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막: 모하메드 아타(Mohammed Atta) 아타는 이집트의 한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수재였던 그는 카이로에서 건축학교를 마친 후 독일 함부르크로 유학을 가서 도시계획을 공부할 수 있었다. 그는 1995년 '이슬람 도시' 카이로를 관광지로 전환하려는 이집트 정부의 도시계획에 관한 연구를 위해 독일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 받고 다른 두 동료 학생들(독일인)과 함께 이집트로 돌아왔는데, 거기서 그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경험을 하게 된다. 당시 이집트 정부는 도시계획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거리에서 내쫓고, 양파와 마늘 상인들을 근절시키고, 문자 그대로 그들을 대신해서 문화적 풍모를 갖춘 시민을 연기할 배우들을 데려와 거리를 꾸미려 했다. 아타와 그의 동료들은 이에 거부감을 느껴 이집트 정부에 항의했지만 정부 관료들은 이러한 그들의 반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게다가 아타는 모든 것이 세습되는 족벌주의가 만연한 그곳에서 졸업 후에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절망했다. 당시 이집트는 자신의 경제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고학력자를 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이로에서 연구를 계속할수록 아타는 정부에 대해 더욱 비판적이 되어갔다. 그는 정부의 계획이 유서 깊은 카이로를 이슬람식 디즈니랜드로 만들려는 것이며 이는 이집트 정부가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으려는 데서 생긴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2001년 9월 11일, 그는 비행기를 몰고 세계무역센터를 향해 돌진해 들어간다. 그로 인해 3000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세계는 경악했다. 그것은 비극(tragedy)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정작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타가 이집트에 돌아갔을 때 가졌던,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던 경험의 예외적인 성격이 아니라 반대로 그것의 지독한 진부함이다. 제 3세계 혹은 '주변'에 속한 국가에서라면 어디서나 발견될 수 있을 만한 흔한 일―정부에 의한 도시빈민촌의 철거, 노점상 탄압, 실업자 양산 등의 문제들―을 겪고 그가 '테러리스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나는 그것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 문제는 그것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점에 있다. 그가 '사회적' 운동과 결합하여 자신의 문제의식을 풀어나가는 대신 '반-사회적인' 테러리스트가 되었다는 결론만 제외한다면 마치 운동권 청년의 자기 고백을 듣는 듯 귀에 익은 아타의 뒷 이야기에는 따라서 무언가 설명되지 않은 것이 있다. 1952년 군주제를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은 낫세르(Gamal Abdel-Nasser)의 지도 하에서 이집트는 진보적인 아랍 민족주의의 유례없는 부흥을 경험했다. 과거 군주제 하에서는 2차 대전 이후 급성장한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무슬림 형제단(50만 회원)―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는데, 낫세르는 집권 후 이들을 주변화시키는 데에 완전히 성공했던 것이다. 낫세르에 대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암살기도가 있은 후 그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졌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사정을 바꾼 것은 낫세르의 개혁정책이 가졌던 급진성이었다. 1956년 외국에 넘어가 있던 수웨즈 운하 소유권의 회복과 그에 이은 이스라엘-프랑스-영국 삼자 동맹의 이집트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낫세르를 제 3세계 해방 운동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는 토지를 재분배하고 외국 소유의 산업들을 차례로 되찾아옴으로써 이집트인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고 교육 체계의 민주적 개혁을 통해서 이집트를 진보의 길로 안내했다. 이 모든 것들이 이집트 내의 이슬람 근본주의를 약화시켰고, 더 나아가 아랍 및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 다양한 민족주의 운동들을 고무시킬 수 있었다. 한 편 친미적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그 당시 정치·군사적 권력을 쥐고 있던 사우드 왕가와 종교적 권력을 쥐고 있던 와하비족 사이의 뿌리깊은 분쟁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이집트에서 일어난 민족주의 운동의 부흥과 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이집트-소련의 동맹 형성이 이들의 협력을 강제했다. 이때부터 반민족주의적이고 반공주의적인 와하비족의 이슬람 근본주의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배이데올로기로 자리잡는다. "아랍 냉전"이라고 불리는 친미-사우디와 친소-이집트 사이의 이러한 대결은 1962년에 절정을 맞이한다. 이집트는 반제국주의적 아랍민족주의와 결합된 "사회주의"를 선언하게 되고, 그 반대편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는 무슬림 세계연맹(Muslim World League)을 창설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미국 CIA의 지원을 받아 활동했던 무슬림 세계연맹의 목표가 민족주의,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반동적 이슬람주의를 선동하는 것에 있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결정적으로 힘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67년 이스라엘이 거둔 6일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점으로 해서였는데, 이 사건은 아랍권의 이슬람 근본주의에 불을 지름으로써 사우디 아라비아의 입지를 획기적으로 강화시켜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1979년 호메이니에 의해 주도된 이란 혁명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호메이니의 이슬람 근본주의는 반공주의적인 사우디의 그것과 구별되는 반서구적 성격을 갖고 있었고, 그것은 세력이 약화된 이집트의 반-제국주의를 우익적으로 전위된 형태 하에서 다시 취하는 것이었다. 이란 혁명과 동시에 발발한 소련의 아프간 침공이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지형의 변화를 완전히 굳혀버린 것은 당연했다. 아프간전에서 사우디와 이란은 누가 더 급진적인가라는 근본주의 경쟁에 연루되었고, 이러한 경쟁은 그 양자를 서로 대립시키면서도 끊임없이 닮아가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적보다 더 급진적이기 위해서는 적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내가 이미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과정의 배후에 소련을 의식한 미국의 다양한 지원이 있었다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미국은 반-서구적 이슬람 근본주의의 창궐에 대해 이중적인 책임이 있다. 그들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직접적으로 지원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아랍권 내의 좌파적 운동 및 민족주의 운동을 붕괴시킴으로써 이슬람 근본주의 이외의 그 어떤 이데올로기적인 대안도 가질 수 없는 상황으로 대중들을 몰아넣었던 것이다. 사회적인 모순과 적대를 해결하지 않고 투쟁하는 진보적인 사회운동세력들만을 파괴했을 때, 불만은 전위된 다른 경로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냐하면 억압된 것은 반드시 돌아오게 마련이며, 그것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일그러지고 왜곡된 병리학적인 형태로 복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불쌍한 '아타'가 잔혹한 테러리스트 '아타'로 변하게 된 것도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진보적인 운동세력의 총체적인 부재라는 상황 속에서 전망을 찾을 길 없는 그의 분노가 반서구적 이슬람 근본주의에 자신을 결합시켰던 것은 거의 자연적인 필연성을 갖는 과정이었다. 제 2막: 크레온 테바이의 궁전 앞으로 이스메네를 불러낸 안티고네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방금 왕[크레온]께서 테바이에 선포하셨다고 하는 새로운 포고는 무엇이냐? … 우리 친구들이 우리 원수가 될 운명이라는 것을 너에게는 감추더냐? … [전쟁에서 죽은 두 오빠 가운데] 에테오클레스 오빠는 바르고 법도에 맞는 정당한 의식으로 땅에 묻어 저 세상에서 고인들과 함께 영광을 누리게 한다는 거야. 그러나 폴류네이케스 오빠의 불쌍한 시체는 거리에 내놓고 매장도 못 하게 하고 조상도 금지한다는 소문이야."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의 서두에 나오는 이 몇몇 구절들 속에서 우리는 이미 무한한 테마(혹은 차라리 무한히 다르게 반복될 수 있는 테마)를 만난다. 전쟁, 통일된 삶(united life)의 파괴, 국가와 가족 간 갈등의 출현, 공동체 내부의 소속들의 경합, 즉 '전쟁의 내전으로의 전화'라는 일련의 테마를 말이다. 헤겔이 『정신현상학』의 '진정한' 출발점(현실 역사의 출발점)에 위치시켜 분석했고, 레닌이 그의 눈앞에서 전개되던 제국주의 전쟁의 성격을 분석하고자 활용했던 이 테마는 바로 '비극'의 테마였다. 그러나 비극은 '운명의 인과율'을 통해서만 비극이 될 수 있다. 폴류네이케스 오빠의 시신을 땅에 묻으려고 한 안티고네에게서 국가의 "정당한" 권위에 대항한 반-사회적 개인의 이미지만을 본 크레온이 주변의 모든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동굴 속에 산채로 '매장'하려고 했을 때, 그가 보지 못하고 있던 것은 정확히 안티고네의 존재가 자신의 외부가 아닌 내부라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아들 하이몬의 약혼녀인 안티고네를 죽이면서 그것이 역으로 자신의 존재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은 채 깨끗이 사라져 주리라고 크레온이 믿을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의 정당함만을 보게 되는 의식의 맹목성에 지배되는 내란(소속들의 경합)의 상황 속에 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이몬이 안티고네와 함께 자살하고 이어 자신의 아내 에우류디케가 자살한 것을 전해 들은 크레온은 이렇게 울부짖는다. "아, 이 죄는 도저히 다른 사람한테 전가할 수 없는 것이구나! 내가, 그렇다, 내가 죽였다." 비극 혹은 운명의 인과율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타자와 동일자의 차이가 언제나 '내적인 차이'라는 점이다. 양자의 존재는 단순하게 분리될 수 없으며, 그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동일성이란 과정으로서 차이화(differentiation)가 가져오는 상대적인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자기자신과 내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타자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가 곧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로 드러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타자의 존재가 억압될 수는 있다고 할지라도 파괴될 수는 없으며 다시 돌아와 동일자의 뒷덜미를 잡아채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와 분리 가능하다고 믿었던 타인의 존재('주체'란 이러한 착각을 우리가 이름짓는 하나의 방식일 것이다)가 사실은 동일자 자신의 내부를 항상 이미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쟁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비극적인 파국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오직 그들이 모종의 상호 인정(mutual recognition)에 도달함으로써 일방성 없는 시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우뿐이다. 발리바르는 최근에 쓴 자신의 글 「유럽: 사라지는 중재자」에서 이렇게 말한다. "비극의 교훈 … 그것은 "내전"에 관련된다 … 장기 20세기의 "유럽적 내전"으로부터 하나의 교훈이 도출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떠한 "절대적 승리"도 불가능하며, "적(敵)"에 대한 어떠한 최종적 억압이나 중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언제든 "최종적"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당신은 더 많은 파괴와 자기-파괴의 조건들을 창출한다. 그러한 상호절멸에는 "끝"이 없다. 아니, 차라리 이렇게 말하자. 그것은 오직 그 상호절멸의 적법성이 근본적으로 제거될 때, 그리고 제도화된 집단적 대항-권력들이 나타날 때에만 끝날 수 있다고." 제 3막: 어떤 이름 모를 요르단 남자 냉전 이후 미국은 지구상의 유일한 헤게모니 국가로 독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은 오래지 않아 이를 제국적 지배의 야심으로 전환시켰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1990년대 중반부터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클린턴 정권 하에서 제출된 1996년 Joint Vision 2010과 1997년 4년차 국방 보고서에 등장한 이러한 변화는 '방어'(defense) 개념을 대신하여 (사실상 지배(domination)의 완곡 어법인) US의 '우세'(dominance) 개념을 자신의 군사전략 목표로 설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적에 대한 '저지'(deterrence) 개념의 의미 자체가 변하는데, 과거에는 적들의 행동(acting)을 막는 것이 과제였다면, 이제 적들을 반응(reacting)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과제가 된다. 바꿔 말해서, 미국이 자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거기에 대한 '반응'으로 나오는 적들의 저항을 분쇄시키는 방향으로 군사정책이 이동한 것이다. 2001년 9·11 테러공격이 발발한지 며칠 후 미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에 의해 제출된 4년차 국방 보고서는 이러한 US의 '비대칭적 우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식별된 적들의 실제적인 위협에 기반한 대응전략(threat-based-strategy) 대신 가설적인 적들의 잠재적 군사 역량에 기반한 대응전략(capabilities-based-strategy)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방 전쟁" 및 "선제 공격" 개념을 정당화하기 시작하는 이러한 계획은 따라서 (테러리즘과 같은) '비대칭전'에 대한 허점을 커버하기 위해 기존의 군사·외교 정책들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강화하는 방향을 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다윗의 작은 돌멩이를 걱정한 골리앗은 이제 자신의 미련한 덩치를 보다 더 크게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군사정책 상의 변화는 1999년이래 나타난 기하급수적인 국방비의 증가로 이어진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2002년-2003년 회계연도에 379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국방비를 책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강대국의 국방비를 모두 합친 금액과 맞먹고 EU 및 NATO의 회원국들의 국방비를 전부 합친 것의 두 배가 넘는다. 한 마디로 미국은 현재 제국으로 전환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국으로의 전환은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군사적인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초민족적인 금융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경제적인 수단을 통해 하나의 민족국가가 제국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테러는 이러한 미국의 제국으로의 전환에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으며, 미국은 아프간 침공을 필두로 "끝없는"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2003년 3월 20일 마침내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한다. UN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전 세계 시민들의 반전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결국 이라크를 침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들이 석유에 눈이 멀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많은 전쟁의 비판가들은 이라크 침략전쟁의 목적이 단지 석유에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사태를 너무 단순화시키는 것일 수 있다. 석유는 탐나는 훌륭한 전리품임에 분명하지만, 미국이 그 모든 국제사회의 법들을 명시적으로 어기고 모든 반대를 무릅쓴 채 침략전쟁을 감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정당화시킬 수 있는 이데올로기를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우익적인 인사들은 기만으로 가득 차 있고 그들이 내뱉는 말들은 언제나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에 젖어있지만, 사실 나는 이것이 하나의 함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배 이데올로기는 무엇보다도 지배계급 스스로가 믿을 수 있는 이데올로기여야 한다. 근본적으로 우익적 인사들도 자신의 올바름을 신실하게 믿고 있지 않다면 그들은 끝까지 일관된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로 무서운 것은 그들이 그것을 철저하게 곧이곧대로 믿고 있다는 사실이며, 자신의 정당성만을 바라보려는 의식의 맹목성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라크 침공 사흘째가 되던 날 미국의 ABC방송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떤 요르단 남자와 가졌던 인터뷰를 방영했다. 미국 코네티컷의 한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귀국한 그는 이슬람 근본주의와는 아무 관련도 없을 뿐 아니라 미국식 생활 방식에 충분히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에서 매우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나는 엄청나게 화가 나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에 TV를 통해 9·11 테러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나 자신이 그러한 테러리즘을 저지르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역사의 행위자들은 종종 너무 늦게 비극의 교훈을 깨닫는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크레온 왕에게 거듭해서 안티고네를 용서해줄 것을 권유하다 마침내 이렇게 말하고 돌아선다. "왕께서는 저의 화를 돋우었기 때문에 노한 나머지 저는 왕의 심장을 겨냥하고 궁수처럼 화살을, 그 아픔을 피할 길 없는 빗나가지 않는 화살을 쏘았습니다." 크레온은 그제서야 자신의 결심을 바꾸면서, "운명과 공연한 싸움을 벌여서는 안되지"라고 말하고 안티고네가 갇혀 있는 동굴 쪽을 향해 달려간다. 이미 당겨진 화살이 자신의 심장을 향해 시시각각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오직 자신의 아들의 주검을 발견하기 위해서.
Second Thoughts on The Third World Social Forum:Place, Space and the Reinvention of Social Emancipation on a Global Scale 피터 워터만 Peter Waterman 출전은 아직 프린트 버전은 없는 것 같고 그룹 이메일로 날라 왔습니다. 원래는 3개의 파일들로 왔었는데 내용은 손대지 않고 하나로 만들어 올립 니다. 이 글은 WSF(World Social Forum)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키는 데 도 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워터만 자신의 입장에 동의하는가는 별개의 문 제입니다만... 아래는 각주 1번을 가져온 것인데 이 글의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 다. 거기서 읽어보라고 권하는 첫번째 글('What's Left Internationally? Reflections on the 2nd World Social Forum in Porto Alegre')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참고문헌에 주어진 링크는 깨진 것이므로 관심이 있으신 분 은 Yahoo에 가셔서 GloSoDia라는 그룹에 가입하신 후에 자료실에서 POA Reflec - What's Left.doc라는 파일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그룹은 별로 크진 않지만 아마도 워터만 자신이 만들었고 지금도 활동하 는 그룹인 것 같습니다. i) Acknowledgements are due to Susana Checa and Jorge Carpio, who hosted me in Buenos Aires whilst I drafted the first version of this paper, and who provided me with information and documentation about a country devastated by neo-liberal globalisation, and the site of innovatory movements against such. ii) The current paper may assume a certain familiarity with the Forums that the reader does not possess. The puzzled-but-motivated can make reference to my reflections on the previous World Social Forum (Waterman 2002c). iii) This paper is updated and extended from the first version, which has been widely circulated on the internet. Particular appreciation, with respect to this rewrite, to my longtime compañera, Gina Vargas, who made justified objections to certain parts of the original paper, commented on others, and thus obliged me rethink it quite extensively. She cannot, of course, be held responsible for the outcome. For her own evaluation see Vargas (2003). Appreciation also to Teivo Tevainen for a read of the draft that was both fast and thorough.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이묘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의 산하 연구소인 International Institute for Labour Studies에서 "Organized Labour in the 21st Century"라는 책의 PDF화일을 3월 31일자로 웹에 올렸네요. 한국의 노조 에 관해서는 송호근 교수가 글을 썼군요. 아래 주소로 가시면 그 외에도 많은 자료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PDF화일은 여기다 올려두겠습니다. www.ilo.org/public/english/bureau/inst/
* 전략안보프로젝트(Strategic Security Project)의 director 마이클 레비 라는 사람이 <New Republic>이란 잡지에 쓴 글입니다. (잡지 제목을 보아 하니, 미국 공화당 계열의 잡지가 아닌가 추측됩니다만...) *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폭격하는 계획에서 가장 큰 문제는 - 오히려 이 미 알려진 영변 지역에 대한 정밀 공격은 방사능 피해가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 북한 핵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교적인 방식으로 북한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 입니다. * 물론 이런 방식의 주장을 옹호해서 글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고요, 이런 문제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북한 핵시설 폭격 문제가 기술적인 방식까지 공공연하게 토론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하여 올립니다.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많은 분석가들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은 치명적인 방사능 낙진 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94년 당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은 단지 영변 지역의 하나의 재처리시설과 세 개의 원자로로 제한되어 있 어서, 효과적인 정밀 타격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 비 밀리에 개발하고 있는 농축우라늄 문제는 그것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어디 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밀 타격이 불가능하다. - 정밀 타격의 첫 번째 목표는 재처리시설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방사능 낙진이 흩뿌려지는 것인데, 최근 분석에 따르면 방사능 낙진은 북한의 작 은 일부 지역에 한정되거나, 대부분은 영변 지역 내부에 봉쇄될 것이라고 한다. 봉쇄된다는 게 무슨 말인가? 재처리시설은 1992년까지 절반 정도 완 성되었고, 따라서 미국 정보 당국은 완성된 재처리시설이 어떤 모습인지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보에 따르면 주의 깊은 정밀 타격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정부의 고위 과학자는 "큰 화재의 발 생과 무거운 콘크리트 벽의 붕괴를 막아서 방사능 물질을 파편 속에 가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런 방법은 북한이 책물질을 재활용하는 것 을 방해하는 보너스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두 번째 목표는 원자로다. 대부분의 사람은 체르노빌을 기억하기 때문 에 파국적인 결과 없이 원자로를 타격을 가하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 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북한의 원자로는 천연 우라늄을 사용하는 데 이는 물론 유독성 물질이지만 핵물질은 거의 아니다. 원자로가 작동하 면서 이 우라늄이 핵분열을 통해 방사능 물질로 전환된다. 북한의 원자로 는 재가동되기 전에 우라늄을 채우는데 거의 한 달의 시간이 걸리므로, 위험은 크게 감소된다. 클린턴 정부의 고위 과학자는 "새로운 연료로 매 우 오랫동안 가동되기 전에 공격을 감행하면 방사능 물질이 흩뿌려지는 일 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그런데 진짜 어려움은 2002년 10월 떠오른 농축우라늄 문제다. 먼저 미 국은 북한이 언제쯤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지 모른 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어디인지 전혀 모른다. 이러한 방식 의 핵물질 생산은 전기 소모가 매우 적으며, 또한 그 시설이 차지하는 공 간도 매우 작다. - 또한 영변 지역 외에 재처리 시설이 존재하느냐의 문제도 심각한 의문이 다. 레온 시갈에 따르면, 이 문제는 1994년에도 심각한 논쟁을 낳았던 문 제다. 재처리시설도 전기 소모가 적고 차지하는 공간이 작기 때문에 찾아 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북한의 터널을 뚫는 기술을 볼 때, 지하에 설치했 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찾아내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이론적으로 플루 토늄 재처리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인 크립톤-85(krypton085)로서 감지가 가능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합법적인 재처리 과정에서도 그 가스 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매우 떨어진다. 1994년 위기 당시에 클 린턴 정부는 북한 내부에 최소한 12개 이상의 감지기를 설치하려고 시도했 지만, 미국의 협상가들은 그것이 너무 공격적이라고 여겨져서 폐기되었다. - 따라서 군사적 방식의 문제 해결은 큰 어려움을 내재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 아랍 사회운동의 참가자들의 성명 > 2003.1.28 * 세계사회포럼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입니다. 아랍 사회운동의 현황을 조 사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섯 가지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1) 제1회 아랍사회포럼을 개최할 것이다. 2) 이라크 인민에 대한 전쟁을 멈추기 위해 지역적 국제적 연합을 강화할 것이다. 3) 팔레스타인 인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증하는 억압을 우려한다. 4) 아랍국가에서 인권, 민주주의, 발전의 악화에 대해 우려한다(특히 젠 더 평등, 약소자의 권리). 5) 세계화의 부정적이며 파괴적인 측면에 대항하는 세계사회운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 * * 13/03/2003 Statement of the Arab Social Movements participating in the World Social Forum Porto Alegre, 23-28 january 2003 The World Social Forum taking place in Porto Alegre-Brazil gathered representatives of social movements from all over the world and from the different youth, union, women, and peasant sectors. The Forum constituted an important occasion for Arab civil society to meet and discuss different issues relating to the common future of civil movements in Arab countries. The Forum gave the chance for Arab representatives to meet with international delegations and to discuss with them different regional and international issues, mainly the question of war against the Iraqi people and the unfolding of the Arab-Israeli conflict. The Forum equally constituted an important occasion to reinforce networking, coordination, and consultation between different social movements and international organisations. After thorough dialogue and interaction with the participating groups, we, the representatives of Arab civil movements would like to emphasise the following points: First: We are utterly pleased with the important impact of the Moroccan Social Forum in further strengthening social movements in Morocco and in helping them to participate in the common struggle beside regional and world social movements. We were also glad that the Palestinian Social Forum, which constitutes an important instant in the history of the Arab and Palestinian struggle, was able to reinforce and reconfirm Arab and international support for the Palestinian people in its ongoing struggle against occupation and Israeli repressive actions. In that context, we also support the initiation of Social Forums in other Arab countries due to the importance of these forums in conceptualising and formulating important strategies on economic and social development levels. The participants discussed the importance of establishing and organising an Arab Social Forum in the shortest delay, which is considered an important step towards the reinforcement of common Arab struggle. This goes in parallel with empowering and strengthening ties with the world social movements that resist exploitation, injustice, hegemony, and colonialism. The participants agreed on the importance of expanding the consultation about this important idea that will prepare the launching of the first Arab Social Forum. Second: We call for the formation of the widest regional and international coalition to stop the war against the Iraqi people. This potential war poses catastrophic results entailing destruction and serious political, economic, and social implications affecting the future of security, democracy, and social development in the Arab countries. We are also concerned that the Israeli government will take advantage of these circumstances to widen its war against the Palestinian people and to take repressive measures like mass deportation and transfer of the Palestinian populations. We would like to take this opportunity to call on all friends, allies, international and regional networks to secure direct international protection of the Palestinian people and to send different delegations to the occupied territories immediately. Third: We are greatly concerned about the danger of the growing Israeli aggression against the Palestinian people and Israeli policies of siege, displacement, endangerment, and house demolition in the occupied Palestinian territories. We would also like to confirm our support of the Palestinian people and of its brave Intifada and its constant struggle to establish its independent state on its national soil and to secure the return of displaced Palestinians according to international laws and conventions. Fourth: We would like to express our worries about the deterioration of human rights, democracy, and development in the Arab countries. The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 refer to serious decrease of the levels of respect of public liberties in the Arab countries, especially concerning gender equality and the respect of minority rights. Therefore, we would like to reaffirm our commitment to the continuation of our struggle to secure justice, democracy, equality, freedom and the respect of human rights, and the equitable sustainable human development which we consider important conditions to initiate real and civilised change in the Arab countries. Fifth: We declare our support to all other social movements in their constant struggle to challenge the negative and damaging sides of globalisation, especially globalisation as defended by transnational corporations entailing marginalisation, colonialism, and utter hegemony. We therefore declare our unconditional support of the globalisation of common international human struggles that are based on forgiveness, diversity, democracy, and the right to choose. Another world is indeed possible. Arab social movements participating in the World Social Forum Porto Alegre, 28 January 2003
Frontline Issue 3 ( http://www.redflag.org.uk/main.html) The United States And Its Military Doctrine Of Imperialist Domination At The Beginning Of The 21st Century 끌로드 세르파티 Claude Serfati The following article by Claude Serfati originally appeared in the Marxist journal Carr Rouge, published in Paris. Claude Serfati has just published a book, La mondialisation arm e: le d s quilibre de la terreur (Armed globalisation, The imbalance of terror)(1). In it and in this article, he analyses how the United States uses and intends to use its military might in the defence of capitalist globalisation, of which it is the principal beneficiary. 2003년 4월호 기관지 번역예정 입니다.
교육개방 정책을 전면 철회하라! 3월 말로 예정된 도하개발의제 서비스 협정 부문 양허안 제출 시한이 다가오면서 교육개방에 대한 논의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해 6월 교육부문을 양허요청안에 포함시켰던 정부는 교육개방을 기정사실화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 산업교육진흥법 등 교육에 관련된 법안을 개정하여 학교 및 교육기관의 영리행위를 보장하고, 학교설립 기준을 낮추고, 투자자본을 전액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자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경제특구법을 통과시켜 경제특구 내에서 외국교육기관의 영리추구가 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외국인에게 교직을 개방하였다. 양허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정부는 개방을 염두에 두고 국내 법률을 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료들은 교육개방이 시대적인 대세이고, 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교육이 개방되면서 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정부가 스스로 고백했듯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개방화는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서 외국의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유치한 자본은 한국 민중들의 삶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미 한국에 투자된 외국자본의 사례를 통해 보았듯이, 그들은 더욱 쾌적한 투자환경 조성을 요구한다. 그들이 말하는 쾌적한 투자환경에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민영화를 비롯한 공적 영역의 축소, 노동자 민중의 저항에 대한 탄압 등이 포함된다. 한국정부는 노동자민중들에 대한 이러한 공격들은 덮어둔 채 자발적으로 개방화 자유화 조치를 취해왔으며, 이제는 서비스 협정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공적 영역에 대한 개방마저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 개방되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분명하다. 교육을 상품처럼 팔아 돈을 벌려는 초국적 자본들이 별 규제도 받지 않은 채 자신들의 영리활동에 자유를 부여받는다. 반면, 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는 축소되고, 민중들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이는 교육의 기회에서부터 불평등이 확산되는 것이며, 나아가 그나마 존재하던 평준화정책의 근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이에 학생, 교사, 교수 등 제 교육주체들은 WTO 교육개방을 저지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로 투쟁을 벌여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5일 'WTO 교육개방음모분쇄와 교육공공성쟁취를 위한 3.15 범국민대회'를 통해 정부의 교육개방에 반대하는 전 민중의 목소리를 모아낼 것이다. 정부는 교육개방을 반대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쟁취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엄중히 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추진하고있는 교육 개방을 위한 양허안 제출을 즉각 중단하고, 민중들에게 더 나은 교육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는 교육개방을 저지하기 위한 제 교육주체들의 투쟁에 굳건한 연대의 의지를 밝히며, 교육개방을 막아내고, 나아가 민중들의 삶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WTO 반대 투쟁에 힘차게 나설 것이다.
WTO DDA 협상 양허안 제출 시한에 즈음하여 WTO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ment Agenda, 이하 DDA)가 9월 멕시코 칸쿤에서의 각료회의와 서비스 협정 및 농업 협정 양허안 제출 시기(3월말)를 앞두고, 설정된 의제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반면 9월 각료회의를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 사회운동들의 네트워크가 꾸려지는 등 DDA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투쟁 역시 거세지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남한 민중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해 10월 7일 교사, 학생, 교수, 교육단체 등 교육주체들은 「WTO교육개방·교육시장화 관련 4대 입법 및 양허안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를 출범시켰다. 공투본은 향후 서비스협정에서 교육 부문 개방뿐만 아니라 이를 예비하는 각종 입법안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공투본은 3월 6일 국제포럼, 3월 7일 「WTO 교육개방 음모 분쇄를 위한 비상 시국선언」, 3월 15일 「WTO 교육개방음모분쇄와 교육공공성쟁취를 위한 3.15 범국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도 양허안 제출 시한을 앞두고 투쟁의 의지를 드높이고 있다. WTO DDA 협상뿐만 아니라, 얼마 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까지 체결된 상황에서 정부의 농업말살정책이 그 극단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전농은 3월에 예정되어있는 시·군·구 영농발대식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반대투쟁으로 만들어가고, 3월 말 열릴 WTO 농업위원회 회의에 맞춘 전 세계 농민들의 투쟁에 함께 한다는 계획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이미 많은 수입농산물이 들어오고 있고, 2004년 쌀 재협상에서 쌀 개방을 준비하는 정부의 농업포기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목숨을 건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방화-사유화 정책 일등 국가, 한국 남한 민중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WTO DDA 협상에 임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다. 작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개방할 것은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그만큼 우리가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는 것이 WTO DDA 협상에 임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라고 천명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 입장은 변할 것이 없다. 현재 DDA 협상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의제는 서비스 분야와 농업 분야이다. 서비스 분야는 국가의 공적 서비스 영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농업 분야는 농산물 수입국과 수출국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갈등적인 분야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 두 분야에 있어서도 WTO의 모범생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대다수의 국가들이 아직 양허요청안도 제출하지 않은 서비스, 농업 부문에서 자발적인 자유화 조치까지 취하면서 개방을 꺼리는 다른 국가들에게 자극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 분야와 농업 분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마무리 될 당시 완전한 협상에 이르지 못한 분야였다. WTO 출범 시(1995년), 이 두 분야는 기설정의제(후속협상의제, Built-in agenda)로 규정되어 5년 이내에 협상을 재개해야하는 분야가 되었다. 이 규정에 따라서 2000년 2월부터 협상이 재개되었으며, 각 국은 올해 3월 31일까지 개방요청 사항을 담은 1차 양허안을 제출해야 한다. 현재 서비스협상의 경우 145개의 WTO 가입국들 중 단지 30여 개 국가만이 시장개방에 관한 양허요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농업협정의 경우도 1차로 제출된 세부원칙이 농산물 수출국의 입장을 강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나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저개발국 중 많은 나라가 아직 어떤 양허요구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 또 발전도상국 역시 다자간협상에서 서비스부분을 자유화하는 대가로 얻게 될 이익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지극히 회의적이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두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적극적 개방 입장을 제출했다. 과연 한국 정부는 개방화 조치에 뒤따르는 어떤 특혜를 노리고 자진해서 입장을 제출했는지 사뭇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교육 개방을 핵심으로 하는 서비스 협상의 문제점 서비스 분야는 12개 분야 155개 사항을 포함하고, 구체적으로는 교육, 의료, 문화, 금융, 건설, 해운, 통신, 법률, 시청각, 에너지 등이 포함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 해 6월말 36개국을 상대로 12개 분야에 걸쳐 서비스 시장 개방에 관한 양허요청서를 제출한 후, 미국, 유럽연합, 일본, 캐나다, 중국 등 18개국과 총 37회에 걸쳐 양자 협상을 가지며 양허요청안에 대해 조율해왔다. 정부는 지난 2월말까지 26개국으로부터 양허요청서를 접수했으며, 3월 3일부터 6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서비스 시장개방 협상의 일환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 주요 개도국들과 양자협상을 갖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양허요청서와 양자협상의 결과에 따라 3월말까지 양허안을 제출하는 것이 개략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서비스 개방 협정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는 분야이다. '무역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국제센터'가 지난 2월에 제출한 서비스협정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들은 더 많은 시장개방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저개발국 중 많은 나라는 아직 어떤 양허요구도 하지 않았고, 개발도상국은 다자간 협상에서 서비스 부분을 자유화한다고 해서 그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한다. 사실 선진국의 경우 서비스 협정의 많은 분야가 이미 상당 수준 개방되어 있어서 더 개방할 것도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서비스 협정의 많은 부분이 아직 개방되지 않은 개도국의 서비스 분야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한 개도국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갈등으로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나라들은 이미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이룬 국가들에게 특혜를 주자는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취한 자유화 조치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인데, 이 또한 이미 개방을 상당 수준 진행한 선진국의 입장이 강하게 담겨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경우 이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는 이미 남한이 많은 부분을 자발적으로 자유화했다는 것의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정부는 아직 개방되지 않은 서비스 영역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의 경우 지난 시기 상당 수준의 자유화 조치를 자발적으로 시행했고, 이제 남은 것은 그나마 공적서비스 영역뿐이다. 미국, 유럽연합 등의 국가들이 남한에게 개방을 요구하는 지점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중 특히 교육의 경우 현재 알려진 바로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이 양허요청안을 통해 한국의 교육시장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고 하며 한국 정부의 의지 역시 비상한 부문이다. 그런데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생기는 문제점들은 누차 지적된대로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교육의 공공성이 붕괴될 것이다. 교육개방은 국가가 공적인 지원을 철회하고,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교육기관에 대한 규제나 조절을 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책임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교육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다. 개방을 통해 국가의 공적 지원이 축소, 철폐되면 교육비의 부담은 개인에게 돌아간다. 이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외국의 자본이 교육의 영역에 무차별 침투하게 된다. 교육기관의 질적인 책임을 담보할 수 없는 외국교육기관이 난립하면서 학문의 인기도에 따른 단기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투기의 대상,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외국의 대학 또는 대학원이 국내에 설립된 후 파산하게 되면 그간 투자했던 자본들을 고스란히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한술 더 떠 양허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교육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입법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특구법, 사립학교법 등이 바로 이러한 개방의 흐름에 맞춰 추진되고 있는 실내용들인 것이다. 노무현 정권, 농업 포기를 공식 선언하다 농업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부터 농업 부문을 개방하는 문제는 농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던 분야이다. 그만큼 개방을 반대하는 입장들이 다양하게 제출되었던 부문임에도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개방제안서를 제출했다. 비슷한 시기 WTO 농업협상특별위원회 의장 하빈슨은 DDA 농업협상의 세부원칙에 관한 1차 초안을 배포했다. 세부원칙이 담고 있는 주요내용은, 관세를 감축하고, 감축대상에 대한 보조를 줄이고, 시장접근 물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및 주요 농산물 수출국은 기대수준보다는 미흡하지만 협상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유럽연합, 일본 등 농산물 수입국들의 경우 세부원칙 초안이 수출국 입장에 치우쳐 수입국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은 개방제안서를 스스로 제출하는 성의를 보인 것이다. 그 주요내용은 2006년부터 6년 간에 걸쳐 관세감축을 이행하되 품목별로는 최소한 15%를 줄이고 농업 국내보조금 역시 총액기준 55%를 6년에 걸쳐 감축하는 방안이다. 현재 호주, 미국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 수출국 및 유럽연합만이 개방제안서를 제출했을 뿐인데 한국은 제안서를 제출한 유일한 개도국이 되었고, 성급하게 구체적인 개방 수치까지 포함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당시 국내 농업의 생산기반, 농가소득, 경영규모 등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고, 현재의 한국 농업 상황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개도국 지위 유지가 가능했음에도, 알아서 개방제안서를 제출해 수출국들에게 개방의 여지를 제공한 것이다. 이번 DDA 협상에서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분야의 개방 제안서를 미리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문화만큼은 협상에서 제외한다는 발언을 한 것 등을 종합해 볼 때 통상당국이 특히나 농업 협상을 포기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UR협정에 이어 WTO DDA 협상이 이대로 타결된다면 우리 농업은 시장개방이 전면적으로 가속화되어 파탄날 수밖에 없는 최대의 위기상황이라 하겠다. 더 많은 자본유치를 위한 한국 정부의 자해(自害)와 민중에 대한 공갈협박 한국 정부의 '알아서 기는' 협상태도는 남한 자본주의의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남한 자본주의의 전략은 기존의 중화학·수출중심 발전 국가에서 '자본유치형' 국가로 변모하는 것이었다.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진행된 구조조정은 기업들의 부실을 처리하여 남한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부실확대를 막고, 공적자금 조성을 통해 위기에 빠진 재벌, 금융사들을 구제함으로써 경제위기가 폭발하는 것을 막았으며, 금융부문의 규제를 없애고, 금융시장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초민족 자본을 다시 유인하는 것이 김대중 정권이 이야기했던 경제위기 극복이고, 경제성장이었다. 뒤이어 등장한 노무현 정권에게 남겨진 과제는 분명한데, 계속해서 외국인 투자자본을 유치함으로써 '자본유치형'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이 계속해서 '신흥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저금리, 연기금 주식투자 등의 증시부양 정책과 금융 및 서비스 분야의 개방, 자유화 조치 등이 계속해서 추진되는 것이다. 금융부문에 있어서 자본의 진입 및 이탈에 대한 규제는 상당 수준 자유화 되어있는 상황이고, 따라서 DDA 서비스 협정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남은 분야는 교육, 의료, 문화 등이다. 결국 서비스 협정에 앞장서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하여 남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연시키고자 하는 몸부림이며, 이 속에서 민중의 삶의 권리는 투자의 대상으로 쉽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된다. 게다가 남한 자본주의의 이러한 전략은 기존 산업의 파괴―특히 농업의 포기―를 동반한다. IT, BT 등 외국자본 유치에 매력적이고, 주식시장 부양책과 연관되어 있는 산업들이 적극 육성되는 것이다. 농업 협정에서 보여주는 정부의 농업포기정책은 외국인 자본 유치를 위해 농업을 대가로 내어놓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전 민중의 투쟁으로 WTO 개방에 맞서자! 남한 민중들이 외치는 저항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넓은 개방, 더 많은 자유를 외치는 정부의 모습은 민중의 삶을 담보로 남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연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남은 남한 자본주의가 민중에게 돌려주는 것은 더 커다란 궁핍과 배제, 삶의 파탄이다. AIDS를 비롯한 각종 질병이 창궐하는 아프리카 대륙의 비극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협정을 무기로 위세를 부리는 초국적 제약회사들의 횡포 때문이다. 수입 농산물의 싼 가격에 밀려 농업을 포기하고, 생계를 포기해야 하는 소규모 농민들의 비애는 전 세계 농산물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초국적 기업들의 요구에서 비롯된다. 수도사업이 민영화되어 외국자본에게 넘어간 후, 전 국민의 1%도 안 되는 사람들만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남한에서도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교육, 의료, 문화, 통신 등 각종 서비스 분야 개방은 외국자본을 더 많이 유치해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길이 아니라, 자본의 팽창을 위해 민중들의 권리를 팔아 넘기는 것이다. 교육시장개방을 저지하기 위한 교육주체들의 싸움, 농업개방을 막아내기 위한 농민들의 싸움을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전 민중의 싸움으로 만들어가야 할 임무가 우리에게 있다. 자본의 이윤창출을 위해 민중의 삶과 권리를 희생시키는 WTO 개방, 경제특구 등에 맞서 오늘 한국의 민중은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 지난 농민운동의 역사를 모두 바쳐 투쟁에 임하겠다는 농민, 교육의 시장화를 막아내고 교육공공성을 쟁취하겠다는 교육부문, 그리고 개방으로 인해 침해당하는 노동권을 지켜내려는 노동자 등이 선도하고 전 민중이 가세하는 투쟁으로 삶을 지켜내야 한다. 3월 말의 민중대회부터 9월의 WTO 각료회의 투쟁, 11월 전민중 총궐기 투쟁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중연대를 중심으로 단결항 저항해야 한다. 나아가 WTO를 본질을 폭로하고 WTO 반대와 해체를 주장하는 전세계 민중들과 연대하여 DDA 협상에 대응해야 한다. 초민족적 기업과 국제금융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반대한다는 것은 결국 '저항의 세계화'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