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에 발간된 범국본 한미FTA국민보고서입니다. 비교적 알기 쉽게 정리되있습니다. 목차 제1부 총괄보고 제2부 총괄 10대 쟁점 1. 한미 FTA에서 쌀은 지켰는가? 2. 미국에 이로운 사항을 위해 죽도록 싸운 관료들 3. 미국의 법 아래에 있는 한미 FTA 4. 한미 FTA는 미국에서 한국 기업을 보호하지 않는다. 5. 한미 FTA는 한국의 법위에 존재 6. 한국의 일방적 제도 변경 7. 한글본 번역 오류 정오표 미제출 8. 한미 FTA 경제 효과는 어디에서 왔는가 9. 재탕 국내보완대책은 대책인가 10. 약값과 국민건강보험료가 올라간다 제3부 각론 15대 쟁점 11. 중소기업 적합 업종제도는 한미 FTA에서 가능한가? 12. 골목 상권 보호와 대기업 슈퍼(SSM) 규제는 가능한가? 13 우리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사용할 수 있을까? 14.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과 유전자조작식품 15. 투자자 국가 제소 16. 우체국 택배는 생존할 수 있을까? 17. 4대강 굴삭기 총량제를 왜 하지 않는가? 18. 농수축산업이 무너진다 19. 지적 재산권 절대주의와 미국 국부의 새로운 창출 수단 20 외환위기 21 사교육 22. 문화정책 국산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 23. 환경 정책 24. 자동차 안전기준 25 사전 정책 협의를 해야 할 의무 26 동북아 정책과 최혜국 대우 27. 개성공단 28. 취업비자 약속서한은 어디에 있는가? 29. 섬유 회사 정보 제공 30. 미국의 반덤핑 장벽과 삼계탕 금지 31. 미국의 섬유 및 자동차 긴급수입제한조치 32. 식품수출통제 33. 미국의 주 정부 규제 34. 공동위원회 35. 전기자동차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의의와 전망 미국 경제와 정치가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채 규모가 GDP 대비 100%에 가까우며 실업률이 9.1%로 여전히 높다. 청년 실업률은 25%로 훨씬 높다. 가계 부채 규모도 GDP의 90%며, 수많은 미국인들이 주택 압류로 집을 잃었다. 8월 연방정부 부채 한도 인상을 둘러싸고 정부-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동안 미국인들은 무능한 정치인들을 불신하게 되었고 생활수준 하락에 낙심하였다. 무엇보다 수조 달러의 세금으로 부도덕한 금융시스템을 부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민생고가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사진1%]그 동안 일반 시민의 분노를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티파티였다. 티파티는 민주당, 세금, 사회복지나 소위 ‘큰 정부’의 문제를 꾸준히 규탄하면서 미국 정치지형을 우경화시켰다. 반면 그 동안 진보세력은 혼란을 겪으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진보세력은 지난 대선에서 변화를 약속한 오바마 후보의 선거운동에 힘을 쏟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의 합의에 치중하면서 진보적 의제를 방기하자 무기력에 빠졌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청년들의 대중 투쟁이 발생했다. 놀랍게도 금융자본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서 말이다. 9월 17일부터 ’월스트리트 점거’(사실 점거가 아니라 월스트리트 인근 주코티 공원에 위치한 농성이다)는 금용기관과 기업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 3주 동안 이 투쟁은 활력이 강화되면서 100개 이상 도시로 확산됐다. 월스트리트 점거가 너무 갑작스럽고 순식간에 커졌기 때문에 이제 언론이나 정치인, 기존 진보세력 그 누구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진보세력들은 지금까지 경제위기에 대한 대중적 대응이 별로 없다가 드디어 누군가가 어떤 형태로든 대응을 시작한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점거의 실제 모습과 이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누가 월스트리트 점거를 주도하고 있나? 많은 언론과 참가자에 따르면, 점거를 주도하는 세력은 없다. 지도부가 없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공식 지도부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점거가 시작되기 두 달 전부터 소규모 집단과 개별 활동가들이 이미 점거를 계획하고 준비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지금도 주코티 공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준비 과정은 7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캐나다에 본부를 둔 국제 활동가 네트워크이자 소비절제주의와 생태주의를 표방하는 단체인 ‘애드버스터’(Adbusters)가 평화로운 월스트리트 점거를 호소하는 광고를 자신이 발간하는 잡지에 실었다. 몇 주 후에 뉴욕에서 활동가들이 모여 세부계획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예산 삭감 반대 뉴욕시민’이라는 단체 회원들도 참석하였다. 이 단체는 지난 6월 3주간 진행된 뉴욕시청 앞 긴축 반대 농성을 조직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이집트, 스페인, 그리스 등의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참석했다. 월스트리트 점거 활동가의 말에 의하면 이들이 투쟁 형식과 전술에 대해 중요한 조언을 했다고 한다. 회의 결과, 점거 투쟁의 실무 팀들이 만들어졌다. 8월 말에는 해커 활동가 집단인 ‘익명인’(Anonymous)도 결합해 회원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미국 전역에서 조직된 1천 여명의 사람들이 9월 17일 첫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뉴욕으로 모였다. 이들 대부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된 사람이었다. 첫 집회 이후 기존 핵심 활동가들 외에 다양한 세력들이 합류했다. 직접행동 경험이 많은 무정부주의 경향의 동호인 단체 회원, 학생운동 경험이 조금 있거나 아예 없는 학생들, 노동/환경/지역사회 운동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었다. 실무 팀은 30개 이상으로 확대됐는데, 이들은 각각 식사, 청소, 기획, 집회 및 행동, 그리고 월스트리트 점거의 핵심 의사결정 체계인 오전, 오후 총회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거의 정치적 지향은 무엇인가? 현재 월스트리트 점거를 주도하고 있는 비공식 지도자 중 많은 이들은 무정부주의를 지향한다. 애드버스터, 익명인 외에도 현재 주코티 공원에 천막을 친 동호인 단체들은 모두 무정부주의에 가깝다. 중앙집권 형태의 운영체계, 공식 지도부, 구체적인 강령을 반대하는 이들은 주코티 공원 농성장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성장은 개성과 자발적인 행동을 장려하며 수많은 개별 요구와 기질을 용인하는 축제의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예산 삭감 반대 뉴욕시민’은 무정부주의 조직은 아니지만 총회라는 개방적 운영체계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농성장에 있는 모든 참가자가 정기총회에 참여하여 누구라도 발언할 수 있고, 모든 내용은 합의제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점들이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개방적 문화를 상징한다. 참가자 대부분도 무정부주의자는 아니다. 학자금 대출과 고용시장 축소로 고통 받고 있는 학생, 최근에 집이나 일자리를 잃어버린 부모 등, 지난 몇 년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일반 민중들이다. 개인주의를 표방하며 위계나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사회변화에 대한 보편적 이론을 부정하는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월스트리트 점거의 분권적 문화가 전통적인 활동가 조직보다 편하고 참여하기도 쉽다. 기업에 대한 분노, 문화운동 일반 미국인들은 생활수준 하락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며 금융기관과 기업을 탓한다. 투쟁의 축제 분위기와 더불어 광범위한 낙심과 분노 때문에 월스트리트 점거와 전국적으로 생긴 점거투쟁에 대한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거 대오의 유일한 공식적 입장인 ‘월스트리트 점거 선언’은 이 분노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인간보다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들이 현재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모였다. 기업들은 모기지 증서를 보유하지 않지만 우리의 집을 압류하고, 납세자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기업 경영진에게 과도한 보너스를 주고, 사업장에 피부색, 성, 연령, 젠더정체성(gender identity), 성적 경향(sexual orientation) 등에 기반을 둔 차별을 영속시키고, 농업 독점을 통해서 농업 체계를 파괴하고, 감독 당국의 부주의로 식중독 발생을 방조하고, 동물학대로 이익을 보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노동권을 침해하고, 학비 융자로 학생을 인질로 잡아두고, 노동을 외주화시켜 보건의료와 임금을 삭감한다.” 선언문은 구체적 요구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개인 참가자들은 자신의 요구를 손으로 쓴 피켓(농성장에 누구든 사용할 수 있는 자재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 비공식 월스트리트 점거 사이트(공식 사이트는 없다), 블로그, 트위터 등으로 표현한다. 진보적 언론과 지식인은 이러한 모습에 주목하면서 월스트리트 점거 투쟁이 좀 더 진지한 성격을 지니려면 요구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일 많이 나오는 요구는 일반인에 대한 채무 면제다. 금융거래세 도입과 기업의 로비 활동을 제한할 선거법 개정 요구도 자주 등장한다. 참가자 일부는 생활임금과 교섭권 보장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 요구는 매우 드물다. 이는 월스트리트 점거 참가자들이 단결된 노동자계급의 입장이 아니라 박탈당한 개인의 입장에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월스트리트 점거의 비공식 지도자는 구체적 강령이나 공식적 요구를 일부러 피한다. 한 활동가는 요구를 내거는 순간 월스트리트 점거의 핵심 목표에 어긋난다고 설명한다. “공식 요구를 내는 것은 권력을 장악한 개인과 기관에게 무엇을 조금 다르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하면 그들의 권력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기관 자체를 근본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축소판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점거는 소수가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미국 사회와 다른 형태의 공간을 창조하고 확대시킬 것 외에 사회변화를 위한 구체적 목표가 없다. 이 점에서 사회운동보다 문화운동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문화운동이라고 함은 주류 사회의 구체적인 변화를 목표하는 것보다 주류 사회에 상징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상징적 문화를 형성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는 1960년대 히피운동과 유사한 흐름이다. 99%란? 월스트리트에서 자주 보이는 또 다른 문구는 ‘우리는 99%다’라는 것이다. 이 슬로건은 미국사회에 대한 참가자들의 공동 이해를 표현하는 것이다. 즉 1%만 이익을 보며 99%는 부담을 진다는 것이다. 이는 얼마 전까지 중산층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 잔고가 바닥나고 (금융기관이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듯이) 구제를 못 받은 사람에게 특히 의미 있는 문장이다. 99%는 월스트리트 점거가 모든 일반 미국인을 대변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주코티 공원에서 다양한 입장과 다양한 사회적 계층이 대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참가자는 무척 동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젊고, 백인이다. 월스트리트 점거가 미국 전역, 심지어 유럽에서도 참가를 이끌었지만 뉴욕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이민자와 유색인의 관심을 대대적으로 끌지는 못했다. 이것은 이민자와 유색인 노동자들이 일이나 구직활동에 바빠 시간을 못 내거나 축제(또는 히피) 문화에 반감을 느껴서 그런 듯하다. 월스리트 점거는 분명 대항문화지만 백인 대항문화를 넘지 못한다. 또한 월스트리트 점거의 미국 사회에 대한 이해방식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다수 이민자와 유색인 노동자계급의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점거 참가자들이 얼마 전부터 겪게 된 문제들은 대부분 이민자와 유색인 노동자들이 훨씬 오래 전부터 경험했던 것들이고, 이들의 삶은 경제위기 하에서 백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일부 유색인공동체 활동가는 99%라는 슬로건이 애초부터 미국 자본주의가 인종주의라는 메커니즘을 통해서 작동해온 사실과 오늘날 이민자와 유색인이 더 심한 착취와 더 많은 빚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월스트리트 점거의 의의와 전망 월스트리트 점거와 이것이 촉발한 운동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는 경제위기 하에서 고통을 느끼는 일반인들이 티파티 외에 대안이 있다고 느끼게 한다. 오바마 정부에 대한 희망이 사그라든 온건적 진보세력(자유주의)에게 일종의 대안을 제공하기도 한다. 불과 3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았던 대안을 말이다. 또한 티파티가 공화당의 기반이 됐듯이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은 내년 선거 시기에 민주당에 긴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오바마를 다시 당선시키는 것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강화되면 미국 정치문화가 좌선회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랬을 때 일자리 창출이나 일반인에 대한 구제조치가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다 중요하게는 월스트리트 점거가 노동자운동이나 유색인공동체 급진적 단체들로 하여금 미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도전하도록 하는 장기적인 대중운동의 가능성을 고무시켰다는 점이다. 공화당의 대통령 예비선거 후보인 미트 롬니는 주코티 공원 농성을 ‘계급전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 월스트리트 점거는 계급전쟁에 미달한다. 농성 중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본적인 정치 경제적 변화에 대한 생각이 없다. 그들의 불만은 부자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다. 금융자유화와 불평등을 극단화하는 자본주의 체계나 인종적, 성적 위계를 통해서 착취를 강화하는 체계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월스트리트 점거의 분권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이며 자발적인 문화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투쟁형태라는 점도 분명하다. 아랍의 봄, 스페인과 그리스, 한국의 희망버스까지 비슷한 운동문화가 보인다. 월스트리트 점거는 미국의 문화답게 분권화 수준이 극단적이다. 이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 점거가 문화운동에서 정치운동으로 전환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미래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점거 운동의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이와 같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첫째, 월스트리트를 조직한 활동가들은 애초 정치활동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 유토피아적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둘째, 강령이나 구체적인 투쟁 목표와 요구를 도입하는 순간 투쟁의 활력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점거에 공식 요구가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오랫동안 자신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 투쟁해온 수많은 조직들이 자신의 요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뉴욕과 전국 각지에서 노동조합들은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권을 사수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 주택 압류에 저항하고 긴축정책에 반대하면서 많은 연대체들이 투쟁하고 있고, 공동체조직들은 이주자의 권리와 유색인 대상 경찰폭력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러한 기존 조직들은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과 건설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기존 조직들이 수행해온 활동을 갑자기 포기하고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월스트리트 점거가 기존 조직들의 요구를 공식 요구로 채택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연대를 표현하고 호소하며 월스트리트 점거의 에너지를 빌려 자신들의 투쟁을 가시화하고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노력이 이미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거 참가자가 처음으로 대량 연행된 9월 29일 집회는 조지아주에서 사형을 당한 트로이 데이비스(흑인)를 추모하고 인종주의를 영속시키는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세력과 공동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10월 6일에 월스트리트 점거 세력과 반전 세력은 아프간전쟁 10주년을 규탄하기 위해서 워싱턴과 수많은 지역에서 힘을 합쳤다. 기존 진보조직과 노조들이 월스트리트 점거와 개방적으로 연대하는 방안을 찾아내고 역동적 에너지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월스트리트 점거는 단순한 문화운동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당장 미국 사회운동의 급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침체에 빠져있던 미국 사회운동이 다시 활성화되는 하나의 계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북아프리카와 유럽에서 펼쳐진 투쟁에서 용기를 얻어 이제 월스트리트 점거와 같은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0월 15일이 국제행동의 날로 지정되었고, 한국에서도 이날 예정되어 있던 ‘빈곤철폐의 날’과 한미FTA 반대 투쟁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무정형의 축제를 문화적으로 모방하는 것을 넘어 개방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위기와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제기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주요 내용 - 거시경제 측면에서 본 재벌 - 재벌과 노동 - 경제위기와 재벌 - 재벌문제에 관한 여러 논의들
8월 31일 국회 상임위 직권상정 시도에 부쳐 8월 31일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도중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대표자와 회원들이 전원 연행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9월 국회 외통위 통과, 10월 본회의 통과라는 시나리오를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의지를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었다. [%=사진1%] 한미 FTA를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 작년 12월 한미 FTA 재협상 타결 이후, 정부·여당은 조속한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추진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한미 FTA 비준은 하루빨리 이뤄져야한다”며 “FTA는 세계를 향한 핵심 전략”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의회가 한미 FTA 이행법안을 9월 회기 중 발 빠르게 처리할 것으로 전망 된다”며, “우리나라도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본격 심의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9월 초 개회되는 미국 의회에 FTA 이행법안이 공식 제출되면 인준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FTA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여당은 미국 의회 상황과 연동해서 국회 비준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동안 미국 의회가 국가 부채 상한 조정 등으로 난항을 겪다 최근 다시 한미 FTA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가 단체들의 한미 FTA 찬성 발언도 이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하면서, FTA가 국가경제의 성장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요 수출기업들도 하반기 수출둔화 우려를 타개하기 위해 서둘러 한미 FTA를 비준해 발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10개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 간 35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미 FTA 강행 처리 시도 8월 초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미국이 FTA 이행법안을 9월 중 처리하기로 한 데 대해 “우리도 보다 박차를 가해 양국이 서로 어깨를 겨루듯 비슷한 시기에 처리됨으로써 국민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현재 ‘9월 5일까지 외통위 상정, 17일까지 의결, 10월 본회의 처리’ 일정을 제시한 상태다. 다만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 처리는 야당과의 협상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한미 FTA 여야정협의체 회의를 열고 있는데, 이는 반대 여론이 높은 한미 FTA를 단독으로 통과시킬 경우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07년 체결된 협정안에 대해서는 ‘선 대책 후 비준’이란 기존 당론을 유지하면서도 작년 이명박 정부가 타결한 재협상안은 ‘굴욕적 퍼주기 협상’이라는 이유를 들어 재재협상을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두 달간 한미 FTA 여야정협의체 회의가 여섯 차례 열렸으나 정부·여당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한미에서 비준 절차가 본격화한 시점에서 민주당의 재재협상 요구는 FTA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재재협상 주장의 비현실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역시 국내에서 보완해야 할 항목인 ‘2’ 부분은 협상이 가능하지만 미국과의 재재협상이 요구되는 ‘10’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의회, 조만간 한미 FTA 법안 처리 가능성 높아 8월 초 미국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한국 등 3개국과의 FTA 이행법안을 9월 중 처리한다는 방침에 사실상 합의하였다. 미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가 성명을 통해 의회 휴회가 끝난 직후 무역조정지원제도(TAA) 연장안을 처리한 뒤 3개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는 추진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노조의 이해를 반영하여 TAA 연장과 한미 FTA 비준의 연계 처리를 주장해왔던 반면 공화당은 재정지출 추가 부담을 이유로 TAA 연장에 반대해왔다.(TAA는 FTA로 인해 발생하는 실직자들을 재교육하는 비용을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로 관련 재정지출 규모는 연간 70-90억 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가 백악관이 공화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TAA를 한미 FTA 이행법안의 부분으로 포함시키지 않고 별개 법안으로 제출하되, 공화당은 백악관의 요청대로 TAA와 한미 FTA의 병행 처리를 보장해줌으로써 양측이 실리와 명분을 각각 취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민주당과 공화당은 FTA 이행법안 자체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제위기가 지속, 심화되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FTA가 처리되면 미국 내에 7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이행법안 처리를 거듭 강조한 것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활적 이익, FTA 물론 현재 미국 의회의 복잡한 사정을 감안할 때 9월 중 처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9월 의회 회기가 길지 않은데다 이른바 ‘슈퍼위원회’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 등 논란이 될 만한 안건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또 FTA 추진계획에 구체적인 처리 일정이나 방식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정부의 FTA 이행법안 제출과 의회의 TAA 제도 연장안 표결 처리의 선후관계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미 의회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인 10월말에나 FTA 이행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의회가 빠른 시일 내에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연말부터 사실상 대선국면이 본격화되어 실제로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미 FTA가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동아시아를 자유무역지대로 묶기 위한 경제전략이자 군사안보전략 차원에서 제기되었다는 점, 특히 현재 무역적자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FTA 이행법안 처리 무산은 미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9일 발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한미 FTA 이행법안이 미 의회에서 불발되거나 지연되면 양국의 전략적 동맹관계에 심대한 상징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미 FTA가 무산될 경우 2000년대 초부터 미국이 주로 동북아시아에서 추진해온 ‘경쟁적 자유화’ 전략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의 FTA는 물론 도하개발의제(DDA) 협상 등 수많은 통상 관련 현안에 직면하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는 한미 FTA가 향후 무역정책에 길잡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의 논란은 시기와 절차를 조율하는 소소한 문제일 뿐 머잖아 이행법안이 처리될 것은 분명하다. 민중의 힘으로 한미 FTA 막아내자 지난 27일 ‘한미 FTA 저지 결의대회’를 제외하면, 현재 FTA 범국본을 비롯한 민중운동의 계획은 주로 국회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6년 뜨겁게 타올랐던 한미 FTA 반대 투쟁은 2008년 소강상태에 빠진 뒤 아직 그 불씨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초 한EU FTA 국회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피해부문 대책 마련과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당론은 언제든 찬성 입장으로 뒤바뀔지 모른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한미 FTA 재협상안에 반대하는 것도 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자신들이 체결한 협정은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에 근거한 정략적 계산일 따름이다. 민중운동이 대대적인 투쟁을 통해 FTA 반대 여론을 확산하고 이를 통해 국회를 압박하고 정부를 굴복시키지 못한다면 한미 FTA가 발효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9월 중 한미 FTA 반대 투쟁의 물결을 다시 일으키자.
무능한 정권에 맞서 노동자운동의 대안을 형성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자 고조된 대중적 불만과 어두운 하반기 경제전망 올해 상반기동안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중적 불만에 부딪혀왔다. 우선, 높은 물가와 낮은 임금으로 인해 유류세, 통신비, 등록금 등 생계 상의 요구가 분출되었다. 그러나 이를 잠재우기 위해 시도된 물가안정 대책은 MB물가 20.42% 상승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으로 납품 단가 후려치기, 부당 내부거래, 문어발식 영역확장 등 재벌 대기업의 행태에 대한 사회적 불만 역시 제기되어왔다. 지배세력은 재벌의 이타주의에 호소하는 ‘동반성장’이라는 틀 내에서 이러한 불만을 관리하려고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재벌들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되어 왔다. 6월29일 국회가 주최한 대중소기업 상생 공청회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수장은 물론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회에 대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은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교섭창구단일화, 직장폐쇄, 손해배상 등 모든 방법을 통원하여 노조탄압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올해 상반기를 종합해보면 높은 물가, 불안한 일자리, 낮은 임금, 불평등의 심화로 인한 분노가 사회 곳곳에서 분출했지만 정부는 이러한 분노를 봉합하는데 조차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진1%]이어질 하반기 한국 경제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정부는 2011년 실질GDP 성장률을 당초 5% 내외에서 4.5%로 하향조정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 둔화로 인해 여전히 더블딥 논란은 지속되고 있으며 생산 부진, 인플레 압력 증대, 고용침체(공식 실업률 5월 현재 9.1%), 주택시장 침체, 재정여건 악화 등 다층적인 요소들이 둔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 반주변부 재정위기, 대지진 이후 일본 경제 장기 침체까지 고려한다면, 하반기 한국 경제의 대외여건은 매우 불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세, 국내 서비스요금 상승과 근원물가 상승(5월 근원물가 상승률 3.5%), 중국 수입품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도 물가상승 압력은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저임금으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수출대기업과 중기업간 격차 확대로 인한 중소기업 상황능력 악화 등 실물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30일 정부는 ‘201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과제’를 발표했다. 그 기본방향은 “경제회복의 온기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물가안정 △일자리 창출 및 내수기반 강화 △사회안전망 확충과 동반성장 등을 중점 정책과제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기본방향에서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는 상반기 동안 고조된 대중적 불만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고조된 불만의 배경이 되는 소득불평등과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가 빠져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서 물가안정 대책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물가안정을 꼽았다. “다소 긴축적인 재정기조”를 견지하면서 “시장친화적 물가대응”과 “서민생계비 부담 경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물가안정을 지상과제로 내세우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다. 한국의 경우 1998년 IMF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은행법을 개정하는데, 이 때 한국은행의 첫 번째 목표가 국민경제발전이라는 포괄적 목표에서 물가안정이라는 한 가지 목표로 바꾸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물가안정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금융자본의 이익을 위해서다. 물가인상(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금융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는 금융자본의 소득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신자유주의는 임금인상을 억제한다.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의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긴축적인 재정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저물가, 저임금을 통해 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한편, 불공정행위ㆍ유통구조 개선 등 시장질서를 효율화하고, 교육․의료 등 서민생계비에 대한 일정한 지원을 하여 물가인상의 고통을 줄이겠다는 구상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독과점 기업에 이를 강제할 만한 아무런 수단도 강구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정부와 정유사들이 기름값 100원 인하를 두고 옥신각신했던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학의 자구노력을 중심으로 해결”해나간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대학의 등록금을 통한 이윤추구를 제어할 어떤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인상 시기만 분산시킨다거나, 재활용품 시장을 활성화시켜 중고품을 저가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등의 기만적이고 성의없는 방안들을 제시했을 뿐이다. 지엽적인 ‘일자리창출 및 내수기반강화’ 정책 물가 다음으로 정부는 ‘일자리 창출 및 내수기반강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꼽았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고용창출 기업에 대한 세액지원, 청년 창업 활성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산업수요에 부응한 맞춤형 인력 양성 등 수년간 제시해온 정책들을 반복할 뿐이다. 다만,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 ‘노동시장 인프라 개선’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타임오프제 현장점검 강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현장 컨설팅” 등을 명시하며 유연한 일자리 창출에 방해가 되는 노조를 탄압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밝혔다. 내수기반강화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를 확대하고, 여가와 관광산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대기업의 하청 기업에 대한 비용전가가 일반화되어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대책은 지극히 안이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대형유통업체로부터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법·상생법이 한EU FTA로 인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적이기도 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자본간 이윤 분배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에 대한 분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일하는 빈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사회안전망 확충 정책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동반성장’에 대해서도 역시 의미없는 정책을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사회안전망과 관련해서는 ‘일을 통한 복지’로 탈(脫)수급 유인을 강화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한다. 그러나 이는 수급자 관리를 빙자하여 기존 수급자마저 축소시킬 위험성이 있을 뿐 아니라, 450만 명 이상의 최저임금 노동자 그리고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약 196만 명 노동자 등 ‘일하는 빈곤’의 현실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가 있다. 동반성장과 관련해서는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거래 감시와 같은 실효성없는 립서비스, 대기업이 상생협력에 응할 시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등의 조삼모사 식 정책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총․대선을 앞두고 심화되는 지배 양당 간 암투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수출 대기업 편향적인 경제정책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과제’에서 물가, 내수, 고용, 사회안전망 등의 구호를 내세워 ‘친서민’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본질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은 빠져 있다. 변죽만 울리거나, 이율배반적인 조치들로 가득차 있을 뿐이다. 특히 생활고의 원인인 실질임금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은 하반기 물가상승의 충격까지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며, 불만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2012년 총대선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 시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7월1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정책위 연석 워크숍에서 홍준표 대표는 “우파 포퓰리즘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 대학등록금 완화, 대기업 규제 강화 등에 대한 몇 가지 정책 합의를 이끌어냈다. 물론 아직까지 한나라당 내 일부 의원들과 정부관료들이 이명박 정권 옹호를 위한 저지선을 지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7월11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는 경제에, 민간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이명박 정부의 기존 정책 노선을 옹호했다. 그러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민생고에 대한 폭넓은 대중적 분노와 민주당 주도 반MB 공세 속에 이명박 정권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민주당을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4.27 재보선 직후 민주당 정당지지율이 2년 만에 한나라당을 앞서긴 했으나, 이는 금새 재역전되었다(7월 둘째 주 현재 한나라당 33.9%, 민주당 31.2%). 대선후보지지율에서는 손학규, 문재인, 유시민 세 명의 지지율을 합쳐도 박근혜에 훨씬 미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야권연합은 민주당에게 사활적인 과제가 된다. 민주당은 민생파탄으로 인한 대중적 불만과 이명박에 대한 냉소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이며, 반값등록금을 필두로 한 각종 복지 재정 조달 문제부터 개악노동법에 대한 일부 수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친서민 정책을 표방할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한나라당 내 차별화 시도와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더욱 증폭될 것이다. 투쟁의 재조직화와 전선복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중운동이 개별화되고 부문화되어 각 부문별 이해를 정치권에 청원하는 양상을 띠게 될 경우, 이는 민주당 주도 야권연합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민중운동은 이념적 차이가 전혀 없는 두 지배정당 간 권력암투에 휘둘리기 보다는, 스스로의 동력을 확보하고 주체를 형성하면서 장기적인 대안과 이념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생계 상의 요구가 분출하게 된 원인을 중심으로 투쟁을 재조직화해야 한다. 가령, 반값등록금 단일의제를 중심으로 한 대학생들의 투쟁은 단순 재정 조달 문제로 좁혀져 결국 민주당 주도 야권연합으로 수렴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가 촉발된 원인은 고용악화와 소득감소 그리고 가계부채와 같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민중 생존권의 파탄이다. 2006년 프랑스 최초고용계약법안(CPE) 반대 투쟁의 승리는 노동자와 청년 각자의 요구를 실용적으로 병렬했던 것이 아니라, 노동불안정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공동투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다음으로 이러한 재조직화를 바탕으로 전선을 복구해야 한다. 노동자운동은 자본이 절대 내주지 않는 부분을 그대로 둔 채 세금만으로 삶의 고통을 일부 경감시켜보려는 시도와 분명히 선을 긋고, 실질임금의 정체 및 하락,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여기에 있어서 저임금을 보충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체제(유성기업 투쟁), 사업 조정 과정을 경영상의 문제로 속여 진행되는 정리해고(한진중공업 투쟁)를 노동운동이 어떻게 바꾸어 내는가는 관건적인 투쟁일 것이다. 또한 노동악법 전면 개정 투쟁, 하반기 국회비준이 예상되는 한미FTA 저지 투쟁을 통해서 자본의 전면적 공세에 대한 민중운동 공동투쟁 전선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생산·소비·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의 경기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6월 7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분명히 ‘역풍’을 맞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같은 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 버냉키도 “지속적으로 고용창출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까지는 진정한 의미에서 경기회복이 이뤄졌다고 간주할 수 없다”며 상황 악화를 시인했다. 그 다음 날 발표된 연준 베이지북도 뉴욕,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시카고 4개 주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대통령과 연준 의장의 발언은 미국의 재정위기 논란이 고조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정위기 논란은 미국 정부와 연준의 비상위급대책, 즉 완화적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이 일정한 한계에 봉착했음을 함의한다. 그렇지만 경기둔화가 시작된 마당에 출구전략, 즉 긴축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복귀할 수도 없다. 이는 미국 경제가 처한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둔화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미국 정부 당국과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경기둔화가 유가 등 상품가격 상승, 동일본 지진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므로 하반기 이후에는 미국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위험 요소를 상당 부분 간과한다. 이 글은 향후 미국 경제의 향방을 전망하기 위해, 우선 미국의 금융위기 대응이 위기를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동시에 어떻게 더 큰 위기를 예고하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미국의 이중적자, 즉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메커니즘과 그 영향을 분석한다. 끝으로 미국 경제의 이윤율 추세를 검토하면서 미국 경제의 중장기 향방을 분석한다. 구제금융과 수량완화 정책 2007년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MBS) 위기로부터 촉발된 유동성위기는 2008년 증권회사의 건전성위기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증권회사의 위기는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왑(CDS)을 매개로 은행과 보험회사의 위기로 파급되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은행이 파산하고 증시가 붕괴함으로써 경기침체가 대불황으로 심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과 수량완화 정책을 구사했다. 우선 2008년 10월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은행의 부도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은행의 증자에 참여하는 7천억 달러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을 수립했다. 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보험의 한도를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인상했다. 이어서 미 의회는 2009년 2월 7,820억 달러의 미국재건재투자법(ARRA)을 통과시켰다. 재정적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이 법의 핵심은 가계에 대한 감세와 교육, 보건의료, 사회안전망과 관련된 이전지출에 있다. 감세와 이전지출 같은 재정완화 정책을 통해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정리해고자의 증가나 자영업자의 몰락 같은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위기의 효과를 완화시키려는 목표였다. 재무부의 구제금융과 거의 동시에 미 연준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완화와 수량완화로 이뤄지는 통화완화 정책을 구사했다. 가격완화 정책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다. 2007년 8월 신용위기가 시작될 당시 5.25%이던 연방기금금리는 2008년 말 0에서 0.25%까지 인하되었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는 불가능하므로 연준은 구제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본원통화인 달러를 신규로 발행하는 수량완화 정책을 병행했다. 정부와 연준의 비상 대응에 힘입어 2009년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는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구제금융과 수량완화 정책의 결과, 정부 부채가 급증하고 연준 대차대조표가 비정상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1]에는 1-2차 수량완화의 결과가 연준의 자산 구성에 끼친 영향이 나타나 있다. 금융위기 이전 연준 보유 증권의 약 90%는 국채였으나, 현재는 보유 증권의 약 40%가 주택담보부증권 등 주택 관련 증권이며 국채 비중은 약 60%로 축소된 것이 관찰된다. 수량완화 정책의 결과로, 연준의 부채인 달러는 급증한 반면 그 자산인 재무부증권의 비중이 하락하고 대신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기업이나 가계가 보유하던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이 연준 자산의 상당부분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는 주택담보부증권과 관련된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의 부도위험을 민간 수준에서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 결국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달러와 교환해줌으로써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그 결과 부실화된 민간의 자산이 연준의 자산으로 전환되었다. 참고로, 2010년 12월 연준이 공개한 2007-10년간 긴급 유동성지원프로그램의 세부내역에 따르면 유동성지원프로그램의 규모는 당초 알려진 2조 달러를 크게 상회한 3조 3천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원 대상에는 미국 내 금융회사 및 주요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금융시장과 연계성이 높은 외국계 은행들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재무부와 연준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은행위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은행들은 금융위기 시 발생한 자산 부실을 어느 정도 해결해서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부실위험이 높은 악성 자산을 상당 수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기재되어 있으나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 않는 미실현손실로 인해 순이익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순이익이 과대평가되는 이유로는 미국 금융회계표준위원회(FASB)가 2009년 완화한 시가평가 회계처리 규정의 변경이 꼽히고 있다. 실제로 2010년 들어서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예금 보증을 받는 상업은행과 저축은행 중 자본 수준이 낮은 부실은행(problem bank)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파산한 상업은행 및 저축은행 숫자도 157개에 달해 199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정상적인 부채 비중과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실행하면 ‘더블 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연준 의장 버냉키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으며 따라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계속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재정 감축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장기적 계획은 필요하지만 지출삭감을 서두를 경우 경기회복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출구전략이 마냥 늦어져도 문제인데, 비정상적인 부채 비중과 연준 대차대조표로 인해 재정위기와 달러위기가 발생하면서 역시 ‘더블 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미국 정부와 연준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재정적자 그럼 이제 미국의 재정위기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자. 미국의 재정수지는 2001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는데, 2007년 위기 이후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수지는 2008년 -6.3%, 2009년 -11.3%, 2010년 -10.6%, 2011년 -10.1%를 기록할 전망이다([그림 3] 참조). 재정수지가 악화된 것은 경기침체로 세입이 줄어든 반면(2007-10년간 2.7% 감소), 세출이 급증(2007-10년간 19.4% 증가)한 탓이다. [그림 4]는 1970년대 이후 세입과 세출의 장기 추세를 보여준다. 세입과 세출의 장기 평균치가 각각 GDP 대비 18%, 20.8%인데, 이번 위기 시에는 최대 15%와 25%로 격차가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적자재정, 즉 재정완화 정책과 구제금융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정부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2008년 71%, 2009년 84%, 2010년 94%, 2011년 101%, 2012년 107%로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 부채가 급증하면서 민간보유액, 그중 외국인보유액도 증가하고 있다([그림 5] 참조). 재무부증권(장기) 기준으로, 외국인보유액은 2008년 2조 2천억 달러, 2009년 2조 6천억 달러, 2010년 3조 3천억 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그 비율도 각각 61%, 57%, 53%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 상한선은 14조 2,940억 달러로 책정되어 있는데, 5월 말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법정 한도를 이미 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림 6] 참조). 정부 부채가 상한선을 넘으면 재무부는 연방정부 운영 자금을 더 이상 빌릴 수 없게 되고, 기존 채무의 만기 연장은 물론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없게 돼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재정수지 악화의 결과로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기도 했다. 현재 미 의회는 정부 부채 상한선을 2조 4천억 달러, 즉 예산이 2012년까지 유지되는 데 필요한 추가 부채만큼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백악관과 의회는 재부무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한 수단이 소진되는 시한인 8월 2일까지 정부 부채 상한선 증액에 합의해야 한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은 ‘재정지출 삭감없이 정부 부채 한도를 인상’하는 정부 방안을 지난 5월 말에 부결시킨 바 있다.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이 증세 없이 급격한 재정지출 삭감을 추진하기 위한 정략으로 부채의 법적 한도 인상을 활용한다고 반비판한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고령화와 건강보험비용 등으로 인해 현재의 재정정책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즉, 연방정부 세출을 역대 평균치인 GDP 20% 수준에서 유지하려면 사회보장, 메디케어(노인 대상 공공의료보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공공의료보험) 등 정부 지출을 과감히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을 지원하기 위한 연방정부 교부금도 2009회계연도 5천 4백억 달러, 2010회계연도 6천억 달러, 2011회계연도 6천 3백 달러로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2012회계연도는 다소 줄어든 5천 8백억 달러로 편성했다. 재정위기 논란과 관련하여 최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IIE)는 미국의 정부 부채가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향후 25년 뒤 2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림 7] 참조). 그에 따라 부채 이자 지불 비용만 GDP의 1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8] 참조). 이들은 재정위기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부채 비율 수준이 미리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니며, 각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얼마든지 급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오히려 현재 심각한 재정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유럽보다 미국과 일본의 재정상황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은 재정적자를 감축할 장기적 계획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와 관련된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아직까지 경기회복이 미약하기 때문에 올해나 내년 중 재정삭감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향후 부채 삭감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입법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건전성이 의문에 빠지고 이자율이 급상승하게 되면 재정위기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의 정치적 함의는 긴축, 즉 공공부문과 복지에 대한 공격이다. 반대로 레비경제연구소는 미국의 부채는 지속가능하고 따라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 적자재정이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그림 9]와 [그림 10]에 나타나듯이, 이자율과 경제성장률이 각각 1%, 3%에서 유지될 경우 부채 비율의 증가율이 감속하거나 부채 비율 자체가 감소하여 적자재정이 유지 가능하다고 추계한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의 위기는 단순히 금융부문에 가해진 일시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충격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이 지난 20여 년간 불균형 성장 경로를 걸어온 불가피한 귀결이다. 따라서 실업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관건인데,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규모 재정적자가 필요하다. 이들은 미래 세대에게는 실업률이 계속해서 10%를 넘는 것보다 공공 부채가 증가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재정적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정적자는 반드시 민간흑자로 보전되므로 차세대는 현세대가 유산으로 증여한 민간흑자로 국채원리금을 상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정적자가 반드시 민간흑자로 보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게다가 경제성장률과 자본성장률이 이윤율과 이자율보다 큰 성장기에는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국채 발행이 지속가능한 반면, 경제성장률과 자본성장률이 이자율과 이윤율보다 작은 불황기에는 국채 발행이 지속가능하려면 재정흑자가 불가피하다. 케인즈주의는 경제위기의 구조적 성격을 부인하므로 재정정책과 같은 경제정책을 통해 위기를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적자에 기초한 수요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경제위기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비생산적 정부지출의 증가는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결국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재정위기를 빌미로 긴축을 주장하는 세력들에 반해 적자재정을 확대하자는 케인즈주의는 정치적으로 올바를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오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미국의 재정상황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국채는 안전 자산으로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될 경우 해외투자자들이 미국의 국채를 낮은 이자율로 무한정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재정적자 확대와 장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국채 이자율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효과를 약화시키고 주택경기 회복세를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향후 미국이 재차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이러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미국이 재정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역적자와 세계적 불균형 재정상황 악화와 함께 무역적자가 누증하면서 미국 경제의 거시적 불균형 궤적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정적자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무역적자도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금융위기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2009년 일시적으로 규모가 축소되었으나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되면서 2010년 들어 다시 적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무역적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대국은 중국이다. 미국의 대중적자는 전체 무역적자의 확대 추세에 동반하여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그림 11] 참조). 중국의 경우 2011년 1/4분기 전체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미 무역흑자는 확대추세를 지속하고 있다(전년 동기 대비 +12.2%).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외환보유고에 반영된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중국은 3조 450만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으며 이 중 3분의2가 달러표시 자산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6월 기준 중국의 미국 재부무증권(장기) 보유량은 1조 1천억 달러를 상회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2,680억 달러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림 12]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6개국이 보유하는 재무부증권이 2008-2010년간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0년 현재 이들 6개국이 보유한 미국 재무부증권은 총 2조 1,350억 달러로, 전체 발행액의 34%, 외국인 보유액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하게 형성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강력한 금융적 자율성의 상징이기보다는 중국이 미국 경제의 운명에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의존성의 지표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성장은 대미 수출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다시 미국의 재무부증권에 투자하는 형태로 환류되지 않을 수 없는 메커니즘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성장은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축적체제의 등장이라기보다는 미국 헤게모니 하에 형성된 축적구조의 최종적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출달러환류 메커니즘, 즉 무역적자와 대미투자의 결과로 발생하는 미국의 대외부채는 국내부채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그림 13] 참조). 미국의 과소비가 무역적자와 자본수입 확대의 원인이 되고 이것이 다시 미국 국내 생산의 위축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금융위기 이후에는 해외가 국채(재무부증권)를 대거 매입하면서 정부 부채가 증가하였다. 이처럼 미국이 이중적자, 즉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해외로부터 막대한 자본을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헤게모니, 즉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지닌 국제적 지위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이중적자가 심화되면서 달러 발권이익이 소멸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중적자, 나아가 달러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최대의 무역흑자국인 중국에 대해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선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중국의 무역흑자가 줄어드는 반면 미국의 무역적자도 줄어들 것이다. 동시에 위안화로 표시되는 미국의 대외자산 가치는 상승하고 달러로 표시되는 미국의 대외부채(즉 중국의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증권)의 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순자본소득의 적자도 축소 가능하다. 이는 결국 환율 조작을 통해 자국의 부채를 해외의 부담으로 이전, 탕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중적자와 수출달러환류 메커니즘을 유지하려는 것이 미국의 환율정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G2)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중 양국은 지난 5월 9-10일, 전략 및 경제 대화(G2)를 개최하여 △거시경제협력 강화 △무역과 투자의 균형 발전 △금융부문 협력 강화 △지역 및 국제경제 협력 등 4대 포괄적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위안화의 절상에 대해서는 양국이 인식을 같이 하였으나 절상 속도에서는 여전히 입장차를 보였다. 미국은 중국이 보다 유연한 환율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중국은 위안화 환율제도를 보다 시장지향적으로 개혁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당장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쌍방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이 구상 중인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신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동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한미자유무역협정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환태평양경제파트너십(TPP)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구체화하려고 한다. 동시에 ‘잠재적 적국’으로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현재 달러를 본위로 하는 국제통화체제는 이미 시작부터 구조적 결함을 내포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달러를 전 세계에 공급해야 하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미국의 대외부채 확대로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저하한다(유동성과 신뢰성 사이의 딜레마). 반면 미국이 대외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하면 통화 공급이 줄어들어 교역위축과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증대한다. 또한 무역흑자 신흥국의 경우 과도한 외환보유액 확충 유인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과다한 외환보유액은 해당국의 통화관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외환보유액이 미 국채에 다시 투자되면서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 유도, 자산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장차 국제 환율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래 [그림 14]과 [표 1]에서 보듯이 달러는 2000년대 이후 그 비중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단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손꼽혔던 유로만 하더라도 최근 유럽연합 재정위기로 그 신뢰성이 크게 추락하고 있다. 이처럼 달러를 대체할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달러의 신뢰성 위기는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안전 선호로 이어져 달러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중적자가 심화하고 그에 따라 추세적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지금 국면은 달러 본위 체제의 모순이 응축되는 상황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당장 달러 위기가 가시화되지는 않겠지만, 향후 미국 경제의 부침에 따라 달러가치가 급변하고 이에 따라 국제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잠재한다. 이윤율 하락 지금까지 미국 경제의 대내외 불균형과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소들을 검토하였다. 이번 절에서는 미국 경제의 중장기 향방을 전망하기 위한 핵심적 변수로서 이윤율의 운동을 검토한다. 주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의 최근 연구를 검토하면서 미국 경제의 이윤율 추세를 분석해보자. 모즐리에 따르면, 이번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2차 대전 이후 최근 수십 년에 걸친 이윤율의 하락이다. 1950년에서 1970년대 중반 사이 이윤율은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러자 이윤율 하락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났는데, △실질임금 삭감과 해고 △복지 축소 △노동강도 강화와 구조조정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이 그것이다. 그 결과 이윤율은 1981-82년 저점에 도달한 뒤 1997년에 1969년 수준을 회복했다. 그리고 2001년에 1973년 수준으로 떨어진 뒤 다시 강한 반등세를 보여 2006년에 1968년 수준으로 상승했다([그림 15] 참조). 이윤율이 회복되었지만 기업의 고배당, 금융적 투자, 해외투자 등으로 인해 이윤이 투자 증진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고이윤 및 저투자의 결과, 금융자본의 기금이 대폭 증가한 반면 비금융기업의 대출은 감소하자 금융자본은 가계대출을 늘렸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바로 저소득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었다. 금융혁신을 통한 파생금융상품의 구조화 덕분에 부도위험이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확산될 수 있었는데, 결국 2006년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융위기로 확산된 것이다. 샤이크에 따르면, 전후 35년간 이윤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하지만 그 후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된다([그림 16] 참조).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 전환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샤이크는 1980년대 초 이후 실질임금 성장률이 상당히 하락하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노동생산성 상승에 비례해서 임금률이 상승하지 않고 두 궤적이 괴리된 결과, 이윤분배율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이윤율 하락 추세가 안정화되었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기업이윤율, 즉 이윤율과 이자율의 차가 자본축적의 동인이라고 간주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1980년대 이후 대호황은 이자율이 대폭 낮아진 데 따른 결과다. 그런데 이자율 하락은 대출을 급격히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실질임금 증가율이 둔화한 가계의 부채가 급증했다. 카르케디에 따르면, 1948년 이후 장기에 걸쳐 평균이윤율 하락 추세와 자본의 유기적 구성(c/v)의 장기적 상승 추세가 관찰된다. 이를 두 시기로 구분하면, 1948-86년은 이윤율 하락기, 1986-2009년은 상승기라 할 수 있다. 평균이윤율은 1950년 22%로 정점에 도달한 뒤 1986년 3%로 저점에 도달한다. 다시 2006년 14%까지 상승했다가 2009년 5%로 거의 수직에 가깝게 하락한다([그림 17] 참조). 뒤메닐과 레비는 이번 위기에서 금융 메커니즘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금융위기는 아니라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분석에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번 위기의 원인을 ‘이윤의 과잉’에서 찾는 과소소비설을 비판하는 동시에 ‘이윤의 부족’에서 찾는 이윤율하락설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윤에서 세금·이자·배당을 지불한 후의 이윤율, 즉 유보이윤율 궤도가 그 수준 및 변동 모두에서 자본축적률 궤도와 상응한다는 데 주목하면서 [그림 17]과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이윤율 운동을 추계한다. (실선은 마르크스가 말한 이윤율의 궤도이고, 제일 위의 점선부터 차례로 ‘생산 관련 세후 이윤율’, ‘세후 이윤율’, ‘세금, 이자 지불 후 이윤율’, ‘세금, 이자, 배당 지불 후 이윤율’ 궤도이다.) 결론적으로 뒤메닐과 레비는 미국의 이윤율이 1980년대 이후 장기 상승하는 추세라고 해석하면서 최근의 단기적 이윤율 하락은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뒤메닐과 레비는 현재 위기가 이윤율 하락에 따른 위기가 아니라 금융 헤게모니의 위기 또는 미국 헤게모니 하 신자유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19세기 말 이후 네 번의 구조적 위기 중에서 1890년대와 1970년대 위기는 이윤율 하락에 의한 위기로, 1930년대 대불황과 현재의 위기는 이윤율이 회복세에 있으므로 금융 헤게모니의 위기로 해석한다. 그리고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 이후 다극 체제 또는 미국과 동아시아의 양극 체제를 전망한다. 이들은 관리자계급과 인민계급과의 연합, 즉 중도좌파와 좌파의 연합에 의한 ‘새로운 뉴딜’과 다극 체제에 적합한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즉 ‘새로운 브레튼우즈’ 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윤율의 운동에 관한 통계적 분석만으로는 이윤율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원인들 중 어떤 것이 구조적 원인인지 판별할 수 없고, 또 이윤율 하락의 구조적 추세와 반작용 요인을 구별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1965년 이후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과 1980년대 이후 금융세계화에 따라 이윤율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반경향을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 향후 이윤율의 궤도를 예상하기 위해서도 이윤율 운동의 구조적 원인과 추세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윤소영은 이윤율의 현실궤도와 구별되는 이론궤도를 설정한다. 그리고 뒤메닐·레비와 모즐리의 이윤율 추계를 바탕으로 이윤율 운동의 기준점(benchmark)을 제시하고 그 추세를 해석한다. 이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이윤율은 1965년 고점 이후 장기 하락 추세에 있다. 이윤율은 1981-1982년 저점에 달한 뒤 1997년까지 상승하지만, 그러나 1997년 이후에는 1969-1970년 수준과 1974-1975년 수준에서 하락과 상승을 반복한다. 1969-1970년 수준은 대불황으로 진입하기 직전을 의미하고, 1974-1975년 수준은 대불황의 개시를 의미한다([그림 19] 참조). 이에 따르면 2007-2009년 금융위기의 장기적 원인은 1970년대 이후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 추세다. 중기적 원인은 1970년대의 ‘징후적 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한 금융세계화와 이중적자다. 이에 따라 1990년대와 2000년대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이 얼마간 회복되면서 ‘대완화’가 발생하지만, 결국 금융세계화가 낳은 금융혁신과 신용의 증권화가 이번 금융위기의 단기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대응은 인수합병과 겸업화, 즉 금융해방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게다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적 금융뿐만 아니라 공적 금융의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재차 위기에 빠질 경우, 그 충격은 1930년대 대불황을 능가할 수 있다. 미국 노동부와 노동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2007-2009년 금융위기는 전후 발생한 경기침체 중 최대·최장의 고용 충격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발생 시점 이후 3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용 수준은 저점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금융위기의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경기둔화에 접어들었다. 지금 시점에서 경기둔화의 강도와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미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위험이 더욱 큰 위기로 심화할 가능성에 새삼 주의를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이중적자와 달러 발권이익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고 이윤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불황기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노동자운동이 수세에 처하면서 넓은 의미의 케인즈주의적 해법이 좌파적 대안을 대표하는데, 이는 불황기, 특히 재정위기 상황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운동은 경제위기 시기의 패배적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자신의 토대를 강화하고 경제위기에 대한 정치적 대안을 급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자신의 헤게모니 약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구상 중인 동아시아 전략을 감안할 때, 노동자운동과 평화주의의 결합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