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불안이 상존하는 가운데 계속되는 위험 신호 2008년 9월 리만 브러더스 파산 후 2년 전 2008년 9월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면서 세계경제는 한치 앞을 모르는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1930년대 세계대불황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해졌다. 2007년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결국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그러나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경제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각국경제는 1년 반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2009년 3/4분기부터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경제지표상으로는 경제위기가 종료된 것이다. “세계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가 사실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경제위기의 심도나 기간을 보면 이번 경제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에 견줄 정도는 아니었다. (세계대공황 당시 미국에서는 4년 내내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첫 세 해는 10% 내외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 이후 경제가 성장하다가 4년 뒤에 또 마이너스 성장을 해 결국 2차 대전에 정부의 막대한 군비지출을 통해 완전히 불황에서 탈피하였던 것이다. 물론 라트비아 등 발트 3국과 아일랜드 경우 1930년대 대공황에 근접하는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호전은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 전형적으로 취해진 금리인하 및 수량완화 같은 통화정책과 대규모 경기부양 같은 케인스주의 정책, 금융부문의 구조조정, G20으로 상징되는 국제적인 공조 등이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해서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중국, 인도 등 거대 개도국들의 강력한 성장세가 불황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중국의 경우 위기가 한창인 시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았고, 회복 시에는 수입 증대를 통해 동아시아, 심지어는 독일과 미국의 회복에도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 개선되지 않는 고용 상황 그러면 이제 “세계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는 종료되었고 세계경제도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인가? 여러 가지를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답은 부정적이다. 미국의 성장세는 대폭 하락하여 더블딥 가능성이 이야기될 정도이고, 그리스로 대표되는 남유럽 몇 나라와 아일랜드의 국가부채는 여전히 현안으로 등장해 있어 해결난망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에 미국경제를 중심으로 이후 세계경제의 향방을 전망해 보기로 하자. 미국경제 현황부터 보기로 하자. 미국경제는 2009년 3/4분기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뒤 2009년 4/4분기 성장률은 5.0%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2010년 1/4분기 성장률은 3.7%로 둔화되었고, 2/4분기에는 1.6%로 더욱 낮아졌다. 거의 정체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표현에서 적절히 드러나듯이 1년여의 플러스 성장 뒤에도 고용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지난 8월 실업률은 9.6%로 2009년 10월에 기록한 직전 최고치 10.1%에 비해서는 약간 낮아졌지만, 5월에서 8월 사이 실업률은 9.5%에서 9.7% 사이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즉 최근 들어 실업률이 낮아지거나 고용사정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미한 성장으로 인해 신규 고용 창출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실업률은 위기 이전 4-5% 실업률에 비춰보면 매우 높은 것이고, 장기실업자 비율 등 여러 고용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를 보건대 전후 최악의 고용상황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면 이후 미국경제는 어떤 모습을 띨까? 우선 간단히 지적할 사안은 하반기부터 경기부양 규모가 감소할 예정이라는 것과 지난 1년 동안의 성장 중 재고변화의 기여도가 약 60%에 달한다는 점이다. 즉 경기부양 감소 그 자체로만 보면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이고, 재고증가로 인한 성장률 제고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주택 부문의 불안한 게걸음 행보 더욱 중요한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자. 이번 위기의 진원지였던 주택부문은 약간 호전되다가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판매량은 금융기관 차압주택 판매가 반을 차지할 정도로 극히 부진하고, 주택가격은 약간 상승한 후 게걸음을 하다가, 7월부터 다시 하락을 하고 있다는 보도다(<그림 1> 참조). 신규주택 구입 시 제공되던 8,000달러 세제혜택 조치가 4월로 종료되고 난 뒤의 일이다. 물론 케이스-쉴러 지수로 33-34%가 하락했던 1차 하락 때와 같은 급격한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는 하지만, 추가적으로 5-10%가 하락한다 하더라도 이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원리금 상환 연체 및 유질처분은 늘어날 것이고, 주택담보대출에 기초하여 발행된 각종 유사채권들의 가격은 다시 하락할 것이며, 아직 이런 채권들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다시 부실해 질 것이다. 또한 지금도 상환해야 할 주택담보대출금보다 주택가격이 낮은 일명 ‘깡통주택’(마이너스 에쿼티)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수가 주택담보대출 이용가구의 약 23% 정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들 가계의 소비가 더욱 움츠러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사실 이들은 ‘생산수단을 전혀 소유하지 못하고 자신의 노동력만 소유한’ 노동자가 아니라, '깡통주택'이라는 마이너스 자산까지 소유하고 있어서 노동자의 지위에도 미달한 일종의 주택노예라 칭할 만하다. 실제로 이들은 실업을 당했어도 노숙을 무릅쓰지 않고는 멀리 다른 곳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 뉴욕타임즈에 정기 칼럼을 쓰고 있는 크루그만 교수는 미국에서 신규 채용공고가 꽤 늘고 있는데도 실업률이 잘 떨어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로 ‘깡통주택’에 긴박되어 있는 노동자가계를 지목하기도 한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런 주택부문 침체가 단기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진1%] 위안화 문제의 교착 둘째, 대외 조건을 살펴보자. 우리가 보기엔 미국경제가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의 대폭적인 절상을 통해서 수출을 늘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유럽은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국가부채 문제를 안고 있어서 유로화가치가 더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고, 엔화가치도 더 이상 상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문제는 위안화절상 여부이다. 중국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구가하고 있어 위안화 절상 여력은 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위기 기간에 위안화가치를 달러에 고정시켜 놓았던 중국당국은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하여 위안화가치가 일정하게는 다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몇 달 동안 위안화 가치 상승은 1% 정도에 그쳐 미국의 기대에는 현저히 못 미쳤다. 크루그만 교수 같은 이는 중국의 이런 환율관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며 미 정부가 중국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수입관세 부과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자금이 미국에서 철수하여 달러가치가 하락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수출을 늘릴 수 있어 미국에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환율관리가 '부자 몸 사리기' 측면이 없지는 않고 이것이 세계경제나 미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도, 개도국에서의 대폭적인 평가절상-거품형성-경상수지 악화-거품붕괴-초민족자본 철수-경제위기의 싸이클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마당에 위안화의 대폭적인 절상을 회피하려는 중국의 처신을 비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중국을 설득하고 강제해낼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위안화 절상을 통한 대 중국 수출 증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쉽지 않은 추가 경기부양 다음으로는 추가적인 경기부양 가능성을 살펴보자. 이후 현재의 저성장과 고실업을 상당부분 해결할 정도의 추가적인 경기부양 가능성은 있는가? 이도 부정적이다. 성장률이 지지부진하고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면서 오바마와 민주당의 지지는 하락하고 있어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공화당을 견제하면서 상당 규모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안을 제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정부부채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 소소한 규모면 몰라도 현재의 실업률을 대폭 낮출 정도의 대규모 추가부양책은 오바마와 민주당마저도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11월로 예정되어 있는 중간선거는 그야말로 경제위기 책임 떠넘기기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인다. 이상을 종합하면, 미국경제의 성장률은 하반기 들어 더욱 악화되고 실업률은 거의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10% 내외의 실업률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제위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한 루비니 교수는 하반기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1% 이하에 머물 것이며, 더블딥과 디플레이션의 위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2%] 이윤율 반등의 가능성 크지 않아 이윤율 대용으로 비금융법인자본 세전수익률(=영업이익/(순자본스톡+재고))을 이용하여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자본주의의 향방을 이야기해 보자. 주지하다시피 1960년대 중반 전후 최고치에 오른 미국의 이윤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한다. 시기를 보다 세분해보면 1980년대 초반까지 추세적으로 하락한 이윤율은 초민족적 거대자본들이 IT혁명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통해 노동자와 개도국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면서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말까지 미약하나마 추세적으로 상승한다. 1990년대 말-2000년 초반 IT 거품형성과 붕괴로 이런 기조는 꺾이고, 2007년 부동산-주택 부분의 거품형성과 붕괴는 이를 다시 확인한다. 즉 80년대 중반부터 1997년까지의 상승추세가 그 뒤에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자본생산성(=국민소득/유형고정자산) 추이도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는 상승하다가 그 이후에는 하락한다(<그림 3> 참조). [%=사진3%] 이후 이윤율과 자본생산성의 추세는 어떻게 될까? 이윤율(=자본생산성×이윤분배율)에 규정적인 것은 사실 자본생산성이므로 자본생산성의 추이를 예상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자본생산성의 상승은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의 도입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새로운 대규모의 자본축적을 전제한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수요부족의 상황에서는 작아진 이윤량으로 인해 새로운 대규모의 자본축적이 이루어질 수가 없고, 고용인구의 감소 혹은 정체로 분업 협업의 확대를 통한 생산성제고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2000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자본생산성의 후퇴 내지 정체상태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실 2000년대 중반 주택부문에서의 거대한 거품형성 및 붕괴는 미국자본주의의 후퇴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1990년대 말 IT 거품은 생산성증대의 결과냐 아니냐를 논란해볼 여지라도 있었으나 주택부문 활성화에서 투자은행 등 거대 금융기관들이 얻은 막대한 이익은 순전한 금융조작의 결과였을 뿐이다). 이윤율은 근로조건의 하락이나 상승, 가동률의 증감, 달러가치의 하락 또는 상승으로 인한 해외투자자산의 소득 증감 등으로 약간의 부침을 겪겠지만 1997년의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 주택부문의 추가적인 악화,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르는 남유럽 상황의 현저한 악화, 중국의 저성장 궤도로의 진입 등 예상치 못한 내외부 변수와 만나게 된다면 이윤율은 2001년이나 2009년 수준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계속되는 위기의 가능성 자본생산성과 이윤율 운동이 이런 궤적을 그린다고 한다면 미국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는 상당기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루한 불황의 모습을 보일 것이고, 앞에서 언급한 부정적인 요인들이 겹친다면 심각한 위기를 또다시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 등 몇 나라는 미국 및 유럽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지만, 이들도 자본주의 중심국의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각국별로 양상이 차별적이겠지만 세계 경제위기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대한 구체적 분석과 체제적 대안 마련, 이를 위한 운동의 모색은 여전히 유효하다.
안녕하세요 노동자운동 연구소(준)입니다. 활동가를 위한 노동경제 통계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노동 경제 분야의 기본적인 통계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필요하신 분들의 많은 활용 바랍니다. <차례> 1.고용 -취업자 및 실업자 실태 경제활동 인구조사 -비정규직규모와 실태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사회보험가입률/상여금, 퇴직금 적용률/노조가입률, 고용형태별 임 금 근로시간) -산업별 고용실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산업별 분류통계) 광업 제조업조사 (산업편) 사업체 고용 동향 조사/특별조사 (현원, 구인, 채용, 미충원, 부족, 채용계획인원) -외국인근로자(고용허가제)고용동향 2.임금 사업체 임금 근로시간 조사 (사업체 규모별, 산업별, 임금 근로시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직종별, 산업별, 규모별, 학력별 통계) 중소제조업직종별 임금조사 법정최저임금 협약임금인상률 3.노동조합 활동 민주노총 조직현황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 중소제조업직종별 임금조사 (노동조합 결성 유무) 노사분규발생건수 및 근로손실일수 4.국민계정 실질국내총셍산(GDP) 경제활동별 성장률 지출항목별 증감률 노동소득 분배율 5.물가 생산자 물가동향 소비자 물가지수 6.국제수지 국제수지 국제투자 대차대조표 대외채무 7.환율 8.금리 9.정부수지 통합재정수지, 관리대상수지 조세수입 및 조세부담률 국가채무 10.산업활동 자동차 산업 동향 조선산업 동향 IT산업 생산 외국인 투자 제조업 평균가동률 11.기업경영 제조원가명세서 성장성에 관한 지표 손익의 관계비율 자산자본의 관계비율 12. 국제통계 국제 경제성장률 국제 GDP 국제 실업률
목차 발간사 우리는 왜 G20에 반대하는가? G20 정상회의의 역사와 전망 1. G20은 언제, 왜 탄생했나요? 2. 개도국이 포함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3. G20은 무엇을 위한 모임이고 전망은 어떠한가요? 경제위기와 G20 4. G20의 경제위기 원인 진단은 타당한가요? 5.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G20이 합의한 것은 무엇인가요? 6. 경제위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G20과 우리의 삶 7. G20이 합의한 금융개혁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는 것인가요? 8. G20의 글로벌 협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9. G20이 노동권을 보호한다는 데 실제로 그러할까요? 10. G20이 빈곤국 발전을 돕는다는 데 정말인가요? 11. 이명박 정부가 G20을 통해서 노리는 바는 무엇인가요? 12. G20과 APEC, FTA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G20과 우리의 투쟁 13. G20 투쟁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14. 주요 의제에 대한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요? 15. 우리는 어떻게 투쟁해야 할까요? * 인쇄본 구입 문의: 02-778-4001~2, 가격 2000원 * 오탈자 수정했습니다. 새로 올린 파일로 보세요(9월 11일).
현황과 과제 동시 진행 중인 두 개의 위기 이윤율 저하를 배경으로 한 경제 위기는 좌파들이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왔던 자본주의의 지속불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 운동의 희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2000년대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라고 선언했던 세계사회포럼을 중심으로 한 대안세계화 운동은 몇 년째 정체되어 있고,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의 노동조합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의 일상적 투쟁이 때때로 승리하기도 하나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며, 진정한 성과는 노동자들의 확대되는 단결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오늘날의 노동자 운동에 이보다 적합한 말은 없을 것이다. 경제 위기는 자본에게도 타협 의지보다는 계급투쟁의 투지를 불태우도록 만든다. 노동자 운동에게 승리보다는 패배가 일상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이 확대될 수 있다면 우리 운동은 대안 세계를 위한 한 걸음을 더 내 딛는 것이다. 문제는 일희일비하는 승패를 넘어 노동자 단결을 위한 전략적 과제를 찾는 것이다. 노조운동의 이념과 정체성 - 사회운동노조 지금까지 노동자 운동의 전략과 관련된 논의들은 특정 ‘모델’에 도달하기 위해 현재 조직이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지를 찾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으로 독일 노조 모델을 수입한 산별노조-노동자정당 건설 운동과 유럽의 사회 협약(또는 노사정협약)을 따온 노사정협조주의 전략이 있었다. 세계 자본주의 고성장 시대에 정착된 1950~1960년대 유럽 사민주의 모델을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과 금융 세계화가 한창이던 1990년대 반주변부 국가에서 실현하려 했으니,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려 했던 격이다. 안정적 노사관계를 기초로 한 사민주의 모델은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듯이 현실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모두 파탄이 났다. 중앙교섭 쟁취를 중심으로 했던 금속 산별 운동의 정체, 국민정당화의 길로 들어선 진보정당 운동, 이명박식 노사민정으로 희화화된 노사정협약을 보면 굳이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에 독일 산별모델을 1990년대 초부터 열정적으로 소개해 왔던 임영일 소장조차도 산별노조운동의 재설계를 주장하고 나섰다. 투쟁에서 사회협약 정치로 중심을 이동할 것을 십여 년간 주장해온 김유선 소장은 이명박 정권에서 노사정 사회협약은 어려우니 복지의제를 중심으로 야당과 시민운동 진영을 파트너로 사회연대전략을 펴자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제시했던 노동자운동 혁신론은 사회운동노조주의다. 이는 20세기 주류를 이룬 노동조합주의가 한편으로는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협소한 경제적 이익의 방어에만 몰두하는 사회경제적 노조주의(실리적 노조주의)와,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를 정당의 인적, 물적 자원의 동원대상으로 간주하는 정당중심적 노조주의 양자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방어하는 기구임과 동시에 실천을 통해 노동자들이 생산 통제, 민주주의, 생태 평화 페미니즘을 배워나가는 학교다.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노동자들의 대중운동을 통해 대안 세계의 이념과 주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운동노조는 소수의 조직 노동자를 위해 다수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비즈니스 노조나 국내 노사관계 제도화를 통해 자본간 국제 경쟁의 하위 파트너로 노동조합을 격하하는 코포러티즘 노조 모두를 지양한다. 국내외 경제전망 지금부터 검토해 봐야 할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제기된 사회운동노조주의가 최근 세계경제위기 국면에서도 적합한가 여부다. 모든 노조 노선은 정세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사회운동노조주의는 한국 자본주의가 금융세계화 국면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했던 시기에 등장했다. 이 시기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코포러티즘적 약속들을 남발하며 노동자 민중 운동에 환상을 심어주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회운동노조주의는 금융세계화에 맞선 국제적 네트워크의 건설, 재벌 대공장 노조의 실리주의, 국민파 지도부의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비판 노선으로 정세적 적합성을 획득했다. 그렇다면 금융적 축적의 막바지로 이윤율 저하 궤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정세에도 사회운동노조주의는 정세적 적합성을 가질 수 있을까? 먼저, 현재 정세를 보자. 수년간의 저성장/위기 국면이 반복되는 가운데, 중국의 성장 속도, 각국의 정부 재정 위기 진행 과정이 세계 자본주의의 결정적 위기 시기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 지출을 통한 위기 완화는 미봉책일 뿐 이번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던 장기적 이윤율 저하 추이가 변한 것은 아니다.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자본 회전률(자본 조달, 생산, 소비에 걸리는 시간의 역수)을 임시로 높여 이윤율 저하 속도를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다. 정부의 적자 재정은 미래의 세금을 담보로 현재의 소비를 늘리는 것일 뿐인데, 정부 지출로 인한 경제 성장 증가가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와 같은 국가 부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성장은 새로운 헤게모니가 아니라 19세기로의 퇴행 중국의 저임금 노동자 증가는 착취율을 높여 이윤율 저하 속도를 늦춘다. 중국의 자본 수출과 초국적 기업들의 이윤 증가는 세계적 수준에서 자본 축적 둔화를 늦출 수도 있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언제까지 세계 자본주의 위기를 감싸 안고 갈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이 이룬 생산과 경영의 혁신은 전후 세계 자본주의를 재조직할 정도의 힘으로 작용했지만, 20세기 후반 미국 이중적자의 파트너로 성장한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 혁신을 조직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중국 폭스콘, 혼다 자동차 부품 공장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의 성장은 20세기 미국 노동자보다는 19세기 영국 노동자 상태에 가까운 퇴보 속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럭저럭 버티는 가운데 저성장과 국지적 위기 빈발 세계 경제는 세계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 추이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래 세입을 담보로 한 정부 지출과 중국의 성장으로 몇 년간 그럭저럭 버텨나가는 상황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일부에서는 현재 상황이 당장 1930년대 공황처럼 발전할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자본주의가 발전시켜 놓은 위기 관리 도구들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일 수 있으며, 중국이라는 변수를 간과하는 것이다. 당장 대공황과 같은 시장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저성장이 계속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무담보 채권, 모기지 파생상품, 주식 등을 통한 신용 확대가 1990년대 이후의 세계 자본주의 성장을 이끌었는데, 더 이상 이러한 신용 확대를 통한 고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자산 시장 활성화, 자금 조달 비용 감소, 생산과 소비 확대라는 금융-실물경제의 성장이 역전되어 자산 시장 침체, 자금 조달 비용 증가, 생산 감소와 소비 축소, 자산 시장 붕괴라는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국면이다. 각국 정부들의 공세적 통화 재정 정책이 속도를 늦추고는 있지만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이윤율 저하라는 자본주의의 잠재적 성장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악순환의 속도 조절이 다시금 세계적 경기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 많은 통화 재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는 점이나, 유럽 재정위기에 이은 유럽 은행 위기가 언급되고 있는 점이 그 예다. 최근에는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이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저임금 착취를 받아온 중국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한 정세 변수 중 하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라, 세계적 차원에서 생산이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은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바닥을 향한 경주’를 지속했고 그 중에서도 중국은 농민공에 대한 저임금 정책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최근 중국 내 초국적 기업에서 농민공의 파업과 시위가 폭발적으로 전개된 것은 출혈적인 저임금 정책에 맞선 투쟁을 통해 세계적 차원에서 ‘바닥을 향한 경주’를 지양하는 실마리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국 경제 정세의 세 가지 포인트는 재벌의 수탈, 유럽 금융위기, 부동산 거품 한국은 2008년 4/4분기, 2009년 1/4분기 이후 빠르게 경제 성장률을 회복했다. 일부에서는 2010년 6% 이상의 성장을 점치기도 한다. 한국은 2008년 4/4분기부터 증권 시장을 탈출한 미국, 유럽계 금융 자본으로 인해 2009년 초 외환위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2008년 10월 이후 경상수지 흑자와 2009년 중반 이후 국제 금융 시장 위기 완화는 한국 자본주의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① 재벌의 수탈 경제 회복을 주도한 것은 재벌 대기업의 수출이었다. 2008년 6월 400억 달러에서 2009년 1월 243억 달러까지 줄어든 수출은 2010년 5월 다시 400억 달러 선으로 회복되었다. 세계적 무역 감소 속에서도 수출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4분기 46.5%에서 2010년 1/4분기 47%로 상승했다. 수출 대기업들이 대부분 포진되어 있는 100대 대기업의 순이익은 2008년 43.7조원에서 2009년 55.2조원으로 늘어났고, 이들의 순이익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에서 5.5%로 크게 늘었다. 재벌 대기업들의 당기순이익 증가는 2009년 환율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늘어나 매출 감소 폭이 적었지만, 그에 반해 비용 절감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들과 중소 부품 업체의 부등가교환으로 인한 가치 이전이 이들 대기업 자본 축적의 중요한 경로 중 하나다. 단적인 예로 현대차는 2009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1% 가량 감소했지만, 오히려 과감한 비용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을 19% 가까이 증가시켰다. 2009년 현대차의 납품 단가 인하로 인해 현대차의 상위 10개 부품사의 매출액 감소는 현대차의 매출액 감소에 비해 3배 가까이 되었다. 한국의 경제 구조는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하청 계열화 구조이며, 정부의 각종 정책 역시 이들 재벌들을 중심으로 짜여진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제공한 공적자금은 이들 대기업들의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데 쓰였고, 당시만 해도 반주변부 국가의 제조업 기업에 불과했던 재벌 대기업들은 이후 현재와 같은 명실상부한 초국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2008~2009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재벌 대기업은 세계 경제 위기 와중에서도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한 걸음 더 발전했다. 더군다나 이들 재벌들은 2000년대 호황을 기점으로 주요 자금 조달 경로를 내부 자금 조달로 바꾸어 신용 경색의 영향도 덜 받고 있음이 이번 경제 위기를 통해 드러났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을 계속한다면 이들 대기업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비용 전가를 확대할 것이다. 심지어 이들 재벌 대기업들은 수출 비중이 커 국내 경제 성장률 증감에도 상대적으로 둔하다. 현대차의 경우 2009년 전체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고, 생산 역시 국외에서 절반 가량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외 매출이 국내 매출에 4배 가까이 되고, 해외생산 비중도 매출액 대비 절반 가까이 된다. ② 유럽 금융위기 남유럽 재정 위기 이후 더욱 위험도가 커진 유럽 금융 시장은 한국 금융 시장 위험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2009년 말 외국인증권투자 중 33%(1,274억 달러, 약 140조 원)가 유럽계 금융 자본으로 미국보다도 많다. 유럽 금융자본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 내 증권투자를 560% 가까이 늘렸고, 또한 경제 위기 시기에는 가장 빠르게 자본을 빼냈는데, 2008년 말에는 2007년 말에 비해 47%의 자본(816억 달러, 당시 환율로 약 110조 원)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로 2009년 2월 환율은 달러 당 1,560원 선까지 치솟았다. 유럽발 금융 위기 발발 시 한국의 외환위기가 다시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③ 부동산 거품 부동산 거품 붕괴 역시 한국 금융 위기의 뇌관 중 하나다. 은행이 가계에 대출한 주택담보부대출은 500조 원 규모며, 건설사에 대출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50조 원 규모다. 부동산 시장이 급락할 경우 한국의 일년 국내 총생산의 50%에 가까운 규모의 잠재적 부실 채권이 발생하는 것이며, 상환 및 이자 연체가 발생할 경우 93조 원에 달하는 국내 은행 이자 수익(국내 총생산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자, 건설사, 금융자본 삼자 간의 투기 동맹은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거품을 이끌었다. 은행은 실제 가치가 확정된 것이 아닌 미래의 부동산 개발 기대 수익을 담보로 건설사에게 대출(프로젝트 파이낸싱, PF)을 해주고, 그 부동산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 부동산 투자자에게 또 다시 주택담보부대출을 확대해왔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해 건설사는 분양 수익으로 대출 이자를 갚고도 남을 수익을 올리고, 부동산 투자자는 매매 차익을 얻고, 은행은 양자에게 이자 수익을 올리면 문제가 없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여 기대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3자가 동시에 파산하게 된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은 자산가 계층의 이해도 있지만, 한국 경제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국민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는 상황 속에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거품을 계속 확대할 수도, 꺼뜨릴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의 노동현황과 노동조합 한국의 실질 실업률은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0년 2/4분기 실업률은 3.5%로 2008년 1/4분기 3.4%에 근접했다. 2010년 1/4분기 4.7%까지 상승한 실업률이 2/4분기에 들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고용률도 2008년 1/4분기 58.5%보다 높은 59.6%다. 하지만 정부 공식 실업률은 실업자의 수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으로 최근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취업준비자, 구직포기자 그리고 취업자로 분류되는 불완전취업자들을 실업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흔히 확장 실업률이라고도 불리는 좀 더 넓은 의미의 실업지표를 구해 보면 실업률은 2008년 6월 10.7%, 2009년 6월 12.5%, 2010년 6월 12.5%로 경제위기 이후 낮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 통계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자 그리고 취업자 중 18시간 미만 취업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분기와 2분기 5%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체감 고용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수출 재벌을 위한 내핍형 위기 극복으로 임금 및 고용 조건이 악화되어 많은 노동자들이 취업을 포기(혹은 대기)하고, 소비 감소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사업 포기가 속출한 것이 원인이다. 고용 완충 역할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의 원자료를 재가공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 규모는 2008년 3월 858만 명(경제활동인구의 53.6%)에서 2009년 3월 841만 명(52.3%), 2010년 3월 828만 명(49.8%)로 줄어들었다. 정규직은 2008년 3월 741만 명(46.4%)에서 2010년 3월 833만 명(50.2%)로 늘어났다. 비정규직 규모는 2008년 초에 비해 2010년 초 30만 명 가까이 줄었고, 정규직은 92만 명 가까이 늘었다. 비정규직은 제조업, 도소매업, 건설업에서 감소 폭이 매우 컸으며, 정규직은 사업서비스, 도소매업, 운수, 교육, 보건 서비스 분야에서 증가했다. 상용직 증가도 대부분 상용직 평균 임금 이상에서 증가한 것으로 보아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인한 정규직 전환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질 임금 감소, 임금 격차 확대 노동부 사업체임금근로시간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직 노동자 평균 월임금은 2010년 1/4분기 276만 9천 원으로 2009년 4/4분기에 비해 실질 상승률이 3.2%를 기록했다. 2008년 3/4분기 -2.7%를 시작으로 6분기 연속 실질임금이 하락하다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아직까지 본격적인 임금 회복은 되지 않고 있다. 2008년 1/4분기와 비교하면 실질임금은 여전히 -3.6% 하락한 수준이다. 이러한 감소는 고용 형태별로도 차이가 난다. 고용형태별 근로조사에 따르면 정규직(노동부 기준) 임금은 경제 위기 이전인 2007년에 비해 2009년 8.48% 상승하여 0.9% 정도 증가가 있었던 반면, 비정규직(노동부 기준)은 4.98% 상승하여 2.6% 이상의 실질 임금 감소가 있었다. 이러한 결과로 정규직 비정규직 임금 격차 역시 2007년 월 88만 원에서 2009년 월 1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정규직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벌어진 것은 경제 위기로 비정규직의 노동 시간이 크게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의 노동시간은 2007년에 비해 2009년 월 2.5시간 증가한데 반해 비정규직의 노동시간은 4시간 줄었다. 더군다나 통상, 수당이 정규직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노동 시간의 감소는 더 큰 임금 격차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노사연이 재구성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2008년 3월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1.2%였으나, 2010년 3월 47.5%까지 하락했다. 이후 전망: 파견근로 확대와 노동시간유연화 한편 정부는 작년 초부터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노동법 재개정과 정부 고용 정책을 논의해 왔다. 정부가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밝히고 있는 장기적 고용 전략은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노동 수요 측면에서는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 더 이상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통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며, 노동 공급 측면에서는 고령화 저출산 시대를 대비하여 여성 노동 활용을 위한 상용 단시간 근로 확대와 정년 연장, 그리고 대학 구조조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동 시장의 효율화를 위해서 임금유연성 확대(성과급 확대)와 고임금 정규직 보호 완화(해고 요건 완화), 실근로시간단축과 변형시간근로제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1990년대 이래 10년이 넘게 이야기되는 방안들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확대 방안의 경우 생산자 서비스와 사회 서비스를 예로 들고 있다. 생산자 서비스는 보험, 부동산 등의 금융서비스, 회계 연구개발 등 기업 특정 분야의 외주화된 서비스를 말하는데 금융 서비스는 두 집 건너 보험 설계사가 있고, 상가에 부동산만 넘쳐나는 현실만 보아도 탁상공론임을 알 수 있고, 기업 외주 서비스는 재벌 대기업이 수직 계열화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상태에서 그다지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사회 서비스업 확대 방안은 여성 노동자를 상대로 한 저임금 노동 시장만을 만들고 있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상 정부 부문을 민영화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정부의 서비스업 확대 방안은 일자리 창출의 곤란함을 정부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수요 공급 정책보다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정부는 중간착취를 규제하는 직업 안정법을 전면 개정하여 파견중개업을 대형화하고, 파견법개정으로 인한 논란을 우회하기 위해 고용서비스촉진법을 새로 만들어 파견업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이미 공무원 노동자를 상대로 시범 실시하고 있는 단시간근로시간제 역시 전 산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많은 사업장에서 불법이지만 일반화된 불법 파견 노동자 사용을 아예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며, 자본의 의도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노동시간의 유연화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보겠다는 것이다. 1990년대 대폭 확대된 노동 유연화의 종점인 셈이다. 노동조합 상황 총연맹 집행부 스스로가 평가하듯이 2009~2010년 대부분의 투쟁은 물리적 파급력이 없는 상징적 투쟁과 지지 연대 정도로 그쳤다. 총노동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총노동투쟁전선이라 부르는 것은 가장 높은 수위의 집중 투쟁인 총파업에서부터, 대규모 조합원 동원을 통한 위력적 가두 시위, 산별노조부터 단위 사업장에 이르는 임단협 투쟁 시기와 기조의 통일, 조합원들의 결의와 범사회적 지지 여론 조직 등 여러 수위가 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민주노총은 총파업은 고사하고 가장 낮은 수위의 전선 구축에도 실패했다. 산별노조의 경우 이명박 정권 이후 더욱 강경해진 자본가들의 태도로 인해 산별교섭 자체가 대부분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민주노총에서 가장 집중적 형태로 산별교섭을 펼쳤던 보건의료노조는 사용자단체 해산으로 인해 대각선교섭을 진행 중이고, 금속노조는 2만 수준의 중앙교섭 명맥은 이어가고 있지만 완성차 3사와 대공장을 포함한 중앙교섭 투쟁은 사실상 잠정 유보된 상황이다. 금속노조가 최근 조직발전특별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고 있는 바는 2006년 이후 금속 산별노조 완성의 척도처럼 여겨졌던 중앙교섭을 유연화하고, 기업지부 해소를 장기적 과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중앙교섭 참가를 강제할 만한 조직적 제도적 힘이 없는 상황,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조합원들의 실리가 분명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동의지반도 크지 않은 상황을 당장 타개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공공운수연맹은 조직을 공공운수노조준비위로 개편하고 오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이후 조직 통합 일정을 밝힐 계획이다. 하지만 통합의 키를 쥐고 있는 운수노조 업종본부(철도본부, 화물연대본부)들이 대대적 탄압을 받아 역동적인 조직 전환을 결의할 상태가 아니고, 공공서비스노조의 전국단위지부들 역시 단협해지와 탄압(사회연대연금지부, 가스공사지부) 속에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규모 있는 연맹 직가입 노조들 역시 탄압으로 인해 노조의 생사 기로에 처해있거나(도시철도노조, 발전노조) 어용집행부가 노조를 장악하고 있다(서울지하철). 공공운수 산별 노조 건설의 현실적 장애는 정권의 탄압이지만, 좀 더 근본적 원인은 산별 건설의 동인이 역사적으로 심각하게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와 자본은 민주노조 진영의 전략적 지역에 탄압을 집중하고 있다. 공공운수연맹의 대규모 사업장들과 금속노조가 그 전략적 타겟이다. 재벌 대기업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조업 공단의 핵심 노조들에서부터, 파업 파급 효과가 전산업에 미치는 운수 노조들, 초국적 자본 이동에 제약이 되는 외투기업의 노조들, 노조 조직률이 높은 공공기관 노조들에 이르기까지 정권과 자본은 한국 자본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노동조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 한편 타임오프제로 인해 노조운동 기반에 큰 변화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현재 금속 및 공공 대형 사업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으며, 보건의료노조 지부들 중 상당수는 아예 사용자가 타임오프 건을 가지고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 타임오프제가 가장 첨예하게 걸린 금속의 경우 현대차 그룹 계열사, 두산그룹 계열, S&T 그룹 계열사 등 재벌 대기업 계열사들이 노조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사업장 수로는 약 80% 가까이가 단협을 타결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60여 개 사업장(대부분 500인 이상)은 8월까지 단협투쟁을 진행 중이다. 타임오프제로 인한 전임자 축소 규모도 문제지만 타결 이후도 문제다. 사회공헌기금 등의 우회로를 통해 합의를 하더라도 이후 전임자에 대한 규제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측이 마음만 먹으면 기존 조합활동이 타임오프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떼를 쓸 수 있다. 단협을 체결했음에도 상근단체 파견에 대한 임금지급을 중단하는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철도의 경우 무급전임자에 대해서도 사측이 규모 제한을 두려 하고 있다. 별도의 단협 조항이 없다면 무급전임자에 대해서도 무급휴가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비 인상, 사측에서 제공받은 전임자 기금 등으로 전임자 수를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전임자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산별 차원에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법 개정이 당분간 어렵다고 전제하면, 현실적으로 버티는 기간이 사회운동을 포기하는 기간이 되어서는 투쟁의 의미가 퇴색해 버린다. 타임오프산정범위 등으로 옭아매면 사실상 노조판 국가보안법이 되는 것이다. 사회운동노조의 노동자 대중운동 강화를 위한 지향 이러한 정세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흐름은 두 가지다. 위기는 복지로 해결해야 한다는 고전적 사민주의적 입장과 대공황에는 이행적 강령을 내걸고 사회주의 정당으로 노동자들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고전적 좌파 입장 등 다시 고전적 방식들이 부활하고 있다. 전자는 복지동맹(민주대연합), 사회연대노조(복지동맹에 참여하는 노동운동 노선으로)등으로 불리고 후자는 사회주의정당건설운동, 사회변혁적 노조 등으로 불린다. 한편 현실에서는 정치세력들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대공장 노동자들의 실리적 선택이 더욱 많아 있다. 2년간 무쟁의 임단협을 진행한 현대차 노동자들, 타임오프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사측의 선물 공세에 별다른 투쟁을 만들고 있지 못한 기아차 노동자들, 단협효력상실이라는 노조 붕괴 상황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만들지 못하는 발전, 도시철도 등의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대표적 예다. 복지동맹-사회연대노조 전략의 문제점은 복지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 위기로 노동자들의 삶이 피폐해지는 상황, 현 정권의 노골적인 친기업, 부자 우선 정책에 대한 분노를 고려할 때 응당 노동자들이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복지동맹-사회연대노조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사회운동이 노동자운동을 상대화하는 ‘알리바이’ 역할을 하고, 노동자 간 격차 확대와 분열에 대해 눈을 감도록 한다는 데 있다. 이 전략의 실행 경로가 노조 외부(정당에 대한 특정 시기의 지지)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전략은 노조 운동의 우향우에 대해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사회주의정당-사회변혁노조 전략은 노동자운동 위기의 문제를 오로지 전위당 건설의 문제로 환원한다는 한계를 보인다. 이같은 맹점으로 인해 전투적 투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운동의 분열과 복구라는 현실의 대중운동적 과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세적 상황을 고려하면, 사회운동노조주의 관점에서 중요한 과제는 다음과 같은 것들로 보인다. ①노동자 계급의 분열과 내부 갈등이 극단적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② 국제적 대안세계화 운동강화에 복무해 나가며 ③ 정세에 걸맞은 노조 체계와 이념을 다시금 세워나가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다음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경제위기와 노동자 계급의 단결: 연대임금 전략과 투쟁 임노동제에서 노동자 간 갈등의 핵심은 임금 격차다. 이는 급증하는 산업 예비군, 상대적으로 더 보호를 받고 있었던 대기업 노동자들의 보수화 등으로 타협의 여지가 줄어드는 경제 위기 시기에는 더욱 첨예한 문제로 등장한다. 좌파 일각에서는 현 정세를 ‘대공황’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혁신된 정부 정책으로 인해 당장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우리의 정세 분석 결과다. 저성장과 국지적 위기가 한동안 지속된다고 봐야 하고, 그에 걸맞은 투쟁을 논의해야 한다. 즉 한동안은 저성장 시대 핵심 문제로 대두될 임금 격차 문제에 대한 투쟁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적으로 임금 격차를 축소시키면서도 노조의 수동화를 가져오지 않는 방식의 연대임금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연대임금은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물가연동제와 스웨덴 렌 마이드너 모델이 역사적으로 존재했다. 1970년대 중반에 도입된 이탈리아 물가연동제는 물가연동 표준 임금(1974년 2,389 리라)을 소비자물가(1974년 8월-10월을 100으로 기준) 인상분만큼 상승시켜 그 정액 인상분을 모든 노동자들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 전체 임금 평균이 1982년에는 1974년 대비 250% 이상 오르고 임금 격차도 크게 축소했다. 스웨덴 모델은 1950년대 물가 인상과 수출 대기업 경쟁력 저하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 억제, 저임금 노동자 임금 인상, 대규모 복지정책, 한계기업의 퇴출과 구조조정, 정부의 적극적 완전 고용정책 등을 핵심으로 한다. 이 역시 임금 격차 해소에 기여했다. 하지만 두 제도 모두 1980년대 세계적 저성장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속에서 유지되지 못하는데, 이탈리아의 경우 세 노총의 분열, 피아트 노조, 공공부문 독립노조 등 고임금 노동자 층의 저항,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럽통화동맹 가입 조건에 따른 물가 안정이 1994년 제도 붕괴에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 역시 1980년대 고임금 노동자 층이 연대임금으로 인한 임금 억제에 저항하며 비공인 파업을 광범위하게 벌이며 제도가 붕괴했다. 위와 같은 적극적 연대임금은 아니지만 최저임금을 연대임금의 한 형태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그리스는 노사 교섭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고 정부가 이의 적용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형태다. 그리스 노총은 최저임금 인상분 요구를 가지고 매년 파업을 벌여, 평균임금의 40%선까지 최저임금을 끌어올렸다. 프랑스의 경우 평균임금의 50%선까지 최저임금이 보장되는데, 물가인상분과 실질구매력 상승분 등의 지수를 통한 결정과 동시에 정부 재량에 의한 결정권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매년 총연맹은 정부 재량에 의한 인상분 수준을 제한하며, 정부에 압력을 행사한다. 한국에서의 연대임금 현재 한국 상황에서 1970년대 이탈리아와 같은 연대임금 정책을 추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1969년 대투쟁이라는 대중운동과 1970년대 이탈리아 경제 성장이 만나 만들어진 제도는 현재 대중투쟁 약화, 경제위기라는 한국 조건과 괴리가 크다. 더군다나 1970년대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던 상황이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고임금 노동자들의 반발이 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1987년 이전까지만 해도 현대그룹에서 정규직과 사내하청의 임금 격차는 크지 않았다. 1987년 이전 사내하청의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80~90%였다. 울산과 거제의 금속 사업장들에서는 정규직 사내하청이 함께 임단투를 벌이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노조 민주화 투쟁과 전투적 임단투 이후 이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데, 연대임금 없이 진행된 노동조합 임단투의 결과다. 현재 현대차의 경우 1차 사내하청의 임금은 정규직 대비 60% 수준이다. 2,3차 하청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에서 연대임금투쟁은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해볼 수 있다. 먼저 한국노동자운동의 혁신의 중요 사안으로 연대임금을 다시 세워내는 것이다. 수년 전에 노동자운동 내 일부 정파에 의해 연대임금이 정규직 양보를 통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금 조성이라는 형태로 제시된 적이 있다. 사실상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의 보호 심리를 자극하는 논의 제기였다. 현재 민주노총 임금 요구안에 나오는 연대임금 역시 이런 맥락에서 정규직 임금 인상분을 이용한 “기금 조성”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의 양보를 요구해서 정규직, 비정규직의 분할을 강화하는 방식보다는 정규직, 비정규직이 단결하여 함께 요구할 수 있는 제도로 연대임금이 제시되어야 한다. 연대임금을 ‘단결’의 이데올로기로 내세워야 한다. 단결의 이데올로기로 연대임금은 우선 민주노총 차원에서 “재벌에 의한 국민 수탈 저지” 투쟁을 범사회적으로 펼쳐보는 것으로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재벌로의 부의 집중과 하청기업 수탈 문제를 노동조합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 문제들로 제기하는 것이다. 내수 육성과 같은 공허한 이야기보다는 재벌들의 이윤을 사회화하며 사내하청 노동자, 부품업체 노동자의 임금 노동조건을 상향시키기 위한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최저임금 실질화 제도적 연대임금으로 최저임금 실질화 투쟁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임금 격차가 매우 크고, 노조 조직률이 낮은 한국 현실에서 최저임금은 그나마 저임금 노동자들의 보호막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투쟁은 지금까지 여성연맹, 공공서비스노조 등으로 조직된 저임금 노동자들 일부의 투쟁으로만 진행되었다. 하지만 저성장 위기반복 국면이 계속되면 고용, 임금 유연화 정도가 매우 큰 한국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노동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위기 과정에서 위기 비용을 민간 자본이 일정하게 부담하는 방법으로서도 효과가 있고 노동자가 언젠가는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정부 재정 적자 방식보다 바람직하다. 전체 노동자의 42%를 차지하는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할 점이다. 최저임금투쟁이 총연맹 차원의 연대임금투쟁으로 더 많은 의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행 최저임금제도의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 위원이 사실상 아무런 기준도 없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는 문제가 크다. 법적 기준과 정부 재량권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프랑스식 제도가 바람직해 보인다. 현재 정치 구조에서 장기적으로 노동자에게 유리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법적 기준으로만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것은 대중운동 활성화에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초 발표되는 민주노총 임금 인상 요구액과 최저임금인상액을 동일액수로 맞추며 전국적 임금 요구 설정의 틀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노총 임금 요구안은 조합원 생계비 조사를 통해 임금 인상액을 설정하고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절반을 최저임금요구안으로 만든다. 이 과정부터 하나의 틀이 필요하다. 같은 액수의 정액 인상을 요구하며,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공동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남녀 간 임금격차 문제 마지막으로 연대임금의 다른 핵심 과제로 남녀 간 임금 격차 문제에 대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연대임금은 주로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를 중심으로 언급되지만 격차 수준을 놓고 보면 남녀 간 격차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남성 정규직 대비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38.3%에 불과하고, 남성 비정규직에 비해서도 80%다. 여성 노동자 중 전체 노동자 평균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77%에 이른다.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남녀차별에 관한 법제도가 있으나, 성별 분업이 고착화된 현실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좀 더 복잡한 것은 남성 노동자의 경우 1990년대 후반 노동시장 유연화가 본격화된 이후 임금 계층이 중간층이 두터운 구조에서 저임금과 고임금으로 양극화되는 변화를 보였다면, 여성 노동자의 경우 저임금 계층에 극단적으로 몰려 있던 임금 구조가 저임금부터 고임금까지 고루 확산되는 변화를 보였다. 이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확대와 중위임금 이상의 여성고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남성 노동자 임금 격차 문제가 중간층이 저임금 층으로 몰리는 문제라면, 여성 노동자 임금 격차 문제는 아예 노조와 노동자운동에서 배제되었던 여성 직무와 여성 업종에 대한 문제이다. 일반적 연대임금과 종별적인 여성 노동권 문제는 다른 무엇보다 여성 노동자가 집중되어 있는 직무, 업종에 대한 노조 조직화와 운동 의제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2011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에 맞선 대응 제도적 요구로는 우선 2011년 상황부터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11년 하반기부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시행된다. 현행 노조법은 기본틀부터가 창구단일화의 틀을 기업노조로 설정하고 있다. 자본가들의 민주노총에 대한 거부감과 현재 민주노총의 상황을 봤을 때 민주노조 사업장 내 어용노조를 만들어 교섭 체계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속, 보건, 공공 등에서 사용자들이 노조를 흔들고 있는 상황을 볼 때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기업에서 노조 간 경쟁은 실리적 노조에게 산별의 정치적 교섭 의제들을 회피할 명분을 쥐어줄 수도 있다. 결국 승패는 얼마나 준비된 투쟁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집단교섭 혹은 중앙교섭을 통한 산별노조 임단협이 연대임금 실현에 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임단협 의제 개발이 시급하다. 이러한 사회적 힘을 바탕으로 노조법 재개정 요구를 하고, 산별교섭의 이유를 보다 대중적으로 확인해 나가야 한다. 노조법 재개정 투쟁이 국회 앞에서 진을 치는 투쟁이 아니라 중앙교섭 혹은 전국교섭의 사회적 우위를 확인해 나갈 수 있는 준비에서 비롯된다는 점, 그리고 핵심의제는 임금격차를 줄여볼 수 있는 연대임금 의제라는 점을 본격적으로 토론해봐야 한다. 국제적 대안세계화 운동의 강화 반주변부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에서 일국적 수준의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수 중심 경제 변화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미 초민족기업화된 재벌 대기업, 국내총생산 증감에 90% 가까운 영향을 미치는 수출 비중 등 금융세계화된 21세기 한국 경제 체계에서 내수 중심 전환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우리는 이러한 한국 상황으로 인해 일국적 집권 전략 중심의 대안보다는 국제적 수준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대안 세계화 운동에 주목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대안 세계화 운동은 몇 가지 점에서 검토를 요한다. 세계사회포럼으로 대표되는 21세기 새로운 국제 흐름은 현재 정체다. 1994년 북미자유협정 반대 투쟁, 1999년 시애틀 투쟁, 2001년 세계사회포럼으로 이어진 이 흐름은 2007년 이후 정체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더 이상 변화가 없으면 운동이 계속되기 힘들다는 평가도 많이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위기 한 복판에서 열린 2009년 벨렝 세계사회포럼과 2010년 지역사회포럼들은 정세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세계사회포럼을 주도해 왔던 남미와 유럽의 노동자 대중 운동이 침체해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세계경제위기가 남미에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은 가운데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주요 중도좌파 정권들은 기존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절하게 관리하며 사회운동을 국가 정책 내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좌우파 정권 할 것 없이 사회협약을 통한 노사관계 안정화와 정부 경기부양 정책으로 노동자 운동에 대한 코포러티즘적 관리에 일정 부분 성공했다. 세계사회포럼을 중심으로 한 대안세계화 운동이 왜 한계에 봉착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비판적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현재로서는 오히려 대안세계화 운동에 친화적인 노조운동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① G20 투쟁 대안세계화 운동에 친화적인 노조 운동을 위해 올 가을 G20 투쟁을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국제적 의제를 다루는 대중적 운동으로 만들어 보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국제회의가 열린다고 즉자적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한국 노조 운동을 국제적 운동에 친화적으로 변화시켜본다는 목적 의식 하에 가능한 국제적 운동과 매개할 수 있는 의제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주로 논의되는 국제적 의제는 금융 통제다. 대안세계화 운동 진영과 일부 케인즈주의 학자들 사이에서만 이야기되던 은행세, 금융거래세, 금융상품규제 등 여러 정책 대안들이 이제는 우파 정부들의 국제 회의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하지만 자본은 실상 금융 규제에 관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국제회의 상의 요란한 립 서비스로 무마하며, 실제로는 대형은행의 리스크 관리 수준의 조치들만 취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7월 15일 통과시킨 도드-프랭크 법안은 대형은행에 대한 정부 감시를 높이고 부실은행을 조기에 퇴출시켜 금융 시장 교란 요인을 줄여보겠다는 수준에 불과했다. 국제적으로 공조가 안되고 있다는 이유로 유럽과 미국은 핑퐁 게임을 벌이며 은행세, 금융거래세와 같은 금융 규제안은 회의 석상에만 올려 놓고 있는 상황이다. G20을 계기로 한국 노동자 운동은 국제적 노동 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의제들에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좋은 일자리’, ‘사회보장확대’ 정도로 의제화되어 있는 노동 문제는 세계사회포럼에서도 자주 제기되는 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남반구 노동자와 북반구 노동자의 갈등이나 초국적 기업에 의한 노동권 파괴 앞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지속되고 국지적 위기가 반복될 경우 국제적 노동권 보호 문제는 노조 운동에 있어 핵심적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가 작년과 올해 초국적 기업들의 구조조정, 자본 철수로 곤욕을 치루었듯이 경제위기 시기에는 자본 철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보호무역 혹은 국가 경쟁력 우위를 위한 저임금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상징적 수준에서 주요 노조들이 국제적 수준의 노동헌장 제정 운동을 펼치는 것에서부터, 무역협정에서 노동권 기준과 노동권 파괴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의제들의 개발, 저임금 국가의 노동자 투쟁을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 마련 등 여러 수준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하반기 G20 투쟁을 준비하며 한국 상황과 국제적 흐름을 반영하는 요구들을 만드는 토론이 시급히 조직되어야 한다. ② 초국적 자본의 구조조정 및 철수에 대한 대응 대안세계화 운동의 다른 경로로 초국적 자본의 구조조정 및 자본 철수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만드는 것도 모색해 볼 일이다. 한국에 있는 초국적 자본의 자본 철수와 구조조정으로 작년부터 금속노조 십여 개의 지회가 심한 타격을 입었다. 공장을 폐쇄한 발레오공조부터 자본 철수 압력으로 노조를 파괴한 발레오만도, 대규모 해고와 임금삭감을 단행한 캐리어, 만도위니아 등 초국적 자본에 의한 피해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에 의한 국외 현지 노동자들의 피해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인도 현대차, 포스코 사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태가 벌어지면 대응하는 현재의 투쟁 방식은 초국적 자본의 휘발성으로 인해 효과를 보기 힘들다. 2~3년 전부터 브라질 CUT와 프랑스 CGT가 양국에 서로 진출해 있는 초국적 기업의 단체교섭, 사회적 의무, 최저임금 적용 방법 등에 대해 사전적 조치를 취하는 전략적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10년에 CUT, CGT는 발레오, 패넥스, 미쉐린, 까르푸 등 8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현실적 방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일종의 양자 간 ‘투쟁협정’인 셈이다. 한국 노조 운동 역시 구조조정, 자본 철수 등의 사태가 터지고 난 후 원정투쟁 등을 통해 어려운 싸움을 하는 것보다 위와 같은 방식의 총연맹, 산별 수준에서 초국적 기업과 관련한 장기적 전략, 단체협약 및 기타 의무조항들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해봐야 한다. 민주노총과 한국에 진출해 있는 유럽계 자본의 노조들, 인도 노총과 인도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계 자본의 노조들이 단체협약 또는 노동 기준의 국제화를 이루는 투쟁을 조직해 나가는 것이다. 정세에 걸맞은 노조 체계와 이념의 구축 2010년 그 어느 때보다 총연맹의 존재감이 없는 가운데, 총연맹 위상 문제는 노동자 운동 진영에서 반드시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더군다나 올해 하반기부터 타임오프제로 인해 노동조합 간부들이 어디로 배치되어야 하는지는 모든 노조 조직에 현실적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총연맹의 위상 잠시 국외 노조의 사례를 살펴보자. 산업 발전이 일정 수준 이상인 중심국과 반주변부 국가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내셔널 센터가 중심적 역할을 하는 조건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하나는 노사관계가 안정적으로 제도화되어 있지 않고, 이를 정치세력화를 통해 해결하는 경우다. 1990년대 초 전노협이 그러했고, 198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노총이 ABC공단 파업과 이후 전국적 노조 조직화로 정권의 반노조 정책에 맞설 때가 그러했다. 비슷한 시기 남아공노총 역시 아파르트헤이트 체계에서 흑인 노동자의 노조 설립 자체가 탄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민족회의의 인종차별 투쟁에 대한 민중연대 투쟁이 그러했다. 1990년대 이후 브라질 노동자운동은 1980년대와 같은 총파업 투쟁을 통한 전선 구축보다는 PT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에 주력하고, 총연맹의 역할 역시 정당 건설 강화의 센터로서 역할이 커졌다. 정부 민주화로 그나마 노조 교섭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화되고 산별노조가 대부분의 교섭을 담당하게 되었다. 남아공노총은 1990년대 ANC 집권 이후 정부 집권 세력의 한 파트너로 총연맹의 역할이 커진 경우다. 주로 저임금 흑인 노동자가 조합원의 대다수인 남아공노총은 교섭 수준에서의 안정화보다는 정부 정책을 통한 문제 해결이 여전히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제도적으로 총연맹이 (중앙 및 지방)정부, 사용자 단체와 임금, 연금 등에 관해 의미 있는 교섭을 하거나, 복수노조 상태에서 제도적으로 어느 한 총연맹 소속의 단위노조에게 유리한 조건이 법적으로 주어지는 경우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총연맹이 사용자단체와 전국단위통합교섭을 하는데, 실업보험 퇴직연금 등의 사회보험관련 문제부터 노동법 개정 사항에 대한 사전 사후 교섭을 주로 한다. 프랑스의 단협 효력확장제도에 의해 교섭은 사실상 전노동자에게 효과를 발휘하는 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프랑스의 지방정부들은 지역내 고용 문제나 투자 유치 문제 등으로 노자 대립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관여해온 전통이 있는데, 이 때 총연맹의 지역본부가 지방정부 사용자단체와 중요한 교섭을 해왔다. 이탈리아는 1969년 이후 현장 노조 운동이 확대되는 가운데 1970년대 중반부터 물가연동임금제도를 통해 총연맹이 중앙정부, 사용자단체와 물가 통제, 임금 인상 등에 관한 교섭을 해왔다. 1994년 이후 물가연동제가 폐지된 이후 총연맹의 제도적 교섭은 많이 약화되었지만 20세기 초부터 계속되어 온 이탈리아 노조의 중앙 집중적 전통으로 인해 총연맹에 의한 산별노조 관장력이 유지되는 편이다. 특히 2000년대 베를루스코니 집권 이후 펼쳐진 각종 노동법 개악으로 인해 총연맹을 중심으로 한 투쟁이 많이 펼쳐졌다. 총연맹 지역본부들은 제도적으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지방정부가 관장하는 각종 보험 기금들에 대해 총연맹 지역본부들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모두 노조 간 경쟁이 첨예한 상황도 총연맹의 역할과 지도력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원인이다. 프랑스는 법률로 보호하는 5개 총연맹에 가입하지 않으면 기업 내 노조를 세우는 것이 쉽지 않고, 전국 교섭이나 산별 교섭에도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탈리아 역시 기업 내 노조 선거에서 주요 총연맹 소속이 아니면 RSU라 불리는 기업단위 노조통합 대표단에 끼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의 정세적 조건과 총연맹 한국의 경우 정부 노동 정책에 의해 크게 변화하는 노동 시장, 국가적, 산업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초기업 교섭, 낮은 노조 조직률 등의 조건으로 총연맹을 강화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위의 국외 사례를 보더라도 그러하다. 다만 유럽과 같이 총연맹이 중앙정부, 지방정부에 대한 안정적 개입 경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한계다. 명확한 공동의 투쟁 과제가 있지 않으면 산별노조나 기업별 노조가 총연맹을 경유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총연맹의 지위가 제도적이기보다 운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총연맹 지도력 상실의 원인은 총연맹 지도부의 운동 노선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흔히 양날개론이라 불리는 초기업 교섭 제도화를 핵심으로하는 산별노조, 의회 진출을 통한 집권 세력화라는 노동자정당 건설 운동, 무늬만 코포러티즘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 정부에 대한 대립과 참여를 반복하며 노동자 대중운동의 힘보다는 정부의 정책 변화에 의지했던 사회적합의주의 운동 등이 그것이다. 지난 십여 년간의 집행부 노선이 핵심 문제 중 하나다. 그렇다면 집행부를 바꾸면 되는 문제인가? 집행부 교체와 더불어 총연맹으로 힘을 모으기 어려운 조건들이 동시에 고민되어야 한다. 하나는 노동자 운동 전반적으로 현재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별 건설 운동에서조차 금속 자동차 지부들과 공공운수연맹 대형 공공기관들이 사실상 저항하고 있는 상태다. 다른 하나는 산별노조 운동에 대한 뿌리 깊은 관념이다. 민주노총 건설 이후 민주노조 운동 진영의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는 산별노조 건설이었고, 이는 총연맹에 대해서 산별노조 협의체로서 위상을 암묵적으로 전제했다. 한국에서의 산별은 독일식 산별 모델을 이상화하여 수입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독일식 총연맹-산별은 유럽에서도 흔치 않은 경우다. 많은 다른 나라에서 오히려 총연맹의 역할이 산별노조와 더불어 중요했다. 지역 대중운동의 중심으로 총연맹 지역본부 강화 총연맹의 지도력 재구축은 지도부 문제와 더불어 몇 가지 조직 혁신 ‘운동’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지역연대운동의 구심으로서, 총연맹 활동의 집행기구로서 지역본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노조 조직화, 정세대응을 높일 수 있는 지역 연대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역본부와 산별지역본부/지부의 통합적 운영 및 공동기획ㆍ공동집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총연맹 지역본부에 대한 인력, 재정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다만 지역본부 강화를 위한 한 조건으로 예산에 대해서만 잠시 살펴본다. 산별노조 연맹과 총연맹 예산을 총연맹 지역본부로 가능한 집중해 사업의 규모를 키워 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예를 들면 금속노조 수입 중 7.6%가 총연맹 납부금으로 올라가고, 이 7.6%의 43%가 지역본부 예산으로 교부된다. 금속노조 예산의 3.3%만이 사실상 금속노조 지역지부와 함께 하는 지역본부에 사용되는 것이다. 이탈리아 CGIL의 경우를 보자. 금속노조는 조합비를 총연맹에서 교부받는 형식으로 예산을 받는데, 금속노조 조합비는 1%가 총연맹 예산으로, 9%가 총연맹 지역본부로, 16%가 총연맹 지구지역협의회로 분배된다. 금속노조 전체 예산의 25%가 총연맹 지역본부에 사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지역 본부에 대한 기여도가 8배 가까이 된다. 참고로 우리 금속노조의 지역지부에 해당하는 산별 지역본부는 9%, 지역지회에 해당하는 산별노조지구협의회에는 56%가 배정된다. 이탈리아 공공노조의 경우도 규모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산별노조 안정화와 전략적 공동 투쟁 과제 정립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산별노조 상황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산별노조를 포기하고 다시 기업별노조로 돌아가자는 것이 답이 될 수는 없다. 조직 전환이란 머릿속의 모델에 현실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투쟁의 성과와 정세 조건의 변화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조직 전환 논리는 관념적 발상일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금속노조와 공공운수연맹은 산별건설 운동을 조직 형태를 갖추는 방식에서 공동 투쟁의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금속노조의 경우 한국 제조업이 수출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하청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산별노조 운동이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의 제조업 산업 조건은 수직 계열화를 통해 경영혁신을 달성했던 20세기 초 미국 대기업들과 하청 기지 건설을 통한 부등가 교환으로 이윤을 극대화했던 일본 대기업들의 전략을 종합한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은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등의 핵심 부품사를 수직 계열화하며 동시에 국내 2,3차 부품사들을 강하게 수탈하고 있다. 최근 친기업 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 내에서도 비판이 나올 정도로 경제 위기 와중에 재벌 대기업들의 수탈은 국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내 지불 능력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기업별 노조로는 재벌 기업 노동자들과 하도급 기업 노동자들의 격차 축소는 고사하고 적대적 대결 구도를 피할 길이 없다. 미국 전미자동차노조의 퇴행 사례 금속노조가 기업별 노조 전략으로 돌아가서는 안 되는 이유는 CIO의 전미자동차노조가 전후 산별노조와 산업 평균 임금 정책을 포기하면서 걸었던 길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유럽식 산별노조로 조직된 CIO는 전쟁 기간 중 정체된 임금 인상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자본가와 정권의 탄압을 우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별 교섭 전략을 취했다.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완성차 기업과 5~6개 대형 부품사는 큰 인상을 해줄 여력이 있었지만, 2천여 개에 달했던 하도급 기업들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CIO는 ‘능력만큼의 지불(ability to pay)’이라는 슬로건으로 임금 인상을 쟁취하면서 많은 하도급 기업의 노동자들을 조직에서 배제했다. 사회운동노조주의가 비판했던 비즈니스 노조의 세계적 첨병으로의 발전 경로가 시작되었다. 전후부터 1970년대까지 고성장 시기에 전미자동차노조는 완성차와 핵심 부품사, 그리고 일부 하도급 기업들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실리를 챙겨왔지만 1980년대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에 조합원 수는 200만에서 40만까지 줄어들고, 결국 2009년 경제위기 와중에 노조 자체가 붕괴 직전까지 갔다. 기존 투쟁에 대한 평가와 대안 무리한 조직 전환과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중앙교섭에 당분간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남은 금속노조의 쟁점은 완성차 지부들과 지역지부의 관계를 대립 관계로 몰고 가지 않을 전략적 공동 투쟁 의제를 만들어 내는 것과 조합원의 구성 비율을 조정하고 계급적 대표성을 높여낼 조직화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금속노조의 공동투쟁 과제는 지금까지 주로 주간연속 2교대제나 노동시간단축 등이었다. 이 중 노동시간 단축은 쟁점이 있는데 노동시간단축 투쟁은 1990년대 독일, 프랑스 등에서 기업노조 혹은 종업원평의회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들어가는 산별노조가 취한 전략 중 하나였다. 독일의 경우 산별협약을 통한 노동시간단축이 노동시간계좌제와 같은 변형근로시간제와 맞물려 결과적으로 노동강도의 강화로 귀결되기도 했지만, 산별 노조의 전략으로는 유럽 대륙 노조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한국 노동자운동에서도 유럽 사례(특히 독일)를 들어 2000년 이후 전략적 투쟁 과제로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도 노동시간유연화를 통한 노동 효율성 강화와 시간단축을 통한 고용 증대 방안이 공공연히 이야기된다. 다시 말하면 저성장 시대에 노동시간과 관련해서 노자간의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대공장과 중소영세사업장 간의 공동 요구가 될 수 있냐는 점이다. 이번 2009년 경제위기 과정에서도 보았듯이 현재 제조업 임금 체계에서는 노동시간이 줄어들 경우 통상, 수당이 뒷받침되는 대공장 노동자보다 시간외 수당에 의해 임금 변동폭이 커지는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큰 타격을 입는다. 독일과 같이 산업 평균 임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산업 구조가 아닌 상황에서 노조 전략으로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단결과 노조 지위 상승의 매개보다는 오히려 대공장 노동자의 이해만 관철되기 쉽상이다. 저성장 시대의 금속노조는 현대-기아 노조와 금속노조 간의 대결 구도에 대해 고민을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기아 노조와 현대-기아 기업 간의 싸움이 아니라 산별 금속노조와 현대-기아 자본 간의 싸움을 사회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의 노동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직적 산업 구조에서 금속 노동자의 단결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의 중심에 현대-기아 자본이 있다. 성장의 열매는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하락의 고통은 중소제조업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조그만 실리의 분배로 완성차 노동자들을 포섭하는 현대-기아 자본에 대한 싸움은 단순히 한 기업에 대한 투쟁이 아니다. 특히 앞으로 많은 고통 전가가 예상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금까지 노조 내에서 이야기되었던 여러 의제들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근절, 자동차 산업 내 노동소득분배율 상향 조정을 위한 사회적 기금 조성, 모비스, 위아, 동희오토 등 무노조 공장에 대한 노무관리정책 변화, 사내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 등이 있다. 이러한 의제들을 공허한 정책 선전 수준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완성차지부, 지역지부의 부품업체지회, 금속노조 중앙이 함께 실천적으로 책임지는 투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저성장 국면에서의 손실을 현대-기아 자본 스스로가 지게 하고, 이 과정 속에서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와 중소사업장 노동자로 분열되어 있는 금속노조의 ‘단결력’을 높여내는 것이다. 현대-기아의 문제를 현대-기아 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게끔 만드는 것이 내용 있는 산업 차원의 교섭, 투쟁의 과제다. 공공부분의 2010년 공동 투쟁 과제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 공공부문의 노조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 정부의 임금 통제로 민간기업에 비해 현격하게 낮은 임금을 정상화시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투쟁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이러한 공동 투쟁 속에서 1999년 공익노련, (구)공공연맹, 민철노련이 공공운수연맹을 결성하고, 2006년에는 공공운수연맹, 화물통준위, 민주택시, 민주버스가 산별노조 건설 결의를 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부족하게나마 운수노조와 공공서비스노조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1998년 이후 민간 부문 임금의 정체와 정권의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코포러티즘적 대응으로 민간부분에 비해 오히려 임금과 고용안정 수준이 높아졌고,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대규모 민영화 계획도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계획과 임금 유연화 정책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공동 이해로 자리잡기도 했으나, 대규모 정리해고가 아닌 추가 고용에 대한 감축과 조기 퇴직 확대, 미시적인 임금 유연화에 대해 이명박 정권의 고강도 탄압을 뚫어낼 만큼의 동인을 만들지는 못했다. 공공부문 역시 일각에서는 굳이 무늬만 산별인 조직통합을 할 필요가 있냐고도 주장하지만 현재와 같이 기업별 노조로의 복귀 흐름이 강한 상황에서 공공운수노조를 포기하는 것은 훨씬 해악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전임자임금지급금지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다 내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까지 시행된다면 기업별로 나뉘어져 대응이 가능한 단위는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시급한 문제는 수차례의 연맹 대의원대회에서도 드러났듯이, 공공운수노조 건설에 대한 공동의 관심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경우 금속노조와 같은 산별노조에 대한 당위론적 동의지반도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지난 8월 14-15일 개최된 사회운동학교의 발표문을 대폭 축약한 것이다. 원문은 8월 31일자로 발간된 노동자운동연구소(준) 이슈리포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하면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노동권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2009년 하반기 이후 잠시나마 반등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이던 경제위기는 올해 들어 유럽 재정위기로 그 모순이 파생되면서 더블딥 또는 장기 불황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 이 글은 경제위기 아래 2008-09년 세계 각국의 정책대응, 그리고 이에 대한 각국 노동조합의 대응을 평가하면서 한국 노동자운동에 대한 시사점을 추출한다. 2007-09년 세계 경제위기와 실업 아래에서는 올해 초 발간된 「2010년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 전망」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위기가 노동자계급에 끼친 영향을 개괄해보겠다. 필요할 경우 OECD 고용 통계 월보를 보충한다. OECD 추계에 따르면 2007-09년 경제위기 기간 동안 회원국 실업자가 50% 증가했다. 특히 2008년 3/4분기에서 2010년 1/4분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실업률은 급격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4월 현재 OECD 평균 실업률은 8.7%, 전체 실업자 수는 4억 6천 5백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동년 말 예상 실업률은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수치로, 지난 1973-74년 경제위기보다 더 큰 충격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그림1> 참조). <그림 1> 경기침체 발생 시점 이후 분기별 실업률 궤적 비교 자료: OECD, 2010. 가로축 단위는 분기.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실업률은 경제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그리스발 재정위기의 충격으로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최근 실업률은 유럽통합이 본격화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표1> 참조). 예외적으로 실업률이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독일의 경우, 조업시간단축제와 같은 위기대책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표 1> OECD 주요국 2010년 4월 실업률 OECD 회원국 가운데 스페인(19.7%), 슬로박(14.1%), 아일랜드(13.2%), 포르투갈(10.8%), 헝가리(10.4%), 프랑스(10.1%) 등이 두 자릿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네덜란드(4.1%), 일본(5.1%)이 낮은 수준에 속했으며, 한국의 경우 3.7%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미국은 9.9%, 유로존 16개국은 10.1%, 선진7개국(G7)은 8.4%를 기록했다(<그림2> 참조). <그림 2> OECD 회원국 실업률 시기별 비교: 2007년 12월-2010년 3월. 자료: OECD, 2010. 세계 각국의 실업률은 향후에도 최소한 1년 정도 계속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경제위기의 효과가 노동시장에 시차를 두고 발현될뿐더러, 또한 많은 노동자들이 국가수준의 특별위기 지원책에 의존하고 있으나 이러한 대책이 조만간 종료되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보면, 금융·주택시장의 붕괴가 불황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던 나라, 가령 스페인·미국·아일랜드 등에서 실업률이 크게 상승했다. 집단별로 보면, 임시직과 청년층ㆍ저숙련ㆍ이민자 등 취약계층에서 실업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경제위기가 청년실업에 미친 영향이 막대했는데, 2009년 말 기준 OECD 평균 청년실업률은 2007년 말에 비해 5.3% 포인트 증가한 18.8%를 기록했다. 2010-11년 중 청년실업률은 20% 내외가 될 전망이다. 산업별로 보면, 광업·제조업·건설업 등 특정 산업 부문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 3> 주요국의 한계노동자와 불완전노동자를 포함한 확장 실업률 자료: OECD, 2010. UR1: 장기실업자, UR3: 실업자, UR5: 실업자+한계노동자, UR6: 실업자+한계노동자+불완전노동자 그런데 이번 경제위기가 노동자계급에 끼친 충격은 공식 실업률의 증가로만 설명할 수 없다. 2009년 말 현재 OECD 회원국의 경우, 한계노동자(marginally attached workers)와 불완전노동자(underemployed workers) 수를 합치면 공식 실업률의 두 배를 상회한다(<그림3> 참조). <표 2> 유사실업자의 정의 ㆍ불완전노동자: 경제적 이유로 법정 주당노동시간 이하로 근무한 상용직 노동자 또는 상용직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 파트타임 노동자 ㆍ한계노동자: 과거 4주 동안 구직을 하지 않았으나,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노동자. ㆍ실망실업자(discouraged workers): 취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현재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노동자로, 한계노동자의 하위 범주. 구직단념자라고도 함. 신흥경제국의 경우, 이번 경제위기의 충격이 국제무역 및 자본이동의 감소를 통해 이전되었는데,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고용률이 감소했다. 노동력의 대부분이 노동시장제도와 사회보장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비공식노동의 비중이 매우 큰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실업이 증가하고 비공식 부문으로 노동력이 유입된 결과 소득이 감소하고 빈곤률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임금이 삭감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재정의 제약으로 인해 사회정책이 미비할 뿐만 아니라 빈곤률과 비공식노동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회정책 프로그램의 실효성에서도 제약이 따르고 있다. 신흥국 경제위기의 효과는 이러한 ‘비공식노동’과 ‘빈곤 함정’으로 인해 더 길게 지속될 전망이다. 2010년 들어 그리스발 재정위기로 유럽연합이 위기에 빠지고 미국도 하반기 들어 다시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어 고용-실업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많은 실업자들이 장기간 실업을 경험하면서 순환적 실업의 급증이 구조적 실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각국은 경제위기 대응 과정에서 전례 없이 높아진 재정적자 문제를 해소하는 가운데 고용-실업 난을 해결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세계 각국의 경제위기 대응 세계 각국은 대량실업에 직면하여 경기부양책을 통한 고용 유지·창출과 노동신축화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1930년대 대불황 이래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각국은 대규모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다. 대다수의 국가들은 고용보조금 지원, 공공부문 고용창출, 실업급여, 기타 사회부조 개정을 통한 실직자의 소득 보조 등 고용을 유지·창출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조업시간단축이나 일시해고(layoff)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늘어났으며, 기술훈련과 구직 지원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시행하고 있다(<표3> 참조). <표 3> 2009년 OECD 회원국 노동정책 자료: OECD, 2009. 이와 함께 각국 정부는 대량실업에 대한 포괄적 대안으로 노동신축화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를 제시하고 있다. 본래 ‘일자리 나누기’란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정리해고를 실시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지킨다는 개념이다. 이때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여 임금 삭감을 수용해야 한다. 이번 경제위기 동안 일부 국가에서는 단체협약이나 노사정합의를 통해 사용자나 정부가 노동자의 임금삭감 분을 분담하기도 했는데, 유럽 국가들의 조업시간 단축제나 부분실업급여제, 일본의 고용조정금조성제가 이와 관련된 정책이다. 최근 일자리 나누기 개념은 교대제 재편, 일시 휴직, 교육휴가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한편 일자리 나누기와 유사한 개념으로서 ‘직무분할(job sharing)’ 방법도 있는데, 이는 가령 1일 8시간의 풀타임 일자리를 두 개의 4시간 파트타임 일자리로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각국의 노동신축화 정책을 특별히 ‘일자리 나누기’에 국한하여 그 관행을 살피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경우 일시해고와 재고용(recall)이 자유롭기 때문에 일자리 나누기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고, 다만 1980년대 이후 임금 동결ㆍ삭감을 통한 고용유지 타협 관행이 발달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 비해 해고 비용이 높은 독일의 경우, 오래전부터 다양한 노동신축화 제도를 통해 ‘내부적 신축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채택하여 산업ㆍ기업 특수적 숙련을 증진시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해왔다. 네덜란드 역시 상용직 파트타임을 중심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 전반적인 고용률이 높고 실업률이 낮은 가운데, 특히 상용직 파트타임의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통적으로 해고 대신 잔업시간 조정, 전적 제도 등을 통해 노동시간의 신축성을 확보해왔지만,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비정규직의 확대로 방향을 대폭 전환했다.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독일과 같은 대륙유럽 국가에 비해서 해고가 자유로운 대신 실업보호가 발달하여 일자리 나누기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 나누기’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동결ㆍ반납, 혹은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해 청년층을 채용하는 ‘임금 삭감’의 방식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일자리 나누기 개념은 불황기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노동조합의 양보교섭 개념과 호응하게 된다. 그럼 이제 이번 경제위기 시기 동안 각국에서 도입된 노동신축화 사례들을 살펴보자. 이번 경제위기에서 독일은 조업시간단축 또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방식으로 고용조정을 실시했다. 1993년 폴크스바겐에서 도입되기 시작한 이런 방식은 이번 위기 시기 전 산업으로 확대되는 전형성을 띠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노조나 직장협의회와 고용안정 협약을 체결하여 정리해고의 방식의 고용조정 대신 정부의 지원 아래 조업시간단축제와 노동시간계좌제 등의 기제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노동정책을 대량해고와 외주화와 같은 ‘외부적 신축화’에 대비하여 ‘내부적 신축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파견근로자 및 기간종업원에 대한 해고와 신규사원의 내정이 취소되는 등 고용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개정된 노동자파견법 상 제조업체에서 체결된 파견근로계약 대부분이 2009년 중 만료되었는데, 경제위기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파견근로자를 비용부담이 큰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음에 따라 대량 해고로 이어진 것이다(<표4> 참조).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2009년 1월 제1노총(CGIL)을 제외한 나머지 6개 노총들과 1993년 체결된 단체교섭 관련 기본협약을 개정했다. 이번에 체결된 노사정 타협안은 △실질임금의 보존을 위한 새로운 물가지표 도입 △가변급 교섭에 세금·연금의 공제와 같은 경제적 인센티브 도입 △집권화된 교섭의 경제적·규범적 부분에서 구조조정에 대항하거나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거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예비조항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CGIL은 이 협약이 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의도가 숨어있다며 협약 체결에 반대했다. CGIL은 △부족한 임금인상분을 성과급에 연동해서 인상하던 관행을 폐지함으로써 임금 감소와 격차 확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물가인상률에서 에너지 수입이 제외되어 있으며 △예외조항으로 인해 노동자 보호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CGIL은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과 단체협약 개혁안을 비판하면서 2009년 4월 총파업과 가두시위(270만 명 참가) 전개했다. <표 4> 일본 주요 대기업의 고용조정 현황 자료: 김명중, 2009. 프랑스에서도 2008년 제1노총(CGT)을 제외한 노사간 협약에 따라 ‘노동시장 현대화 법’이 시행되었다. 본 법안은 해고조건을 완화하고 기업 수요에 대한 노동력의 상시 연계를 위한 개별 서비스 확보를 주축으로 한다. 이중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근로계약 합의 파기제도는 노사 당사자의 협의에 의하여 근로계약 해지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일단 협의가 확정되면 노동자들은 이에 관하여 다툴 수 없을 뿐더러 협의의 확정 및 법적 효과는 사법적 영역이 아닌 행정적 영역에서 통제가 이루어지게 된다. 사용자와 정부는 지금까지 도입에 실패했던 근로계약 부분에 관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을 환영하고 있다. 반면 CGT는 협약이 사용자에게 유리한 내용만 담고 있으며 근로자 보호 사항은 미약하다는 이유로 서명을 거부했다. 영국의 경우 2010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보수당-자유당 연정이 기존 노동당 정부의 노동신축화 정책을 보다 강화하면서 경제위기를 빌미로 긴축재정을 실시하고 있다. 신축노동제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평등법(차별 시정 정책)과 파견노동자 동등대우 원칙을 개정 내지 삭제할 예정이다. 또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제한하고 향후 수년간 30만-70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2010년 말에서 2011년 초 사이에 실업급여 범위 확대, 실업급여기준 완화, 조업시간단축제의 확대와 같은 위기 대응 수단이 종료될 예정이다. 많은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 대책의 경우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할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독일이 도입한 조업시간단축제의 경우 포괄 노동자 범위는 일부 상용직과 무기계약 노동자로 한정되어 있다. 반면 일용직을 비롯한 대부분의 비정규직의 경우 조업시간단축제의 적용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프랑스나 네덜란드에도 파견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부분 실업, 또는 조업단축에 대한 임금보전 보조금 제도에서 배제되어 있다. 또한 조업시간단축제가 임금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효과에 대한 분명한 증거는 없지만, 대체로 생산감소에 따른 실질임금 삭감의 효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경우, 주로 파견직과 같은 비정규직이 경제위기로 인한 대량실업의 집중적인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단체교섭의 분권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임금신축성을 높이는 방안이 노사정 협약으로 체결되었다. 프랑스도 합의해지라는 보다 신축적인 해고 방안을 법제화했고, 영국도 기존의 법안을 개악하여 노동신축화를 강화하는 과정이다. 세계 주요 노조의 경제위기 대응: 지역ㆍ국가별 유형 이번 절에서는 노동조합의 경제위기 대응 사례를 유럽 노조의 코포러티즘, 미국 노조의 민주당 공조, 남반구 노조의 정치세력화로 유형화하여 살펴보겠다. 우선, 개별 민족국가 수준에서 볼 때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는 정부와 사용자 간에 거시적 타협이 이뤄졌다. 정부는 노조에 대해 고통스러운 개혁과정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대신 노조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형국이다. 기업 수준에서 볼 때, 노사 ‘고통분담’이 제조업 부문에서 특징적인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경제위기 시기 동안 유럽에서는 단기 노동시간 조정 조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노동관계 입법, 실업 급여, 기업 지원 등에 있어 노사정 3자 합의 기구가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유럽에서는 노사정 3자간 논의가 재활성화 됐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과거에도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사회적 대화’가 제기되었고, 이는 일국 수준에서 노사정협약으로 귀결되었다. 1980년대 이후 유럽의 노사정협약은 전형적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코포러티즘’이었다. 최근 경제위기에서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발견되고 있는데, 경제위기 대응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로 인해 ‘거시대화’는 노동신축화를 주요 의제로 한 3자 협상이 주를 이뤘다. 유럽에서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특히 일시 해고, 노동시간 단축, ‘부분실업 기금’(프랑스), ‘조업시간단축제’(독일) 등의 조치가 국가별로 다양하게 도입되었다. 이 조치들은 정부 재정지원을 토대로, 노조가 일정한 양보교섭을 수용하는 대신 사측이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노사정 타협책이다. 이 조치들은 위기에 대한 즉자적인 대응일 뿐만 아니라 회복 이후를 대비하는 조치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노사 모두의 합의를 원만하게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사간 또는 노사정 협약을 통해 위기에 대응한 사례들을 보면, 대개 위기가 일시적이라는 가정 아래 임시 조치에 합의한 것이 특징이다. 경제위기가 장기간 계속된다면 이러한 임시 조치는 정부 재정이나 기업의 노동비용, 노동자의 임금 수입 모두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켜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작년 말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는 대량해고와 임금삭감은 물론 긴축재정으로 인한 저성장-고실업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유럽 내에서 상대적으로 해고 비용이 높지 않고 노조가 분절화되어 있고 단체교섭이 분권화되어 있는 영국·아일랜드 또는 동유럽에서는 조업단축과 같은 위기 조치들이 주로 기업 차원 단체교섭을 통해 시행되었다.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대선 국면에서 미국 노동조합의 주된 전략은 오바마의 친노동정책에 대한 지지와 로비였다. 2008년 대선에서 미국노총(AFL-CIO)과 2005년 미국노총으로부터 분리한 승리혁신동맹(Change to Win)은 공히 오바마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오바마 당선과 친노동계 인사인 힐다 솔리스(Hilda Solis)의 노동부장관 발탁 등으로 한껏 고무된 노조가 오마바 정부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노동자자유선택법(Emplolyment Free Choice Act, EFCA)의 입법화였다. 그러나 현재 노동조합의 오바마 정부에 대한 낙관주의에는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 단적으로, 노조의 대정부 주요 요구사항이었던 노동자자유선택법과 이주제도 개혁은 줄곧 유예되어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노동자계급 자체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공식 실업률이 10%를 상회하고, 금융위기의 충격은 주택문제 등 노동자계급의 불안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노조 내부의 분열도 큰 위기 요소다. 대표적으로 미국 노동조합의 대표적 조직인 북미서비스노조(SEIU)의 조직 내분과 부패 스캔들이 노조운동의 정당성을 침식하고 있다. 이는 SEIU의 조직화 중심 전략의 이면에 도사린 실용주의의 위험을 환기한다. 한편 노조는 오바마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여 이들을 조직화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노동조합의 조직률 제고라는 목표에 종속되어 있을 뿐 이주노동자의 주체역량 강화라는 전략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끝으로, 북반구 주류 노조운동의 퇴조기에 사회운동 노조주의로 새롭게 주목받은 브라질노총(CUT)과 남아공노총(COSATU)의 최근 경제위기 대응 현황을 살펴보자. 이 두 노조는 남반구 노조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정치세력화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먼저 브라질노총의 경우, 주요 관심사는 2010년 대선 승리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브라질노총을 위시한 노동자운동은 룰라 정부가 수행한 재분배 정책과 노동조합에 호의적인 정치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사고해왔다. 대선과 별개로 브라질 노동자운동이 2010년에 집중하려 하는 것은 노동조합 교섭의 포괄범위를 확대하고, 작업장 수준에서 현장 활동을 안정화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노동당에 의해 8년째 유지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여전히 보수당이 다수당인 관계로 대부분의 노조 관계법이 예전 수준에서 개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브라질노총의 상황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모순을 보여준다. 브라질노총의 ‘신노조주의’에 기반을 두고 탄생한 브라질노동자당(PT)은 룰라의 대선 도전이 번번이 실패하자, 실용주의에 입각하여 집권 전략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당은 중간계급을 포괄하는 계급연합 전략을 추구하였고, 노동조합 역시 노동자들의 물질적 이해관계에 호응하여 당면 계급 이익을 우선시했다. 브라질이 1990년대 말 경제위기 이후 2002년에 다시 경제위기에 직면할 때 노동자당은 경제위기 담론을 발전시켜 변혁을 추진하기보다는 위기의 심화를 부정하며 사회안정과 현상유지를 추구했다. 그 결과 2002년 집권한 룰라 정부에서 은행 및 기업 국유화와 같은 좌파 고유의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이다. 물론 룰라 정부의 우경화는 브라질 경제의 구조적 제약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된 외채 규모, 공공 부채와 재정적자 누적, 무역수지 악화와 산업 기반 훼손과 같은 경제 여건은 노동당 집권의 원인인 동시에 룰라 정부 정책대안의 제약 요소가 되었다. 또는 과거 라틴 아메리카의 인민주의적 사회정책과 통화주의적 긴축재정 정책 사이의 모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노총에서는 당면 계급 이익을 대변하는 다수파와 근본 계급 이익을 대변하는 좌파 사이의 대립이 첨예해졌다. 일부 좌파는 브라질노총으로부터 분리해서 별도의 노총을 결성했다. 브라질노총 좌파는 노총이 룰라 정부의 방어와 2010년 대선 승리를 위해 룰라 정부의 프레임을 답습하는 것이 개량주의의 위험을 환기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 2005년 타보 음베키가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대표하여 대통령이 된 이후 ANC 내에서 심각한 좌우 분파 투쟁이 발생했다. 음베키는 ANC의 좌익 노선을 비판하며,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남아공노총 내부 노선 투쟁 속에서 좌파 진영이 주도권을 장악했다. 그 결과 2007년에는 남아공공산당(SACP)과 노총의 공식적 사회 개혁 노선이었던 성장 고용 재분배에 관한 정책(GEAR, Growth, Employment And Redistribution)을 폐지하고 폴로콰네(Polokwane)선언이라 불리는 계급투쟁 기반의 이행 노선으로 좌선회한 상태다. 남아공노총은 현 경제위기를 단순한 금융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 진단하고 마르크스-레닌주의 관점에 입각하여 투쟁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남아공노총의 이러한 입장은 2007년 극렬한 ANC내 좌우 대결을 겪은 이후 노총 내 좌익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2009년 9월 개최된 남아공노총 전국대의원대회에서는 이러한 내부 노선 투쟁을 반영하듯이 ANC, SACP, 노총 내 우파를 견제하기 위한 각종 결의들을 제출하고 있다. 가령 국민회의 지도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방안들, 노총 내부에서 의회ㆍ노동자회사 등에 파견된 간부들에 대한 소환권과 통제, 부패에 대한 감시 방안들, 사회주의 노선에 충실한 중간 간부들의 육성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이어 남아공노총은 지난 해 10월 금융 위기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여, “노동자들이 세계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데 비용을 떠안지 않기 위해서는 전투력과 조직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남아공 내 경제 정책 및 전 세계 노동조합 운동과의 연대에 보다 정교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위기 대응과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공노총은 중앙은행(Reserve Bank)의 통화 정책 기조를 인플레이션 관리 최우선에서 고용과 복지 중심 기조로 변경하는 데 성공하였다. 평가와 시사점 실업에 대한 차악의 대안으로서 신축적 안전성 최근 경제위기 시기 유럽 노조의 대응은 대체로 교섭 대응을 통해 정리해고의 수준을 완화하거나 노동신축화를 수용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숙련노동력(‘ 인적자본’)을 유지함으로써 경기 호전 시 내부적 신축성을 보전할 수 있다는 자본의 논리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는 △산업 차원의 단체협약을 통해 실시될 수 있는 노동시간 단축 △기업 차원의 단체협약으로 확립된 노동시간 계좌제를 통한 조업시간 단축 △그리고 국가 차원의 노동시장 제도를 통한 임금보존 등 다양한 조치가 연결되어 실시되고 있다. 즉 경제위기와 대량실업에 대한 차악의 대안으로서 유럽의 노조들은 ‘신축적 안전성’(flexicurity)을 수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축성’와 ‘안전’의 합성어로서 ‘신축적 안전성’(flexicurity) 개념은 노동시장의 신축화와 노동의 이동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소득 및 사회적 안전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의미한다. 신축적 안전성의 기본 원칙은 유럽연합의 성장 및 고용 전략의 중심적 요소와 같은 맥락에 있다. 또한 신축적 안전성은 높은 수준의 노동력 훈련에 기반을 두고 있고, 사회적 파트너의 역할과 관련하여 고용안전성과 노동시장 분절화 감축과 결합된 신축성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세계은행, 세계노동기구(ILO)와 같은 국제기구들도 경제위기와 실업에 대한 해법으로 신축적 안전성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의(job) 안전성보다는 노동자의 고용 또는 ‘고용경쟁력’(employability)의 안전성을 강조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신축적 노동시장을 장려하고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에게 변화에 적응하는 수단, 즉 노동시장에 머무르면서 노동 생애를 진보시킬 수단이 주어졌을 때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축적 안전성 모델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조하는 한편 평생 학습과 훈련을 추동하고 구직자 지원, 남녀평등을 포함한 노동시장 내 기회 균등을 지지한다. 최근 금속노조는 독일 자동차산업에서 나타난 고용안정협정을 경제위기에 대한 유효한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요지는 독일의 고용안정협정이 △기업위기에 대한 노사의 공동인식에 기반하고 노동자의 연대적 실천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다 △일자리안정과 산업입지역량의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사의 전략적 타협의 산물이다 △산별교섭체계와 법제도적 보완조치가 병행되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독일 노사관계의 전통(특히 유럽 통합 과정에서 독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코포러티즘’)에 대해 맹목적이라는 문제도 있을뿐더러 경제위기 아래 고용안정의 대가로 노동신축화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노동시간 계좌제는 연간 단위의 변형근로제라고 볼 수 있고, 초과근무 수당을 사실상 폐지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 효과가 서구에 비해 훨씬 더 파괴적일 것이다. 장시간의 잔업ㆍ특근을 통해 부족한 임금을 보충하던 상황에서 잔업ㆍ특근만 줄어도 노동시간 감소율에 비해 임금 감소율이 훨씬 더 클 것이고 노동자는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또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노동시장 내에서 ‘이동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동자 스스로 기술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대안은 결국 독일식 ‘사회적 파트너십’ 모델로 귀결되는데, 이는 ‘새로운 사회협약’을 통해 단체교섭의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물질적 자원을 획득한다는 구상과 연결되고 있다. 한편 신축적 안전성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곤 하는 ‘네덜란드 모델’은, 특히 여성노동력 활용을 목표로 파트타임 일자리 확대를 통해 ‘일과 가사의 양립’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맞벌이 부부의 ‘1.5 job’). 단체교섭의 분권화와 양보교섭 이러한 노조운동의 코포러티즘은 20세기 서구 노조주의의 모순으로부터 기인한다. 유럽 노조주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가와 자본의 임금정책을 수용함으로써 성장기 동안 생산성 증가에 따른 임금 인상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들였으며, 그 대가로 국가를 매개로 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확장시키는 전략을 선택해왔다. 그 전형적인 사례로서 독일 코포러티즘 모델은 강력한 국가주도 산업화와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중상주의로 특징지어진다. 그러나 불황기 임금정책을 수용하는 노조는 노동자 내핍 강제기구로 전환되어 지속적인 임금억제를 정당화하게 된다. 이에 대한 자구노력으로 노조는 직업훈련을 담당함으로써 숙련을 향상시키려는 전략을 채택하고 이를 통해 내부노동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또 높은 조직률과 강력한 중앙교섭을 바탕으로 하는 연대임금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특징지어지는 스웨덴의 렌-마이드너 모델 역시 재정확대가 아니라 강력한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을 기반으로 인플레 없는 완전고용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와 이에 대한 반경향으로 나타난 금융화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기초로 한 자본과 노동의 타협의 물질적 조건 및 제도를 해체하고 그 결과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에 대한 가치절하를 동반해왔다. 산업이윤율의 하락으로 인한 생산의 침체와 금융비용의 증가에 직면하여 경영자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세계적 차원에서 자본을 재배치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고임금과 실업의 동시적 원인으로 노동조합의 경직성이 지적되고, 고용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용 및 임금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확립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노동시장의 신축성을 높이고 노동의 이동성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부가되었다. 그러나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은 대체로 고용안정을 보장받으려는 양보교섭을 선택했다. 이는 자본축적의 성장기에 인정받았던 노조의 교섭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불황기에 기존 노조의 헤게모니의 물질적 토대가 해체되고 상대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양적ㆍ질적으로 증가하면서, 노조는 더 이상 노동자계급 전체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기존의 제도적 관행을 유지하려는 노조의 노력은 종종 노동자운동 내에서 내핍과 고통분담을 강제하는 역설로 드러났다. 그 결과 노동자계급 내부의 이질성과 분절화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노총의 경우, 1980년대 이후 대체로 선임권 규정과 같은 기존의 제도적 안정성을 유지한 가운데 임금과 같은 쟁점에서 일정한 양보를 제공하는 양보교섭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기본적으로 노조의 교섭력을 지속적으로 하락시키며, 그 결과 조합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도 점차 축소시키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교섭력 증대가 관건이 되고, 교섭력 증대의 전제 조건인 조직률 상승이 주요한 목표가 된다. 이는 영미권에서 종종 ‘신노조주의’로 불리기도 하는 조직화 노선으로 수렴되었다. 조직화 노선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노조간 통합, 특히 군소 노조의 흡수를 통한 조직률 증가 전략이다. 이러한 시도는 종종 전국적 규모의 ‘조직화 학교’나 ‘지역 사회 캠페인’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노동자운동의 이념적 혁신 없이 조직률 상승이라는 실용적 목표에 종속된 조직화노선은 앞서 SEIU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문제를 파생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1980년대 이후 단체교섭의 분권화 양상이 뚜렷해졌다. 가령 독일은 전체 단체교섭에서 기업별 협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대 대폭 증가했고(1990년 27%→2000년 39%), 노조가 없어서 단협 적용을 받지 않는 기업 또는 직장협의회도 없는 기업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사용자단체의 조직률 하락과 병행한다. 또 산별협약에서 기업 수준 노사에 근로조건 결정권의 일부를 위임하는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1980년대에는 노동시간에 대해, 1990년대에는 임금에 대해 개방 조항이 적용). 이 과정에서 노조는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신축성 확대를 교환하고 숙련 향상 정책을 지지함으로써 노동자 내부의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 1995년 ‘일자리를 위한 동맹’, 1998년 ‘일자리, 직업훈련, 경쟁력을 위한 동맹’과 같은 사회협약이 그 단적인 사례들이다. 스웨덴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제1노총(LO)의 독점적 지위가 축소되고 사무직노총(TCO)-전문직노총(SACO)과의 중앙 단체교섭이 분리되면서 연대임금 정책이 붕괴했다. 이처럼 1980년대 이후 유럽 노조의 대응은 대체로 위기와 일정한 조정기를 거쳐 신자유주의적 코포러티즘으로 수렴되어 왔다. 특히 유럽통화동맹으로의 이행기인 1990년대 말에 주요 유럽 국가들에서 신 사회협약이 체결되면서 국가적 수준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코포러티즘이(혹은 경쟁적 코포라티즘) 확립되었다. 이 사회협약의 특징은 △생산성 증가 이하로 임금 수준을 유지하고, △산업부문에서 기업수준으로 임금협상을 부분적 개방하고, △높은 임금편차를 수용하는 것을 기초로 임금 억제 정책을 노조가 승인하고, △그 토대 위에서 노동시장의 신축화와 사회보장 및 조세제도를 친기업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코포러티즘인가 단체교섭의 초민족화인가 유럽 통합 과정에서 유럽 각국이 민족국가 수준에서 임금 억제 정책이 실행 가능했던 것은 대량실업으로 인한 노조의 협상력 저하와 같은 조건 외에도 유럽화폐동맹의 ‘제도화된 화폐주의’가 바닥을 향한 경쟁을 추동했기 때문이다. 민족국가 수준의 사회협약-경쟁적 코포러티즘과 함께 기업 수준에서는 양보협약-경쟁적 기업동맹을 통한 ‘조직화된 분권화’가 일반화되었다. 즉 탈규제화된 금융시장, 강화된 시장경쟁, 대량실업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자본-노동 간(해외이전ㆍ투자재배치ㆍ해고위협), 초민족적법인기업 내부의 본부-자회사 간(생산성ㆍ임금ㆍ노동시간ㆍ작업조직 벤치마킹 강제), 주주-경영진 간(주주가치지향 단기 실적주의) 세력 관계의 변화를 야기한 것이다. 그리고 유럽 차원에서는 초민족적 수준에서 자본의 구조적 우위를 강조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유럽의 ‘상징적 코포러티즘’이 작동하게 되었다. 1970년대 초 브레튼우즈체제의 붕괴 이후 환율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파괴적 효과가 지속되자, 화폐공급과 금융에 대한 탈규제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고자 하는 통화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1978년 도입된 유럽화폐제도(EMS)는 회원국간 환율을 고정시킴으로써 환율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설정했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이 유럽화폐동맹(EMU)을 위해 제시한 경제정책 수렴기준은 민족국가 화폐주권의 소멸을 의미했다. 반면 화폐동맹에 상응하는 재정동맹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기술력과 생산성이 열세인 국가가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신축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었다. 유럽화폐동맹이 부과하는 조건 속에서, 노동비용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충격이나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한 요소로 간주되었으므로 국가들은 저마다 노동조건의 사회적 덤핑이나 임금덤핑을 시도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 산하 각종 기구에서도 경쟁 지향적 단체교섭 정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유럽연합이사회(European Council)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ttee)가 기초한 ‘확대경제가이드라인’을 채택했는데, 이는 임금인상을 생산성 성장 이하로 억제하고 지리적·직종별로 임금을 차등화하는 내용으로 이뤄져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중앙은행은 회원국이 임금 억제 정책에서 이탈할 경우 통화수단에 제한을 가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노조들은 근본적인 딜레마에 처했다. 한편으로 유럽의 화폐ㆍ경제적 통합은 임금과 노동조건에 경쟁을 부과하면서 점점 더 단체교섭의 기초 기능을 침식했다. 다른 한편으로 민족상위적 유럽 단체교섭 체계는 가까운 미래에서 출현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후반 무렵, 유럽 노조들은 단체교섭 정책에서 국경을 넘어서는 노조 간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단체교섭의 유럽화를 향한 새로운 접근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체교섭의 유럽화에 관한 초기의 이론적·정치적 논쟁은 대부분 유럽의 ‘사회적 대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유럽의 사회적 대화의 내용적 빈곤과 법적 완결성의 한계는 노조(사회·노동 표준에 대한 경쟁적 탈규제에 대항한 민족상위적 보호)와 사용자 단체(사회적 규제를 회피하고 국가간 경쟁을 활용한 이점을 누리고자 함)가 근본적으로 유럽의 사회적 대화에 대해 상이한 이해를 갖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런 와중에 1990년대 말 유럽금속연맹(EMF)을 비롯한 가맹 조직들의 발의에 따라 유럽노조연맹은 생산의 초민족화가 진전되면서 임금교섭이 더 이상 일국이나 특정 산업부문 이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유럽차원의 ‘단체교섭 조정’을 새로운 ‘유럽의 노사관계 체계’에 관한 주요 결의사항 중 하나로 채택하였다. 유럽노조연맹은 각국 단체교섭에 대한 권고사항을 담고 있는 단체교섭 조정을 위한 ‘유럽 가이드라인’을 채택, △정규 임금인상은 이윤과 임금 간 균형을 보장하기 위해 총임금 인상에 분배되는 생산성 비율을 최대화하면서 최소한 인플레이션을 초과해야 하며 △생산성 향상 잔여분은 단체협상의 여타 의제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임금이 평행적으로 인상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노조연맹은 이 가이드라인이 다음 목표에 부합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확대경제정책가이드라인과 유럽중앙은행의 화폐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수준에서 노조들이 임금협상의 일반 지침을 가질 수 있고 ‘거시경제적 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유럽에서 사회적ㆍ임금 덤핑과 임금의 분기를 막을 수 있고, △유럽 내에서도 임금 지불이 쉽게 비교될 수 있는 단일통화지역에서 임금 요구안을 조정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생활조건을 상향 수렴할 수 있다. 이러한 ‘임금 공식’의 활용은, 임금인상이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노조로 하여금 유럽 수준에서 임금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유럽에서 단체협상 결과에 대한 비교평가를 위한 분명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유럽노조연맹이 ‘사회적 유럽’을 상징적 매개로 하여 노동3권의 초민족화를 추구하는 것은 ‘바닥을 향한 경주’를 지양하기 위한 유의미한 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통합의 신자유주의적 본질과 코포러티즘의 잠재적 위험을 차치하더라도, 유럽 차원의 노사관계가 그 목적과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실상 유럽연합은 사회적 파트너로서 어떤 권위 있는 대화당사자(즉 노사정)도 없으므로 최소한의 실체를 가진 정교한 형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노동자 대중운동과 결합하지 못하면 현실과 괴리되면서 거버넌스의 하위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경제위기와 노조운동의 이념과 지향 그렇다면 경제위기 시대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이념과 지향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노동조합은 일차적으로 방어적 조직이다. 즉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착취에 맞서 임금인상·노동시간단축·노동조건개선이 노조의 일상적 방어투쟁의 과제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어투쟁의 방식이다. 즉 노동조합의 활동이 연대지향적인 방식인가, 아니면 자기중심적 방식인가라는 쟁점이다. 노동조합을 통한 방어투쟁의 특정한 방식은 ‘노조주의’를 통해 표현된다. 노조주의는 특정한 조직형태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이념과 노선을 포함한다. 노조주의는 특정 이데올로기를 동반하지만 ‘정치노선’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노동조합 내에서 노동자대중이 어떤 형태로 스스로를 조직하며, 활동가들은 어떠한 지향과 활동방식을 가지고 활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천적 지침에 가깝다. 따라서 노조주의는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활동가들의 조직과 활동 노선을 포함한다. 즉 노조주의는 노동조합 일반에 관한 특정한 이론이나 관념을 동반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노조주의 내에서 사회운동적인 요소를 추출한다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대중 내부의 계급적 통일성을 증가시키고, 내적 배제를 제거한다는 기본적 이념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 이러한 이념은 ‘노동자계급 내부의 격차를 축소해 나감으로써 노동자 전체의 통일적 이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으로 나타나며, 종종 노동조합으로 포괄되지 않는 실업자 운동이나 여타 민중부문과의 연계 전략을 동반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노동조합의 코포러티즘이나 양보교섭은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할을 자초하는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례로, 전미자동자차노조(UAW)는 경제위기가 가시화된 2007년 단체협약에서 기존보다 낮은 임금에 합의했다. 이로써 UAW 가입 노동자 고용에 드는 비용은 미국 내 조업 중인 아시아계 자동차 회사인력의 수준과 동일하거나 적은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양보 조항이 현 조합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되 현 UAW 조합원의 퇴직에 따른 신규 대체인력 채용 시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UAW는 저비용의 ‘미래 노동계약’을 마련함으로써 현 조합원의 생활수준을 유지시키는 동시에 기업을 살릴 급부를 제공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독일 폴크스바겐의 경우, 정규직에 대한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대가로 세계 전역의 공장에서 다수의 비정규직이 해고되기도 했다. 2007-09년 세계 금융위기와 최근 그리스를 비롯한 남부유럽의 재정위기가 폭발하면서 노조의 대응은 더욱 방어적으로 경도되는 인상이다. 특히 노조의 대응이 개별 기업이나 민족국가 수준에서 고착되면서 세계화ㆍ지역화에 대한 국제주의적 대안을 제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념적 전망의 소실과 신자유주의적 반격 속에서 노조의 이념적·조직적 혁신 전략이 역시 아직까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무엇보다 현재 세계 경제위기의 근본적 원인과 성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0년 들어 발발한 남부유럽 재정위기는 해당 국가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과 함께 유럽 각국의 긴축재정으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 나아가 유럽 금융기관의 부실 확대로 인한 세계적 금융위기 가능성을 동시에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2007-09년 금융위기에 이어 다시 한 번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단기간 안에 경기침체가 재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윤율 궤도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가 재발하면서 경제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설령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된다 하더라더 ‘고용 없는 성장’이 되리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경제위기에 대한 국제적·민중적 대안의 모색이 노조운동의 부활에서 결정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이념 속에서 대안사회에 대한 전망의 회복이 필요하다. 이는 단체교섭의 행위자로서 노조가 사회·정치운동의 주체로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민족국가적 전략과 세계적 전략 사이의 가교를 놓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금융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국제적 대응 속에서 노조는 초민족적 수준의 노동의 대표이자 사회ㆍ정치적 행위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밖에 중국 노동자들의 최근 투쟁 사례서 보듯이 초민족적법인기업에 대한 각국 노조의 공동 대응과 국제적 네트워크의 건설이 시급한 과제로 요청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하지도 않다 지난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디트로이트주 미시간에서 개최된 2차 미국사회포럼(USSF)에 노동조합 간부, 비정부기구(NGO) 간부,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모였다. 포럼 행사는 참가자 수가 대략 1만 8천 명에 달할 만큼 상당히 큰 규모로 치러졌다. 5일간 열린 포럼에서는 1,062개의 워크숍과 50개의 ‘민중운동 회의’가 개최되었고 그밖에도 다양한 총회, 집회와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졌다. 실업에서부터 주택압류, 이라크·아프간 전쟁, 이주자의 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었다. 포럼을 마친 뒤 주최 측이나 참가자들 모두 미국사회포럼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선언했다. 미국사회포럼의 규모는 최근 경제위기에서 노동자를 향한 공격에 대해 좌파들이 너무나 무기력하게 대응했던 것과 상당히 대비되는 결과다. 부시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책은 상당한 불만과 일부의 저항을 촉발했지만 (긴급경제안정화법으로 알려진 7천억 달러에 달하는 금융기관 구제 조치는 오바마 정부에 들어와서도 지속되었다) 이것이 전국적 운동으로 유지되지는 못했다. 일부 좌파 진영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가 2009년 2월 입법한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 정책 패키지(미국경제회복및재투자법)는 다른 조치들과 함께 거의 16%에 달할 수도 있었던 실업률을 낮추고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실업률은 2010년 1-2월 9.5%에 달할 정도로 대단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있고, 특히 흑인과 라틴계의 실업률은 백인에 비해 훨씬 더 높다. 불완전 취업노동자 숫자를 더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수백만의 미국인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없어서 주택소유권을 박탈당했고 주택압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많은 주정부가 교육 보건 서비스나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한 공공서비스의 예산을 삭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물론 이러한 서비스노동에 의지하는 많은 이들이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았다. 노동자계급은 이번 경제위기 시기 동안 소득, 고용, 생활기준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악화되었고 향후에도 개선이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특히 유색인은 노동자계급 비율이 백인에 비해 더 높다), 자본의 위기 전가에 반대하고 고용 유지와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강력하고 통일적인 운동을 누구든지 기대하거나 최소한 희망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투쟁 사례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그런 운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글은 노동조합과 여타 좌파 세력의 경제위기 대응을 살피면서 이것이 통일적이고 변혁적인 저항으로 통합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평가한다. 노동조합의 대응 2008년 12월 5일 전국 단위로 조직된 소규모 독립노조인 미국전기라디오기계노동자연합(UE)에 소속된 약 200명에 달하는 라틴계 이주자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합원들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리퍼블릭윈도우즈앤드도어즈(Republic Windows and Doors) 공장 점거에 돌입했다. 불과 며칠 전 회사가 공장이 폐쇄될 것이고 근로계약에 명시된 해고수당이나 각종 수당도 없이 해고하겠다는 방침을 노동자들에게 느닷없이 통지한 것이다. 경영자들은 아메리카은행(BoA)이 회사의 추가적인 신용대출을 거절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사실 이 거대 은행은 최근 2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 투쟁은 노동자에게 위기 비용을 전가하려는 사용자와 금융자본의 의도에 맞서 전투적이고 공세적인 저항을 펼침으로써 미국 좌파는 물론 일반인에게 짧은 시간 동안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국 각지의 유색인 노동자 단체들이 연대투쟁을 조직해서 아메리카은행 지점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격려와 지지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공장점거와 대중적 지지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오바마 대통령마저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언급을 할 정도였다. 투쟁을 통해 결국 리퍼블릭윈도우즈앤드도어즈뿐만 아니라 아메리카은행과 회사의 2차 신용기관인 제이피모건체이스마저 UE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점거 6일째, UE는 사측으로 하여금 체불 임금과 수당, 그리고 두 달 치 건강보험료를 지불할 175만 달러의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게끔 하는 데 성공했다. 일부 좌파들은 리퍼블릭윈도우즈앤드도어즈 투쟁이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의 공격에 대한 전투적 대응, 특히 유색인과 이주자들이 주도하는 노동자계급의 대응을 촉발할 것이라고 잠시나마 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희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확산됨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사용자들은 재빨리 고용을 삭감하고 단체협정을 무력화했다. 리퍼블릭윈도우즈앤드도어즈 투쟁과 달리, 주요 노조의 일반적인 태도는 양보 형태를 띠었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제조치를 실행하자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체결한 일련의 협정은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제너럴모터스(GM) 및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기로 했던 그 협정은 2009년 중반 만료되었는데,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퇴직자의 건강보험 기금으로 당초 약속한 현금을 공여하는 대신 회사 주식을 공여함으로써 노조들은 신탁기금을 통해 그 책임을 부담해야 했다. 그밖에도 전미자동차노조는 해고된 이후 실업수당이 소진된 노동자들에게 원래 급여의 약 85%를 제공하는 “일자리 은행”의 폐지를 포함하여, 향후 6년간 파업 금지나 초과수당 삭감과 같은 양보안에 대거 합의했다.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에서도 해고와 수당 삭감이 자행됐지만, 이에 대한 저항은 극히 미미했다. 예를 들어 2009년 봄, 뉴욕시 공공노조는 4억 달러에 달하는 건강보험 수당 삭감에 합의했고, 이는 55만여 명의 노동자와 퇴직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노조는 희망퇴직자에게 현금으로 수당을 제공하는 대가로 7천 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없애기로 뉴욕주와 합의했다. 주지사 아놀드 슈워츠제네거가 캘리포니아주의 노동자들에게 2009-2010년 2년간 월별로 2-3일씩 무급휴직을 강요했지만, 노조는 이에 대해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노조들의 경제위기 대응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태도는 민주당과 의 긴밀한 연계에서 연유한다. 미국노총(AFL-CIO)과 승리혁신동맹(Change to Win)은 공히 오바마 지지를 공개적으로 확약한 뒤(비록 미국노총은 예비선거가 끝난 뒤에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지만) 재정을 후원하고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아래에서 자세히 논의되겠지만 이러한 양대 노총의 오바마 선거운동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민주당과의 공조가 낳은 결과다. 이러한 노조-민주당 공조는 “뽑아만 주신다면 잘 할 수 있습니다”라는 후보자 개인에게 매료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러 친노동정책 입법을 취하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오바마는 노동법 개혁, 특히 노동자자유선택법(EFCA)을 입법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미국노총과 승리혁신동맹 소속 노조들은 오바마가 당선되면 EFCA가 통과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미조직 노동자를 신규 조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007년 의회에 제출되어 계류 중인 이 법안이 가까운 시일 내에 통과될 것 같지는 않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자동차 산업 사용자들과 대대적인 양보협약을 체결한 데에는 일반적으로 민주당과의 공조, 특히 오바마 정부와의 친밀한 관계가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오바마가 자동차 산업 구제조치 과정에서 이러한 양보협약을 강력히 밀어붙였던 것이다. 이러한 민주당 정부와의 관계는 경제위기 시기에 노조가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제를 선별적으로 지지하면서 의회 통과를 위해 로비를 하거나 때로는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식으로 말이다. 북미서비스노조(SEIU)의 경우, 보건의료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올해 들어 건강보험 개혁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최근 물러난 SEIU 전 위원장 앤디 스턴은 모든 미국인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담은 논쟁적인 조항을 쟁취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미국노총 역시 민주당의 의제를 바탕으로 강령을 기초했다. 오바마의 경기부양 패키지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노총은 △학교 도로 에너지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통해 추가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와 주정부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실업자 수당을 확대하고 △지방은행에 대해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메디케이드(65세 미만의 저소득자, 장애인 의료 보조 제도)와 교사들의 봉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주정부에 260억 달러를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의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8월 5일과 10일 각각 상원과 하원을 통과했다.) 이와 같은 의안은 대체로 노조들이 조합원들로 하여금 의원들을 압박하도록 장려하거나 노조 지도부 스스로 로비를 함으로써 법제화된다. 두 말할 나위 없이 미국 노조 지도부는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거나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요구하는 데 관심이 없다. 또한 경제위기가 노동자에게 가한 타격을 다소간 완화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현 체제를 영속화하는 것 이상의 해법을 제시하는 데에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게다가 노조 지도부는 공공연히 실업과 저임금의 책임을 신흥경제국, 특히 중국에 돌리며 이들을 계속해서 비난할뿐더러,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라는 관점에서 사고하기보다는 미국 노동자의 이해를 강조하곤 한다. 단적으로 최근 8월 4-5일 개최된 미국노총 집행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집행위에서 노조 지도부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치로 다음 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① ‘바이 아메리카 프로그램’의 확대 ② 국가 제조업 전략 수립 ③ 환율 조작 중단을 위한 강력한 조치 ④ 미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한 관세 정책 등이 그것이다. 역사적 기원: 코포러티즘적 합의와 미국 노동조합 운동의 위기 노동자 대중운동에 기반을 두고 경제위기 비용 전가에 반대하는 투쟁을 펼칠 의지도 능력도 없는 미국 노조들의 상황은 비단 현 지도부의 노선이나 전략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이는 멀게는 1900년대 초 미국노동조합연맹(AFL) 위원장을 역임한 새뮤얼 곰퍼스와 그의 후계자인 윌리엄 그린이 ‘빵과 버터 노조주의’(실리적 노조주의)를 발전시켰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기원을 갖는다. 실리적 노조주의는 AFL에 속한 고숙련·정주·백인 조합원들의 협소한 이해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계급투쟁을 등한시했다. AFL 초기 지도부들은 정치적 행동을 노동자계급의 동원이라는 의미보다는 로비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이들이 대표한 실리적 노조주의 경향은 전간기 동안 강력한 노동탄압과 몇 차례의 파업 실패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 대불황 시기 동안 노동자운동은 코포러티즘과 전투성이라는 두 개의 경향을 모두 드러냈다. 1929년 경제위기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AFL은 친노조 공약과 케인즈주의 정책에 희망을 품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프랭클린 로저벨트를 지지했다. 전국산업부흥법(NIRA, 1933년)의 7(a)조항과 전국노사관계법(와그너법, 1935년)과 같은 로저벨트 정부 초기에 통과된 노동개혁 법안은 단체교섭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불공정 노사 관행을 규제할 목적으로 전국노사관계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노조 조직화에 상당한 진전을 가져올 기회를 제공했다. 1934년에는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가 주도하는 몇 개의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면서 노동자들의 전투성이 고조됐다. 그러나 여전히 AFL 지도부는 숙련노동자에 기반을 둔 배타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숙련 기반 조직화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노총 내 좌파를 포함한 다양한 세력들은 저숙련 노동자를 포함하는 산별 조직화를 추진했다. 이 세력들은 결국 1935년 산별노동조합회의(CIO)를 결성하고 산별 조직화를 통해 여성 및 흑인 노동자를 조직화하는 데 성공했다. 좌파들의 적극적인 조직화 노력과 더불어 AFL과 CIO 사이의 경쟁은 노동자운동의 급성장을 가져왔다. 로저벨트는 노동자들의 힘이 강력해진 것에 놀란 나머지 파업이 벌어지면 일방적으로 자본가들의 편을 들면서 노조 지도부들의 코포러티즘적 성향을 고무했다. 2차 대전 기간 동안 CIO는 민주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노조 상층 간부들은 전시 ‘무파업 맹세’를 약속하는 대가로 정부 정책을 협의하는 자리에 참가하곤 했다. 이러한 합의는 꽤나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전후 자본과 노동 사이에 산업평화가 도래했다. 산업평화 속에서 노동자들은 민주당의 냉전정책, 즉 반공주의와 해외침략을 신봉하는 조건으로 민주당 지지세력으로 통합되었다. 1947년에 미국 의회는 태프트-하틀리가 발의한 전국노사관계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태프트-하틀리법은 노동자를 조직하고 사용자에 맞서 투쟁할 수 있는 노조의 전술에 심각한 제약을 부과하면서 노조 지도부들에게 더 이상 공산당을 가입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연방정부에 파업중단 명령권을 부여했다. CIO는 서약 강요에 저항하다가 1949년 이에 굴복, 1949-50년 11개의 좌파 성향 노조를 축출했다. 이후에도 5개의 노조가 추가로 CIO를 탈퇴했다. 좌파를 효과적으로 숙청함으로써 노동자운동의 계급성을 일소하는 데 성공한 결과 실리주의적이고 코포러티즘적인 노조주의 헤게모니가 형성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전미자동차노조와 GM 사이에 체결된 ‘디트로이트 협정’이었다. 이 협정에서 노조는 생활임금 인상, 사용자의 건강보험 보장, 연금안을 수용하는 대가로 파업권과 현장통제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정은 나머지 자동차 산업에서도 기준으로 작용했다. 그후 CIO는 1955년 AFL과 재통합했고, 미국노총(AFL-CIO)은 공산주의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했다. 노동자운동의 계급성이 심각하게 침식됨으로써 노동자운동이 실질적으로 파괴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곧 자신이 선택한 ‘위험한 동침’의 결과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노조는 냉전정책을 지지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안전한” 세계(즉 해외 자본투자)를 만드는 데 조력했지만, 이러한 ‘충성’에 대한 보상은 보잘 것이 없었다. 오히려 1970년대 초반 자본주의의 위기에 직면한 지배계급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탈산업화·금융화를 통해 미국 경제 중에서도 노조로 조직된 핵심 부문을 탈노조화하고 중공업을 남반구로 이전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재편은 노동현장 인구 구성의 변화를 가져왔다. 노조로 조직화된 제조업 노동자들은 노조가 없는 일자리로 쫓겨났고, 여성ㆍ이주ㆍ비정규ㆍ서비스부문 노동자들이 다수 증가했다. 조직된 조합원을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형성된 노동자 집단을 조직할 전략마저 부재한 나머지, 노동조합원 숫자가 급락했다. 1950년대 중반 약 35%에 달하던 노조 조직률은 2009년 현재 12.3%로 추락했고, 민간부문에서는 고작 7.2%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의 위기’는 처음에는 미국노총 내에서 새로운 조직화 모델의 도입을 촉발했다.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노총의 분리, 더 정확히 말하면 ‘분열’을 촉발했다. 1995년 선출된 존 스위니 신임 지도부는 조직화 모델을 채택했다. 친노동 법제화에 희망을 품고 여전히 민주당을 강력히 지지하긴 했지만, 스위니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서 서비스의 제공이나 분규 처리수단에 의존하는 대신 동원을 선호했다. 그는 또한 미조직 부문의 조직화를 장려하고 지역사회 단체들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스위니의 조직화 모델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의 토대를 규정하거나 노동조합 운동의 코포러티즘적 태도와 기능이라는 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냈다. 게다가 스위니는 가맹 노조들로부터 전방위적인 저항에 직면해야 했다. 일부 노조는 새로운 조직화 방식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중앙 지도부를 지나친 간섭주의라고 몰아붙이기도 했고, 일부 노조는 높은 액수의 민주당 지지 의무기금에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으며, 탈산업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서비스부문에 기반을 둔 일부 노조는 보다 공세적으로 신규 조합원 조직화를 수행할 자유를 원하기도 했다. 뒤의 두 가지 입장을 보인 노조들은 결국 2005년 미국노총을 탈퇴하여 승리혁신동맹을 결성했다. 승리혁신동맹은 스위니가 도입하려고 시도했던 것과 유사한 강령을 표방했다. 미국노총과 승리혁신동맹의 분리는 미국노총의 취약함의 반영이자 단결의 토대가 되어야 할 계급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의 반영으로서, 노조의 부활과는 거리가 멀다. 승리혁신동맹의 강령은 민주당에 대한 독립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는 노동자계급의 정당한 정치적 행동의 발로라기보다는 민주당과의 공조에 대한 일종의 균형추로서 공화당의 환심을 사려는 것으로 종종 드러나곤 했다. 승리혁신동맹의 정치적 요구는 일반적으로 미국노총의 거울상에 불과했다. 승리혁신동맹의 중추 세력인 북미서비스노조(SEIU)가 신규 부문에서 거둔 조직화 성과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와 (정치적 내용이 결여된 맹목적인 ‘조직 몸집 불리기’에 다름 아닌) 일방적인 하향식 조직화 방식, 그리고 유나이트히어와 같은 다른 노조의 내부 분쟁에 대한 개입 등으로 인해 크나 큰 비난에 처해왔다. 2008년 앤디 스턴 위원장은 유나이트히어의 위원장 브루스 레이너가 히어 부문과 갈등을 겪자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레이너 진영에 속한 10만여 명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지역지부들은 2009년 3월 유나이트히어를 탈퇴하여 SEIU로 상급단체를 변경, 워커즈유나이티드(Workers United)를 결성했다. 워커즈유나이티드와 유나이트히어는 최근까지 쌍방간 부패와 실정의 책임을 묻는 18개월에 걸친 지난한 법적 분쟁을 벌였다. 미국노총-승리혁신동맹, 유나이트히어-워커즈유나이트 간의 분리는 공히 운동의 역량을 소진시켰다. 또한 이러한 노조의 분리는 노동자운동 내 개별 부문들이 각기 이전에 누려온 협소한 이해에 몰두하는 무능력을 표상한다. 요컨대, 스위니의 개혁 노력과 SEIU가 시도한 조직화 전략은 전후 노자 간 ‘대타협’에 덧씌워진 굴레를 벗어던지려는 지속적인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정치적(계급적) 방향성이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내부 분파 갈등은 상당 부분 이러한 결점의 결과인 셈이다. 미국사회포럼 참가 세력들의 현황 이상에서 미국 노동조합의 성격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보면 양대 노총과 그 가맹노조들이 최근 경제위기에 맞서 대중운동을 건설하려는 유의미한 시도를 하지 않은 이유를 대체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또한 미국사회포럼에 참가하는 노조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노총, 유나이트히어, SEIU와 기타 노조에 소속된 간부들이 미국사회포럼에 참가하긴 했지만, 이들은 포럼을 다른 세력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운동을 건설할 호기로 활용하려는 어떠한 통일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경제위기에 대한 분석을 공유하고 행동 제안을 결의할 ‘노동조합 간부회의(Labor Caucus)’가 계획되었지만 이는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그 결과, 이번 포럼에서는 각 노조가 여타 세력과 함께 공동 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어떠한 실질적인 기구도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사회포럼에 노조만 참가한 것은 아니었다. 노조는 미국 사회운동 전반을 대표하지도 않을 뿐더러 심지어 미국 노동자운동의 전부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노조 이외의 몇몇 운동 세력들은 미국사회포럼에 적극 참여한 것은 물론, 포럼 전후 프로세스를 통해 경제위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주자 권리> 아마도 포럼에서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주자 권리 운동일 것이다. 이주자 권리 운동은 지역 노동자센터, 지역사회 단체에서부터 거대 NG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력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은 항상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대개 노조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주자 권리 부문은 애리조나 주가 이주자단속법 SB1070을 채택함으로써 활동이 활성화되었다. 이 법안은 정식 비자가 없이 애리조나 주에 체류 중인 이주자에게 범죄 혐의를 씌우고, 경찰관이 미등록이주자로 의심되는 모든 이들의 신원을 조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SB1070에 반대하는 운동이 전국에서 대규모로 일어났고, 연방정부도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이 법안은 시행을 하루 앞둔 7월 28일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주자 권리 운동은 SB1070에 반대하는 투쟁 외에도 1,200만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자의 합법화 프로그램을 포함한 포괄적인 이주관련법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이슈는 포럼에서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진 주제였다. 이주자 공동체의 주체화를 목표로 하는 조직화 전략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미국노총과 승리혁신동맹은 서면 상으로는 포괄적인 이주개혁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 역시 이주자에 대한 감시·통제와 더불어 사업장에서 고용 허가 인증을 통과한 이주자만 입국을 허용할 것, 그리고 멕시코 국경의 경비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이주자 조직화에 초점을 맞춘 양대 노총 소속 노조들은 투쟁의 주체로서 이주노동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목표를 병행하고 있지 않다. 비노조 이주자 권리 운동에 동참하는 많은 세력들의 경우, 이주자에 대한 공격과 노동자계급 일반에 대한 공격 사이의 연관을 분석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일부 이주자 단체가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맥락에서 이주가 이뤄지는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이러한 이해는 투쟁방향에 충분한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향후 노조와 이주자 권리 운동 세력 사이의 상호 교류를 증진하고 양자가 서로 정치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반전운동> 지난 몇 년간 상당히 약화되긴 했어도 반전운동 역시 포럼의 주요 참가 세력 중 하나였다. 다양한 반전 활동가들은 경제위기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범죄 사이의 연관 고리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비가 아닌 일자리와 공공서비스를!”(Move the Money)이라는 제목의 캠페인에 대해 논의했다. 보스턴 지역의 단체들이 최초로 발의한 이 캠페인은 일자리를 위한 재원 확충과 공공서비스를 요구하면서, 미국 각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역별 투쟁을 연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역에서 투쟁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별 캠페인이 잘 실행된다면 향후 국방예산에 사용되는 돈을 일자리와 공공서비스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는 전국적 투쟁으로 발전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비록 캠페인 규모가 아직 충분히 커지지는 않았지만, 캠페인 조직자들은 미국에서 가장 큰 반전단체인 평화행동(Peace Action)과 함께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여타 부문으로도 연계망을 확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유색인 노동자계급 단체> 다른 범주와 겹치긴 하지만, 포럼의 또 다른 주요 참가 세력은 필자가가 비노조 반인종주의·유색인 노동자계급 단체라고 부르려고 하는 세력이다. 이 부문에는 전국가사노동자동맹, 노동자공동체전략센터(로스앤젤레스), 아시아공동체조직(CAAAV, 뉴욕), 고용권쟁취민중조직(POWER, 샌프란시스코) 등이 망라되어 있다. 이러한 단체들 중 다수는 그 기원을 1960-70년대 민권운동 및 유색인운동에 두고 있으며, 대체로 이들은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인종주의와 보수주의에 실망한 나머지 노조를 주요 고려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본주의와 인종주의가 어떻게 교착하는지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20-30년 전부터 출현하기 시작한 비노조 조직화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가사노동자를 노동자 범주에 넣고 고급주택 위주의 재개발로 인한 유색인들의 강제 퇴거 문제나 공공운송 이용권과 같은 이슈에 주목하면서 노동현장이나 지역사회에서 이주자와 유색인 노동자들을 조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과거에 이러한 운동단체들은 전통적인 노조들과 관계를 맺는 데 우선적인 관심을 두지 않았다. 5년 전 이 단체들 중 많은 단체들이 선도적으로 나서서 60여 개가 넘는 각종 지방ㆍ지역ㆍ전국 단위 단체들의 전국적 연합체인 풀뿌리세계정의(Grassroots Global Justice)를 결성했다. 풀뿌리세계정의는 빈민ㆍ노동자계급 공동체 속에서 기층 조직화 전략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빈곤, 분쟁,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세계 정치ㆍ경제 세력” 비판을 토대로 국제적인 “변혁적 사회정의 운동”을 건설한다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풀뿌리세계정의는 2007년에 개최된 1차 미국사회포럼과 이번 포럼을 조직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2009년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반대 시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풀뿌리세계정의는 비아캄페시나(농민의길), 세계여성행진, 남반구사회동맹과 같은 국제적 반(대안)세계화 운동 세력들과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러한 국제적 운동의 전통과도 일맥상통한다. 반면, 아마도 풀뿌리세계정의의 참가단체들이 정치적 관점이 꼭 일치하지도 않을 뿐더러 주로 지역별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런 것으로 추정되는데,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동원을 위한 통일적인 강령을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규모 면에서나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나 노동조합에 상응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포럼에 참가한 또 다른 비노조 단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풀뿌리세계정의 참가 단체 중 하나인 일자리와정의(Jobs with Justice)라는 전국 단위 단체가 그것이다. 일자리와정의는 더욱 광범위한 경제ㆍ사회 정의라는 맥락에서 노동권을 옹호하기 위해 1987년에 결성된 단체다. 일자리와정의는 노조와 지역사회 단체들 간의 연대를 실질적으로 증진하려고 노력하고, 활동가들 역시 노조의 조직화 캠페인이나 노동현장 투쟁에 직접 지지ㆍ연대한다는 점에서 풀뿌리세계정의에 참가하고 있는 다른 많은 단체들과 구별된다. 일자리와정의는 리퍼블릭윈도우즈앤드도어즈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고, 현재는 미국 전역의 하얏트 호텔에서 임금동결 중단과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유나이트히어의 장기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다. 일자리와정의 각 지부들은 포럼에서 다수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자신들이 지역에서 펼치고 있는 캠페인을 홍보하기도 하고,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도 하고, 이주자의 권리 투쟁과 기존 노동자운동의 연대를 모색하기도 했다. 또한 일자리와정의는 노동조합들과 함께 포럼 둘째 날 “은행이 아니라 일자리에 돈을”이라는 슬로건 하에 ‘노동자 행진과 집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더 많은 장애물: 개별주의, 오바마, 풀뿌리 우파 불충분하긴 하지만 미국사회포럼을 개관하면서 미국 사회운동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동시에 운동의 역량이 다양한 이슈로 나눠져 있고, 상이한 부문 간에 각자의 이슈에 선행하는 공통 과제가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도 살펴볼 수 있었다. 미국 노동조합의 코포러티즘적 노선에 비견할 만한 이러한 ‘개별주의’는 노동자계급을 탄압하고 냉전 시기 공산주의를 억압했던 미국 역사의 유산에 다름 아니다. 20세기 전반기 동안 미국에는 진보적 계급 분석이 부재했는데, 이는 미국의 해외전쟁과 국내 인종주의에 대응해서 1960-70년대에 출현한 운동의 성격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 시기 동안 진행된 투쟁은 대부분 마르크스주의를 멀리 하면서 종종 단일 이슈에 집중하거나, 또는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재분배 요구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유색인ㆍ여성ㆍ성소수자 등 특수한 하위주체(subaltern) 집단의 대표성을 강조하곤 했다. 이 시기 또는 그 이후에 출현한 유색인 운동 내 일부 세력들의 경우 인종적 억압에 대한 분석을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연결하려고 노력하였고, 또 어떤 집단들은 여성 억압과 이성애규범성(heteronormativity)을 유사한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지만, 운동의 분열상은 지속되었다. 계급 분석의 결여는 반지성주의적 경향에 의해서 강화되기도 했는데, 반지성주의는 1960년대 구좌파의 교조주의와 미국의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의 억압적 본성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이래 오늘날까지도 하나의 경향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밖에도 미국 운동의 통일적인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몇 가지 요인들이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비단 노조뿐만 아니라 좌파 일반이 오바마 정부에 반대하는 강력한 투쟁을 펼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모종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미망에서 비롯된 문제로서, 오바마가 사상 초유의 흑인 출신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바도 아니다. 공화당원과 티파티운동이 조직한 풀뿌리 우파들이 오바마를 악의적이고 때로는 인종주의적으로 공격하고 있기 때문에 좌파들은 오바마를 비판하는 데 훨씬 조심스러워하고 있고, 이로 인해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좌파가 오바마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지속하면서 자신의 대안을 제출하는 데 실패하는 와중에, 경기침체기에 터져나온 대중적 불만으로부터 티파티운동이 발전하여 세간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티파티운동 동조자들이 건강보험 개혁이나 정부 지출에 반대하는 몇 차례 집회를 개최하여 언론으로부터 대대적인 관심을 이끌어낸 반면, 미국사회포럼과 같은 행사는 어떠한 언론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언론이 차별적으로 반응한 것은 티파티운동이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라는 단일한 이념으로 무장한 반면, 좌파의 경우 이러한 이념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일부 연유한다. 각 지역 수준 또는 개별 이슈별로 중요한 투쟁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좌파들은 경제위기에 대한 통일적 대응을 건설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결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물론 나 개인이 혼자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몇 가지 평가를 진행하고자 한다. 우선, 좌파 세력들이 경제위기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수행하고 나아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노동탄압 및 냉전의 유산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유산이라 함은 미국 노동조합들의 코포러티즘적 노선과 신사회운동이 표방한 개별주의 그리고 좌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든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및 이론에 대한 총체적인 거부감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노조와 비노조 반인종주의·유색인 노동자계급, 그리고 지역사회 단체들 사이가 긴밀해지고 상호 협력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스위니 지도부 시절 미국노총이 이를 처음 시도한 바 있고, SEIU는 이러한 방식을 특정 조직화 캠페인에서 채택했다. 일자리와정의 역시 이러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은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노조 조직화라는 협소한 목표를 넘어 구체적인 정치적 목표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매우 지난한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풀뿌리세계정의에 참가하고 있는 단체들과 같은 집단들이 노조와 교류하고, 비전통적인 부문에서 기층 조직화를 위한 집단적 전략을 논의하고, 나아가 신자유주의와 군사세계화가 개별 억압과 연결되는 맥락과 인종주의ㆍ가부장주의ㆍ이성애주의가 자본주의와 상호 연관되는 맥락에 대한 분석을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임에 분명하다. 끝으로, 일자리와 공공서비스 등 노동권 투쟁은 이주자의 권리 쟁취 투쟁과 반전운동과 결합되어야 한다. 이는 이주자의 권리 쟁취 투쟁이나 반전운동이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고 전국적 규모로 조직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이슈들이 정부의 재정 지출이나 경제위기 시 노동자 통제 방식과 근본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은 전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상의 논의에서 확인하였듯이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실행되고 있다. 강력하고 통일적인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을 배가하는 동시에, 이러한 노력이 노동조합 내부와 비노조 노동자계급 좌파 내부에서 지배적인 경향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를 실현할 구체적 방법은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투쟁하는 과정을 통해 발견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