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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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운동을 조직하자
밀실 추진에 국제적 망신까지
한일 정보협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정보협정을 통과시켰다. 비공개로 진행하려고 일반안건이 아니라 즉석안건으로 올려 사전 공개를 차단했고, 국무회의가 끝난 후 결과 브리핑에서도 누락시켰다. 귀 밝은 몇몇 기자들이 정부 관료들에게 협정에 관해 묻자 거짓말로 일관했다. 국방부는 ‘다음 국무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외교부는 ‘즉석안건으로 상정되어 우리도 사전에 몰랐다’고 잡아뗐다.
그러다 논란이 확산되자 애초 몰랐다던 외교부가 ‘우리가 추진했다’며 180도 태도를 바꿔 진화에 나섰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일본과 서명하기로 약속한 시간 1시간을 앞두고 서명이 연기되었고,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책임자 문책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물러났다. 정부는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겠다는 태도지만, 야당은 대통령 사과와 국무총리 사퇴, 협약의 완전 폐기를 요구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초보적인 수준의 정보 확인?
한일 정보협정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11년 1월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였다. 이때 한일 양국은 정보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협정은 문서, 전자, 장비, 기술 등 형태를 불문하고 방위와 관련된 정보를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이 협정이 ‘초보적 수준의 정보보호협정’이며, ‘협정 내용도 군사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비밀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확인하는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협정문에는 안보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군사기밀정보'라는 이름으로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결코 초보적 수준의 정보보호를 목적으로 한 협정이 아니다. 협정 전문에는 ‘양 당사자 간에 교환되는 군사비밀정보의 상호 보호를 보장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어 단순히 정보 관리의 확인이 아니라 군사비밀정보의 교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 한국이 제공한 군사정보에 대한 사후 통제가 전적으로 일본에 부여돼 있어 일단 정보를 주고 나면 어떻게 사용하는지 한국은 간섭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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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의해 추진되는 한일 정보협정
한일 정보협정이 추진되어온 과정을 살펴보면 이 협정이 의심할 나위 없이 미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8년 11월 4일 주한미대사관이 작성한 문서를 보면 미국은 이미 2008년부터 한일 군사협력을 촉구해왔다. 문서에 따르면 독도 문제를 근거로 한일 군사협력에 난색을 표하던 한국 정부가 미국의 거듭되는 강력한 요청에 따라 2008년 11월에 열리는 한미일 3자 대화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2011년 표면화 되어 1년 반 가까이 논란이 되던 협정을 정부가 ‘꼼수’를 부려가면서까지 체결을 서두른 것도 미국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한 직후였다. 한미 양국은 지난 6월 14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 회담)을 가졌다. 여기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미일 안보토의를 포함해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담이 끝나고 불과 열흘 만에 한일 정보협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한일 정보협정
한일 정보협정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평택 미군기지 투쟁을 통해 잘 알려졌듯,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미군 재배치는 미군을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해 주둔지에 얽매이지 않는 세계적 작전 수행을 목표로 한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전력 공백을 메우고 미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맹국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일종의 ‘지역군’ 수준으로 주요 동맹국을 연결하고, 그들의 군사력을 증강·현대화하는 작업이 동반된다.
미국은 이러한 미군 재편 전략에 따라 그동안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양분되어 있던 동맹구조를 한일 간 협력 강화를 통해 통합하려 한다.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재편, 일본의 재무장 노력은 이러한 미국 군사 전략의 핵심이다. 때문에 한일 정보협정은 정보 교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합 방위 태세를 구축하는 군사 동맹의 첫걸음이다. 이 협정이 처음 논의되는 시기부터 군수지원협정이 함께 논의되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참여하려는 한국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 교환이 필요하다는 한일 양국의 주장은 이 협정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2009년 7월 한미일 3자 국방회담에서 주일미군 사령관은 “정보 공유가 미일, 미한 양자 사이에서 배타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MD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3자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더욱 효과적인 MD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미일 협력 강화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MD 추진과 연결되어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2+2 회담의 공동성명은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연합방어태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일본은 미국의 MD 체제에 점차 깊이 참여하는 중인데, 미국과 공동으로 차세대 요격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개발이 끝나면 이 미사일은 당연히 일본 주변 지역에도 배치된다. 한일 간 정보교환은 이러한 요격미사일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정부가 이번 협정 체결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내용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서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어차피 넘어야할 산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운동을 조직하자
한일 군사협력 증대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군사 전략의 일환이다. 요 며칠 언론을 달구는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 역시 세계 주둔 미군의 재편과 관련된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 한일 정보협정의 추진을 단지 일본의 군사적 팽창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인식은 결국 일본의 팽창에 대항해 한국이 군사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이 진행되면서 정부가 그동안 일본과 군사훈련을 하면서도 여론을 의식해 쉬쉬해 온 것이 드러났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미일 삼각동맹은 구체화되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이 미국 주요 동맹국의 연결과 군사력 증강, 이를 통한 미국의 군사력 투사의 세계적 증대를 꾀하는 전략이라면 이것이 역내 다른 국가들을 자극하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미 미국의 MD 확대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따른 미군 재배치와 결합된 한일 양국 보수세력의 군사력 증강 시도, 이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등으로 인해 역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일 정보협정 논란을 계기로 한미일 삼각동맹의 문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폭로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위한 운동을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