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부쳐 헌정 이후 최초의 여성 대통령, 개헌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 대통령 등의 수식어 속에 이명박 정부를 계승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사회저변의 통합력 해체, 동북아 정세 불안이라는 조건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대통합’을 위해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에 따라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의 국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론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라 할 만한 ‘경제 민주화’ 공약 중 경제정책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1%]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 창조경제론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강화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창의와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발전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 운영 등의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수위는 한국경제가 ‘산업화의 결과 그 규모가 선진국 수준으로 커졌으나 개인의 삶의 질이 경시되어 국민의 행복수준은 낮은 상황’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경제성장 모델을 ‘국가 전체의 총량적 성장에서 국민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피면 ▲선진국 추격형 성장 방식에서 세계시장 선도형 성장으로 ▲노동 자본 등 투입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생산성 중심의 질적 발전으로 ▲수출-내수산업, 제조업-서비스업,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균형 성장에서 취약부문 생산성 제고를 통한 부문 간 균형 성장으로 ▲원칙이 무너진 자본주의에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론’은 기존의 수출-재벌 중심 성장전략의 일정한 조정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를 통해 성장한 한국경제가 종종 내수·수출 균형성장으로 표현되는 내수-중소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구할 정책적 여지는 대단히 좁다. 제조업 중심의 성장 모델 전환? 사실 내수·수출 균형성장은 한국경제의 사활적 과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한국경제는 높은 무역의존도와 취약한 내수로 말미암아 외부적 요인에 취약하다(2010년 102%, 2011년 110%에 달하는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G20 중 1위인 반면 내수는 17위 수준이다). 단적으로, 최근 경제성장률 하락은 세계 경제위기로 수출이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내수마저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내수·수출 균형성장은 흔히 오해하듯이 단순히 내수 비중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소득유발 효과를 높여 수출과 내수 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즉 수출호조→소득확대→소비진작→투자확대의 선순환 말이다. 이는 제조업 중심 수출 구조를 탈피하여 서비스업을 선진화하자는 논리로 연결된다. 한국경제는 1990년대 이후 서비스업의 비중이 상승하는 가운데 소득불균형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제조업 성장에 따른 고용파급 효과가 과거에 비해 둔화하면서 서비스업에서 고용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서비스업이 제조업 대비 노동생산성이 낮고, 서비스업 내 업종간 현저한 노동생산성 및 임금 격차 등이 지속되고 있는 데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서비스시장 개방을 통한 자본투자 확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업성 및 기술평가 위주의 금융활성화 등의 조치를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이처럼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외국인투자 유치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곧 FTA와 같은 금융·서비스개방 전략과 긴밀히 연관된다. 아울러 수익성 있는 네트워크산업이나 보건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간주하며 민영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서비스산업 내부의 위계화는 고용형태의 변화를 초래하여 파트타임, 기간제, 교대제, 임시직 등 불안전 고용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 전환? 궁극적으로 ‘소득확대-소비증가-고용창출-인적자본축적-지속성장-소득확대’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내수·수출 균형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계소득의 증대가 필수 요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한국의 가계소득은 국민총소득(GNI)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된 반면 기업소득은 GNI보다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즉, 임금 증가율이 기업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1997-98년 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한 수출·제조업의 고용흡수력이 낮은 데 주로 기인한 것이다. 또한 도소매, 음식숙박 등 소규모 자영업의 구조적 침체로 이들의 영업이익이 낮은 증가에 그치는 데다 가계부채의 증가로 지급이자가 늘어나 순이자소득(수취이자-지급이자)이 감소한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가계소득 증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고용과 임금분배율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평가절하(고환율)와 함께 저임금을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기아차와 같은 재벌을 정점으로 수직적으로 위계화된 하청계열구조 속에서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정리해고·비정규직과 같은 노동유연화 법·제도와 손배가압류·타임오프·복수노조창구단일화와 같은 노조탄압 법·제도를 강력히 밀어붙였다. 더욱이 한국경제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FTA 전략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 추진될 것이다.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근간으로 하는 FTA는 각국 노동자들의 ‘바닥을 향한 저임금 경쟁’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경제위기 시기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라 환율이 하락하여 수출경쟁력이 악화하고 선진국 경제위기로 중기적으로도 수출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수출-재벌이 가격경쟁력과 직결되는 임금비용 상승을 순순히 용인할리는 만무하다. 특히 경제가 계속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4 이상을 담당하는 삼성전자·현대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창조경제론의 주요 항목으로 제기된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나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정책의 경우 극히 일부 상징적 조치에 국한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제고를 위한 유연안전성’과 ‘민주노총 배제’를 기조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자본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강력한 군검경을 앞세워 ‘불법 투쟁 엄단’을 주문처럼 읊조리면서 민주노조 운동을 공격할 것이다. 노동자 단결 없이 변화도 없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 경제위기와 민생위기라는 조건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재벌개혁과 복지강화와 같은 ‘경제 민주화’를 공약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는 한낱 공문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위기의 장기 심화라는 조건 속에서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에 종속된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이내 모순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정책의 모순이 자동적으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기본적으로 조직-노동에 대한 배제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현재 민주노조 운동의 실력과 기세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어 제대로 된 저항과 투쟁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제위기 하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수출-재벌 체제, 즉 원하청체계 하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바꿔내기 위해서, 민주노조 운동은 연대임금·연대고용 등 노동자 단결과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이것이 이내 모순을 드러낼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한 노동자 운동의 기본 과제이다. (이 기사는 정세보고서, 「박근혜 정부 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2013.2.25.) 일부를 요약, 재구성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를 참고하세요.)
[금융과 노동] 2013년 경제정세와 금속노조
현실적인 고용정책은 노동조합 확대다
공공운수노조연맹.'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궁금해요' (첨부) 민주노총 정책보고서 '기초노령연금의 주요쟁점과 과제' (첨부)
마힌드라 20년사, 쌍용차의 미래가 보인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쌍용차를 살리는 길
[요 약] 전력산업 민영화의 이면: 대기업의 블루오션으로 변질된 전력산업 □ 민자발전 확대 방식의 전력산업 민영화 ․수서-평택 발 KTX 분할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높음.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 역시 논란이 됨. 국가기간산업, 네트워크(망) 산업에 대한 민자유치, 경쟁도입 방식의 민영화 정책이 국민적·사회적 폐해를 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국민의 뇌리에 또렷이 각인시켜준 ‘사건’들임. ․그러나 전력과 가스 등 필수공공재인, 에너지 산업의 민간확대 방식의 민영화 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음. 기본 생활 영위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공공 서비스에 민간자본이 진출하여, 민간기업의 이윤추구 논리에 따라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고 공급 안정성을 위협한다면, 나아가 지하철 9호선과 같이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협박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대책 없이 ‘당해야’ 할 조건임. 결과는 지하철보다, 철도보다 훨씬 참혹할 것이 분명함. □ 전력산업 민영화 촉진의 배경: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한국의 전력산업은 2년 단위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여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장기전망, 전력설비 건설계획과 전력수요관리 등에 대한 사항을 결정함. 2012년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되는 해임. 지난 해 9.15 전력공급 중단 사태 이후 전력예비율이 낮아 설비를 증설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다면 발전소 증설 계획은 5차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 ․민자발전 시장의 확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결과임. 전력산업에 도입되었던 분할 매각식 민영화 정책은 2001년 4월 2일 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남부․중부․동서․서부 발전회사 6개로 분할되면서 중단되었음. 같은 날 전력거래소가 설립되면서 발전회사가 입찰하여 한전에 전량 판매를 하는 거래시장이 형성되었음. 전력산업의 분할 매각식 민영화 정책이 중단되고 구조개편 정책이 표류하자, 민간회사들은 서서히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행방을 탐색하여옴. ․2010년 제5차 전력산업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복합화력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경기북부 민자발전 시장이 전면 허용되었음. 민자 최초의 석탄화력 시장이 열리기도 하였음. MB 정권 말기, 제6차 계획을 둘러싼 민간자본의 행보는 5차에 비할 규모가 아님. 해당 지자체를 파트너로 하여 심지어 기존의 공기업인 발전자회사가 오히려 하위파트너로 인입되는 양상임. □ 전력산업 민영화의 특혜와 4대 메이저: 포스코, GS, SK, 메이야 ․포스코, GS, SK와 100% 중국계 자본인 MPC가 주요 6대 민자발전 회사의 주인임. 이들 대부분은 1996년 이후 민자발전 확대 계획을 통해 진입 허용을 받은 회사임. 또한 전력산업 민영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고, 가스산업의 우회적 민영화인 직도입을 통한 수혜를 받은 기업들임. 민자 발전회사는 PPA 계약, 민영화 정책 추진으로 인한 각종 특혜, 전력거래소의 SMP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 굳이 분할을 해서 전력거래 시장을 만들어, 민자발전만 고수익을 챙겨가는 형태가 되고 말았음. □ 민영화의 결과: 민자발전과 발전 5개 자회사의 수익 ․민자발전과 발전 5개 화력 자회사 간의 수익 차이는 전력거래 시스템에 의해 발생함. 첫째, 현재의 전력거래 시스템이 발전회사의 고정비와 변동비를 보장해주는, 순이익을 보장해주는 체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임. ․둘째, 발전자회사는 한전과의 수익률 조정을 위해 소위 보정계수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음. 원가보다 낮은 산업용 전력요금, 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른 원가부담 등 최종 리스크를 한전이 안는 구조이기 때문임. 발전회사를 민영화하겠다고 분할을 하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임. ․셋째, 현재의 전력거래 시스템 상 민간 발전회사는 소위 ‘빨대만 꽂아놓으면 알아서 수익을 빨아내는’ 고수익 사업임. 고정비와 변동비를 PPA, CP, SMP 등의 방식으로 보장받고 있기 때문임. ․넷째, 더욱이 K-Power(주)와 같이 가스 직도입을 하여 연료비가 낮을 경우 엄청난 수익을 얻는다. 현재 가스산업 직도입에 너도나도 뛰어들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임. □ 전력산업 민영화의 급격한 확장: 민자발전 시장 확대 ․기존의 4~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특징은 첫째, 민자발전 회사의 성격에 있음. SK, GS, 포스코, MPC 등 기존 민자발전 회사와 달리 STX,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태영건설, 동부그룹 등 건설 자본을 중심으로 하여 민자발전 참여 회사가 확장되고 있음. ․둘째, 기존 발전 자회사의 행보의 변화임. 정부가 발전회사 독자적으로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아, 민자와 손을 잡고 있으나 발전자회사가 오히려 토사구팽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함. 결과적으로 하위파트너로 전락하고 있음. ․제6차 전력수급계획을 둘러싼 민자발전 건설계획의 특징은 첫째, 기존 계획과 달리 상당히 거대화, 대형화되었다는 점에 있음. 복합화력 중심의 건설계획이 아니라 석탄화력을 중심으로 복합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복합에너지 지역단지 조성 등으로 사업규모가 확장되었음. 보통 3~4조에서 8조원대에 이르는 계획이 제출되고 있음. 민자발전 자본의 흐름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결과에 의존하여 전력 '시장'을 노리기보다 본격적으로 전력산업의 '열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급진적 계획 수정으로 해석할 수 있음. ․둘째,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결과에 따라 전력산업의 공공적 소유․운영의 지형이 상당부분 바뀔 수 있음.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민자발전 추진계획이 상당부문 반영된다면 민자 시장이 전력산업 전반에서 차지할 영역은 1/3을 넘는, 실질적 민영화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임. □ 전력산업 민영화, 이대로 둘 것인가 ․그 동안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 정책이 전력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음. 전력산업 구조개편 10년이 경과한 지금, 끊임없는 발전설비의 고장, 트립, 정지사고에 이어 인명사고까지 발생함. 적자를 빌미로 한 한전의 요금인상 시도도 계속되고 있음. ․전력산업의 재통합을 통해 한국의 전력산업은 합리적이고 공공적 체계로 전환해야 함. 민영화를 위해, 경쟁도입을 위해 설치한 전력거래소와 전력거래 시스템을 폐지, 중단하고 계통의 안정성을 수립하고 경쟁체제를 중단해야 함. 다만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FIT를 강화하고 소규모 발전회사 및 기존 민간회사에 대해서는 적정한 가격으로 한전이 매입하는 구조로 돌아가면 될 것임.
낙담이 아니라, 진지한 반성과 각오가 필요하다 [%=사진1%]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1.6%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헌정 사상 최초의 과반대통령, 최초의 여성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등 많은 수식어가 붙었다. 양 후보의 정책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게다가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이른바 3대 의혹(NLL 대화록,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댓글 알바 의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정 투표율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75.8%를 기록했다. 대선이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 양 진영 간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특히 보수 유권자층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1 구도로 치러진 첫 대선이었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이인제, 이회창 등을 포괄하는 보수연합을 창출했고, 야권도 심상정 예비후보가 등록을 포기하고 안철수, 이정희 후보가 모두 사퇴함에 따라 민주통합당 주도의 민주연합을 완성했다. 양 진영의 역량을 최고조로 집중시킨 총력전에서 MB 심판론이 패배한 것이다. MB 심판론의 패배, 참여정부 심판론의 승리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기 확대된 양극화와 권위주의적 정치를 비판했고, 이에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적 무능과 아마추어 정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대응했다. 가령, 문재인 후보가 반값등록금 시행을 미룬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를 비판하면, 박근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에 등록금이 폭등했다고 반박했다. 양 진영 모두 집권 기간 동안 실패했다는 점을 드러내는 제살 깎아먹기식 책임전가 논쟁이었다. 사실 모든 국민들은 지난 10여 년 간 집권세력이 달라지더라도 민중들의 삶의 조건은 꾸준히 악화되어왔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없고, 양 진영 모두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것만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양 진영은 과거 집권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일정한 단절과 쇄신을 꾀해왔다. 박근혜는 당명개정과 좌클릭을 시도해서 ‘이명박근혜’라는 공격으로부터 일정하게 벗어나고자 했고,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새정치 선언과 친노동행보 등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단일화 이벤트의 흥행을 이뤄내지 못했고 그 결과 안철수 사퇴 후 늘어난 15-20% 정도의 중도층을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또 노동운동의 침체상황에서 친노동행보는 ‘관리’의 차원이었지 효과적인 득표전략은 아니었다. 여전히 문재인은 노무현의 적통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고, 참여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박근혜의 공격을 넘어설 수 없었다. 반면, 박근혜는 경제민주화 등 핵심 정책에서 일정한 후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확대, 복지, 정치개혁 등에 있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과오로부터 거리를 둔 상태에서, ‘준비된 변화냐 무책임한 변화냐’라는 쟁점을 형성했다. 또 아버지 박정희의 ‘잘 살아보세’성장 신화를 등에 업고, 경제위기 극복을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자신에 대한 지지로 이끌어냈다. 그 결과 경제위기 상황에서‘현직의 위기’를 돌파하는 예외적 성과를 얻었다. 민주세력의 무능의 결과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세대구성의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20-30대는 줄어들고 50-60대는 증가했지만, 연령대별 지지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매 선거 때마다 그렇듯 여전히 높은 지역주의의 벽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보수후보가 수도권에서 대패하지 않는 한 무조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대구성의 변화나 여전히 강고한 지역주의만으로 MB 심판론의 패배, 참여정부 심판론의 승리, 박정희 시절 경제성장 향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실 박근혜에 62.5%의 지지(출구조사)를 보낸 50대 유권자 층은 10년 전 노무현 지지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충북, 강원, 제주, 경기, 인천에서 모두 패배했고, 그나마 승리한 서울지역에서도 득표율 격차는 3.2%포인트 차로 매우 적었다. 중요하게 평가해야할 점은 민주세력의 무능이다.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실정으로 인해 이번 선거는 야권에 기본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야권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불만에 힘입어 6.2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등을 놓고 자신들의 집권 경험에 대한 뚜렷한 반성이 없는 상태에서 모순적인 입장을 남발했다.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와 한미동맹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이명박 정부만 비판하려는 이들의 전략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적 무능과 아마추어 정치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즉, 이들은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실제로 2011년 민주당 지지율은 몇몇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항상 한나라당에 비해 열세였고 손학규, 유시민, 문재인 등 유력 야권주자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박근혜의 지지율보다 낮았다. 이 때문에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만이 대선 승리를 위한 유일한 카드로 사고되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문재인은 내용없이 ‘정권교체’만 반복적으로 주장하면서 자신의 공약조차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가령,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에 높은 지지율을 보인 50대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은퇴 후 자산과 소득에 대한 실리적이고 전망적인 투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양측 모두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할 때, 정년 연장, 하우스푸어 대책, 주택연금 가입연령 하향 조정 등 이들의 노후불안을 타겟팅한 세부정책에 호소하는 새누리당의 전략이 보다 주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능한 민주세력을 뒤쫓은 민중운동 2008년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 당권을 장악한 세력은 반MB 야권연대를 내세우며 실패한 민주세력의 뒤를 쫓았다. 이들은 민주세력의 모순적 입장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2012 총대선에서 일정한 의석과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주류화의 길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구 집권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고 동시에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강화하고자 했다. 통합진보당은 반MB 야권연대에 헌신하기 위해 민주당보다 더 과격하고 원색적인 MB 비난을 자신의 역할로 상정한 듯 했다. 대선 TV 토론에서 문재인과 이정희의 역할분담은, 지난 시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 내 좌파로서 할당받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무원칙한 야권연대를 비판하면서 출마한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는 민중운동의 독자적이고 통일적인 대응을 모색하던 여러 세력을 폭넓게 규합하지 못한 채 민중운동 내 하나의 정파로서 개별 대응했다. 양 세력은 민중운동 전반의 우경화와 분열을 극복하는데 기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안적 이념,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 결과 김소연 후보는 0.1%(16,687표), 김순자 후보는 0.2%(46,017표)의 득표를 얻는데 그쳤다. 민중운동은 야권연대의 자장 안으로 급속히 휩쓸려 들어갔다. 민중운동이 자신의 핵심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을 전개하기 보다는, 야권이 설정한 의제를 중심으로 한 집회에 대중조직을 동원하는 행태가 반복되었다. 그 결과 총대선을 경과하면서 민주노총 주요 산별조직들은 자기 이해에 따라 실용적으로 야권 후보와의 협약에 매진했고, 민주노총은 이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아무런 대선방침도 투쟁계획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5년 간 민중운동은 이명박 비판에 성공하였나 지난 시기 민중운동은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을 상실해왔다. 자연스레 지배세력에 대한 정세적이고 근본적인 비판을 하는데도 한계를 보였다. ‘MB 쥐새끼’같은 풍자, 경제민주화에 노동의제를 하나둘 끼워 넣는데 급급한 실용주의가 근본적 비판을 대체해버렸다. 압도적 득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정부’라고 부르면서 자족적 비난에 머물렀다.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가 박정희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와 달리 쇄신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비판할지에 대한 논점은 박근혜를 ‘유신의 딸’, ‘공주’라고 부르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이처럼 객관적 현실로부터 거리가 있고 설득력이 부족한 과격 비난과 악마화는 대중운동의 확대 보다는 기존 지지층 내부의 자기위안의 의미가 강했고 따라서 대중적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요소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올 대선 이명박 정부가 대중적으로 심판받지 못한 점에 대해 민중운동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해야할 부분이 많다. 민중운동이 독자적 이념에 기반을 두고 비판과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는 한 자신의 저변을 확대할 수 없고, 나아가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은 요원하다. 기껏해야 민주세력 내 좌파로 자리매김 될 뿐이다. 낙담보다는 반성이 필요한 때다. 박근혜 정부의 성격과 향후 전망 박근혜 정부는 무엇보다 직선제 도입 이래 최초의 과반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형식적 대표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국회도 여대야소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안철수의 신당 창당과 맞물린 이합집산의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인수위는 물론,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운영은 상당히 안정적일 것이다. 외교 정책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이 지속될 것이다. 박근혜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ISD의 경우 해외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대선 뒤로 미뤄뒀던 KTX 민영화, 송도 영리병원 설립 등 민영화 공세도 강행될 것이다. 국방 정책 역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한미동맹의 현대화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다. 대북 정책에서도 박근혜는 ‘신뢰 프로세스’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등을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겠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위기관리 전략이 한층 강화되는 변화도 나타날 것이다. 박근혜는 이명박의 747 공약과 달리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당선되었다. 성장보다는 위기극복과 중산층 복원을 내세웠고, 이를 위해 임기 내에 고용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과 기업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지원,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복지 확대가 상징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격은 경제위기와 양극화에 따라 대중적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후반부에 내걸 수밖에 없었던 ‘공정사회’론과 총대선 국면에서 여야가 공히 제기한 경제민주화-복지국가론에 대한 일정한 수용에 기초해있다. 즉, ‘저성장시대 위기관리’가 올 대선을 거치며 형성된 지배세력 내 컨센서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유럽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 성장세도 둔화된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이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례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코스피가 15%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위기가 심화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언제든 위기에 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거시안정화에 종속된 일정한 분배정책은 언제든 다시 역행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이 가진 모순으로 인해 대중의 불만은 언제든 여러 형태로 다시 분출할 수 있다. 노동자 민중운동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세적이고 근본적인 비판과 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한 태세를 갖추자 2012년 한 해 동안 진보정당의 우경화, 대중운동의 분할과 무기력이 지속되어온 결과 현재 민중운동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박근혜 당선 직후 안타까운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듯 이 어려움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막막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박근혜는 인수위와 정부 초기 일정한 개혁조치를 단행할 것이고, 이는 양극화 완화, 중산층 복원, 정치개혁 등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문재인에 투표한 48% 국민과의 대통합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조직되어있지 않은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 정책이 실질화할 것임을 예고함으로써 새 정부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중운동, 조직된 노동자의 투쟁은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험난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각성이 시급하다. 운동을 재개하고 새 정부에 맞서 투쟁태세를 갖추기 위해서 우선 민주노총을 재정비하고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구성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가 직선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민주노총 내 세력 간 충분한 합의 노력을 바탕으로 차기 지도부를 ‘원칙있는 단결 지도부’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현재의 정파 간 세력구도 하에서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안정적인 사업집행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으로서 기본적인 집행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향후 투쟁에서 있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현장과 지역에서의 혁신 노력도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기존 정파별 구도를 넘어 무너진 현장을 복원하고, 민주노조 운동을 강화하는 데 동의하는 활동가들이 지역·산업별로 새롭게 결집해야 한다.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세우기 위해, 경제위기 하에서 정부와 자본의 전략을 정확히 분석하고 각 산업 및 사업장, 각 지역별 대응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노조운동의 진전을 위해 각 정파 및 의견그룹들이 기존의 관성화된 노동조합 활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혁신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진당 출범 이후 전통적인 노동자 민중운동의 정체성이 해체되고 노선적 분할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반신자유주의 정치·사회운동의 혁신과 공조를 추구해야 한다. 각 정파·세력 별로 취약한 영향력을 보완하고 각 지역, 부문운동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박근혜 정부 시기 운동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공동실천을 모색해야한다.
누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