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불건강을 낳는 화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6월 25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총파업은 29일 컨테이너운송위원회와 9.9%의 운송료 인상에 합의하며 종료되었다. 이번 총파업의 주요 요구이며 화물연대가 10년 넘게 추진해왔던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비롯한 화물운송시장의 제도 개선은 정부의 무성의한 교섭으로 인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화물노동자의 경제적 요구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화물연대의 요구는 사실 건강의 사회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빈발하는 화물차 사고로 인해 화물노동자의 생명 뿐 아니라 시민의 생명까지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사망은 가장 극단적인 건강에 대한 침해이므로 화물차 사고 문제는 사회적 건강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화물차 사고에는 구조적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화물노동자들만의 몫이 될 수 없다. 졸음운전, 난폭운전, 과속, 과적 등으로 ‘도로 위의 무법자’로 불리는 화물차의 현실 이면에는 ‘바퀴달린 노예’로 표현되는 화물노동자의 비참한 노동조건이 자리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화물차 사고의 실태 대형차라는 특성상 화물차 사고는 대형사고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화물노동자의 안전한 운행이 매우 중요함에도 화물차는 졸음운전, 난폭운전, 과속, 과적 등 위험한 운행을 하고 있다. 뉴스를 통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사고 소식이 아니더라도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화물차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며, 빈발하는 화물차 사고는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가 되어 왔다. 2012년 1분기에만 화물차 사고로 인해 272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증가한 것이다. 화물차로 인한 사고위험은 특히 고속도로에서 매우 심각하다. 화물차의 고속도로 차량이용량은 9.1%에 불과한데 비해 교통사고건수 비율은 24%에 달하고 있으며, 사망자수 비율은 무려 40.6%에 이른다. 고속도로 차량이용량 대비 교통사고건수와 사망자수를 계산해보면 승용차 대비 각각 3.6배, 8.4배에 달한다. 특히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인한 전체 사망자 수가 2007년 420명에서 2010년 389명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22명에서 148명으로 늘었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사진1%] 화물차 사고 문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된 바가 없다. 화물차가 왜 위험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지, 화물차로 인한 사고가 왜 빈발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화물차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하고 화물노동자의 의식이 변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왔던 것이다. 화물차 사고의 원인은 장시간노동, 심야노동이다 화물노동자는 평균적으로 1주일에 7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컨테이너 화물노동자는 월 315시간 일하고 있는데, 산업과 고용형태를 막론하고 월 평균 노동시간이 250시간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주당 노동시간 48시간 이하, 하루 노동시간 13시간 이하(심야노동이 포함될 경우 10시간 이하)로 제한된 유럽 기준에 비추어볼 때 한국 화물노동자는 초장시간노동을 감내하고 있다. 한국에는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과 관련한 어떤 기준도 없다. 장시간노동에는 필연적으로 심야노동이 따라온다. 화물노동자는 이틀에 하루 꼴로 심야운행을 하고 있으며, 이런 경우 밤새워 운전하거나 차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심야운행이 갈수록 증가하는 등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사진2%] 장시간운전은 졸음을 유발하고 집중력을 저하시켜 교통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심야운행 역시 그 자체로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높일 뿐 아니라 다음날 주간운행의 피로도를 높이고 졸음운전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화물차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다. 2010년도 고속도로 화물차 사망사고 원인조사에서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한 것은 졸음운전이었음을 감안할 때, 화물차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장시간노동과 심야노동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죽음을 부르는 화물노동자의 장시간노동, 심야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통연구원 통계를 따르면 2011년 4/4분기 컨테이너 운송 차주의 경우 월 315시간 노동하여 191만 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일반 공장의 임금체계로 계산하면 시급 4,544원으로 최저임금 미만이다. 다단계 하청을 거쳐 물량을 확보하는 화물노동자의 경우 훨씬 심각한데, 화물연대 조사에 따르면 4단계 하청을 통해 물량을 받는 차주의 월 순수입은 69만 원으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2,197원이다. 이러한 저임금 상태에서 화물노동자에게 안전한 운행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가능한 만큼 장시간 운전해서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의 수입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자의 극단적인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저임금 → 장시간․심야노동 →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할 것이다. 화물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표준운임제다.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화물노동자의 조건 때문에 화물운송료 인상은 잘 안되지만, 기름값과 감가상각비 등 화물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꾸준히 상승한다. 결국 화물노동자의 수입은 가만히 놔두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물노동자가 받는 적정운송료를 운송거리와 화물의 양에 따라 정하여 운송업체들이 지키도록 강제하는 제도가 표준운임제다. 화물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제와 비슷한 제도인 셈이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화물노동자들의 극단적 저임금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고,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 감소와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를 도모할 수 있다. 정부는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끝나자마자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한 탄압과 악의적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화물차 화재사건의 책임을 화물연대에 뒤집어씌우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증거도 없이 조합원을 구속했다. 뿐만 아니라 욕설과 협박을 통해 허위자백을 강요하고 경찰에 정보를 제공해주면 천만 원을 주겠다며 프락치 활동을 강요하는 등 반인권적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총파업 기간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적 문제, 화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파업이 끝나자마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투쟁이 벌어지면 법제도 개선을 약속하고, 투쟁이 끝나면 어기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표준운임제 역시 2008년 화물연대 총파업 때 시행을 약속했지만 이제껏 지키지 않고 있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외면하고 그때그때 닥친 문제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행태를 중단하고, 화물노동자의 생존권, 시민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화물노동자의 저임금이 화물차 사고를 유발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화물운송시장 문제를 해결한 해외 사례가 있다. 호주의 <‘안전한 운임’을 위한 개혁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보고서를 참고) [%=박스1%]
경영상황을 살펴야 하는 이유, 몇 가지 팁
구인사업장 리스트 제공을 중단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만드는 것! 사업장 변경을 더욱 제한하는 고용노동부 방침을 강력히 규탄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4일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 및 브로커개입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8월 1일부터 이주노동자에게 구인사업장 명단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즉 그동안 사업장 변경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용센터에서 구인사업장 명단을 제공하고 이주노동자가 그 사업장들에 전화를 하거나 방문을 하여 조건이 맞으면 계약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사업주들에게 이주노동자 명단을 제공하고 사업주들이 맘에 드는 이주노동자에게 연락을 하여 고용을 하라는 것이다. 결국 이주노동자는 그냥 앉아서 사업주의 연락을 기다리라는 말이다.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원천적으로 제한되어 온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완전히 가로막는 부당한 처사이며 이주노동자를 더욱 사업주에게 종속시키는 조치이다. 우리는 사업주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고용노동부의 무책임한 처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심지어 사업주가 채용하고자 하는데 이주노동자가 거부하면 2주 동안이나 알선을 중단하겠다고 하니, 이주노동자는 근로조건이고뭐고 따지지 말고 주는대로 아무데서나 일하라는 것 아닌가! 애초에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은 휴업이나 폐업의 경우, 계약이 해지된 경우, 사업주가 근로관계법을 위반했을 경우 등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사업장 이동을 할 수 있었다. 그 경우에도 임금체불, 폭행, 성희롱, 욕설 등에 대해서 이주노동자가 증명을 해야 했기에 이주노동자 혼자서 사업장 이동을 추진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사업장 이동 제한은 고용허가제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근로조건이 열악하거나 일이 너무 힘들어서 사업장을 옮기고 싶어도 법위반 사실을 이주노동자가 증명을 해야 하거나, 사업장 변경에 대해 사업주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옮길 수가 없어서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를 종속시키는 강제노동의 성격이 컸던 것이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해괴한 논리를 들고 나와서 이주노동자를 더욱 옭죄고 있다. 즉 구인 사업장 명단을 이주노동자에게 주면 그것이 브로커들에게 유출되어서 사업장 변경 과정에 브로커들이 끼어들어 판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스스로의 주장에 대한 제대로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막연한 추측만을 해댔다. 그러면서 브로커 개입을 막아야 한다면서 구인사업장 명단을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중단하고 사업주에게만 구직중인 이주노동자 명단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브로커 개입 차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치다. 오히려 브로커들을 더욱 활개치게 만들 것이다. 생각해보라. 가만히 앉아서 사업주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 이주노동자의 처지에서, 만약 연락이 오지 않으면 얼마나 초조하겠는가. 3개월 내에 구직하지 못하면 미등록 체류자가 되거나 출국해야 하는데,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1개월만 지나도 구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것이고 그리되면 브로커를 찾을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결국 고용노동부의 이번 방침은 이주노동자의 제한된 사업장 선택만 더욱 가로막을 뿐, 브로커 개입 차단에는 아무런 대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목적은 아마 다른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그동안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가 노동조건이 나은 곳으로만 옮기려 한다면서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즉 사업장 변경과정에 있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방문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공된 명단에 있는 다른 사업장을 더 알아보고 구직을 할 수 있었는데 사업주들은 이것이 문제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고용노동부는 사업주들의 제기를 받아들여 이주노동자들이 구인 명단에 있는 사업주를 선택하게 하는게 아니라 아예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리고 사업주들이 구직 명단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연락하게끔 하는 방식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더 나은 노동조건을 찾아 사업장을 이동하는 것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다. 이것을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인종차별이요 이주노동자를 더욱 노예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사업주가 구인이 힘들다면 노동조건을 개선해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싶게끔 만들 일이고 사업장이 아주 영세하다면 정부가 지원할 일이지 이주노동자를 더 구속하려는 것은 정말 파렴치하고 차별적인 작태이다. 고용허가제를 시행한지 거의 8년이 되었는데,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처지를 더 개선하기는커녕 더욱 후퇴시키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재입국을 허용해준다면서 ‘사업장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을 달아서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변경하지 않도록 유도하려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려만 해서는 안된다. 고용허가제 8년 간 무수한 비판을 받아온 것을 직시하고 근본적 개선을 해야 한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임금체불, 상습적인 폭언, 폭행,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 인격무시, 열악한 노동환경과 주거환경 등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부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이주노동자를 옭죄기만 하는 조치들은 분노를 부를 수밖에 없다. 현재 고용노동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즉각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방침 철회를 위해 우리는 다른 단체들과 연대하여 싸워나갈 것이다. 2012. 7. 15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2012년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의 방향과 과제 현대, 기아, 한국지엠 지부가 함께하는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 7월 10일-11일에 걸쳐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금속노조 총파업이 가결되었다. 15만 금속노조 조합원이 하나가 되는 총파업투쟁이 가결된 것이다. 정리해고 저지 투쟁 패배의 쓰라림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한국지엠지부가 선봉에 섰다.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7월 10일 주야 3시간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생산직과 사무직이 함께하는 공동파업을 현실화시켰다. 타결 성과금으로 주식을 받으면서 무쟁의 선언을 계속하여 금속노조운동의 전망을 암울하게 했던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도 2011년 선거에서 지도부를 다시 세우고 이번 공동파업에 동참한다. 지역지부들은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시행 이후 지속된 회사 측의 악랄한 노조파괴 공작 속에서도 어려움을 딛고 금속노조 총파업투쟁에 늘 헌신적으로 함께해왔던 예의 그 역사를 계승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역시 7월 6일 압도적인 찬성으로 총파업 투쟁을 가결시켰다. 기업지부․지역지부 할 것 없이, 정규직․비정규직 할 것 없이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총파업투쟁이 곧 가시화 될 전망이다. 하나 된 노조, 투쟁하는 산별노조의 힘을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월 27일 32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는 △노동시간단축, △원하청불공정거래 근절,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쟁취라는 4대 요구안을 확정했다. 그리고 4월 중앙교섭 개시와 함께 임단협을 본격화하면서 15만 공동투쟁의 의지를 모아왔다. 하지만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9차례에 걸친 중앙교섭에서 무성의한 의견을 제시하고 때로는 집단불참하면서 교섭을 질질 끌어왔고, 그렇게 금속노조의 요구를 묵살했다.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비켜갈 수 없는 수순이었다. 금속노조의 총파업이 가결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주간연속2교대제 쟁취’라는 완성차 3사의 요구를 ‘실 노동시간 단축-교대제 개편/야간노동폐지’라는 형태로 중앙교섭의 핵심으로 의제화함으로써, 금속노조와 산하 기업지부의 투쟁전선을 집중시킨 것이 주효했다. 계열사 노조에 타결 성과금을 제시하면서 돈으로 지부집단교섭 전선을 무너뜨리려 했던 현대기아자동차의 노골적인 방해공작에 맞서, 개악된 노조법을 활용하여 시종일관 법규 준수를 옹알거리며 교섭을 해태해온 지역 사용자 단체의 노조 분열 전략에 맞서, 지부집단교섭과 시기집중 임단투 전선을 사수하려 했던 지역지부-지회의 각고의 노력 역시 주효했다. 2012년 금속노조는 지역공동사업을 추진했다. 기업지부와 지역지부 조합원의 단결을 실현하기 위하여 공동사업을 결정, 집행하는 지역공동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한 것이다. 이번 총파업은 산별전환의 징검다리로서 지역공동사업의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일 총파업 투쟁의 세부적인 전술을 지역공동운영위가 기획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속노조의 20일 총파업 투쟁은 산별노조건설의 힘, 15만 공동투쟁의 힘을 조합원들이 지역에서 거리에서 서로 확인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장투사업장 승리를 위한 투쟁을 배치하든, 금속노조의 요구를 지역사회에서 공유하는 기획투쟁을 배치하든, 지역지부와 기업지부는 지역공동위의 실질적인 성과를 남길 수 있도록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15만 금속노조의 총파업 투쟁은 ‘투쟁을 통한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전망을 굳건히 하고, 4대 요구를 쟁취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산별노조를 건설하는데 있어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 완성차 3사의 주간연속2교대제 쟁취 투쟁전선을 견고히 하자 애당초 금속노조의 20일 총파업투쟁은 전국 집중투쟁으로 기획하려 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이를 지역 집중투쟁으로 전환했다. 물론 사용자 측의 기만으로 기업지부의 여름휴가 전 타결이 쉽지 않아 여름휴가 이후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는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 호흡을 조절한 것도 있겠지만, 총파업 투쟁을 서울로 집중시키기에는 아직 금속노조의 주체적 역량이 부족해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사용자들은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의 성패를 가름할 잣대는 누가 뭐라 해도 심야노동철폐/노동시간 단축이다. 우리가 수차례 폭로한 대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실 근로시간 단축방안은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가 용인하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는 물량, 차종이관, 전환배치에 대한 현장대의원들의 통제권을 박탈하고, 생산의 유연성, 고용의 유연성, 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권과 자본은 노동조합이 심야노동철폐와 교대제 개선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을 하는 단위 노조를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완성차 3사의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전선이 견고해야 한다. 현대, 기아, 한국지엠 중 어느 한 사업장도 고립되지 않도록 완성차 3사의 임단협 투쟁전선이 유지되어야 한다. 어떤 사업장도 무임승차하려해서는 안되며, 전체 전선을 교란시키는 협약을 맺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타결 성과금으로 주식을 받는 것이다. 주식은 재산 증식 수단이기 때문에, 노동자로 하여금 노동자의 단결, 임단협보다는 회사의 부, 회사가치의 증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 더구나 이런 식으로 성과급에 익숙해지면 임금투쟁전선과 임금체계는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뿐이다. 게다가 2012년 금속노조 총파업 전선에서 회사가 던져줄 주식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사측이 주도하는 형태로 관철시키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피동적인 자세로 교대제 개편을 용인하는 노동조합이나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에서 고립되어 패배한 노동조합이 맞이하게 될 미래는 교대제 개편을 빌미로 진행될 노동유연화, 노동강도 강화, 그리고 무력화된 현장권력이다. 나아가 주간연속2교대제는 단지 완성차 3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품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교대제 개편이 노동조건 악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분명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현장의 힘이 미약한 부품사의 미조직 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교대제 개편에 항의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쟁취하기 위해 노동조합 가입에 나설 수 있도록 후속사업도 치밀하게 배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심야노동철폐 투쟁은 민주노총이 이명박 정부의 노동시간 합리화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지,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다. 완성차 지부가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에서 노동유연화에 양보하지 않고 굳건히 버틴다면 그만큼 이명박 정부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총파업 투쟁이 집단교섭의 힘을 회복시킬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지역지부가 투쟁전선을 8월까지 유지하는 것은 녹록치 않은 과제다. 중앙교섭 첫 번째 의제가 노동시간 단축이긴 하지만, 주간연속2교대제 문제가 당장 현안이 아닌 사업장도 많기 때문이다. 각급 지회, 분회를 포함하는 공동의 요구, 이를 위한 사회 쟁점화가 부족한 상태이다 보니, 당장 투쟁동력을 유지하는 데에서부터 곤란이 생길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침체를 틈타 사용자들은 금속노조 지역지부의 핵심 사업장들을 하나둘씩 파괴하기 시작했다. 타임오프제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여기서 전가의 보도 역할을 했다. 많은 지역지부들은 사용자들의 광폭한 노조탄압에 맞서 민주노조운동을 사수하고자 투쟁하고 있다. 금속노조 총파업이 완성차지부와 지역지부의 공동투쟁을 매개하는 동시에 장투사업장, 지부집단교섭에 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공동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 기아, 한국지엠지부의 지역조직(지회, 위원회)이 총파업시기 해당 지역공동위원회를 매개로 장투사업장, 지부집단교섭 투쟁에 동참하면서 지역연대를 복원시켜내는 선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라는 대법원 판결에도 현대기아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8월 2일이면 불법파견 고용의무가 확대 실시된다. 적반하장이라고, 현대기아차는 이런 상황에서 도리어 공정 블록화 및 근속 2년 미만 사내하청 노동자를 해고하고 초단기 계약직, 알바로 전환하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제 쟁취투쟁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결합해야 한다. 야간․장시간 노동 관행과 사내하청 고용을 통해 불법․부당한 이득을 본 당사자, 사용자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회피하려는 파렴치한 정몽구 회장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모아내자. 기업별 노조의 오랜 관행은 사내하청 노동자를 같은 노동자, 동등한 노동자로 못보게 했다. 15만 총파업,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파업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고용안정을 위한 공동의 연대전선에 금속노조가 함께 나서야 한다. 7월 20일 총파업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의 전국적 연대 형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7월 21일-22일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가 주체가 되어 개최하는 금속노조의 원하청 연대한마당 및 울산공장 포위의 날 행사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민주노총의 선봉에서, 하나 된 금속노조의 총파업 투쟁을 한국지엠지부는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실효성있는 확약을 받아내기 전까지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지도부가 투쟁의 의지를 보이고, 자신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경로가 보일 때, 조합원들은 주저하지 않고 나선다. 총파업의 선봉에 있는 한국지엠지부의 투쟁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다. 15만 금속노조, 하나 된 금속노조, 그 힘을 보여주자. 6월말 화물건설의 총파업 투쟁에 이어 노동자의 분노와 단결력을 다시금 보여주자. 8월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 전선으로 이어주며, 민주노총의 선봉에 금속노조가 항상 서왔던 역사를 살려내자.
노동자에게 독이 되는 재벌개혁론
6.25 화물연대 총파업 평가와 과제 6월 29일 오전 11시부터 약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총파업 찬반투표를 끝으로 화물연대의 전국 총파업이 마무리되었다. 주체적 조건, 대외적 조건 모두 최악의 상태에서 진행된 이번 총파업이 이룬 결과는 9.9%의 운임인상과 민주통합당의 화물연대 요구안에 대한 당론 채택뿐이다. 정부는 파업 이후 그 흔한 담화문 한 장 내놓지 않았다.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가 9.9% 인상에 합의했지만 2008년의 예를 보면 이것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객관적 조건을 무시한 채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고 이번 투쟁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성과는 성과대로 한계는 한계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이번 파업을 통해 드러난 화물연대의 객관적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혁신해나가는 작업을 시작해야한다. [%=사진1%] 2012년 6.25 총파업의 배경과 결과 정부는 화물연대가 요구한 제도 개선안에 대해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표준운임제의 경우 화물연대가 요구한 직접 강제(벌금 또는 징역)는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표준운임 준수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간접규제 방안을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2004년 1월 이전 등록 차량에 대해 허용했던 개별허가(지입차주에 대한 영업용 번호판 허용)를, 2004년 1월 이후 등록 차량에 대해서도 허용하라는 요구 역시 거부했다. 화물노동자 간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실질 운임을 하락시키는 과적근절 방안 역시 형식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에 그쳤다. 영업용 화물차에 대한 면세유 지급 요구, 노조법 개정을 통한 노동기본권 보장 등에 대해서 역시 아예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이명박 정부의 반노조 정책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그 중에서도 화물연대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유별나다. 화물연대가 이명박 정부의 트라우마인 2008년 촛불시위 와중에 총파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2008년 6월 총파업은 유가 폭등으로 적자운행에 들어선 대부분의 화물노동자들이 참여해 주요 항만만이 아니라 주요 공단과 대기업 물류 센터까지 마비상태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촛불시위에 전전긍긍하던 이명박 정부는 파업 5일차에 사실상 화물연대에 백기를 들었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화물연대 죽이기에 나섰고, 화물연대는 상당한 조직적 피해를 입었다. 이번 총파업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강경 대응을 주문했고, 주무 부서였던 국토해양부는 파업 3일차부터 시작된 교섭에서 예전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대정부 교섭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화물연대는 운임 결정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통합물류협회 내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와 이틀 간 교섭했지만, 이들은 한 자릿수 이내 인상이라는 방침을 고집했다. 정부가 파업 직후 가진 이들 업체와의 간담회에서 한 자릿수 인상 가이드라인을 미리 정해주었기 때문이다. 화주단체연합(화련) 역시 6% 내외의 인상을 고집했다. 화물연대는 2003년 5월 총파업부터 전국단위 중앙교섭을 추진해 왔다. 화주나 운송업체에서 고정적으로 물량을 받는 노동자보다 여러 알선업체를 통해 건당 물량을 받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시장 전체 운임을 변화시켜야만 화물노동자들이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5월 총파업에서는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협회(BCT협회)와 교섭을 진행했고, 2008년 6월에는 CTCA를 포함해서 지역협회 교섭, 지역운송사들과의 지역 집단교섭, 대기업 물류자회사와의 특별교섭 등을 진행했었다. 물론 이러한 교섭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은 아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오고,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운송사들을 교섭 장으로 압박할 때, 일회성 교섭이 이뤄졌다. 다시 말해 파업의 강도만큼 여러 형태의 교섭이 열린다. 이번 파업에서는 2008년 6월과 같은 다양한 집단교섭은 열리지 못했다. 2003년 5월 총파업 이후 총파업 시기마다 이뤄지던 CTCA와의 교섭이 전부였다. 한편, 예전과 같이 이번에도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선 핵심 이유는 유가 폭등이었다. 2003년 5월 총파업이나 2008년 6월 총파업 당시도 유가가 전년대비 20% 넘게 폭등했었다. 다단계 하청 구조의 특성 상 비용이 증가해도 운임이 바로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유가 폭등은 화물노동자들을 곧바로 생존권 위기로 내몬다. 2011년 초부터 계속 오르기 시작한 경유가는 2012년 초 1,700원대를 돌파해 5월 초 1,8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반면 과적 경쟁과 재벌 대기업들의 운임 후려치기로 2011년부터 운임은 계속 하락했다. 5월 초에는 경유가 20~40원만 더 올라도 바로 2008년 6월과 비슷하게 적자운행이 시작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화물연대가 6말 파업을 선언한 5월 중순부터 경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파업을 며칠 앞둔 6월 중순부터 하락세가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화물노동자들의 분노가 정점에 있을 때 파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라 기름 값 문제로 인한 대중적 분노가 상당히 사그라지던 시점에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셈이다. 화물연대는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유류세 폐지 또는 면세유 지급 요구를 전면에 부각시켰지만, 총파업 돌입 시점에서 이러한 요구는 그 절박함이 다소 줄어들었다. 또한 유류세 문제는 서민들과 운송업계 모두가 체감하는 문제였다는 점에서 화물연대 파업이 업종을 넘어 크게 지지받을 수 있는 쟁점이었지만 아쉽게도 정세적 조건이 투쟁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쉬운 결과, 하지만 다음 투쟁을 위한 디딤돌은 놓았다 이번 총파업은 투쟁 양상과 결과만 놓고 보면 2006년 12월 총파업과 비슷했다. 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5일 간 파업을 진행한 화물연대는 국회 건교위로부터 다음 해 2월 화물연대가 제출한 화물운송사업자법 개정안을 논의하겠다는 중재안만을 받아낸 채 파업을 종료했었다. 이번 파업에서도 화물연대는 정부 합의안 없이 민주통합당이 화물연대 요구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제도 개선과 관련된 이번 파업의 결과는 2008년 6월 노정합의에 비해 강제성은 떨어지지만, 구체성과 사회적 지지도에서는 이전보다 진일보했다. 이번 파업 기간에는 파업 때마다 정부와 자본가단체에 의해 진행되는 악선전 대신, 대부분의 언론에서 화물운송시장의 다단계 하청구조 문제, 화물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 강제성 있는 표준운임제의 필요성 등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새누리당마저 정부의 약속 이행과 표준운임제 도입을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은 당론으로 ‘권고가 아닌 화물차주에게 실효성 있는 표준운임제’를 채택했다. 이번 총파업을 통해 화물연대는 당사자만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화물운송시장 제도개선을 의제화한 것이다. 통상 제도개선, 특히나 자본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제도개선은 당사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우 큰 사회적 압력이 동시에 있어야만 가능하다. 화물연대가 표준운임제를 제안한지 10년 만에 이제 표준운임제는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화물연대의 표준운임제 쟁취 투쟁은 더디지만 의미 있는 발전을 해왔다. 2003년 5월 표준운임제 첫 제시, 2005년 정부와 여당이 처음으로 표준운임제를 공식화, 2007년 11월 시범실시 합의, 2008년 6월 표준운임제 법제화 합의, 2010년 10월 표준운임제 시범 실시를 거쳐, 2012년 6월 ‘직접 강제’ 내용을 포함한 표준운임제의 첫 당론(민주통합당) 채택과 사회적 의제화까지 이뤄냈다. 이제 화물연대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 8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 2013년 2~5월 임시 국회 등에서 얼마나 빨리 법제화를 이뤄낼 것이냐는 문제만 남았다. 당사자 문제를 넘어선 사회의제로서 표준운임제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 압력으로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6.25 총파업은 외부적 성과 이상으로 내부 주체를 위해서도 중요한 파업이었다. 화물연대는 2008년 6월 총파업 이후 곧바로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며 투쟁의 성과를 제대로 챙길 수 없었다. 그리고 2009년 열사 투쟁 이후 벌어진 대대적인 공안탄압, 2010년 창원, 대산 등에서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에 의해 자행된 화물연대에 대한 표적 탄압, 2010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1년 반 넘게 계속된 조직적 무기력 등은 내부적으로 매우 큰 조직적 위기를 불러왔었다. 조직을 떠나는 간부들이 늘었고, 조합원들의 자신감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는 2011년 9월 서울역 상경집회, 2012년 2월 총파업 찬반투표, 5월 대규모 부산역 집회를 성사시키며 조직을 재정비했고, 어려운 여건에서 6.25 총파업을 성사시켰다. 비록 성과는 부족하지만 1년 반 넘게 계속된 무기력, 2008년 6월 총파업 이후 3년 넘게 계속된 탄압을 뚫고 다시 화물연대가 제대로 설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근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노동운동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파업, 관성적으로 진행되는 총파업과는 거리가 멀다. 한 번 파업이 진행되면 노·정 간의 전면전이 이뤄지고, 정부와 자본은 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특수고용노동자 조직인 화물연대는 단체행동에 관한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화물연대는 조직과 파업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 명의 간부들이 파업 전후로 구속, 수배, 계약해지, 손배소, 정부 보조금 중단 등의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 스스로를 ‘기름쟁이’라고 부르는 화물노동자들의 노조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투쟁들이다. 화물연대는 노무현 정부 시기 2003년 5월, 8월, 2006년 12월 세 차례 전면 총파업을 벌였고, 이번 정부 들어서도 2008년 6월, 2009년 6월, 그리고 2012년 6월 세 차례의 총파업을 치렀다. 2002년 10월에 조직이 건설되었으니, 20개월에 한 번씩 전국을 뒤흔드는 총파업을 한 셈이다. 총파업 강도와 횟수로만 보면 화물연대는 21세기 한국 노동조합 조직 중 으뜸이라 해도 과한 평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화물노동자들의 자랑스러운 조직이자, 한국 노동운동에서 가장 위력적인 파업을 수차례 벌였던 화물연대는 분명 조직 발전의 기로에 서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번 총파업에서 볼 수 있었던 화물연대의 조직력, 지도 집행력, 주요 요구 등은 화물연대가 크게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점점 더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역별로 파업 돌입 편차가 컸고, 요구안과 목표, 투쟁의 상에 대한 조직 내 합의수준 역시 예전에 비해 높지 않았다. 주요 항만에서 치열한 파업 투쟁이 펼쳐졌지만 간부들을 엄호할 조합원의 숫자는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화물연대는 체계적 준비와 집행보다는 간부들의 헌신성과 ‘한다면 한다’는 기풍으로 지금까지 여러 투쟁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조직이 나이를 먹어갈 수록 ‘열정’을 보완할 ‘체계’가 없으면 힘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번 총파업은 조직 출범 10년차 화물연대가 예전과 같은 방식의 조직운영과 투쟁만으로 이전의 투쟁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반대로 수차례 화물연대 파업을 겪어 온 정부와 자본은 예전보다 훨씬 더 대응력이 높아졌고, 특히 글로비스, 대한통운 등의 핵심 화물운송업체들은 화물연대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대체 운송 작전을 폈다. 또한 경량화 된 화물이 증가함에 따라 화물연대 조직력이 취약한 윙카, 탑차 등이 증가해 파업 효과가 감소했다. 항만 역시 야적장이 넓어지고, 자동화 된 시스템이 증가함에 따라 운송 거부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증가했다. 화물연대의 조직력, 파업능력에 비해 자본의 대응력이 훨씬 더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화물연대의 파업은 전통적으로 3천의 열성 조합원이 나머지 9천 조합원을 운송거부에 나서게 하고, 36만 미조직 화물노동자들이 함부로 대체운송에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화물연대 파업에 있어 조직력 보다 파업 돌입 시점의 정세적 조건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2008년 6월 총파업은 대표적으로 운송시장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자 자연스레 38만 화물노동자의 운송거부로 이어진 사례다. 하지만 이러하더라도 화물연대 자체의 조직력이 여전히 핵심일 수밖에 없다. 무작정 기름 값이 오르고, 운송료가 낮아지는 날을 기다려 투쟁할 수는 없고, 특히 표준운임제, 표준위수탁계약서, 과적근절, 노동기본권과 같은 제도 개선 과제들은 지속적 투쟁 없이는 쟁취할 수 없다. 2003년 5월 노정합의가 8월 총파업 이후 뒤집히고, 2007년 11월 노정합의가 화물-철도 총파업 불발 이후 뒤집혔으며, 2008년 6월 합의가 2009년 열사 투쟁 이후 무력화된 경험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화물연대의 조직된 힘이 약화될 때마다 정부과 자본은 총파업 시기의 약속을 내팽개쳤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6.25 총파업의 직접적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야 한다. 조직 건설 10년차에 진행된 이번 파업을 통해 화물연대가 향후 10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이번 파업 자체에 대한 시비만을 가리려 한다면 화물연대는 보다 중요한 것들을 놓친 채 또 다시 비슷한 투쟁과 평가를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화물연대, 다른 10년을 위한 과제: 지도 집행력의 전면적 혁신과 조직화 사업을 위한 전조직적 집중 6.25 총파업 이후 화물연대가 무엇보다 주력해야 할 것은 조직 체계와 지도 집행력의 쇄신이다. 현재 화물연대는 10년 차 조직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본부, 지역지부, 지회, 분회의 집행력, 논의력이 조직 초기에 비해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간부들의 헌신으로 파업을 5일 동안 이끌 수 있었지만 체계적인 간부 교육·훈련, 간부 재생산, 조합원에 대한 교육, 관리 없이는 이런 힘이 유지되기 힘들다. 수그러들기 마련인 조직 초기의 열정과 헌신을 보완하는 것은 바로 체계적인 조직 운영이다. 화물연대가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체계적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많은 투쟁 속에서 오랜 생활을 한 간부들은 하나같이 생활고와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다. 젊은 간부들, 새로운 간부들이 충원되고, 이를 통해 조직의 활력을 높여 새로운 혁신을 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조직화다. 전통적으로 파업의 핵심으로 삼았던 컨테이너 거점들만으로 화물연대가 예전과 같은 위력을 행사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여러 자동화 장비를 갖춘 부산신항이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갔고, 다른 항만과 경인ICD(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가 점차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한 이번 파업에서도 드러났듯이 점차 경량화 된 화물들이 늘어나고 있어 윙카, 탑차 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전자, 식료품 등의 품목들이 항만이 아닌 공항을 점점 더 많이 이용하게 됨에 따라 전통적 항만 봉쇄만으로는 교섭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화물연대 조합원이 거의 없는 글로비스를 선두로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의 비중이 시장에서 점점 더 커짐에 따라 이들의 일상적 화물연대 탄압이 거세지고 있고, 파업 시기에도 이들에 의한 파업 파괴 공작이 늘어나고 있다. 주요 공단과 공항에서 운행하는 윙카, 탑차 조직화나 택배 간선, 유통업체 간선 화물차 조직화 등은 사실 어제 오늘의 과제는 아니며, 매년 이에 대한 계획이 제출되었다. 하지만 의미있게 사업이 집행된 적은 없다. 화물연대의 분명한 계획과 집행에 대한 책임 속에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전략조직화, 본부와 지부의 자원 투자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조직화 사업은 중장기적 목표와 분명한 책임부위가 있어야 실천으로 이어진다. 화물연대에게 조직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2012년 6월 25일 총파업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끝났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조직 침체를 추스르고 제도 개선 투쟁에서 좀 더 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징검다리를 확보했다. 화물연대가 제출한 화물운송사업자법 개정안을 가지고 파업을 벌였던 2006년 12월에도 현재와 비슷한 결과로 총파업이 끝났지만 여러 투쟁을 통해 2008년 6월 표준운임제 법제화 약속까지 이끌어 냈었다. 이번 파업 역시 파업 자체의 결과보다도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물론 화물연대가 현재의 상태를 확실하게 쇄신하지 못한다면 매번 비슷한 요구를 들고 더욱 약화된 상태로 파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총파업은 화물연대 전면 혁신을 위한 시작이어야 한다.
○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6월 25일 화물연대 총파업을 앞두고 이번 파업의 원인인 화물노동자(차주)의 생존위기가 화주와 운송업체들의 부당한 과잉착취의 산물임을 고발. 따라서 화물운송업의 부당한 분배구조를 바로잡고 화물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업체는 운임을 인상하고 정부는 표준운임제 등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