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폐기를 위한 지역-현장운동을 조직해야 할 때 3월15일로 한미 FTA 발효일자가 발표되고, 그동안 줄곧 수세에 몰리던 새누리당이 반격에 나서면서 한미 FTA가 총선 최대 쟁점으로 새삼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22일 날치기 비준 이후 발효가 개시되는 일은 단순 법절차에 불과한 수순이라고 본다면, 문제는 발효 이후 그동안 <날치기 비준무효 촛불집회>중심의 한미 FTA 투쟁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이다. 코앞에 닥친 총선은 이러한 쟁점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새누리당의 반격과 궁색하기 그지없는 민주당 새누리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이 2월 초 미국대사관에 한미 FTA 폐기 서한을 전달하자, 박근혜대표가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한번 체결된 국제협약을 이런 식으로 폐기하자는 무책임한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그러자 한명숙 대표는 “민주당의 입장은 한미 FTA 폐기가 아니라 재협상”이라고 하루 만에 말을 바꾸며 물러섰다. 기세를 잡았다고 판단한 새누리당은 2주가 넘도록, 한미 FTA 체결에 앞장섰던 한명숙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의 과거 행적과 발언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반면 민주당의 대응은 궁색하기 그지없는 형편이다. 이로써 날치기 이후 줄 곳 수세에 몰린 모습이었던 새누리당은 정식 발효를 앞두고 오랜만에 반격에 나서게 되었고, 한미 FTA는 새누리당의 선공에 의해 총선 최대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은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 2010년에 재협상된 MB FTA를 반대할 따름이다. 노무현 정부가 어렵게 맞춘 이익균형을 이명박정부가 깼다는 근거다. 하지만 민주당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10여 개 항목들 중 MB가 추가한 자동차부문의 양보는 큰 비중의 사안이 아니다. 또한 나머지 9개 조항들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4월에 체결한 내용 그대로다.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역진방지 조항(래칫), 주요 농축산 품목의 관세철폐 기간,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 등 핵심 독소조항들은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협정에 있던 그대로다.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다. 야권단일화 정당화 명분으로 이용당하는 한미 FTA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관점과 이념노선의 차이가 없는 보수양당이 앞 다퉈 한미 FTA를 선거 쟁점으로 제기하는 것은 아군과 적군을 구별 짓고 손쉽게 지지자를 동원할 수 있는 의제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선거 여론조사 기관에서 흔히 말하는 대표적 ‘갈등이슈’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한미 FTA 폐기 서한은 실제로 한미 FTA를 폐기시키겠다는 운동 전략이 아니라, 한미 FTA라는 갈등이슈를 소재로 하는 영향력 있는 ‘정치 퍼포먼스’다.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동시에 한미 FTA같은 중대한 국가 간 협정을 함부로 다루는 민주당을 성토하고 나서는 모순적인 태도 역시 선거 정치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서민경제도 돌보면서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민주당과 달리 말을 바꾸지 않는 진정성 있는 보수, 경제를 살릴 능력 있는 정치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한미 FTA가 민주당 주도의 야권연대를 정당화시켜주는 화려한 명분으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공천기준에는 한미 FTA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공천심사위원회 자체가 친 FTA 인사들로 꾸려졌다는 내부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미 FTA 카드를 버리지는 않는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어, 자신이 주도하는 반MB-야권연대를 달성하기 위해 한미 FTA보다 강력한 카드는 없기 때문이다. 반MB-야권연대의 덫에 걸린 한미 FTA투쟁과 범국민운동본부 한미 FTA가 이렇게 여야 정당 간 표몰이 쟁점으로 전락하는 사태로 말미암아 정작 한미 FTA를 둘러싼 진정한 계급투쟁의 발전은 왜곡되고 가로막힌다.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반MB-야권연대의 덫에 걸려 한미 FTA 폐기투쟁의 중심으로서의 위치를 스스로 잊어가고 있다. 범국본은 주말 촛불집회를 계속 개최하고 있지만, 집회내용과 실질적인 사업기조는 이미 반MB-야권연대 총선대응으로 변질되었다. 올 초 범국본 내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진행된 이른바 ‘심판운동’은 야권연대 총선대응 사업기조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다. 최초의 논란은 여야정당의 공천반대인사 명단발표 문제로 불거졌다. 범국본 산하에 구성된 검증지원단은 심판자 명단을 ‘날치기의원 151인, 국회의장, 부의장 2인, 민주당의원 7인’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기준에 따라 협소하게 심판대상자를 선정한 안이었다. 범국본 내 여러 단체 대표자들은 이러한 명단발표를 반대하고, 다른 기준과 질적으로 다른 총선대응방식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첫째, 심판명단 작성의 기준은 한미 FTA 날치기가 아니라 한미 FTA 폐기임을 분명히 해야 하고 둘째, 심판대상은 날치기에 참여한 151인과 7인의 민주당 야합파 의원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날치기151인’과 민주당의 핵심 야합파 의원들에 대한 심판은 별도로 강조하면 될 일이지, 그들 때문에 나머지 의원들을 심판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범국본 대표자회의의 논의는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검증지원단의 안을 다수결로 밀어붙이려는 측과 이에 반대하는 측의 논쟁으로 평행선을 그렸다. 결국 논의는 범국본 대표자회의의 다수의견 대로 검증지원단의 심판자명단을 발표하되, 심판명단발표 취지에 “한미 FTA를 체결한 민주당(옛 열린우리당)과 날치기를 자행한 새누리당은 심판받아야 한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범국본의 심판자명단은 2월16일에 1차 발표되었다.) 범국본은 밀실협상을 통해 한미 FTA를 폭력적으로 체결한 노무현 정부에 맞서 결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범국본은 날치기 이전이나 이후나 일관된 한미 FTA 폐기 입장에 근거해서 민주당의 참여정부 FTA 원안 찬성론이나, ISD 재협상 조건부 비준찬성론 등을 비판해왔다. 그런 범국본이 이제 와서 민주당과의 공조를 감안하여 야합파 7명 수준의 부실하기 짝이 없는 심판명단을 발표하고, 한미 FTA 폐기 입장을 분명히 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 한미 FTA 전면 폐기 기조를 명확히 하고, 지역-현장운동을 조직해야 할 때 한미 FTA는 계급갈등의 광범위한 쟁점들과 분리 불가능한 사안이다. 한미 FTA는 단순히 상품무역과 관련한 관세면제 협정도 아니고, 양국 간 국익의 균형 문제로 접근할 수 있는 협정도 아니다. 자동차와 소고기 문제도 핵심이 아니다. 한미 FTA의 핵심은 경제, 사회, 문화, 금융, 서비스, 교육, 노동 등에 걸친 포괄적인 경제제도의 광범위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다. “일단 한번 체결-발효된 국가간 협정을 폐기하는 일”은 양국 간의 정치, 경제, 외교관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전환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일이다. 가령 한미 FTA 폐기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한미동맹의 근본적 전환과 결합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가 민주당의 진정성 없는 선거용 퍼포먼스 정치에 활용되고 범국본에 야권연대를 목표로 하는 사업기조가 삽입되면서, 한미 FTA 폐기운동은 더욱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한미 FTA 폐기가 한국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의미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새롭게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모색해야할 때이다. 경제제도 전반의 근본적 전환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부분은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해외매각, 재벌규제 제도들이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발전노조 투쟁, 철도노조 투쟁으로 이어져온 공공부문 민영화저지 투쟁은 지난 2000년대 내내 거듭해서 패배하고, 집중력 있는 공동연대운동으로 발전하는데 실패했다. 비정규직 노동탄압의 선봉인 현대자동차와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 어용노조가 지배하는 재벌들과의 투쟁은 더욱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추가적으로 민영화하고 한번 개혁된 부분을 합법적인 방식으로는 되돌리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이 민영화 잔치판에 머리 검은 외국투자자로 재벌이 참여하여 각종 규제와 노동권 관련 제도들을 무력화하는 공세를 펼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 폐기운동은 공공부문 민영화저지 운동전선의 재건과 재벌의 지배체제에 맞선 총노동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지역-현장의 운동을 중심으로 새롭게 건설되어야 한다. “투쟁 없이 총선승리 없다!”는 현재 범국본 촛불집회의 기조는 야권연대를 압박하거나 지지하기 위한 대중동원과 명분 쌓기로 기능할 뿐이다. 한미 FTA투쟁은 이러한 정치적 굴레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국익을 위한 재협상이 아니라 전면폐기를 명확한 기조로 다잡아야 하고, 반MB 유권자운동-낙선운동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투쟁과 민영화저지 운동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투쟁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할 때다.
[%=박스1%] 2012년은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고 한반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력이 재편되는 격동의 시기다. 그러나 민중운동은 침체와 무기력 속에 이전 집권세력이 주도하는 ‘반한나라당 정권교체’에 종속되며 이념과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1%] 세계 경제의 구조적 위기 심화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장기적 원인은 1970년대 이후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 추세다. 중기적 원인은 1970년대의 ‘징후적 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한 금융세계화와 이중적자다. 이에 따라 1990년대와 2000년대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이 얼마간 회복되면서 ‘대완화’가 발생하지만, 결국 금융세계화가 야기한 금융혁신과 신용의 증권화가 이번 금융위기의 단기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7-09년 금융위기는 실물경기의 침체로 파급되면서 성장 및 고용·임금의 후퇴를 낳았다. 금융위기가 은행위기를 거쳐 대불황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취한 통화·재정정책의 결과로 2009-11년에는 세계적인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주변부에서 발발한 재정위기가 중심부로 전염되면서 현재 세계 경제위기의 핵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미국도 적자재정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수량완화정책을 통해 위기를 일시적으로 진정시켰지만, 그 후과로 2011년 들어 재정위기 위험이 제기되며 2012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임시방편을 통해 일시적으로 진정되다가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유로존을 이탈하거나 심지어 유로존이 붕괴할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세계 교역의 1/4, 생산의 1/5을 차지하는 유럽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세계 경제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재정위기와 은행위기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럽 은행들이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할 경우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 10%, 외국인투자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유럽의 위기가 심화·확산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 2011년 실물경기 회복세의 둔화, 특히 장기에 걸친 고용 및 주택시장 부진 속에서 재정건전성의 악화와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경기재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금융연계와 무역연계를 통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이 미칠 것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와 금융연계가 강한 한국 경제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또 중국도 대내외 위험 요인이 불거지면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저임금 기반 가공무역을 통해 세계 공급사슬에서 최종공급자로 기능하는 한편,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외화를 다시 국외에 투자하는 최종대부자로 기능하면서 과거 세계 경제위기 시 안전판 역할을 담당했는데, 오히려 현재는 중국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또 다른 원천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반도 불안정성의 고조 유럽의 위기와 대조적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헤게모니를 유지·확대하는 것은 경제위기에 처한 미국에게 사활적인 과제다. 미국으로서는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금융과 함께 이른바 지식기반경제의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비즈니스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출주도 성장을 달성하고, 이를 위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로 대두된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북한의 핵무기 보유 등 역내 안보 불안도 미국의 아시아 재관여의 빌미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종전 선언과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통해 대외 전략의 무게중심을 유럽이나 중동에서 아시아 태평양으로 옮길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상태다. 게다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의 동시적 해결을 위해 공세적인 아시아 전략을 펼쳐야 할 국내 정치적 요인도 결부되어 있다. 현재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서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있기 때문에 갈등이 조정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쌍방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어 잠재적인 갈등이 확대되는 형세에 있다.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에 적극 조응하여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FTAAP 구상의 시발점으로서 한미 FTA가 비준된 것과 함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사령부(KORCOM)로 재편되는 것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정부는 한미 FTA 비준으로 ‘한미동맹은 정치·안보동맹에 경제동맹이 더해져 다원적·포괄적 동맹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군사 안보라는 ‘평화와 안정의 축’과 경제협력이라는 ‘번영과 발전의 축’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한미관계가 운영되고 발전하는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또 한국은 미국의 후원 아래 2012년 3월 서울에서 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할 예정인데, 이것이 미국의 북핵 관리 전략에 조응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였다. 일단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순조롭게 집단지도체제로 이행하고, 상당 기간 동안 내부 정치적 안정화에 주력하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김정은 후계 체제를 인정한 것도 안정화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미국이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 북미 관계는 한동안 교착 상태에 머물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미의 북핵 포기 전략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강성대국 원년과 체제 교체를 맞는 북한이 공세적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노동 정책 한국 경제는 1997-98년 경제위기·외환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금융자유화와 구조조정·평가절하와 같은 수출-재벌 주도 세계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금융자유화와 수출-재벌 주도 성장전략, 그리고 이를 종합하는 FTA 전략은 투자활성화와 수출경쟁력을 위해 노동력을 신축화함으로써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강화한다. 또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를 심화시켜 국민경제를 세계 경제위기의 충격에 대단히 취약하게 만든다. 단적으로, 2007-09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환율 및 주가 변동폭과 실질임금 삭감률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노동 정책은 세계 경제위기의 격랑 속에서 크게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저변의 모순을 심화하였다. 첫째, 이명박 정부의 집권 5년(2012년 전망치 포함) 경제성장 실적을 단순 평균하면 3.1%에 불과하다. 이는 자신의 공약이었던 7%는 물론이거니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그토록 비판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적(각각 5.0%, 4.3%)에도 미달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위기 아래 고용도 악화되었다. 잠재실업자와 불완전취업자(부분실업)를 포함하는 확장실업률은 공식실업률의 2-3배에 달하는 8-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제위기 하에서 여성·청년, 중소기업·자영업 등 취약계층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었다. 셋째, 명목임금인상률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인상률도 대폭 악화되었다(2007년 3.0%, 2008년 -8.5%, 2009년 -0.1%, 2010년 3.8%, 2011년 -3.5%). 그 결과 노동소득분배율은 2007년 56.7%에서 2010년 52.5%까지 하락했다. 넷째, 조세 감면, 규제 완화, 개발 확대를 통해 건설 및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발상은 용산 참사와 4대강 개발로 상징되는 거대한 재앙을 낳았다. 부채로 주택 구입을 장려하는 정부의 금융·부동산 정책은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폐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2012년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다시 한 번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금융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기침체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고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은 중기적으로 재정건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과 노동신축화 법제화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위기일수록 대외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무역 장벽을 걷어내야 국가간 장벽이 희미해진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다’며 한미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보다 공세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정부의 노동신축화 정책은 정리해고제와 같은 고용량의 신축화와 파견제·기간제와 같은 고용형태의 신축화를 거쳐, 이제 ‘일자리 나누기’라는 외피를 쓴 시간제를 통해 임금 및 노동시간 신축화로 진화하고 있다. 정치 위기와 총대선 지형 정부 여당은 경제위기로 인한 민심 이반과 각종 실정·부패로 집권 하반기 레임덕에 빠진 상태다. 그 이유는 반민주적·억압적 통치 스타일과 남북관계의 악화라는 여러 요인들도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명박-한나라당의 ‘747 공약’과 ‘뉴타운 공약’과 같은 장밋빛 경제성장 전망이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에게 치명타를 가했다는 사실을 핵심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의 후과와 선거 개입 의혹 등 각종 권력형 비리가 터지며 대대적인 위기에 봉착한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전권을 행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태 수습에 나섰다. 비대위는 정책적으로는 복지 공약을 보강하면서 중도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조직적으로는 외부 인사 영입, 개방형 국민경선제 등의 방안을 도입하여 재창당 수준의 인적 쇄신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확실한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나라당의 구심력이 급격히 약해진 반면 당내 친박계를 제외한 여타 계파의 원심력이 확대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계파 간 이해 갈등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내부 분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통합당으로 대표되는 전 집권세력은 위기의 책임을 현 정부 여당에게 전가하는 인민주의적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12월 (‘혁신과 통합’의 후신인)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과 통합하여 민주통합당으로 재편하였다. 동시에 진보정당을 포함하는 범야권공조를 통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면 총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구상 하에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한국노총의 합류로 민주통합당은 이전에 비해 진보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들이 제시할 개혁 의제의 폭과 수위는 대단히 협소할 것이다. 조직적 특성으로 보더라도 민주통합당은 정당 외부 전문가들의 참여와 국민경선제 등을 통해 선거승리와 유권자 전반의 동원에 주력하는 포괄정당적, 선거전문가정당적 성격을 띤다. 역사적으로 민주통합당이 무수한 이합집산을 반복했다는 점은 이들의 이념적·조직적 토대가 대단히 부실하고 지지층의 휘발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반복,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현재 반한나라당-비민주당을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돌풍’은 정당을 기반으로 삼지 않더라도 대중적 명망과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여 선거 자금과 운동원을 조직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안철수 돌풍’은 그 실체와 무관하게 한국 정치의 이념적·조직적 취약성을 반영한다. 이런 측면에서 안철수 원장이 ‘정치의 본질은 행정’이라고 언급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정치 위기의 중요한 증후 중 하나는 사회적 갈등의 대의 과정이자 집단적 운동으로서 정치가 행정이나 치안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일단 안철수 원장이 단호하게 신당 창당설을 부인함에 따라 총선은 현재 구도대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론의 불씨는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가 직접 총선과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더라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랬듯이 간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통합진보당으로 대표되는 민중운동 주류가 총선과 대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연립정부 구성에 몰두할 경우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전면적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하다. 계급타협 속에서 이러한 정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침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이념 및 노선의 우경화와 선거정치의 빌미를 제공한다. 특히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현 정세에서 통합진보당이 만에 하나 연립정부에 참여할 경우, 이는 그로 표상되는 민중운동이 집권세력의 정치적 책임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면 이는 향후 노동자운동의 주류가 미국식 자유주의(민주당)-노동자운동 공조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위기와 정치위기에 대한 민중적 대안의 건설이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이 야권 단일화 프레임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정치적·조직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총대선 국면에서 범야권의 일부로 흡수 통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민중운동의 대응 이상의 분석을 요약하면서 2012년 민중운동의 투쟁 방향을 도출해보자. 첫째, 2012년 세계경제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고조와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중국의 경착륙 위험 등으로 대단히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적인 차원에서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제위기는 세계화된 금융연계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모순이 폭발한 결과로서, 일시적인 순환적 위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적 위기의 성격을 갖는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권 말기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여당이 복지 공약을 강화하고 정부가 감세정책을 일부 철회했지만, 재벌주도 성장 및 노동력 관리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은 중기적으로 재정건전화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과 노동신축화 법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은 긴축경영 기조 속에 임금을 억제하고 고용을 축소하면서 노동자에게 위기 비용을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중운동은 거시적 수준에서 금융자유화와 노동신축화를 주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전면 비판해야 한다. △한미 FTA를 필두로 하는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 비판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금융거품과 부실을 양산하는 금융자유화 조치 반대 △국가고용전략 2020 이후 제출되고 있는 각종 노동신축화 법제 반대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현행 노조법의 전면 개정 등이 당면 주요 과제다. 둘째, 미국은 경상적자 해소책으로 중국 등 신흥국의 환율유연성 제고와 자국의 서비스산업 수출 주도 정책 전환을 강조하며 한미FTA 이후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미중 전략 및 경제 대화’(G2)를 통해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잠재적인 정치·경제적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태평양 세기’ 구상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수정과 전력 증강으로 귀결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군사적 긴장 상태가 한층 고조된 한반도에서는 북한 체제의 변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당분간 조정 국면을 맞겠지만, 기본적으로 한미의 북핵 포기 전략이 유지되고 2012년 강성대국 원년과 체제 교체를 맞는 북한의 공세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중운동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한미동맹 강화 기조가 동북아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한다는 점을 명확히 폭로하면서 반전평화 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 비판 △평택 미군기지, 제주 해군기지를 비롯한 주둔미군 재배치 계획에 대한 비판 △한국의 전력 증강 사업 비판 등이 주요 과제다. 셋째, 고용·임금과 민중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총노동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제기하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은 실상 노동시간을 신축화하여 단시간·저임금·비정규 노동을 양산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의 본질을 정확히 비판하면서, 이전부터 금속노조가 주장해온 주간연속2교대제와 야간노동철폐 투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쟁취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실질임금 하락폭이 컸고 올해 선거라는 정치 일정도 있어서 임금인상 요구 관철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지만, 교섭력이 취약한 부문은 경제위기 여파가 커질 경우 여전히 실질임금 삭감이 우려된다. 또 경영난을 이유로 물량이나 생산기지를 국외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총연맹 수준에서는 노동자계급 전반의 사정 악화와 함께 내부 격차의 확대를 감안하여 연대임금 정책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산별연맹 수준에서는 산업적 위계의 정점이자 임금협상의 기준이 되는 주요 완성차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산별교섭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3·8 여성의날과 연계한 공공운수노조서울경인지부의 대학비정규직 집단교섭, 공단 차원의 전략조직화와 연계한 금속노조서울남부지회의 집단교섭도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 투쟁으로 부상한 정리해고 이슈를 진전시키고 사내하청·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경제위기에 사각지대로 몰리게 될 민중들의 기초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도 중요하다. 복지 정책의 수혜자로서 정책적 요구에 매몰되기보다는 사회적 권리의 주체로서 대중 저항 주체 형성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경제위기와 민심이반을 바탕으로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상하반기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은 민중운동의 일부를 포섭하는 정당통합과 선거연합을 통해 다가올 총선·대선에서 반한나라당 공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만성적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현직의 실패와 정당의 위기가 반복되고 있는데, 반한나라당-비민주당 무당파를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은 한국 정치의 근본적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의 이념적·조직적 위기를 반영하는 통합진보당의 등장 및 이들의 민주통합당과의 선거 제휴 속에서 민중운동 전반의 주류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정세는 향후 대중운동을 재건하여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기초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요구한다. 민중운동 좌파는 전선의 유실과 진보정당 및 노동조합의 우경화를 저지하고 향후 민중운동의 발전적 재편을 추동하기 위해 상호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 사회운동의 경제위기 대응에 대해 주의 깊은 관찰과 연대가 필요하다. 국제적 수준에서 보면 2010-11년 유럽 긴축반대 운동, 2011년 상반기 중동 및 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 2011년 하반기 미국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등 경제위기에 맞서 투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한동안 추동력을 상실한 대안세계화 운동의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본주의의 체계적 위기에 맞서 국제적 수준에서 민중적 대안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2012년은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고 한반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력이 재편되는 격동의 시기다. 이 글은 민중운동 계획 수립의 기초로서 정세의 객관적 요소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우선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확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위기의 전개 양상을 전망한다. 그리고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미국 대외·통상 전략의 전환과 한미동맹 강화, 북한 체제의 변화를 주축으로 동북아시아의 정치·군사적 균형을 검토한다. 이어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에 주목하면서 정부의 정책기조와 경제위기 대응을 비판한다. 아울러 정부 여당의 레임덕 이후 정치 지형을 분석하면서 총선·대선의 구도와 쟁점을 파악한다. 끝으로 민중운동의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세계 경제의 위기 가능성 증대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장기적 원인은 1970년대 이후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 추세다. 중기적 원인은 1970년대의 ‘징후적 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한 금융세계화와 이중적자다. 이에 따라 1990년대와 2000년대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이 얼마간 회복되면서 ‘대완화’가 발생하지만, 결국 금융세계화가 야기한 금융혁신과 신용의 증권화가 이번 금융위기의 단기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7-09년 금융위기는 실물경기의 침체로 파급되면서 성장 및 고용·임금의 후퇴를 낳았다. 금융위기가 은행위기를 거쳐 대불황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취한 통화·재정정책의 결과로 2009-11년에는 세계적인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주변부에서 발발한 재정위기가 중심부로 전염되면서 현재 세계 경제위기의 핵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미국도 적자재정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수량완화정책을 통해 위기를 일시적으로 진정시켰지만, 그 후과로 2011년 들어 재정위기 위험이 제기되며 2012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래에서는 2012년 세계 경제 전망을 위해,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확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차례로 검토한다.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확산 2009-11년 유럽 재정위기는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부채가 누증한 결과다. 그 구조적 요인은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으로서 유럽연합(EU)의 태생적 결함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신보수주의적 통화정책에 있다. 유럽 통합 과정에서 자본수입과 무역적자가 구조화된 주변국(PIIGS)에서 먼저 재정위기가 가시화됐다. 2010년 5월 그리스, 11월 아일랜드, 2011년 4월 포르투갈이 차례로 EU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긴축재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EU와 각국 정부의 대응은 역내 불균형과 유로 단일통화 체제에 내재한 모순을 해결하는 원인요법이 아니라 구제금융-긴축재정과 같은 대증요법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했다. 2011년 6월에 그리스가 다시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7월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우려가 고조됐다. 이에 따라 7월 유로존 정상들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증액 및 역할 확대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방안에 합의했다.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에 빠진 그리스 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0월에 EU 정상들은 민간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채무조정, EFSF 레버리지 확대, 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 등 ‘질서있는 디폴트’ 방안을 추가로 합의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1월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위기가 고조되자 결국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경제안정화법안 통과 직후 사임했다. 차기 총리로 선임된 마리오 몬티는 재무장관을 겸임하면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올해 들어 내내 경제성장률이 제로 수준에 머물렀던 스페인도 11월 들어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11월 초 프랑스 깐느 G20 정상회의에서도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방안은 구체화되지 못했다. 남부유럽 국가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현재 은행체계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 등 중심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정위기국과 강한 금융 연계를 맺고 있는 유럽 은행들의 위험노출이 커지면서 해당 국가의 신용등급도 덩달아 강등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유럽의 재정위기가 중심부로 전이되고 나아가 유로화와 EU 자체의 위기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ECB가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고 유로본드를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주요국 간 이견으로 실행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독일은 ECB의 독립성, EU 조약 위배 등을 이유로 ECB의 역할 확대를 반대하는 동시에 재정부담을 이유로 유로본드 도입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ECB의 역할 확대를 찬성하는 반면 유로본드 도입은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12월 초 EU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재정 협약을 도입하고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는 일각에서 해석하듯 재정통합의 진전이 아니라 사후적인 재정규율 강화에 불과하다. ECB도 정책금리 인하와 같은 전통적 조치 외에 장기자금공급조작(LTRO) 등 단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비전통적 조치를 병행 실시했지만, 그러나 또다시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재정위기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7%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향후 유럽 재정위기는 다음과 같은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 첫째, 역내 3-4위 경제권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2012년 중 대규모 국채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현재 EFSF와 IMF의 가용재원을 고려할 때 이들의 구제금융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둘째,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 이미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국가들도 대대적인 긴축에도 불구하고 채무상환 능력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에 있는 그리스는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아일랜드도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셋째, 각국의 정치적 사정으로 새로운 재정협약 체결이 지연되거나 안정화 수단의 실효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상당하다(2월 그리스 총선, 3월 슬로바키아 총선, 4-5월 프랑스 대선, 독일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 등). 넷째, 이런 상황에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특히 2012-13년 중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50%를 상회하는데, 이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의 보증에 크게 의존하는 EFSF의 신용등급도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유로존 은행들이 2012년 6월까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을 본격적으로 회수하면서 신용경색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실물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여섯째, 앞으로 발표될 위기 대응책이 미흡할 경우 EU 중심국으로 위기가 전염되면서 매우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재정통합과 같은 근본적 해법이 제시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이상을 종합할 때, 유럽 재정위기는 임시방편을 통해 일시적으로 진정되다가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유로존을 이탈하거나 심지어 유로존이 붕괴할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세계 교역의 1/4, 생산의 1/5을 차지하는 유럽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세계경제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재정위기와 은행위기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럽 은행들이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할 경우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 10%, 외국인투자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유럽의 위기가 심화·확산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2007-09년 금융위기에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은행이 파산하고 증시가 붕괴함으로써 경기침체가 대불황으로 심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 및 적자재정정책,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수량완화정책을 구사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대응은 인수합병과 겸업화, 즉 금융해방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게다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적 금융뿐만 아니라 공적 금융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즉, 적자재정정책과 수량완화정책의 결과로 정부 부채가 급증하고 연준 대차대조표가 비정상화된 것이다. 국가의 지불능력이 국채의 가격과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므로, 만일 공적 금융의 위기, 즉 재정위기가 발생할 경우 국채의 가격과 화폐의 가치가 폭락하게 된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국채가 5조 달러 가량 증가하여 2011년 초 국민소득 대비 국채 비중이 100%에 근접했다. 급기야 2011년 5월 말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법정 한도를 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2차 수량완화 정책이 종료된 2011년 6월 미 정부와 연준은 당초의 예상과 달리 출구전략이 아니라 경기둔화를 공식 발표했다. 2011년 상반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동시에 고용과 주택지표가 장기간에 걸쳐 저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었다. 재정위기 우려 속에서 미 의회는 연방정부의 ‘기술적 디폴트’ 시한을 며칠 앞둔 7월 말 국채 상한을 2.4조 달러 증액하고, 대신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2.4조 달러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단순히 국채 상한이 문제가 아니라 재정정책의 지속 불가능성이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또 재정적자의 대부분을 감축하는 주체가 현 정부가 아니라 차기 정부인 데다가 재정적자를 감축시키기 위해 조세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정지출을 감소시킨다는 문제도 있었다. 2011-12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3%, 2%, 1%, 0%라고 가정하면 국채 비중은 108%, 111%, 113%, 11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8월 세계 금융시장은 폭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연준은 기대와 달리 3차 수량완화정책을 발표하지는 않고 대신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MBS)의 원금을 재투자할 것이고 또 대차대조표의 규모와 구성을 적절하게 조정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발표함으로써 3차 수량완화정책을 어느 정도 암시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9월 초 오바마 대통령은 4,470억 달러의 감세와 재정지출로 구성되는 3차 적자재정 정책, 즉 미국일자리법안(AJA)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 의회의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1년 하반기 연준은 2011-13년 성장률 및 실업률 전망치를 상반기 예상에 비해 하향조정한 상태다. 실물경기 회복세가 둔화됨에 따라, 특히 장기에 걸쳐 고용상황의 개선이 미흡하고 주택시장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2012년 미국경제의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2011년 말에 발표된 제조업·고용·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시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 요인들이 다수 존재하여 경기회복의 지속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고용율과 실업률이 다소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실업자 비중이 사상 최고치에 이르는 등 구조적 실업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주택경기 역시 다소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복 속도가 느려 여전히 침체상태에 있다. 주택가격 하락은 역의 자산효과를 가져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건설업 고용 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11월 미 의회 슈퍼위원회의 긴축재정안 합의 실패에 이어 향후에도 경기부양책 및 재정건전화 방안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또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확산되는 것도 주요한 경기하방 요인이다. 미국 대형 은행들의 유럽 위기국에 대한 직접 위험노출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간접 위험노출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위기국의 신용 하락 시 전염이 불가피하다. 2012년 경기침체의 징후가 보다 분명해지면 미국 정부의 3차 적자재정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연준의 정책수단으로서 3차 수량완화정책이 구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적자재정정책과 수량완화정책은 실물경제에 대한 효과가 미미하다는 문제가 있다. 경기회복 지연과 재정건전성 악화, 그리고 유럽 재정위기와 부정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금융연계와 무역연계를 통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이 미칠 것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와 금융연계가 강한 한국 경제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중국 경제도 2011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내외부 위험 요인들이 불거지면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최대 수출지역인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와 경기회복세 약화로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둔화, 기업수익성 악화 등으로 기업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비은행권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은행권의 대출부실이 확산되어 대출축소로 이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 추가 하락, 중소기업 자금경색 심화 등 악순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부진 등으로 지방정부의 세입이 줄어들면서 상당수의 지방정부가 재정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이 과도한 수준에 있어 급격한 투자 축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비은행권 부실이 폭발하거나 주택시장 거품이 붕괴하거나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잠재적 위험 요인들이 단기간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일부 요인들이 불거지더라도 중국 정부가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밀접하게 연관된 각 요인들이 연쇄적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중국은 저임금 기반 가공무역을 통해 세계 공급사슬에서 최종공급자로 기능하는 한편,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외화를 다시 국외에 투자하는 최종대부자로 기능하면서 과거 세계 경제위기 시 안전판 역할을 담당했는데, 오히려 현재는 중국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또 다른 원천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반도 불안정성의 고조 유럽의 위기와 대조적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헤게모니를 유지확대하는 것은 경제위기에 처한 미국에 사활적인 과제다. 미국으로서는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금융과 함께 이른바 지식기반경제의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비즈니스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출주도 성장을 달성하고, 이를 위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로 대두된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북한의 핵무기 보유 등 역내 안보 불안도 미국의 아시아 재관여의 빌미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종전 선언과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통해 대외 전략의 무게중심을 유럽이나 중동에서 아시아 태평양으로 옮길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상태다. 게다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의 동시적 해결을 위해 공세적인 아시아 전략을 펼쳐야 할 국내 정치적 요인도 결부되어 있다. 현재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서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있기 때문에 갈등이 조정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쌍방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어 잠재적인 갈등이 확대되는 형세에 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미국은 경제위기의 원인이자 효과로서 이중적자의 확대, 즉 재정적자와 함께 무역적자가 누증하는 거시경제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최대 무역적자 상대국인 중국에 평가절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현재 위안화는 최소한 20% 평가절하되어 있다. 이로써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실업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반대로 달러화는 중국을 비롯한 수출지향국의 통화가 평가절하됨에 따라 10-20% 평가절상되어 있다. 미국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할 경우 대외부채가 대폭 개선되고 국내에서 다량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미국은 2011년 5월 전략 및 경제 대화(G2)를 개최하여 위안화 절상을 요구한 데 이어 10월에는 환율조작국 제재법안을 의회에 상정한 상태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나 자신의 구상에 동의하는 동맹국들의 ‘의지연합’을 활용하여 환율 분쟁 상대국에 대해 보다 강경한 정책을 구사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미중 관계에서 안보 문제 협력을 이유로 환율 문제와 같은 경제적 이슈에서 국익을 희생해서 안 된다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2011년 10월 한미 FTA 의회 비준을 발판삼아, 11월 연이어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아시아 관여 의지를 적극 드러냈다. APEC에서 일본이 환태평양경제파트너십(TPP) 협상에 참여하기로 함으로써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이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은 ‘폐쇄적 지역주의’, 즉 아시아 역내 국가 간에 체결되는 FTA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대신 한미 FTA나 TPP처럼 자신이 관여하는 무역투자 협정을 ‘개방적 지역주의’ 전략을 관철하는 교두보로 사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흥국 금융서비스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한미 FTA나 TPP와 같은 ‘21세기 무역협정’이 종국적으로 FTAAP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동시에 이를 통해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아시아를 잇는 제도적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러한 미국의 대외통상 전략은 곧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미국은 2009년 ‘신 아시아 정책 구상’에서 ‘아시아와 미국은 태평양에 의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로 묶여있다’면서, 적극적인 개입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구상은 최근 미국이 발표한 ‘미국의 태평양 세기’ 구상에서 다시 한 번 분명히 드러난다. 여기서 미국은 ‘대 아시아 수출이 자국 경제의 결정적 활로가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재정감축 방안에 따라 국방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1월 EAS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군 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확인했다. 또 미국은 호주에 미군을 장기 배치하기로 함으로써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에 대한 안보 우산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한미동맹의 강화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은 미중 관계(G2)를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을 염두에 두고 한미일 동맹(G3)을 강화하는 이중 노선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여기에 적극 조응하여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FTAAP 구상의 시발점으로서 한미 FTA가 비준된 것과 함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사령부(KORCOM)로 재편되는 것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정부는 한미 FTA 비준으로 ‘한미동맹은 정치안보동맹에 경제동맹이 더해져 다원적포괄적 동맹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군사 안보에서 ‘평화와 안정의 축’과 경제협력에서 ‘번영과 발전의 축’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한미관계가 운영되고 발전하는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통상 주도권을 둘러싼 각축전과 금융무역 자유화 물결이 몰아치는 가운데 한국은 한미동맹 기조 하에서 ‘글로벌/역내 파트너십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TPP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과 이미 FTA를 체결했거나 아니면 협상 중에 있다. 정부는 ‘한국의 경제 자체가 개방을 지향하여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한중 또는 한중일] FTA든 TPP든 그 어느 한 쪽에 편견을 가지고 있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그 다음 수순으로 미국이 한국에 TPP 참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TPP의 기본형으로 기존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브루나이 4개국이 체결한 TPP4가 아니라 한미 FTA를 강조한다는 점은 TPP와 한미 FTA가 미국에 별개로 사고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는 점을 방증한다. 반대로 중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ASEAN과의 FTA를 강화하면서 지금보다 더욱 강하게 한중 FTA나 한중일 FTA 체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TPP에 일본이 참가하는 반면 중국이 불참하는 것을 두고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사실 중국이 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서비스 시장을 대폭 개방해야 하므로, 이는 현재 중국의 경제구조 상 상당한 시일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본도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한일 FTA 체결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미군 제7사령부로 편제되는 한국사령부는 동아시아에 주둔하는 미국 육해공군 전체의 작전을 통제하게 되고, 한국사령부가 위치할 평택은 동북아 허브기지로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역내 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향후 미국은 주둔군 비용분담 요구를 강력히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된 전체 비용 가운데 약 40%가량을 부담하고 있는데, 미국이 조만간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분담비율을 50% 수준으로 높이고 평택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자국 부담을 여기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은 미국의 후원 아래 2012년 3월 서울에서 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할 예정인데, 이것이 미국의 북핵 관리 전략에 조응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미국은 2010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하여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개방한 뒤, 북한과 이란을 제외한 47개국 정상과 3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북한 체제의 변화 미국 오마바 정부는 북한 핵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와 핵위협 청산을 핵 포기 조건으로 제시하며 2009년 이후 공세의 수위를 계속해서 높였다(광명성2호 발사, 6자회담 불참 및 기존합의 파기, 영변핵발전소 불능화 취소 및 원상복구 방침 발표, 2차 핵실험 등). 그러나 미국은 적극적 개입 대신 북한이 핵 폐기에 진정성을 보이거나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선의의 무시’, ‘전략적 인내’ 전술을 구사했다. 이는 북한의 도발에 보상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북한 정권을 약화시켜 자신의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가정에 의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무시와 인내가 북한과의 협상을 중단시켜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게 되면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단계로 불안정성이 고조될 위험도 있었다. 결국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태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공개 이후 미국은 대북정책을 다소 수정했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은 국내 여론과 북한의 추가적 도발을 관리할 목적으로 대화를 재개했다. 이후 6자회담 참가국 간의 대화가 폭넓게 진행됐지만, 북핵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는 미국의 입장과 미국과의 핵군축 회담을 상정하는 북한의 기본적인 대립구도는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남한은 남북비핵화회담을 개최하여 천안함, 연평도 문제(군사문제)와 6자회담(비핵화문제) 간의 분리 대응을 추진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및 남북한 사회문화 교류 재개 의사를 내비쳤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사전 조치에 동의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919 공동성명 이행 의지 확인, 핵과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중국은 북핵의 안정적 관리를 기조로 삼으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제재와 일정한 선을 그어왔다. 따라서 2012년에도 남북관계가 부분적으로 개선되거나 6자회담이 재개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상황 변화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일단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순조롭게 집단지도체제로 이행하고, 상당 기간 동안 내부 정치적 안정화에 주력하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김정은 후계 체제를 인정한 것도 안정화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미국이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 북미 관계는 한동안 교착 상태에 머물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미의 북핵 포기 전략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강성대국 원년과 체제 교체를 맞는 북한이 공세적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이명박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 한국 경제는 1997-98년 경제위기·외환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금융자유화와 구조조정·평가절하와 같은 수출-재벌 주도 세계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1997년 이후 한국 경제가 만성적인 저성장 상태에 머무르는 주요 원인은 생산적 투자의 지표인 자본축적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서 하락·정체된 것에 있다. 이는 이윤율 하락이라는 기본 요인에 더해 △금융자산 위주의 투자행태 △기업 인수합병(M&A) 중심의 투자행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경영행태 △해외 직접투자와 같은 자본 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자본축적률의 하락은 구조적 실업을 낳고, 이는 다시 노동의 교섭력을 약화시켜 노동소득분배율을 악화시키고 불안전 노동을 확산한다. 금융자유화에 따라 신흥시장으로 변모한 한국 경제는 초민족자본에 의한 국민경제의 지배와 국부유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와 같은 문제가 일상화되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대부분 단기 차익을 노리는 증권투자로, 성장 유발 효과가 극히 제한적인데 반해 변동성이 커서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도 저임금·비정규직 활용에 의존하고 있어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한국 경제는 구조조정과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회복하여 막대한 무역흑자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이는 노동력 신축화와 수출-재벌 구조의 강화로 귀결됐다. 수출 주도 성장 전략에 따라 한국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급상승하였고 국내 산업구조가 국제적 비교우위를 지닌 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재벌의 지배력도 급상승했다. 그러나 국외 생산의 확대로 기업 내 교역이 증가하고, 또 부품?소재 산업의 기반이 취약하여 기초소재 및 조립가공 제품을 중심으로 수입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수출이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효과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고환율 정책은 완제품 수출 대기업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반면 원자재와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수출-재벌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의 소득 및 고용이 호전되지 않는다. 그런데 금융자유화에 따라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확대되면서 평가절상 압력이 커지기 때문에 평가절하를 통해 재벌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다른 한편에서 무역흑자나 환율하락(평가절상)이 한국 경제의 생산력·기술력 향상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제조업은 2000년대 이후 기술경쟁력보다는 주로 가격경쟁력 우위에 기초하여 무역흑자를 시현해 왔으며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다. 일례로, 한국은 대중 무역흑자를 대일 무역적자가 상쇄하는 무역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대일 무역적자는 주로 기술경쟁력의 열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첨단 부품·소재 산업에서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여전한 반면 중국도 저임금 위주의 가공무역에서 탈피하고 있어, 가격경쟁력 우위에 기초한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역대 정부는 FTA 전략을 추진했다. 무역 및 금융의 자유화를 근간으로 하는 FTA가 한국 경제의 모순과 위기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한편 수출-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이 낳은 폐해를 감안하여 내외수 균형성장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역대 정부들은 제조업의 성장 및 고용 창출력 저하와 대외의존도 심화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내외수 균형성장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여기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란 비즈니스서비스 부문을 특화하는 반면 유통서비스나 개인서비스 부문을 부차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고숙련 지식기반 부문에 종사하는 극소수의 골드 칼라가 육성되는 것 외에는 고용 창출 효과도 미미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비즈니스서비스에 종속된 저임금·비정규 노동이 주종을 이룰 뿐이다. 심지어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정부는 수익성 있는 공공부문이나 보건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간주하여 개방과 민영화를 추진한다. 이때 FTA는 서비스시장 개방을 촉진하는 매개로 활용된다. 또한 최근 이명박 정부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전략으로 제기한 이윤공유제는, 물론 노자 간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윤을 공유해야 한다는 논지로, 1948년 제헌헌법에서 규정되고 1962년 폐지된 ‘이익균점권’에 미달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기업의 반발과 정부 부처 내의 이견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자유화와 수출-재벌 주도 성장전략, 그리고 이를 종합하는 FTA 전략은 투자활성화와 수출경쟁력을 위해 노동력을 신축화함으로써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강화한다. 또 대외 의존을 심화시켜 결과적으로 국민경제를 세계 경제위기의 충격에 대단히 취약하게 만든다. 단적으로, 2007-09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환율 및 주가 변동폭과 실질임금 삭감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노동 정책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임기 중 만성화된 저성장 문제의 원인을 정치 불안과 반시장·반기업 정서로 꼽으며 △법인세율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기업활동·금융규제 최소화 △노사관계 법 지배 확립 △경영권 보호 장치 강화 등으로 대표되는 친 재벌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했다. 또 ‘버블 세븐’ 지역을 비롯한 부동산 소유주의 이해에 적극 부응하는 한편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서는 ‘뉴타운 개발’과 같은 공급 확대를 통한 해결이라는 논리로 투기 붐을 다시 자극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세계 경제위기의 격랑 속에서 크게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저변의 모순을 심화하였다. 첫째, 이명박 정부의 집권 5년(2012년 전망치 포함) 경제성장 실적을 단순 평균하면 3.1%에 불과하다. 이는 자신의 공약이었던 7%는 물론이거니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그토록 비판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적(각각 5.0%, 4.3%)에도 미달하는 것이다. 둘째, 성장 부진에 따라 고용도 악화되었다. 공식 실업률은 세계적으로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고용률도 크게 낮아져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의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잠재실업자군(실망실업자·경계근로자·취업준비자)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잠재실업자와 불완전취업자(부분실업)를 포함하는 확장실업률은 공식실업률의 2-3배에 달하는 8-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경기변동에 따른 실업자 변동폭은 취업자 변동폭에 비해 현저하게 적게 나타나는데, 이는 일자리 감소시 실직자의 일부만이 공식실업으로 포착되고 다른 일부는 불완전취업 및 잠재실업의 형태로 노동시장에 잠복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동일한 노동력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이 크게 낮아져 경제위기를 전후로 고용불안이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경제위기 속에서 취약계층의 고용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었는데, 인적으로는 여성과 청년, 일자리별로는 건설업·도소매업·서비스직·단순노무직, 5인 미만 영세소기업, 자영업과 일용직 등에서 취업 감소가 현저했다. 셋째, 명목임금인상률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인상률도 대폭 악화되었다(2007년 3.0%, 2008년 -8.5%, 2009년 -0.1%, 2010년 3.8%, 2011년 -3.5%). 이명박 정부 임기를 제외하면, 1993년 김영삼 정부 이후 실질임금인상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IMF 직후인 1998년(-9.3%)이 유일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현 정부 하에서 임금인상이 얼마나 억제되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 노동소득분배율은 2007년 56.7%에서 2010년 52.5%까지 하락했다. 넷째, 조세 감면, 규제 완화, 개발 확대를 통해 건설 및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발상은 용산 참사와 4대강 개발로 상징되는 거대한 재앙을 낳았다. 투기 수요를 부추겨 주택 매매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전세난을 야기했으며, 공공임대주택 공급 목표가 반토막난 반면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는 서민용 주거가 대량 멸실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부채로 주택 구입을 장려하는 정부의 금융·부동산 정책은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가계부채 용도는 주택 구입용 50%, 생계 유지용 30%, 사업자금 마련용 20%다). 다섯째, 이명박 정부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사회정책을 대체로 계승하면서도 ‘공정한 시장 경쟁 논리’와 같은 우파적 교리를 가미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이후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정됐다.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을 살리며, 서민경제를 살린다’는 ‘친서민 중도 실용 정책’을 2009년 국정운용 기조로 밝혔다. 이어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하자 집권 후반부를 위한 국정철학으로 ‘공정사회’를 제시하였다. 이어서 2011년에는 ‘공생발전’으로 전환하며 부자감세 정책을 일부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민생 악화라는 조건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은 야권의 민생-복지 프레임에 치명적 약점으로 노출되었다. 급기야 2011년 하반기 총대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며 레임덕이 가시화되었다.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 이렇듯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폐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2012년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다시 한 번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기침체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고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세계 경제위기로 전통적으로 수출을 주도했던 철강·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보통신 등 주력산업 분야에서 수출이 둔화하고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은 물론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올렸던 대기업과 수출기업에서도 체감경기가 급랭하고 있다. 조선·철강 업종의 경우 부도·구조조정·감원 가능성이 크고 건설·저축은행 등 취약 업종에서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높고 유럽·미국으로부터 유입된 자금규모가 커서 이들 국가의 불안이 계속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제유가는 선진국의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의 수요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중동 산유국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공급이 축소되면서 2012년 중에도 2011년에 이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는 물가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생산과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1997년 구조적 위기 이후 성장률이 하락하고 저출산·고령화로 성장잠재력마저 축소된 상황에서 지난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해지며 장기 성장 추세가 재차 하락했다는 문제가 있다. 그 결과 고용 부진, 실질임금 감소,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노동자 대중의 삶과 직결된 경제지표가 금융위기 이후 현저히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최근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경우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였다. 선거를 의식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없을 것이라는 예전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상반기 중 예산을 대부분 집행하고 위기가 가시화될 경우 추경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은 중기적으로 재정건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과 노동신축화 법제화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정책 기조도 ‘일하는 복지와 맞춤형 복지 강화’로 유지되고 있다(참고로, 내년도 복지 증가분 5.6조 원 중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 증가 몫은 1조 원인데, 여기서 사실상 복지지출로 보기 어려운 주택 부문 증가분 9천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정부의 예산편성권이 작동하는 재량지출 증가분은 1천억 원에 불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제1차 금융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FTA를 더욱 확대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며 “위기일수록 대외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무역 장벽을 걷어내야 국가간 장벽이 희미해진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2011년 무역규모 1조 달러 달성 등 대외 부문에서 큰 성과가 있었음을 언급하며, ‘GDP 대비 교역규모가 100%를 상회하고, 성장의 수출 의존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외부문이 물가 안정, 성장 견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2년 대외 경제정책에 더욱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보다 공세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경제상황 악화 및 고용조정 등에 따른 불안요인에 대처하기 위해 ‘일할 기회의 부족’과 ‘일하는 사람들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일할 기회 늘리기’, ‘내일 희망 일터 만들기’, ‘상생의 일자리 가꾸기’를 3대 핵심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고용대책은 실상 노동신축화를 전제한 ‘일자리 나누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의 노동신축화 정책은 정리해고제와 같은 고용량의 신축화와 파견제·기간제와 같은 고용형태의 신축화를 거쳐, 이제 ‘일자리 나누기’라는 외피를 쓴 시간제를 통해 임금 및 노동시간 신축화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청년실업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는 ‘미스매칭 해소’란 대학 구조조정과 생색내기 식 고졸자 취업 확대를 통해 노동력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지난 9월 수립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불합리한 차별해소와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추진을 명목으로 업무 재편, 직무·성과 연동 임금체계로의 개편, 정규직 고용의 유연화와 임금 불안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점철되어 있다. 특히 정부가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을 막고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한 시간제 노동의 경우 실상 단시간·저임금·비정규 노동을 양산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일 가정 양립’과 일자리 창출 시간제법안은 애초 노동시간과 임금을 신축화하여 기업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치 위기와 총대선 지형 정부 여당은 경제위기로 인한 민심 이반과 각종 실정·부패로 집권 하반기 레임덕에 빠진 상태다. 민주통합당으로 대표되는 전 집권세력은 위기의 책임을 현 정부 여당에게 전가하는 인민주의적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반복,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현재 반한나라당-비민주당을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권의 레임덕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12월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 대 중반으로 하락하고 한나라당 지지율은 30%대 초반에서 정체되어 있다. 2007년 대선에서 2위와 무려 20% 포인트 차이로 압승을 거두고 2008년 총선에서 여유있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부 여당이 불과 3-4년만에 위기에 처한 원인은 무엇인가? 반민주적·억압적 통치 스타일과 남북관계의 악화라는 여러 요인들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명박-한나라당의 ‘747 공약’과 ‘뉴타운 공약’과 같은 장밋빛 경제성장 전망이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에게 치명타를 가했다는 사실을 핵심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이명박-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무능하고 불안한’ 진보개혁의 실패로 호도하며 ‘민주화’ 담론을 성장이나 안정으로 상징되는 ‘선진화’ 담론으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에 후속하는 유럽발 재정위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정부 여당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예의 수출-재벌 주도 성장 전략을 더욱 강화하였지만 이는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저변의 모순과 위기를 심화할 뿐이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2007년 이후 경제위기를 경험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집권당 또는 다수당의 이념·노선과 무관하게 ‘현직의 실패’가 일반적 현상이 되고 있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볼 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을 사상하고 선거 주기만 고려한다면, 대선 뒤 1년 이내에 실시되는 ‘신혼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차기 대선 전 1년 이내에 실시되는 ‘황혼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재편을 단행한 상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의 후과와 선거 개입 의혹 등 각종 권력형 비리가 터지며 대대적인 위기에 봉착한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전권을 행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태 수습에 나섰다. 비대위는 정책적으로는 복지 공약을 보강하면서 중도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조직적으로는 외부 인사 영입, 개방형 국민경선제 등의 방안을 도입하여 재창당 수준의 인적 쇄신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확실한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나라당의 구심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당내 친박계를 제외한 여타 계파의 원심력이 확대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계파 간 이해 갈등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내부 분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다가올 총선·대선에서 권력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2006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10% 대 초반을 기록한 것과 비교한다면 현 정부 여당의 경우 핵심 지지층의 결속력이 최소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지지도가 2011년 하반기 ‘안철수 돌풍’에 밀려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다자 구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도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반정권 야권연대에 의존하는 이유가 된다. 민주통합당의 반정권 공세 민주당은 12월 (‘혁신과 통합’의 후신인)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과 통합하여 민주통합당으로 재편하였다. 동시에 진보정당을 포함하는 범야권공조를 통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면 총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구상 하에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주요 정책적 조직적 특징을 검토해보자.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 실현(재벌대기업 개혁 등)과 보편적 복지(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주거복지, 일자리복지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본 노선으로 제시했다. 통합 정당 내에 전국노동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하고 ‘당권은 당원에게 있다’는 당원 주권 조항을 삭제한 것도 특기 사항이다. 이러한 노선은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주축으로 하는 ‘뉴민주당 플랜’에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의 요구를 절충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복지 공약을 강화하고 민주당이 이전에 비해 진보적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이후 복지 논쟁 구도는 누가 더 복지를 잘 공급할 수 있는가라는 전문가주의적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노동 의제를 부각시키며 한나라당과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제시하는 개혁 의제의 폭과 수위는 대단히 협소할 것이다. 2011년 상반기 민주노총이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염두에 두고 꾸린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에서 민주당은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민주당에 합류한 한국노총이 최근 ‘파견전임자 임금을 지원받기 위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투쟁 전선의 교란 요소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 사안에서 민주당이 제시하는 방안이란 것도 실상은 노동신축화를 전제한 상황에서 일부 부작용과 문제점을 보완하는 ‘신축적 안전성’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 민주통합당의 출범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볼 때, 민주당의 조직적 특성은 정당 밖 운동조직의 지지와 인적 구성에 의존하는 ‘수평적 조직화’로 특징지어진다. (19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에 그 기원을 두는 이들은, 이후 신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으로 변모하며 14대(1992년), 15대(1996년), 16대(2000년) 총선에서 외부 인사를 각각 63%, 47%, 50% 공천하였다.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외부 영입 공천 비율은 35%에 불과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68%에 달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관계·학계·법조계 등 전문가집단이었다.) 외부 인사 공천은 정당의 정체성보다는 당선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후보들의 개별적 인지도나 지지도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다. 정당 외부 전문가들의 참여와 국민경선제 등을 통해 선거승리와 유권자 전반의 동원에 주력하는 민주당은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또한 인터넷 등의 매체 발달과 더불어 선거과정의 기술적 발전이 촉진되면서 민주당은 선거전문가정당으로 재빨리 변모하였다. 일반적으로 선거전문가정당은 당원 중심의 수직적 연계가 약화되는 대신 광범위한 유권자의 여론에 호소한다. 정당 내부의 지도력보다는 개인적 지도력과 대중적 대표성이 강조된다. 재원조달 방안도 당비보다는 이익집단이나 국가보조금 같은 공공자금에 의한 재정확보가 중요시된다. 이념보다는 개별 이슈나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에 강조점이 놓이고, 조직 내에서도 직업적 전문가들과 이익집단 대표들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정치 토크 콘서트와 인터넷 라디오방송, SNS 등 다양한 신기술과 매체를 통해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향이 강조된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전문가정당으로의 변모는 선거승리에도 유리하지만 선거패배에도 취약하다. 2007년 대선 및 2008년 총선을 각각 1년, 1년 반 앞둔 시점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공히 1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일반적으로 현역 의원을 소속 정당에 잔류하게 할 유인은 정당이 갖는 자원, 즉 정당의 고정 지지층과 선거 시기 정당의 인적·물적 지원이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집권당의 이미지를 탈각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한편 집단으로 탈당하여 중앙당의 지원과 국고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적실정당’(원내교섭단체)을 결성하였다. 그 결과 2007년 열린우리당은 이념·노선의 전환 없이 단순한 조직 전환만 빈번해지는 무수한 이합집산을 반복해야 했다. 이상은 민주통합당의 이념적·조직적 토대가 대단히 부실하고 지지층의 휘발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치 위기와 안철수 돌풍 민주통합당으로 결집한 이전 집권세력들은 ‘이념·노선·정파를 초월하여 한나라당이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로 싸워 승리한다면 민생과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라는 식의 전형적인 인민주의적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 여당의 거듭되는 실정으로 인한 반사 효과와 통합 효과로 인해 민주통합당은 창당 직후 여론조사에서 기존 민주당에 비해 약 10% 포인트 지지율이 상승하며 한나라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이들은 2010년 이후 그 위력이 거듭 확인된 야권 단일화 선거기법을 발전시켜 정계개편과 정권교체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한다.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30%) 외에 당원과 일반 시민의 모바일/인터넷 투표(70%)를 반영하고, 총선 공천도 완전 개방형 국민경선제로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지만 최근 지역경기 부진으로 여론이 악화된 부산·경남에서 주요 친노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예정이다. 이들은 부상·경남 지역 총선 승리를 통해 전국정당화와 과반의석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차기 대권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상이 실패할 경우, ‘안철수 카드’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현재 양대 정당의 본격적인 선거 체제로의 개편에도 불구하고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무당파를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이 여론을 좌우하고 있다. 현재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집단은 이른바 2040 세대로서, 이들은 냉전의 유산과 지역주의로부터 정치적으로 자유롭지만 취업난·가계부채·교육비 부담 등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세대다. 그런데 ‘안철수 돌풍’은 정당을 기반으로 삼지 않더라도 대중적 명망과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여 선거 자금과 운동원을 조직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안철수 돌풍’은 그 실체와 무관하게 한국 정치의 이념적·조직적 취약성을 반영한다. 이런 측면에서 안철수 원장이 ‘정치의 본질은 행정’이라고 언급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정치 위기의 중요한 증후 중 하나는 사회적 갈등의 대의 과정이자 집단적 운동으로서 정치가 행정이나 치안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일단 안철수 원장이 단호하게 신당 창당설을 부인함에 따라 총선은 현재 구도대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신당론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이 등장할 경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지지세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다는 결과가 있다. 또 안철수 돌풍은 위력적인데 반해 기존 지배 정당의 리더십은 대단히 취약해서 과거 3김 ‘보스정치’ 시대와 달리 안철수 원장을 영입할 장악력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정치권 엘리트들도 안철수 돌풍에 편승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가 직접 총선과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더라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랬듯이 간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민중운동과 총대선 통합진보당은 2012년 총선대선 국면을 겨냥한 단기적 구상과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공학의 산물이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모토로 창당한 민주노동당과 ‘노무현의 삶과 참여정부 계승’을 목표로 창당한 국민참여당, ‘비국민참여당 진보대통합’을 주장하다 끝내 진보신당을 탈당한 새진보통합연대가 이념과 역사의 차이를 무시하고 통합에 합의하였다. 2011년 진행된 진보정당 통합 논의는 군소정당으로서 진보정당의 생존이라는 목적에서 제기된 측면이 컸기 때문에 대중운동을 혁신·재건하기 위한 이념·노선·전략에 대한 논의가 부차화되었다. 특히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민주노총 주류세력의 경우,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해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참여’를 목표로 설정하면서 이념·노선을 대폭 우경화하였다. 통합진보당은 5대 비전으로 △나라의 주권 확립 △복지국가 건설 △한반도 평화와 통일 지향 △녹색생태 사회 건설 △한국정치 개혁 등 대단히 절충적이고 모호한 내용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로 발돋움한 뒤 보수-개혁-진보의 3정립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 창당 직후 지지도가 두 자릿수로 상승했다가 민주통합당 창당 이후 다시 과거 민주노동당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신생정당으로서 당의 홍보 부족과 민주통합당 통합 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여 총선 선거연합에서 협상력을 제고한다는 애초의 구상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분명하다. 통합진보당이 이념·노선을 대폭 우경화하고 민주통합당이 진보적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양당의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지지층이 당선 가능한 정당을 지지할 경우 통합진보당은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도 당의 대중적 토대를 확장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수권정당으로서 당의 위상을 제고하고 그 힘에 기초하여 노동조합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자는 구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우선 민주노총 주류가 구 민주노동당의 당론에 보조를 맞추기 때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민주노조 운동 전반의 무기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확정된 민주노총 총선방침은 노동 의제 전면화를 위해 과반의석 확보를 제시하고 있다. 현실에서 이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 선거연합이라는 정치적 수단이 민주노총의 투쟁 목표를 희석 또는 변질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기 성과와 실리에 매몰된 선거방침이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이를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정치방침을 역으로 규정하여, 일순간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직간접적 지지를 정당화하는 역설로 귀결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노총이 설정한 핵심 의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통합진보당으로 대표되는 민중운동 주류가 총선과 대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연립정부 구성에 몰두할 경우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전면적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하다. 계급타협 속에서 이러한 정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침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이념 및 노선의 우경화와 선거정치의 빌미를 제공한다. 특히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현 정세에서 통합진보당이 만에 하나 연립정부에 참여할 경우, 이는 그로 표상되는 민중운동이 집권세력의 정치적 책임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면 이는 향후 노동자운동의 주류가 미국식 자유주의(당)-노동자운동 공조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위기와 정치위기에 대한 민중적 대안의 건설이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이 야권 단일화 프레임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정치적·조직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총대선 국면에서 범야권의 일부로 흡수 통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민중운동의 대응 이상의 분석을 요약하면서 2012년 민중운동의 투쟁 방향을 도출해보자. 첫째, 2012년 세계경제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고조와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중국의 경착륙 위험 등으로 대단히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적인 차원에서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제위기는 세계화된 금융연계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모순이 폭발한 결과로서, 일시적인 순환적 위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적 위기의 성격을 갖는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권 말기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여당이 복지 공약을 강화하고 정부가 감세정책을 일부 철회했지만, 재벌주도 성장 및 노동력 관리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은 중기적으로 재정건전화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과 노동신축화 법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은 긴축경영 기조 속에 임금을 억제하고 고용을 축소하면서 노동자에게 위기 비용을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중운동은 거시적 수준에서 금융자유화와 노동신축화를 주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전면 비판해야 한다. △한미 FTA를 필두로 하는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 비판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금융거품과 부실을 양산하는 금융자유화 조치 반대 △국가고용전략 2020 이후 제출되고 있는 각종 노동신축화 법제 반대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현행 노조법의 전면 개정 등이 당면 주요 과제다. 둘째, 미국은 경상적자 해소책으로 중국 등 신흥국의 환율유연성 제고와 자국의 서비스산업 수출 주도 정책 전환을 강조하며 한미 FTA 이후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미중 전략 및 경제 대화’(G2)를 통해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잠재적인 정치·경제적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태평양 세기’ 구상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수정과 전력 증강으로 귀결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군사적 긴장 상태가 한층 고조된 한반도에서는 북한 체제의 변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당분간 조정 국면을 맞겠지만, 기본적으로 한미의 북핵 포기 전략이 유지되고 2012년 강성대국 원년과 체제 교체를 맞는 북한의 공세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중운동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한미동맹 강화 기조가 동북아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한다는 점을 명확히 폭로하면서 반전평화 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 비판 △평택 미군기지, 제주 해군기지를 비롯한 주둔미군 재배치 계획에 대한 비판 △한국의 전력 증강 사업 비판 등이 주요 과제다. 셋째, 고용·임금과 민중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총노동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제기하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은 실상 노동시간을 신축화하여 단시간·저임금·비정규 노동을 양산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의 본질을 정확히 비판하면서, 이전부터 금속노조가 주장해온 주간연속2교대제와 야간노동철폐 투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쟁취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실질임금 하락폭이 컸고 올해 선거라는 정치 일정도 있어서 임금인상 요구 관철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지만, 교섭력이 취약한 부문은 경제위기 여파가 커질 경우 여전히 실질임금 삭감이 우려된다. 또 경영난을 이유로 물량이나 생산기지를 국외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총연맹 수준에서는 노동자계급 전반의 사정 악화와 함께 내부 격차의 확대를 감안하여 연대임금 정책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산별연맹 수준에서는 산업적 위계의 정점이자 임금협상의 기준이 되는 주요 완성차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산별교섭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38 여성의날과 연계한 공공운수노조서울경인지부의 대학비정규직 집단교섭, 공단 차원의 전략조직화와 연계한 금속노조서울남부지회의 집단교섭도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 투쟁으로 부상한 정리해고 이슈를 진전시키고 사내하청·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경제위기에 사각지대로 몰리게 될 민중들의 기초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도 중요하다. 복지 정책의 수혜자로서 정책적 요구에 매몰되기보다는 사회적 권리의 주체로서 대중 저항 주체 형성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경제위기와 민심이반을 바탕으로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상하반기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은 민중운동의 일부를 포섭하는 정당통합과 선거연합을 통해 다가올 총선대선에서 반한나라당 공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만성적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현직의 실패와 정당의 위기가 반복되고 있는데, 반한나라당-비민주당 무당파를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은 한국 정치의 근본적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의 이념적·조직적 위기를 반영하는 통합진보당의 등장 및 이들의 민주통합당과의 선거 제휴 속에서 민중운동 전반의 주류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정세는 향후 대중운동을 재건하여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기초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요구한다. 민중운동 좌파는 전선의 유실과 진보정당 및 노동조합의 우경화를 저지하고 향후 민중운동의 발전적 재편을 추동하기 위해 상호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 사회운동의 경제위기 대응에 대해 주의 깊은 관찰과 연대가 필요하다. 국제적 수준에서 보면 2010-11년 유럽 긴축반대 운동, 2011년 상반기 중동 및 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 2011년 하반기 미국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등 경제위기에 맞서 투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한동안 추동력을 상실한 대안세계화 운동의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본주의의 체계적 위기에 맞서 국제적 수준에서 민중적 대안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닥치고 한미 FTA 폐기! 하지만 어떻게? 한미 FTA 날치기 이후 분노의 한 달이 지났다. 지난 한 달 동안 수만 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거의 매일 촛불을 밝혔다.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준무효! 명박 퇴진!”을 외쳤다. 그야말로 모두가 “닥치고 한미 FTA 폐기! 명박 퇴진!”의 한목소리였다. 그만큼 민주주의를 짓밟은 정부를 향한 분노는 컸다. 하지만 정작 한미 FTA 투쟁의 정치적 목표는 총선심판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촛불집회만으로는 한미 FTA를 폐기하기 어려우니,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표로 심판하자는 것이다.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의 다수진영 또한 ‘반한나라당 정권교체 후 폐기’를 한미 FTA 투쟁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한미 FTA 촛불집회는 때 이른 야당 총선 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경찰의 집회금지 원천봉쇄를 피한다는 명분까지 더해져서, 촛불집회는 아예 ‘야당 정당 연설회’, ‘야당 국회의원 연설회’로 변화되었다. 반면 이제까지 한미 FTA 투쟁을 이끌어온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촛불집회의 실무진행과 조직동원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 정치투쟁방향은 야당들 간의 정당통합과 총선전략의 몫이 되고, 범국본은 “10만이 모이면 승리한다”, “100만이 모이면 폐기할 수 있다”는 식의 동원사업을 논의하고 집행하는 것으로 역할이 축소되었다. 한미 FTA는 어떻게 폐기할 수 있는가 [표 1] 한미 FTA 제24장 5조 법 절차적으로만 보면, 한미 FTA 폐기절차는 의외로 간단하다. 한미 FTA는 협정문 24장5조에 규정된 “당사국 일방의 서면통보”로 간단히 폐기된다. 정확하게는 통보시점으로부터 6개월 내에 효력이 정지된다. 하지만 이 통보는 대통령의 소관사항이고, 조약의 폐기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래서 내년 4월 총선으로 국회 다수의석을 확보하여 ‘한미 FTA폐기법’을 제정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한미 FTA폐기법은 말 그대로 한미 FTA를 폐기하는 특별 법률이다. 이 법이 제정되면 한미 FTA의 국내효력을 중단시킬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아야 하고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결국 이들 법절차들은 정권교체와 국회 다수의석이 확보되어야 쓸모 있는 수단들이다. 하지만 2007년에 한미 FTA를 체결하고, 한나라당의 이번 날치기를 사실상 방조한 민주당(민주통합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한미 FTA를 폐기할 것이라고 기대할 사람은 없다. 민주통합당에게 한미 FTA는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의 호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촛불시민들이 정권교체를 한미 FTA 폐기의 가장 유력한 방도로 받아들이는 것은 일종의 단계적인 한미 FTA 폐기론 때문이다. 일단은 국가-투자자 제소(ISD)와 같은 일부 독소조항에 대한 재협상이라도 다음정권에서 추진해보자는 입장이 상당부분 수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진정으로 한미 FTA를 폐기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날치기 정권을 심판하고 어떻게라도 한미 FTA를 바꾸고자하는 시민들의 바람에는 진심이 있다. 한미 FTA는 그만큼 악독한 협정이다. 하지만 반MB,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의 논리는 한편으로는 “한미 FTA는 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식의 과도한 선동을 불사하면서, 정작 실제 폐기방안과 관련해서는 오로지 정권교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강변할 뿐이다. 하지만 한미 FTA는 민주당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사안이면서, 또 그렇다고 제2의 을사늑약도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차악을 지지하는 정치적 희생과 후퇴를 감내하고 단계적인 재협상만이라도 감지덕지해야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미 FTA가 비준발효된 이후에 이것을 폐지하는 것은 단순한 반한나라당 정치캠페인이 아니다. 그것은 전면적인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주의 투쟁이다. 최근 추진 중인 KTX민영화, 인천공항해외매각은 한미 FTA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국내법과 정부정책에 의해 추진되던 일들이다. 여기에 한미 FTA의 렛칫(역진방지)조항이 발동되면, 한번 민영화된 부분을 합법적으로는 되돌릴 수 없게 되고, 민영화된 부분에 참여한 외국자본과 재벌에게 정부제소권한이 주어지는 특혜가 더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토록 한미 FTA의 ISD나 렛칫조항, 네거티브 리스트규정 등과 같은 독소조항들의 폐지를 요구했던 것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이들 독소조항들은 물론이려니와, 사유화-규제완화 관련 국내법과 정책들, 재벌정책, 노동악법을 함께 바꿔야 한다. 한미 FTA도 몇몇 독소조항만이 아니라 통채로 폐기해야, 노동자민중 생활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실제효과를 볼 수 있다. 예컨대 국토해양부는 지난 연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철도운영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국토부는 현재 건설 중인 수도권 호남고속철도 KTX의 운행시점인 2015년 1월부터 수서에서 출발하는 경부선과 호남선 운영권을 민간에 넘긴다. 효율성 증대니 공공부문 선진화 운운하는 이러한 정부 정책방향은 지난 10여 년간 일관되게 추진되어온 공공부문 사유화, 선진화 계획의 연장선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계획에 따라 사유화된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KTX는 한미 FTA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와 비판에 대해 정부는 한미 FTA 날치기 이후에도 한사코 전기 가스 수도 철도 등의 필수 공공서비스들의 사유화, 해외매각, 요금폭등이 괴담에 불과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들 필수 공공서비스들이 미래유보의 대상들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 공공서비스들도 모두 한미 FTA로 인한 전면적인 사유화, 규제완화의 대상들이다. 왜냐하면 이들 분야들은 한미 FTA와는 별도로 국내법상에서 이미 사유화가 진행되어 왔는데, 이렇게 (한미 FTA와 무관하게 국내법, 정책상으로) 이미 사유화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한미 FTA 해당 조항의 단서조항에서, 미래유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정부정책으로 인해 일부 운영권이 사유화된 KTX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에는 그것이 얼마나 공공적인 서비스이냐와 무관하게, 한미 FTA의 대상이 되고 한번 사유화된 부분은 재국유화, 재공공화 되지 못하고 ISD의 제소대상이 된다. 철도보다 더 공공적 성격이 분명하고, 이번 한미 FTA 투쟁과정에서 대표적인 요금폭등 괴담으로 지목된 바 있는 상수도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노무현 정부 내내 상수도 사유화는 멈춤 없이 진행되었고, 상수도법을 개정하여 상수도사업권 해외 위탁의 길을 열어놓았다. 그에 따라 이미 2005년부터 베올리아라는 프랑스 기업은 인천의 송도·만수 하수종말처리시설을 2025년까지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인천시민 중 33만 명이 이 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베올리아는 38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가 발효되면, (개정 수도법을 비집고 들어와서) 베올리아는 한국의 상수도 사업에 전면 진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베올리아에 이어 그 다음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영국의 템즈워터라는 세계적인 물 기업은 맥쿼리라는 호주 투자은행의 소유다. 이 맥쿼리가 세운 맥쿼리 인프라라는 회사는 이미 한국의 수많은 민자 도로, 터널, 다리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현재 추진 중인 인천국제공항 분할매각 참여 1순위 대상자이다. [그림] 맥쿼리 인프라의 투자실적 정리해보자면, 한미 FTA는 철도, 공항, 상수도, 전기전력 등의 공공산업, 서비스사업의 해외매각과 사유화에 속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 공공부문의 사유화, 해외매각은 한미 FTA만을 손보는 것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물사유화해외매각의 길을 터준 개정된 상수도법과 같은 국내법 제도들이 개정되어야 하고, 공공서비스 사유화, 경쟁체제도입, 선진화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 자체가 폐기되어야 한다. 또한 한미 FTA의 여러 독소조항들을 대부분 공유하는 한EU FTA나 기타 국제협정들이 함께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 필수 공공서비스 산업들의 사유화와 해외매각이 미래의 골칫거리라면, 은행과 재벌은 이미 거의 모든 개방과 해외매각이 끝난 상태다. 한미 FTA 발효 이전에 우리은행을(해외매각 진행중) 제외한 국내 모든 시중은행들은 이미 해외매각 된지 오래 이고, 삼성을 비롯한 국내 재벌과 대기업의 대부분은 40-50% 이상 외국인 투자자 소유 기업이다. 더욱이 이러한 공공서비스, 금융, 투자시장의 재편은 정리해고법, 파견법, 비정규직법으로 이어지는 노동유연화 정책을 나날이 심화시킨다. 한미 FTA는 이처럼 전방위적인 신자유주의 지배정책들과 결합되어 그 강도를 높이고, 일단 발효된 이후에는 (이를 전면 철폐하는 것도 아니고) 그 일부만을 따로 골라서 부분적으로 손보기도 어렵거니와, 그것만으로는 실질적으로 반민중적 효과를 저지하거나 완화할 수 없다. 더욱이 한미양국 자본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한미 FTA가 정식으로 발효된 이후에 이미 유입된 투자자본의 이익과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적소유권의 기본 질서를 뒤흔드는 일이다. 때문에 한미 FTA를 폐기한다는 것은 아무리 작은 투자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국내외 총자본과 FTA폐기 추진세력 간의 전면적 대결이 불가피하다. 미국 측의 무역보복은 물론이려니와 한미군사동맹관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 측의 반발보다 더 극렬한 저항은 국내 재벌과 국가 관료권력으로부터 올 것이다. 이러한 싸움은 민주당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대결이 아니다. 아니 애초부터 민주당은 이런 대결을 받아들일 의사가 전혀 없다. 그들이 말하는 한미 FTA 폐기, 비준무효는 “날치기를 자행한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과 야권통합후보를 총대선에서 지지해달라”는 선거구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당장 100만의 민중항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이유 만으로 정권교체-자유주의 선거연합이 FTA투쟁의 정치적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인 불가피성을 내세워 야권연대를 합리화하려는 상황논리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닥친 2012년 총대선은 세계경제위기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첫 번째로 고려해야할 객관적인 정세적 조건이다. 한미 FTA는 경제위기의 파괴적 효과를 더욱 첨예하고 고통스러운 형태로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며,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모순이 좀 더 첨예한 형태로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위기에 맞서는 계급투쟁 역량의 배가와 새로운 투쟁태세 마련이 우리에게 주어진 진정한 정치적 과제다. 단순히 한나라당이 아닌 정권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명박 퇴진’을 외치는 대중의 분노를 긍정적으로 수용했다고 할 수 없는 정세인 것이다. 보수정치 세력과 근본적인 내용의 차이도 없고, 실질적인 계급정치 역량이 없는 정권교체는 작은 위기 앞에서도 (노무현정권이 그랬듯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실패하여 대중의 정치적 환멸을 증폭시킬 뿐이다. MB정부를 불러들인 것은 말로만 진보를 외치면서 계급양극화, 민생파탄을 야기한 노무현 정부였다. 세계 자본주의의 파국을 목전에 둔 ‘날치기 명박 퇴진’의 분노는 허울 좋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이어져야 한다. 한미 FTA폐기를 위한 진정한 로드맵은 허망한 법절차적 대안이 아니라 실질적인 계급역관계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이후 한미 FTA 투쟁방향: 구체적인 한미 FTA 투쟁과제들을 현장에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턱없이 적은 국회의석에도 불구하고,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한미 FTA 국회비준을 막는 싸움을 벌였던 우리의 목적은 한미 FTA의 계급적 본질을 폭로함으로써 전체 신자유주의 지배질서에 대한 계급적 저항의 힘을 키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대중운동의 중심이었던 촛불집회는 연말 송구영신 집회를 기점으로 마무리되고, 한미 FTA 비준무효서명과 교육 선전사업 등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한미 FTA 투쟁은 좀 더 구체적인 지역 현장투쟁과 새롭게 결합하는 태세로 전환되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동안 한미 FTA 투쟁과정에서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그것은 첫째, ‘날치기 무효’ 투쟁은 몇몇 독소조항만을 문제 삼는 재협상이 아니라, 명확한 한미 FTA 폐기를 향해 발전하는 대중운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둘째, 한미 FTA날치기로 촉발된 ‘명박 퇴진’의 분노는 반한나라당 정권교체, 총선심판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와 결합되어야 한다. 셋째, 구체적인 한미 FTA 투쟁과제들을 노동자운동 현장에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촛불집회 이후 한미 FTA 투쟁방향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새로운 투쟁과제들을 고민하는 논의의 출발점이다. 아마도 한미 FTA는 2012년 내내 총대선의 중심이슈로 전면에 내걸릴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을사늑약이니 이완용 매국노니 하는 격렬한 정치적 비난을 사용하겠지만, 내용 없이 격렬하기만한 언동들은 십중팔구 한미 FTA를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정당화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이용되는 한미 FTA 이슈는 더 이상 노동자민중의 계급적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대중운동의 발전과제가 아니다. 반면 촛불집회 이후 자발적으로 결성된 한미 FTA 폐기 운동들이 총대선 출마자들이 한미 FTA 폐기를 공약으로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대중행동들을 이어가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대중행동들은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날치기를 사실상 방조한 민주당(혹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심판을 포함해야할 것이고, 야권선거를 지원할 뿐인 낙선운동이 아니라 한미 FTA 폐기 대중운동으로의 자기전망을 확보해 나가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후 한미 FTA 폐기투쟁의 핵심동력은 한미 FTA로 인해 구체적인 재편이 이루어지게 될 노동자운동 현장으로부터 형성될 수밖에 없다. 당장 한미 FTA의 ISD조항이나 미래의 최혜국대우, 내국민대우, 레칫 조항들은 한EU FTA나 다른 국제협약들과 즉각 연결되어, 국내재벌을 필두로 한 세계 투자자본의 강력한 보호막이 되어 곳곳에서 노동자민중을 위협하기 시작할 것이다. 한미 FTA로 인한 농업이나 제약 부문의 각종 피해효과는 1~2년 후에 다른 분야들보다 먼저 나타나겠지만, 보다 큰 규모의 변화는 전력, 가스, 수도, 우편체신, 철도와 같은 공공 서비스부문 사유화, 운영권 쪼개 팔기(경쟁체제도입), 재벌규제완화, 의료보험 사유화를 향한 단계적 재편과 영리병원 등의 문제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들 필수 공공서비스들과 수익성 있는 건강보험, 의료분야들에 대한 국내법상의 사유화, 영리화는 이미 매우 크게 진척된 상태다. 그 가운데 국내 재벌과 외국 투자자의 투자 참여가 확대되어 왔다. 여기에 한미 FTA의 각종 독소조항들이 힘을 발휘하기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어떤 규제완화나 어떤 사유화, 해외매각도 더 이상 합법적인 수단으로는 거꾸로 되돌리기 어려워진다. 사유화 이후 무슨 대형 사고가 터지건, 요금이 얼마나 오르건 해당 서비스를 재국유화하거나 재규제할 합법적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아마 이러한 방향의 변화를 공공요금 인상과 의료비 증가와 같은 직접적인 생활 상의 고통으로 실제 체험하게 되는 것은 적어도 4~5년의 시차를 가질 것이다. 또 완전한 금융자유화에 대한 법제도적 보장으로 인한 폐해는 2~3년 내로 세계 경제 악화와 관련된 경제정책 제약과 금융 불안정의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고용조건의 전반적인 악화와 법제도적 경제 체제의 변화는 그보다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예측되는 가운데, 그동안 공공부문 사유화저지 투쟁에 앞장서왔던 노동조합들은 무너진 현장투쟁력을 시급히 복원해야 할 것이고, 전체 노동자운동 차원에서 각종 사유화 관련 정책과 재벌 규제완화 관련 대책들과의 전면적인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 의료보험이나 병원민영화의 문제는 비단 의료 관련 노조의 일자리 문제이기 이전에 전민중적인 건강권,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이니 만큼 그에 걸맞은 대응과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게 될 다양한 변화들을 아직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변화를 시급하게 파악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노동자대중운동의 중장기적인 대안과 부문별 계급적 연대방안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 한미 FTA 전면 폐기를 위한 노동자민중투쟁을 지속하면서,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주의 투쟁역량을 키우는 길만이 대안이다. 흩어져 있는 철도민영화 저지투쟁, 공기업 해외매각 저지투쟁, 공공서비스 지키기 운동, 노동악법 폐기운동,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투쟁, 식량주권 운동들을 되살리고, 모으는 것이 대안이다. 급한 마음에 여소야대, 정권교체로 방향을 틀게 되면, 전선의 주인공이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이들 전선이 무너진다. 한미 FTA 폐기는 더욱더 멀어진다. 한미 FTA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한미 FTA를 발판으로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는 미일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하 TPP)을 추진하고 있다. TPP는 환태평양전략적경제동반자협정 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라고 불린다. 원래는 2005년에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 체제로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었다. TPP는 창설 초기에 별 영향력이 크지 않았으나 미국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선언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TPP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통합에 있어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과 미국을 연결해 주는 고리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정 가입을 추진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신세계질서 전략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이 협정에는 상품 거래, 원산지 규정, 무역 구제조치, 위생검역, 무역에 있어서의 기술 장벽, 서비스 부문 무역,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및 경쟁정책 등 자유무역협정의 거의 모든 주요 사안이 포함되어 있다. 2008년 2월 미국이 이 협정에 참여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였고, 현재 TPP에 참가하는 나라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페루, 칠레이다. 올해 아펙회의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TPP에 참가의사를 내비쳤고, 11월에는 일본 총리가 TPP협상 참가 의사를 발표하였다. 일본 총리의 TPP 발표 직후에 일본농민단체들을 필두로 일본국내에는 강력한 TPP반대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미국에게 있어 한미 FTA는 TPP추진을 위한 주요한 발판이며, 일본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여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새로운 세계경제전략을 구체화하고자 하는 전략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에 따라 남한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새로운 동아시아, 환태평양 세계질서의 하위 일원으로 재배치될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과정에서 남한의 노동자민중들은 요동치게 될 미중 간의 정치경제적 긴장의 부담뿐만 아니라, 북미관계를 포함한 동아시아 차원의 군사적 긴장과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미 FTA 폐기 투쟁이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세계 민중들의 투쟁과 결합하고, 동아시아 평화운동의 수립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이슈페이퍼는 한미FTA 이후 물 민영화 전망을 담았습니다. 한 줄로 요약한다면 상수도는 사실상 유보 목록이 아니고, 개방 이후 한국에서도 익숙한 기업인 맥쿼리 , 베올리아 등이 몰려올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문서를 참조바랍니다. --------------------요약 --------------------------- 한미FTA로 한국의 상수도 부분은 사실상 개방. 음용수 처리 및 공급 서비스에 대한 유보조항은 민간 공급이 허용되는 부분에서 적용되지 않는데, 이미 한국 수도법에서는 광범위한 지방상수도 민간 위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민간위탁 부분에서 민간 기업과 같은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나 환경관리공단은 ISD와 내국민대우 의무에 따라 미국 물 기업에 의해 제소 당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나마 민간위탁 피해를 줄여보려 만든 환경부의 여러 규제들도 최소시장규제 의무에 따라 무력화될 가능성이 큼. 미국에는 세계적 물기업 대부분이 법인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미FTA 발표와 함께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며,이로 인해 한국 지방상수도 위탁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 될 것. 베올리아와 맥쿼리(템즈워터)가 한국 시장에 가장 빨리 진출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미국에서도 민간위탁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적지 않은 만큼 한국에서도 많은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보임. 물 민영화의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인 장기 민간위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미FTA 폐기와 함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지방상수도 통합 위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함.
한미FTA를 폐기하기 위한 실질적인 투쟁을 위하여 모두가 “비준무효! 명박퇴진!” 분노의 한주가 지났다. 1만 여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매일저녁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짓밟은 정권을 향한 분노의 함성이었다. 오늘도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목 놓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한미FTA 반대 투쟁의 명확한 정치적 목표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비준무효, 명박퇴진”은 살아있는 정치적 목표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 날치기 비준 무효투쟁은 어떻게 한미FTA를 폐기하기 위한 실질적인 투쟁이 되어야 하는가? [%=사진1%] ‘날치기 무효’는 선거용 호재가 아니라, 한미FTA 폐기로 가는 분노의 외침이다! 거리에서는 “비준무효, 명박퇴진”이 대세지만, 현실 가능한 정치적 목표는 총선심판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촛불집회만으로는 한미FTA를 폐기하기 어려우니,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표로 심판하자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의 다수 또한 <반한나라당 정권교체 후 폐기론>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작금의 날치기 무효 촛불집회는 때 이른 총선 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경찰의 집회금지 원천봉쇄를 피한다는 명분까지 더해져서, 촛불집회는 형식적으로도 ‘야5당 정당 연설회’, ‘야당 국회의원 연설회’가 되었다. 반면 이제까지 한미FTA투쟁을 이끌어왔던 한미FTA범국본은 날치기 다음날부터 야5당과 함께하는 <(가칭)한미FTA 비준무효, 이명박-한나라당 심판 연석회의>를 구성하여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시켰다. 하지만 총대선에서 한나라당을 표로 심판하는데 성공한다고 쳐도,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 정권이 한미FTA를 얼마나 손볼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도 사실상 방조공범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 민주당이 이제는 날치기 무효투쟁을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위한 호재로 적극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에 나선 노동자민중들의 ‘날치기무효’ 함성은 야당의 선거 지지부대가 아니라 ‘한미FTA폐기’로 나가고자 하는 분노의 외침이다. 비준절차를 마무리한 한미FTA를 사후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다. 한미군사동맹관계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쳐도 당장 한미양국 자본가들의 입장에서, 이미 유입된 투자자본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사적소유권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다. 때문에 아무리 부분적인 투자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국내외의 전면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이미 체결된 한미FTA를 폐기하는 일은 국회비준반대나, 날치기 무효반대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세계 경제위기를 앞둔 ‘명박퇴진’의 분노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대중투쟁의 힘만으로 FTA를 폐기할 수 없으니, 한나라당을 먼저 표로 심판하고, 그 후에 민주당을 압박하여 FTA폐기의 한걸음을 단계적으로 내딛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당장 100만의 민중항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권교체-자유주의 선거연합이 FTA투쟁의 정치적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인 불가피성을 내세워 야권연대를 합리화하려는 상황논리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닥친 2012년 총대선은 세계경제위기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첫 번째로 고려해야할 객관적인 정세적 조건이다. 한미FTA는 경제위기의 파괴적 효과를 더욱 첨예하고 고통스러운 형태로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며,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모순이 좀 더 첨예한 형태로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위기에 맞서는 계급투쟁 역량의 배가와 새로운 투쟁태세 마련이 우리에게 주어진 진정한 정치적 과제다. 단순히 한나라당이 아닌 정권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명박퇴진”을 외치는 대중의 분노를 긍정적으로 수용했다고 할 수 없는 정세인 것이다. 보수정치 세력과 근본적인 내용의 차이도 없고, 실질적인 계급정치 역량이 없는 정권교체는 작은 위기 앞에서도 (노무현정권이 그랬듯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실패하여 대중의 정치적 환멸을 증폭시킬 뿐이다. MB정권을 불러들인 것은 말로만 진보를 외치면서 계급양극화, 민생파탄을 야기한 노무현정권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파국을 목전에 둔 ‘날치기 명박퇴진’의 분노는 허울 좋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이어져야 한다. 당면 날치기 규탄 투쟁의 파고를 이어가자! 한미FTA 반대 투쟁은 적어도 올 연말까지 현재의 파고를 이어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부분적인 독소조항 재협상 수준이 아니라, 한미FTA폐기에 대한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의 의지를 명확하게 천명하는데 힘을 더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한미FTA 비준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말로만 ‘비준 무효’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한미FTA 폐기투쟁을 위해서 국회의원직을 총사퇴하고 거리투쟁에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이러한 압박 과정에서 특히 사실상 날치기를 방조해놓고도, 벌써부터 선거준비와 지역구 예산배정으로 국회 재등원 시점을 엿보는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쐐기를 박을 필요도 있다. 노동자 없는 촛불집회, 정치적 대중운동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노동자운동을 극복해야 아울러 당면한 날치기 무효투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장기간의 촛불시위 과정에서 소외되기 십상인 조직된 현장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재조직화와 장기적인 한미FTA 투쟁과제들에 대한 준비다. 여론을 중시하는 촛불집회는 그 특성상 고등학생이나 자발적인 비조직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더욱이 지난주 동안에는 이 조차도 야당 국회의원 일색으로 채워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현장 노동자들은 촛불집회의 부차적인 동원부대로 방치된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노동자 없는 시민 자유발언 마당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어선 곤란하다. 노동현장의 쟁점과 한미FTA의 정치적 쟁점이 결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한미FTA투쟁과 같은 정치적 대중운동의 장에 현장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정치세력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구체적인 한미FTA 투쟁의 장기 과제들을 현장에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제 어떤 식으로건 한미FTA투쟁은 장기전일 수밖에 없다. 날치기 투쟁의 파고를 이어가는 한편, 이후 예측되는 한미FTA와 관련된 구체적인 투쟁들이 노동 현장에서부터 준비되기 시작해야 한다. 한미FTA로 인한 농업이나 제약 부문의 각종 피해효과는 당장 나타나겠지만, 보다 심각한 변화는 전력 가스 체신과 같은 공공 서비스부문 및 의료보험 사유화를 향한 단계적 재편과 영리병원 등의 문제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을 대중들이 직접적인 고통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은 적어도 4~5년 이후의 일이다. 완전한 금융자유화에 대한 법제도적 보장으로 인한 폐해는 2~3년 내로 세계 경제 악화와 관련된 금융 불안정의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고용조건의 전반적인 악화와 법제도적 경제 체제의 변화는 그보다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단기적인 선거 공학적 이득을 쫓는 선거연합으로는 이런 구조적 변화와 위기에 제대로 맞서기 어렵다. 구체적인 노동자대중운동의 중장기적인 대안과 부문별 계급적 연대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후 미국은 한미FTA를 발판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미일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한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새로운 동아시아, 환태평양 세계질서의 하위 일원으로 재배치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한의 노동자민중들은 요동치게 될 미중간의 정치경제적 긴장의 부담뿐만 아니라, 북미관계를 포함한 동아시아 차원의 군사적 긴장과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한미FTA 반대 투쟁은 한국의 정권 교체에 머물 수 없다. 우리가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세계 민중들의 투쟁과 결합하고, 동아시아 평화운동의 수립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