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머리에 6월 21일 그리스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집권 사회당 파판드레우 수상은 내각을 새로 구성하여 의회에 신임투표를 붙여 이를 통과시켰다. 이는 구제금융 자금 5차 지급을 계기로 채권자들, 즉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가로 요구한 긴축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한 사전 조치였다. 이런 조치가 필요했던 것은 긴축정책에 대한 반감이 엄청나 파판드레우 수상이 이끄는 정부와 사회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그 여파로 집권 사회당 내에서도 이반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6월 15일엔 스페인의 ‘분노한 시민들’의 광장점거 시위를 따라 한 시위가 아테네에서 30만이 모여서 진행되었고, 민간부문 노총과 공공부문 노총 둘 다 24시간 총파업을 벌였으며, 긴축정책을 의회에 통과시키려고 잡아 놓고 있는 28일엔 이번 위기 들어 처음으로 양대 노총이 48시간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던 터였다. 새로 구성된 내각이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하였다 하더라도 긴축정책안이 의회를 통과하여 이번에 예정되어 있는 5차 자금을 수령하거나 아니면 일각에서 전망하는 제 2차 구제금융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이런 과정이 모두 차질 없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긴축정책안이 국민들로부터 별 저항 없이 집행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두 불투명하다. 아무튼 이것이 2010년 5월에 시작된 그리스 구제금융과 긴축정책 시행의 현재의 모습이다. 그리스만이 아니다. 아일랜드는 2010년 11월에, 포르투갈은 2011년 5월에 차례로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였다. 모두 유럽 반주변국들의 재정위기에서 비롯한 경제위기 때문인데 이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까지 번질지, 그래서 유럽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그 결과 유로화가 붕괴할 것인지 등이 현재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가?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자. 유럽 반주변의 위기와 구제금융 2000년대에 주택부문에서 거대한 거품이 형성되었다가 붕괴되면서 2008년 들어 미국에 경제위기가 도래했다면, 2008년부터 유럽에서 진행된 경제위기는, 한편으로는 유럽 각국 금융기관들이 미국의 이런 금융거품의 형성과 붕괴에 얽혀 있으면서 발생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로화 출범 이후 유로화 강세로 인해 유럽의 반주변부에서 주로 형성된 거대한 거품이 붕괴하면서 초래된 것이기도 하다. 즉, 2008년에 미국을 시발로 경제위기가 도래했고, 이것의 여파로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제위기에 빠져들었지만, 이 와중에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폭증한 유럽의 반주변부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제 2차 경제위기에 돌입하여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차례로 유럽금융안정화기금과 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이들 나라들이 구제금융을 받은 이유는 단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인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표 1] 참조). 참고로 구제금융 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7천5백억 유로의 상당부분은 유럽금융안정화기금인데, 이를 조성하는 데에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중심부 국가들이 주로 참여하였다. 그러면 이들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이제 가실 기미가 있는가,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다른 나라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인가? 앞서 맨 먼저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 이야기를 했지만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상황을 악화시킨 긴축정책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은 구제금융을 제공한 뒤 이들 국가의 사정이 호전되어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인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경우 구제금융으로 일시적인 유동성위기를 해소한 뒤 2012년부터는 만기도래하는 빚의 75%를 차환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였다. 즉 2012년 이후로는 정상화의 길을 밟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는 사정이 악화되어 최근에는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얘기되고 있다. 아니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구제금융 당사자들이 그리고 있던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IMF 구제금융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이 주도한 이번 구제금융도 가혹한 긴축정책을 요건으로 하여 제공되었다. 재정적자가 줄고 결국은 재정흑자를 이룩해 정부부채가 줄어들어야 이들 위기 국가에게 빌려준 돈을 상환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구제금융 자금을 한꺼번에 지불하지 않고 몇 차례 나눠 주면서 구조조정을 점검하고 필요한 때는 추가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들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애초에 예상했던 결과를 낳지 못하고 있다. 다시 구제금융을 받은 지 가장 오랜 시간이 흐른 그리스의 예를 들어보자. 2010년 5월 구제금융을 개시할 때 구제금융 당사자들은 그리스의 2010년과 2011년 성장률을 각각 -4%와 -2.6%로 전망하였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올해 3월에 검토한 결과 각각 이 수치는 -4.5%와 -3%로 하향 수정되었다. 정부 재정적자는 2010년과 2011년 각각 국내총생산 대비 8.1%와 7.6%로 예상을 했는데, 역시 올해 3월에는 각각 9.6%와 7.5%로 수정되었다.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 대비 각각 8.4%, 7.1% 예상에서 10.5%, 8.2%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 상황은 당연히 악화하였다. 구제금융 초기에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2012년에 149%로 최고치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였으나, 올 3월에는 이 수치를 159%로 수정하였다. 더 악화하고 있는 사정을 반영했으리라. 이런 수정은 2011년 3월에 진행된 것이어서 2010년도 수정치는 확정된 경제통계치는 아니더라도 대강 나타난 경제실적을 보고 수정한 것일 텐데, 이를 보면 이들의 애초 예상이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2011년의 바뀐 예상치도 실제로는 더 악화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렇게 예상보다 못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중요한 하나로 유럽에 정부부채 문제가 드러나면서 구제금융을 받게 된 나라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나라들까지 유럽연합 전 가맹국에서 확산된 긴축정책의 영향을 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 부족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수요를 더욱 위축시키는 긴축정책을 전 유럽에서 시행했으니(보수당이 집권한 영국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의 성장이 저하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그리스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는 당연히 세입 부족을 초래해 재정적자는 애초 예상만큼 줄지 않았고 정부부채는 예상보다 더 늘게 된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보면 몇몇 나라의 재정위기를 빌미로 한 유럽연합 전체차원의 긴축정책으로의 선회는 그리스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은 꼴이 되었다. 미봉책의 연속 이렇게 그리스 사정이 애초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있는데도, 유럽연합 등 채권자들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회피하면서 지속적으로 긴축정책의 강도를 높여가기를 주문하고 있다. 그 결과는 그리스 경제의 침몰이며, 그리스 민중들의 삶의 파탄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럽연합 채권자들은 채권자들대로 결국 감당해야 할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부채 상환능력은 더 고갈되어 가고 부채 규모는 애초 예상보다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뒤따르는 수순일 수밖에 없다. 결국 채무 조정 내지는 삭감 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현재는 민간 금융자본을 이 과정에 끌어들일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독일 수상 메르켈의 얘기가 나오자 금융자본들은 그럴 경우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면서 협박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할까? 오늘날 금융상품이 극도로 복잡하고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서로 얽혀 있어서 쉽게 이야기할 성질은 아니지만, 지금도 시장에서는 그리스의 디폴트와 뒤이은 채무삭감을 예상하여 국채수익률이 결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예상과 예상이 현실화하는 것은 그 효과가 약간 다르겠지만 디폴트와 채무삭감이 있다 해도 상황이 현저히 더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다. 리만 브라더스의 총자산 규모는 6000억달러가 넘었고, 다른 문제가 되고 있던 투자은행들의 자산규모와 미국국제그룹(AIG)의 자산규모까지 치면 그야말로 수조달러에 이르렀고, 그리스 정부채 규모는 불과 3000억 달러 내외다. 자신들은 전혀 손해를 입지 않고 손해를 전부 공적부담으로 떠넘기려는 술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질질 끌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스 경제가 더 악화하면서 그리스의 채무삭감 규모가 커지고 이것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디폴트로, 그리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구제금융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유럽 위기의 전망 자연스럽게 이후 유럽 재정위기의 전망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서 누구도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몇 가지 경제지표나 통계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자. 우선, 그리스의 정부부채 보유상황을 보면서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표 2]를 보면 지금은 약간 달라졌겠으나 2010년 3/4분기 기준으로 그리스 정부부채의 32%는 자국인이 보유하고 있고, 외국인 보유 비중은 68%이다. 유로존은 54%, 프랑스와 유럽중앙은행이 각각 14%, 독일이 9%를 보유하고 있다. 직접적인 위험 노출정도로 보면 프랑스와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독일 순이다. 미국은 1%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어서 미국의 직접적인 위험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직접적인 위험노출만 보면 다른 위기 국가들에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치면 위기 국가들 대부분이 라틴계 국가들인데 미국경제는 이들과의 경제 연관성이 매우 낮다. 그런데 이런 직접적인 위험 노출 이외에 미국금융기관들이 채권이 부도가 났을 때 그 원금지급을 보장해주는 보험성격의 금융상품인 신용부도스왑(CDS)을 많이 판매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정확한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는데 직접노출보다는 훨씬 크다고 한다. 둘째, 관련국들의 정부부채 수준을 알아보면서 이야기해 보자. [표 3]을 보면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부채수준이 매우 높은데 특히 그리스는 위기를 경과하면서 그 수준이 급격히 높아졌다. 그 외 국가들의 경우 위기 이전, 즉 2008년만 해도 정부부채 수준이 대체로 80% 이하여서 크게 문제가 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부채 비율은 매우 낮았다가 경제위기 과정에서 매우 높아졌다. 은행위기가 터지면서 정부가 이에 개입하면서 높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위기 3개국 이후 다음 위기 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스페인의 정부부채 비율은 의외로 매우 낮다. 스페인의 경우 민간부문의 부실이 매우 심각한데 여기에 정부가 개입을 할 것인지의 여부, 그리고 정부개입 수준에 따라 이후 정부부채 비율이 변화를 겪을 것이다. 영국의 경우 보수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긴축정책으로 정부부채증가를 둔화시키는 것이 경기확장에 도움이 된다면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정부부채 수준으로만 보면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행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뒤에서 살필 순대외자산을 보면 더더구나 긴축의 필요성이 있는 나라는 아니다. 보수당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영국은 긴축정책으로 최근 성장률이 매우 지지부진한 상태다([그림 1] 참조). 마지막으로, 순대외자산 규모를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해 보자. 순대외자산은 플러스 규모가 클수록 해외에 투자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마이너스 규모가 클수록 외국인의 국내 투자자산 규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3]에 따르면 2008년 자료여서 변화가 있겠지만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에 외국자본 비중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 휘발성이 높은 외국자본의 이탈로 인한 교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공적부문에서 일어나면 국채수익률이 높아져 재정위기가 되는 것이고, 사적부문에서 발생하면 자본철수로 인한 자산거품 붕괴, 저성장, 고실업의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앞서 보았다시피 정부부채 규모가 꽤 큰 포르투갈에서는 국채수익률이 장기에 걸쳐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외국자본 철수로 인한 사적부문에서의 자산거품 붕괴, 저성장, 고실업도 병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스페인은 앞에서 보았다시피 정부부채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당장 국채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이지만, 외국자본의 철수로 인한 사적부문의 부진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겠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부진한 사적부분에 정부가 개입을 한다면 정부부채도 늘고 이로 인한 재정위기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유로존에서의 외국자본 철수는 독자통화를 가진 나라들에서보다는 심하지 않을 것인데, 그것은 왜냐하면 통화가치의 하락을 예상하고 빠져나가는 외국자본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독자통화를 가지고 있었고 자본철수가 심했던 아시아 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위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시아 위기에서는 통화가치의 급격한 평가절하로 인해 해외부채를 지고 있는 경제단위의 급격한 부실화와 수출의 빠른 증대를 통한 경기회복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했었는데, 단일통화를 가진 유럽 위기의 경우 급격한 부실화나 빠른 회복 가능성 모두 아시아 위기 때보다는 덜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유럽의 위기가 심화되었을 때 그 위기가 미국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많지만, 미국 자체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면 유럽 전체가 문제로 되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미국의 직접적 노출도 그리 크지 않고, 설사 디폴트가 발생해 신용부도스왑으로 인한 피해를 일정하게 입는다 하더라도 큰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2008년 통계이긴 하나 미국의 순대외자산 마이너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아(포르투갈, 스페인과 비교해 보라), 외부변수의 약간의 악화가 있다고 해서 달러가치 폭락과 급격한 자본철수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더구나 미국은 여전히 헤게모니 국가여서 다른 국가들과 순대외자산의 마이너스 규모가 동일할 경우 그 위험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덜하다고 해야겠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미 달러가치 하락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가져오는 좋은 변화라고 환영을 하면서 고대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미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의 대외자산 가치는 상승하여 순대외자산의 마이너스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하겠다. 또한 유로화 출범이후 유로화의 지속적인 강세/달러화의 지속적인 약세로 인해 1유로 당 0.8-09달러에서 1유로당 1.6달러까지 달러가치가 하락했어도 미국에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할 필요도 있다. 글을 마무리하며 결국 그리스와 유럽 반주변부의 위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현재처럼 긴축정책과 구제금융의 미봉책으로 일관한다면 그리스와 유럽의 반주변부 민중들에겐 재앙이 될 것이다. 그리스가 채무삭감을 하지 못하고, 재정적자를 계속 줄여 재정흑자를 이룩하고 정부부채 규모를 줄이려면 앞으로도 3-4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정부부채가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에도 적정 채무 규모로까지 정부부채를 줄이려면 지속적으로 국유재산을 매각하고 긴축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이런 긴축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단적으로 2011년 1/4분기 유럽연합 노동자들의 시간당 평균 노동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하였는데, 그리스 노동자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8%의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아일랜드는 -2.2%). 이런 길은 자본에게도 치명적일 텐데 왜냐하면 위기 지속 기간이 길어질 것이고 결국은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위기의 심화, 스페인과 이탈리아로의 전염 등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다른 길도 있어 보이는데, 우선 그리스를 필두로 한 위기국가들의 부채에 대해 적절한 삭감이 이루어진다면, 그리고 전 유럽 차원에서 긴축정책이 철회되고 가능한 국가에서 최대한 경기부양정책이 취해진다면 문제는 더 이상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은 당연히 일부 유럽의 중심부 채권자들이나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감수한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스페인 국채 보유자들이 스페인 채무 삭감 가능성을 예상하고 국채를 팔아치워서 스페인으로도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스페인으로의 전염 가능성은 앞의 길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길만이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는 길이고, 가장 신속한 위기탈출의 길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위기탈출 가능성이 보인다면 스페인으로의 전염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이나 노동권을 희생하면서 자본의 소유권이나 특정 체제를 구제하기 보다는, 생존권이나 노동권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자본의 소유권을 제한하거나 체제를 변화시키는 방향이 더 적절해 보인다. 비록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이집트 민중들의 투쟁을 따라 스페인과 그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기대해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각국이 1930년대 대불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일컬어진 2007-09년 경제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한 지 2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대부분의 거시경제 지표들은 이제 세계경제가 경제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기의 여진은 남아있으며, 특히 고용과 임금은 여전히 심각한 침체 상태에 있다. 고용없는 회복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2008-09년 경제위기로 확산되었다. 2008년부터 전반적으로 성장, 소비, 투자, 무역, 고용 지표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그러나 2009년 저점을 찍은 이후 세계 GDP는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소비, 투자, 무역 지표 역시 2010년을 경과하면서 위기 이전의 추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거시경제 지표들이 일정하게 회복세로 진입한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에서 고용증가율은 2007년 1.8%에서 2008년 1.5%, 2009년 0.7%로 하락했고 2010년에 1.3%로 반등했으나 여전히 위기 이전의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실업률은 2007년 5.6%로부터 2009년 6.3%까지 상승했으며 2010년에도 여전히 6.2%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실업자 수는 2007년 약 1억7천7백만에서 2009년 약 2억5백만으로 증가했다. 경제위기를 경과하면서 약 2천7백만명의 실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들에서 ‘고용없는 회복’이 문제가 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실업률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이는 임금 소득을 제약하여 중장기적으로 소비수요 부진과 수입수요 위축을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노동시장의 회복의 지체가 이후 회복 전망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충격의 지역별 불균등성 [표 1]을 보면 실업과 관련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은 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이다. 이 국가들은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실업율이 2.6%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동아시아와 남아시아는 4% 초반의 실업률을 보여,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 위협이 상대적으로 가장 적게 나타났다. 중부, 남동 유럽 국가들(비EU)과 독립국가연합 소속 국가들의 경우 선진국과 유럽연합 다음으로 가장 높은 실업률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2007-09년 사이 1.7% 포인트 상승). 대부분 수출의존도가 높은 이들 지역의 국가들은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수출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지 못했다. 물론, 나타난 공식실업률 통계는 불완전취업자를 취업자로 분류하고 구직단념자(실망실업자)와 취업준비자 등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므로, 실질적인 실업률 수치는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 2]에서 공식 실업 통계에 불완전취업자와 구직단념자 수를 더하면 실제 현실에 부합하는 확장 실업률을 구해볼 수 있다. 단적으로 스페인은 2011년 2월 현재 공식실업률을 21.3%로 발표했지만 실질적 실업률은 32%에 가깝다. 경제위기 충격의 지역 간 불균등성은 각국 경기침체의 주된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미국, 스페인, 아일랜드 등의 경우 금융·주택시장 거품 붕괴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받았고 이로 인해 투자와 생산이 크게 악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실업률이 급증하고 소비가 감소했다.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 미국, 스페인, 아일랜드는 2007-09년 장기실업이 증가하면서 순환적 실업의 급증이 구조적 실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반면,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신흥경제국의 경우 선진국의 구매력 악화로 인한 수출 감소가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이었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충격이 덜했으며 실업 증감 폭 역시 상대적으로 적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독일과 한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들(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독일, 일본, 한국,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이 경제위기로 인한 GDP 감소의 충격을 적절히 흡수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림3]을 보면 2008-10년 독일의 고용 변동폭이 매우 작았는데, 이는 조업시간단축제(노동시간계좌제)의 결과로 추정된다. 조업시간단축제는 노사정, 또는 노사 협약에 기초하여, 경기에 따라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대신 이로 인한 임금 감소분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조업시간단축제는 사실상 연간 단위의 노동시간유연화로서 해고에 대한 차악의 대안일 뿐이다. 한국 역시 고용 변동폭이 상당히 작다. 잔업·특근이 일상화된 장시간 노동 체제, 그리고 비정규직이 전체 고용인구의 5%를 상회할 정도로 유연화한 노동시장이 경제위기의 충격을 일정하게 흡수했기 때문이다. 물량 감소에 따라 잔업·특근이 줄어들거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취업과 해고를 반복하더라도, 공식 실업률 통계상으로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실질임금을 비교해보면 독일은 노사정 합의에 기초한 임금 억제로 인해 실질임금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이며, 멕시코와 한국은 회복기 동안 수출 경쟁력 회복을 위해 노동생산성을 강력하게 향상시킨 한편 강력한 저임금 기조를 관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위기의 영향을 적게 받거나 위기에서 빠르게 탈출한 것으로 보이는 국가들이 사실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기초하여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증대시킴으로써 불황과 실업을 타국으로 수출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 충격의 집단별·산업별 불균등성 경제위기의 영향은 노동자 집단 내에서도 불균등하게 나타난다. 2007년 3분기부터 2010년 3분기 까지 저숙련 노동자와 청년층 등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그 중에서도 신규 채용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15세~24세)은 가장 층 타격을 받았다. <표 3>을 보면 특히 재정위기에 처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청년실업이 매우 높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4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은 청년실업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청년실업률이 25%를 기록했고, 23%를 기록한 북아프리카 지역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지역이 15%~20% 사이의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높은 청년실업률은 올해 초 강력한 민주화 투쟁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한편, 경제위기의 충격은 산업 각 부문별로 불균등한 영향을 미쳤다. [그림 4]를 살펴보면 우선 산업 부문 일자리 비중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2007년-09년 사이 산업 부문에서 950만명의 실업자가 증가했으며, 산업 부문의 고용감소를 주도한 것은 선진국들이었다. 선진국에서 산업부문의 고용 비중은 2007년 25.0%에서 2009년 23.4%로 감소했다. <표 4>는 선진국들의 산업부문 고용 감소 현황을 조금 더 자세히 보여준다. 산업 부문의 타격은 제조업 투자부진 및 수출 하락, 그리고 건설업 침체에서 비롯되었다. 농업부문은 장기적으로 감소추세에 있으나 하락 추세가 위기기간 동안 일정 둔화되었다. 이는 아프리카, 중동, 남아메리카, 남아시아 지역에서 농업부문 고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개도국의 경우 산업 부문으로부터 농업 부문으로의 이동이 발생했다. 경제위기를 경과하면서 발생한 일자리는 대부분 서비스부문이었다. 서비스부문 일자리의 증가를 주도한 것은 동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다. 임금 OECD 소속 국가들의 위기 시기 명목임금 인상률 변화를 살펴보면 덴마크, 포르투갈, 한국을 제외하면 대폭 하락한 것이 관찰된다. 아일랜드, 스페인, 헝가리 등은 명목임금 인상률 하락이 큰 폭으로 이루어졌고, 중부유럽에 속하는 슬로바키아 역시 큰 타격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명목임금은 2009-2010년 동안 평균 3% 정도 상승했는데, 물가인상률을 고려할 때 노동자의 실질임금 상승은 억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2월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세계적으로 4%, 신흥경제국의 경우 6%에 이른다.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 및 임금 여건의 악화와 더불어 회복기 물가상승에 의한 충격은 빈곤층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일일생계비 2달러 미만 인구는 12억으로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약 39%를 차지한다. 일일생계비 2달러 미만 인구는 인도, 남아공, 중국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결론 2010-2011년 유럽 재정위기와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로 세계경제의 전망은 매우 불안정하다. 그리고 경제위기 이전의 추세를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몇몇 국가들조차 다른 나라들에게 위기 비용을 돌리는데 급급했을 뿐 세계경제가 회복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은 매우 불안정하고 악화되어 있으며 그것이 장기화될 위험이 높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은 호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 사민주의체제는 무엇보다도 스웨덴식 노사관계의 산물이다. 역사적 타협에 기원을 둔 사민당정권 및 LO(스웨덴 노총)과 SAF(사용자단체) 간의 협조주의적 노사관계가 그것이다. 스웨덴은 90%가 넘는 노동조합조직률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같은 스웨덴 모델의 근간은 역사적 타협 이후 확립된 중앙집권적 산별 교섭체계다. 또한 이러한 협조주의적 노사관계는 스웨덴 사민당의 사상 이념적 전통과 결합된다. 경제정책, 사회화정책을 집대성한 비그포르스와 소련식 사회주의와 혁명주의를 배격하고 점진적인 사민주의적 개혁을 정치이념화한 칼레비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스웨덴 체제의 주요구성요소는 거대기업 중심의 성장주의적 경제정책이다. 연대임금정책과 렌-마이드너 모델의 기본 구상 역시, 높은 고용률을 추구하는 동시에 거대 독점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 정책에 기본 토대를 두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스웨덴은 거대 법인자본의 활동이 어느 나라보다 왕성한 나라다. 스웨덴은 일찍이 독점기업을 용인하고, 차등 의결권을 부여하며, 아주 낮은 법인세를 유지해왔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와 거대 법인자본이 공존해온 셈이다. 실제로 1932년 집권한 스웨덴 사민당은 1970년대 초까지 시장주의적인 성장모델을 선택했다. 평등주의적 정책으로 일컬어지는 동일업종 내의 임금평준화 정책은 경쟁력 낮은 기업의 시장 퇴출을 통해 산업합리화와 자본집중을 촉진했다. 스웨덴 사민당은 집권 초기부터 재정지출에도 매우 신중했다. 스웨덴은 전후 경제 호황기에 긴축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임금인상 자제, 간접세 인상 등을 통해 인플레를 관리했다. 시장 친화적 정책은 효율성을 높여 성장에 기여했고, 이를 기반으로 고용증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확대, 생산적인 복지, 삶의 질 향상 등을 성취해왔다. 다만 스웨덴식 성장경제 모델이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과 구분되는 점은 성장과 함께 고용에 중점을 두면서도, 특수한 국내외의 역사적 조건들로 인해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과 평등주의적 분배정책을 결합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스웨덴 모델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한 대안이라기보다는 냉전과 자본주의적 호황이 만들어낸 특수한 조건의 효과로 자본주의적 모순에서 빗겨나 있을 수 있었던 예외적인 사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자본주의가 금융세계화로 수렴하는 과정에서, 스웨덴은 더 이상 예외로 남지 못하고 여타의 서구유럽국가들과 엇비슷한 신자유주의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일국적인 자본주의적인 성장을 보장해주었던 특수한 국내외적 조건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살쮀바덴 협약정신과 협조주의적 노사관계 스웨덴의 노사관계는 국가의 개입보다는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 간의 장기간의 협조주의적 협상을 특징으로 해왔다. 이러한 노사관계 정착의 기점이 되는 것이 1938년에 체결된 살쮀바덴 협약이다. 이 협약의 핵심내용은 첫째, SAF와 LO로부터 각기 3인씩 파견되는 대표들로 노동시장위원회를 구성하여, 기업단위나 산업단위에서 노사간 교섭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다루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노동쟁의 절차를 제도화하는 동시에, 직장폐쇄도 어렵게 하고, 노동자들의 파업도 실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었다. 살쮀바덴 협약은 그 구체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가진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이른바 살쮀바덴 정신이 바로 그것인데, 노사간 분쟁사항에 대한 LO와 SAF의 조정권한을 대폭 강화시킴으로써 분쟁사항이 국가의 직권중재나 노동법원을 통한 사법적 절차로 다루어지기 전에 노사중앙조직들이 가능한 한 자율적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한편, 파업이나 직장폐쇄와 같은 대결을 되도록 피한다는 것이다. 협조주의적 노사관계의 정착과 계급교차연합의 형성 과정 살쮀바덴 협약이 체결되기 이전에 스웨덴 노동운동은 매우 격렬한 양상으로 진행되었고, 자본가단체들 역시 매우 중앙집권적인 결속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SAF는 LO보다 앞서서 전국적인 중앙집권적 조직형태를 완성했다. 이에 반해 초기 LO는 소속연맹들을 확고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당시 건설부문노동자들은 스웨덴의 건설 산업이 국제경쟁으로부터 보호되는데다 스웨덴 특유의 기후조건에 힘입어 강한 교섭력을 가졌다. 이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은 LO소속의 다른 부문 노동자들보다 높은 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제조업부문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노동자 스스로 억제하는 계급 협조주의 입장을 취했다. 대표적으로 LO내에 가장 규모가 커다란 금속노련의 노선이 그러했다. 그 결과 1931년 현재 건설부문노동자들의 임금은 전체산업노동자들의 평균 시간당 임금에 비해 1.7배 높은 수준이었다. LO는 이러한 노동자들 간의 격차와 입장 차이를 조정하지 못한 채 강한 결속력을 가진 SAF의 공세를 맞이해야 했다. 결국 LO는 수출부문 노동자들이 수출부문 자본가 및 사민당정부와 연합하고, 전투적인 노동자운동을 분쇄하는 대가로 협조주의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계급교차연합(Cross-class Coalition, 계급연합)을 형성하게 되었다. 중앙 단체교섭 틀의 형성 1980~90년대 스웨덴 노동운동에 대한 신자유주의 공세의 핵심은 중앙교섭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스웨덴에서 중앙교섭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자본가단체인 SAF가 먼저 요구한 것이다. LO는 1952년에야 SAF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 당시 SAF의 입장에서 산업별 노동자들의 임금상승 경쟁을 유도하기 쉬운 산업별 단체교섭보다는 중앙단체교섭이 임금인상을 억제하는데 보다 유리했다. 반면 LO의 입장에서는 LO산하 연맹들 간의 경제적조건과 입장차이가 컸기 때문에 중앙교섭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LO가 중앙교섭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1950년대에 극심했던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스웨덴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는 장기호황국면에 진입했는데, 호황은 노동에 대한 수요증가와 그로 인한 임금인상을 가져왔고, 이는 다시 물가인상과 뒤이은 임금상승이라는 인플레이션 순환을 일으켰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온 집권 사민당의 입장에서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악순환이었다. 이에 따라 사민당은 LO에게 인플레이션 악순환 해결을 위한 임금동결을 요청하였고, LO는 사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1949~1950년, 2년간 산하연맹들에게 단체교섭을 갱신하지 말도록 했다. 그러나 호황국면에서 이 같은 임금동결조치는 산하연맹들의 강한 불만을 낳았고, 1951년이 되자 LO는 산하연맹별 단체교섭을 허용하게 된다. 그러자 이번에는 23%대의 폭발적인 임금상승이 이루어졌고, 사민당정권과 LO를 당혹스럽게 했다. 사민당은 다시금 LO에게 임금동결을 요구했고, LO는 물가상승에 따른 생계비 상승분만큼만 임금인상을 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해서 [중앙 단체교섭 → (중앙교섭 결과를 전제조건, 즉 하한선으로 하는) 산업별 단체교섭 → 기업별 교섭 → 작업장단위 교섭]으로 이루어진 중앙교섭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결국 스웨덴의 중앙 단체교섭은 노총 중앙이 집권 사민당의 임금동결 요청을 산하 노조들에게 강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1980년대 이후 스웨덴의 자본은 거꾸로 중앙 교섭체계를 무너뜨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는데, 불황기에 자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을 줄이고 투쟁하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서였다는 목적은 일관되었다. 연대임금정책 중앙교섭이 단체교섭의 형식이라면, 연대임금정책은 중앙교섭을 통해 LO가 추진한 임금정책의 내용이다. 연대임금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실현이다. 그런데 이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이 충실하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방대한 직무조사가 반드시 요구된다. 무엇이 동일노동인가를 규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종 노동들 간의 난이도, 위험성 정도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체계적인 직무조사가 있어야 다양하고 수많은 이종 노동들 간의 임금격차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설령 그런 조사가 (거대한 물리적인 기술적 난관을 해결하고)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더 중요하게는 이러한 격차와 또한 차이를 노동자 스스로 납득하고 능동적으로 해소하고 축소해 나갈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아무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조사 결과가 이루어진다 해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기도 어렵고, 이것만으로는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평의회주의적인 이행(변혁)과정에 대한 역사적 평가 차원에서 모색되어온 노동자 민주주의와 교통(communication), 대중의 지적 차이 감축이라는 사회변혁적인 과제들과 연관된다. 하지만 스웨덴 사민주의 체제의 틀 안에서 이 문제들은 임금정책 실행을 위한 직무조사라는 실무정책집행 차원에 머무르는 한계를 가진다. 주체형성과 이행, 대중운동과 같은 차원이 아니라, 행정적인 정책집행 수준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는 한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올바르게 이해될 수 없다. 노동자들 간의 계급적 통합과 연대는 그저 하나의 불합리한 현실의 모순, 말 그대로 실현 불가능한 난제일 뿐이었다. 행정 정책적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스웨덴에서 충분히 체계적인 직무조사에 입각하여 연대임금정책이 추진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실제로 LO가 연대임금정책을 추진한 방식은 임금격차를 낳는 원인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가능한 전반적인 임금균등화를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즉 임금격차의 원인이 노동의 난이도나 위험도이든, 기업들 간 수익성의 격차든 관계없이 가능한 한도에서 임금균등화를 추구하는 방식이었다. 구체적으로 전체 노동자층의 임금상승률을 고임금 노동자층의 임금상승률보다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연대임금정책을 추진했다. 다시 말해 평등주의적인 임금균등화 정책이 위로부터 행정적으로 집행된 것이다. 연대임금정책의 확장과 변화, 렌-마이드너 모델 결국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삶과 노동, 경제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꾸어내는 연대운동으로 나아가지 못한 연대임금정책은 애초에 목적했던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거기에 고도성장에 힘입은 임금유동의 발생이 최초의 균열점을 만들어냈다. 임금유동이란 기업수준에서 최종 확정된 임금상승률이 중앙단체교섭이나 산업별 단체교섭을 통해 합의된 임금상승률을 상회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여기에서 임금유동의 성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만일 임금유동이 중앙단체교섭이나 연대임금정책이라는 인위적인 절차와 임금정책으로 결정된 임금수준을 교정하여, 시장원리가 제약 없이 작용했을 경우에 결정되었을 임금수준으로 복귀시켜준 것으로 해석된다면, 결과적으로 중앙단체교섭이나 연대임금정책은 아무런 효과를 낳지 못한 셈으로 볼 수 있다. 그냥 시장에 맡겨두면 마찬가지 결과일 것을, 공연히 절차만 복잡하게 만든 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금유동은 LO가 추진한 연대임금정책이 임금인상 억제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분명하게 부각시켜 버렸다. 이러한 문제점이 부각되자, LO 연구국의 연구책임자였던 마이드너는 “임금유동에도 불구하고 연대임금정책은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하면서, 임금유동에도 불구하고 보존되는 임금균등화를 그 효과로 꼽았다. 마이드너는 이후 LO의 경제학자인 렌과 함께 연대임금정책을 보다 확장하고 종합한 렌-마이드너 모델을 제시한다. 임금균등화를 추구하는 연대임금정책을 경기안정화정책(인플레이션 억제정책, 긴축정책), 산업합리화정책(산업구조조정),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 확장-결합시킨 것이다. 그 후 렌-마이드너 모델은 종합적인 경제발전전략으로서 1950년대 후반 이후 사민당정권 경제정책의 골간이 된다. 렌-마이드너 모델의 핵심 정책 내용과 문제점 경기안정화정책 - 긴축정책 - 간접세 도입 렌은 긴축정책수단으로 간접세를 도입한다. 하지만 간접세는 역진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기본이익과 상충된다. 렌의 논리는 간접세 재정수입의 일부를 가장 빈곤한 계층을 지원하는데 사용함으로써 이 간접세의 역진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렌은 정부가 강력한 긴축정책을 실시하여 흑자예산을 유지할 것을 권유한다. 연대임금정책 - 저임금노동자지원, 산업합리화 촉진 연대임금제도는 대기업 노동자의 양보를 전제로 설계된 것이다. LO는 연대임금제도를 통해 동일업종 동일노동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 기업규모나 이윤 수준과 관계없이 동일한 임금을 지불하도록 하였다. 연대임금제도는 대기업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임금을 양보하는 한편, 동일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중소자본은 퇴출(구조조정)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웨덴의 연대임금정책은 경쟁력 있는 거대 법인자본 중심의 구조조정 정책과 결합되는 것이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노동인력의 원활한 이동을 지원한다. 성장하는 부문과 지역은 보다 많은 노동인력을 필요로 하고 쇠퇴하는 부문과 지역은 노동인력을 방출한다. 이때 방출되는 노동인력을 성장하는 부문과 지역으로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 실업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연대임금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면, 저수익 기업들로부터 대량의 인력이 방출되기 때문에 이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노동자들을 위한 직업알선, 재교육,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주에 필요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 (겐트제도와 같은 실험보험제도도 그중 하나이다.) 강한 성장주의적 사고방식 이처럼 렌-마이드너 모델은 강한 성장주의적 사고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완전고용과 경제성장, 물가안정이라는 거시 경제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과 관련해서도, 수요보다는 공급측 요인을 더 강조한다. 산업합리화, 경제효율화는 지상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경제성장에 따른 부작용은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는다. 렌-마이드너 모델에서는 중소기업이나 낙후지역의 발전을 지원함으로써 경제구조의 균형을 이룬다는 식의 사고는 찾아볼 수 없다. 생산적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구조조정 정책의 보조정책일 따름이다. 스웨덴 모델이 위기에 빠지면서 등장한 임노동자기금 본래 임노동자기금안은 민간 대기업들의 이윤 중 일부를 신규 발행 주식의 형태로 노동조합이 소유-관리하는 임노동자기금에 매년 의무적으로 적립케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노동조합이 민간 대기업들의 지배주주가 되도록 한다는 웅대한 청사진이었다. 일부 논자들은 이러한 청사진이 사회주의적 이행의 다른 길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웨덴 사민주의 모델의 꽃으로 소개되는 임노동자기금은 실은 스웨덴 모델이 고유한 내적 모순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나오게 되었다. 특히 임노동자기금은 LO가 직면한 대내적 정당성위기의 산물이다. 스웨덴 모델의 모순과 LO의 정당성위기의 표출 연대임금정책은 고수익부문 노동자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연대임금정책은 점차 직업 내부 임금억제정책에서 직업 간 임금억제정책으로 전환되었고, 인플레이션과 투자축소, 노동자집단 간 분열의 원인이라고 공격받게 되었다. 중앙단체교섭은 기업 단위노조들의 역할과 권한을 위축시켜, 풀뿌리노동자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그 결과 다양한 비공인 와일드캣 파업들이 발생했고, 노총 상층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들이 표출되었다. 또 거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 정책은 결과적으로 재산과 경제적 권력이 소수 사적 거대 주주들에게 집중되는데 일조함으로써, 사민주의운동의 평등주의적 이념과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모순을 가진다. 이러한 문제들이 하나둘 부각되자, LO는 임노동자기금안이라는 급진적인 정책안을 제출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LO의 급작스러운 제안은 1975년부터 1983년에 걸친 혼란스럽고 지루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자본가진영이 자본주의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결집한 반면, 사민당과 LO진영은 제 각각의 계급적 기반과 정치적 이해관계와 이념적 기반에 따라 분열했다. 게다가 기금논쟁이 진행되는 중에 폭발한 1979~1980년 세계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임노동자기금을 찬성 추진하는 진영이 기금안을 본래의 급진적인 사회경제적 이행의 관점보다는 경제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강조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게 된다. 노동조합을 넘어서는 노동자권력과 사회경제적 힘을 형성하기보다는 임노동자기금을 시장에 동원해서 불황을 해결하자는 정책대안이 그것이다. 또 사민주의운동의 평등주의적 이념과 배치되는 기금안의 여러 한계점들에 대해서도, 그러한 문제들보다는 효율적인 사회-경제운영 모델로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부각 되었다. 그러한 변화를 거쳐, 마침내 1983년 사민당이 제출하여 의회에서 최종 통과된 실제 임노동자기금안 법안은 애초의 급진적인 성격과 취지가 무색해진 모습이었다. 당초에 계획했던 기금규모가 현격하게 축소되어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만한 위력을 잃었을 뿐 아니라, 생산수단의 사회화라는 본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시장원리 중심적인 기금운영방식이 전면화된 형태이었던 것이다. 임노동자기금안 실패의 원인 평가 첫째, 임노동자기금안은 부르주아 진영의 강한 결집과 격렬한 저항으로 변질되었고 실질적으로 좌초되었다. 둘째, LO와 사민당 진영은 노동자계급 내외부의 계급적, 이념적,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른 이해관계의 분열과 대립을 통합하는데 실패했다. 예컨대, 육체노동자와 비육체노동자, 특히 1980년대 들어 더욱 격렬해지는 공공노동자와 사적부문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경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셋째, 임노동자기금 논쟁은 위력적인 대중운동의 전개와 결합하지 못했다. 그것은 국회나 국가연구위원회와 같은 전통적인 조합주의적인 의사결정구조 내부의 정책적 논쟁으로 국한되었다. 넷째, LO는 처음에는 매우 의욕적이고 공세적인 자세로 제도도입을 추진했으나, 전반적인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자본가 진영과의 대립이 격렬해지자, 줄곧 수세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결과적으로, 계급적 이념적 통합력이 부족한 가운데, 연대임금정책을 둘러싼 LO 내부의 분열을 해소하기 위한 맥락에서 제안된 경제 정책안으로서의 임노동자기금안만으로는 부르주아 진영의 격렬한 저항을 이겨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임노동자기금논쟁 종결 이후 스웨덴 사민주의 모델의 해체와 신자유주의화 변질된 임노동자기금안이 도입된 이후, 사민당 정권은 1980년대 내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민간기업의 수익성 제고와 시장규제완화, 복지국가 팽창억제를 뚜렷한 정책노선으로 삼아왔다. 이에 힘입어 스웨덴 자본은 자유화된 외환시장 등을 통해 상당량의 자본 해외이전을 단행했고, LO의 힘의 근간인 중앙 단체교섭으로부터 이탈해 갔다. 1990년 SAF는 중앙교섭단위를 해체했고, 1년 뒤에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대표를 철수시켰다. 스웨덴 노동운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웨덴식) 연대임금정책 또한 1980년대 들어 그 제도적 기반인 중앙단체교섭 체계가 와해됨에 따라 더 이상 작동될 수 없었다. 그러나 LO는 중앙단체교섭이 와해된 원인인 자본주의의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기득권들의 방어를 넘어서는 공세적인 운동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위기의 원인을 직시한 계급 통합적 운동보다는 자본의 위기에 조응하는 계급내부 특수이익 방어에 머물렀던 것이다. 결국 신자유주의 공세에 직면한 LO의 모든 요구는 (불황기에 불가능해진) 더 많은 재정지출과 중앙단체교섭 복원을 요구하는 즉자적인 방어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고, LO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반복적인 패배를 경험하며 쇠퇴했다. 반면 사민당의 오랜 집권에도 불구하고 학계, 언론계 등의 지식인사회 영역에 뿌리내린 오랜 부르주아적 권력은 건재했다. 거대하지만 오랜 집권과정에서 운동성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혁신의 전망을 세우지 못한 노동자운동은 거센 신자유주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소련사회주의권 붕괴 이후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되어 이어졌고, 2000년대에 이르러 스웨덴 사민주의 모델은 이미 여타 유럽연합 소속국가들의 사회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1990년대 금융위기와 통화주의적 규범주의 정책의 전면화 1970년대 불황기에 스웨덴 사민당 정부와 우파정부는 모두 케인즈주의적인 수요부양정책을 가교로 삼아 불황을 건너뛴다는 일명 가교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가교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어 사민당 정부는 1980년대에 이른바 ‘제3의길’을 내세우며, 통화주의적인 규범정책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제3의길 정책의 핵심은 ‘규범정책’이라고 불리는 시장주의적 정책개혁을 도입하는 것이다. 즉 완전고용보다는 물가안정을 중시하고, 단기적 임기응변적 처방(주로 케인즈주의적이거나 사민주의적 처방들)보다는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통해 스웨덴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제3의길 정책 역시 1980년대 말에 높은 인플레이션과 부동산-금융거품을 야기함으로써 실패로 막을 내리고 만다. 그 후 1990년대 초반에 스웨덴은 고평가된 크로나화에 대한 환투기 공격으로 심각한 금융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로써 스웨덴은 1992년에 제3의길 정책의 근간이었던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로 이행한다. 변질된 형태로 도입된 임노동자기금 또한 이때 폐지된다. 1993년부터 스웨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기조로 인플레이션 타깃팅을 채택하였다. 또 1994년에 집권한 사민당 정권은(1994년~2006년)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개혁을 단행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이는 1990년대 들어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하는 통화주의적 합의 또는 (시장)규범 정책적 합의를 사민당도 확고하게 수용하게 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LO는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해왔다. LO는 특히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면서 수요부양정책을 요구했고, 무력화된 중앙집권적 단체교섭체계의 복원을 주장했다. 그러나 LO의 반대는 별다른 성과를 못 보고, 1990년대 이후 통화주의적 거시경제정책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자 LO는 점차 신자유주의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1996년 LISA프로젝트 보고서에서 LO는 “과도한 임금상승을 자제해야 하며, 노동시장정책은 인력의 이동성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의 신자유주의화에 대한 약평 세계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위기에 빠지면서 스웨덴 모델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소개하는 논의가 간혹 있다. 하지만 스웨덴은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의 외부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고, 보수주의적인 통화정책과 거대자본 중심의 성장주의적 경제정책이 결합된 자본주의 경제체제다. 스웨덴 모델이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스웨덴 모델이 1980~90년대에 실패하면서 선택한 대안이 신자유주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신자유주의가 곤경에 빠진 상황을 놓고 스웨덴을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웨덴 모델은 말하자면 ‘일국 사민주의’인데, 그 골간은 일국수준의 계급타협에 기반한 국민경제적 성장모델이다. 스웨덴 모델은 자본주의적 성장과 수출지향 공업화전략을 기반으로 성립했다. 스웨덴의 경제모델은 물가상승을 억제하면서도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그렇기 때문에 불황기인 신자유주의 시대에 그 본연의 모습대로 작동되기 어렵다. 케인즈주의적 수요관리정책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민당 내에서조차 신뢰를 잃었다. 게다가 일국적인 사민주의를 실현시키는 전제조건이었던 강한 고정환율 규범과 일국적인 금융통제체제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초민족적인 금융세계화의 결과 사민주의적인 계급타협은 경제적인 토대를 잃어버리고 크게 변형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스웨덴 모델을 가능케 했던 다른 한 축은 강력하고 거대한 노동조합과 사민당정권의 코포라티즘 체제다. 그런데 스웨덴의 강력한 노동조합-사민당 권력은 애초부터 거대 법인기업과 국가가 주도하는 국민경제적 성장모델과 생산양식을 바꾸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고, 오히려 그러한 자본주의적 체제의 유지를 조건으로 하는 계급타협을 추구했다. 그 대신 노동조합-사민당 권력은 자본주의적 성장의 몫을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복지정책-정치에 힘썼다. 문제는 이러한 복지 분배정책-정치가 계급 내 분할과 갈등에 매우 취약하다는 고유한 문제점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복지정책은 필연적으로 비용부담의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계급 간 분배개선에는 어느 정도의 구조적인 제한선이 있고, 계급 내 분배를 강화하게 된다. 복지의 수혜자와 부담자의 이해가 충돌하고,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실업자-취업 노동자, 노동빈민-상위계층 노동자 사이에서 수혜계층과 부담계층의 이익이 갈등을 빚는다. 그 결과 복지정책-정치는 계급적 통합력을 형성하거나 계급주체 형성에 기여하기보다는 계급 내부 분할과 갈등을 양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경제 위기 시기에 복지정책-정치는 자본주의 지배체제와 함께 위기에 빠지면서, 계급투쟁을 약화시키고 계급분할을 확대한다. 나아가 이렇게 분할된 노동자 계급대중은 자본가 내부의 갈등에 손쉽게 동원되어, 노동-자본-국가가 연합하여 다른 노동계급 집단을 공격하는 데 이르기도 한다. 예컨대 스웨덴에서 1950년대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자 수출중심의 금속산업 자본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 와중에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던 건설노동자들과 수출기업 소속의 저임금 금속노동자들이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이런 갈등국면은 나중에는 수출기업 자본가 그룹과 금속노동자들이 노동-자본 연합을 맺고, 전투적인 건설-고임금노동자들을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던 공공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요구가 자본과 국가로부터 강력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민간부문 남성 노동자들이 민간부분 사용자협회 SAF 및 사민당정권과 연합하여 공공부문 여성노동자들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사건의 발단은 생산성이 낮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생산성이 높은 금속노조와 동일한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하자, 스웨덴 총연맹인 LO의 금속노조가 민간부문 사용자협회인 SAF-사민당 정권과 손을 잡고 공공부문 노조를 민간부문에 기생하는 집단이라고 비판하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이다.
'물가상승과 최저임금' 자료집은 물가상승의 원인을 짚어보고, 물가가 조금만 올라도 생활고를 겪을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분석하면서 신자유주의적 방식이 아닌 민중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또한 최저임금과 임금인상투쟁이 함께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담고 있습니다. <목차> 1. 물가상승의 원인과 파급효과 ①물가상승 현황 ②물가 상승의 원인 ③물가 정말 문제인가? ④물가상승과 노동자의 생활고 2.통화정책적 대응의 문제점 ①실패한 정부 물가관리 정책 ②저환율 고금리 정책으로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③물가문제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해법과 민중적 해법 3.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실업자가 늘어날까? ①최저임금 인상하면 중소영세업체들이 망한다? ②최저임금인상은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③한국의 최저임금 수준 4.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공동투쟁 ①경제위기 이후 변화 ②임금단협투쟁과 결합된 최저임금 투쟁 ③최저임금투쟁 한 걸음 더 앞으로
한미FTA 10문 10답 발간사> 우리는왜한미FTA를반대하는가? 한미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 FTA) 국회 비준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2006년 이래 뜨겁게 타올랐던 한미 FTA 반대 물결은 한동안 소강 상태입니다. 이대로라면 한미 FTA가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따름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정부는 이미 44개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이고, 지금도 계속해서 FTA 대상국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을 ‘FTA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정부와 자유무역론자들은 FTA가 수출 증대, 투자 확대, 통상제도 선진화를 통해 한국 경제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양국 간 협상에서 이익균형만 잘 맞추면 FTA는 쌍방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논리를 폅니다. 농업 등 일부 부문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므로 대책만 잘 마련하면 된다고 강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FTA의 핵심적 문제점을 감춥니다. FTA는 단순히 국가 간 통상전략이나 부문간 이해득실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시작해서 한미 FTA로 완성된 미국식 FTA는 무역뿐만 아니라 투자의 자유화와 서비스·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을 포괄합니다(질문1). 이에 따라 자본에게는 국경을 오가며 막대한 이윤을 누릴 자유가 보장되지만, 노동자에게는 구조조정과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굴레가 강요됩니다.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자본도피와 국부유출이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점에서 자유무역이 세계를 빈곤과 불평등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또한 FTA가 체결되면 수출경쟁력을 갖춘 재벌에게는 큰 이익이 되지만 경제 전체적인 성장과 고용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질문2, 질문3). 따라서 FTA가 1997년 이후 장기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아무런 현실적 근거가 없습니다(질문5). 한미 FTA는 비단 경제적 측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미 FTA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특히 금융위기와 천안함 사태 이후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지배권을 한층 강화하려는 전략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질문4). 또 한미 FTA에 포함된 각종 투자 자유화 조치들은 우리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독소조항들을 다수 내포하고 있습니다(질문6). 이와 관련하여 특히 보건의료 서비스 부문에서는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권이 대폭 강화되고 의료민영화를 촉진하는 조치들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질문8). 얼마 전 국회에서 통과된 한EU FTA도 한미 FTA 못지 않은 파괴적 효과를 낳을 것입니다(질문9).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선 당면한 한미 FTA를 막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임으로써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을 저지해야 합니다. 동시에 FTA에 대한 민중적·국제적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개별 FTA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자명하기 때문입니다(질문10, 질문7). 이 소책자는 이상 10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한미 FTA의 문제점을 비판합니다.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각각의 질문 당 4-5쪽 분량으로 짧게 쓰려고 노력했고 사이사이 사진도 넣었습니다. 아무쪼록 이 소책자가 한미 FTA 국회 비준에 반대하는 운동의 물결을 다시 일으키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1년 5월 31일 사회진보연대
한미 한EU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 2011. 4. 11에 발표한 '한EU FTA 50개 점검과제' 입니다.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4.7% 상승(전월대비 0.5% 상승)으로 발표되면서 물가문제가 운동진영의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실 생활물가 상승은 4.9%(2월 5.2%)로 더 높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 초기 유가가 145달러까지 폭등하고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생활물가가 폭등하자 52개 생활필수품의 가격( ‘MB 물가’)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3월 7일 발표에 따르면 MB 물가는 지난 3년간 20% 이상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11.7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노동자, 특히 소비가 주로 생활필수품에 한정되는 저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활 악화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보여주는 것보다 훨신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물가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런데 나라마다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몇 나라를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들어 2%대(3월 2.7%)를 기록하고 있지만, 가격등락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대(3월 1.2%) 초반을 기록하고 있어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다. 그것도 2010년 1.6%(근원물가상승률 1.0%)에 비해 약간 상승한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주의자들은 지난 2년간 미국 정부의 정부지출 증대를 통한 경기부양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재정적자를 줄이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해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매우 낮은 상태에 머물렀으며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였다. 그리고 정부채권 수익률도 매우 낮은 상태에 머물러 금융시장은 보수주의자들의 미국의 정부부채에 대한 걱정을 비웃고 있다(정부채권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미 정부가 발행하려는 정부채권을 안전자산으로 여겨 여전히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명한 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사가 미 정부부채에 대해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채권 수익률은 오히려 더 떨어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애처로운 표준(Poor Standards)이라고 S&P사를 조롱하고 있을 정도이다. 즉 미국의 경우 통화증발과 재정적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지도 않고 있고, 금융시장이 미 정부의 정부부채를 걱정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수요부족과 여기에서 비롯한 지지부진한 성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도 미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로지역의 3월 물가상승률은 2.7%이고, 유럽연합 물가상승률은 3.1%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는 높은 물가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4%로 치솟았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등귀로 인한 비용인상형 물가상승이 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1/4분기 성장률이 9.7%로 예상보다 높아 수요견인형 물가상승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는 인도로 가면 더 심각해진다. 인도는 3월 물가상승률이 9%에 이르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8%대에 이른다. 즉 인도, 중국 같은 개도국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초과수요가 오히려 문제가 된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국 크게 보면 미국, 유럽 등은 여전히 수요부족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낮다. 반면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은 경제위기의 영향이 덜했고 이미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초과수요 문제가 야기되면서 물가불안이 야기되고 있다. 특히 원유나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은 각국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는 주로 개도국의 경제회복에 따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이 중간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해서는 가동률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을 한 상태이지만,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해서는 여전히 경제위기의 영향권에서 확실히 탈피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초과수요로 인한 물가앙등의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고 해야겠다. 또한 이제까지 진행된 물가상승도 원유가 및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구제역 등 일시적인 원인에 의한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주된 원인이었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3.1%로 정부 물가 관리선을 크게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어 보인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대로 생필품 중심의 물가는 크게 올라 저임 노동자층의 생활상의 곤란은 매우 커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운동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물가관리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환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그리고 성장위주의 정책을 탈피해야 한다고 한다. 민주노총에서도 ‘물가폭등’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며 암묵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미국으로 치면 보수당인 공화당에서나 주장할 정책이다. 이런 주장은 성장과 분배를 대립적인 관계로 파악하는 진보진영의 뿌리 깊은 이데올로기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장이 언제나 고용증대를 가져오고 노동자에게 유리한 분배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성장 속에서 고용이 늘거나 분배개선을 이룩할 수는 도저히 없다. 현재 세계적인 차원에서 실업 및 저임 비정규직 문제는 자본생산성 저하에서 오는 성장 및 자본축적 둔화 등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완전고용을 포기하고 물가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에서 연유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생태 문제 등을 야기할 무조건적인 성장정책을 새로운 노동자운동이 무턱대고 지지할 수는 없겠지만, 생태친화적 성장 속에서 (시장에 의한) 고용증대와 분배개선을 도모하면서 당분간 노동자운동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한다면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현재 금리인상과 환율인하를 무턱대고 주장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원유나 국제원자재가의 지속적인 상승 등의 경우 적절한 환율인하는 필요할 것이나 물가인하를 위해 일부러 환율을 인하할 필요는 없다). 일종의 긴축정책인 이러한 정책은 고용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물론 저성장 속에서도 일자리 나누기나 실질 임금 보전 등을 통해서 고용문제나 저임 비정규직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한다거나 이런 문제를 일정하게 개선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 노동자운동의 조직 역량으로 볼 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그러면 노동자운동은 무엇을 주장하고 투쟁해야 할까? 물가상승을 이유로, 생활물가 상승을 이유로, 그리고 MB 물가 상승을 이유로 임금인상을 요구해야 한다. 현재 자본의 어마어마한 이윤에 비춰 봤을 때 노동자들이 상당한 임금인상을 한다고 해서 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이유는 거의 없다. 그래서 잘만 한다면 조합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 투쟁인 임금인상 투쟁으로 민주노조 운동의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 내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가상승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기회인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투쟁, 최저임금투쟁과 조합원들의 임금인상 투쟁의 결합, 그리고 이런 투쟁 속에서 노동자 내부의 단결의 확대 강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