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전쟁을 삽니다』(서강대학교출판부, 2011) “저는 그들이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을 필요한 때에 사용했으며, 그들의 물건을 지키고 위험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총알이 튀어다닐 수도 있고,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죠. 예, 전쟁 중이니까요.” “무고한 이라크인들이 죽은 것은 전쟁의 안개 속에서 벌어진 사고일 뿐이며 전쟁 기간 동안 블랙워터 직원들도 27명이나 희생됐습니다.” - 청문회에서 블랙워터의 이라크민간인 살해에 대한 블랙워터 사장 ‘에릭 프린스’의 답변 하지만 블랙워터의 주장과 달리 블랙워터가 연루된 195건의 총기사건 중 163건은 블랙워터가 선제공격을 한 것이었고, 바그다드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역시 전쟁의 안개완 무관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미국 정부와 계약이 파기된 것 말고는 민형사상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들에게 부여된 살인면허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사건사고들에 의하여 군사대행기업의 활동과 이들을 활용하는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터져나왔다. 한국에서도 블랙워터의 만행이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고문사건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군사대행기업의 비인도적인 활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모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전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아프간에 활동 중인 군사대행기업 직원의 수는 24만 명에 달하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기업은 이라크-아프간뿐만 아니라 이들을 필요로 하는 세계 곳곳에서 군사대행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그 시장규모는 연간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와 같은 수치는 군사대행기업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향후 군사대행기업이 새로운 전장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군사대행기업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이들이 비인도적인 전쟁용병이라는 것 말곤 별로 아는 게 없다. 물론 비인도적 전쟁용병이란 성격은 군사대행기업을 설명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군사대행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불가능하다. 전쟁용병이라는 무자비한 성격과 달리 군사대행기업은 국가의 승인아래 합법화된 경제영역에서 활동을 확장하면서 법인화된 경영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군사대행기업은 주식시장 진출이나 동일자본 혹은 다른 자본과의 M&A를 활발하게 벌이며,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사대행기업은 전투행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간군사산업의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하며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이 앞으로 전쟁과 세계에 미칠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점에서 우리는 이들에 대해 이해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장욱의 『전쟁을 삽니다』(서강대학교출판부, 2011)는 군사대행기업의 이해를 돕는 다양한 배경지식을 제공하며,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을 이들을 활용한 국가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이 실제로 어떤 조건과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주요 사례를 중심으로 군사대행기업과 국가와의 관계 그리고 전장에서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하고, 끝으로 군사대행기업의 합리적인 활용을 위한 자신의 주장을 밝히고 있다. 본 서평은 책의 내용을 바탕을 두고 군사대행기업을 소개하고, 군사대행기업의 합리적 활용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대한 비판을 담고자 한다. 군사대행기업의 등장 중세시대까지 큰 활약을 했던 민간군사력은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사실상 용병활동이 범죄화 된 이후 크게 위축되었다. 용병이 아닌 ‘국민’을 통해 벌이는 전쟁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나폴레옹전쟁, 그리고 미국과 소련이 세계 모든 군사 분쟁에 관여하던 냉전시기를 거치며 이들의 역할은 한없이 축소되었다. 하지만 냉전 이후 이들의 역할이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냉전 대결구도의 해체는 군사강국들의 대규모 군비감축과 양 진영국가 간 군사협력의 약화를 불러왔다. 이 가운데 냉전질서아래 봉합되어 왔던 민족, 종교 갈등이 분출하기 시작하여 오히려 냉전시기보다 지역분쟁이 급증하면서 더 많은 군사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소련의 몰락 후 세계질서의 수호자로 등극한 미국이 자국과 신자유주의적 질서재편에 이익이 되는 지역에만 선별적으로 군사개입을 하게 되면서 각지에서 나타난 군사적 공백은 더욱 확장되어 갔다. 군사적 공백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이지만 그 자신들에게도 군사적 공백이 발생했다. 선별적인 개입을 하더라도 냉전시기 보다 더 많은 군사작전을 수행해야하는 상황에 봉착하면서 군사력 부족현상이 나타났고, 소련에 대비하여 정규군간의 전투를 상정하고 조직되어 있던 미군이 내전형태로 진행되는 전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취약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런 군사적 공백의 증가는 많은 국가들에게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존재를 필요로 하게 하였는데, 이 어려움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군사대행기업이었다. 냉전 종식이 불러온 변화는 군사적 공백만이 아니었다. 미국을 위시한 많은 군사강국들이 비대한 군사력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군사노동력과 잉여장비가 민간시장에 흘러들어갔다. 민간부분에서 군사노동력과 장비의 확보가 용이해지게 되면서 민간군사사업의 확장에 있어 결정적인 조건을 제공해주었고, 군사대행기업은 이를 통해 자사의 군사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군사력 공백과 잉여군사력의 민간시장유입은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을 활성화하는데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다. 국가유형을 중심으로 본 군사대행기업의 역할과 쟁점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군사대행기업은 소규모국가의 군사력 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민간군사집단으로 성장하였고, 현대 전쟁에 있어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군사대행기업은 현재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군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는 그들을 활용하는 국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국가를 중심으로 이들의 활동을 4가지 형태로 분류하여 그들의 성격을 설명한다. 제1유형은 군사대행기업을 대외군사활동을 보완하는데 사용하는 경우로 미국만이 여기에 해당된다. 보다 적은 인력으로 보다 많은 일을 한다는 미군의 기조아래 군사대행기업은 초기 대규모 감축에 의한 병참공백을 메우며 병참분야에서만 사업을 꾸려왔다. 그러나 세계적인 분쟁급증으로 미국의 대외군사활동이 늘어나자, 미국은 훈련, 4개년 국방 보고서(QDR) 감수, 군사장비운용 등 대부분의 군사영역에서 이들 군사대행기업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아프간 전쟁에 이르러선 그 규모가 극에 달하게 되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아프간 전쟁비용의 60%를 군사대행기업을 고용하는데 사용하고 있으며, 전쟁기간동안 이들은 자신들이 비정규군과의 전투수행에 있어 효율적이란 것을 입증했다. 게다가 24만 명에 이르는 이들 군사대행기업 없이는 더 이상 이라크-아프간전선을 유지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이들에 대한 미국의 의존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이 현지에서 일으키는 총기난사 등 각종 사건, 고임금은 물론 사용하지도 않은 추가대금을 요청하는 비리 등으로 국방부 예산에 미치는 악영향 등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군사대행기업이 여전히 자신들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미국의 의존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군사적 여력의 부족과 국내여론 등을 감안하여 정규군을 파견하는 대신 군사대행기업에게 대외군사업무 자체를 대행시키기도 한다. 콜롬비아의 마약소탕작전을 군사대행기업에서 수행한 콜롬비아플랜이나, 크로아티아 내전에 군사대행기업 고용금을 지원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2유형은 냉전시기 시작되었던 해외군사지원을 군사대행기업을 통한 지원으로 대체하는 형태다. 주로 군사대행기업들은 군사훈련을 통해 이들의 국가안보능력을 향상시키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해체로 군사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민족 종교적 분쟁의 장이 되어버린 발칸반도에서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는 각각 미국과 회교권 국가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던 미국과 회교권 국가들은 이들에게 군사대행기업을 고용할 비용을 지원했다. 지원금을 통해 군사대행기업을 고용한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는 이들의 훈련서비스 등을 통해 열악했던 군사력을 성장시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특히 크로아티아에선 군사대행기업이 이면계약을 통해 전투서비스까지 제공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분쟁의 씨앗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에 의한 군사력강화서비스가 더 파괴적인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주관한 군사대행기업 MPRI는 자신들을 통한 군사력강화가 힘의 균형을 불러와 평화를 유지하게 해줄 것이라 주장하며, 발칸반도 전역에서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의 입장 차이를 계기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중단되자 자체적인 부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국왕친위대의 훈련을 맡아왔던 미국계 군사대행기업 비델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바델은 군사훈련과 경호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미국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당시 여론은 미군의 철수로 비델 역시 철수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제 3유형은 자체 군사력이 너무 열악하여 전쟁 자체를 군사대행기업에 맡겨버리는 유형으로 앙골라, 시에라리온과 같은 국가들이 해당된다. 이들은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국가안보문제를 해결해왔던 국가들로, 매우 열악한 경제여건으로 인해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협력 없이는 정권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곳들이었다. 냉전이 종식되고 미국과 소련이 해외군사지원을 중단한 후 치열한 내전이 전개되었지만, 개입해봤자 얻을게 없다는 이유로 외국의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앙골라와 시에라리온은 내전과정에서 국토의 대부분을 반군에게 장악당해 실질적으로 국가전복 위기에 빠져있었다. 그런 이들이 택한 최후의 선택은 석유, 다이아몬드와 같은 국내 자원의 채굴권을 해외자본에게 매각하여 군사대행기업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군사대행기업은 군사적 능력이 너무 열악했던 정규군을 대신하여 전투행위를 벌였고, 정규군을 지휘했다. 이들의 군사작전은 반군들을 몰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전쟁의 판도 자체를 뒤엎어 버렸다. 하지만 이를 위해 자원을 해외자본에 팔아넘긴 이들 국가의 민중들은 해외자본의 수탈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피폐한 경제상황은 또 다른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내전이 발발하더라도 이들을 지원해줄 것은 군사대행기업 밖에 없으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이들 국가는 또 다른 자원채굴권을 담보로 이들을 고용해야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처럼 군사대행기업을 활용하는 국가들과는 달리 남아공처럼 군사대행기업을 직접 활용하진 않지만 민간군사력을 공급하는 국가도 있다. 냉전시기 반인종정책으로 고립되어 있던 남아공은 군사안보능력의 강화를 위해 자체 군사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민주화 이후 남아공은 이와 같은 반인종정책에 동원된 군사력을 해체하기 시작하였고 수많은 퇴역군인들이 민간시장에 유입되었다. 하지만 군사안보적 위협이 없던 남아공은 이들을 직접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대신 남아공의 군사대행기업들은 시에라리온, 앙골라와 같은 국가에서 사업을 활발히 벌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남아공은 자국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에 대한 국제적 비판을 받게 되었고, 이에 남아공은 자국 군사대행기업의 대외군사활동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남아공의 군사대행기업들은 다른 국가로 소재지를 옮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은 각지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들을 활용해야하는 국가들이 점점 더 늘어감에 따라 군사대행기업들의 위상은 점차 더 높아졌다. 군사대행기업은 국가의 군사적 공백을 메우며 그 사업을 더욱 확장해 전쟁의 새로운 주체로서 자리 잡고 있다. 군사대행기업의 등장으로 전장에서 국가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효율성 높은 군사대행기업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전쟁의 형태를 정규군 간의 전투로 규정해왔던 오랜 질서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베스트팔렌 체제의 해체, 즉 국가의 폭력독점이 해체된다는 점에서 전쟁의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인류는 지금 새로운 군사제도적 전환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대행기업의 등장은 국가의 몰락을 의미하는가? 이런 변화를 두고 몇몇 연구자들은 국가의 무능과 군사대행기업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군사안보영역에서 점차 군사대행기업이 국가를 대체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군사안보분야의 비용 증대에 따라 민간부분의 군사분야 진출이 늘어나고, 국가가 전장에서 한계를 보이는 등의 현상이 중세시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중세시대 용병과 같은 민간군사집단이 폭력을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의 정치적 무질서와 용병을 활용한 전쟁의 경제적 효율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주장이 국가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고 비판한다. 군수산업분야에서 민간기업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군사 분야의 기술적 진보는 여전히 국가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으며, 군사기술의 교류와 기술이전의 권한 역시 모두 국가가 가지고 있다. 군사대행사업에서도 국가는 여전히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블랙워터와의 계약해지, 남아공의 군사대행기업 통제사례가 보여주듯, 국사대행기업이 군사작전의 실행주체가 되더라도 군사대행기업의 활용여부, 활용 영역, 활용 수준에 대한 결정권한은 여전히 국가의 고유 권한으로 남아있다. 군사대행기업 업무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국가의 몫인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질서에 반하는 군사대행기업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핵무기를 보유하려 시도하는 군사대행기업이 나타난다면? 결과는 하나뿐이다. 이들은 그날부터 전 세계 정규군 또는 다른 군사대행기업의 공격에 직면할 것이다. 게다가 군사대행기업이 지금과 같이 안정적인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를 잊어선 안 된다. 이들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국가이며, 국가와 같은 안정적인 수입원 없이는 활동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들 스스로 법인자본화하여 국가 제도 안에서 다른 자본들과 경쟁하고, 금융적 축적까지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밥줄을 스스로 파괴하려 들까? 합리적인 선택으로 주주들의 자산을 보호해야할 군사대행기업의 CEO가 이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없다. 종합해본다면 군사대행기업의 역할이 늘어나는 것과는 별개로 국가는 여전히 군사안보영역에 있어 결정권을 지닌 중요한 존재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군사대행기업의 활용으로 평화를 이룰 수 있는가? 이어 저자는 중세나 베스트팔렌 이후의 시기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군사대행기업과 정규군의 적절한 혼합적인 운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병참과 같은 보조적 기능을 군사대행기업이 수행하고, 정규군은 전투병력 중심으로 정예화하며, 우수한 군사대행기업이 민간의 혁신 경영기법을 군에 도입하여 군 운영의 선진화를 이루는 모델을 갖추게 된다면 양자의 장점만을 살린 긍정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군사안보분야의 발전방향 속에서 군사대행기업의 활용가능성을 전망하면서 군사제도 모델을 제시하는 저자의 주장은 국제정치와 군사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쟁점을 제기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군사대행기업의 합리적인 활용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이들의 합리적 활용이 가능하더라도 정규군과 군사대행기업의 혼합적인 운용을 통한 이상적인 군사제도가 우리를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군사대행기업을 국가의 목적에 맞게 이상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가능한가? 여전히 국가의 권한과 주도권이 군사대행기업에 대해 확고한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용병행위를 금지한 제네바협약 47조나, UN이 채택한 용병 금지 국제조약과 같이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에 대해서도 그 범위를 제한하고, 활동을 제약하는 국제적인 조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미국이 교전에 참여하는 군사대행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 그 계약의 내용은 주로 ‘경호업무’이다. 하지만 게릴라전과 테러가 주된 저항방식인 비정규군의 특징을 고려할 때, 이 테러와 게릴라전의 대상에는 군사대행기업이 ‘경호’하는 것들이 포함되기때문에 언제든지 ‘교전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블랙워터의 만행에 대한 처벌이 포고령 17호를 근거로 계약해지에 그쳤다는 사실은 미국이 드러내 놓고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처럼 당당하게 국제조약을 위반하지 않아도 여러가지 편법적 운용이 가능하다. 크로아티아 내전당시 크로아티아와 군사대행기업 MPRI의 계약내용은 나토식 군대운영에 대한 이론강연이었지만, MPRI는 군사훈련을 비롯한 특별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시에라리온, 앙골라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면계약을 통해 국제법상 금지되어있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적발되지만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게 군사대행기업의 활용은 전선유지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제네바협약 47조도 비준하지 않은 미국이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을 보조업무로 제한하는 조약에 동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 안보에 비상이 걸린 국가들이 국제법 기준을 따져가며 활동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교전행위의 규제방법만이 문제가 아니다. 앞서 살펴봤듯 발칸반도에서의 경험은 갈등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군사대행기업의 사업이 분쟁 위험성과 파괴력을 더욱 높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제3세계의 악순환 역시 심각한 문제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제3세계에서 이들의 사업은 군사개입→내전→군사개입이라는 악순환을 강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군사대행기업과 이들에게 돈을 제공하여 자원채굴권을 획득한 자본은 배를 불리지만 해당국가의 민중들은 더욱 궁핍해진다. 그리고 영국의 정치가, 석유재벌, 작가가 적도기니 망명정치인과 손잡고 군사대행기업 출신직원들을 고용하여 적도기니의 쿠데타을 기도한 사건, 그리고 리비아내전 당시 카다피의 용병들 중 군사대행기업 직원들이 있었다는 사실과 ‘Global CST’의 개입 의혹은 군사대행기업이 타국의 정치상황에 개입하고, 국가를 전복시키며, 나아가 혁명시기 민중을 통제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돈에 의해 움직이는 민간 무력집단의 존재는 세계를 더욱 혼란스럽고 위험하게 만들 뿐이다. 나가며 세계 각지에서 군사대행기업이 활개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고 먼 존재이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 눈앞에 나타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통해 군사대행기업의 활용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중동에 집중되었던 미국의 관심이 동아시아로 이동함과 동시에 군사대행기업들 역시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인 블렛케이, 시위진압을 주요 업무로 하는 컨택턱스를 비롯한 한국 군사대행기업의 시장규모도 점차 성장하는 추세다.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이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하지만 군사적 위험성이 심화되는 이 지역에서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이 전쟁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점은 분명하다. 새로운 불안정요소에 대비하기 위한 반전평화운동의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군사대행기업자체가 워낙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책에 나온 다양한 활동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싶었지만, 지면의 제약 상 몇 가지 사례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더 풍부한 사례를 접하고 싶다면 꼭 책을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또한 이라크전쟁에서 블랙워터가 벌인 참상과 비리를 매우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제러미 스카힐의 『블랙워터』(삼인, 2011)를 추천한다. 이 외에도 군사대행기업의 폭발적인 성장배경이 된 비정규전이 과거의 전쟁과 달리 어떤 변화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그리고 이 변화가 함의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메리켈도어의 『새로운 전쟁과 낡은 전쟁』(그린비, 2010)를 참고할 수 있다. 이외 군사대행기업을 다룬 영화도 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는 켄로치 감독의 <루트아이리쉬>나 조슈아 세프텔 감독의 <전쟁주식회사> 그리고 시에라리온 내전의 실화를 각색하여 제3세계의 현실과 군사대행기업의 잔혹한 성격을 보여주는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추천한다.
[2012년 6월 20일 레디앙 칼럼] 일본 이지스함, 왜 한국 서해로 들어오나?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계획, 과연 ‘신의 방패’인가?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2009년 9월,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의 유럽 미사일 방어망(MD) 계획을 폐기했다. 부시 정부의 계획은 폴란드에 강력한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을 배치하고 체코에 대규모 레이더 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지상발사 요격미사일은 격납고에서 발사되는 거대한 미사일로 개당 20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를 지녔다. 러시아는 그것이 핵탄두를 장비한 공격 미사일로 재설계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 후 오바마 정부는 새로운 유럽 미사일 방어망 계획을 제시했다. 그 계획은 ‘유럽의 단계적·탄력적 접근전략’(EPAA)이라고 명명되었다. 그것은 지상발사 미사일에 비해 1/10의 크기와 무게를 지닌 스탠더드 미사일(SM-3)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SM-3 미사일은 미국이 인식하는 위협에 따라 성능을 개량할 수 있으며, 현재 배치된 버전은 수천 킬로미터의 사정거리를 지닌 것이다. 미국은 나토와 협력하여 해상발사, 지상발사 SM-3 미사일 배치를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의 계획을 폐기하자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첫 번째 조치라며 환영을 받았다. 이는 ‘새 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협상 개시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2년 후 EPAA의 세부 사항이 알려지자 러시아는 점점 더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뉴스타트 협정이 체결된 후 러시아의 핵전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나토는 EPAA가 러시아를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러시아가 미사일 방어망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는 공동 참여의 수준이나 형태에 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러시아는 공동의 미사일 방어망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는 유럽 각국에 배치될 미사일 방어망이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 되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반면 나토는 각각 완전히 분리된 시스템을 개발하되 정보 교환 시스템을 창출하자고 제안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결국 2012년 5월 시카고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극적으로 표출되었다. 나토 정상회의는 유럽 EPAA의 첫 단계로서 터키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고,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미국의 이지스함 4척을 스페인 로타항에 주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시카고에 초청을 받았지만, 나토의 계획에 반발해 참석을 거절했다. 또한 5월 23일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발사장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하여 동부 캄차카반도의 목표물을 맞히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신형 미사일의 명칭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글은 미국의 새로운 유럽 미사일 방어망 계획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이에 관한 러시아의 우려, 나아가 중국의 우려가 과연 근거가 없는 것인지 검토한다. 이 글은 지난 칼럼에서 다룬 미국의 전술핵무기 현대화 계획과 짝을 이루는 분석이 될 것이다. (“사용가능 핵무기, 한반도로 돌아오나? http://www.redian.org/archive/5149) 미국의 새로운 유럽 미사일 방어망 계획 오바마 정부가 제시한 미국의 새로운 유럽 미사일 방어망 계획은 4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배치된다. 1단계는 이지스함과 해상발사 요격미사일(SM-3 Block ⅠA)을 통해 유럽 남부지역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전진배치 레이더 기지는 조기에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유럽 방어를 개선하고 알라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설치된 미군의 레이더 감지 능력을 보강한다. [그림1] SM-3 요격미사일 개량 계획 * 출처: Yousaf Butt and Theodore Postal, 'Upsetting the Rest: The Technical Basis of Russian Concern Over NATO Missile Defence',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Special Report No. 1, September 2011. htpp://www.fas.org/pubs/_docs/2011%20Missile%20Defense%20Report.pdf 두 번째 단계는 더욱 개선된 요격미사일(SM-3 Block ⅠB)을 배치하고 레이더 시설을 추가하여 미사일 방어능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2단계에는 남유럽에 지상발사 SM-3을 배치하여 나토의 방어영역을 확대하는 계획도 포함된다. (2단계 계획은 2015년까지 완료될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두 번째 SM-3 지상발사 시설을 북유럽에 구축하고 현재 개발 중인 SM-3 Block ⅡA를 지상발사, 해상발사 시설에 배치함으로써 중거리, 중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모든 나토 동맹국이 미사일 방어망의 보호를 받게 된다. (3단계는 2018년에 완료된다.) 네 번째 단계는 중동에서 미국 본토로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처하는 능력을 보강한다. 역시 개발 중인 SM-3 Block ⅡB를 배치한다. (4단계는 2020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각 단계는 지휘·통제 시스템의 개량을 동반한다. 최소한 130개 이상의 SM-3 BlockⅠ이 유럽에 배치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은 일본과 미국이 SM-3 BLOCK ⅡA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신형 미사일 개발이 종료된다면 이는 당연히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해군에도 배치된다. (하지만 일본 헌법 해석에 따르면 일본이 집단자위체제에 참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제삼자, 예를 들어 미국이나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사일방어능력을 활용하는 것도 당연히 금지된다. 즉 일본 헌법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미사일 방어망 시스템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전 총리 아베 신조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계획 참여를 위해 헌법 개정을 강력히 옹호했다.) [그림2] SM-3 시리즈의 요격능력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굵은 푸른색이 SM-3가 접근 가능한 궤도를 나타낸다. * 출처: Yousaf Butt and Theodore Postal, 'Upsetting the Rest: The Technical Basis of Russian Concern Over NATO Missile Defence',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Special Report No. 1, September 2011. htpp://www.fas.org/pubs/_docs/2011%20Missile%20Defense%20Report.pdf 러시아는 왜 우려하는가? 2012년 5월, 러시아 국방부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모스크바에서 전례가 없는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러시아는 나토의 미사일 방어망(MD) 시설이 러시아 핵 억지력에 어떻게 악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고자 국제회의를 조직했다. 국제회의에는 50개국에서 200명이 참석했다. 전략적 방어와 전략적 공격의 불가분의 관계는 나토의 미사일 방어망 배치에 관해 러시아가 우려하는 핵심적 문제다. 러시아의 주장에 따르면 뉴스타트 협정의 서문에는 그러한 관계가 분명히 언급되어 있다. (“전략 공격무기와 전략 방어무기 간 상호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러한 상호관계는 전략 핵무기가 감축되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이 문장은 전 대통령이자 현 총리인 메드베데프와 참모총장 마카로프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련성은 새로운 생각이 아니다. 냉전시기 서방의 전략가는 일방에 의한 방어망 배치는 상대방의 2차 타격무기의 유효성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상호 핵 억지력에 격차를 발생시키고 불안정성을 창출하며 무기 경쟁을 유발하거나 선제 핵사용을 유도하는 유인을 창출한다. 이처럼 서방 전략가들이 과거에 펼쳤던 주장이 현재 러시아가 제시하는 논리다. 러시아는 세계 안보가 미국과 러시아의 상호 핵 억지력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것은 곧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능력 향상이 러시아의 핵 보유고의 신뢰성을 감소시킴으로써 러시아 안보를 약화시킨다는 뜻이다. 참모총장 마카로프는 유럽의 미사일 방어망 배치를 러시아의 전략 핵전력을 위협하는 미국의 세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일부분으로 간주한다. 그는 미사일 방어망이 미국의 핵 선제공격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이라면 러시아가 나토 미사일 방어망 배치 지역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국제회의 기간 동안 러시아 국방부 관리들은 미국과 협력을 위한 시간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러시아 관리들은 나토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관해 다음과 같은 우려와 관심사를 표명했다. 1.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전 보장 러시아는 미국이 2001년에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제한 협정’(ABM 조약)을 탈퇴한 것이 ‘오류’라고 간주하며, 양국 협력을 위한 전제 조건의 하나로서 미사일 방어망이 러시아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방식, 곧 협정으로 보장해주기를 원한다. 러시아 외무부장관 라브로프는 이렇게 말했다. “선량한 의도는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지만, 군사능력은 그대로 남아 있다.”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도 특정한 군사적, 기술적 제한 기준이 담긴 공식 협정을 요구한 바 있다. 국제회의에서 마카로프는 협정에 담겨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미사일 방어망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기술적 특징(예를 들어 요격미사일의 수량과 속도, 레이더 범위 등), 배치 위치, 운영방식 등이 포함되었다. (마카로프는 각각에 대해 구체적 제한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2. 불확실성 나토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배치가 유럽 남부(곧 이란)로부터 가해지는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이란이 위협이라고 공식적으로 말할 수 없는데, 나토 회원국인 터키의 입장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현재의 군사능력이라기보다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지닌 신축성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게라시모프 참모차장은 미국의 레이더와 인공위성이 유럽 방어망 시스템의 효율성을 보강하기 위해 동맹국 시스템과 통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리인 대령은 해상 기반 방어망 시스템의 이동성, 배치된 요격미사일의 수와 속도 등을 고려하면, 그 성능이 개선된다면 러시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 북이 아닌 남? 게라시모프 참모차장에 따르면, 북유럽에 배치된 요격미사일, 즉 폴란드에 배치된 지상발사 미사일과 북해 이지스함에 배치된 해상발사 미사일은 러시아 미사일 기지에 도달할 수 있다. 2011년 트레차크 중장은 “400개의 요격미사일이 40개의 전함과 폴란드 기지에 존재하며 이는 러시아 전략 핵전력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방어망 특사 로고진은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이 우리 영토, 특히 유럽 러시아 지역으로 확장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때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은 우리와 미국 사이의 전략 핵 전력 균형을 뒤엎을 것이기 때문이다.” 4. 국경으로부터 철수 러시아 관리는 러시아 접경 지역에 미사일 방어망을 배치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미사일 방어망이 러시아 국경지역에 배치된다면 그것이 우랄 산맥에 이르는 러시아 영토를 통제할 수 있는 공격무기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브로프는 터키에 배치되는 미국의 레이더가 기존 미국 레이더와 함께 러시아의 상당 부분을 동시 관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2011년 흑해에서 열린 해적퇴치 훈련에 미해군 이지스 순양함 몬트레이가 참여한 것에 우려를 제기했다. 몬트레이는 EAPP에 따라 배치된 첫 번째 요격미사일 탑재 순양함이다. (몽튀르 조약은 미국 전함이 북해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한다.) 요격미사일은 해적과 싸우는 데 아무 필요도 없기 때문에 러시아는 흑해 지역에 다목적 순양함이 배치된 것이 정찰 임무 때문이라고 간주했다. 5. 요격체의 속도 제한 러시아는 EPAA의 3단계와 4단계에 빠른 속도를 지닌 요격 미사일 SM-3 Block II A/B가 배치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본다. 게라시모프가 제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폴란드나 루마니아에 배치된 요격미사일은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SM-3 Block II의 연소종료속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리인은 초당 5km를 넘을 것이며, 이는 러시아의 억지력에 진정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4단계 요격미사일 배치는 진정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2020년까지 우리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새로운 무기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6. 위협에 대한 상응성 나토와 러시아는 2010년에 미사일 위협 평가를 위한 공동계획을 승인했고, 2011년에 러시아와 미국은 양자 평가를 종료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유럽 미사일 방어망이 그 목적에 일치하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군사 정보기관에 따르면 ‘동남부 국가’(이란)는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단거리 미사일로 유럽 공격을 개시할 유인을 갖고 있지 않다. 푸틴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이란과 북한은 위협이 아니다. 나토의 미사일 방어망은 분명히도 러시아의 핵 미사일 능력을 무효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러시아는 미사일 확산 문제를 예방적 외교와 현존하는 무기통제 체제, 반확산 체제로 다루어야 하며, 값비싼 탄도미사일 방어망은 현존하는 미사일 위협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우려 미사일 방어망 계획에 대한 우려는 러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부부장 허야페이(何亞非, 하아비)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핵 보유고를 개량하거나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였다. 이러한 언급은 부시 정부의 미사일 방어계획에 대한 언급이지만 이러한 중국의 정서가 오바마 행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리라 예상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제주도에 이지스함을 활용하는 탄도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미중관계에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약 50개로 추정된다. 만약 중국의 군사 분석가들이 가정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이 약 10%의 요격률을 달성할 수 있다면 500개의 SM-3 요격미사일로 중국의 모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사일 방어망 계획에 대응해 핵 미사일 보유량을 늘리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하기 위한 미사일 성능 개량보다는 핵 보유고 확대에 더 큰 관심을 보일 수 있다. 그것이 미국의 핵전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더욱 확실히 표명하는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과연 ‘신의 방패’인가? 미국의 새로운 유럽 미사일 방어망 계획이 러시아와 중국이 중시하는 ‘전략적 균형’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의 고위층이 그에 맞서는 대항수단을 강구한다면, 이는 또다시 미국 내부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핵전력 증강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방어망 계획은 자가 증식하는 핵무기 경쟁의 새로운 출발점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실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계획이 미국과 동맹국에 안전한 미사일 방어 우산을 제공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비행 중인 탄두를 요격하는 과정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요격 미사일은 특정한 레이더 감지 능력, 요격미사일의 비행속도와 비행 궤도라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요격 가능한 시간 내에 목표물에 도달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여 적절한 시간 내에 목표물에 도달하더라도 다른 유인장치로부터 탄두를 판별해내고 실제로 그 탄두를 파괴해야 한다. (일본과 미국은 성공적인 실험 결과를 강조하지만 비행 요격체 실험은 미사일 공격에 대한 정보를 먼저 확보한 상태에서, 즉 고도로 조직된 조건에서 수행된 것이다. 현실에서 발사위치, 발사시간, 비행궤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공격에서 요격 성공가능성을 거의 예측할 수 없다.) 현재 러시아가 우려하는 점은 미국의 새로운 계획이 첫 번째 능력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나 수많은 전문가들은 설사 첫 번째 문제에 관한 성능이 개선되더라도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미사일 방어망 시스템은 상당히 단순한 유인장치도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계획은 실질적으로 유효한 미사일 방어능력을 제공하지도 못하면서 핵무기 경쟁을 촉발시키는 결과만 낳는다. 2012년 6월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일본은 미국과 공동으로 최신예 스탠다드 요격미사일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그것을 일본 해군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착착 수행 중이다. 게다가 일본은 북한 미사일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한국 서해에 요격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최신예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언론은 5월 30일 “방위성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예고가 있을 경우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을 발사지점의 주변해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고 이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검증보고서(안)’에 명기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 미국, 일본의 동북아 미사일 방어망 계획 역시 미국과 일본의 군사기술에 대한 맹신만 조장하며, 결국 한반도에서 상호절멸을 향한 미사일 경쟁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숙고해야 한다. <끝>
[2012년 6월 1일 레디앙 칼럼] 사용가능한 핵무기, 한반도로 돌아오나? 미국의 전술핵무기 서태평양 배치 추진과 핵무기현대화 계획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5월 18일 미국 하원은 한반도를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미국 행정부에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된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지 불확실하고 오마바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당장 전술핵무기 배치가 실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미국 본토에는 언제라도 해외 배치될 수 있는 300개의 전술핵무기가 비축되어 있다. 게다가 그 전술핵무기는 과거와 동일한 것이 아니다. 폭발력은 낮추되 정밀성은 높임으로써 실전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지상 발사, 잠수한 발사 미사일을 포함하여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광대한 지역에 방사성 낙진을 살포하고 수많은 비전투원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미국 본토가 핵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어떤 전쟁 시나리오에서도 이처럼 무차별적인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통념에서 볼 때 대체로 부적절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가들은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핵보유국과 전쟁이 벌어진다면 상대방은 핵전력으로 위협을 가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재래식 전력으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미국은 저위력의 정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핵무기의 실전 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술핵무기란 무엇인가? 전술핵무기(또는 비전략핵무기)란 무엇인가? 그에 대한 보편적 정의는 없다. 냉전 시기에 전술핵무기는 대체로 전략핵무기보다 사정거리가 매우 짧거나 전장에서 사용하려고 고안된 핵무기를 뜻했다. 하지만 다른 논자는 핵무기 활용은 본성상 전략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모든 핵무기가 전략핵무기라고 주장했다. (보통 전략핵무기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핵무기를 장착하는 장거리 폭격기를 말하고 그 밖의 것들을 전술핵무기라고 부른다.) 1991년 이후로 미국은 전술핵무기무기)의 90%를 해체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동맹국에 핵억지력을 보장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보유할 필요성이 있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 의회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보유고와의 “격차”를 줄이는 조건에서만 핵무기 감축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러시아는 냉전시기 전술핵무기 보유고의 75%를 해체했으나 나토의 우월한 재래식 전력에 대처하고 중국과의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전술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2년 4월의 나토-러시아 평의회 회의 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의 비전략핵무기와 달리, 미국의 무기는 그 나라 외부에도 배치되어 있다.” 프랑스도 전술핵무기로 분류될 수 있는 약 50개의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그것을 ‘전략핵무기’라고 부른다.) 중국은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고 실험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을 실전 배치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거의 없다. 인도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과 전폭기용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전술핵무기로 분류될 수 있는 전폭기 운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 어디에 얼마나 있나? 현재 미국은 전술핵무기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 핵무기의 상당 부분이 핵무기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서유럽 국가에 배치되어 있는 것도 그 이유에 속한다. 미국은 전술핵탄두를 해외에 배치할 의도가 없다면 그것을 더 이상 보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국과학자연맹>이 발표한 보고서 <비전략핵무기>(2012년 5월)에 따르면 미국이 현재 보유한 전술핵무기 중에는 약 760개의 핵탄두가 포함된다. (1991년 약 7,600개에서 10% 규모로 감소한 수다.) 그 중에서는 B61-3, B61-4, B61-10 중력탄이 포함되며, 그중 약 200개가 유럽에 배치되어 있다. 배치되어 있지 않은 나머지 300개는 장래 해외배치를 위해 미국에 비축되어 있다. 토마호크 대지순항미사일에 장착되는 핵탄두 W80-0를 포함해 나머지 260개는 퇴역 과정에 있다. 미 공군은 약 200개의 전술핵무기를 유럽에 배치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중국의 전체 비축량과 맞먹는다. 그 대부분은 이탈리아와 터키에 배치되어 있다. (10년 전에는 주로 북유럽에 배치되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 현대화 계획 핵폭탄 B61은 네 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른바 ‘수명연장 프로그램’에 따라 B61-12 버전 하나로 통합할 것이다. (현재 유럽에 배치되어 있는 B61-3과 B61-4도 앞으로 10년간 미국으로 이동되어 개조될 것이다.) B61-12는 B61-3, B61-4에 비해 군사적 능력이 개선된 것이다. B61-12는 B61-4의 핵폭발 패키지를 재사용하기 때문에 최대 폭발력은 50킬로톤일 것이다. 그러나 꼬리날개장치를 장착함으로써 정확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현재 360킬로톤의 폭발력을 지닌 B61-7을 필요로 하는 목표물에 대한 군사작전에도 활용될 수 있다. 미국 관리는 B61-12가 현재 버전들보다 군사적으로 개선된 게 없다고 말한다. 핵탄두의 폭발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강력한 B61-7을 능가하지 않기 때문에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B61-12는 목표물 파괴 능력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현재 유럽에는 배치되어 있지 않은 B61-7과 맞먹는 목표물 파괴 능력을 지닌 B61-12가 유럽에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밀성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더 큰 파괴력을 요구했던 목표물에 더 작은 파괴력을 지닌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핵폭발에 따른 방사성 낙진도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핵무기의 ‘사용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2020년대 초반 프로그램이 완료되면 장거리 폭격기와 단거리 전폭기 모두 동일한 핵폭탄 B61-12를 장착할 것이다. 현재 B61을 장착하는 F-16은 (합동전폭기라고 불리는) F-35 라이트닝Ⅱ로 대체될 것이다. F-35는 두 기의 B61을 장착할 수 있으며, 스텔스 기능을 포함해 F-16에 비해 우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와 ‘사용가능한’ 핵무기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에서 미국 국가안보 정책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감축하며 세계 핵군축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맹세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은 세계에서 핵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더 감소하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핵전력 예산을 삭감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해 말하면서도 노후한 무기를 대체하여 미국의 핵무기고를 현대화하려는 다개년 계획을 제안했다. 새로운 급의 핵 잠수함, 새로운 폭격기와 전투기, 최신 핵탄두와 미사일에 소요될 비용은 향후 10년간 1,8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해야 할 대목은 미국이 기존 핵전력을 재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미국 정부는 저위력 핵무기 옵션을 현대화하려고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B61과 F-35를 개조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장거리 폭격기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도록 전환하고자 한다. 또한 미국 정부는 정확도는 높고 위력은 낮은 새로운 공중발사 핵 순항미사일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하이오급 잠수함을 대체하는 차세대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도 추진하고 있다. 그것도 현재 잠수함이 보유한 것보다 파괴력이 낮은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그러한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에 체결한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은 현재 2200기까지 보유 가능한 전략핵무기를 1550기로 감축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2012년 2월 15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략핵무기 배치숫자를 줄이기 위한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1,790기에 이르는 전략핵무기를 1,000~1,100기로 줄이는 방안과 700~800기, 300~400기로 줄이는 방안.) 따라서 미국 정부는 배치된 핵무기의 수는 감축하되 배치된 핵무기가 실전에서 사용될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2010년 핵정책보고서(NPR)는 "핵무기를 추구하는 정권을 다루는 방식으로 핵 군비 경쟁은 부적절하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오바마 핵정책의 진실은 그와 다르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핵무기 현대화는 핵군축의 외양을 띠지만 실제로는 핵전쟁의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또한 그 전쟁터가 한반도가 될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오바마 정부의 핵 정책은 단지 불충분한 것이 아니라 매우 위험한 것이다. <끝>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국방수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개정안은 또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서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리언 파테나 국방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법안 통과 9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 언론 보도를 모았습니다. 1. 201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개정안 중 전술핵무기 관련 부분 2. 서태평양 지역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처음 보도한 미국의 외교 전문지 Foreign Policy 보도 내용 3. 국내 언론보도 4. 한미 양국 입장 5. 주변국 동향(일본) (번역/사회진보연대 반전팀)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전격 방문의 정치적 의도는? - 아프간 무인폭격기 전쟁의 실상 오바마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1주년을 맞아 5월 1일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바그람 공군기지 연설은 현지 시각 새벽 4시에 시작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었는데, 이는 미국 동부시간(오후 7시30분)에 맞춘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방문은 미국 국내 정치를 위해 정교히 계획된 이벤트였다. 그는 “우리는 전쟁의 먹구름 아래서 10년 이상 지내왔지만, 어둠 속에서 새날의 빛이 지평선 위로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4월 15-16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수도 카불에 도달하여 서방 대사관들과 나토 본부에 대한 탈레반의 공격이 벌어졌다. 미국은 헬리콥터 공격을 통해 진압에 나서야 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실패했다는 사실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고 있는 글은 아프간의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평화주의자’인 것처럼 행세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를 다룬다. 그 핵심적 요인 중 하나는 오바마의 아프팍 전쟁이 무인정찰기와 특수부대를 전면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 있다. 이는 미국인의 생명 손실을 최소화하여 마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불필요한 희생이 없는 ‘깨끗한 전쟁’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인폭격기 전쟁은 아프간 민중의 시각에서는 가혹하기 그지없는 전쟁이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접경 지역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지휘하는 무인폭격기 부대는 파괴적인 인명살상을 가하고 있다. (CIA가 군대보다 교천규칙 제한이 적기 때문에 CIA가 부대를 지휘한다.) CIA는 1,400명의 알카에다, 탈레반 부대원을 제거했다고 주장하지만 파키스탄 소식통은 수백 명의 민간인도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군인을 대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인폭격기로 인한 사상자에 대한 신원확인과 기록발표가 이루어지는 것이 무인폭격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지만 나토와 서방국가는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에 대해 어떤 자료도 발표하지 않는다. 2009년 유엔인권특별보고관 필립 올스턴은 무인기의 공격 목표를 설정하는 법적 기준을 미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제법을 위반한 무차별적인 학살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 번역: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 원문 출처 http://www.opendemocracy.net/paul-rogers/americas-global-shift-drone-wars-base-politics * 폴 로저스는 브래드포드 대학 평화연구과 교수이며 저서로는 <왜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는가>(2007), <통제력의 상실: 21세기 국제안보>(2010)가 있다. *************************************************** 미국식 전쟁이 야기한 세계적 변화: 무인정찰기 전쟁, 군사기지의 정치학 폴 로저스 5월 1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짧은 시간 동안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다. 이는 예기치 못한 것이었지만 방문 기간 동안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다. 그 방문의 핵심은 바그람 공군기의 연설이었다. 연설은 두 가지 주제가 균형을 맞추었다. 첫째는 미국 군대의 철수다. 전쟁이 미국에서 인기 없는 만큼 미군 철수는 인기 있는 주제다. 둘째는 단계적 철수 국면 동안 미국 정책을 책임성 있게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뺑소니”가 아니라 의식적인 이행이라고 강조하는 듯하다.) 그 연설은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대통령선거 주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그가 염두에 둔 청중들에게 가장 중요한 국내의 요구에 응답하며 동시에 권위 있는 정치가로서 메시지를 제시할 수 있게 했다. 탈레반이 통제하고 있는 많은 농촌지역을 포함해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현실은 버락 오바마가 현재 벌이고 있는 정치-군사적 과정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카불에서 발생한 일련의 폭탄 공격 중에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던 바로 그날에 벌어진 공격은 이러한 사실을 강화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미국 내의 분위기를 상당히 바꾸는 것이다. 2008년 11월 선거에 뛰어들 당시에 대선 후보 오바마가 이라크 전쟁은 나쁜 전쟁이고 (따라서 조기 철군이 필요하고 정당하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좋은 전쟁이라고 (왜냐하면 아프가니스탄이 9/11 공격과 연관되어 있고 따라서 더욱 적극적으로 전쟁을 벌인 후 퇴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묘사하는 것은 그럴 듯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첫 번째 임기 후반부는, 특히 2011년 5월 2일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 비록 오바마는 알카에다 지도자 사살이 알카에다 운동의 최종적 쇠퇴의 일부이며 전쟁의 종결을 위한 일종의 전주곡을 의미한다고 주장할 수 있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속되는 폭력과 불안전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역시 나쁜 전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알카에다에 대한 이러한 주장이 아마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겠지만 단지 그 뿐이다. 빈틈없는 구조를 가진 조직체로서의 알카에다는 은닉에 들어갈 수 있지만 이념으로서는 계속 존재하고 심지어 더 번성할 수도 있다. 저널리스트 가이스 압둘-아흐드가 추적한 바에 따르면 남부 예멘의 상당부분은 알카에다 관련 집단이 통제한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보코 하람이 부상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수니 근본주의가 재부상하고 있다. 열성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이 시리아로 유입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자극, 고무 능력을 지닌 이데올로기적 경향이 현존하고 있다는 증거다. 삼중 전략 전반적인 맥락에서 볼 때, 정치 지도자로서 버락 오바마의 놀라운 점은 그가 자신을 “반전” 대통령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그의 기록이 점점 더 이러한 묘사와 상충되지만 그렇다. 오바마 행정부가 (리비아에 대해 취한 태도와 마찬가지로) 시리아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고, 이란과 대적하는 이스라엘 네타냐후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44번째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나이지리아를 포함해) 언제나 군사력을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군사용 무인비행기와 특수부대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기관을 채택함으로써 “평화주의적”이라는 인식을 더욱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러한 기술과 기관은 대중의 주목을 훨씬 덜 받은 채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군사작전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더욱 극적인 정권 파괴를 대체할 수 있었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막대한 희생은 대중의 눈에서 벗어났다. 반군진압 전략에서 강조점의 변화는 대부분 무인비행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세 가지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무인정찰기는 잠재적 표적에 대해 훨씬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상당한 체공시간을 지닌 리퍼(Reaper)와 같이 매우 강력한 화력을 지닌 무인폭격기가 배치되었다. 셋째, 무인비행기가 활용되는 경우가 확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특히 중앙정보국(CIA)은 “개인 폭격”(personality strike)에서 “징후 폭격”(signature strike)으로 이동하고 있다. 개인 폭격이 [오바마 정부의 살해 대상 명단에 포함된 개인을 목표로] 단순히 명확한 특정 목표를 폭격하는 것이며 작전 과정에서 고위급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면, 징후 폭격은 [의심스러운 차량, 건물, 통신기기, 집단원 수, 행동 패턴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패턴분석을 통해] “의심스럽다고 여겨지는 방식으로 행동하며 전투원으로 추정되는 집단들에 대한 공격”을 포함한 광범위한 공격이다. 중앙정보국은 이러한 행위가 미국의 직간접적 위협으로 인식되는 위험한 근본주의자들을 다루기 위한 적법한 방법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을 비롯해 다른 표적 국가들에서 다수 사람들에게 그것은 단순히 군사적 살인일 뿐이다. 무인비행기의 영향 미국 국방부가 점점 더 무인비행기와 관련 장비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서 여러 글에서 밝혔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무인비행기 기술에서 상당히 앞서 가고 있더라도, 일부 기술이 규격화된 형태로 실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기술이 빠르게 확산 중이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적들도 점점 더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인비행기 확산을 보여준 7년 전 사례는 오바마 행정부가 현재 보이는 열광 속에서 조용히 잊힌 것처럼 보인다. 그 사례는 2005년 벌어진 사건으로 레바논의 헤즈볼라 운동은 두 대의 무인기를 이스라엘 북부에 날려서 무인기 능력을 증명했다. 그것이 화력을 갖추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국경 지역 군사배치 상태를 정탐하기 위해 많이 활용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이처럼 대담한 행동을 수행할 능력을 지녔다는 단순한 상징성이 결정적 문제다. 헤즈볼라의 계획은 무인비행기 활용의 네 번째 요소, 즉 “비행” 작전의 중심위치와 관련된다. 미국의 핵심 센터는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북쪽으로 80 킬로미터 떨어진 95번 고속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디언스프링의 크리치 공군기지다. 영국도 미군 기지를 활용했으나 현재는 잉글랜드 동부 링컨 남부의 RAF 웨딩턴에서 작전을 실행하고 있다. 이 기지들은 방어가 잘 되어 있는 안전한 위치이며, 무인비행기 폭격이 벌어지는 지역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다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입장을 바꾸어 볼 때, 근본주의 집단들과 동조자들에게 무인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군사기지는 전쟁에서 중요한 전선의 일부다. 앞으로 몇 달 후 또는 몇 년 후, 어떤 단계에서 보복이 발생할 것이다. 아마도 충분한 방어를 갖추고 있는 군사기지가 아니라 지역의 볼링장이나 패스트푸드점과 같이 ‘부드러운’ 목표물을 향해 보복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다.” 헤즈볼라처럼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준군사 집단으로 무인비행기 기술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분석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미국 또는 영국의 열성 집단이 무인비행기를 획득하거나 조립하여 크리치 기지나 웨딩턴 기지를 공격한다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크리치 기지 주변에는 24시간 개장 카지노도 있다.) 폭발력이 그리 크지 않으리라 가정할 때 공격의 물리적 효과는 핀에 찔린 정도겠지만 그 상징성은 막대할 것이다. 그것은 무인비행기 전쟁을 열정적으로 끌어안고 있는 다수의 국가들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한 중단을 초래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현재 그 국가들이 무인비행기에 보이는 열정은 1980년대 소련과의 냉전 기간 동안 핵 순항미사일에 품었던 열정과 닮았고 어쩌면 그것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끝>
핵안보정상회의 평가와 반핵평화운동의 과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지난 3월 26-27일 진행됐다. 53개 국가와 국제기구 정상급 인사들을 비롯해 수행원 5천여 명, 행사 관련 인원 4만여 명, 내외신 기자 3,7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의전용 차량만 360여 대가 동원되었다. 핵안보정상회의 뿐만 아니라 250여 차례에 달하는 참가국 정상간 양자회담이 진행되었고, 핵산업계회의와 전문가회의가 부대행사로 열렸다. 정부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은 정상들이 모인 회의’라고 선전하지만 실상 그 회의가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성과를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회의장 주변은 높이 2m, 길이 1570m의 담장형 펜스로 차단되고, 주변 도로에는 높이 2.2m, 길이 1882m의 철제 펜스까지 설치되었다. 말이 ‘자발적인 차량운행 2부제’이지 심히 쌍팔년도 올림픽 때를 생각나게 하는 요란스러움에, 외국 정상들을 볼 수 있는 주택과 아파트 등지에 옥상 이용을 자제하고 창문을 열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는 뻔뻔함까지 추가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핵안보정상회의가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전부터 회의장 주변의 노점상은 철거되었고, 강남경찰서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숙자풍’의 사람들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치안대책을 내놓아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다. 핵테러를 막고,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해 인류의 평화적인 생존을 보장하겠다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실상 그 생존을 보장받아야 할 사람들의 생존권, 기본적인 권리를 짓밟는 역설. 그것은 핵안보정상회의가 내놓은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더니 정부는 이번 핵안보정상회의가 2010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말해왔다. 그러나 그리 호들갑을 떨면서 진행한 정상회의의 결과를 보면, 이렇게 많은 정상들이 모여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수준이다. 무기급 핵물질 감축 정부는 현재 전 세계에는 126,000여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이 산재해 있다면서, 이러한 물질을 줄이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정상성명(서울 코뮤니케)을 보자.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을 2013년 말까지 자발적으로 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 어떠한 강제조치도 없다. 자발적인 감축의 경우 핵물질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산 고농축우라늄을 제공받았던 국가들로부터 고농축우라늄을 회수하기로 했으며, 헝가리는 사용하지 않은 고농축우라늄을 2013년 중에 러시아로 반환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사용후 고농축우라늄을 미국에 반환 완료했다. 역사를 봤을 때 핵전쟁의 위협을 현실화시켰고, 다른 나라들에 수없이 핵공격 위협을 가했던 나라가 무기급 핵물질을 보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는 없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34톤의 플루토늄을 처분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핵무기 17,000개에 해당하는 분량이지만, 약 500톤에 달하는 플루토늄 비축량에 비해 감축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전 세계 핵물질 비축량의 90%가 미국과 러시아에 산재해 있지만, 양국은 추가적인 감축목표도 제시하지 않았다. 핵물질의 불법거래 방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을 2014년까지 발효시키기 위해 참가국들의 국내 승인 절차를 촉구했다. 핵물질방호협약은 핵물질의 불법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제안해 1980년에 채택, 1987년에 발효되었으며, 핵물질 관리에 관해서 유일하게 법적 강제력을 지니는 국제협약이다. 2005년 7월, 핵물질방호협약 개정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를 통해 협약의 적용 범위를 국가 간 운반중인 핵물질에서 국내에 소재한 핵물질 및 핵시설에 대한 물리적 방호까지 확대하고, 협약의 적용 대상을 핵물질 생산, 처리, 사용, 취급, 저장, 처분하는 건물 및 장비 일체를 포함하는 핵시설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채택되었다. 정부는 2010년에 열린 1차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2년 동안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에 20개국이 추가로 비준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렇게 20개국이 늘어난 2012년 4월 현재, 비준국은 55개 나라에 불과하다. 개정 협약의 발효를 위해서는 협약 당사국인 145개국의 2/3인 97개국이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수치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핵안보정상회의는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이 발효될 수 있도록 참가국들의 협조를 촉구하는 수준에 그침으로써 구속력을 갖는 핵물질 불법거래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실패했다.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의 통합적 접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원자력 안전 조치와 핵안보 조치가 공동의 목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 안전 문제, 방사성 안보는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와 달리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추가된 의제다. 이는 2011년 3월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따라 핵발전 문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증가한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핵산업계회의(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는 후쿠시마 이후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의 연계 및 증진 방안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시설의 안전 문제를 핵안보와 연결지어 핵시설에 대한 테러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논리는 현존하는 핵발전소의 위험이 아니라 아직 발생하지 않은 핵테러로 두려움의 대상을 전화시킨다. 이는 핵시설의 안전을 강조함으로써 핵발전 확대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발간한 홍보책자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위축된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킴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원자력 시장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핵발전 정책을 강화, 확대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한 핵산업계회의 이후 국내 핵시설에 대한 시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가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소 세일즈’와 깊은 연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핵안보정상회의의 이면 이쯤에서 그렇게 많은 정상들이 모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핵물질 감축이나 방호보다 그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사안이 있다. 그리고 이 사안들을 보면 핵안보정상회의가 실제로 무엇을 노리고 열리는지 알 수 있다. 핵테러 방지를 빌미로 한 군사적 조치의 확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전 세계의 핵안보를 강화하는데 있어 UN안보리결의 1540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010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안보리결의 1540호의 전면적인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안보리결의 1540호에 따라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동 결의안의 전면적인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기술적 지원, 협조 제공 등을 촉구했다. UN안보리결의 1540호는 2004년 4월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안이다. 2003년 9월 UN 총회에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수출 통제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따라 결의안 1540호가 만들어졌다. 결의안 1540호는 모든 회원국이 핵무기 확산 방지와 수출 통제를 위한 법률의 마련과 집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때문에 결의안 1540호는 국제법적 근거가 없어 ‘깡패짓’이라 비판받아 왔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결의안 1540호를 강조해 핵테러 방지를 위해 세계 각국이 필요한 체제를 갖추도록 요구한다. 이는 PSI로 대표되는 미국의 적극적 반확산 정책의 국제적 수용과 확산을 의미한다. 고농축우라늄 사용 최소화는 핵산업을 지속시키기 위한 고육지책 핵안보정상회의는 ‘기술적,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경우’에, 고농축우라늄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고농축우라늄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는 주로 두 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고농축우라늄 사용 시설을 저농축우라늄 시설로 전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존하는 고농축우라늄을 저농축우라늄으로 희석시키는 것이다. 1) 고농축우라늄 시설을 저농축우라늄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 이는 앞서 언급한 핵산업계회의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졌다. 그런데 이들의 논의를 보면 저농축우라늄 시설 전환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기술적 측면에서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게 되면 성능이 저하되고 폐기물이 추가 발생한다는 점, 재정적 측면에서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게 되면 비용이 증가하고, 이를 부담할 수 있는 주체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제도적 측면에서 저농축우라늄 사용을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리하자면 고농축우라늄 시설을 저농축우라늄 시설로 전환하게 될 경우 폐기물이 늘어나고 비용이 증가하며, 이러한 전환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부재하다. 지금도 핵발전 국가들은 폐기물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폐연료봉을 제대로 처리하고 있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또 부안 방사성 폐기장 건설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 폐기물 처리장 문제는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핵무기로 전환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의 사용을 줄이면 핵무기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핵시설의 위험 정도는 다르지 않으며, 그것이 현존하는 핵무기 축소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2) 고농축우라늄 희석 고농축우라늄 사용 저감을 위해 보다 중요한 방안은 고농축우라늄을 희석해 저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것이다. 고농축우라늄의 희석을 통한 저농축우라늄으로의 전환은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과 러시아가 추진한 ‘메가톤 투 메가와트’(Megatons to Megawatts) 프로그램이다. ‘메가톤 투 메가와트’ 프로그램은 러시아의 핵무기 해체로 얻어진 고농축우라늄을 저농축우라늄으로 전환해 핵발전소에서 사용하기 위해 1993년 미국과 러시아가 협정을 맺으면서 시작되었다. 1995년부터 러시아의 핵탄두로부터 얻어진 고농축우라늄 400톤이 미국의 핵발전소에 사용되는 저농축우라늄 연료로 전환되었는데, 이는 핵탄두 16,000개 분량에 해당한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까지 핵탄두에 포함된 핵물질 500톤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미국 민간 전력 사용의 10%가 이 프로그램으로 충당되고 있다. 고농축우라늄을 희석하면 더 많은 양의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 우라늄 생산이 하향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우라늄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OECD/NEA(경제협력개발기구 내 핵에너지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그동안 가장 많이 쓰이는 가격대(40$/1kgU 미만)의 우라늄의 확인매장량은 796,000tU(우라늄톤)이다. 2008년 기준으로 세계 우라늄 수요는 연간 59,065tU이므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13년 정도면 저렴한 우라늄이 고갈되어 우라늄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고농축우라늄은 무기로 전용될 수 있어 고농축우라늄 희석은 일정 핵무기 개발을 방지하는 효과를 지니는 것은 사실이나, 우라늄 가격을 안정화시켜 핵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연간 우라늄 생산과 수요(1945-2007년) 국가-학계-산업계로 이어지는 핵발전 이권 네트워크의 강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서울 핵안보정상회에서는 부대행사로 핵산업계회의와 전문가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핵산업계회의는 핵산업계의 최고경영자들과 핵 관련 국제기구 대표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핵산업계회의는 ‘핵안보 및 원자력 안전 증진을 위한 원자력 산업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핵산업계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핵안보정상회의에 건의해 산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심포지엄은 핵안보 전문가, 학자, 핵과 관련된 연구소 책임자 등 50개 국가의 160여 명의 전문가가 참석하여 주요 핵안보 이슈, 후쿠시마 이후 핵안보와 안전 연계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산업계-전문가-찬핵 관료로 이어진 이른바 ‘핵 마피아’는 핵발전과 관련된 거대한 이권 네트워크로 핵발전의 유지, 확대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세력이다.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들의 핵산업 이권 네트워크는 전에 없이 강고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나서 핵발전소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며,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핵발전 확대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정부와 핵산업계의 연계가 훨씬 더 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전적인 한미 군사동맹의 강화, 확장 3월 25일 저녁, 이명박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로 방한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언제나 그렇듯 양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북한 위협을 빌미로 군사력 증강과 미국의 군사력 투사를 정당화한다. 더불어 양국은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동맹이며,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략에 있어 핵심적인 위치에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한미동맹을 더욱 현대화하기 위해 6월 양국 외교·국방장관들이 만나 동맹 강화조치를 논의할 계획도 밝혔다. 한미 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동맹의 광범위한 범세계적 안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말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도 해외파병을 가능하게 하는 일명 ‘PKO 신속 파견법’을 제정하고, 2010년 7월에는 파병전담부대를 만들어 한국 군대가 세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한국 군대가 한반도 방어라는 굴레를 벗고, 미국의 전 세계적 패권 유지의 첨병으로 ‘활약’하게 되는 것이며, ‘한미동맹의 글로벌화’가 완성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또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었다. 현재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는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사거리 300km 이하로 제한되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단순히 사거리를 늘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 체제를 추진하는 것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길이라 밝혔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필연적으로 주변국들과의 긴장을 조성하고, 또 다른 군사력 증강을 불러오기 때문에 미국에도 부담스런 문제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허용하기보다는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시킴으로써 동아시아 지역에서 자국의 군사력 투사를 보다 용이하게 하고, 보다 효과적인 억제 전략을 취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겉으로는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미 상당 부분 MD 체제 편입이 진척되어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보수 언론들은 ‘한국이 이지스함이 있어도 요격 미사일 체제가 부재해 북한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없다’며 미국의 MD 체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편입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렸다. 향후 한국 정부는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함께 미국의 MD 체제 편입하기 위한 무기 도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핵평화운동의 대응 평가 핵안보정상회의의 문제점에 공감하는 국내 민중·시민운동 진영은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을 결성하고 활동을 진행했다. 대항행동은 2월 15일 발족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대중 강연회, 기자회견을 비롯한 언론 사업, 집중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대항행동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격 규정 및 대응 기조, 활동방식에 대한 이견이 부각되었다. 일부 시민단체는 핵시설의 안전과 핵물질 방호를 강화하고, 핵물질을 감축하는 핵안보 조치 자체는 필요하기 때문에 ‘핵안보정상회의를 반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민중운동 진영은 핵안보정상회의는 핵테러를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핵무기 보유국의 패권을 강화하고, 핵발전을 확대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입장차이는 대항행동 명칭과 기조 결정, 선전물 제작, 집회 기획 등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났다. 이는 결국 대항행동의 활동 전반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참가단체들의 결합력이 떨어지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 논의가 지연되면서 집중 행동주간의 결합도 매우 저조하게 진행되었다. 결국 정작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3월 26일에는 대항행동이 주관하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고, ‘민중의 힘’을 중심으로 한 민중운동 진영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 진영이 각각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되었다. 대항행동 참가단체들 간 입장 차이가 크게 부각되고 결합도가 떨어지면서 핵안보정상회의의 문제점을 적극 폭로하고 대중운동을 조직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또한 참가단체들의 향후 공동 활동 동인도 축소되었다. 핵안보정상회의 대응을 위한 초동모임부터 결합해 논의를 주도한 단체들 간에는 향후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 문제, 핵무기협약(NWC)에 대한 논의 확대 등 핵안보정상회의 대응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정상회의 이후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자 하는 일정 정도의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대항행동 논의과정에서 참가단체들 간 입장 차이가 크게 부각되고 결합도가 떨어지면서 상호신뢰가 손상되고, 향후 공동 대응 활동의 동인이 축소된 것이다. 결국 대항행동 전체 평가회의에서 향후 활동은 개별 단체들의 의사에 따라 진행하기로 하고 대항행동은 해소하기로 결정했다. 투쟁과제를 중심으로 반핵평화운동의 연대활동을 강화해가자 지난 2월 9일 한국의 핵발전소 고리 1호기 정비 중 전원 상실 사고 발생했으나 이를 한 달여간 이를 은폐했던 사실이 귀 밝은 한 시의원에 의해 밝혀졌다. 수명 연장된 노후 핵발전소는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부와 핵 산업계는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고 싼 값에 핵발전을 지속하려 한다.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은 경제적 논리가 모든 것을 압도해 민중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며, 핵발전소 자체의 위험을 훨씬 더 크게 증가시킨다. 한국 정부는 2012년 내에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완료하려 한다. 한국 정부는 핵발전소 수출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고, 이것은 플루토늄 추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핵평화운동 진영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핵안보정상회의는 그 규모에 비해 조용히 지나갔다. 총선과 다른 사안들에 묻혔기 때문도 있겠지만, 핵안보정상회의의 의도나 목적, 결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가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조용하게 치러진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 정부는 핵발전과 핵발전소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또한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물질과 핵무기의 감축보다는 핵테러에 대응하는 일련의 군사적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반핵평화운동 진영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대응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 문제, 핵안보 조치를 빌미로 한 군사력 증강 문제, 플루토늄 재처리로 이어질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 문제에 반핵운동 진영의 중지를 모으자.
아래로부터의 탈핵국제연대를 모색하다 지난 3월 22일 서강대학교에서 핵안보정상회의 대응 국제포럼 ‘핵안보가 아니라 핵없는 세상을 말하자’가 개최되었다. 예산 부족의 어려움, 아직 대중적인 관심이 부족한 한국 반핵운동 등 열악한 조건을 뚫고 미국과 아시아 각국, 한국의 활동가들이 모여 핵안보정상회의를 어떻게 볼 것인지, 핵 없는 사회를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논의했다. 국제포럼은 총 세 세션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글에서는 각각의 세션의 발표내용과 토론을 요약하고, 우리가 간취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정리할 것이다. 세션 1. ‘핵 없는 세상’과 핵안보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은 미국의 조셉 거슨, 일본의 마사 타쿠보, 한국의 구갑우가 발표를 진행하고 네 명의 지정토론자가 토론을 진행하였다.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성격 규정, 각 국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진정 ‘핵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바가 논의되는 자리였다. ‘핵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 핵안보정상회의는 유효한가? 미국의 조셉 거슨은 우선 미국 핵무기 사용의 역사를 짚었다. 미국 핵무기 사용의 역사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이 다시 핵무기를 사용한 적은 없지만, 핵무기는 계속 현대화되었으며 전쟁 중에 핵공격을 준비하고 위협하는 관행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는 소련의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고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계속되는 위협이 핵확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핵확산의 결과 미국의 핵을 통한 위협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고, 이는 미국의 안보를 점차 위협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는 2009년 프라하에서 미국이 앞장서서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연설을 한다. 조셉 거슨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다르며, 그가 핵 폐기보다는 핵확산 금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2010년 미국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의 업적은 매우 빈약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는 미국의 선제 핵공격의 원칙을 재강조했다. 또한 오바마는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비준을 위해 상원의원들의 표를 얻으려고, 오히려 새로운 핵무기와 더욱 발전된 핵무기 운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1,850억 달러의 예산을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조셉 거슨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미미하나마 무기 감축에 동의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와 펜타곤의 최근 전략 지침이 핵무기 사용을 줄이도록 지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적 축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방위 지배 체제 – 어느 곳에서나 어느 때나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어떠한 나라도 지배할 수 있는 능력 – 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구갑우는 오바마 행정부가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이유는 핵무기가 더 이상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일방적 핵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한 나라라도 있는 한 억지능력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미국은 최후까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도 전면적 핵군축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전략핵무기 1,550기를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해도 좋다는 ‘허가서’처럼 보인다. 그는 또한 핵군축과 재래식군사력의 증강이 공존하는 모순적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대규모 정상회의까지 열면서 핵안보를 강조하는 미국,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이 핵을 궁극적으로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 핵심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발표자들은 오바마가 주창한 ‘핵 없는 세상’과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는 미미하고, 각 국 정상들이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포기할 생각이 여전히 없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핵무기 감축 협정을 위해 핵무기 생산을 위한 예산을 추가 배정하거나, 핵군축을 위해 재래식군사력을 증강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진정 ‘핵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세 발표자들은 각국의 상황을 고려하며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자국이 해야 할 바와 세계의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제안했다. 조셉 거슨은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제적 핵무기철폐 대중운동이 핵무기철폐를 공언한 일부 국가 권력들과 건설적이고 상보적인 협력관계를 맺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무기철폐 운동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핵무기철폐를 주장하는 국가체제 내부의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동시에 밖에서도 압박을 가하는 작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활동가들이 “무엇보다도 대중의 심리를 우선적으로 변화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요 정상회의들에 대항하는 회의를 조직하는 것을 비롯해, 핵무기와 핵에너지에 내재한 위험성을 일반 대중에게 교육시키는 일 등을 포함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 능력을 지닌 국가의 시민으로서 특별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활동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핵 없는 세상 캠페인’이다. 핵지침 검토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서명 운동으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2월 초부터 4월 말까지 5만 명의 서명을 받아 4월 중순에 백악관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3월 중순에 이미 7만 명의 서명을 받아 현재 목표를 10만 명으로 확대하여 진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 재정적자 상황을 바탕으로 미 국방부가 군비를 감축시키도록 강제하는 교육과 조직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 5월 나토 정상회담 전날 시카고에서 열릴 대응회의를 핵무기 철폐라는 주제 아래 준비하고 있다. 또한 그는 동북아에서의 핵전쟁 위협을 줄이기 위한 고려사항도 언급했는데, 6자회담의 성공적 개최 지지, 한반도 비핵화 재건설, 한국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평화조약 협상, 동북아비핵지대 조약의 비전 충족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그것이었다. 또한 제주강정마을에 어떤 새로운 군사기지도 세워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마사 타쿠보는 일본이 핵물질의 안보와 핵확산 및 핵테러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분리된 플루토늄을 만들어내지 않고, 플루토늄의 안보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담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핵심은 로카쇼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것이다. 로카쇼 재처리 공장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해내기 위해 세워졌다. 마사 타쿠보는 일본이 핵발전 의존도를 크게 낮추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이러한 재처리를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로카쇼에서 전면적인 재처리 계획이 여전히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일본 전역의 핵발전소 냉각조에 쌓여있는 사용후 연료를 저장할 장소를 찾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속증식로를 꿈꾸는 사람들 입장에서 재처리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것은 곧 플루토늄을 낭비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로카쇼 재처리 프로그램과 고속증식로의 가동을 추진하려는 이들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로카쇼 재처리 공장의 재가동을 막는 것이 일본이 해야 할 일이라 주장했다. 한국의 구갑우는 현재를 탈패권시대라 규정하며, 탈패권시대 동북아 질서의 특징으로 △미국이 중국와 경쟁하면서 아시아·태평양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것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다자적 틀인 6자회담의 존재를 꼽았다. 또한 2012년에 6자회담 참여국 모두 권력교체를 경험하게 되므로 동북아 질서의 지각변동은 2013년부터 시작될 것이고 그 향방은 2012년의 선거들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평화의 동북아를 상상하는 ‘시민사회의 동북아’에서 몽골을 주목하여, 1970년대 유럽의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상상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몽골을 주목하는 이유로 첫째, 몽골은 1990년대에 국내법의 제정과 유엔의 승인을 거쳐 비핵국가지위를 획득하여 동북아 유일의 비핵지대 국가라는 점, 둘째,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틈새에 있는 몽골은 수도 울란바토르를 동북아의 제네바로 만들려 하고 있는데, 이 정책이 양자주의가 지배적인 동북아에서 다자협력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 셋째, 사회주의 국가였던 몽골이 동북아 갈등의 한 축인 한반도의 남북한 모두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6자 회담과 GPPAC동북아지역회의가 협력의 길로 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인 의사소통과 대화의 장이며, 핵안보정상회의가 탈핵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고려해야 할 지역적 대안이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라고 제시했다. 오바마의 의도와 일본의 상황 시간 부족으로 여러 쟁점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토론에서는 주로 오바마의 의도, 미국의 태도에 대한 질의 응답이 이루어졌다. 미국은 핵무기가 아니라 재래식 무기로도 다른 나라에 대한 위협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는 핵 자체보다 미국의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질문, 또한 오바마의 구상과 실행의 차이는 왜 일어나는지, 실은 오바마의 ‘핵 없는 세상’ 주창이 핵패권을 유지하려는 또 하나의 수단이 아닌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조셉 거슨은 오바마의 의도에 대한 질문에, 미국 내 역관계가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기구인 국방부의 영향을 받아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비판에 비해 ‘핵테러’를 막겠다고 하는 오바마의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또한 국방부의 국방예산의 삭감이 오히려 타국으로 군사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기도 이루어졌다. 일본에 대해서는 핵폭탄이 투하된 국가인 일본에서 어떻게 지금까지 핵발전소를 유지하고 있으며 ‘핵의 평화적 이용’이 쉽게 받아들여졌는지, 큰 사고를 겪고도 관성적으로 로카쇼 재처리 공장을 재가동하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서는 발표자보다 청중석에 앉은 일본 참가자들의 답변이 활발했다. 한 참가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도 핵반대로 돌아서지 않는 일본의 상황을 전하며, 전후 천황제가 존속되고 전범들이 여전히 정권을 잡은 상황에서 핵발전 정책이 쉽게 채택된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한편, 정부의 변화에 희망을 걸며 일본 상황을 설명한 참가자도 있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에너지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한 몇 개의 위원회가 신설되고, 여기에 탈핵파가 1/3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부터 여름까지, 일본 국민들의 논의가 중요하다는 점 역시 강조하였다. 세션 2. 후쿠시마 핵사고와 핵발전 없는 아시아 두 번째 세션은 반핵아시아포럼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을 포함한 총 6개의 아시아 국가들이 각국의 상황을 발표하였다. 여기에서는 한국을 제외한 5개국의 상황을 간단히 요약한다. 첫 번째 발표는 일본 후쿠시마 현 이이다테 마을에서 온 참가자의 상황보고였다. 이이다테마을은 핵발전소 반경 30km이상 지역이지만, 방사선량이 매우 높아 현재 피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나 피난 조치는 전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핵발전소 사고 약 열흘 후인 3월 20일 현에서 피난을 권고하였지만, 6,600명 중 600명 정도만 피난했다. 심각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난 권고 후 과학자들이 마을에 와서 설명회를 진행하였는데,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핵기술에 비판적인 교토대학의 이마나카 교수 등이 방사선량을 조사했고, 이렇게 방사선량이 높은 곳에 주민들이 거주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하여 계획적 피난구역이 되었다. 바로 전날까지 안전하다고 말해놓고 바로 다음날 계획적 피난구역으로 설정된 것에 대해 주민들의 당혹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마을 축산농가의 아픔에 대해서도 보고했는데, 공동체가 파괴되고 버려진 우사에서 죽은 소가 그대로 썩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끔찍한 상황을 공유하였다. 이어지는 발표는 필리핀 상황에 대한 것었다. 필리핀은 1985년 대중운동을 통해 바타안 핵발전소의 가동을 중지시키는 성과를 얻었으며, 현재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끊임없이 핵발전소 신규건설과 재가동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 국가전력공사에서는 새로운 핵발전소 13기를 신규부지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필리핀 기업 뿐 아니라 많은 외국 기업들이 핵발전소 신규건설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한국전력과는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하였고, 일본의 도시바, 간사이, 도쿄전력공사 등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 2010년 12월에는 마닐라에서 원자력 투자자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의회 내에 핵발전소 추진파들의 힘을 약화시켰지만, 정부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를 여전히 표명하고 있다. 마닐라에서 투자자 회의가 열렸을 때, 또한 필리핀 에너지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필리핀의 활동가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지하철과 바타안 핵발전소 앞에서의 시위를 벌이는 등 신속히 대응했다. 그들은 2011년 6월 10일 대규모 운동을 시작하여, 바타안을 넘어 ‘비핵화 필리핀’을 주창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발표자인 에밀리 델라 크루즈는 1985년 바타안 핵발전소 가동 반대 시위가 있기까지는 10년 간의 조직화가 있었으며,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위력적인 대중운동도 바타안 핵발전소의 폐쇄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1985년의 경험이 젊은 세대들에게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타이완의 발표가 이어졌다. 현재 타이완에는 4기의 핵발전소가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최근 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14기의 핵발전소 중 타이완에 있는 4기가 모두 포함되었다. 4기의 핵발전소 중 3기가 수도 지역에 위치하고, 건설 중인 4호기도 수도 30km반경 내에 위치해, 핵발전소 주위에 인구가 매우 많이 밀집되어 있다. 발표자인 왕 주주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1982년에 창설된 타이완 환경보호연맹(TEPU)과 올해 새롭게 창설된 타이완 반핵 연합(TNNU)이라는 타이완 반핵 연합체의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네 번째 발표는 태국이었다. 아직 태국에는 핵발전소가 없지만, 핵발전소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1966년부터 태국은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세웠지만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당분간 계획이 미뤄졌다. 1993년이 되자 이가트(태국전력공사)는 일본 전력 회사와 손잡고 부지를 모색하고, 핵발전소를 건설할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인해 이 계획은 또다시 무산되었다. 2006년에 태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새 정부가 2007년 전력 개발 계획(PDP)을 수립하면서 4기의 핵발전소를 2021년까지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태국 핵발전소 관리 역량평가 결과가 좋지 않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부는 다시 핵발전소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연기하기로 한 상황이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다음 발표는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12,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기가 빈번하다. 60개의 섬에 사람들이 거주하는데, 전력이 공급되는 곳은 큰 규모의 섬뿐이라고 한다. 정부는 인도네시아 총 에너지 수요의 80%만 충족하고 있고, 작은 섬들은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력 수요의 20%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핵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소를 건설해도 20% 중 2% 밖에 충족할 수 없다고 발표자인 무하마드는 비판했다. 인도네시아의 핵발전소 건설 계획도 한국과 연관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0년 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카타팡 지역, 파소송 지역 등의 세 지역이 부지로 고려되고 있다. 핵발전소 추진 계획은 한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인도네시아의 활동가들은 2010년 10월이 되어서야 이 계획을 알게 되었다. 계획을 알게된 후 인도네시아 활동가들은 핵감시 마드라민중연합(AM2PN)을 결성하고 핵발전소 계획을 폐기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기업과 전력회사, 한국전력 등은 아시아 각국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려고 하고 있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에는 가동 중인 핵발전소가 없지만 세 국가 모두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고, 세계의 기업들은 이들 국가를 미개척 시장으로 보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동아시아에 이미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핵발전소가 확산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아시아 전체가 핵발전소와 핵폐기물로 둘러싸인 죽음의 지역이 될 것이다. 각국의 상황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국경을 넘은 연대가 시급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션 3.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전략과 제안 마지막 세션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전략과 제안’은 국제포럼에서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을 함께 구성한 단체들이 이후 공동 활동을 위한 공유지반을 만들자는 목표로 기획되었다.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에너지정의행동,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네 단체가 핵 없는 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각각 발표를 진행하였다. 반전평화와 탈핵을 위해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여러 단체들이 각각 어떻게 향후 활동의 방향을 제안했는지 살펴보자. 한국의 반핵운동, 무엇이 필요하고 출발점은 어디인가 사회진보연대 임필수 운영위원은 한국은 핵발전소가 많고, 핵전쟁의 위험이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오랜 시간 핵숭배 사상이나 무감각에 익숙해졌다고 진단하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나타난 한국인의 인식 변화를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핵안보정상회의의 위선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도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은 선전, 교육, 학습이 필요한 단계이며, 오바마의 핵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공유하고 이를 선전하는 것이 운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함께 장호종 활동가는 핵안보정상회의는 테러와의 전쟁의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한 태도가 중요한데, 미국의 핵과 북핵은 둘 다 지지할 수 없지만, 양비론은 미국의 패권과 제국주의를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은 미국의 패권 정책이 북한이나 이란의 핵무기 열망을 키운다는 것을 지적해야하며, 한국의 반핵운동이 실제 탈핵을 실현시킬 수 있는 운동이 되고, 비핵지대를 이루거나 평화체제로 가려면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2014년 개정 예정인 한미원자력협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은 핵발전소를 도입함에 있어서 미국과 협약을 체결했고, 협약 내용 중 핵심은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거나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부분이다. 이 협약의 개정을 앞둔 상황에서 정몽준 등 우익을 중심으로 한국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진흥계획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기 위한 연구 계획, 이를 이용하기 위한 소듐냉각로 계획, 고속증식로 계획 등이 이미 언급되고 있지만 시민사회의 본격적인 논의는 채 시작도 안 된 상황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은 미국이 이러한 계획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미국에 기댈 것이 아니라, 환경운동과 평화운동이 이 문제를 중심으로 함께 연대의 틀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정필 상임연구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에도 반핵 여론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탈핵이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는 탈핵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는데, 첫 번째는 사회운동이 왕성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작년에 처음 제기된 탈핵 시나리오에 대한 사회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핵에너지 시스템을 해체하는 것이다. 핵 마피아들의 네트워킹이 문제인데, 미국, 일본, 프랑스의 3국이 핵산업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20%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이 동남아시아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에너지 민족주의의 문제이다. 핵 산업계의 이해와 국민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과정이 있는데, 에너지 소비자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탈핵으로 가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외정책 하 동아시아와 한반도 세션1에서 발표자였던 조셉 거슨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이 논의해야 할 핵심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의 주요 정책 대상이 현재 동아시아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오바마의 대외 정책과 미국의 대외 정책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오바마가 핵 선제 공격을 포기하려다 펜타곤의 압박으로 실패했거나, 국방예산 인상과 관련해 러시아와의 핵무기 경쟁을 막기 위해서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핵안보정상회의의 복잡성을 인정해야 하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의제 중에 중요한 의제가 있고, 몇 가지 기만적이고 이기적인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있다는 점을 구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거슨의 주장과 관련해 세션1에서의 쟁점이 반복되었다. 사회진보연대 임필수 운영위원은 오바마 정부가 공화당과 불가피하게 타협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오바마의 선의가 아니라 타협의 결과, 객관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모두가 확인한 것처럼 오바마의 핵무기 축소는 좀 더 실전에 활용가능한 핵무기 개발, 핵무기 현대화 계획이고, 그것은 직접적으로 한반도와 관련을 갖기 때문이다. 다함께 장호종 활동가도 오바마의 정책과 미국의 정책을 구분한다면 핵안보정상회의는 누구의 정책이라고 말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며, 국가가 나서서 테러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고, 오히려 더 많은 테러를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테러가 실존하는 위협이냐도 중요하지만, 테러를 막고자 하는 주체가 누군지를 생각해보면 국가들, 그것도 핵을 보유한 국가들이 모여서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고, 그렇기 때문에 핵안보정상회의 같은 논의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이 아니겠냐고 제안했다. 거슨은 오바마와 보수의 타협이 결국 한반도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미 정부 내 입장 차이를 고려했으면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였다. 계속되어 반복되는 이 쟁점은 미국과 한반도가 처한 조건이 현저히 다른 점, 그 안에서 각 국의 반전평화운동이 맞서고 있는 대상과 취하고 있는 전략이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헤게모니 국가와 이 국가의 대외정책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 반주변부 국가의 반전평화운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겨우 문제가 제기된 단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반핵운동에서 한국의 위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지정토론에서 진보신당 김현우 녹색위원장은 동아시아 반핵운동의 아젠다가 무엇이 되어야하며, 한국 반핵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반핵운동에서는 핵발전소 사고가 지구상에 보편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연대하자는 큰 틀의 이야기와 후쿠시마의 하청 노동자, 이와이지마 투쟁 등과 같은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투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간단계, 즉 동아시아 반핵운동이 함께 할 지역과제가 무엇이 되어야하는지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쟁을 각자 응원하지만 함께 과제를 제시하고 풀어가려는 노력이 부족한데, 동아시아의 지역의제를 도출하는 것이 실제 연대활동을 강화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현우 위원장은 한국 반핵운동의 위상도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상호 의존성과 연결성의 의식이 있어, 가령 독일이 탈핵으로 나아가면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주지만 동아시아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한국은 탈핵 운동에 있어서도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한국적 핵 정책 모델이 아시아에 수출되고 있고, 안면도, 굴업도, 영덕에서 벌어진 싸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투쟁이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핵발전 정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도 한국에서의 반핵운동은 중요하다. 그는 실제 핵발전소가 건설되어 있는 국가들에서 반핵운동이 어떻게 임계치를 넘기느냐가 중요한데, 그 순서를 상상해보면 일본, 한국, 타이완, 중국 순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핵마피아와의 결전을 앞두고 있는데, 이 싸움을 우리도 도와야 하며 이 운동이 한국과 타이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서로 활용하는 견인차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탈핵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총선에 임한 녹색당의 이유진 비례후보는 4.11 총선에서 탈핵의 이슈를 쟁점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당들이 탈핵 입장을 명확히 하고,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 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말했다. 핵 없는 세계를 위한 우리의 과제 현재 한국 반핵운동은 핵발전과 핵무기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에 서있다. 무리하게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의 사고가 은폐되었다 밝혀졌고,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도시로 보내기 위해 송전탑을 세우려는 시도에 맞서 오랜 기간 싸워온 밀양의 투쟁이 알려졌다. 이것이 한 평생 이 땅에서 농사를 지었던 이치우라는 농민의 삶과 맞바꾼 것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014년 개정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도 있다.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권한을 보유한다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함임을, 이미 남한의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려내야 한다. 이와 같은 중대한 시점에 열린 이번 국제포럼은 향후 한국 반핵운동의 과제를 설정함에 있어, 함께 논의하고 고려해야 할 쟁점을 다양하게 제기했다.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과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포럼에서 제기된 논점들을 구체화하고 진전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시아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는 핵발전소로 연결된 운명 공동체임을 알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핵발전소 건설을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며 아시아 각국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의 반핵운동은 아시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한국의 반전평화·반핵운동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운동에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