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정부 대책의 문제점 [%=사진1%]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00일이 다 되어간다. 지난 10월 29일 295번째 사망자 황지현 양의 시신이 197일을 기다린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아직 9명의 실종자가 남아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외치는 동안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고,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검찰은 해경 몇 명을 사법처리하는 꼬리 자르기로 국가의 책임을 묻지 않았고 감사원 감사도 청와대에 대해서는 언급도, 자료공개도 없었다. 검찰과 감사원이 나서 정부 책임을 면제해 준 꼴이다. 정작 박근혜 정부는 규제완화‧민영화와 같은 정책기조는 변함없이 유지하는 가운데 문제투성이 안전대책만 내놓았다. 정부가 낸 대책은 대형선사와 안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즉 안전 문제에 대한 권한과 능력을 더욱 더 민간기업에게로 넘겨 안전한 사회를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안전규제 완화 문제는 6개월이 넘도록 해결하지 않은 채, 오히려 안전대책을 안전산업 육성 경제정책으로 둔갑해 안전 규제 완화를 고착시키고 있다. 또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정부의 정책기조와 안전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구조적 원인을 왜 밝혀야 하는가 개인 책임만 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인식하면 사고의 재발방지가 어렵다. 한국에서는 대형사고가 일어나도 대부분 사고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담당자와 현장 소장 등 하급 관리자 정도만 실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사고로 인해 기업의 누군가가 처벌받아도, 기업의 안전정책 자체는 별로 바뀌지 않는다. 이는 정부조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몇몇 공무원들이 처벌, 징계, 직위해제를 당하더라도 규제완화, 민영화 기조는 물론 선박검사‧과적단속을 형식적으로 하는 관행조차 바뀌기 어렵다. 이런 한계는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502명 사망)에서도 똑같이 반복되었다. 참사 백서는 참사 이후 대책에 대해 “부실한 건설사업의 근원이 되는 경제성 추구를 근본으로 하는 가격중심의 종속관계로 구속된 도급제도와 이로 인한 부실을 견제할 발주자/건축주의 역할과 상호작용에 대한 규명은 미흡”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금도 건설산업에서 최저가 낙찰, 공기단축, 다단계에 걸친 하도급은 여전한 문제고, 최근 서울 잠실 인근의 씽크홀 역시 지하철 공사 시 부실시공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엉뚱한 해결책이 나오게 된다. 우리나라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17개 센터 중 15곳은 항구 근처에 설치되어 있는 항만관제센터로 지방해양항만청 소속이고, 나머지 진도와 여수 연안관제센터는 해양경찰청 소속이다. 이원화된 구조로 인해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 연락이 가까운 진도 VTS로 가지 않고 제주 VTS로 갔으며 진도 VTS에서 일하던 해경 직원은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낳은 VTS의 이원화는 2007년 12월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태안기름유출사고)의 사후대책이었다. 기름유출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수익을 위해 무리한 운항을 하게 된 구조나, 사고를 일으킨 삼성에게 책임을 물을 다른 제도 등을 논의하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엉뚱하게도 정부부처 간 힘겨루기가 되어 VTS업무만 이원화된 것이다. 정부의 선박 안전 규제완화가 참사를 불렀다 세월호 참사에서 제대로 밝혀져야 할 구조적 원인은 우선 선박 안전에 대한 규제완화 문제다. 2009년 이후로 전반적인 규제완화 기조 하에서 선박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되었다. 가장 잘 알려진 선령제한완화(25->30년)뿐만 아니라 카페리 과적 및 적재기준 완화, 여객선 엔진개방검사 완화, 점검 대상 선박 선령기준 완화 등이 2009-2011년에 걸쳐 이루어져졌다. 이 중 선령제한완화는 해운조합이 오랫동안 강력히 주장해 온 것이다. 다음으로 선박소유주 양벌규정 완화를 들 수 있다. 상법에 선박소유주책임제한이 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업주가 유일하게 처벌받을 수 있는 양벌규정이 2009년 12월에 완화되었다. 양벌규정이 “사업주의 경영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실 직접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선주나 선사의 압력이 없으면 선장이 무리하게 과적‧과승을 할 이유는 없다. 정부가 의도한 것처럼 청해진 해운 등 해운자본의 경영의욕은 고취되었을 것이다. 안전규제 전반이 자신들이 요구한 대로 완화되고, 양벌규정까지 완화되어 선장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자신들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실한 신호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 원인으로 반드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청해진 해운이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행위를 강화한 동기가 된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를 더욱 강하게 이어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가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필요한 안전규제를 다시 강화할 수 있다. 성과주의와 민간위탁이 사고대응 실패를 만들었다 해경의 무능한 대처도 핵심적인 문제다. 최소한의 규율도 없이 VTS 업무를 했고, 사고해역에 배치되었어야 했을 중형함은 모두 중국어선단속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해경대처의 문제에 대한 감사원의 조치내용은 관련자 징계 요구와 해양경창청장에 대해 인사자료를 통보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것으로 뿌리 깊은 관행과 해경업무의 관성이 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경이 구조업무보다 중국어선 단속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변화시켜 온 이유는 정부부처 전반을 지배하고있는 성과주의다. 성과과 확연한 불법 어선 단속에 비해 안전업무가 뒤로 갈 수 밖에 없다. 지금은 해경 내부 관계자조차 “불법 중국어선 단속에 치중한 나머지 평소 인명구조 훈련에 큰 비중을 두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실제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강화할 방침” (<연합뉴스> 9월 10일자)이라고 하지만 성과주의 하에서 과연 이 기조가 계속될 수 있을지 믿기 어렵다. 그리고 2012년 수난구호법이 개정되면서 해경은 해난구조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기 시작했다. 현행 수난구호법에 따르면 사고 책임선주는 사고 초기에 직접 구난구조업체를 선정하여 계약을 맺어야 한다. 구조업체 활동비는 우선 선주와 계약된 보험회사가 지급하고, 비용이 과다한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해 활동비를 선지급하고 선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우선 선주가 싼값에 구난업체를 찾으려 하거나, 이번 세월호 참사 때처럼 해경간부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업체를 소개시켜주게 된다. 어느 쪽이어도 구난능력이 우선시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형참사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임무인데 정부는 이러한 구조업무 마저도 시장의 논리에 맡기고 있다. 내항 선원의 고용구조,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선장과 선원들은 제대로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선원들을 또 만들어내는 구조가 남아있다면 이들을 처벌하는 없을 것만으로 사고 재발방지는 불가능하다. 청해진 해운은 비상시에 대비한 선내 비상훈련은 매 10일마다, 기름유출 대처훈련은 매월, 비상조타훈련은 매 3개월, 선체 손상 대처훈련과 인명사고 시 행동요령은 매 6개월 마다 실시하여야 했다. 그러나 이런 훈련이 규정대로 이루어졌더라도 계약직 선장과 4-12개월짜리 단기 계약직 선원들로 구성된 팀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리 없다. 징후 없는 대형사고는 없다. 대형사고는 사전에 존재했던 문제들이 동시에 발생할 때 일어난다. 이러한 징후를 잡아낼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배를 직접 다루는 선원들뿐이다. 우리나라 내항 선원의 처우는 외항 선원보다 열악하다. 국내 내항여객선 선원은 총 802명(2013년 12월31일 기준) 중, 비정규직 선원이 602명(75%)이다. 특히 1급 항해사는 총 10명으로 8명이 비정규직이고, 그중 2명은 1년 미만 단기계약직이다. 이러한 고용구조 하에서는 훈련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없고, 선원들에게 책임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고용구조 문제도 주요한 구조적 원인으로 다뤄져야 한다. 정책기조와 안전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정부의 후속 대책인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의 탄력운임제, 유류할증제는 선사의 이윤 보장은 확실히 해 줄 것이지만, 이윤이 보장된 선사가 자연스럽게 안전업무에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크게 이슈가 된 선령제한만을 다시 25년으로 되돌렸을 뿐, 규제전반이 강화된 것이 아니다. 안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인력과 장비 등을 제대로 마련할지 의심스럽다. 또한 낙도에 대한 준공영제는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철도‧의료민영화 등 전반적인 민영화 기조 속에 공영제가 현실에 맞지 않다며 현행 유지를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산업을 육성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은 국가의 구조업무를 방기한 데에 대한 분노가 컸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는커녕 결국 안전을 시장논리, 기업책임으로 맡긴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언딘과 같은 사례만 추가로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규제완화, 안전업무의 민영화라는 정책기조는 전혀 변한 것이 없다.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안전대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우선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는 책임과 권한이 일치하도록 재구성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7시간의 공백은 단순히 정치적 책임을 묻는 질문이 아니다. 선박사고는 2차, 3차의 희생자가 적지만, 화학공장이나 핵발전소 사고 같은 경우 대처가 몇 시간만 늦어도 다수의 심각한 2,3차 피해자가 발생한다. 사고수습 권한을 현장책임자 1인에게 주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끔 국가 최고책임자가 구조를 위해 자원을 움직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의 재구성의 방향성은 책임과 권한의 일치이다. 한국은 권한은 위에 있어서 현장책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책임은 아래가 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처벌이 필요하다. 기업이 위험한 행동을 멈추려면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최대 약점이라 할 이윤을 압박하는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 운항관리자의 출항정지권을 현실화하는 방안, 선원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운항을 거부할 권한, 사고 발생 시 해당 기업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거나 최고경영자‧실소유주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 등이 도입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기업의 탐욕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
안전문제 대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 [%=사진1%] 지난 17일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풍구가 죽음의 낭떠러지가 되었다는 사실에,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사고가 계속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 대해 개인을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들이 난무하고, 보수언론은 유가족이 4일 만에 장례와 보상에 합의한 것을 두고 ‘성숙한 유가족’이라며 칭찬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사고를 진상규명 특별법 쟁취를 위해 오랜 시간 싸우고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반응은 공통적으로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외면하고 개인의 책임과 보상문제로 관심을 돌려 문제의 총체적 해결을 가로막는 근시안적 발상에서 비롯한다. 세 가지 사고 원인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첫 번째로 지목되는 것은 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환풍구의 문제다. 예컨대 국토교통부령의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환풍구의 재질에 대한 내용은 없다. 관련 고시에는 제곱미터(㎡)당 100킬로그램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따르더라도 이번 사고는 막기 힘들었다. 판교 환풍구 면적이 15제곱미터여서 1.5톤의 하중을 견딘다고 해도, 사고 당일 올라간 40여 명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환풍구 철재 덮개 부실공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환풍구 둘레 안전펜스 설치 등의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환풍구 높이가 낮아서 아무나 올라갈 수 있었다는 것도 문제다. 국토교통부령 규칙에는 배기구가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평상시에 이러한 환풍구에 사람들이 일부러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고와 같은 경우에 야외 공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몰리면 어디든 보기 좋은 곳을 찾기 마련이고 이를 예상할 수도 있었다. 이번 사건 이후 많이 보도된 것처럼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나 상가, 거리 등에는 아예 사람들이 올라갈 수 없게 만들어진 프랑스나 영국과 같은 환풍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들과 사회단체에서 높이를 아예 5m 이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두 번째는 현장의 안전대책이 없었다는 문제다. 천여 명이 모이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안전통제 요원이 없었고, 사전에 소방서 등에 의한 시설안전 점검도 되지 않았다. 경찰 역시 사전에 철수하여 공연 중에는 현장에 없었다. 환풍구 근처에 위험 표시도 설치되지 않았다. 애초에 공연기획사는 환풍구 쪽에 무대를 설치하고자 했지만 주관사인 이데일리 측에서 이를 바꿔 환풍구 주변이 관람석이 되어버린 것도 문제다. 세 번째는 안전규제가 완화되어 왔다는 문제다.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원래 '지역축제장 안전매뉴얼'에는 “공연장 이외의 장소에서 국가, 지자체, 민간단체 등이 주최하는 지역축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적용한다.”고 되어 있었으나 올해 3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에 따라 이 안전관리 규정을 ‘최대 관람객수가 3000명이상의 지역축제’에만 적용하도록 바꿨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전요원 배치나 안전통제선 설치 등이 강제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시스템 상으로 충분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와 대책, 안전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개인이 조심할 필요도 있지만, 인간인 이상 불가피하게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최소화하도록 사회가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사진2%] 유가족들을 비교하는 정치적 의도 보수언론들은 판교 사고 유가족들이 행사 주최측과 배상금 및 장례비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한 것을 세월호 유가족에 비해 성숙한 자세라며 이를 세월호 유가족이 배우라는 둥 망발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발언의 정치적 의도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둘러싼 싸움에서 유가족들의 지위를 깎아내리려는 것이고 세월호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것이다. 참사로 인해 가족을 잃은 슬픔은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는 유례없이 많은 수의 사람들, 특히 고등학생들이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어간 전무한 사고다. 사고의 원인, 구조가 부실했던 이유, 부실한 선박안전 관리와 연관된 로비의혹, 사후대처의 책임문제 등 무수한 의문이 아직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바라고 재발방지를 위해 사회 전체가 안전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바랄 뿐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산하에 안전사회소위를 두어 사회 각 분야의 안전관련 현황을 점검하고 권고를 강제할 수 있게 하여 구조적으로 안전을 위한 사회변화를 추동하도록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이 법은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법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이 제대로 된 법제정을 가로막아서 지금까지 유가족과 많은 시민들이 풍찬노숙하며 싸워 왔다. 이를 놓고 유가족의 성숙도로 비교하는 것은 그 자체가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판교 사고와 관련한 인터넷 댓글들이 사고를 당한 개인들의 부주의를 비난하는 바람에 이를 의식한 유가족들이 협상을 일찍 마무리한 측면도 있다. ‘착한 유가족’과 ‘나쁜 유가족’을 나누는 것은 사고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더러 세월호 투쟁을 약화시키려는 기만적인 정치적 공세일 뿐이다. 공공의 안전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대책이 뒤따르고 있다. 환풍구의 하중 기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환풍구 설치 규정에 관한 안전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안전펜스 등 위험시설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지역축제 안전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은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반복되는 사고가 몇몇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고 사회 전반에서 시민들의 문제제기와 힘으로 끈질기게 안전에 대한 권리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검찰의 해명 : 박근혜 정부는 사이버 사찰 금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1. 어제(10/15) 대검찰청은 법무부, 경찰청, 미래창조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한 해명과 함께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톡 과잉 압수수색 등 사이버 사찰 문제에 대응해온 우리 단체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검찰의 이번 해명에 큰 실망을 금치 못하며, 더 늦기 전에 박근혜 정부가 사이버 사찰 금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2. 어제 검찰이 밝힌 내용 대부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선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 공간은 처음부터 사이버 명예훼손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압수수색시 필요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만 자료를 확보하고 나머지 부분은 신속하게 폐기하겠다고 했다. 진작부터 지켜졌어야 했던 원칙이다. 원칙이 없거나 몰라서 그간 수사기관이 국민의 카카오톡에 대하여 과잉하게 압수수색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공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 방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메신저 압수수색 시 볼 것 다 들여다 보고 나서 "알아서 폐기"하겠다는 검찰의 선언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3. 검찰의 해명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껏 국가보안법 혐의자 등에 대해 편법적으로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해 왔다는 것인가?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면 앞으로 메신저에 대한 감청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계획인 것인지 검찰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행여 현재도 영장 없이 이루어지곤 하는 연행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확대하고 인터넷과 모바일 망에서의 패킷 감청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 일은 없기 바란다. 그것은 이 나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을 더욱 키우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엄중 경고한다. 4. 검찰은 또 카카오톡과 같은 새로운 통신 플랫폼에 맞는 집행 방법을 앞으로 연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어떤 방안이 제시될지 오히려 걱정이 된다. 검찰은 메신저 통신내용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압수수색할 것인가를 고민하는가. 메신저 통신은 국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사적 의견을 표현하고 교환하는 공간으로 확고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검찰이 정말로 해야 할 일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통신비밀의 자유가 최대한 보호받는 사이버 공간이 민주주의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도록 모든 사이버 사찰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사상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보주체가 참여하는 투명한 방법과 절차에 의하여 수사에 필요한 정보만을 압수수색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5. 한달 만이다. 지난달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본인에 대한 모독을 참을 수 없다며 사이버상의 국론 분열에 대응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리고 이틀후 대검찰청이 소집한 허위사실 유관기관 대책회의 이후 사이버 검열과 사찰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검찰이 구성한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이 이번에 불거진 모든 논란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사이버 망명 행렬이 줄이었음은 잘 알려진 대로이다. 최근에는 검찰이 포털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뿐아니라 핫라인을 구축하여 즉시 검열에 나설 태세를 갖췄음이 폭로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검찰은 이에 대해 수습을 한다면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사이버 허위사실 수사를 계속할 방침을 밝혔다. 특히 "고소·고발을 주저하는 공적 인물"을 선제적으로 대리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한마디로 그간 많은 논란을 낳았던 사이버 검열과 사찰을포기하지 않겠다는 선포인 셈이다.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에 "공적 인물"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검찰은 누구를 위한 검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의 공직자들이 '공적 인물'인 것은 자신들이 언제나 국민들의 비판과 질타를 수용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정당한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를 사법 권력을 통해 억압하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검찰은 국민위에 군림하여 공적 인물을 보호하려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치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토론이 권력의 칼에 난도질당하지 않도록 국민을 보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와 여당이 계속 '국론분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 모두가 정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며, 민주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토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이 허위이고 진실인지는 개방적인 토론과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서 밝혀져야 한다. 4월 23일 경찰이 선정한 '악성 유언비어' 87건 중 해경이 구조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잠수부들의 수색을 막았다거나 산소 주입이 거짓이라는 주장은 이미 허위사실이 아니라 사실임이 드러났다. 최근 세월호 사건에서 정부의 계속된 은폐와 정보 비공개가 오히려 다양한 의혹을 야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6. 그 동안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시민들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메신저의 모든 대화내용을 과도하게 압수수색해 온 검찰의 수사방식은, 국민들의 프라이버시권 및 통신비밀보호의 헌법적 의무를 내팽개친 처사였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대책은 그동안 메신저 감청이나 압수수색 등 검찰이 사이버검열을 자행해 왔던 실상을 낱낱이 국민들 앞에 밝히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메신저 압수수색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또한 정보주체인 시민들이 자신의 정보가 수사의 미명 하에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남용되는 것을 스스로 알고 통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7. 결론적으로 어제 검찰 해명은 사이버 허위사실에 대응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 채 여론을 진화하려는 눈가림일 뿐이었다. 검찰의 사이버 검열과 사찰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침해하는 행위로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검찰이 해야 할 일은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을 해체하는 길 뿐이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사이버 검열 시도에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이버 사찰을 금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0월 16일 민변 카카오톡 등 사이버공안탄압법률대응팀, 민주노총 법률원,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카톨 사찰에 대한 토론회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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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2.]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방미에 즈음한 공동 기자회견 정부는 사드(THAAD) 배치 수용 말고 평화협상 재개에 앞장서라! 일시: 2014년 9월 12일 (금) 오전 11시 장소: 청와대 청운동사무소 앞 공동주최 : 민주노총, 사회진보연대,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참여연대, 평통사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 1.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수용 말고,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양해각서(MOU) 체결을 중단하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이번 방미는 한미안보협의회를 한달 여 앞둔 시점에 이뤄지는 만큼, 최근 논란이 되어 온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사드, THAAD)의 한반도 전개 문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양해각서(MOU) 체결 문제 등 한미간 현안이 다뤄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국방부는 미국측에서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요청해 온 것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한반도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면서 사실상 동의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낮은 요격률은 차치하더라도, 북한 탄도미사일의 주종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애초에 사드의 요격 대상조차 아니어서 사드 배치로 인한 안보효용성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방부는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의 궤도를 높여 사거리를 짧게 만드는 방식으로 한국을 공격해올 수 있다면서 사드 배치의 효용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발사 궤도를 높일 경우 명중률도 낮아지고 탐지와 요격도 쉬워지기 때문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대신 애써 그런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방부의 주장은 사드 배치의 명분을 쌓기 위한 왜곡, 과장에 불과하다. 반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최대교역국인 중국은 외교부 차원에서 "한반도에 MD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킬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놨고,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전달하였다는 보도도 계속되는 등 전방위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사드 배치는 안보 효용성은 없는 반면 주변국과의 갈등을 고조시켜 안보와 경제에 큰 부담을 안길 것이 자명한 만큼,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 MD로의 편입을 한사코 부인해 왔다. 그러나 미 MD 체제의 핵심 장비인 사드 배치와 함께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MOU 체결을 통해 한미, 한일간 MD 체계의 상호운용성, 지휘통제체제의 연계성을 강화하게 된다면, 명실상부한 동북아 MD 체계가 완성되는 것은 물론이요, 한국은 미국 MD 체계와 작전의 전초기지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더구나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MOU 체결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군사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사실상 일본 재무장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국회 및 각계에서 강력히 반대해 온 사안이다. 정부는 한미일 군사정보 MOU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고려하겠다’고 한 만큼, 국회와 각계가 반대하는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MOU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2. 정부는 6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협상 재개에 앞장서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방미기간 중에 미국 백악관 및 정부 관계자들과 대북 정책과 관련하여 밀도있게 협의할 것이라고 한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압박하며 굴복을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펼치면서 6자회담을 사실상 외면해 왔으나, 북한은 굴복하기는 커녕 핵무기 보유고를 늘렸고, 정책은 실패하였다. 한미양국이 일방적인 대북압박에만 골몰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협력은 부쩍 확대되고 있으며, 북일 관계도 빠르게 진전되어 심지어 아베 총리의 방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미국 국무부 관리가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9월 하순에는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이례적으로 유엔 총회 참석차 직접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외관계 개선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미국의 대북정책 담당자들도 최근 새로이 인선되어 대북접촉에 나선 만큼, 이번 기회를 살려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만일 기존의 압박정책만을 고집하여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4차 핵시험 등 정세가 격화되고 긴장이 고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9일 열린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미국인 억류자의 귀환 등 핵문제 해결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인도적 사안만을 거론하는 데 그쳤는데, 청와대와 백악관의 안보정책 책임자들이 만나는 이번 회동에서까지 변죽만을 울리며 문제해결을 외면해서는 결코 안된다.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안은 당사국들의 안보우려사항을 함께 의제로 올려 비핵화와 적대정책 철회,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해결하는 6자회담의 합의정신을 실현하는 데 있다. 정부는 한반도 당사자로서 6자회담의 합의정신, 평화의 원칙에 기초하여 6자회담을 비롯한 평화협상이 조건 없이, 즉각 개시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2014년 9월 12일
박근혜 2기 내각 경제정책의 허구와 위험성 [%=사진1%]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아이콘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이다. 7월 16일 취임 후 한 달 남짓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는 여러 차례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다. ‘강하고 빠른’ 경기부양을 자임하는 경제부총리의 등장으로 주가와 주택거래량이 상승하는 등 시장은 기대감을 보였고 이는 새누리당의 7.30재보선 승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8월 14일에는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림으로써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방향에 힘을 실었다. 언론은 그의 경제정책 패키지에 ‘초이노믹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장기저성장 시대, 한국경제 출구 찾기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가 최경환 부총리를 앞세워 경제활성화에 주력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 국면으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한 의도가 커 보인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정부의 상황인식이 호들갑만은 아니다. 길게 보면 IMF 경제위기부터 20여 년, 짧게 보아도 세계 금융위기부터 5~7년 간 한국 경제는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침체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수출이 성장 동력이 되리라는 전망을 그리기도 어렵다. 불확실한 경제전망 때문에 기업 투자가 부진하고, 비정규직 확산 등 고용의 질이 악화되면서 내수도 부진한 악순환의 반복이다. 최경환의 경제정책에는 과연 이 악순환을 벗어날 새로운 묘수가 담겨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이노믹스’라고 거창하게 부를만한 무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 우롱하는 가계소득 증대 정책 최경환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은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진작’을 정책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보수진영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거나, 또는 재벌 대기업이 경제적 성과를 독식하고 있다는 진보진영의 비판을 수용한 목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팀이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에는 어이없게도 서민·중산층 가계의 소득 증대를 위한 방안이 없다. 근로소득증대세제는 임금을 일정 기준 이상 인상한 기업에 세액 공제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세액지원을 받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려는 기업은 극소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으로 임금인상 및 소비 효과는 적은데 오히려 대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꼴이 될 것이다. 배당소득증대세제는 배당을 일정 기준 이상 늘린 기업의 주주들에게 발생하는 배당소득에 감세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배당을 늘릴 여지가 있는 우량주를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는 대주주나 외국인투자자 등 주식 부자들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길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사내유보금에 과세하여 기업이 투자, 임금, 배당에 나서도록 촉구하겠다는 것으로 기업의 자금 운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성격을 지닌 것이라 재계의 반발도 존재한다. 하지만 막상 10대 재벌그룹의 상장 계열사 중에서도 과세 대상은 20~30%밖에 되지 않는데다, 사내유보금이 투자나 임금보다는 배당으로 전환되어 대주주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내수 진작을 위한 핵심 조치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처해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핵심이 빠진 최경환 경제팀의 가계소득 증대 패키지는 포장만 ‘친서민’이지, 실상은 기득권의 이익만 챙겨주게 되어 있다. 빚더미 위에 선 부동산 경기 부양 부동산 규제 완화는 최경환 경제팀이 주력하는 또다른 정책 방향이다. 취임 직후부터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주택담보대출비중(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밀어붙여 8월 1일부터 시행되도록 하였고, 8월 8일 발표한 ‘30개 경제활성화 중점 법안’에도 주택 및 재개발사업 관련 법 개정안이 여섯 개나 포함되어 있다. LTV와 DTI의 완화는 빚을 더 내어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으로, 최경환이 추진하는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들은 한결같이 부동산 투기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규제완화를 통해 집값 상승과 투기 과열이 발생하더라도 돈을 버는 것은 부자들이다. 반면 이는 한국경제 뇌관이라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또다시 내수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내수를 살리겠다는 가계소득 증대 패키지의 목표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일말의 반성도 없는 규제완화, 민영화 최경환 경제팀의 6차 투자활성화대책은 유망서비스 산업 육성을 목표로 박근혜 정부가 몇 차례에 걸쳐 강조해 온 그동안 서비스산업 규제완화와 민영화 정책을 모아 놓았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보건의료 부분으로, 병원 영리자회사 설립, 원격의료, 영리병원 허용, 임상실험 규제 완화 등 오랜 기간 논란이 되어 온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에 확인된 광범위한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을 일방적으로 묵살하는 것이다.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은 180만 명이 넘었고, 설문조사에서도 반대의견이 70%에 가까웠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 4차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발표했던 영리자회사 허용 계획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더욱 규제완화를 확대 할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 또는 안전과 직결된 분야의 규제완화, 민영화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규제완화, 민영화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것이다. 최경환의 거짓말 최경환 부총리는 입으로는 서민, 중산층, 민생안정을 말하고 있지만 새롭게 주목받는 정책에서조차 대주주, 부동산투자자, 재벌기업의 이익을 옹호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시중에 돈이 돌게 하겠다는 단기 목표는 반짝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계소득의 증대를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장기 목표는 공염불에 머무를 것이다. 결국 ‘초이노믹스’는 요란한 포장과 거침없는 추진력 외에는 더 볼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거짓 약속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