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폭력 종식을 위한 세계 민중의 연대를! 9.11 이후 3년, 세계는 더 불안해졌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공격사건 이후 미국은 미국민들의 공포에 기반하여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했으나, 그것은 9.11과는 별 상관이 없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었다. 또한 국제적인 반테러전선을 세운다는 명분 하에 미국의 동지가 될 것인지 아닌지를 세계에 강요하여 군사행동에 나서게 하였다. 각 국에서는 경쟁적으로 '대테러법'이 제정되었다. 미국 국내에서는 '애국법'을 제정하고 '국토안보부'를 만든 결과, 반테러와 안보를 빌미로 광범위한 인권침해 행위가 합법화되었다. 공항의 안전검색이나 출입국 심사도 대폭 강화되어 아랍·아시아계 등 외국인에 대한 감시와 차별이 심해졌고, 무장한 경찰들의 검문검색은 미국 전체를 거대한 경찰 감시국가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15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이라는 직책과 테러 관련 정보 총괄, 대테러 정책조정을 담당할 대테러센터까지 신설하기로 하였다. 군사전략 측면에서는 '선제공격론'을 채택하여 세계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는 협박을 선포하였다. 미국의 이 모든 행위는 전례없이 세계적 무질서와 극단적 폭력을 증가시켰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팔레스타인,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스페인, 체첸, 러시아 등에서 '자살폭탄 공격', '인질극', '보복공습', '참수' 등으로 상징되는 끔찍하고 잔혹한 폭력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해방시켜 5천만 명을 자유롭게 했다"는 식으로 스스로의 전쟁과 폭력, 학살과 야만을 정당화하였다. 무장한 세계화가 낳은 극단적 폭력 냉전 이후 미국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경제로부터 배제된 지역에서 특히 이러한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다. 특정한 인종적, 종족적, 종교적 동일성에 집착함으로써 다른 집단을 배척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쉽게 폭력으로 전환되고, 이는 또한 세계시장으로 편입하기 위해 그 지역의 더 가난한 지역과 분리하고자 하는 흐름과도 연관된다. 그리고 사적인 무장집단이 형성되어 폭력행사의 가능성을 키운다. 그리하여 종종 집단학살, 인종청소, 거주지파괴 등과 같은 인구제거가 일어난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경제가 붕괴되어 천연자원과 같은 한정된 부를 놓고 약탈전쟁이 생겨나고 그 과정에서 민중학살이 일어난다. 중심부 국가들은 부를 착취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지 학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따른 실업과 빈곤은 '증오와 폭력'의 자양분이 된다.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확산시키고 금융, 상업, 물류, 에너지 시스템을 적절하게 작동시키는 것을 스스로의 사활적인 이익으로 규정하고 이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와 세력에 대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여 제거하고자 한다. 결국 이러한 미국 중심의 '무장한 세계화'가 만연한 극단적 폭력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것이다. 9.11은 그것이 전 세계로 향하는데 있어 극적인 계기점이었다. 이라크 전쟁과 미국의 무능 대량살상무기, 알-카에다와의 연계 등을 명분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미-영 제국주의 연합군을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그 모든 명분은 거짓이었고 이라크는 갈수록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9월 7일 미군의 공식적인 사망자 숫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미군 사망자 숫자를 줄이기 위해 부시정부가 사설 용병을 고용해온 것을 고려한다면 실제 미국인 사망자는 이를 훨씬 초과할 것이다. 더욱이 이라크 민중 사망자 숫자는 최소 1만 명에서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점령 초기 모든 국유재산을 외국자본에 개방하였고 이를 임시정부가 바꾸지 못하도록 하였다. 또한 종족적 갈등을 악화시켰고 시민의 정치적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였다. 또한 이라크 점령행정처(CPA)에서 현재의 임시정부에 이르기까지 점령당국이나 이라크 정부의 통치범위는 계속 축소되어 왔다. 저항세력의 조직적인 반란과 봉기로 인해 현재 임시정부는 겨우 바그다드 근처에 한정되어 통치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여곡절 끝에 100명의 임시의회가 출범하였으나 2005년 1월에 예정대로 총선이 치러질 것인지 여부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세우며 평화를 정착시켜 이를 중동전역으로 확산시켜 중동자유무역지대를 만든다는 미국의 구상은 애초부터 벽에 부닥친 것이다. 미국은 스스로의 목적조차 달성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없다. 14만 명에 이르는 미군과 다국적군조차 이를 타개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라크 전역에서 공습과 학살을 일삼음으로써 이에 대해 '참수', '자살폭탄' 등 더욱 극단적인 형태의 저항을 자극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저항은 미군이 존재하는 한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무능은 쇠퇴하는 미국 헤게모니를 반영한다. 좌파사회학자 월러스타인은 9.11 사태가 미국 군사력의 한계, 세계 나머지 지역의 뿌리깊은 반미감정, 흥청망청하던 1990년대의 경제가 낳은 후유증, 미국 민족주의의 모순적인 압력들, 미국의 시민적 자유전통의 취약성을 급격히 드러냈다고 하면서 미국을 '불시착한 독수리'로 묘사하였다. 전쟁과 폭력 종식을 위해 세계 민중의 연대를 강화하자! - 베이루트 국제 반전 반세계화운동 전략회의의 의미 문제는 이러한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와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장기적인 이행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점증하고 있는 극단적 폭력과 전쟁을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가이다. 그것들이 상호파괴나 공멸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감축하고 정의와 평화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길로 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임무가 우리들, 반전 반세계화 운동에게 있다. 우리는 새로운 전쟁과 폭력의 상황에 진입했다. 이것은 상황을 이전의 시기로 돌이킬 수 없다는 것과, 세계 민중이 끈기 있게 새로운 시대를 개척함으로써 전쟁과 폭력을 종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꾸준히 진행되어 온 세계 각 국 운동간의 연대는 2003년 2월 15일 전 세계 1500만 명의 반전시위로 드러났다. 이어 2003년 5월에는 자카르타에서 회합을 가지고 단결과 행동에 대한 선언인 자카르타 평화 컨센서스를 채택하였다. 자카르타 컨센서스는 운동들의 단결선언, 이라크에 대한 입장과 행동계획, 세계화와 군사주의에 대한 행동계획 등으로 구성되어 기본적인 입장과 계획을 정식화하였다. 그리고 2004년 1월 인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국제 반전운동 총회가 개최되었으며 3월 20일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1년에 항의하는 국제 공동행동이 조직되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오는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국제 반전 반세계화운동 전략회의가 열린다. 특히 팔레스타인, 이라크의 사회운동과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가까운 곳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53개국 262개의 조직이 지지 서명했고, 20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할 이 회의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분석, 전쟁과 제국주의와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의 진로, 연대강화 전략, 행동 계획 등이 논의된다. 반전 반세계화 운동들은 수평적인 토론과 연대 강화를 도모해야 하고, 이것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아래로부터의 연대와 행동을 확장시키는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 모든 운동들이 스스로를 국제적인 반전 반세계화 운동의 일부로서 인식하고 전쟁과 폭력, 세계화의 폐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운동해 나가야 한다. 9.11 이후 3년, 불안해진 세계에 대해 우리의 대답과 행동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자유노련(ICFTU) 사무총장인, 가이 라이더(Guy Ryder)는 지난 6월 23일~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20차 ICFTU 집행위원회에서 국제자유노련(ICFTU)과 세계노동총연맹(WCL)의 통합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국제노동운동의 통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2)통합 논의가 ICFTU가 해야 할 본연의 다른 활동들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3)ICFTU의 원칙과 가치(principles and values)가 통합 후에도 유지되어야 한다. 4)통합에 따른 복잡한 문제들이 예견되지만 세계단위의 통합이 국가단위 통합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다. 5)통합에 따른 정체성(identity) 문제가 있을 것이다. 6)ICFTU와 WCL 어디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당수의 미가맹 노동조합들이 통합세계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하게 될 것이다. 7)국제산별연맹(GUF)과 지역기구에 통합에 따른 어려움이 예상된다. 8)통합에 대한 논의는 공개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세계노동운동 통합 현실로’에서 인용,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김성진- 국제노동운동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종전 이후 반공주의 노선에 기반해 세계노동운동의 주류적 흐름을 대변해온 국제자유노련(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 ICFTU)과 기독교계 노동조합을 바탕으로 한 세계노동총연맹(World Confederation of Labor: WCL)의 통합이 현실 일정에 올랐다. ICFTU의 조합원수는 현재 1억 5천 1백만 명이며, WCL은 수치의 진실성을 믿기 어렵긴 하지만 약 2천 6백만 명 정도이다. 이들은 2006년 새로운 국제노동조직의 출범을 목표로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양대 국제노동조직의 통합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세계통합노총 건설은, 절차상 관료주의적·비민주주의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회원 조직들의 광범위한 의견수렴 과정, 투명하고 공개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고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겠지만, 중요하게는 국제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진정한 사고와 실천을 봉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다. 현재 국제노동운동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금융 세계화와 노동 유연화에 맞선 대응 전략과 실천의 빈곤함에 있다. 즉 “자본이 무역과 생산의 영역에서 금융거래와 투기로 전환되는” 과정, 그에 따른 부와 자원의 분배에 있어서 남북 불평등의 심화, 남북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동조건 및 삶의 질 악화에 대한 무능력한 대응이 현재 국제노동운동 위기의 근원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제노동운동은 이러한 근본 원인에 맞선 전략과 전술의 혁신, 이를 통한 실천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국제노동운동의 주류적 흐름인 ICFTU는 그동안 북반구 노동자를 대변해왔으며 또한 그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남반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생활조건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IMF/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ICFTU는 ‘노동조합 권리, 인권, 환경권’ 등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또한 ICFTU는 ‘남반구 노동기준의 향상’이 WTO 협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진정으로 남반구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요구였다기 보다는 북반구 노동자들의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것이었다. 즉, 북반구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동조건 및 삶의 질 악화가 “그들보다 아래에 있는 다른 국가들-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하여 자국의 산업을 유지하려는-로 인해” 심화되고 있으며, 따라서 “노동기준과 환경기준의 향상을 통하여 자국 생산품을 보호하거나, 또는 적어도 개발도상국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제3세계와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해 “국제적 차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남반구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노동조건 개선, 임금 향상은 ‘국제적 차원의 보호’에 의해서가 아니라, 산업 활동이 재배치된 특정 국가에서 태동한 강력하고도 전투적인 노동계급의 투쟁이 주요한 요인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ICFTU의 주장은 고용과 임금에 있어서 ‘자기 방어’에 급급한 북반구 노동자들의 이해를 반영한 정책이며, 국제적인 사회운동진영의 광범위한 저항과 투쟁으로 ‘정당성 위기’에 빠진 WTO 체제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었다. OECD에서 논의되었던 다자간투자협정(MAI)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OECD-TUAC)의 태도는 더욱 분명한 형태로 북반구 주도 국제노동조직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당시 다자간투자협정은 초국적 자본의 소유권을 절대화하는 반면, 노동권, 환경권, 인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자본의 금융투기적 축적 경향을 촉진시키고, 경제주권을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종속시킨다는 점에서 전 세계 시민사회단체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도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는 광범위한 투자 자유화를 동의해주고, 대신 고작해야 노동 및 환경권 존중이라는 문구를 다자간투자협정 전문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을 뿐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ICFTU를 위시한 주류적 국제노동운동은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 대안적인 세계질서의 모색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존 세계질서 내에서 북반구 노동자들만의 특별한 이익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활동해왔다. 즉 ICFTU는 “자국이 자본유치를 위한 상호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자국 정부를 지지”한 북반구 조직 노동자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책들을 펼쳐왔다. 이러한 ICFTU 정책들은 북반구 정부 그리고 WTO,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과의 ‘협의와 로비’를 통해 추진되어 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효과는 당연하게도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옹호할 능력이 있는 국가들과 그렇지 못한 주변부 국가들 사이에서 차별적으로 나타나며, 따라서 자유무역, 투자 자유화, 산업활동 재배치 등 다양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슈를 다룰 때, ICFTU의 주장처럼 “핵심노동기준 존중”만을 요구하는 것은 특히 남반구 노동자들에게 대단히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이 남북 불평등과 분할, 남북 노동자들의 노동, 생활 조건 악화, 자본의 금융, 투기로의 전환과 고용 파괴를 동반하고 있다면, 특히 북반구 노동자들에 비해 근본적으로 부와 자원 분배에 있어서 약자인 남반구 노동자들에게 ‘신자유주의 과정’ 자체를 문제삼지 않으면서, 단결권과 단체협상권 등의 보장만을 요구하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ICFTU와 북반구 노동자들은 왜 남반구 노동조합 의제에는 신자유주의 반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 모색, 고용과 소득 창출 등이 필연적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비록 현재 ICFTU-WCL 통합 과정이 “세계 노동자계급의 단결”이란 이데올로기 하에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세계노동운동의 주류를 자임해왔던 ICFTU를 비롯한 북반구 주도의 국제노동조직의 역사적 실천에 대한 진지한 자기반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새롭게 탄생할 거대한 통합세계노총은 오히려 북반구 노동자들의 ‘자기 방어’적 실천을 강화하고, 남반구/북반구 노동자들간의 위계와 분할을 더욱 심화시키며, 남북 노동자들의 진정한 ‘단결’을 위한 사고와 실천을 지연시킬 것이다. 나아가 더욱 비대해진 통합세계노총의 관료주의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늘어난 조합원 수를 기반으로 한 ‘로비’ 전략에의 의존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더욱 심각하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ICFTU-WCL 통합 과정이 국제노동운동의 당면 과제에 대한 포괄적이며 민주적인 토론을 동반하지 않음으로서, 주류 국제노동운동에 의한 진보적·민주적·자주적 노동운동의 소외와 배제 경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도 문제이다. 노동자계급의 ‘단결’은 항상적으로 요구되지만, 이는 명백한 비전과 목표, 구체적 실천을 동반하지 않으면 오히려 운동의 발전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잇는 ICFTU-WCL 통합 논의는 1)ICFTU의 북반구 편향적 정책과 실천에 대한 평가, 2)남북 노동자들간의 분할과 위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인식지반 확대, 3)노동계급을 넘어 국제적인 반전/반세계화 사회운동 진영과의 포괄적인 동맹관계 형성을 위한 계획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제들이 논의되지 않는 통합 과정은 국제노동운동의 위기 극복을 위한 사고와 실천을 지연시킬 뿐이다. pssp
지난 8월 1일,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를 통해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의 기본골격(Framework)이 전격 타결되었다. 새로운 무역협상 라운드의 개시 여부를 판가름하는 회의였던 99년 3차 시애틀 각료회의부터 현재까지, 우루과이라운드의 뒤를 잇는 무역협상은 여러 차례 난항을 거듭해왔다. WTO 회원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도국, 최빈국들이 우루과이 라운드 농업개방은 초국적 농기업의 전 세계 농업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여 남반구의 농업 생산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었다며 강력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도국과 최빈국에 자유무역의 혜택을 고루 누리도록 하는 동시에 이들 나라의 ‘개발’을 더욱 촉진시킨다던 ‘도하개발의제’가 오히려 미국 등 선진국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더 이상의 자유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2003년 9월 칸쿤에서 열린 5차 각료회의에서 개도국들은 ‘농산물 수출 개도국 그룹(G21)', '개도국-최빈국 그룹(G90)'등 여러 의견 그룹을 형성하여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에 강력하게 반발해, 결국 각료회의를 무산에 이르게 했다. ‘개도국 및 최빈국’을 위한 협상에서는 이들의 반발로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내지 못했으며, ‘무역의 완전한 자유화’를 표방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앞장서서 이러한 원칙을 훼손하는 상황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협상 진척을 가로막았던 주요 쟁점이 이번 일반의사회에서 어떻게 다루어졌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합의된 ‘기본골격’이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무산된 칸쿤 각료회의, 그 이후 도하 개발의제 협상을 난항에 빠지게 했던 가장 뜨거운 쟁점은 ‘농업협정’이었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의 농업보조금 문제는 ‘자유무역’이 지니고 있는 모순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쟁점이다.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매겨진 농산물 관세를 공산품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고 ‘무역왜곡적’ 농업 보조금을 감축/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대규모 농기업이 세계 농산물 시장을 장악하기에 적합하도록 국제무역시스템을 재편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으며 스스로 표방하고 있는 ‘자유무역’의 원칙을 어기고 있다. WTO가 출범한 이후에도 미국은 농업보조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초국적 메이저 농기업들은 생산비를 절감하여 값싼 농산물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반면 소규모 농가를 기반으로 하는 남반구의 많은 나라들은 관세화와 지속적인 관세감축 조치로 농업시장을 개방하게 되었다. 미국의 농기업이 생산한 싼 값의 농산물은 이렇게 개방된 남반구로 덤핑되고 있다. 남반구의 소규모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산기반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예로, 미국의 면화 생산자들은 1년에 30~40억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다. 이는 면화 수출이 국가 소득의 대부분인 서아프리카 말리의 GDP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며, 미국 농기업의 면화 시장 독점으로 말리를 비롯한 베닌, 챠드, 부르키나파소 등 면화수출국들의 소득은 1년에 10억달러씩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부시행정부는 ‘관세감축’, ‘국내보조금의 실질적인 감축’, ‘수출보조금 철폐’를 원칙으로 하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개시된 이후에도, 그 원칙을 훼손하며 농업보조금을 대폭 확대할 것을 골자로 하는 2002년 농업법(2002 Farm Bill)을 제정했다. 이에 미국의 일방주의와 무역 불평등에 대한 개도국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2003년 칸쿤 각료회의에서 브라질, 인도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은 G21이라는 의견그룹을 형성하여, 북반구의 시장 역시 남반구가 생산한 농산물에 개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이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아프리카 4개국 역시 미국의 면화보조금이 철폐되어야 하고 보조금으로 인한 손실을 미국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하개발의제의 핵심 이슈인 ‘싱가포르 이슈’와 ‘비농산물관세인하협정(NAMA)’역시 남반구 각국의 비판의 대상이었다. 아프리카그룹(AP),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국 그룹(ACP), 최빈개도국그룹(LDCs)의 연합으로 구성된 G90은 투자, 정부조달, 경쟁, 무역원활화 등 이른바 ‘싱가포르 이슈’가 엄밀한 의미에서 ‘무역정책’의 범위를 초과하는 ‘자본의 유출입규제 철폐 및 소유권 보장’과 관련된 것이며, 선진국이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뿐이므로 WTO 내에서 이에 관한 협상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산품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완전한 철폐를 목표로 하는 ‘비농산물관세인하(NAMA)' 협상은 ’개도국·최빈국의 발전을 돕는다‘는 도하개발의제의 명분과는 정 반대로, 남반구의 취약한 산업구조가 세계적인 경쟁에 직접 노출되도록 하여, 탈산업화를 초래하며 실업과 빈곤을 남반구로 이전시킨다고 비판했다. 결국 칸쿤 각료회의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모순을 드러내며 결렬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7월 일반이사회에서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 진 것은 개도국 및 최빈국이 형성하고 있는 여러 의견그룹이 무력화되었음을 뜻한다. 칸쿤 각료회의 무산 이후 미국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불만을 표한 개도국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협상 결렬에 결정적 역할을 한 G21을 파괴하는데 집중해왔다. 칸쿤 각료회의 직후 미국은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페루, 코스타리카, 과테말라에게 G21에서 탈퇴하면 부분적인 시장개방을 제공하겠다고 사탕발림하여 이들을 G21로부터 이탈시켰다. 뒤이어 지난 4월에는 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브라질과 인도가 여타의 농업수출 개도국과 분리되도록 했다. 미국, 유럽연합, 호주, 브라질, 인도를 ‘이해당사자 5개국(Five Interested Parties)’이라 명명하며 팀 그로서 WTO 농업위원회 의장이 기본골격 초안을 작성하는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은 농산물 관세감축 분야에서 ‘점진적인 감축’을 주장해왔던 인도와, 미국의 국내보조금의 실질적인 감축을 주장하는 브라질의 요구를 5개국간의 협의에 따라 수용할 수 있다며 G21의 ‘단결’을 파괴했다. G 90에 대해서도, 7월 중순에 열린 G90 회의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죌릭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을 파견해서 4개의 싱가포르 이슈 중 ‘무역원활화’에 대해서만 협상을 개시한다는 안을 제시해 G90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비농산물시장접근’과 ‘서비스협상’의 진척에 G90이 협조하여 개도국들에게 ‘혜택’을 주는 다자간 무역체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협박하며 압력을 넣었다. 결국 미국은 이런 식으로 해서 7월 일반이사회에서 ‘농업협상’에 대한 브라질, 인도의 동의와 ‘무역원활화’ 협상 개시에 대한 G90의 동의를 이끌어 내고,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데 성공한 것이다. 7월 일반이사회 도하개발의제 기본골격의 내용 7월에 타결된 협상 기본골격은 개도국 의견그룹의 무력화를 바탕으로 합의된 만큼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의 이해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물론 협상의 최종 결과는 2005년 말 홍콩에서 열릴 6차 각료회의 전까지 진행되는 ‘세부원칙(modality)’ 협상을 통해 좌우될 것이지만, 이후 협상은 이 기본골격이 제시하는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 핵심 쟁점이었던 농업협상 기본골격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평가될 만큼 초국적 곡물기업의 농업시장 지배력 확대를 떠받치는 미국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우선 시장접근 분야에서는 ‘구간별 감축’ 방식을 채택하여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별을 두지 않고 관세율에 따라 대상품목을 구간으로 분류하여, 고관세일수록 높은 비율로 감축하도록 했다. 또한 개도국에 한해서 관세감축에 신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특별품목(Special Product)'제도와는 별도로, 선진국 품목에도 해당되는 ’민간품목(Sensitive Product)'을 새롭게 도입하여, 이에 대해서는 관세를 소폭으로 감축하되 의무수입물량을 확대하도록 했다. 수입국그룹이 요구한 관세 상한 철폐는 추후로 미뤄지게 되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수출국 그룹이 주되게 주장했던 ‘스위스공식’의 변형으로 한국과 같이 고관세 품목이 많은 나라일수록 대폭으로 관세를 감축하여 개방으로 인한 타격이 커지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국내 보조분야에서 미국은 결국 2002 농업법이 보장하는 국내보조를 감축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는 농업에 대한 모든 국내보조정책을 신호등 분류방식에 따라 ‘철폐대상’(red box), ‘규제대상’(amber box), ‘허용대상’(green box)으로 분류했다. 추곡수매제와 같은 정부관리가격정책, 생산 및 판매에 관련된 농가소득지원, 투자 및 수송 등에 대한 보조가 규제대상에 포함되며, 생산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득보장, 재해보상, 식량비축 등은 허용대상에 해당한다. 그밖에 ‘생산제한계획하 직접지불’(Blue Box)과 최소허용보조(De-minimis-총 생산액의 5% 미만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감축의무를 면제했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이 제시하고 있는 국내보조 감축 방식은 ‘감축보조대상 총량’(AMS), ‘최소허용보조’(De-minimis), ‘생산제한계획하 직접지불’(Blue Box)을 모두 ‘무역왜곡적 보조’로 규정했다. 또한 이를 합한 총액에 따라 구간별 감축방식을 도입하되, 보조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더 많은 비율로 감축하도록 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미국의 주장에 따라 ‘생산제한계획 없는 직접지불’이라는 새로운 블루박스가 도입된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이번 합의안이 미국의 대규모 국내보조를 대폭 감축할 것으로 보이지만, 감축대상이 되는 보조금의 총량을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양허된 수준이냐, 현행 수준이냐)에 따라, 그리고 현존하는 보조금을 어떤 종류의 보조금으로 분류할 것이냐에 따라 감축 비율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된다. 미국의 2002 농업법에 따라 새롭게 도입된 보조금들은 신설된 “새로운 블루박스”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보조금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경우 공동농업정책(CPA) 2003년 개정안에 따라 보조금의 상당부분을 ‘허용보조’로 전환함에 따라 현행 수준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수출경쟁 분야에서는 수출보조, 상환기간 180일 이상의 수출신용 및 보증보험은 철폐하도록 하고, 180일미만 신용·보증보험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감축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개도국에만 허용되었던 수출보조는 유지하되 ‘모든 형태의 수출보조가 철폐되는 시점을 지나서 합리적인 기간까지’ 인정한다는 단서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철폐 기한은 명시하지 않고 이후 진행될 세부원칙 협상 결과에 맡김에 따라 이러한 원칙이 현실화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개도국들에게는 관세를 대폭 감축하도록 하여 개방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반면, 농산물 무역에 있어서 불평등을 심화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보조금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취지와 어긋나도록 현행대로 유지할 여지를 남기게 된 것이다. 7월 일반이사회가 끝난 후 미 무역 대표 로버트 죌릭은 “현재 지급되는 보조금 총량이 191억 달러이지만, 기본골격이 제시하는 대로 계산했을 때 허용되는 보조금은 490억”이라며 “2002 농업법에 따른 보조금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에도 불구하고 현행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 미국이 잃은 것은 없다”고 했다. 농업협상에 비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지만, ‘비농산물시장접근(NAMA)', ’서비스‘, ’무역원활화‘ 분야에서도 미국이 잃은 것이 없다는 게 대체로 동의되는 분석이다. ’비농산물시장접근‘ 분야에서는 관세가 높은 품목일수록 감축률을 높게 하는 ’비선형 공식‘이 채택되었다. ’개도국에 대한 신축성 부여‘의 문제는 이후 진행될 세부원칙 협상 구체적으로 논의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공식‘을 통해 관세 감축률을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한 개도국이 양허 품목과 감축률을 신축적으로 조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석된다. 또한 신속한 관세 철폐를 위한 ’분야별 접근‘에도 개도국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취약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개도국 및 최빈국에 큰 타격을 가져다 줄 것이어서 칸쿤 각료회의에서 채택되지 못했던 ’데르베스 초안‘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10여개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제로관세동맹(Zero Tariff Coalition)은 ’세계적인 차원의 감세와 규제완화를 이루어 내는데 한걸음 다가서게 되었다‘며 이를 환영했고, G90은 ’남반구의 탈산업화, 실업의 확대, 빈곤의 심화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비스협상에 관해서는 2003년 6월로 양허안 제출 시한이 정해졌으나 제출국이 147개 회원국 중 20여개국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 시한을 2005년 5월로 연장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공공서비스 사유화에 따른 파괴적 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부분의 개도국이 선뜻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표면적으로나마 서비스 협상을 신속하게 진전되도록 한다는 데에 동의를 얻은 셈이다. ’싱가포르 이슈‘에 대해서는 4개 이슈 중 하나인 ’무역원활화‘ 분야에 대해서만 협상을 개시한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나머지 분야에 대해서는 미국이 신흥 주식시장으로 삼을 나라와 양자간 협상을 통해 추진한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다. 도하개발의제 기본골격 타결의 의미 도하개발의제는 ‘실질적이고 완전한 무역자유화’를 달성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WTO 회원국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개도국 및 최빈국의 의무만을 지시할 뿐이다. 진짜 목표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적합한 무역 규범을 세우는 것이고, 이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남반구에, 그리고 전 세계 민중에게 전가된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농산물이 자유무역의 대상이 된 후 고작 10개의 농기업이 세계 농산물 시장의 90%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종자나 생명공학 분야, 농약, 비료 등을 생산하는 농화학 분야, 식품 가공 및 유통 분야 등 농업 및 식량과 관련된 모든 분야들을 통제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되는 동안 남반구의 소규모 농가들은 경쟁에서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으로 초국적 농기업은 남반구에서 재배되는 품종을 개조하여 특허를 매겨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종자를 채취하고 보관하는 과정에 대한 농민의 권리와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수 천년에 걸쳐 개발하고 보존해온 전통적인 지식에 관한 권리는 초국적 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다. 식량을 자급자족하던 나라들은 이제 식량을 초국적 기업들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농민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거나, 값싼 임금에 이 기업들에 고용되어 착취당하고 있다. 한국의 농민들은 WTO가 출범한 이후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빚더미에 올라 농약을 들이키고 목숨을 끊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국적 자본의 활동 영역을 확대하려는 서비스협정은 교육, 의료, 에너지, 물 등 삶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접근권 마저도 박탈하고 있다. 이번 일반이사회에 참여한 회원국의 수가 전체 147개국 중 고작 40여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가 ‘불충분한 동의’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드러내준다. 미국은 각종 회유와 협박으로 ‘기본골격’을 타결하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개발’이라는 떡고물이 도하개발의제를 통해 달성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남반구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더구나 이토록 불평등한 무역 체계 아래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삶의 위기 속에서 신음하는 전 세계 민중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한다. 이번 9월, 멕시코 칸쿤에서 목숨을 바쳐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시키는 WTO의 수레바퀴를 멈추고자 했던 농민 이경해 열사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한국의 100만 민중이 일어서고, 세계의 농민들이 동참한다. 토지와 종자에 대한 권리, 식량에 대한 권리, 지식에 대한 권리, 의료·교육·에너지·문화 등 필수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 의약품에 대한 귄리를 되찾고자 하는 세계 민중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민중들의 삶과 권리가 존중되는 세계화를 쟁취하는 것은 이러한 민중들 스스로의 투쟁에 달려있다.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상 기본골격 합의안의 의미와 9월 10일 이경해열사 정신계승 식량주권 수호 투쟁의 의의 "WTO가 농민을 죽인다" 오는 9월 10일은 WTO 5차 각료회의가 열리던 멕시코 칸쿤에서 농민 이경해 열사가 DD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내던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WTO가 농민을 죽인다"라는 열사의 유언은 우루과이 라운드로 농산물이 자유무역의 대상이 된 후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들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 현재, 고작 10개의 농기업이 세계 농산물 시장의 90%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종자나 생명공학 분야, 농약, 비료 등을 생산하는 농화학 분야, 식품 가공 및 유통 분야 등 농업 및 식량과 관련된 모든 분야들을 통제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대량 생산한 농산물이 남반구 국가들에 싼값에 쏟아지면서 소규모 농가들은 경쟁에서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으로 초국적 농기업은 남반구에서 재배되는 품종을 개조하여 특허를 매겨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되어, 종자를 채취하고 보관하는 과정에 대한 농민의 권리,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수천년에 걸쳐 계발하고 보존해온 전통적인 지식에 대한 권리는 초국적 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다. 식량을 자급자족하던 나라들은 이제 식량을 초국적 기업들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농민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거나, 값싼 임금에 이 기업들에 고용되어 착취당하고 있다. 당시 칸쿤 현지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모순 속에서 설 땅을 잃고 자살을 택한 농민들이 수없이 많았다는 사실이 증언되었다. 한국에서도 WTO가 출범한 이후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부채에 허덕이던 많은 농민들이 농약을 들이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경해 열사의 죽음은 우발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WTO가 만들어낸 분노스러운 현실 자체였던 것이다. WTO가 파괴한 농민들의 권리를 되찾고자 했던 열사의 뜻은 현재 쌀 재협상과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상에 반대하여 식량주권을 쟁취하고자하는 농민들의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쌀 지키기 식량주권 수호 국민운동본부'는 오는 9월 6일~12일을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 추모주간'으로 선포하여, 이경해 열사의 1주기가 되는 9월 10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100만 농민이 집결하여 투쟁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소농조직 '비아캄페시나' 소속 각국 농민단체 대표들도 서울과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한편, 지난 7월 말 WTO 일반이사회에서 초국적 농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미국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된 도하개발의제( DDA) 협상 기본골격(Framework)이 합의되었다. 바로 뒤이어 정부는 '2005년 추곡수매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섰다. 현재 진행 중인 쌀 재협상에서 노무현 정부는 '농민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공허한 말만 되풀이하며 쌀 개방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에, 농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은 기만이다! : 칸쿤 5차 각료회의 결렬∼ 7월 일반이사회 기본골격 합의 농업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매겨진 농산물 관세를 공산품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고 '무역왜곡적' 농업 보조금을 감축/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대규모 농기업이 세계 농산물 시장을 장악하기에 적합하도록 국제무역시스템을 재편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은 오히려 스스로 표방하고 있는 '자유무역'의 원칙을 어기고 있다. WTO가 출범한 이후에도 미국은 농업보조금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관세화로 남반구의 농업시장은 개방되어 미국의 농기업이 생산한 싼 값의 농산물은 남반구로 덤핑되지만, 남반구의 소규모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산기반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부시행정부가 도하개발의제 원칙을 훼손하며 농업보조금을 대폭 확대할 것을 골자로 하는 2002년 농업법(2002 Farm Bill)을 재정하고 나서자, 미국의 일방주의와 무역 불평등에 대한 개도국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에, 2003년 칸쿤 각료회의에서 브라질, 인도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은 G21이라는 의견그룹을 형성하여, 북반구의 시장 역시 남반구가 생산한 농산물에 개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이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높은 수출보조금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연합과 공조하여 농업 보조금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있을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결국 칸쿤 각료회의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모순을 드러내며 결렬에 이르렀다. 칸쿤 각료회의 무산 이후 미국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불만을 표한 개도국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협상 결렬에 결정적 역할을 한 G21을 무력화시키는 데 집중해왔다. G21에서 탈퇴하면 부분적인 시장개방을 제공하겠다는 사탕발림으로 결국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페루, 코스타리카, 과테말라를 이 그룹으로부터 이탈시켰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유럽연합, 호주, 브라질, 인도를 '이해당사자 5개국(Five Interested Parties)'이라 명명하며 팀 그로서 WTO 농업위원회 의장이 기본골격 초안을 작성하는데 브라질과 인도가 동참하도록 했다. 아예 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브라질과 인도가 여타의 농업수출 개도국과 분리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지난 7월 일반이사회에서는 이 5개국의 합의를 바탕으로 도하개발의제 협상 골격이 합의되기에 이르렀다.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상 기본골격안의 의미 7월 일반이사회 합의문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부속서 A는 이후 진행될 농업협상의 기본 골격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내년 12월로 예정되어 있는 6차 홍콩 각료회의 전까지 진행될 세부원칙 협상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평가될 만큼 초국적 곡물기업의 농업시장 지배력 확대를 떠받치는 미국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우선 시장접근 분야에서는 '구간별 감축' 방식을 채택하여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별을 두지 않고 관세율에 따라 대상품목을 구간으로 분류하여, 고관세일수록 높은 비율로 감축하도록 했다. 또한 개도국에 한해서 관세감축에 신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특별품목(Special Product)'제도와는 별도로, 선진국 품목에도 해당되는 '민간품목(Sensitive Product)'을 새롭게 도입하여, 이에 대해서는 관세를 소폭으로 감축하되 의무수입물량을 확대하도록 했다. 수입국그룹이 요구한 관세상한 철폐는 추후로 미뤄지게 되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수출국 그룹이 주되게 주장했던 '스위스공식'의 변형으로 한국과 같이 고관세 품목이 많은 나라일수록 대폭으로 관세를 감축하여 개방으로 인한 타격이 커지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국내 보조분야에서 미국은 결국 2002 농업법이 보장하는 국내보조를 감축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는 농업에 대한 모든 국내보조정책을 신호등 분류방식에 따라 '철폐대상'(red box), '규제대상'(amber box), '허용대상'(green box)으로 분류했다. 추곡수매제와 같은 정부관리가격정책, 생산 및 판매에 관련된 농가소득지원, 투자 및 수송등에 대한 보조가 규제대상에 포함되며, 생산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득보장, 재해보상, 식량비축 등은 허용대상에 해당한다. 그밖에 '생산제한계획하 직접지불'(Blue Box)과 최소허용보조(De-minimis-총 생산액의 5% 미만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감축의무를 면제했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이 제시하고 있는 국내보조 감축 방식은 감축보조대상 총량(AMS), 최소허용보조(De-minimis), 생산제한계획하직접지불(Blue Box)를 모두 '무역왜곡보조'로 규정하여 이를 합한 총액에 따라 구간별 감축방식을 도입하되, 보조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더 많은 비율로 감축하도록 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미국의 주장에 따라 '생산제한없는 직접지불'이라는 새로운 블루박스가 도입된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이번 합의안이 미국의 대규모 국내보조를 대폭 감축할 것으로 보이지만, 감축대상이 되는 보조금의 총량을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양허된 수준이냐, 현행 수준이냐)에 따라, 그리고 현존하는 보조금을 어떤 종류의 보조금으로 분류할 것이냐에 따라 감축 비율은 크게 달라질것이라고 분석된다. 미국의 2002 농업법에 따라 새롭게 도입된 보조금들은 신설된 "새로운 블루박스"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보조금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경우 공동농업정책(CPA) 2003년 개정안에 따라 보조금의 상당부분을 '허용보조'로 전환함에 따라 현행 수준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수출경쟁 분야에서는 수출보조, 상환기간 180일 이상의 수출신용 및 보증보험은 철폐하도록 하고, 180일미만 신용·보증보험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감축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개도국에만 허용되었던 수출보조는 유지하되 '모든 형태의 수출보조가 철폐되는 시점을 지나서 합리적인 기간까지' 인정한다는 단서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철폐 기한은 명시하지 않고 이후 진행될 세부원칙 협상 결과에 맡김에 따라 이러한 원칙이 현실화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개도국들에게는 관세를 대폭 감축하도록 하여 개방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반면, 농산물 무역에 있어서 불평등을 심화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보조금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의 취지와 어긋나도록 현행대로 유지할 여지를 남기게 된 것이다. 7월 일반이사회가 끝난 후 미 무역 대표 로버트 죌릭은 "현재 지급되는 보조금 총량이 191억 달러이지만, 기본골격이 제시하는 대로 계산했을 때 허용되는 보조금은 490억"이라며 "2002 농업법에 따른 보조금은 도하개발의제 협상에도 불구하고 현행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 미국이 잃은 것은 없다"고 했다. 도하개발의제협상과 쌀 재협상 7월 일반이사회 합의문에는 "도하개발의제의 타결 시한을 2004년 12월 31일로 정했던 2001년 도하각료선언문 45항의협상일장을 연장하여 계속 협상을 진행하고 6차 각료회의를 2005년 12월 홍콩에서 개최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쌀 재협상의 만료시점 또한 2005년 말까지 연장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95년 농업협정이 개도국에 부여된 '특례지위'에 따라 쌀 관세화가 10년간 유예되었고, 이 유예기간을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재 진행중인 쌀 재협상이다. 그런데, 이번 일반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95년 농업협정의 개도국 특례 지위 역시 2004년 12월 31일 이후로 연장되었기 때문에 쌀 재협상 만료시점 역시 동일하게 연장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외교통상부의 협상대표들은 2004년 말까지 관세화 유예 연장이 결정되지 않으면, 2005년부터 자동적으로 관세화조치가 적용된다는 '자동관세화론'을 제기하며, 올 연말까지 쌀 재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통부 조차도 관세화가 되더라도 관세율을 결정하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관세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자동관세화'론은 타당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3차 협상의 단계에 들어선 쌀 재협상에서 미국·중국·캐나다 등 협상 대상국들은 관세화 유예의 조건으로 현행 국내소비량(1986년∼88년 기준) 4%로 설정되어 있는 최소시장접근물량(의무수입물량)을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최소시장접근물량으로 수입되는 쌀을 국내시장에서 민간업자에 의해 판매되도록 허용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관세화 유예'가 기본 원칙이지만 유예의 조건으로 의무수입물량 확대와 민간판매가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관세화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실제로 아무런 원칙도 입장도 없이 다수 민중들의 생존이 달린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더해 지난 8월 7일, 농림부는 추곡수매가의 국회동의 절차 폐지와 가격 관리를 목표로 하지 않는 공공비축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상 기본골격이 타결됨에 따라 농업협상이 급진전을 이룰 것이고, 이에 따라 추곡수매제는 농업협상이 지정하는 '감축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2005년 말까지 지속될 세부원칙 협상과 쌀 재협상 만료기간의 연장 가능성을 애써 눈감으며 농업개방을 서두르고 농민들의 제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민중의 보편적인 권리를 옹호하는 투쟁에 함께하자! '실질적이고 완전한 무역자유화를 달성'하여 '그 혜택을 전 세계 민중이 고루 누리도록 한다'며 WTO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오히려 정 반대로 무역구조에 있어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민중들의 권리를 고스란히 초국적 농기업의 손아귀에 넘겨주고, 위기의 비용을 남반구와 전 세계 민중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에 남반구의 소규모 농가를 몰락시키고 수많은 농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세계적인 차원의 재앙을 불러온 WTO에 맞선 농민들이 세계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다. 토지를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데 이용하고, 고유한 종자를 유지 보관하며, 비료와 농약을 필요에 따라 선택해서 사용하는 등 농업 생산과 유통 전반을 통제하는 것은 생산을 직접 담당하는 농민들의 고유한 권리이다. 또한 안전한 식량을 필요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은 민중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권리이다. 세계의 농민들은 이를 '식량 주권'으로 정의하며, 이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WTO가 농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월 6일부터 12일까지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 쌀 재협상·도하개발의제 협상 중단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전국 곳곳이 그 투쟁의 현장이다.
8.17 고용허가제 시행에 부쳐 고용허가제 : 관리와 통제, 억압과 착취의 또 다른 이름 "외국인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 관리함으써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하고 올해 8월 17일부터 시행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 Employment Permit System, EPS)에 들어 있는 법률의 목적에 대한 규정이다. 이 법률의 목적은 결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이주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 통제함으로써 한국 자본주의를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동안 만악의 근원인 산업연수제 속에서 이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의 신분으로 위장하여 가장 하층의 저임금 노동으로 활용하고, 이를 참지 못하고 사업장을 이탈하는 노동자의 불법체류를 구조적으로 조장하여 또 다른 저임금 노동자군을 형성시켰던 정책기조의 연장선에서 고용허가제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는 사업주는 1개월간 내국인 구인노력을 한 후 고용신청을 하게 되고, 산업인력공단은 정부가 인력송출양해각서를 맺은 필리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태국, 몽골, 베트남 등의 국가로부터 노동자를 도입하여 해당 사업장에 배치하게 된다.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수준이나 이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초과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등의 비용을 합치면 100만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인권이 신장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주노동자들을 관리·통제하고 억압·착취하는 제도이다. 첫째,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게 된다. 사업체가 휴·폐업하거나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나은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순간 그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가 된다. 둘째,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노동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하지만,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게 되어 있어서 사업주가 모든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계약을 거부하면 계약해지가 되고 이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철폐되어야 할 산업연수제도가 병행 유지됨으로 인해 구조적 폐해는 계속된다. 갖은 인권침해와 비리의 온상인 산업연수제도는 저임금 노동착취, 미등록 불법체류를 구조적으로 양산한다. 넷째, 기존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면 사면 없이 강제적인 단속추방만 강행하고 있다. 노예와도 같은 삶을 강요한 책임은 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지 않고 인간사냥하듯이 단속추방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단속추방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6월말 16만 6천명에서 7월말 17만 2천명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고용허가제는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로서 살아온 이주노동자들을 내쫓고 정부와 자본의 통제아래 '3년 단위'로 이주노동자들을 가져다 쓰고 다시 내쫓는 것을 반복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주노동자 노동권 쟁취는 노동운동의 중요한 과제 이주노동자의 발생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이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 자유, 자유롭게 노동할 권리는 노동자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국민국가의 경계는 지배계급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것이지, 노동자 계급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세계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의 결과로 저개발 국가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는 것은 그들에겐 생존의 문제이며, 그래서 당연한 그들의 생존권적 권리이다. 또한 초국적자본에 의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동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아시아에서의 이주노동의 확산은 이 지역 민중들의 황폐화된 삶의 조건 속에서 급격히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를 침범하는 이해관계의 대립 구도로 사고하는 한, 이주노동자 문제는 영원히 풀릴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제일 뿐이며, 노동자 국제 연대의 당위성과 국내 노동자 계급의 보호라는 양자에서 남한 노동자 운동은 갈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계 경제 호황기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시기에는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호황기에 자본은 단순히 국내 노동력의 부족을 보충하는 이주노동자의 역할에 만족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을 유입하였고 국내의 노동자와 대립 구도가 크게 형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윤율의 급격한 저하로 구조적 위기에 봉착한 신자유주의는 노동계급을 분할하고 노동조건을 저하시킨다. 저임금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통해 내국인 노동자의 노동조건 저하를 의도하여,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이해 관계의 충돌을 기획한다. 그러므로 국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주권국가의 이해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충돌한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주노동자로 인해 국내 일자리가 잠식당하고 노동조건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인종, 성, 계층의 분할선을 이용하여 내국인과 외국인,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갈라놓으면서 노동의 불안정화를 강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노동자의 이름으로 단결해야 하는 것처럼, 이주노동자와 한국노동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와 노동권 쟁취는 남한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운동을 노동자운동의 강력한 힘으로 성장시키고, 국제 노동자연대를 위한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 노동자 민중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방향으로 투쟁과 연대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이주노동자운동과 그 주체 형성에 연대하자! 남한 자본주의의 의도는 분명하다. 이윤율의 급격한 저하에 따른 세계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속에서 불안정 노동의 확산과 노동유연화 정책의 추진이 생존을 위한 극히 불안한 대안인 것이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동의 분할과 위계화를 획책하여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저가 다단계 하청구조를 통해 파견노동과 사내 하청이라는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를 노동 대중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위계적 불안정 노동의 최하층에 이주노동자들의 오늘의 현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당장의 자신의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비정규직을 용인하고 연대하지 못하는 순간 자신의 노동마저 불안정노동으로 강요되어 되돌아오듯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 무관심한 채 외면한다면, 이는 바로 전체 노동조건의 동반 하락으로 드러날 것이다. 이주노동자운동에 대한 남한 민주노조운동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단속추방 분쇄,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산업연수생 제도 철폐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은 힘겹게 투쟁해 왔다. 명동성당에서는 280일 가까이 농성을 해오고 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부정당한 채 온갖 인권 유린과 노동착취 속에서 자연스럽게 저항을 표출하였고, 자본과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스스로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지속해 온 것이다. 그러한 투쟁의 결과로 정권이 내놓은 제도개선의 결과물이 바로 고용허가제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의 개선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 운동을 무력화시키고 이주노동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하여 만든 법안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없이 오로지 사용자의 의사에 의해서만 자신의 노동이 허용되는 제도에서 어떻게 노동자로서의 지위와 권리가 보장될 수 있겠는가? 고용허가제 시행에 맞추어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살인적인 강제단속과 추방과 이미 20여 만명에 가까운 불법체류자 양산은 고용허가제가 이미 실패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이름만 바뀐 산업연수생 제도의 연장판이며, 현재의 이주노동자들을 내쫓고 이후에도 계속적인 단기 순환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장기 체류를 막아, 이주노동자운동이 자주적 계급적 노동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으려는 반노동자적 정책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주노동의 자유롭고 합법적인 권리를 위한 노동허가제로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시민단체와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에서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관련 규정 및 부칙 2조의 경과 규정을 개정하는 것으로 운동의 방향을 잡으려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하나를 얻기 위해 구조적 문제를 용인하는 것이며 이주노동자들이 운동의 주체로서의 성장하는 것을 지체시키는 단기적 대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고용허가제를 일부 개정하는 선에서 고용허가제를 인정하는 순간, 이후 고용허가제를 넘어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투쟁으로 나아가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의 운동은 이주노동자운동의 주체가 이주노동자 내부에서 형성되고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법개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투쟁을 통해 운동의 역량을 높이는 방향 속에서 배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한국의 활동가들이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며 그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헌신해 왔다.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노동자운동의 국제 연대의 훌륭한 모범이라 할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단계를 넘어 이주노동자들 스스로가 운동의 주체로서 확고히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은 스스로의 운동의 성격과 목표에 대하여 인식을 분명히 하고 남한 이주노동자운동의 주체임을 선언하였다. 이주노동자운동이 성장 발전하여 노동운동의 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남한 노동운동은 연대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자프 -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아니라 부시가 이 반란에 불을 붙였다 밀란 라이 (2004. 8. 13) (원문은 http://www.zmag.org/CrisesCurEvts/Iraq/IraqCrisis.cfm)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