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지도 지침 규탄한다! 임금인상 투쟁을 전면화하자! [%=사진1%] 지난 1월 23일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해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관련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대법원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이번 고용노동부의 지도지침은 임금의 실질적 삭감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미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에서는 사측의 실질적인 임금삭감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임금삭감 안내서 대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 지침은 재계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주었다. 먼저, 대법원은 1개월이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임금도 정기성이 있다고 판단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최소화한 노동부 행정해석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명절 상여금, 하계휴가비 등 복리후생비는 고정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또한 고정성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여 고용노동부는 정기상여금 역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할 경우에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즉, 퇴직자에게 일할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또 다른 방식으로 최소화하여 임금인상을 억제하려는 재계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다음으로,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노사합의는 무효임을 분명히 하면서 통상임금 범위는 노사가 자율로 정할 사항이라는 재계 입장, 사실상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취업규칙과 단협조항을 인정해달라는 입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신의성실의 원칙을 앞세우며 ‘노사합의’나 확립된 ‘관행’이 있다면 또는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된다면, 노동자들의 체불임금 청구는 기각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과거 기업들의 위법행위는 묻어두고 노동자가 체불임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최소화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용노동부 지침은 기존 노사합의의 유효기간까지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과거 통상임금 산정이 잘못돼 못 받은 임금을 청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다. [%=사진3%] 자본의 미소, 발빠른 대응 이처럼 대법원 판결은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노동운동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본에게는 어떤 손실도 없고 노동자에게는 어떤 이득도 없는 매우 정치적인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룬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사측 대리를 맡았던 홍준호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사용자측을 대리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제 ‘임금삭감 안내서’라 할 수 있는 고용노동부 지침을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먼저 재계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강경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일 경총이 주최한 통상임금 관련 세미나에서는 개별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도록 단협 조항을 모두 뜯어고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상여금에 재직자 조항을 삽입하거나 일할 지급 조항을 삭제하거나 상여금을 기업실적에 따른 일시적·부정기적 성격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기존에 노사합의로 지급했던 복리후생적 금품을 모두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것이다. 만약 노동조합이 이를 거부하면 교섭을 지연시키고, 그래도 안 되면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라는 제언도 이뤄졌다고 한다. 이미 현장에서 시작된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삭감 그러나 단협을 둘러싼 노사 간 힘겨루기는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현장에서는 취업규칙 변경을 포함한 광범위한 임금삭감 시도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발빠르게 대처한 회사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 기간에 이미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가령 A사는 2013년 1월, B사는 같은 해 9월에 "정기상여금을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 지급한다"고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취업규칙 변경을 위해 사측에서 서명판을 돌릴 당시, 노동자들은 이 내용이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대한 대비 조치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서야 이 사실을 깨달은 노동자들이 상담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빠르게 임금체계 개편작업을 시작한 사례도 있다.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 기본급을 지급하는 C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정기상여금(400%)을 없애는 대신 해당 금액을 기본급에 반영하기로 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임금 총액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이 제시한 안은 일요일까지 노동자가 특근을 해야만 이전과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안이었다. 그 결과 일요일 특근이 많지 않은 C사 노동자들은 결국 일요일 특근비 만큼 임금이 삭감되었다. 연장근로 여부와 무관하게 지급되던 정기상여금과 달리 이제는 연장근로를 해야만 이전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저임금을 통해 장시간 노동에 대한 유인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뿐만아니라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에 반영하면서 기본급이 기존 법정 최저임금을 훨씬 상회하게 되면서 사측 입장에서는 향후 몇 년 간 법정 최저임금 인상폭을 기본급 인상에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임금인상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었다. 임금인상 투쟁을 전면화하자 현재 민주노총은 각 현장에서 예상되는 사측의 임금삭감 시도에 대한 대응지침을 구체화하고 임단협 시기 파업투쟁을 전개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와의 연대투쟁을 위해 통상임금과 관련된 법제도 개선 투쟁, 대국민용 통상임금 매뉴얼 발간 및 피해 신고센터 운영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조합이 있는 현장에서는 그나마 사측의 임금삭감 시도를 어느 정도 방어하는 것이 가능할지 몰라도,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앞서 살펴봤듯 취업규칙 변경, 수당삭감, 임금체계 개편 등 임금삭감이 별다른 저항 없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노조 조직률을 감안할 때 정부와 재계가 주도하는 임금삭감 시도가 사회 전체적으로는 큰 무리 없이 관철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고용노동부 지침은 기존의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도록 지도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는 노동자 간 경쟁을 강화하고 노동자를 개별화함으로써 임금 결정에 대한 노동자의 집단적 개입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와 자본은 연공급에 해당하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적대를 조장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통상임금 지도지침을 계기로 광범위하게 전개될 임금삭감에 대한 전체 노동자의 공분을 모아내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임금은 2008년부터 6년째 정체되어있는데 이는 1970년대 이후 한국경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노동자에 대한 비용전가가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게 정부와 자본이 사실상 0% 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강요해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사진2%] 나아가 노동운동이 통상임금에 포괄되는 임금항목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넘어서 더욱 포괄적인 전체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을 기획할 때다. 임금인상 투쟁 속에서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축소해나가기 위해 임금을 개별화하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저지해야한다. 또한 최저임금과 연계한 정액임금 인상 투쟁을 비롯하여 노동자 단결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의 사회적 영향력과 정당성을 확대하고,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주체로 형성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러한 시도가 한국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 체제를 바꿔나가기 위한 현실적인 발판이 될 것이다.
소위 내란음모 사건 20년 구형을 규탄한다 3일 검찰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소위 내란음모 혐의자 6명에게 최대 20년 등 총합 105년 구형을 했다. 검찰이 아무리 권력의 하인이라지만 증거도 불분명하고 정치적 목적이 뻔한 사건에 대해 이렇게 구형을 한 것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미래에 있을 수도 있는 재범을 막기 위해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켜야 한다는 중형 구형의 사유는 그들이 말하는 법치주의 논리로도 성립될 수 없는 막장 구형이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수개월 동안 종북몰이의 근거로 삼아온 사건이 정작 재판정에서는 확실한 증거제시도 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혐의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건 자체가 정권에 의해 기획되고 반대세력 탄압용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정권과 지배세력을 비판하고 국가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모조리 종북으로 몰아가고 공안탄압을 휘두르고 사회전반적으로 담론지형의 우경화를 꾀하려는 정권과 국정원의 시도를 민중들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중형 구형을 다시 한 번 규탄한다! 2014. 2. 4 사회진보연대
의료민영화 쟁점 분석(1)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의 수혜 기업은? 목차 Ⅰ 정부의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방안 1.자법인의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 계획 2.가능한 자법인의 형태 3.의료민영화는 괴담이 아닌 현실 Ⅱ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 시 예상 수혜 기업은? 1. 차병원 그룹의 현황 2.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 3.투자활성화 계획은 차병원 그룹의 성장 전략? Ⅲ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의 문제점 1. 의료에 대한 재벌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 1) 민간의료보험이 병원에 투자하는 길이 열림 2) IT의료기기, 제약, 병원물류산업에 진출하는 재벌들 2.의료비 및 건강관련 지출을 확대 3.저질의 일자리를 확산시킴 요약 12월 13일 박근혜 정부는 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을 허용할 계획을 밝힘. 정부는 이를 통해 △ 의료기관과 의료연관사업의 융복합 촉진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시장 창출 및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고, △의료법인의 수익기반 확대를 통해 건보료 경감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음.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 아니다’, ‘정부도 의료민영화 반대한다’라고 주장했고,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의료민영화 논란을 유언비어라고 일축. 그러나 학계는 의료의 영리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까지 민영화로 정의하고 있음. 병원이 부대사업을 통해 추가적인 의료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민영화임. 게다가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은 병원에 영리적 목적의 투자와 배당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동안 국민들이 반대했던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임. 특히 차병원그룹의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운영하는 차움센터의 사례를 통해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허용이 영리병원 허용과 다르다는 정부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반박할 수 있음. 성광의료법인이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을 자회사로 만든다면 기형적 형태의 차움센터는 합법적인 영리병원이 되는 것임. 향후 차움의 모델을 다른 병원도 벤치마킹하며 과잉경쟁하게 되면 의료비상승, 의료기관의 양극화 문제는 더욱 커질 것.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을 통해 민간의료보험회사나 IT의료기기, 제약 산업에 진출하는 재벌들이 병원과 공동으로 출자한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됨. 민간의료보험-병원자본-의료연관산업을 포괄하는 의산복합체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면서 환자 개개인의 의료비 및 부가적 지출의 확대, 건강보험 지출의 증가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게 될 것임. 또한 광범위한 외주화와 단기적인 수익 추구 경향의 강화로 구조조정과 노동강도의 강화를 노동자들에게 요구하게 될 것임.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987
철도 파업의 성과를 안고, 더 큰 싸움을 조직하자! 박근혜 정권 1년, 안녕치 못한 세상에 돌파구를 내다 2013년 12월의 중심에는 철도노동조합이 있었다. 수서KTX의 분할로 시작될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고, 이는 곧 정권과의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 철도노조는 22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의 기록을 세우며 훌륭하게 싸웠다. 박근혜 정권과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파업 대오에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파업 참가자 전원인 8000여 명의 노동자를 직위해제하고, 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민주노총 건물에 공권력 투입을 감행했으며, 파업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등 사상 초유의 탄압을 보여주었다. 정권 초반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2008년 촛불의 학습효과가 있고, 철도공사의 분할은 이후 진행할 공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기에 이번 싸움이 정부에게는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탄압 공세에도 불구하고 철도 파업이 기세 좋게 이어진 것은 시민들의 너른 지지 덕분이었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단순한 물음은 한국 사회에 메아리와 같은 수많은 반향을 낳았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시민들이 철도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이 갖는 의미를 들여다보고, ‘불편해도 괜찮아’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을 뜨겁게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12월 30일 아침, 민주당의 입을 통한 파업 중단 및 복귀 선언은 너무 급작스럽고 실망스럽게 다가왔다. 무작정 장기 파업을 지속할 수도 없었고, 퇴로를 만들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파업의 과정이 그러했듯이 마무리 역시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최대한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싸움의 한 국면이 마무리되었을 뿐 철도 파업의 가장 큰 성과는 민영화의 부당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보수 진영 내에서조차 혼란과 분열이 야기되었다. 친박계 새누리당 의원이 ‘수서발KTX 분할은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라는 입장을 냈으며, 조선일보는 ‘민영화 절대 아니라는 구도를 만들면 이후 어떤 분야에서든 민영화를 추진하기 어려워진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권의 꼼수인 ‘자회사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파업의 결과로 만들어진 국회 소위는 매우 제한적인 역할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자회사 민영화가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가져다 줄 문제들을 밝혀 계획 추진에 제동을 거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번 파업의 종료가 ‘현장 투쟁으로의 전환’이라 밝혔다. 현장에 복귀한 철도 노동자들은 사측의 징계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만만치 않은 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징계 철회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파업을 준비하는 2년여의 시간과 22일 간의 파업 투쟁 속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연대’라는 경험을 어떻게 이후 노동조합 활동에 반영해 활력을 극대화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투쟁의 다음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2차, 3차에 걸친 총파업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는 투쟁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싸움의 중심으로 서고, 그러면서도 시민들과 더 너르게 만날 수 있는 투쟁이 기획되어야 한다. 더 큰 싸움을 조직하고 실행하는 2014년을 열어가자. 2014.1.2. 사회진보연대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이 가져다 줄 재앙 지난 12월 13일 정부는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영리병원 허용, 부대사업 범위 대폭 확대, 병원 인수합병, 광고 규제 완화 등 병원의 이윤추구 심화, 영리약국 허용 등 광범위한 문제점들이 있다. 투자활성화대책의 대부분이 의료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자본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의료체계와 민중의 건강에는 문제를 만들 수 있는 계획들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의료관광호텔을 국회 논의도 없이, 공개 공청회 한 번 없이 통과시켰다. 그리고 지금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민간보험회사가 환자를 유인 알선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철도노조의 파업과 철도민영화 반대 여론이 증가하는 시기에 투자활성화대책이라는 의료민영화 종합 계획을 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방적 의료민영화 추진 계획이다.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 정책은 평생을 생존을 위해 노동하다가, 그 노동으로 병을 얻게 되는 노동자 민중들에겐 쓰나미와 같은 재앙이다. “진짜 미칠 노릇입니다” 정부는 철도와 마찬가지로 자기 정책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는 변명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민들은 의료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을 의료민영화로 부르고 있고 이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이 발표된 후 15일 저녁, 의료민영화가 네이버 검색어 1위가 되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서명 운동이 범람했다. 하루 1,700만 명이 방문하는 네이버의 검색어 순위는 월요일에도 내려오지 않고 밤까지 지속되었다. 또한 아고라에서 한 네티즌이 일요일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은 하루 만에 목표 1만을 넘어 현재 10만 명을 넘었다. 이 네티즌은 “의료민영화 법안 통과된 거 아시죠?”, “진짜 미칠 노릇입니다”, “2010년부터 떠들썩했더군요. 왜 그 때 우린 알지 못했을까요?” 라며 전 국민이 반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서명운동도 하루만에 1만 명이 서명을 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다음의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의료민영화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고, 둘째, 그 의료민영화가 영리병원 허용과 같은 의료의 ‘영리화’를 의미한다면 전 국민이 들고일어나 반대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양영순 작가의 웹툰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이 웹툰은 필리핀에서 젊은 여성과 아이가 교통사고로 죽어가고 있는데도 돈이 없으므로 치료할 수 없다고 명랑하게 말하는 의사의 모습을 그리며, 한국 땅에서도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이익만 추구하는 자들에게 내던지려 하고 있다’는 경고로 끝난다. 의료민영화가 아니라는 보건복지부의 궤변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이 들끓자, 보건복지부가 진화에 나섰다. 4차 투자활성화대책이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영리병원 추진하지 않는다고 직접 나서서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아고라에 ‘보건복지부도 의료민영화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건강보험을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건강보험을 민영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병원이 영리추구를 하는 것, 돈벌이 경쟁에 내몰리면서 병원의 본분을 잃어버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완전히 다른 것을 의료민영화라고 정의하면서 4차 투자활성화계획이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복지부는 해명하는 글에서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과 인수합병 허용, 법인 약국 허용을 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훌륭한 의료시스템’을 위해 추진한다고 말한다. 예전엔 의료선진화라는 포장이라도 했지만 이번에 박근혜 정부는 노골적으로 ‘병원의 경영효율성·수익성이 약화’되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익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을 위한 투자활성화대책으로 발표한 정책을 의료민영화 논란이 생기자 국민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기만적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말이 안통하네트’로 부르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해명은 이렇게 궤변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을 따져 봐도 틀린 것이 많다. 건강보험을 잘 지키겠다고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은 이미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병원도, 의료비도 그대로 지키겠다고 하지만 이미 병원은 돈벌이 경쟁에 내몰리면서 과잉진료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척추전문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고령인구가 60% 느는 동안 척추수술은 600% 증가했다. 정부의 이번 투자활성화대책은 이러한 병원의 돈벌이 경쟁을 더 부추기고,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을 파괴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영리자회사 설립은 영리병원이 아니다? 투자활성화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법인으로 하여금 부대사업이나 해외 의료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자법인(자회사)을 설립할 수 있게 허용한다. 또한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를 대폭 확대한다. 자회사의 형태는 상법 상 회사, 즉 영리법인이 가능하다.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은 아니라고 한다. 현재 병원은 의료법 상 의료인 개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법인만 설립이 가능한데, 여기에 영리법인도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영리병원 허용이고 이번 계획은 이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영리병원을 반대해 온 이유는 병원에 영리적 목적으로 자금이 투자되고, 병원의 수익이 다시 투자자에게 배당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번 영리자회사 허용 방안 역시 자회사가 중간에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 병원에 영리적 투자와 배당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리병원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미 서울대병원도 SK와 공동 출자해 헬스커넥트 같은 자회사를 만들었는데 서울대병원을 영리병원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이 주식회사에 투자한 행위가 합법적인지는 현재 논란의 대상이다. 서울대병원은 서울대병원 설치법 상 '서울대학교 의학계 학생의 임상교육, 전공의의 수련과 의료 요원의 훈련, 의학계 관련 연구, 임상연구, 진료사업, 그밖에 국민보건 향상에 필요한 사업'으로 사업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활성화대책에 따라 부대사업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을 경우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진다. 정부가 예시로 제시하는 사업에는 구매·임대, 의약품, 의료용구, 의료기기 개발 등 병원과 상시적으로 거래를 하는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구매물류비용은 의료기관 전체 비용의 30%이상을 차지한다. 2012년의 서울대병원을 기준으로 예를 든다면 연 2800억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자산 100억 규모의 헬스커넥트와 질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자회사의 매출을 확대하는 방법은 병원이 더 많이 지출하는 것이고 병원은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환자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내야한다. 병원 자회사가 의료기기 임대 사업, 화장품·건강보조식품 판매 사업 등을 운영하는 경우 병원은 환자로 하여금 더 많은 검사를 하도록 유도하고, 더 많은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다. 병원에 영리적 목적으로 자금이 투자되고, 이윤이 배당될 뿐만 아니라 병원이 더욱 극단적인 수익추구를 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안은 영리병원 허용방안과 동일하다. [%=사진2%] 투자활성화대책의 수많은 문제점들 투자활성화대책은 또한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 외국인환자 병상 확대, 병원광고 확대, 법인약국 허용, 신의료기술 평가 간소화로 조기 시장진입 허용, 신약 건강보험 등재 소요기간 단축 등 병원,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의 수익 창출과 관련한 내용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 역시 영리자회사 허용과 마찬가지로 민중의 건강을 지켜야 할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민중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의료법인간 합병은 병원의 영리화와 분리되지 않는다. 현행법 상 병원들은 경영난이 와도 재산을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비용을 조금이라도 회수하기 위해 파산 때까지 운영해 임금체납, 의료서비스 질 저하가 발생한다. 정부는 다른 의료법인이 합병하게 되면 이런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의료 인프라 공급 과정을 방임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유럽 국가들처럼 지역 주민의 구성과 숫자에 따라 실제 얼마나 의료인, 병원이 필요한지 예측하고 자원 배분을 통제하지 않을 결과가 지금의 의료양극화다. 문제 개선은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밖에 없다. 게다가 병원을 사고 팔 수 있게 되면 경영진들은 병원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게 노동자를 쥐어짜고 환자들의 호주머니를 털 것이다. 수익을 많이 내서 자산을 축적한 병원이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주변 병원을 인수해 영리화를 부추길 위험도 있다. 이미 유디치과와 같은 네트워크 병원이 수익을 위해 고가의 시술을 강권하는 등 의료상업화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의료관광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지하철, 명동과 같은 주요 도심지에 병원 광고를 허용할 예정이다. 외국어로만 광고 문구를 표기한다고 하지만 어느 병원인지는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광고비용은 고스란히 의료비에 전가 될 것이다. 또한 신의료기기, 신약의 출시기간을 줄인다고 하는데 이것은 국민의 안전에도 위협이고, 의료비만 높이는 계획이다. 신의료기술이라 각광받던 로봇수술의 경우 병원이 경쟁적으로 로봇 수술 기계를 도입하면서 고가의 로봇 수술을 환자에게 강권했고 의료비가 올랐다. 그러나 현재는 의료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로봇수술이 치료 효과도 별로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신중하지 못한 신의료기기, 신약의 도입은 오직 제약자본, 의료기기 자본만 배불리는 방안이다. 법인약국도 재벌들이 약국 체인점 사업에 진출하도록 허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재벌들에게 바치는 ‘말이 안통하네트’의 선물 투자활성화대책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1주년 기념으로 재벌에게 주는 선물이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기 전부터 경제신문에서는 우회적 의료채권을 통해 병원에 투자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금융자본은 한국 병원의 수익성을 평가하기 위한 독자적인 신용평가 방식도 이미 개발 해 놓았다. 실제로 투자활성화대책은 영리자회사를 통해서 병원에 우회적으로 투자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런 투자가 가능한 기업은 초국적 금융자본이나 재벌이 될 것이다. 작년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 설립이 추진되었는데 그 주요 투자자는 다이와 증권이라는 초국적 금융자본과 한국 제1의 재벌 삼성이었다. 또한 병원에 약과 의료기기, 물품을 공급하는 관련 산업은 병원과 합작회사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이런 의료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재벌들이다. 삼성은 제약, 의료기기를 미래 대표적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국내 1위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했고, 제약회사도 설립했다. 이 뿐만 아니라 병원 건설, 유통까지도 삼성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합작회사를 만든 SK는 병원의 전산 시스템(EMR), 약국관리프로그램 등을 파는 유비케어, SK제약을 계열사로 소유하고 있다. 이런 재벌들이 이번 대책을 통해서 병원과 공동 출자하는 자회사를 만들게 되면 실질적으로 병원에 투자할 수 있게 되고 병원이 더욱 영리적으로 운영하도록 압박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철저히 산업 발전의 논리에 맞춰서 의료제도를 개선하는 계획이고, 이 수혜자는 재벌들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철도·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을 만들자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시민들의 지지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의 선풍적 인기는 박근혜 정부의 막무가내 식 정치에 피로감이 많이 쌓였고, 비판적 여론도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는 민영화냐 아니냐를 가지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라보는 핵심은 건강을. 의료체계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수서발KTX 자회사를 만드는 철도 역시 이 점에서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것을 민영화라고 부르며 반대하고, 박근혜 정부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답은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폭력 침탈과 노조원들의 연행이었다. 몰상식한 폭력적 탄압에는 더 큰 투쟁으로 화답하는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더 광범위한 투쟁과 매일 저녁 촛불집회 및 시민들과의 연대투쟁, 28일 백만 시민 행동의 날 투쟁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투쟁에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노동자들도 함께 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을 선언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누구보다 능동적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 특히 병원의 영리화를 누구보다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병원노동자, 의료인들이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연대할 수 있는 투쟁을 모색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
삼성의 무노조는 삼성 혼자 이루지 않았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처럼, 삼성의 무노조 왕국 또한 삼성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었다. KBS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기획창"은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대기업에 재 취업한 사례들을 보도 했다. 이 보도를 통해 고용노동부와 검찰, 국세청 등에서 일했던,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하고, 삼성에 사외이사 등 고위 임원으로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러 대기업 중에서 삼성이 특히 많은 공직자를 사외 이사 등 고위 임원으로 채용했다. 퇴직 후 2년 안에 대기업에 재취업한 사례는 삼성이 106건으로 압도적인 1위 였고, 현대 42건이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서 윤영선 관세청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검찰에서 대기업으로 옮긴 사람들 중 삼성으로 간 비율은 55%나 된다. 특히 고용노동부 출신이 삼성에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삼성은 노사 문제의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서 채용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에 이정도 전문가가 없을까? 삼성에는 수많은 변호사와 노무사들이 일하고 있거나 계약을 맺고 있다. 그들은 고용노동부관료 못지않은 전문가들이다. 능력과 실력이라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액 연봉을 주면서까지 이들을 채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답은 뻔하다. 바로 이들의 경력과 정보 인맥을 동원해서 효과적인 노무관리를 하기 위함이다. 말이 노무관리지 삼성의 무노조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조탄압일 뿐이다. 삼성의 노조파괴 문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삼성은 노조를 막기 위해 모든 역량과 정보를 총 동원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 역량에 바로 노동부와 검찰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포함된다. 결국 무노조라는 악랄한 신화는 삼성 혼자 이룩한 것이 아니었다. 삼성이 무노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 계 각층의 다양한 삼성장학생들의 합작품인 셈이다. 수많은 고위 관료출신들은 삼성의 이익을 위해서, 이건희 일가를 위해서 정부관계부처의 인맥을 주무르고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정부정책을 바꾸기도 하고, 혹은 노동조합을 방해하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빼내 왔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를 의심할 만한 상황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직업병 유무 역학조사를 담당했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퇴직 후 삼성 SDI 사외이사로 옮긴 것을 비롯해서 고용노동부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삼성의 노조탄압을 지휘하는 신문화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맡았던 역학조사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 이상이 없다는 면죄부를 줬지만 같은 사실을 서울대가 조사한 연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에 대한 수시근로감독을 시행했던 고용노동부는 위장도급이 아니라고 판결 내렸다. 정부관계기관에서 삼성에 내린 수많은 면죄부가 하나 둘 스쳐가는 것은 괜한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정권의 전직 고위 관료가 삼성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부 등 다양한 정부기관 출신, 삼성임원들을 노조파괴 필수인력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이 현재 삼성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결정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밝힐 것을 요구한다. 정말 삼성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고용한 것이라면 더더욱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정부는 고위 공직자들이 삼성에 재취업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특히 노동부나 검찰 관료들이 삼성에 재취업하는 행위는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삼성이 무노조라는 반 헌법적 경영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지키는 곳이고, 검찰은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들에서 반헌법적 행위를 거리낌없이 하고 있는 삼성에 재취업해서 그 행위를 돕는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만일 정부에서 이에 대한 시정이 이뤄지지 않고, 삼성에서 정부 관리들을 자신들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 영입하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정부와 삼성을 반 헌법 노조파괴의 공모자들로 부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이와 같은 의심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혀나갈 것이다. 만일 객관적인 사실들이 밝혀진다면 삼성과 관련자들은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3년 12월 18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 60주년에 때맞춰 발간된 『폭격』에서 저자 김태우는 한국전쟁기 미 공군의 공중폭격 잔혹사를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그를 따라 폭격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1903년 12월 17일 라이트 형제가 10여초에 걸친 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한 뒤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인류는 최초의 비행기 공중폭격을 실행했다. 1911년 이탈리아가 리비아를 식민화하기 위해 오스만제국과 교전하면서 최초의 공중폭격을 감행한 것이다. 유럽의 제국주의 열강들은 자국 군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식민지 원주민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공중폭격의 매력에 쉽게 사로잡혔다. 유럽인들은 소이탄과 집속탄 같은 신무기를 활용한 무차별적 폭격을 ‘문명화의 임무’라는 수사로 포장했고, 폭탄은 문명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은 참호전이자 지상군의 전쟁이었고 비행기는 여전히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 공군이론의 창시자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줄리오 두에는 1921년 『제공』에서 현대전의 핵심 요소로 제공권의 장악을 강조함과 동시에 ‘전략폭격’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전략폭격이란 적의 전쟁수행능력과 전쟁의지를 무력화하기 위해 적 점령 하의 주요 도시나 생산동력교통통신 시설, 정치군사적 중추부를 파괴하는 폭격 작전을 의미한다. 이에 대비되는 ‘전술폭격’ 개념은 지상부대나 해상부대의 작전을 보조하는 공중폭격을 뜻한다. 두에와 동시대 인물이자 1차 대전 후 10년간 영국공군 사령관을 역임한 휴 트렌처드는 적군의 전투수행능력보다 적국 국민 전체의 전쟁의지를 파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렌처드가 체계화한 전쟁수행의지 파괴 개념은 2차 대전 당시 영국공군의 ‘지역폭격’ 개념으로 현실화되었다. 2차 대전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미군은 영국군의 지역폭격에 대비되는 ‘정밀폭격’을 표방했지만, 전쟁 말기에 이르러 그것은 유럽에서도 태평양에서도 유지되지 않았다. 1945년 2월 미국은 영국과 합동으로 독일 드레스덴을 공습하여 민간인 10만 명의 희생을 초래했고, 이어 3월부터는 일본 본토 전역을 공습하여 사망자 51만 명, 이재민 964만 명의 희생을 초래했다. 전략폭격 개념을 핵폭탄이라는 ‘절대무기’와 결합한 세계 최초의 전략폭격기가 바로 B-29였다. 1943년 개발되어 1944년 실전 배치된 B-29는 1945년 봄부터 여름까지 매일 일본 본토 상공을 비행하며 도시의 인구밀집지역 태반을 폐허로 만들었다. 8월, B-29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은 2차 대전의 종전이 아닌 ‘3차 대전’의 개전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전략폭격 개념은 핵폭탄을 장착한 장거리 중폭격기가 수행하는 것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5년 뒤, 한국전쟁은 미 공군 전략폭격의 변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실험장이었다. 한국전쟁기 미 공군의 폭격 전개과정은 크게 네 시기로 구분된다. 첫 번째 시기는 한국전쟁 발발부터 중국군 참전 전까지인 1950년 7-10월의 시기로, 이 기간 중 미 공군은 ‘정밀폭격’ 정책을 표방하였다. 이는 5년 전 일본에 가한 ‘전략폭격’의 군사적 효율성 및 도덕적 정당성을 둘러싸고 군 당국 안팎에서 불거진 논란을 감안한 조치였다. 미 공군은 북한지역에서 후방의 주요 ‘군사목표를 제한적으로 정밀폭격’하기 위해 B-29 등 폭격기를 동원한 전략항공작전을 전개한 반면, 남한지역에서는 ‘전선 부근의 지상군을 화력 지원’하기 위해 F-80 등 전폭기를 동원한 근접지원작전을 전개하였다. 문제는 북한지역의 폭격 대상이 대개 대도시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하였던 데 반해 폭격기의 명중률은 현저히 낮았다는 데 있었다. 가로 10미터 세로 200~300미터 크기의 대형건물을 B-29가 폭탄 하나로 적중시킬 수 있는 확률은 0%에 가까웠으며, 최소한 100~200발의 폭탄으로 대량폭격을 가해야만 50~80%의 적중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남한지역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안정한 전술항공통제시스템으로 야간에 침투하거나 산 속에 은신한 적들을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점차 조종사들은 ‘육감’에 의존하여 ‘점 표적’이 아닌 ‘지역 표적’ 위주의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중국군이 참전을 개시한 1950년 11월부터 정전협상이 시작된 1951년 5월까지의 시기다. “북한에는 더 이상 도시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1951년 8월경 한 외신 보도처럼,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 북한의 눈밭 위에 불의 비가 쏟아졌고, 북한 전역은 초토화되었다. 중국군이 참전할 경우 최악의 대량학살(greatest slaughter)을 벌이겠다는 맥아더의 공언은 1950년 11월 초 중국군의 참전이 공식화되면서 구체적인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1950년 11월 한 달 동안 이뤄진 B-29의 소이탄 투하로 만포진 95%, 회령남시고인동 90%, 초산 85%, 강계희천삭주 75%가 파괴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1950년 11월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원자폭탄의 사용은 언제나 능동적으로 고려되어왔다”고 경고하였고, 12월 유엔군사령관 맥아더는 핵무기 사용에 대한 재량권을 요구한 데 이어 26발의 원자폭탄이 투하될 목표물 리스트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소이탄 폭격과 핵폭탄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1950-51년 겨울 피난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전선의 후퇴에 따라 ‘흰 옷 입은 사람들’에 대한 소개 작전이 남한지역으로도 확대됐다. 1951년 초 강원경기경북충북의 민간지역에서 발생한 네이팜탄 폭격은 적의 은신처로 사용 가능한 시설을 적군이 도시나 마을로 진입하기 전에 파괴하는 ‘효과적인 작전’으로 간주되었다. 정전협상이 개시되고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진 1951년 6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이르는 세 번째 시기에 미 공군의 폭격은 중국으로부터 보급되는 식량과 무기를 운송하는 철도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전회담에 압박을 가할 물리적 수단으로서 공중폭격에 주목했던 것이었다. 그러던 1952년 7월, 미 공군은 차단작전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폭격 전략을 대폭 수정한다. “극동공군 최대역량 투입을 통해 공산군에게 최대한의 압력을 행사할” 목적에서 ‘항공압력전략’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때부터 정전협정이 체결되는 1953년 7월까지 미 공군은 민간인들을 향한 대량의 무차별적 폭격을 통해 적에게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자 하였다. 그 첫 목표물은 수풍부전장진허천부영금강산 등에 위치한 수력발전소였고, 그 다음 목표물은 견룡자모용원에 소재한 저수지였다. 이처럼 1953년 B-29에 의해 이뤄진 대부분의 폭격은 ‘적에 의해 보급품 집적소로 활용되는 작은 마을과 소도시’의 민간시설에 집중되었다. 이와 같은 전쟁 막바지 폭격 양상은 차단작전에서 파괴작전으로 변화한 극동공군 작전의 성격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미 공군의 폭격은 정전협정 조인이 이루어진 그날까지도 쉼없이 계속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본격화된 냉전 체제에서 B-29를 대신해 미국의 주력 전략폭격기로 자리 잡은 것이 B-52였다. 1955년 실전 배치된 B-52는 1956년 비키니섬에 수소폭탄을 투하함으로써 핵경쟁 무대에 뛰어올랐다. 미국의 핵무기 운반수단은 본토에 배치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이 보유한 잠대지핵미사일(SLBM), B-52에 탑재한 공대지핵미사일(ALCM) 세 축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B-52는 현시 효과란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간주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에서 묘사되듯, 핵폭탄을 잔뜩 실은 B-52는 지구 곳곳에서 항상 하늘에 떠있으며 그 임무는 특별명령에 따라 사전에 지시된 소련의 공격목표물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이다. 게다가 운용 범위와 비용을 고려하면 매우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B-52는 베트남전에서 3백만톤의 폭탄을 투하했고 이라크전에서는 투하된 폭탄의 42%를 도맡았다. 한 마디로 B-52는 미국의 핵공격과 세계지배의 상징이었다. 그런 B-52가 올해 동아시아에 유난히 자주 출현하고 있다. 지난 3월 한반도 상공에 세 번이나 출격하더니 11월 말에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상공에 전격 출격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대한 노골적 무력시위인 셈이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상대방의 반작용이 악순환을 그리며 역내에서 군사적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되는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과 공중폭격 문제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현재의 문제라는 저자의 경고를 우리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번 『사회운동』의 [특집] 주제는 ‘노동조합 국제연대 사업의 현황과 평가’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경제위기에 대한 반동으로 인종주의 또는 종족적 민족주의가 발호하는 현 정세에서 국제주의는 오늘날 정치를 사고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지금까지 국제주의의 이념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호에서는 국제주의의 현실을 다룬다. 먼저 임월산은 세계화된 공급사슬을 따라 국제적 조직화를 시도한 미국 제2노총의 경험을 검토한다. 조은석은 자동차업종에서 노동조합간 국제연대의 방안으로 검토되어온 여러 실험들을 분석한다. 정영섭은 세계 이주노동자 이슈를 망라하면서 아시아지역 이주노동자 운동 과제를 제시한다. 류미경은 국제 노동조합 조직과의 관계에서 민주노총의 국제연대 사업을 점검한다. 필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기된 평가인 만큼 생생한 현실과 고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노동조합 운동에서 국제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토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획]으로는 오늘날 핵발전의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박상은이 후쿠시마 사태의 교훈을, 김태훈이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비판을 각각 다룬다. 내년에 더욱 알찬 『사회운동』으로 찾아올 것을 다짐하며 올해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