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축소했다. 지난 8월 30일 확정된 ‘201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과 기금운용계획’에 의하면 보건예산 중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올해 7조 975억 원보다 2,211억 원이 줄어든 6조 8,764억 원으로 편성했다. 국고지원이 시작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지금껏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규모를 축소하려고 시도해왔고, 이번 예산 삭감은 향후 보조금 축소를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정부는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이마저도 아까워 매년 20%에 미달하는 금액만을 지원해 왔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년간 미지급된 국고지원금의 규모가 12조 3,099억 원에 달한다.
예산 삭감을 주도한 기획재정부는 건강보험 흑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에 맞춰 지원액을 줄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애당초 대규모 건강보험 흑자 자체가 정부가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보장성이 약 60% 밖에 되지 않는 건강보험이 못 미더운 민중들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다. 때문에 건강보험 흑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경우 보장성을 넓히든 건강보험료를 인하하든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순리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보장성 강화나 보험료 인하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흑자는 쌓여만 갔다.
때를 놓치지 않고 기획재정부는 건강보험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 지원금 조항이 일몰되는 2017년 말에는 법에 명시된 20%라는 숫자 자체도 줄일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는 그 근거로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로만 운영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OECD 중 포괄적 사회보험을 도입하고 있는 모든 국가들이 국고지원금을 도입하고 있으며, 한국보다 지원금 규모가 적은 국가는 몇 없다. 건강보험은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이 세계적 상식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고지원액을 삭감하는 게 아니라 대폭 늘려야 한다. 최소한 법에 명시된 20%라도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 그 지원금이 있어야만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민중들을 적절히 치료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축소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지원 예산을 법에 보장된 20%까지 증액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