자산 중 4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1998년) 게다가 매우 특징적인 사실은 사적 연기금의 경우 다른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외국주식과 채권에 대한 자산대비 투자 비율이 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1993년) 이를 통해 우리는 연금자본이 금융시장을 무대로 엄청난 양의 주식과 채권을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연기금이 주식의 소유권과 같은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매입한 주식을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증권형태는 기관투자들에게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핵심활동인 투기에 유달리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기금의 금융 활동은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촉매제의 역할을 했는데, 이는 다음의 사실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라틴 아메리카 신흥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은 주로 기관투자가들, 특히 뮤추얼 펀드가 주도한다. 하지만 뮤추얼펀드의 중요성의 원천도 사실은 연기금에 부분적으로 의존한다. 미국 연기금 가운데 신흥시장에 투자된 자산 규모는 1996년까지 적어도 50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때 연기금 투자의 절반 이상을 투자은행에 투자하고, 이것이 신흥시장에 투자되는 형태였다. 즉 연기금은 점차 뮤추얼펀드에 위임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금융의 세계화, 연금 주식화의 파괴적 효과 새로운 사회적 타협체계는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 밀접히 관련되었다. 이른바 다양한 계급간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금융적 포섭이다. 이러한 포섭형태는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의 관련 덕분에 보다 폭넓은 계급에게까지 확장하게 된다. 즉, 중간계급을 포함하는 폭넓은 타협의 구축이 신자유주의 생존의 핵심이 된다. 중간소득 노동자에 대한 주식시장 지분분배를 통해 노동 vs 자본의 계급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임노동자들에게 임금보상을 대체하는 주식의 분배, 스톡옵션, 연금기금의 분배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금융적 포섭전략은 첫째, 노동통제 및 신축화의 기제로 활용된다. 예컨대 노동자 대중을 분할하는 내부노동시장 형성의 기제로서 실물적인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의 개선보다는 개인연금(보험)과 기업연금의 한 형태인 종업원지주제, 임금의 새로운 지불방식으로서 스톡옵션이 적극 추진된다. 이는 보다 세련된 형태의 효율성 임금논리에 의해 뒷받침된다. 여기에서 효율성임금이란 예컨대 보너스임금, 연봉제, 스톡옵션을 말하는 것으로, 집합노동자의 평균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짓는 생산성 임금체계와 달리 임금의 크기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된다고 보는 임금체계이다. 이는 과거 (구)케인즈주의적 노동(임금) 정책의 성격과 크게 다른 것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당국은 오히려 효율성 임금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비자발적 실업을 용인(혹은 부추기는)하는 가운데,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하에 불안정노동을 더욱 확산시킨다. 결국 임금은 개별 노동자들간에 엄청난 편차를 가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노동자들간의 경쟁이 심해지며, 임금결정과정에서 여타의 제도적 조직적 개입은 봉쇄되어 임금의 신축성이 노동, 고용의 신축화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본의 금융화 전략은 고용의 불안정화와 노동통제강화를 양축으로 하는 노동시장의 신축화를 위해 법제도적 개혁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전방위적인 노동의 분할과 배제를 의도한다. 둘째, 이러한 금융적 포섭의 체계는 개인과 가계의 생계와 노후대비자금을 주식시장의 운명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며, 구조조정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가속화시킨다. 자본은 더 넓은 층을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포섭하고자 하며, (강제적․자발적 방식으로) 노동자들은 이러한 금융적 수혜 앞에 스스로를 주식시장의 운명에 결속시킨다. 노동자들의 최후의 소득원천들이 금융자본의 이해에 귀속된 것이다. 분명 금융시장은 소득 분배 순환의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구조는 더욱 체계화되고 있다. 결국 금융시장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보호되어야만 하는 무엇이 된다. 이미 수천만의 민중들이 생계와 노후를 위해 금융 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연기금의 금융화가 가지는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금융자본은 노동자의 (노후보장 용도로 누적된) 임금을 활용함으로써 화폐를 집중시키고, 소득배분을 금융의 이해에 유리하게 수정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된 반면, 노동자는 금융의 불안정성에 따른 위험과 손실을 떠맡게 되며, 기업지배구조의 금융화를 촉진하여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킨다. 그 의미는 노동자에게 주식소유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여 구조조정의 추진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스스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불행한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금융의 구조에 따라 한 노동자가 퇴직하여 획득하게되는 연금수령액 (급여)수준이 현시기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착취강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의 새로운 전략은 노동자의 단결에 기초한 운동을 파괴하고, 그 대신 자본시장 활성화와 경제의 투기화를 지탱해주는 (소액)주주행동주의로 운동을 대체함으로써 ‘성공한 노동자’는 있어도 ‘노동자의 성공’은 없는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고용, 노동조건을 구조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들이 기대하는 미래는 없다. 금융시장을 보다 정확히 보면 그것의 발전과 현재의 구조 그리고 지배의 뛰어난 정치적 성격을 알게 된다. 자본은 축적체계의 일반적 위기를 지연시키고자 성장의 원동력을 고도금융(high finance)을 통한 잉여가치의 분배기술에서 찾고 있다. 생산부문의 퇴행적 축적, 더욱 불안정해지는 고용, 사회적 정치적 퇴보를 특징으로 하는 금융의 세계화 과정.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시장은 호명되지 않은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형상이 없는 힘이 아니라, 거대 기관투자가와 초국적 자본(TNC)에 의해 조직되고 그 이해에 복무하고 있다. 그들만을 위한 금융시장의 지배는 전복될 수 있으며, 바로 여기에 전 민중의 저항이 조직되어야 한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