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 결정을 규탄한다 ! 모든 점령군은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주한미군은 집으로 돌아가라 ! 1.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주한미군 2사단 1개 여단을 이라크에 파병한다는 방침을 통보했고 한국정부가 이에 합의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보수언론에서는 ‘안보공백’이니 ‘외국자본 투자 기피’니 ‘한국이 추가파병하지 않은 탓’이니 온갖 거짓말을 해대며, 시대착오적인 한미동맹 강화를 부르짖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결정이 이라크를 철저히 군사력으로 제압하려는 목적과 ‘선제 예방공격’ 전략에 따른 신속기동군으로의 재편이라는 미국의 군사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2. 첫째, 이라크 민중의 끈질긴 저항에 따른 전쟁상황 악화와 수감자 고문,학대로 인한 국제적 비난에도 미국은 더 많은 군사력을 파병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이라크에는 이미 13만이 넘는 미군과 수만명의 용병집단이 있음에도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군사력으로 이라크를 통제하는 것이 이미 불가능해졌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라크 미군 주둔이 재앙을 부른 원인임을 잊은 채 이를 더 늘리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무력에만 의존함으로써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실패를 인정하고 모든 점령군을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 점령과 학살, 고문과 학대, 거짓말과 부도덕으로 일관한 미국의 침략전쟁은 전 인류의 양심과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3. 둘째, 주한미군을 빼가는 것은 미군의 해외주둔 재편전략에 따른 것일 뿐이다. 미국은 자신의 사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 예방공격론’을 표방하였고 이에 따라 미군을 전 세계 어느 곳에나 신속히 파병하여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걸림돌이 되는 체제나 집단을 제거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해왔다. 동아시아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신흥시장으로서 미국경제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며 다른 지역의 분쟁이 이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한/미/일 삼각동맹 아래 중국의 부상을 제어해야 하는 군사적 요지이다. 미국은 주한, 주일 미군을 총괄하여 아시아 지역 어디든 투입 가능한 체제로 재편하려고 한다. 여기서 전제는 한국군과 일본군의 역할이 급증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한강 이남으로의 이전은 소위 ‘안보공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북아를 더 불안하게 할 뿐이다. 동북아 주둔 미군의 유연성 확보는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초래하고, 북한 등 인근 지역에 대한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아시아의 군사력 증강을 부추기는 것은 미국의 ‘무장한 세계화’ 전략이다. 우리는 이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한미동맹, 나아가 한/미/일 삼각동맹을 해체해야 한다. 4. 셋째, 노무현 정부는 예의 그 ‘자주국방론’을 펼치면서 보수집단의 논리에 대응하고 있지만 사실 자주국방론은 미국과 일본을 정점으로 하는 경제통합 즉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속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산 아래 머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110억불이나 들여서 주한미군 전력증강을 하는 것이나, 한국군 무기를 증강시키는 것,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것 등은 이러한 구상에 따른 것이다. 대미종속과 군비확대는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주의를 추종하는 것이며 한반도 주변의 불안과 군사적 갈등을 부르는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과 ‘한국군 파병’은 별개라며 한국군 파병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우리는 최후의 발악과도 같은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과, 미국의 학살전쟁에 동참하는 한국군 파병은 별개의 문제며 어느 것도 민중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5.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추진하고 이를 군사주의 확대로 보호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를 무작정 추종하는 것은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에서 패배함으로써 그 전략이 파탄났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전쟁에 반대하는 전 세계 민중들은 새로운 정의와 평화, 다른 세계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거스르는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미군은 이라크가 아니라 집으로 가야 한다. 더불어 이라크의 모든 점령군은 즉각 철수하고 한국군 파병도 철회되어야 한다. 2004. 5. 19 사회진보연대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포로에게 가한 야만적 성학대■가혹행위를 보며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이토록 최소한의 인간존엄성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단 말인가? 차마 두 눈뜨고 볼 수 없는 가학적이고 음란한 폭력들.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규정한 제네바 협약조차 위반한 꼴이며, 이라크를 해방시킨다는 거짓의 실상이 발가벗은 듯 드러났다. 이것은 결코 ‘우연’히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 미국이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멈추지 않는 한 인간성을 말살하는 광기 어린 폭력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라크 포로에 대한 학대는 작년부터 있었고 발생했을 때부터 미군 지휘부에 보고되었으나 사실을 묵인, 은폐해 왔다. 이라크 구금 시설 관리 책임자였다가 징계된 카핀스키 준장은 “이라크 포로 학대 사실을 처음부터 상급자에게 보고했다”며 “이라크 주둔 미군의 구금체계는 총체적으로 붕괴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정부는 이 잔혹한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미군 점령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줌도 안되는, 망나니 같은” 일부 병사들의 일탈행위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오히려 부시는 “민주주의가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다”, “내가 후세인보다 낫다”라며 뻔뻔함을 보였고 비판이 거세어지자 결국 “Sorry" 라는 말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다. 미국은 침략전쟁자체에는 눈감고 몇몇 관리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병사들의 변호인들은 병사들의 책임이 아니며 심층적인 배후가 있으니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뉴요커>에 폭로되었던 미군 소장 안토니오 타구바가 직접 쓴 53페이지의 ‘아부그라브 교도서의 내부 보고서’를 보면, 학대가 이루어진 교도소가 미 육군 정보장교들의 철저한 통제아래 있었으며 그들의 사주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졌음을 알 수 있다. 몇몇 ‘저질군인’들의 소행이 아니라 군 수뇌부와 정보기관이 깊숙이 개입된 조직범죄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바닥을 보이고야 만 미국의 만행으로 그동안 부시의 보도지침을 따르며 침묵해왔던 언론들도 등을 돌렸다. 미국의 자금 지원으로 운영하던 알-사바 이라크 신문의 편집장이 미국의 간섭에 항의해 직원들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고, 지금까지 미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인권유린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었던 많은 언론들이 미국에 반하는 기사를 싣기 시작했다. ABC는 미군 전사자700여명의 이름과 사진을 모두 공개했으며, CBS는 전기줄 묶고 감전사 위협하는 등의 학대 장면을 공개했다. <뉴요커>와 <가디언>지의 폭로도 부시를 궁지로 몰고 있다. 지금 미국이 처한 위기는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보편성을 잃은 미국의 군사 패권은 인민들의 저항을 낳을 수밖에 없고, 저항을 막기 위해 더 잔혹한 가혹행위를 하게 되는 악의 굴레는 필연적이다. 인민의 저항이 커갈수록 인권유린의 강도는 커져 갈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부시정권이 출범한 이후 ‘고문합법화’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흘러나왔으며, 911테러 이후에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 하에 노골적으로 고문과 인권유린을 정당화했다. 또한 미국은 전쟁범죄의 예방과 처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반하는 행위를 해왔다. 지난 2002년 미국 정부는 전쟁범죄의 예방과 처벌을 위해 창립된 국제형사재판소에 대해 미국만은 면책특권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급기야 로마규정에서 탈퇴했다. 또한 각국의 고문상황을 감시하고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국제 고문 방지협약”체결에도 반대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자신의 정치-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어느 때고 인권유린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세계 2/3에 해당하는 국가의 사람들이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고문을 아예 ‘합법화’하고 있는데 부시정권의 친 이스라엘- 반 아랍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긴박한 경우 피의자를 찬물에 집어넣거나 며칠간 잠을 못 자게 하는 등의 ‘온건한 신체적 압력’을 용의자에게 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의 공격 때문에 어쩔 수 없으며, 자신들이 하는 고문이 사실 ‘고문’이라고 할 수 없는 정도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고문을 부정하거나, 고문이 아닌 다른 표현으로 은폐하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미국은 죽었다. 헤게모니의 균열을 메우기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무고한 사람들의 피와 비명을 부르고 인간성을 짓밟는 것뿐이다. 이렇게 극단화된 폭력은 전 세계 인민들의 저항을 낳고, 미국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의 전쟁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파멸을 막기 위한 유일한 길은 지금 당장 광기 어린 전쟁을 멈추고 점령군이 이라크를 떠나는 것뿐이다.
2004. 5. 1 네이션 誌에 실린 나오미 클라인의 글입니다. 이라크 문제에 대한 나름의 구상을 얘기하는데요, 유엔을 중심에 놓고 사태해결을 하고자하는 국제 NGO의 시각을 볼 수 있습니다.
[2004년 4월 29일 서울대 해울 강연문] 세계화 시대의 전쟁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1. 군사주의 문제의 기원 2. 새로운 전쟁이란 무엇인가? 3. 미국의 군사교리
6월반전반세계화 투쟁을 조직하자 자본가들의 잔치, 세계경제포럼 오는 6월 13일~15일 서울 심장부에 위치한 신라호텔에 전 세계 자본가, 고위 관료, 정치인, 학자들이 모여든다. '아시아의 번영과 평화'를 주제로 하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사전적 역사와 의미를 따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클라우스 슈왑교수가 세계 정계, 재계 지도자들 간의 유대 관계 형성을 위해 제안한 비영리 재단이며,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진 연차총회와 지역 정상회의를 주관하고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발간한다. 세계 1200여 개 초국적 기업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세계경제포럼은 반세계화/대안세계화 투쟁의 상징적 타깃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반세계화 투쟁의 정치적 시발점으로 알려진 1999년 시애틀 투쟁 이전부터, 세계경제포럼에 맞선 국제연대투쟁은 항상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이는 세계경제포럼이 모든 영역을 망라하여 세계적인 지배엘리트들의 배타적인 사교모임으로, 매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심화와 확대를 위한 포괄적 의제들을 논의하고 동의를 만들어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다보스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되었으며 2001년에는 뉴욕, 칸쿤, 홍콩 등에서 개최된 세계회의 및 지역회의 때 반대시위가 조직되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은 세계사회포럼에 의해 더 많이 알려졌고, 그것을 통해 관찰할 때 더 잘 이해된다. 전 세계 사회운동 진영의 교류와 연결의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은 세계사회포럼의 첫 출발이 세계경제포럼에 대한 대항포럼이었다는 사실에서 세계경제포럼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 세계사회포럼이 자본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민중의 삶의 대안을 모색하는 다양한 사회운동들 간의 연대를 실현하고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행동을 결의하는 장이라면, 세계경제포럼은 우리가 저항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한 자본의 과제를 도출하고 전략을 짜는 장인 것이다.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수백 명의 기업총수들과 각 국의 경제장관들이 모여 아시아에서 자본의 돈벌이 계획을 논의하고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모임이다.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와 6월 투쟁의 의미 특히 이번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는 다음과 같은 정세적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한국 정부는 이번 회의를 ‘동북아 물류·금융 허브’ 구상을 구체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다. 이미 싱가포르에서 열린 작년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는 2004년 서울개최를 수락하는 연설을 통해 동북아 물류·금융 허브 구상이 동아시아의 활력회복과 공동번영에 기여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동북아 허브 구상은 그 현실가능성과 무관하게 한국 경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과 초국적 자본의 하위 파트너화, 그에 따른 노동권과 민중생존권의 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둘째,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자유무역협정의 추진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 지반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계기로 사고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역내 자유무역협정 추진 현황은 타 대륙에 비해 활발한 편이 못 된다. 하지만 1997-98 아시아 경제위기는 역설적으로 역내 무역과 투자의 연관관계가 상당히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아시아 지배 엘리트와 민중들 모두에게 던져 주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역내 자본가들은 일-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 아세안자유무역지대, 한-일 자유무역협정, 일-태국 자유무역협정 등 다양한 양자간/지역별 자유무역협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는 정, 관, 학계 등 모든 영역의 신자유주의자들이 결집하여, 신자유주의적 지역화 과정을 확인하고 추동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아시아 평화'라는 테마 아래 무엇이 논의될 지 쉽게 짐작할 수는 없지만 아시아 지역이 갖는 의미, 즉 미국 주도의 군사 세계화와 대테러전쟁, 이라크 점령에 대한 정당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작동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 침략전쟁 및 점령, 한반도 위기에 대한 제국주의적 해결 방식 등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군사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넷째, 반전/반세계화 투쟁에 있어서 6월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 이라크에 추가 파병이 6월에 이뤄지고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상이 6월 24일부터 제네바에서 시작되며 한일자유무역협정의 4차 정부간 협상이 6월에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4년 투쟁에 있어서 6월 투쟁은 중요한 결절점이 될 것이다. 파병반대 국민행동 차원에서도 6월 12일 대규모 반전 시위를 기획하고 있다. 따라서 이 투쟁을 9월 10일 '칸쿤 각료회의 및 이경해 열사 1주기 투쟁'과 쌀개방 반대투쟁, 11월 노동자대회, 민중대회로 연결시켜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6월 투쟁은 반전/반세계화 투쟁을 대중적인 차원에서 추동해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다. 우리는 이처럼 6월에 집중되어 있는 여러 계기들을 묶어내고 군사주의와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통일된 정치적 행동으로 6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반전-반세계화 투쟁으로 6월을 달구자 현재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등 주요 대중조직과 전국민중연대, 자유무역협정·WTO반대국민행동 등 주요 연대기구들이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 반대 공동행동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본격적인 투쟁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대강의 투쟁 흐름을 보면, 6월 12일(토) 오후에 이라크 점령반대, 파병철회 대규모 집회가 파병반대국민행동 주최로 상정되어 있고 밤에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 반대투쟁 전야제가 개최된다. 13일 오전에서 저녁까지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 반대 결의대회와 저지투쟁이 진행될 계획이다. 또 저녁에는 효순이 미선이 2주기 추모제가 전개될 예정이다. 이어서 6월 14-15일에는 아시아 사회운동회의가 조직된다. 특히 아시아 사회운동회의에서는 아시아 각 국에서 10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하여 WTO, FTA, 지역통합에 대한 대응 방안과 WTO 각료회의에 대한 공동 투쟁, 아시아에서의 반전/반제투쟁과 향후 계획, 한반도 위기와 이라크 사태에 대한 공동 행동, 아시아 사회운동 사이의 연대와 네트워크 구성을 논의하고 결의할 것이다. 6월 투쟁을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의 반전/반세계화 투쟁을 대중화시켜내고 일국적 맥락의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국제적으로 확장시켜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조직하자. 투쟁을 세계화하고, 희망을 세계화하자.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 세계화에 맞선 투쟁에 함께 하고, 아시아 민중들의 연대와 전진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딛자. PSSP
지난 4월 15일 제60차 유엔인권위원회는 북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해야 하며, 지구상의 어느 사회든 인권 신장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와 동시에 인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특정 사회를 옭죄는 수단으로 삼는 시도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북인권결의는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북에 존재하는 인권 문제의 실질적인 개선을 도울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북을 압박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또 한 가지 수단으로 기능할 것인가? 미리 답부터 말하자면, 후자에 가깝다. 북인권 결의안,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이번 결의문의 내용을 짚어보자. 가장 특징적인 것은 북 인권 문제만을 전담하는 특별보고관 신설이다. 결의문에 따르면, 특별보고관은 북을 방문하는 등 북 인민들과의 직접 연락망을 구축하고 북의 인권상황을 조사해 그 결과를 차기 유엔총회 및 인권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지난 해 결의문에서는 고문, 식량권, 여성 폭력 등 기존에 있는 주제별 특별보고관과의 협력이 북 정부에 대한 요청사항이었다면, 올해는 여기에 덧붙여 북에 대한 전담 보고관까지 신설되어 그 내용의 강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북 정부는 사회권규약 및 아동권협약에 따른 보고서를 제출하고 관련 심사회의에 참석하는 등 유엔인권기구들과의 협력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유엔인권위원회는 이번에 더 강경한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북 정부의 반발을 부르고 유엔과 북 당국의 협력 속에 인권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오히려 축소했다. 내용의 편향성도 문제다. 대북인권결의문은 북 인권 문제를 묘사하는 단락에서 수용소의 문제 및 자유권의 억압 등에 상당한 비중을 둔 반면, 북 인민 전반에 걸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식량권·생존권·평화권의 문제는 무척 소홀히 다루고 있다. 또한 식량 지원과 관련 분배의 투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시급한 인도적 지원마저도 도외시하는 결과가 우려된다. 일부에서는 식량권과 평화를 인권과 별개의 문제로 바라보는데, 식량권과 평화권은 인권의 중요한 일부이자 정치적 자유의 신장을 가능케 하는 기본적 조건이기도 하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이 인권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들 국가들은 이라크 침략 전쟁의 가해자이거나 방조자였고, 수십 년 동안 체계적인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 규탄 인권 결의안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하였다. 결의안은 북 정부를 상대로 국제인권조약의 비준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북 당국이 이러한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여러 국제인권조약의 가입을 거부하면서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을 훼방 놓았던 미국 등이 결의안을 주도한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번 결의가 이중 잣대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사실 더 큰 문제는 결의문 내용 그 자체보다 현재 북 인권 문제가 제기되는 맥락에 있다. 북인권결의안의 채택을 주도했던 영국의 한 관계자는 북 문제를 '이라크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인권을 빌미로 군사 침략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미국 등 제국주의 세력에 의한 북 정권교체 전략을 정당화시키는 강력한 요소로 '인권'이 공공연히 이야기되고 있다. 인권, 미국의 대북압박 정책에 포섭되다 민간단체의 틀을 빌어 과거 CIA가 하던 일의 일부를 하고 있는 NED의 2002년 전략 문서는 세계 전략의 일부로 대북 프로그램을 제시되고 있다. 북 내의 정치범 수용소와 노동교화소의 상황을 폭로하며 대북 제재를 비롯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것, 북 정부가 기아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음을 기록하고 북에 책임을 묻는 것, 탈북자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NED 의장 칼 거쉬만이 내세운 대북 프로그램의 목표다. 리차드 루거 미 상원외교위원장은 2003년 7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우리는 일부 탈북자들이 미국에 재정착하는 것을 허가하고 동맹국들도 그렇게 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 (이런 조치는) 1989년 동독의 대규모 탈출사태가 동독을 무너뜨린 것처럼 평양 정권의 붕괴를 재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003년 11월엔 미 상하 양원에 북한자유법안이 상정됐다. 법안은 한반도의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소 민주정부 하의 한반도 통일 지원 북 주민의 인권 향상을 목표로 내세웠다. 인권 문제를 앞의 정치적 목적과 접목한 것은 이미 인권 문제 그 자체의 옹호와 개선에 목적이 없음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도 의지가 별로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정부 하의 한반도 통일 지원이란 곧 남한 정부에 의한 흡수통일을 떠올리게 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탈북자들의 입국 관리를 국토안보부로 이관하고, 탈북을 지원하며, 국토안보부 주관하에 대량살상 무기 정보를 제공하는 탈북자들에게 미국 비자를 발급하도록 했다. 또 북한 민주화 향상 조치란 제목 아래, 대북라디오 방송 시간을 연장하고, 북 주민에게 라디오를 살포하는 데 예산을 배정한다. 올해 초엔 미 하원에 북한인권법안이 상정됐다. 미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한자유법안보다 내용이 다소 완화된 이 법안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논의가 진행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인권법안은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해결을 법안의 목적에서 제외했고, 자유법안이 대북 지원에 있어 지나친 전제 조건들을 부과하는 데 비해 대통령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일정한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안 역시 목적 중 하나로 '민주정부 하의 통일'을 언급하고 있으며, 북에 대한 압박과 고립을 통해 북 인권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본 인식을 깔고 있다. 위험성이 감소됐다고 하지만, 기본인식과 목적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북한인권법안 역시 미국의 북 침략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과거 대 이라크 정책은 이러한 우려가 과한 것이 아님을 말해 준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지난 3월 25일 ABC 방송 시사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침략이 9.11 이전부터 계획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미국의 상, 하 양원에서 통과됐던 이라크 정권교체법안(의 내용)과 밀접한 것이며, 미 행정부 정책의 일환이었다"고 답한 바 있다. 여기서 럼스펠드가 언급하고 있는 법안은 1998년의 이라크 해방법으로 짐작된다. 이라크 해방법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을 "이라크에서 사담후세인 체제를 제거하고 민주정부를 창출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개괄하며, 이라크 반정부세력의 방송 송출과 군사 원조 및 인도적 원조 등에 예산을 배정했다. 그렇다면, 북 인권 문제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봉착하게 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북 인권 문제가 제국주의적 공세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인가, 대안적인 접근은 어떻게 가능한가이다. 진보운동 일부에서는 북에 인권문제가 있다는 말조차 기피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북에 인권 문제가 있다는 것조차 부인한다면 문제의 해답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자면, 인권을 빌미로 한 대북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 북 인민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 나아가 한반도 인권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대안적 인권 담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물론, '인권의 질서=자본주의'라는 잘못된 등식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은 기본 전제이다. 흔히 우파들이 북 인권 문제의 원인을 북 체제의 문제로 환원시켜버리는 오류와 편견도 극복해야 할 점이다. 결국에 인권과 민주주의의 신장은 외부에 의해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부터 쟁취되고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점들을 유념하며, 북 인권 문제에 대한 진보적 접근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해야만 할 일이다. 우선 북 인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생존권(기아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과 평화권(전쟁 위협으로부터의 자유)을 중요한 인권 문제로 제기해야 할 것이다. 북 인민들이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 초에도 북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는 세계식량계획과 유니세프 등에서 국제사회의 대량의 인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식량배급체제의 와해 등으로 인해 일종의 도시빈민이 생겨나고, 그들의 식량권 문제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대량의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동시에, 북 정부는 경제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층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우선적으로 배려할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북에 자본이 진출함으로써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식량난의 해소와 더불어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제거하고 인민들이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절박한 과제다. 이 점에선 한반도에 전쟁 위협을 가하고 있는 미국이 한반도 인민의 평화권을 침해하는 가해자이다. 전쟁이 곧 인권의 절멸 상태를 초래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준전시 상태 역시 과도한 군사비 지출과 사회의 군사화를 통해 인권을 억압하는 조건을 만든다. 전쟁 위협이 곧 인권 침해를 낳는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 상황, 안보 상황을 내세워 자국 내의 다른 인권이 유보되거나 제한되어서도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북 당국은 인민들의 자주성과 창조성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비판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오랜 외적 위협과 분단체제 속에서 고착화된 억압적 법제와 관행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남한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우리들은 북 인권 문제에 대한 대안적 접근을 모색하면서 장기적으로 북과 남이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한반도 인권 보장의 체계를 구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권을 수단화하는 정치 공세를 막아내면서, 한반도의 인민들이 진정으로 인권을 누릴 수 있는 길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PSSP
지옥문이 열린 이라크, 학살자 미군 3월 31일 팔루자에서 미국인 4명이 죽고 그 주검이 훼손당한 사건 이후 -사실 그들은 군인역할을 대신하는 사설 용병들이다- 4월 내내 이라크는 이라크인 들의 말처럼 "지옥문이 열린 것"과 같았다. 점령군의 학살과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연일 계속되면서 보도 상으로도 미군은 100여명, 이라크 인은 10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숫자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이를 훨씬 초과할 것이며 부상자는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심지어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이 사망자의 다수를 차지한다. 팔루자를 봉쇄한 미군은 F-16 폭격기와 코브라헬기, 탱크, 저격수, 해병대를 동원하여 마치 사냥하는 것처럼 이라크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였다. 이슬람사원이 폭격 당했고 거리는 피바다가 되었으며 병원은 시신과 부상자로 넘쳐났다. 시신을 묻을 곳이 없어 축구장이 거대한 묘지가 되었다. 마치 팔루자는 80년 한국의 광주를 떠올리게 했다. 미군은 미국인 주검훼손사건을 빌미로 노골적이고 의도적인 살기(殺氣)와 적개심을 가지고 대학살에 나섰고, 팔루자가 끈질기게 저항하자 그 강도를 더욱 높였다. 미군은 이라크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고 총을 든 이라크인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별하지 않고 움직이는 모두에게 총과 폭탄을 퍼부었다. 그러나 팔루자의 저항은 부시가 말하는 고립된 소수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 의한 것이었다. 그들은 직장인, 상인, 젊은이였으며 심지어 이라크 경찰복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미군이 저지른 끔찍한 학살은 생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이라크 인들이 칼리쉬니코프 총을 들게 만든 것이다. 더욱이 미군은 봉쇄한 팔루자 외곽도로에서 팔루자를 탈출하는 시민들에게마저 총구에 불을 뿜었다. 미군의 학살은 팔루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4월 초 이라크인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강경 지도자 알-사드르의 신문발행을 점령행정관 폴 브레머가 중지시키고, 그의 측근들을 체포하고 살해하자 이에 항의하는 평화시위가 발생하였다. 그러자 미군이 이에 대해 발포하였고 이에 사드르는 즉각 무장저항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직후 바그다드, 사드르시티, 나자프, 카르발라 등 이라크 중남부에서 광범위한 저항이 발생하였고 사드르를 지지하는 마흐디 민병대는 무장저항에 돌입하였다. 미군은 즉각 학살로 대응하였다. 그들은 주택가와 상점, 거리, 심지어 앰뷸런스에도 미사일과 총탄을 쏟아 부었다. 브레머가 도발한 이 전투로 인해 이라크 전역이 전쟁상태에 돌입하였다. 제2의 베트남, 수렁에 빠진 미국 애초 미국은 팔루자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의 무장저항을 간단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팔루자 학살에 대한 이라크의 민심이 악화되고 팔루자를 돕기 위한 행진이 시작되는 등 저항의 중심으로 떠오른 팔루자를 쉽게 진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알-사드르를 중심으로 하는 강경 시아파의 저항 역시 무장한 민병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들이 총을 든 민간인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을 모조리 학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드르가 농성하고 있는 나자프는 시아파 2대 성지 가운데 하나로서, 인근 이란 정부조차 나자프를 공격하고 사드르를 살해한다면 이슬람 전체가 미국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군의 민간인 학살과 성지에 대한 공격은 점령군에 대항하여 시아파와 수니파가 공동전선을 펼치게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사실상 이라크 전역에서 미군을 포함한 점령군은 '반미', '점령반대' 무장봉기라는, 이라크 점령이후 최대의 저항에 부닥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시는 철수예정이던 2만 명의 미군귀환을 90일 동안 연장하였고 군대를 더 보낼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스페인,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노르웨이, 태국 등 파병국가들이 속속 파병철수 의사를 밝히고 있고 폴란드도 파병인원을 대폭 감축하기로 하였다. 여기에 이라크의 저항이 전국적으로 장기화하는 상황이어서 미군 증강은 이라크를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어 미국을 끝없는 수렁에 빠지게 만들 것이 뻔하다. 6월 30일로 예정된 주권이양 계획도 불투명하다. 물론 미국의 구상은 미국식 민주주의-복수정당과 연방제-에 기반을 둔 친미정부를 수립하여 중동민주화 구상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것이지만 이러한 내용의 임시헌법에 대해 시아파는 반대하고 있다. 누가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주권을 이양 받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또한 미국은 주권이양 이후에도 미국 대사관이 184억 달러의 재건자금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향후 이라크 정부가 이라크 재건사업에 관여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미군 역시 이라크 내 14개 기지에 11만 명이 계속 주둔할 예정이다. 이라크 군대가 미군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행정명령과 미국이 이라크에 국가안보보좌관을 임명한다는 계획도 발표되었다. 즉 6월 30일 이후 주권을 이양하여 임시정부를 수립하더라도 미국은 세계 최대규모의 대사관과 주둔군을 통해 이라크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그리는 '자유 이라크'의 모습이다. 그러나 결국 이는 '피를 부르는 미국식 민주주의'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부시의 대선가도에서 이라크는 끔찍한 악몽이다. 미국 내에서 이라크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40%를 넘어서고, 군인가족이 부시 지지를 철회하고 케리의 지지율이 따라붙는 등 부시의 '내우외환'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부시는 주권이양 이후 현재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를 해체한 뒤 총리 및 3명의 대통령위원회로 구성되는 임시정부를 유엔 주도로 출범시키자는 브라히미 유엔 이라크특사의 제안을 수용했다. 이는 이라크 주권 이양 후 유엔이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새 임시정부 각료를 지명하며, 시아파 대표를 대통령으로, 쿠르드족과 수니파 대표를 각각 부통령으로 하는 임시정부를 구성해 2005년 1월 총선거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유엔을 끌어들여 임시정부의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미국은 한발 빼겠다는 모양새다. 그러나 유엔의 깃발을 달더라도 점령군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 것이고 미국이 신설 이라크군 및 재건 지원금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이라크 임시정부는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은 유엔을 이용하여 이라크에 대한 통제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고 새 유엔결의안을 통과시켜 더 많은 나라의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이라크를 이라크인에게로'를 외치며 저항하는 이라크 민중들에게는 또 다른 점령과 억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라크 사회운동 - 이라크의 민주주의와 자주적 단결의 흐름 이라크 내의 사회운동은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라크에도 다양한 운동세력과 정치정당이 존재한다. 미군의 침략과 점령은 이라크의 정치담론을 이분법적으로 나눴는데, 점령에 반대하면 사담주의자이고 사담에 반대하면 미국에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러한 '점령이냐 독재냐'의 이분법을 넘어서고자 하는 그룹들이 조직되었는데 이 그룹은 수니파나 시아파 같은 민족주의 이슬람 진영과 투르크멘, 쿠르드, 자유주의, 좌파, 기독교, 정당 등 50여 개의 다양한 정치적 경향을 대표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민주적 이라크와 정의, 자유, 평등, 평화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제일 조건으로 점령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조직화를 위해 이들은 대규모 회합을 가져왔다. 첫 회합은 2003년 12월 19일에 열렸는데 금요일에 열렸다고 하여 '단결의 금요일(Friday of Unity)'이라 불린다. 참가자들은 지금 가장 위험한 약점을 분열주의로 보고 이라크의 단결을 호소했다. 두 번째 회합은 2004년 1월 2일에 열렸다. 여기서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단결이 강조되었고 "단결과 정의가 우리가 열망하는 국가의 기초"라는 슬로건 하에 전국회의(National Conference)를 개최하자고 하였다. 이슬람 사이언티스트 사무총장 알 다리는 점령과 그에 협력하여 노예시장에 스스로를 파는 이들에 맞서 이라크의 단결을 위해 노력하자고 호소했고 셰이크 (이슬람지도자) 알 칼리시 역시 아랍과 쿠르드, 투르크멘을 분열시키는 시도를 비난했다. 그 외에도 나자프를 대표하여 셰이크 아흐메드, 이라크 구원전선의 수장인 모하메드 알리, 아랍민족주의운동을 대표하는 압둘 카림 하니 등이 이라크의 해방과 단결을 강조하였다. 또한 알 시스타니 진영, 알 사드르 진영을 대표하는 이들도 분파갈등을 극복할 것과 점령당국과 협력을 중단할 것, 단결을 위한 회합을 계속할 것 등을 호소했다. 한편 앞의 전국회의 흐름과 동일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은데, 국제적으로 '이라크의 자주적 민중회의(Independent Assembly)를 지지하는 국제 호소문' 서명운동이 4월 초부터 진행되고 있다(www.focusweb.org/int-call 에 들어가서 누구나 서명할 수 있다). 이는 점령 중단을 요구하고 이라크 민중들의 주권과 자치의 권리를 지지하는 큰 틀에서 이라크인들이 "점령군의 간섭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국가의 미래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제안할 수 있는"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유선거를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2003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평화회의와 2004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 반전총회에서 토론하고 확인된 바 있다. 세계사회포럼 반전총회에는 이라크민주연합(Iraqi National Democratic Coalition, 약칭 Condi)에서 토론자로 참여하였는데 이라크민주연합은 민주적 이라크를 위한 사회운동연대체인 듯하다. 이 서명에는 찰머스 존슨, 크리스토프 아귀통, 임마뉴엘 월러스틴, 제임스 페트라스, 제레미 코번, 마르타 아르네케르, 나오미 클라인, 노암 촘스키, 사미르 아민, 수잔 조지, 월든 벨로, 파우스토 베르니토니 등 이름난 사회운동가와 진보학자들이 다수 동참하였다. 이라크 사회운동의 흐름이 어떠한 수준과 범위인지 아직 확실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라크 사회운동이 국제적 운동과 연계되어 있으며 이라크의 해방과 민주주의, 단결과 평화를 추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전 민중의 힘으로 학살과 점령, 파병을 중단시키자. 이렇듯 미군의 이라크 점령에 대항하여 이라크 민중들과 운동단체들이 이라크의 해방과 자주를 염원하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겠다는 것은 미국에 의한 학살과 점령에 동참하는 것일 뿐이다. 지난해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을 노무현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아펙 회담에서 부시에게 선물로 안긴 이후 국회는 정부의 '파병 백지위임장'에 찬성으로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국익을 위해 평화·재건군을 파병한다는 지배계급의 논리는 정작 파병지역 선정에서 스스로의 모순을 폭로했다. 당초 예정지였던 북부 키르쿠크에 대해 미군은 잔류하겠다고 하면서 한국의 전력보강을 주문했다. 국방부는 이를 은폐하다가 뒤늦게 파병일정 연기를 흘렸고, 급기야 파병지역 재검토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스페인 군이 철수하는 남부 나자프가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북부 에르빌과 슐라이마니야로 돌아섰다. 이리 저리 갈팡질팡하면서 정부는 미국의 침략과 점령에 동참하는 점령군에게 안전한 지역은 애초에 없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두 차례에 걸친 이라크 합동조사단도 미군에 의한 안내와 부실한 조사, 미리 내려진 결론에 짜 맞춘 형식적 결과발표로 일관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예상사망률은 0.8%인 1천명 당 8명 꼴인데 이는 베트남전 사망율의 절반이라고 한다. 정부는 곧 아르빌과 슐라이마니야 가운데 한곳을 4월 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파병예정지로 결정한다고 하지만 이 두 곳은 쿠르드 자치지역으로서 전쟁피해가 적어서 정부가 말하는 소위 '평화·재건' 요소가 별로 없다. 더구나 쿠르드 지역은 이란, 터키와 마주보고 있고 쿠르드민족의 독립문제가 아랍족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어서 지난 3월에도 쿠르드민주당사에 폭발사건이 일어나는 등 치안 상으로도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다. 자칫하면 종족갈등에 휘말릴 여지가 큰 것이다. 결국 무슨 이유를 갖다 대도 한국군 파병은 부당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의 반전운동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이라크 점령과 파병에 대해 반대해왔다. 그러나 지난 2월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3.20 국제반전행동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투쟁의 파고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총선시기에도 파병철회 문제는 쟁점이 되지 못했고, 도리어 ‘국가 정책적 판단을 선거 시기에 쟁점으로 삼을 수 없다’는 지배세력의 이데올로기 조작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투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팔루자를 비롯한 이라크민중 학살과 미국의 이라크 점령 구상을 정확히 폭로해야 한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학살 만행이 오늘날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주의 때문임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따라서 한미동맹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주의 동맹이며 이를 깨뜨리지 않으면 침략전쟁에 학살자로 동참해야 하고, 노동자 민중은 세계화가 강요하는 경쟁과 빈곤, 불안정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광범위하게 선전해야 한다. 이에 세계화와 군사주의의 문제를 결합시켜서 '반전 반세계화' 투쟁의 기조를 의식적으로 추구하면서 그러한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는 6월 13~15에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정상회의'에 반대하는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인 자본가, 지배정치인 수백명이 모여서 '아시아의 비즈니스와 안정'을 논의하는 회의에 대항해서 민중의 전쟁·파병반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의지를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반전 반세계화 투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6월 12일에는 파병반대 국민행동 차원에서 대규모 파병반대 시위가 예정되어 있어 시기적으로도 좋다. 이와 같이 아래로부터 대중의 힘에 바탕하여 파병반대 투쟁을 조직하고 광범위한 대중을 실질적으로 결집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실질적으로 파병을 철회시키자. 그 출발로 5월 1일 메이데이에서 노동자들이 반전과 파병반대 목소리를 높여나가자. 이라크 민중들이 자주적으로 자신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노력에 대해 굳건히 연대하자.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