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 무엇을 혁신하고 무엇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기간제 사유제한과 기간제한, 파견 대상업무와 기간 후 고용보장 등 핵심 쟁점을 남긴 채 지난 12월 9일 0시 30분경 산회, 13일부터 시작될 임시국회로 회기를 연장했다. 이로써 현재 기간제법 4조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본문 중 기간으로 할 것인지 사유제한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과 연계조항, 제 8조의 차별적 처우의 부분과 연계조항, 파견법 5조 근로자파견대상 업무의 문구 조정, 파견법 6조3 고용의무에서 고용의무와 고용의제 등의 쟁점이 남게 되었다. 한편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정기국회 12월 8일 오전 기간제 사유제한 사유를 종전 4가지에서 다음과 같이 10가지로 확대하는 수정안을 제시하며 막판 합의를 시도했다. -출산 육아 또는 질병 부상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휴직 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해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계절적 사업의 경우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수출 주문의 예외적 급증이 발생한 경우 -기업의 일시적 업무량이 증가한 경우 -안전조치를 위한 긴급한 작업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그밖에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강조는 원안에 제시된 4개 사유-인용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즉각 단병호 의원안을 환영하는 성명을 제출하고 이를 노동계 최종안으로 추인했다. 무원칙적인 협상과 양보교섭의 문제점 그런데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수정안은 당초 원안의 입법취지인 사유제한 원칙을 심각히 훼손한 양보안이다. 가령 수정안은 '수출 주문의 예외적 급증이 발생한 경우', '기업의 일시적 업무량이 증가한 경우'를 추가조항으로 명문화함으로써 자본이 시장상황(경기변동, 주문량 변화)에 따라 노동력을 신축화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사유제한의 예외를 확대해서라도 사유제한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것이 양보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해도, 그 정도가 지나쳐 원안의 문제의식이 사장될 위험이 크다. 원내 역관계의 열세를 이유로 비정규직 철폐는 고사하고 비정규법안 개악 저지라는 당초 입장에서도 대폭 후퇴, 개악의 수준을 둘러싼 수세적 협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양보안이 수용될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현재까지 진행된 노사교섭·원내협상 과정은 비정규 권리 입법으로 정식화된 비정규 노동자들의 입장을 사실상 방기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요청으로 이목희 의원이 주선(!)한 11월 노사대표자회의 교섭을 진행하면서 당초 원안에서 대폭 후퇴한 안을 제시하면서까지 ‘노동계 안‘에 집착했다. 국회 일정에 앞서 11월 30일까지 진행된 노사대표자 교섭 과정에서 이미 민주노총은 ‘노동계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기간제와 파견제와 관련 대폭 후퇴된 안을 제출한바 있다. [첫째, 기간제와 관련하여 ‘사용사유 제한‘ 및 최장 1년까지 ‘사용기간 제한‘이 아니라 ‘1년+1년‘으로 되어 있고, 둘째, 파견법 철폐 및 직업안정법을 통한 간접고용 규제가 아니라 현행 파견법 유지로 되어 있고, 셋째, 원청 등 사용사업주의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책임 확대가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책임 명문화로 되어 있고, 넷째,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노동법상 근로자개념의 확대가 아니라 노동3권 보장으로 되어 있다.] 이른바 ‘1년+1년안‘은 사실상 2년까지 기간제고용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으로서,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제한‘이라는 권리입법요구안을 포기하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계 최종안이라는 파견법 현행 유지와 맞물려, 현실에서는 "기간제 2년-파견제 2년-기간제 2년..."으로 비정규직의 확산과 남용을 부추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둘째, 파견제와 관련하여 "파견법 철폐-직업안정법 등 강화를 통한 직접고용 원칙의 확립"이라는 권리입법 요구는 제대로 주장되지 않았고, 현행 파견법 유지에 급급했다. 게다가 ‘파견허용업종 열거‘(포지티브 방식)라는 현행 파견법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허용업종을 노사합의 및 의견수렴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여지마저 주었다. 급기야 한국노총의 ‘이탈(?)‘과 참여연대를 비롯한 7개 시민단체의 ‘배신(?)‘으로 공조파기를 선언하긴 했지만, 이미 민주노총의 태도는 국가(정권과 국회)와 자본에 대항한 총파업을 조직하는 자의 자세가 아니었다. 물론 민주노총 비대위로서는 비리사태 여파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 대중의 사기가 여느 때보다 저하되었다는 것을 이유 삼을 수는 있다. 그러나 조직화가 여의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총파업에 돌입하기도 전에 교섭팀이 중심이 되어 양보안을 제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국회 투쟁의 문제점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자운동이 국회 일정에 따라 좌지우지, 부화뇌동, 일희일비하는 맹목과 악습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민주노총은 비정규 관련 법안 국회 일정이 연기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자마자 투쟁을 축소시키면서 다음 국회에서 권리입법 쟁취투쟁을 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법안처리를 강행하자 이수호 집행부는 투쟁만으로 비정규법안을 막아낼 수 없으니 사회적 교섭을 추진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5월 초까지 진행된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고 법안 처리가 국회일정상 유보되자 ‘개악법안 완전 폐기‘와 ‘권리 입법 쟁취‘의 문제의식마저 덩달아 연기됐다.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주체 형성과 문제의식의 대중적 확장 과정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사정 교섭과 국회일정만 바라보고 있는 사이 결사적으로 투쟁을 진행하고 있던 대오의 투쟁은 오히려 부차화 되었다. 비정규 관련 개악 법안을 저지하고 권리입법을 쟁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 노동자 대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면 이런 현상은 매우 역설적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시작된 총파업, 아니 국회 앞 투쟁의 한계는 명확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협상력 강화를 목표로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국회일정에 종속되어 대중동원 중심으로 고착화되고 때때로 강력한 투쟁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물리적 수단으로 전락한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와 정권에 대한 전면적 반대를 장려하는 전략보다는 원내 협상력의 객관적 한계를 빌미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호소하는 전략을 선호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국회 일정에 따라 연맹·지역·단위사업장 별로 동원 일정을 조정하는 문제로 전락한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헌신적으로 상경집중투쟁을 조직한 노동자대중의 국회 앞 투쟁은 법안 협상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원외‘투쟁으로 격하된다. 결국 노동자 투쟁의 역동성은 국회에서 벌어지는 협상 과정에 종속되기 일쑤고 이는 때때로 국회에서 노동자 투쟁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에 대해 과대 망상하는 효과를 조장한다. 또 투쟁의 성격 자체가 국회에 상정된 법안을 저지 또는 통과시키는데 한정되다보니 전선의 확장이라는 문제의식이 사장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공통의 사태인식에 근거하여 정치적 단결을 도모해야 할 연대투쟁은 대개 대회 일정을 조율하는 수준에서 급급히 처리되고 소위 시민사회단체와의 공동행보는 여론을 유리하게 형성하기 위해 실리적으로 선택되곤 한다. 심지어 ‘노동계의 단일한 입장‘을 위해 한국노총과도 무원칙적으로 연대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산별노조 이행 과정에서 노조의 대자본·대정부 협상력 강화와 민주노동당의 지지기반 확대를 목적으로 제기되는 한국노총과의 공동행보는 이번 투쟁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민주노총의 발목을 붙잡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최근 고(故)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투쟁 과정에 노동자 대오가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것은 단순히 상황 논리로 치환될 수 없는 우리 운동의 근본적인 반성을 요하는 지점이다. 민생을 파탄낸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항거하다 경찰 폭력에 의해 타살 당한 열사를 기리는 투쟁이 어찌 농민들만의 문제겠는가. 오히려 노동의 불안정화로 생존의 벼랑에 몰린 노동자 대오가, 수많은 비정규열사를 가슴에 묻어야했던 노동자 대오가 적극적으로 열사투쟁을 영유해서 광범위한 민중 연대 투쟁을 제기했어야 하지 않을까. 노무현의 인민주의적 통치와 노동자운동의 위기 1998년 이후 노사정위원회를 둘러싼 민주노총의 ‘갈지(之) 자‘ 행보에서부터 최근의 ‘사회적 교섭과 투쟁 병행 전략‘에 이르기까지 노동자운동 전반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국가와 자본의 ‘제약‘이라는 부분을 사고하지 못하는 맹목을 공유한다. 환언하면 노동자운동은 개혁세력과 일정한 타협을 통해 개량의 성취가 가능하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전개되는 자본의 금융화와 노동의 불안정화는 개별 민족국가가 전통적으로 수행해온 화폐관리와 노동력관리가 무능력에 빠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별 민족국가는 자주적인 경제정책을 수립할 기회를 박탈당하며 좌우를 막론하고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겪는다. 초민족적 법인자본의 금융적 팽창을 지지하는 국제기구들의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이런 국제기구들이 제시하는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행정·기술관료들의 영향력도 증가한다. 이에 따라 국회의 의사결정권과 정책적 영향력은 급속히 감소하고 정당체계 또는 대의제 자체가 식물화되는 경향이 발생한다. 기존의 정당은 좌우 이념을 대표하는 대신 ‘정책정당‘을 표방하며 중도우파·중도 좌파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최근 열린우리당의 강령 개정안에서 드러난 ‘우향우‘는 단적인 사례다), 이념을 통해 대중의 참여를 조직하지 못하게 된 정당들은 각종 여론 조작적 기제에 호소한다. 이런 정치의 위기 속에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과정에서 드러난 대중의 불만을 무마하는 한편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인민주의적인 통치전략이 강화된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인민주의 지도자들은 기존 정치가, 이익집단(노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적·경제적 엘리트 등을 인민의 ‘적‘으로 규정하며 그들의 특권을 제한하고 기존 제도의 부패를 일소할 것을 약속하지만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으로 말미암아 민중의 삶의 위기는 심화된다. 아울러 위기에 처한 민중들의 반란을 제거하기 위해 국경과 도시내부의 경계선은 군대와 경찰 폭력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위험계급‘을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전쟁기술이 창안되고 예방전쟁이 정당화되는 한편 사회적 저항을 범죄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민중에 대한 군경의 폭력은 증가 일로에 있다.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에서 배제된 계층이나 지역에 대한 수혜를 약속하면서 대중을 실리주의적·지역주의적으로 동원하고 있으며(‘사회통합‘), 각종 위원회를 남발함으로써 행정부 권력의 비대화를 동반한다(‘국가의 일부로서 NGO‘). 한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면서 정당의 사당(私黨)화를 꾀하고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이념이나 정책보다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등 노무현 정권은 전형적인 인민주의적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인민주의는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조차 배제하며 노동자운동이 국가와 자본의 ‘하위 파트너‘가 될 것을 일방적으로 종용한다. 또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의 이기심이 원인이라며 기존의 노조를 공격하거나 도리어 정규직의 ‘유연화‘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고 호도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운동이 노무현 정권 하에서 개량에 집착하는 전략을 고수하는 한,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강화하기보다는 일부 상층노동자를 포섭하고 대다수 노동대중과 전투적 부위를 배제하는 효과를 낳을 것은 필연적이다. 혁신 없이 투쟁 없다 이번 투쟁과정에서도 확인되듯이 노동자운동은 겉으로는 ‘정권 퇴진‘이라는 급진적 구호를 선동하면서도 실제로는 국가 및 자본과 교섭하려는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엄밀히 말하면 민주노총은 전농이 제안한 정권 퇴진 구호를 공식 채택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협상력 부재와 민주노총의 대중동원의 어려움이 줄곧 양보 협상의 알리바이가 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야말로 오늘날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며 이는 결국 노동자운동의 혁신의 지체를 표상하면서 더욱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각성해야 한다. 현재 상태로는 노동자운동 스스로가 지향하는 최소한의 실리도 불가능할 뿐더러 향후 투쟁의 근거조차 남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노동자운동은 주어진 일정에 급급해 문제의 원인에 대해 침묵하고 맹목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 아니라 다시 혁신의 문제의식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는 단지 노조 운동 내부의 정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맞서는 전반적인 태세를 전반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 또는 비정규 권리 보장 입법과 같은 법제화 시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에 걸친 ‘사회적 노동의 재조직화‘가 수반되어야 하며 이것이 현재의 구조와 체계의 일정한 변혁을 우회하고서는 불가능하다면, 결국 문제의 출발점은 “민생파탄! 살인만행! 노무현 정권 퇴진!”의 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
WTO 각료회의 저지 투쟁에 나서는 한국민중투쟁단의 입장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 세계 민중들을 도탄에 빠뜨렸다. 초국적 자본은 민중들의 식량주권을 빼앗고 토지와 종자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빼앗아 자신의 배를 불리고 있다. 또한 세계를 마음대로 들락날락 하며 이윤을 늘이기 위해 전 세계의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일자리,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교육, 의료, 에너지, 물 등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기초서비스조차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 돈 없는 민중은 이를 이용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에이즈나 말라리아, 조류독감과 같은 병에 걸려서도 비싼 돈을 내지 않으면 약을 주지 않는 초국적 제약자본의 횡포에 수많은 민중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렇듯 전 세계의 부와 자원을 고르게 분배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로 집중시켰고, 초국적 자본의 권리는 무한정 확대한 반면 민중의 모든 권리를 빼앗아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인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을 방어하고 민중의 불만과 저항을 무력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빈곤과 불평등, 전쟁과 폭력.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세계화가 지닌 참 모습이다. WTO 도하개발의제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동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지향적인 농산물 무역체제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농민을 농촌에서 쫒아내고 민중의 식량주권을 파괴하는 농업협정, 공공서비스를 사유화하여 이에 대한 민중의 접근권을 박탈하는 서비스협정, 초국적 자본에게 지식과 기술에 대한 무한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지적재산권협정, 남반구의 탈산업화를 조장하고 실업과 빈곤을 확대하는 비농산물시장접근 협상. 이 모든 것이 전 세계 민중에게는 ‘눈물의 씨앗’이다. WTO 도하개발의제를 통해 자유무역의 혜택을 개도국과 최빈국도 누리게 된다는 사탕발림은 이미 거짓임이 드러났다. 시애틀에서, 칸쿤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은 오히려 스스로 자유무역의 원칙을 훼손하며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여러 개도국과 최빈국 정부는 도하개발의제가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한다며 저항했다. 이에 도하개발의제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으며, 온갖 회유와 협박, 밀실협상만이 도하개발의제를 추동하는 힘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5년 한 해만 해도 류기혁 열사, 김동윤 열사, 정용품 열사, 오추옥 열사 등 많은 노동자와 농민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며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누리지 못하는 현실, 정부의 살농정책으로 더 이상 농사를 지어서는 먹고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 노동자 농민의 생명을 앗아가기에 이른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민중의 기본적인 요구조차도 묵살하며 대책 없는 농업개방, 쌀개방, 살농 정책을 지속하며 농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자본의 편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해체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노동자들의 삶의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선 농민들의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였고, 급기야 전용철 열사를 죽였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추동하고 있는 노무현정권이 민중의 삶을 책임질 수 없음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러한 죽음의 행렬을 막아 내기 위해 홍콩으로 향한다. 빈곤과 폭력의 악순환을 낳고 있는 WTO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멈추기 위해 WTO 6차 각료회의가 열리는 홍콩으로 향한다. 초국적 자본의 이윤이 아닌 민중의 권리가 중심이 되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전 세계 민중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 빈곤과 불평등, 전쟁과 폭력을 낳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멈추는 것, 전 세계 민중의 눈물의 씨앗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을 중단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전 세계 민중이 삶을, 그리고 권리를 되찾아오는 유일한 길이다. 아울러 우리는 전 세계 민중의 삶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WTO에 맞서 저항할 권리를 부정하는 WTO와 홍콩 정부의 모든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홍콩 정부는 한국 민중들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폭력 난동’으로, 한국의 노동자와 농민을 ‘폭도’로 몰아가는데 여념이 없으며, 한국 농민을 대상으로 한 300명의 입국 거부자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집회와 시위 장소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제한하여 한국민중투쟁단과 홍콩 시민의 접촉을 차단하려 하는가 하면, 심지어 홍콩 경찰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한국인을 수용하기 위해 감옥을 비우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홍콩 정부의 이러한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위가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불평등과 빈곤, 폭력을 확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한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전 세계 민중 단결하여 신자유주의 분쇄하자! 농촌을 파괴하고 식량을 이윤놀음의 대상으로 만드는 농업협상 중단하라! 필수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접근권 박탈하는 서비스협정 중단하라! 교육의 공공성 파괴하는 서비스협정 반대한다! 에너지, 물, 자연자원 사유화 강요하는 서비스협정 반대한다!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 가로막는 TRIPs 협상 반대한다!
이주노동자는 인권마저 차별받아야 하나 - 불법적인 강제단속 정당화하는 국가인권위 규탄한다! - 서울경인이주노조의 국가인권위 점거농성을 지지한다! 1. 국가인권위는 서울경기이주노동조합 아느와르 위원장에 대한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의 불법적인 단속과 구금이 적법한 것이라는 결정을 지난 2일 이주노조에 보내왔다. 이는 출입국관리공무원들과 검,경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이 정당한 것이라고 손들어줌으로써, 그동안 ‘인간사냥’이라고 무수하게 비난받아온 강제단속 행태를 더욱 부추기는 처사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인권마저 외면한 국가인권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무효를 주장하는 바이다. 2. 아느와르 위원장은 이주노조를 결성하였다는 이유로 지난 5월 14일 새벽 1시경 표적단속 되었고 이 과정에서 일시보호명령서를 발부권한이 없는 9급 출입국공무원이 발부했으며 보호명령서를 48시간 내에 발부해야 하는데 이를 훨씬 초과해서 발부하고 심한 구타가 발생하는 등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최소한의 절차마저도 무시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강제단속과 구금은 원천무효가 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는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사건이 진정된 지 7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난 11월 14일에서야 이것이 적법하다는 반인권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3. 법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단속을 해도 규탄받을 마당에 최소한의 절차조차 지키지 않는 강제단속을 국가인권위마저 정당화시켜 준다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도대체 어디가서 하소연을 하란 말인가? 아직도 인권후진국인 이 나라의 현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주노동자들은 인권마저 차별받아야 하나.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의 국가인권위 점거농성은 너무나 정당하다. 국가인권위는 스스로의 반인권적 결정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죄하고 이를 철회해야 한다. 아느와르 위원장은 즉각 석방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과 추방은 중단되어야 한다. 2005년 12월 6일 사회진보연대
살인 폭력정권과 같은 하늘아래 살 수 없다 ‘민족농업사수! 비정규권리보장입법쟁취! 범국민대회’가 개최된 오늘 6시경 청년, 학생, 시민사회단체 회원 200여명은 청와대로 달려갔다. 쌀 수입개방에 반대하다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살해된 전용철 농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노무현 정권에게 묻고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노동법 개악과 쌀 수입개방정책의 철회의 뜻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폭력적 연행이었다. 오늘 경찰이 연행한 것은 이 땅 민중의 목소리였다. 국민을 때려죽이고 처절한 외침을 파렴치하게 외면하는 정부가 국민에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행진하는 국민에게 이 추운 날씨에 물대포를 난사하는 정부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노무현 정권의 본질을 확인했다. 서민을 위한 대통령, 노무현은 노동자, 농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정권으로 그 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미명아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 되었다. 세계화시대의 경쟁력 확보라는 미명아래 농민들은 살해당했다. 노무현 정권 집권 이후 마치 군사독재 시절처럼 노동자 농민 열사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들은 스스로 쳐놓은 바리케이트 건너에 있는 지배자들과 초민족적 독점자본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노동자, 농민의 생명과 노무현정권의 생명은 양립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노동자와 농민이 죽어나가야 사는 정부와 민중들은 더 이상 단 하루도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오늘 민중의 투쟁이 그러한 사실을 입증했듯이 노무현 정부는 폭력과 억압으로 그 사실을 동시에 입증하고 있다. 만천하에 밝혀진 진실 앞에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나아가자.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다. 저들의 조직적 살인행위에 목숨을 내맡길 것인가,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고 민중의 세상을 준비할 것인가. 시위 연행자를 즉각 석방하라! 폭력진압 살인만행 전투경찰 해체하라! 노동자 농민 다 죽이는 노무현 정부 퇴진하라! 2005.12.04. 사회진보연대
지난 11월 12일(토)자로 발행된 <사회화와 노동> 노동자대회 특별호 편집본입니다. 제목은 "민주노총 10년, 노동자운동의 물줄기를 바꾸자"이며 B4 양면입니다. * * * 민주노총 10년, 노동자운동의 물줄기를 바꾸자! - 노동해방 기치로,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사회운동으로 거듭나자! 민주노총이 출범한 지 10년이 되었다. 짧게 보아 1987년 7․8․9 노동자 대투쟁부터 따지더라도 거의 20년에 걸친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서 피와 땀으로 물든 투쟁과 거대한 전진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역사가 무색하리만큼 민주노조운동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노동해방을 향한 열망으로 남한사회와 노동현장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으로 나아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다시금 반성해야 할 때다. 현재 노동자운동 위기는 제국주의와 자본의 권력을 대변하는 신자유주의 전략의 공세와 이에 대항하는 대안적 이념과 전략의 취약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여성․이주노동자 등 광범위한 노동자 대중을 포괄하고 대표하지 못하는 노동조합운동의 대표성과 정당성의 위기가 등장한다. 또한 그 결과로 노동자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의 축소, 노동현장과 지역에서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의 쇠퇴, 노동조합 조직률과 조직력의 약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현장과 지도부간의 괴리, 노동조합 민주주의 위기, 파괴적인 정파 대립과 노동자 대중의 사기 저하 등 악순환이 벌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이 처한 이러한 조건들을 살피고 노동자운동의 물줄기를 바꾸기 위한 출발점을 함께 찾아 나가야 한다. 신자유주의 반대를 노동자운동의 출발점으로! 최근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른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일명 로드맵)을 입법하기 위한 구체적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여당의 로드맵은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을 규제하고 파업을 포함해 노동자의 집단적 활동을 더욱 제약하기 위한 각종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 정부․여당은 노동자과 자본가와 협의를 거쳐 양자의 요구를 종합해서 ‘선진적 노사관계’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행동에 족쇄를 채우는 것뿐이었다. 왜 정부․여당, 자본가 집단은 노동자들의 행동에 올가미를 채우기 위해 이렇게도 동분서주하는가? 1997년 외채․외환․금융위기와 IMF 구제금융협약을 겪은 후 남한경제는 장기적 위기라는 수렁에 빠졌다. 외환위기에 따른 원화가치 대폭락만도 남한경제 절반을 한 순간에 날려버린 심각한 손실을 의미했지만, 외채 재조정은 초민족 금융권력에게 이중삼중의 이익을 안겨 주었고, 경제구조조정은 그들에게 실질적인 경제 지배권을 넘겨주는 계기가 됐다. 이제 초민족 자본은 금융(주식)시장 개방,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남한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주식시장에서 주가차익을 노리거나,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남한 경제를 통째로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남한 재벌은 미국 제국주의의 유․무형의 지원과 남한 파시즘의 비호를 받았고, 1980년대 삼저 호황을 계기로 급성장을 경험했으나, 이제는 세계를 뒤흔드는 초민족 자본과 금융권력과 경쟁에서 살아남거나 심지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급급한 지경에 이르렀다. 남한 재벌은 이러한 조건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 노동자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뿐이다. 정부․여당과 자본가 집단은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조차 없도록 저임금을 강요하고, 이로써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노동자가 장시간․고강도 노동을 택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한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자본과 권력의 전략에 대항하는 노동자운동을 봉쇄하려고 노동자 대중을 분할․지배하기 위한 신종 법률과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그들은 각종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법률과 연봉제․성과급 등 새로운 임금제도를 도입해 노동자 사이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같은 현장 안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거 양산되고, 복잡한 외주․하청시스템이 발달되고, 광범위한 특수고용 노동자가 생기는 이유는 오직 노동자 대중을 더욱 세분하고 그들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위계구조를 형성해 초과 착취를 더욱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가 낳은 파괴적인 자본간 경쟁, 초민족 자본의 지배, 남한 경제의 구조적 위기는 결국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남한경제를 집어삼키려는 제국주의와 초민족 자본이나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는 남한의 자본과 권력은 모두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함으로써만 부의 원천을 찾을 수 있다. 민주노총 비리사태를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민주노총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사태는 민주노조운동이 진퇴양난의 위기를 겪고 있던 와중에 터져 나온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히 어떤 개인이 저지른 부패 사건으로 보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유가 너무나 많다. 우리가 남한의 노동자운동을 민주노조운동이라고 부른 이유는 한국노총과 같은 어용노총이 오히려 노동자를 지배․착취하는 도구임을 강력히 비판하고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자 대중의 자율적인 노동조합운동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이제 노동조합은 사업장 단위에서는 개별 자본과, 전국적인 차원에서는 정권과 제도화된 교섭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조합의 실천은 심각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개별 노동조합은 노동자 대중 전체의 시야에서 자신의 활동 과제를 구하기보다는 자기 노동조합에 속한 노동자의 이익을 개선하거나 방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력과 자본이 노동자를 분할․지배하려는 신자유주의 전략을 더욱 교활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노동조합의 투쟁은 고립되거나 파괴되기 쉬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실천이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생활 향상에 기여하기보다는 특정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사이의, 또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의 격차를 확대하는 데 그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개별 자본에 대한 교섭과 투쟁에 초점을 맞추는 개별 노동조합의 투쟁은 신자유주의 지배전략에 대항하는 투쟁 속에서 다시금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 상층구조의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민주노총 지도부는 신자유주의 지배전략의 본질에 대한 인식에 기초해 광범위한 노동자의 단결을 확대하기보다는, 정반대로 정권․자본과 특정한 합의를 창출하고 교섭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기층조직과 조합원에 대한 통제를 증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권․자본과 교섭에 초점을 맞추는 이러한 흐름이 강화된다면 안정적인 합의구조를 붕괴시킬 위험이 있는 요소들을 피하려는 경향도 증대될 것이다. 따라서 합의에 부담을 주는 쟁점들, 예를 들어 노동자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전략에 대한 전면적 반대를 피하고 전투적인 노동자 투쟁을 통제함으로써 결국 노동자 대중 사이의 격차를 다시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개별 자본과 정권과 교섭에 집착하는 노동자운동의 경향이 강화될수록 개별 자본가나 국가는 더 손쉽게 노동자운동을 길들이는 수단을 찾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가장 간단한 방법은 관료화된 노조조직의 지도자들을 매수하는 것이다. 개별자본이 직접적으로 금전을 건네든지, 정치권력이 임기만료 이후 정치적 입지를 약속하든지, 여러 방법을 통해 통해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이미 대공장 노조들과 상급단체들에서 널리 벌어졌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노조 비리는 민주노조 운동의 구조적 위기가 발현된 결과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엇이 이런 참담한 결과를 낳았는지 철저한 반성이 집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모든 현장과 지역, 운동 공간에서 문제를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 기업 내로 갇힌 자기중심적 노동조합 활동, 관성적으로 진행하는 임․단협 투쟁, 노사협조주의나 사회적 타협 등을 현재 활동방식을 진단하고 무엇이 이런 활동방식을 낳았는지 함께 토론해 나가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 단결의 구심으로, 사회운동의 기관차로 거듭나야 한다! 최근 노동자운동이 겪고 있는 안팎의 위기와 사기 저하, 잇달아 벌어진 비리 사태는 노동자운동에게 경종을 울린다. 또한 이는 IMF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항하는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기 위한 수 년 간의 노력이 심각한 한계에 봉착했음을 가리킨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모든 운동공간을 통해 수립하고 대중적 흐름으로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우리는 세계자본주의 위기와 남한의 장기불황이 신자유주의 전략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다. 따라서 정권과 자본은 노동자운동의 근본적 요구에 양보할 수도 없고 양보할 의사도 없다는 사실도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다. 노동자운동은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위해 우리의 근본적인 과제를 다시 정립하고 투쟁의 기풍을 세워나가야 한다. 계속되는 양보 교섭과 타협에 익숙해지고 패배주의나 냉소주의에 기운 기존 운동은 이러한 투쟁을 세워나가며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노동자운동은 노동자 대중의 단결을 강화하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대중운동, 사회운동 집단과 연대를 추구함으로써 질적으로 발전된 투쟁과 운동으로 도약할 수 있다. 특히 비정규직보호법 개악 입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투쟁에 헌신적으로 나서야 한다. “싸울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서 결사투쟁하자”는 전국비정규직연대의 호소처럼 11월말로 예정된 파업과 총력투쟁에 결합하자. 이번 투쟁에 전국적으로 힘을 모으기 위한 민주노조운동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또한 노동자운동의 주체를 발굴하고 단결을 확대하려는 일상적인 실천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특히 일상적인 여성억압과 노동현장에서 차별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노동자 운동, 인권과 노동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주노동자 운동은 노동자운동이 노동자의 단결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또한 노동자운동은 며칠 앞으로 다가온 APEC 정상회담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가장 적극적인 일부가 되어야 한다. 지난 11월 초 미주정상회담에서 라틴 아메리카의 노동자운동과 광범위한 사회운동은 전 세계의 외채․경제위기와 전쟁, 민중의 빈곤과 실업을 낳는 제국주의와 초민족 자본에 대항하는 민중운동의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우리가 더 이상 노동자에게 실업과 빈곤,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을 강요하고, 막대한 부를 수탈하는 자본주의 체계의 노예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선언하자. 민주노조운동이 커다란 어려움에 처할수록 활동가들의 용기와 적극적인 행동이 더욱 소중해질 것이다. 노동현장과 지역을 비롯한 모든 활동가들이 주체적인 자세야말로 노동자운동의 물줄기를 바꾸는 밀알이 되리라 확신한다. 지난 10년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아래로부터의 혁신과 투쟁을 다짐하자. 민중의 보편적 해방을 지향하는 노동자운동으로, 사회운동의 기관차로 거듭나자. <끝>
김영기 회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진보연대의 입장 1. 10월 25일 공공연맹 중집회의에서 민주노총 공공연맹 한국공항공사노조 김영기 전 위원장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및 권고사항을 심의, 의결하였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었으나 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여성에게 억압적, 폭력적인 구조를 전화시키기 위한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운동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확인한다. 2. 김영기는 노조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강요하고 정신적․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였으며 피해자의 활동할 권리를 침해하고 결국 피해자로부터 자신의 활동 공간, 노동 공간을 박탈했다. 이처럼 성폭력은 단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활동가로서의 전망과 기반, 삶의 공간 자체를 박탈하며, 개인뿐 아니라 운동사회, 공동체 전체 여성들의 활동을 억압하고 침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성폭력이 발생하였음에도 피해자 혼자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운동사회 내에서의 성폭력 및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폭력은 단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여성 차별적, 억압적 구조가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형태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여성문제에 대한 사고가 여전히 취약하거나 심지어 부재할 뿐더러 여성 차별적, 억압적 구조와 문화를 재생산하고 있는 노동조합운동, 사회운동의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혁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3. 사회진보연대는 운동사회의 일원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자기반성과 함께 커다란 책임을 느낀다. 사회진보연대는 지난 2000년 말 ‘운동사회 내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와 성폭력 사건들을 계기로, 성폭력 문제를 적합하게 인식하지 못함으로 인해 조직 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는 자기비판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2002년 3월 총회에서 성폭력 사건 해결에 관한 규약을 제정한 바 있다. 나아가 여성해방을 사회진보연대의 주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이념적, 실천적 수준에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 규약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처리방침을 넘어서 일상적인 삶과 활동의 긍정적 규범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소속 회원의 성폭력 사건을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고 그동안의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한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진전의 지점을 발견하고자 한다. 운동사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여성이 동등한 주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여성활동가를 배제하고 주변화시키는 운동의 구조와 이념이 변화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폭력에 대응하는 사회진보연대의 고민과 실천은 개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과 조치에 한정되지 않아야 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사회운동의 몰성적이고 여성억압적인 구조와 이념을 비판하고 사회운동과 여성운동적 시각과 실천을 결합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문제의식이 충분히 확산되거나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노동조합운동과 사회운동의 여성운동적 개조를 위해 특히, 노조운동 내부에서의 흐름을 지지, 강화하고 여성운동의 대중운동적 기획을 통해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을 이루어내는데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이상을 근거로 이번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의 상처치유와 이후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되고, 더 나아가 조직 안팎에서 여성해방운동을 강화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사회진보연대는 11월 4일 운영위원회 논의를 통해, 공공연맹 진상조사위원회의 결의사항과 피해자의 요구사항에 적극 동의하며 김영기의 회원자격정지를 일차적으로 결정한다. 앞으로 진상조사위원회와 후속활동에 대해 소통하면서, 회원총회에서 회원제명 등 추가적인 조치를 추후 논의한다. 하나. 사회진보연대가 그동안 진행해 온 성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전진의 지점을 모색한다. 하나. 성폭력을 발생시키는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대한 인식을 전조직적으로 심화하고 여성운동이 더욱 확장, 강화될 수 있도록 각종 회원모임, 집행위원회, 운영위원회, 총회 등 각급의 경로를 통해 교육과 토론, 실천을 조직한다. 또한 연대운동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활동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2005년 11월 9일 사회진보연대
아펙 바로알기 수업관련,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공세를 규탄한다. 해외 참가자 입국 금지 조치를 철회하라. 한나라당 의원들과 조․중․동의 무리한 ‘전교조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 총회까지 열면서 전교조의 아펙바로알기 수업과 아펙반대 동영상을 비난하는가 하면, 한나라당 대변인 전여옥은 “전교조의 아펙 반대 영상 상영은 교육을 앞세운 폭력”이라는 망발까지 늘어 놓는 등 무차별적인 정치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러한 정치공세는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왜곡한 엉터리 정치공세일 뿐 아니라, 스스로를 패러디 영상물조차 수용할 수 없는 편협한 수구적 집단으로 비하시키는 우둔한 태도이며, 또한 표현의 자유를 형해화시키는 폭거라 아니할 수 없다. 우선 문제가 된 그 동영상은 전교조 부산지부가 제작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아펙반대국민행동에서 제작한 시사 패러디 동영상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그 동영상 내용에 정녕 문제를 느낀다면,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아펙반대국민행동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온당한 태도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한나라당에게 이 문제에 대해 우리와 공개토론하기를 제안한다. 한나라당이 문제가 된 아펙반대 동영상을 한번 살펴보기만 하면 쉽게 확인될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왜곡하면서,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공세를 퍼붓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사립하교법 개정을 무산시킬 목적으로, 한나라당이 무리한 ‘전교조때리기’에 나선 것이 아닌지 그 저의가 심히 의심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사 패러디 등을 통해 권력자들을 희화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권력자들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일은 문명사회에서 항용 있는 일인데, 이런 정도를 문제 삼는다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부시를 극도로 희화화하고 또 비판한 ‘화씨 911’에 비해서, 이번의 ‘이펙기동대’ 동영상이 더 심하다고 할 수 없는데, 유독 한국에서 마녀사냥식의 여론공세를 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정도의 표현의 자유조차 못견뎌하는 시대착오적인 수구적 집단들이 아직까지도 국회 권력과 언론권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민주화지체 현상 때문이다. 한편 부시의 부도덕한 이라크 침략전쟁에 찬성하고, 바로 그 침략전쟁에의 한국군 파병을 주창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폭력’ 운운하며 전교조를 비난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 한나라당은 영상에 욕설과 비속어가 등장한다며 악의적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성영 의원의 폭언과 욕설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도 반성하지 않았던 한나라당이 비속어 사용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다. 그리고 한나라당 원내대표 강재섭은 전교조를 비난하며 ‘우리 아이 올바르고 반듯하게 키우기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 같은 개혁입법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 하고 사학재단 비리를 감싸고 교육 불평등을 강화하는 데서 앞장서 온 한나라당이 “아이들의 미래” 운운하는 것은 위선적 태도나 다름없다. 전교조 부산지부에서 추진한 ‘APEC 바로알기 수업’은 사회적 쟁점에 대해 학생들의 균형있는 시각을 기르기 위하여 APEC에 대한 찬반의 주장을 소개하고, 학생들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바람직한 국제 협력의 방안을 토의하게 해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APEC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수업에 대해 ‘이념과잉’, ‘정치과잉’, ‘선동과잉’, ‘사상적 인질’ 등등의 표현으로 매도하면서, 전교조를 반교육적 집단으로 몰아세운다는 것은 그야말로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현재 부산시교육청에서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는 APEC 계기교육(유치원용, 초등용, 중등용) 자료나 초등학교에서 이미 실천한 보고서를 보면, 철저하게 APEC에 대한 홍보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홍보 위주의 교육은 문제없고 비판의 소리를 담은 교육은 문제삼는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교육목표인 ‘민주시민의 양성’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태도라고 하겠다. 또한 우리는 또 다른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강력히 규탄하고자 한다. 11월 2일 경찰청은 아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ꡒ11월 19일까지 반(反) 세계화 시위로 처벌된 경력이 있는 20여 개 시민단체 외국인 998명에 대해 입국금지했다ꡓ는 국제망신 수준의 발표를 했다. 더 나아가 경찰은 또 APEC 회의를 반대하는 집회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은 단체 소속 외국인 400여 명의 명단을 자체 작성, 이들과 일행이 입국하면 출입국관리소에서 입국사실을 통보받아 각 지방청에 통보, 국내 활동상황을 예의주시키로 했다고도 발표했다. 또한, 강제추방을 당할 수 있다는 안내문까지 배포하겠다고 했다. 경찰의 이런 외국인 블랙리스트 작성은 완전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졸렬한 행동이다. 우리는 묻고 싶다. 살인이나 테러에 직접 관련되지도 않는 해외인사들에 대해 “단지 반세계화 시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입국을 금지시키려고 추진하는 어떤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반세계화 시위 참여 경력이 입국 금지 통보까지 받아야 할 반인륜적인 행위인가? 우리는 이런 경찰의 처사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지위의 자유 등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헌법적 태도임이 분명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따지자면 침략전쟁을 일으킨 전범 ‘조지 부시’야말로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말미암아 입국 금지 통보를 받아야 할 자다. 또한 아시아 침략전쟁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이를 미화하면서 새로운 전쟁국가를 추진하고 있는 고이즈미야말로 정의와 역사를 거스르는 반인륜적 태도로 말미암아 입국금지통보를 받아야 할 자다. 한편 정부당국에게 경고한다. 작년 칠레에서 개최된 아펙정상회의 당시 7만 명에 달하는 칠레 국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여 부시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였고, 또 금년 11월 2일부터 11월 5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미주정상회담에 침략자 부시는 발도 들여 놓지 말라며, 아르헨티나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을 상대로 부시의 아르헨티나 방문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실정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에서만 부시반대아펙반대 시위를 터부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우리의 요구> 1.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공세를 즉각 중단하라. 1. 정부당국은 반세계화 시위전력 해외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와 입국금지조치를 즉각 철회하라. 1. 경찰당국은 비열한 집회방해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 2005년 11월 3일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
민주노총의 핵심지도부인 수석부위원장이 사용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후,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 큰 혼란에 휩싸였다. 지난 21일,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등 지도부의 일괄사퇴로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비리혐의 구속으로 인한 사태는 한 시기를 넘겼다.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집행부가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많은 활동가들이 요구했고 사회진보연대도 이와 같은 입장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 이수호 지도부가 퇴진한 상황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기풍이 서고 노동자운동이 혁신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일까?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구속 이후 급박하게 전개된 지난 10여일 상황의 대차대조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호 위원장 사퇴 이후 남겨진 것 이수호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사퇴 기자회견은 몸싸움과 피켓팅 가운데 결국 보도자료로 대체되었다. 지도부의 사퇴 성명은, 자신들의 사퇴가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비리 사건에 대해 보다 진실하고 전면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서이거나 혹은 현장의 민주적인 요구 때문이 아니라, 이른바 (금속, 공공 등) '거대 연맹'이 하반기 투쟁을 책임질 수 있다고 결의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반기 투쟁에 대한 책임을 미루는 데 급급할 뿐 진정으로 자신들의 사퇴가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에 밑거름이 되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곧 이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조직적 위기를 봉합하기 위한 수준이었다. 책임을 분산하고 정치세력 간에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구도로 짜여진 비대위는 지도력과 집행력을 갖고 하반기 투쟁을 조직하는 역할이나 논쟁 과정에서 제기된 노동자운동의 혁신을 위한 실천은 고사하고 비리척결 등 당면한 조직 내 혁신과제마저 수행하기 힘든 구조로 만들어졌다.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민주노총 사무총국의 간부들은 중집위에서 전원 사직서가 수리됨으로써 민주노총의 집행력도 더욱 취약해진 상태다. 비정규직 권리입법 투쟁을 제대로 진행하고 투쟁의 의미를 확실히 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의 비대위 참여문제는 제대로 제기되지도 못하고 정리되었다. 이수호 지도부의 사퇴논란부터 비대위 구성까지, 주류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노동언론'까지도 전체 상황을 정파조직간 대립의 논리로 바라보고 보도했다. 인터넷 게시판의 논쟁뿐만 아니라 중집위에서도 노골적으로 갈등 전체가 정파간 갈등이라고 규정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논쟁과정에서 활동가들 사이에 남은 것은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을 위한 과제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아니라 '정파갈등'이라는 대립구도였다. 이에 따라 당연히 활동가들도 모두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특정한 입장으로 해석되고 서로를 비방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활발하게 제기된 모든 입장은 '정파갈등'이라는 구도 속에 폭력적으로 침묵을 강요받았다. 그렇다면 이수호 지도부의 사퇴 이후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사퇴의 조직적 결과인 비대위는 투쟁도 혁신도 힘있게 추동하기 힘든 위기 봉합 구조로 짜여졌고 논쟁의 모든 의미는 정파갈등이라는 덧칠 속에 묻혀버렸다. 마지막까지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부의 사퇴 입장 속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기풍을 세워야한다는 목소리도 공허한 외침이 되었다. 조합원들 역시, 이 전체 과정에서 대개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식의 냉소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적극적으로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을 세우고 혁신하자는 주장이 현장에서부터 제기되지 못했다. 지도부 사퇴 요구 자체가 정파적 요구로 채색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냉소는 더욱 심화되었으며, 이후 떠도는 노조간부의 추가비리혐의 소식을 들으면서 냉소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수호 지도부의 사퇴 이후, 정작 사퇴를 요구한 이유였던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은 어쩌면 점점 더 요원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던 대다수 활동가들은 단지 사퇴만 요구한 것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노동자운동 혁신의 과제를 제기하려 했다는 점에서 다시 평가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전면적으로 관철되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실천이 필요할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노조비리 : 민주노조 운동의 구조적 위기의 결과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은 개인의 돌출적인 비리행위라고만 보기에는 힘든 것이었다. 그것은 노조운동 전반이 처한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노조 운동이 태동 당시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라는 것의 '민주'는 민주적, 혹은 독립적/자주적이라는 의미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수사로 전락해 있다. 이미 많은 노조들이 조합원들이 투쟁으로 뭉치기 위한 단결체가 아니라 사용자와의 특정한 방식의 교섭과 타협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애초에 민주노조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던 남한의 독립적인 노동운동은, 이제는 사업장 단위에서는 개별 자본과, 전국적인 차원에서는 정권과 제도화된 교섭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실리적인 이해를 극대화하는 조직이 되어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조합원 대중이 투쟁을 통해서 계급으로 구성되고 그 단결을 확대해 가는 과정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특정한 합의를 창출하고 교섭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조합원(또는 비조합원인 비정규직)에 대한 통제를 증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합의구조를 붕괴시킬 것이 자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들 노조가 쉽게 수용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사업장의 자본가나 국가가 노동자운동을 길들이기 위해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관료화된 노조조직의 지도자들을 매수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금전을 통해서, 혹은 임기만료 이후의 정치적 입지를 약속하고 매수한다. 또한 현장조직들에게 선거자금을 건네는 방식 등으로 노동조합 내부 정치에 개입하는 과정을 통해서 영향력을 확대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들은 이미 대공장노조들과 상급단체들에서 이미 일어나기도 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다. 노조비리는 민주노조 운동의 구조적 위기가 발현된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비리 사건이 민주노조운동이 처한 조건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처방도 이에 걸맞게 이루어져야한다. 노동조합 간부들의 비리가 노동운동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점에서, 그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이 이루어져야한다. 지도부 사퇴 요구는 이러한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을 위한 시작으로서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지도부 사퇴로 사태를 봉합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문제의 원인에 대한 대중적 토론을 활성화하고 대안을 찾아가기 위한 논의가 개시되어야한다. 그러나 현재 이수호 지도부의 사퇴 이후 상황은 이러한 방향과는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지도부 사퇴와 함께 사라진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이라는 쟁점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민주노총 내의 각 정치세력들의 정파적인 접근이라는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지도부의 진퇴가 어느 순간 원래의 의미를 떠나서 민주노총 권력에 대한 쟁점으로 전화되면서 모든 쟁점은 사장되었다. 모든 문제가 노조 상층 엘리트들의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면 현장 조합원들의 무관심은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그리고 현장의 무관심은 노조 상층 엘리트들이 권력게임에 몰두하는 것을 제어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든다. 논란의 과정에서 이수호 지도부의 사퇴 요구를 정파적 요구라고 해석하고 정파간 대립으로 사태를 규정지은 사람들이 일차적인 책임이 있을 것이지만,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한 측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논쟁의 과정에서 특정한 정파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식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었고 인신공격에 서로 가담하는 과정이 있었다. 또한 조합원 대중으로부터 문제제기를 조직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층 논의기구의 쟁점으로 만들어가면서 정파적 대립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해야한다. 이와 관련되어, 민주노총 지도부의 사퇴 논쟁이 단위노조 수준의 혁신이라는 문제와 연결되기 어려웠다는 것도 지적되어야한다. 지도부가 엄정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요구가 노조 상급단체 차원의 혁신요구를 쟁점화할 수는 있으나 그것으로 단위노조, 사업장 현장까지 포함하는 노조운동 전반의 혁신을 추동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노동자운동의 위기의 원인이 투명하게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을 다시 세우고 노동조합을 노동자'운동'의 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단위노조, 사업장 현장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대중적 기반이 구축되어야한다. 그러나 이번 논쟁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많은 노동조합에서 조합원까지도 이미 이러한 비리가 발생하는 구조에 (그것에 부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익숙해있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대중적 세력이 아래로부터 형성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선별적으로 포섭하여 분할관리하기 위해서 기존의 노조 조직을 활용하기도 하고 상당수의 정규직 조합원들이 여기에 안주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적당한 타협과 관리의 조건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투쟁이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을 복원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는 있겠으나 아직 그것을 전체운동의 과제로 전면화할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의 혁신운동과 만나야 한다 위로부터의 혁신노력은, 이번 사태와 같이 큰 상징성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그것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대중적 요구와 만날 때만 상급단체의 임원의 거취만이 아니라 운동전체의 구조와 기풍까지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노조운동의 상급단체에서의 혁신을 위한 시도는 그것이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퇴까지 가는 '충격적인 것'일지라도 그것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대중적인 혁신의 요구와 만나지 못했을 때, 그것은 아무리 멀리 나가도 상급단체 수준의 제도 개선과 지도부 교체라는 쟁점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쟁점은 필연적으로 노조 권력을 둘러싼 정파적 대립과 논란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극적으로 드러낸 이번 비리 사건의 원인은 단지 개인의 품성문제가 아니라 노조 자체가 변화된 상황에 기인한다는 점을 위에서 언급했다. 투쟁을 통해 노동자계급을 형성해가기 보다는 적절한 교섭과 타협을 통해서 실리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서 조합원을 관리하는, 노조운동의 전반적인 상황이 문제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현장에서부터 수립하고 하나의 대중적 운동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 이제 시작되어야한다. 그것은 비정규직 투쟁과 같이 정권과 자본이 타협할 수도 없고 타협할 의사도 없는 쟁점에서부터 운동을 활성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타협에 익숙해진 기존의 노조운동도 이 투쟁을 함께 하는 속에서 자신을 검증하고 변화될 수 있다. 그럴 때만 다소 뒤늦더라도, 민주노총 지도부의 사퇴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서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을 추동하려고 했던 시도는 비로소 자신의 고유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사퇴 이후, 그것을 넘어서 애초에 제기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실천은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