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국회 상임위 직권상정 시도에 부쳐 8월 31일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도중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대표자와 회원들이 전원 연행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9월 국회 외통위 통과, 10월 본회의 통과라는 시나리오를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의지를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었다. [%=사진1%] 한미 FTA를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 작년 12월 한미 FTA 재협상 타결 이후, 정부·여당은 조속한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추진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한미 FTA 비준은 하루빨리 이뤄져야한다”며 “FTA는 세계를 향한 핵심 전략”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의회가 한미 FTA 이행법안을 9월 회기 중 발 빠르게 처리할 것으로 전망 된다”며, “우리나라도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본격 심의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9월 초 개회되는 미국 의회에 FTA 이행법안이 공식 제출되면 인준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FTA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여당은 미국 의회 상황과 연동해서 국회 비준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동안 미국 의회가 국가 부채 상한 조정 등으로 난항을 겪다 최근 다시 한미 FTA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가 단체들의 한미 FTA 찬성 발언도 이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하면서, FTA가 국가경제의 성장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요 수출기업들도 하반기 수출둔화 우려를 타개하기 위해 서둘러 한미 FTA를 비준해 발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10개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 간 35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미 FTA 강행 처리 시도 8월 초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미국이 FTA 이행법안을 9월 중 처리하기로 한 데 대해 “우리도 보다 박차를 가해 양국이 서로 어깨를 겨루듯 비슷한 시기에 처리됨으로써 국민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현재 ‘9월 5일까지 외통위 상정, 17일까지 의결, 10월 본회의 처리’ 일정을 제시한 상태다. 다만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 처리는 야당과의 협상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한미 FTA 여야정협의체 회의를 열고 있는데, 이는 반대 여론이 높은 한미 FTA를 단독으로 통과시킬 경우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07년 체결된 협정안에 대해서는 ‘선 대책 후 비준’이란 기존 당론을 유지하면서도 작년 이명박 정부가 타결한 재협상안은 ‘굴욕적 퍼주기 협상’이라는 이유를 들어 재재협상을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두 달간 한미 FTA 여야정협의체 회의가 여섯 차례 열렸으나 정부·여당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한미에서 비준 절차가 본격화한 시점에서 민주당의 재재협상 요구는 FTA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재재협상 주장의 비현실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역시 국내에서 보완해야 할 항목인 ‘2’ 부분은 협상이 가능하지만 미국과의 재재협상이 요구되는 ‘10’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의회, 조만간 한미 FTA 법안 처리 가능성 높아 8월 초 미국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한국 등 3개국과의 FTA 이행법안을 9월 중 처리한다는 방침에 사실상 합의하였다. 미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가 성명을 통해 의회 휴회가 끝난 직후 무역조정지원제도(TAA) 연장안을 처리한 뒤 3개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는 추진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노조의 이해를 반영하여 TAA 연장과 한미 FTA 비준의 연계 처리를 주장해왔던 반면 공화당은 재정지출 추가 부담을 이유로 TAA 연장에 반대해왔다.(TAA는 FTA로 인해 발생하는 실직자들을 재교육하는 비용을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로 관련 재정지출 규모는 연간 70-90억 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가 백악관이 공화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TAA를 한미 FTA 이행법안의 부분으로 포함시키지 않고 별개 법안으로 제출하되, 공화당은 백악관의 요청대로 TAA와 한미 FTA의 병행 처리를 보장해줌으로써 양측이 실리와 명분을 각각 취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민주당과 공화당은 FTA 이행법안 자체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제위기가 지속, 심화되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FTA가 처리되면 미국 내에 7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이행법안 처리를 거듭 강조한 것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활적 이익, FTA 물론 현재 미국 의회의 복잡한 사정을 감안할 때 9월 중 처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9월 의회 회기가 길지 않은데다 이른바 ‘슈퍼위원회’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 등 논란이 될 만한 안건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또 FTA 추진계획에 구체적인 처리 일정이나 방식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정부의 FTA 이행법안 제출과 의회의 TAA 제도 연장안 표결 처리의 선후관계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미 의회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인 10월말에나 FTA 이행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의회가 빠른 시일 내에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연말부터 사실상 대선국면이 본격화되어 실제로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미 FTA가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동아시아를 자유무역지대로 묶기 위한 경제전략이자 군사안보전략 차원에서 제기되었다는 점, 특히 현재 무역적자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FTA 이행법안 처리 무산은 미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9일 발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한미 FTA 이행법안이 미 의회에서 불발되거나 지연되면 양국의 전략적 동맹관계에 심대한 상징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미 FTA가 무산될 경우 2000년대 초부터 미국이 주로 동북아시아에서 추진해온 ‘경쟁적 자유화’ 전략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의 FTA는 물론 도하개발의제(DDA) 협상 등 수많은 통상 관련 현안에 직면하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는 한미 FTA가 향후 무역정책에 길잡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의 논란은 시기와 절차를 조율하는 소소한 문제일 뿐 머잖아 이행법안이 처리될 것은 분명하다. 민중의 힘으로 한미 FTA 막아내자 지난 27일 ‘한미 FTA 저지 결의대회’를 제외하면, 현재 FTA 범국본을 비롯한 민중운동의 계획은 주로 국회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6년 뜨겁게 타올랐던 한미 FTA 반대 투쟁은 2008년 소강상태에 빠진 뒤 아직 그 불씨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초 한EU FTA 국회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피해부문 대책 마련과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당론은 언제든 찬성 입장으로 뒤바뀔지 모른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한미 FTA 재협상안에 반대하는 것도 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자신들이 체결한 협정은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에 근거한 정략적 계산일 따름이다. 민중운동이 대대적인 투쟁을 통해 FTA 반대 여론을 확산하고 이를 통해 국회를 압박하고 정부를 굴복시키지 못한다면 한미 FTA가 발효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9월 중 한미 FTA 반대 투쟁의 물결을 다시 일으키자.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부쳐 서울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무상급식, 세금폭탄으로 돌아온다",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하자" 호우 피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있던 8월1일 오세훈 시장은 조용히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한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이미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투표 성사냐 투표 무산이냐'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투표율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8월12일 대선불출마 선언, 1인 시위 등 오세훈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길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0.3%를 기록했다. 그러나 과거 투표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보다 실제 투표율이 10% 이상 낮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33.3%를 넘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투표를 3일 앞둔 21일 오세훈은 시장직을 걸겠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1%] 오세훈이 명운을 걸게 된 이유 모두가 지적하듯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각종 무상복지 논란의 결절점이 될 것이다. 무상급식은 6ㆍ2 지방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 온 보편적 복지 프레임의 대표 정책이고, 야권연대의 정책적 매개이기도 하다. 이번 주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무산될 경우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프레임은 날개를 달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왔지만, 복지 이외의 의제를 부각시키는데 실패함에 따라 끊임없이 동요해왔다. 100% 무상보육을 주장한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 여러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복지 공약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미 무상급식을 수용하고 '맞춤형 무한복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복지'를 제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세훈은 이명박 정권의 입장이자 한나라당의 당론인 선별적 복지를 원칙적으로 고수해왔다. 오세훈은 이번 주민투표가 "과잉 복지냐 합리적 복지냐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납세부담은 적고 소득재분배 효과는 큰 합리적 대안을 찾자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의 무상급식 조례 거부는 보수세력 내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폭우 피해, 미국 신용평가등급 하락 등으로 인해 주민투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또한 주민투표가 오세훈의 차별화 전략인 한, 한나라당 내 계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힘들었다. 주민투표와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당 내에서 제기되는 형국이다. 차별화 전략을 통해 대권 주자를 꿈꾸던 오세훈은 정치생명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명운을 걸고 전력투구 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인 셈이다. 오세훈-이명박의 부자감세와 복지공격 오세훈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선별적 복지를 통해 약자를 지원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대변한다. 즉,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복지를 쟁점으로 제기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무상급식 정책을 '망국적'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2010년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33.5%로 양호한 편이지만, 향후 △잠재성장률 저하 △저출산ㆍ고령화 △무역ㆍ투자 자유화에 따른 법인세, 관세와 같은 세입감소 등 재정위기 위험요인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복지지출의 증대 역시 위험요인으로 분류되며, 무상급식이 각종 무상복지 시리즈로 나아가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위험을 가지는 정책으로 인식된다.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재정 건전성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나라들에 IMF가 강요하는 정책 패키지 중 하나가 항상 재정 건전성이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금융자산 보호를 위한 물가안정에는 통화량 규제와 재정 건전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및 유럽 재정위기와 맞물려, 재정 건전성은 세계적으로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이명박 역시 최근 8ㆍ15 경축사에서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재정 건전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각종 세금혜택을 줄일 수 없으므로 복지지출의 추가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감세 혜택은 늘어나지만, 이를 통해 얻은 이윤의 처분권은 고스란히 자본이 갖는다. 정작 세입감소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복지지출만 억제하겠다는 논리인 셈이다. 부자감세와 재정긴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는 지배세력의 반동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명박 정부의 선별적 복지는 복지 혜택의 대상을 끊임없이 선별해 보장범위를 좁히는 동시에 복지를 노동과 연계시킨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기초생활 수급자를 엄격하게 선별하는 기초법은 선별적 복지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노동연계복지는 직업훈련, 구직과 같은 노동시장 참여 의무를 복지수급 조건과 연계시킴으로써 산업예비군을 광범위하게 조성하여 기업이 저임금ㆍ비정규직 노동자를 활용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세훈 주민투표의 반동성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현재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사활적 전장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민생파탄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무상 복지'로 흡수하려 하고 있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오세훈식 정치쇼를 통해 민주당의 '무상 복지'에 맞불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오세훈의 '벼랑끝 전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권은 야권의 '무상 복지' 공세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오세훈식 정치쇼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급식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선동을 통해 전통적 지지층인 부유층의 '계급투표'를 고무하는 한편 민중들의 정당한 생존권 요구를 공격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의 '부자감세-복지축소'에 대한 찬반과 동시에 민주당의 '무상 복지' 정책 패키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구도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민중운동 주류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연대'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주민투표 논란은 오세훈과 한나라당의 반동적 공세에 반대하는 민중운동의 목소리를 민주당식 복지 프레임으로 모조리 흡수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진정성과 현실성을 결여한 민주당식 보편적 복지 하지만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은 선거용 정책으로 설계되었을 뿐 진정성과 현실성을 모두 결여하고 있다. 단적으로, 수출경쟁력 확보와 투자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반성없이 법인세ㆍ소득세 인상과 같은 부자증세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실질임금 인상과 안정된 일자리가 보편화되어 노동자의 구매력이 증가하지 않는 한, 수출중심 경제에서 내수중심 경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구상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는 민주당의 복지정책이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한 위기를 관리하는 차원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승자독식에 대한 일부 교정을 주장하지만 자본에 대한 통제방안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민중들의 고통을 모두 이명박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고,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해 복지를 확대하면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할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은 결코 한나라당의 선별적 복지론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민중운동이 지배양당 간 허구적 프레임대결을 넘어서야 이런 조건에서 민중운동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어 내년 총대선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식 복지 프레임을 수용하고 상층 야권연합에 몰두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침식당할 위험이 있다. 민중운동은 단순히 오세훈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복지를 실현하고 임금과 고용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히 추구해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에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경제위기와 민생파탄 속에서 민중운동이 정세주도력을 발휘하는 것만이 앞으로 반복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놀음에 대처하는 올바른 길이다.
5월의 어떤 주말, 동자동에 있는 쪽방 중에서도 가장 시설이 고약하기로 유명한 한 쪽방에서 금철(가명, 54세)아저씨를 처음 만났다. 금철아저씨는 파주에 공장을 만드는 건설일용직 노동자다. 백령도 출신인 아저씨의 첫 직장은 15살에 학비를 벌기위해 토요일마다 학교를 빠지고 가던 해안가 공사장이었다. 그 때부터 시작해 시멘트로 만드는 물건이라면 건물이고 전봇대고 안 만들어 본 것이 없다. 깡마른 아저씨의 손바닥은 유달리 두껍다. 누가 봐도 ‘일손’이라고 부를 그 손으로 오랫동안 시멘트를 만지며 살았다. “내가 바람을 폈어. 노동하던 사람이 무슨 돈 놓고 돈 먹기를 하겠다고... 나 그때 골드카드도 만든 적 있어요. 골드카드. 기가 막히게 만들어줘요. 그럴싸한 과장, 차장 명함을 만들어줘요. 그럴싸한 회사에. 그러면 은행 카드회사 직원이 그거 모르겠어요. 가란지. 은행이랑 카드회사랑 짜고 했다는 거예요. 은행직원이 그거 모르겠어요? 보면. 고등학교도 못나온 놈이 어떻게 부장, 과장이 돼.” 아저씨 나이 42세에 다단계에 빠졌던 일을 아저씨는 ‘바람을 폈다’라고 표현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깜빡 속았다. 카드회사들은 직업도 없고 학력도 없는 아저씨에게 계속 대출을 해줬다. 이렇게 아저씨가 이십 년 이상 일하며 일궈왔던 삶은 단 이 년 사이에 사라졌다. 채권추심에 시달리다 부인과 이혼을 하고 거리로 나와 살기 시작해 십년이 흘렀다. 건설일용직 일을 계속 하며 돈을 갚아나갔다. 지인들에게 빌린 2천만원을 이제 겨우 갚았지만, 카드회사 빚은 도저히 못 갚을 것 같다고 하셨다. 빈곤사회연대 사무실로 걸려오는 파산상담전화, 수급상담전화의 당사자들은 이런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다. 이들이 가난해진 원인은 다양하다. 재개발로 인해 평생 일궈온 집에서 쫓겨나 더 열악한 못한 주거나 일자리로 밀려난 것, IMF때 사업에 실패해 아무리 갚아도 끝나지 않는 빚과 싸우고 있는 것, 중산층으로 살았지만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게 된 뒤 차츰 가난해 진 것.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가 일을 했거나 혹은 지금도 일하는 중이다. 빈곤을 생산하는 노동의 고된 사이클: 낮은 임금과 잦은 해고 빈곤사회연대는 최저임금투쟁을 고민하며 노동경험을 중심으로 빈곤층의 삶을 조사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4,5월에 걸쳐 7명의 수급/비수급 빈곤층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1살의 청년부터 70세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지금까지의 노동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빈곤층으로 유입된 결정적인 계기는 모두 달랐지만 불안정하거나 임금이 낮은 노동시장에 장시간 노출되었다는 점은 같았다. Q: “인건비가 낮은 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어, 힘들지. 왜냐면 인건비가 싸니까. 생활하다보면 일하는 사람들 일주일에 한 오일정도밖에 못해 사실은. (하루 일하고 생활하면) 돈 사만 원도 안남아, 그러다보면. 그러니까 하루 이틀 (일 못 구하고) 다니다 보면 돈이 안 남는 거지, 사실. 소주 한잔 먹다 보면 밥 못 먹고. 아침엔 일 나가야하고. 피곤한 거지. 그러니까 5일도 못 하는 거야. 사실은. 다른 사람도 다 그렇지 뭐. 걔들이 많이 하는 애들이 5일이야. 근데 그 사람들이 5일 해도 힘들지. 남는 게 없잖아.” - 건설일용직으로 일하는 이진구씨(가명, 59세)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는 것은 임금이 낮아 계속 일을 하겠다는 의욕마저 뺏는다. 일당으로 받는 오만원 남짓한 돈은 미래를 계획할 수 있기보단 현재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진구씨는 술을 좋아한다. 돈을 모아보려고 노력한 적도 많지만 몇 달을 힘 다해 모아봤자 몇 주만 일을 못나가도 병원비며 방값이며 금세 사라지는 것을 보니 애써 모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방에서 소주 한잔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고 일이나 늦지 않게 가면 그만이다. 어차피 모아도 모이지 않는 돈이라는 것을 이미 인생에서의 많은 실패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지하던 삶이 무너지게 되는 것은 이 정도의 임금도 벌지 못할 때와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는 때이다. 40여년 화물차를 운전했던 김종남(70세, 가명)할아버지는 6년 전, 허리가 매우 안 좋아졌고 일어날 수 없었다. 통장에 있던 2000만원은 움직이지 않는 25톤 트럭의 유지비와 할부금, 치료비를 내는데 다 사용했다. 그래도 모자란 생활비와 치료비를 위해 1000만원 가량을 대출 받았다. 여전히 일은 할 수 없었지만 빚쟁이들은 자꾸 집으로 찾아왔다. 그때부터 할아버지는 종로의 한 지하철역에 몸을 누이기 시작했다. 집도 돈도 차도 없이 아픈 몸과 빚만 남았다. 할아버지는 왜 가난해졌는지에 대한 자신의 진단으로 몸이 아프게 된 것을 꼽는다. 60이 넘어서도 새로 나온 차를 구입할 정도로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갑자기 아프게 될 줄은 몰랐다. 할부금도 다 내지 못한 거대한 트럭은 한 달에 150만원을 꼬박꼬박 잡아먹었다. 의료보험 혜택도, 실업급여도 받지 못했다. 돈을 벌고 있을 때 의료보험이나 적금을 들기 위해 시도해봤다. 하지만 수입과 거처가 일정치 않으니 적금이나 보험을 들었다가도 자꾸만 해약하기 일쑤였다. 지출해야 하는 돈은 바로바로 계산하고, 남는 돈이 있으면 통장에 넣어두는 것이 아저씨가 했던 유일한 재테크였다. 박선연(가명, 62세)씨는 2005년 현재의 동거인을 만난 뒤 둘이 삼년간 600만원을 모아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했다. 당시에는 돈을 더 많이 모아 더 잘 살 수 있길 바랐지만 62세인 본인과 60세인 동거인이 청소노동을 통해 돈을 모으기는 적잖이 어렵다. 둘이 일을 할 땐 한 사람 봉급은 모두 저금을 하고 있지만 둘 중 하나나 둘 다 일을 쉬게 될 때 이 돈을 쓰기 시작하니 생각만큼 돈이 모이지 않는 것이다. 더 나이가 들어 일을 못하게 될 나이가 찾아올까봐 마음이 급하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내가 생각할 때 월급이 적더라도 좀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생각이 들지. 일 좀 해서 돈 벌어도 또 떨어지고 나면 갖고 있던 거 또 쓰니까.” 가난하고 불안정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우발적인 사건의 충격을 완충할만한 사적인 네트워크도, 공적인 부조도 갖고 있지 않다. 불안정한 삶과 저임금에 빠져버린 사람들의 삶에 위기는 너무 쉽게 자주 찾아온다. 이혼이나 해고, 단 몇 백 만원의 지출도 치명적이다. 다음 달의 월세와 공과금을 납부하기 위해 노후를 대비한 적금을 깨는 순간부터 삶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언제나 당장 지출해야 하는 돈들은 많고 미래를 대비할 여분은 부족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빈곤계층 실직자의 소득원천을 분석하였을 때 연금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7.2%로 15개국 평균인 42.0%보다 턱없이 낮았으며, 실업급여라고 응답한 사람은 0%로 아예 없었다.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직장에 다녀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볼 때 빈곤층의 과거 직업경험이 안정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나라 전 계층의 실직자 소득원천 중 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6.8%인데 반해 15개국 평균은 50.0%인 것으로 나타나 연금의 울타리 자체가 튼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기본권 확보가 빈곤을 줄인다 빈곤의 문제가 사라진 듯 화려함이 가득한 도시에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현재는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도 언젠가 내가 늙으면, 병이 생기면, 갑자기 일하던 직장을 잃으면 어떡하나 염려하며 가난의 공포와 싸우고 있다. 현재 빈곤에 대한 대부분의 정책들은 매우 강력하게 근로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을 통해 빈곤으로부터 탈출하라는 강력한 주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빈곤층이 일을 해왔거나 지금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가난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 30대 그룹의 자산이 1000조를 넘어 3년간 54.2%나 성장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 경제위기에 우는 소리를 하며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하청업체의 목을 조르고, 최저임금을 인하하자며 핏대를 세우던 대기업들이 엄청난 성장을 일구어냈다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때 삶과 꿈을 잃은 사람들은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여전히 갈 곳이 없고, 청년들은 빚 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작년 최저임금은 ‘길 가다 우연히 주울 수도 있는’ 110원 인상에 그쳤다. 부모님이 집을 마련해주지 않은 신혼부부들은 집이 있는 사람들보다 돈 모으기가 훨씬 더디며, 월급만 받아 잘 살 날을 꿈꾸는 사람들은 바보취급 당한다.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나는 제일 후회하는 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95년 쯤에 집 한 채 마련했으면 지금처럼은 안 살 거 같다는 거야. 아니면 아이엠에프 터질 때 남편이 보증만 잘못 안 섰어도 20년 동안 일하면서 내 차 한 대 없진 않겠지. 그래도 완전 최빈곤층, 이렇게 안 되고 사는 건 내 남편이나 나나 몸은 안 아프니까 그런 건데, 나이 더 들면 어떨지 몰라.”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며 20여년 구로의 전기 공장에서 일을 해온 43세 여성노동자에게 들었던 이 이야기가 많이 생각났다. 오랜 기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던 이 분이 바라는 것은 계속 일 할 수 있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20년 동안 ‘애 낳았을 때 빼면 쉬어본 적도 없다’는 이 분이 아직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왜 43세인 지금도 ‘언제나 0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느껴야 하나? 이러한 불합리를 끝내는 투쟁을 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 경험을 통해 적절하지 않은 일자리와 임금, 주거가 빈곤을 심화시키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빈곤사회연대는 계속 조사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저임금의 노동과 빈곤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포이동 266번지 화재에 대한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지난 6월 12일, 강남의 포이동 266번지(현 개포동 1266번지)에 큰 불이 났다. 96가구 중 75가구가 전소하고 21가구도 화재진압 과정에서 반파되어 200여명에 달하는 주민들 모두가 집을 잃은 셈이다. 마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화재대피 훈련을 해 왔고 마을에 자체 알림종이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마을 주민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사진1%] 포이동의 역사 포이동은 1980년대 초 넝마주이, 전쟁고아 등을 정부가 강제이주 시키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1981년 최초 이주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던 개천 습지에 집을 짓고 고물 수집을 하며 마을을 건설했다. 이 마을이 속칭 ‘재건마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후에도 강제이주는 이어졌다. 처음 1981년 자활근로대 1-2지대 45명을 이주한 뒤 1989년 개포4동 청사 건축으로 그곳에 살던 원주민 14가구를 구청에서 이주, 1989년 구청에서 상이용사 16가구를 이주, 1996년 양재천 개발 사업을 하며 공영주차장 부지에 살던 넝마주이 36가구를 이주. 총 네 차례의 유입이 있었다. 가난한 지역에 있던 사람들을 다른 가난한 지역으로 내몰기 위해 이주를 강요했던 것이다. 포이동 266번지 마을은 그러한 강제이주와 빈민에 대한 분리수거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강제노동, 유령마을 취급, 퇴거명령. 세월에 따라 달라진 탄압의 방법 처음 강제이주 된 마을 주민들은 군대식 통제를 받고 상납금을 내며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1988년 자활근로대가 해체된 이후부터 정부는 주거, 교육, 의료에 대한 어떠한 안전망도 제공하지 않은 채 유령마을 취급하며 마을을 방치했다. 주민들의 주소지는 인근의 다른 곳으로 등재되어 있거나 없었다. 주민세나 세금도 꼬박꼬박 내지만 내가 사는 곳에 주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2003년, 강남구청은 포이동 266번지 자리를 ‘학교부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퇴거명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포이동 주민들은 ‘포이동266번지 사수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투쟁하기 시작했다. 힘겨운 싸움 끝에 2009년 주소지를 등재 받았고, 수세식 화장실도 생겼다. 하지만 ‘강제이주의 증거가 없다’, ‘시유지를 무단점거하고 있으니 토지변상금을 내라’는 구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2010년 기준 주민들의 토지변상금은 약 25억 원이다. 가압류 때문에 자동차 한 대 살 수 없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한다고 해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포이동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쟁해왔다. 2007년에 임대아파트 이주 제안이 있었지만 마을을 지켜왔던 이유는 ‘이 곳에 살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주민들이 강남구의 재활용쓰레기를 수집하는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십년간 만들어 온 공동체를 벗어나 살 수 없는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를 마을에 맡기고 일하러 나가던 가장이 포이동을 떠나 어떻게 살 수 있을 것이며, 폐지와 고물을 모아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어디로 이주해 어떻게 살 것인가? 현재 강남구청과 서울시는 화재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임대아파트를 주겠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것은 또 한 번의 강제이주 계획에 불과하다. 포이동에 살던 주민을 화곡동으로 옮겨놓으면 주거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사회안전망이었던 마을 공동체가 없어지고 생계가 막막해지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주거빈곤층 뿐만 아니라 많은 뉴타운, 개발지역에서 맞닥뜨리는 중대한 문제다. 강남구와 서울시는 주거복구의 책임을 직시하라! 화재의 주범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방치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한 서울시와 강남구청이다. 판자촌은 언제나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판자로 지어진 집이라는 특성과 작은 집들이 서로 벽을 기대어 서 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환경개선을 계속 요구해 왔다. 뿐만 아니라 초기 진화할 수 있었던 첫 발화 때 출동한 소방차는 고작 한 대였다. 불이 번지기 매우 쉬운 판자촌의 화재에 제대로 된 초기 대응조차 없었다. 화재 이후 주민들에 대한 대응 역시 문제가 많다. 지금까지 주거권을 인정받지 못해왔기 때문에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으려는 데도 ‘인근 초등학교로 임시숙소를 마련하겠다. 이곳에 오지 않으면 이불을 옮겨갈 수 없다’는 옹졸한 태도를 보였다. 그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화재 첫 날 맨 땅에서 파지를 덮고 자야했다. 연대의 힘으로 주거빈곤층의 승리를 만들자! 지난 화재 이후 ‘포이동 266번지 사수대책위’와 다양한 사회시민단체가 모여 <포이동266번지 주거복구 공동대책위원회>(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를 발족했다. 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는 초기 대응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포이동화재 대응의 진상을 규명하고, 포이동 주민들의 주거공간이 이 자리에 확보될 수 있도록 강남구청과 서울시에 맞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포이동의 투쟁을 시작으로 다시 한 번 주거의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해야한다. 돈 없는 사람이 도심에서 사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땅과 집을 돈으로만 보고 돈이 없는 사람은 살고 있던 공간마저 빼앗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 땅의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포이동과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지역은 또 있다. 지난 겨울 화재 이후 여전히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산청마을, 근린공원을 조성하겠다며 30년 산 주민들에게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붙이는 상황인 화곡본동. 우리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군락을 이루고 어디에서든 살아야했던 남한사회의 뼈아픈 과거에 대해 생각하고, 집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임을 밝혀야 한다. 포이동으로 향하는 연대와 승리가 전체 주거빈곤층의 승리로 번져나갈 수 있도록 투쟁하자.
'물가상승과 최저임금' 자료집은 물가상승의 원인을 짚어보고, 물가가 조금만 올라도 생활고를 겪을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분석하면서 신자유주의적 방식이 아닌 민중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또한 최저임금과 임금인상투쟁이 함께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담고 있습니다. <목차> 1. 물가상승의 원인과 파급효과 ①물가상승 현황 ②물가 상승의 원인 ③물가 정말 문제인가? ④물가상승과 노동자의 생활고 2.통화정책적 대응의 문제점 ①실패한 정부 물가관리 정책 ②저환율 고금리 정책으로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③물가문제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해법과 민중적 해법 3.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실업자가 늘어날까? ①최저임금 인상하면 중소영세업체들이 망한다? ②최저임금인상은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③한국의 최저임금 수준 4.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공동투쟁 ①경제위기 이후 변화 ②임금단협투쟁과 결합된 최저임금 투쟁 ③최저임금투쟁 한 걸음 더 앞으로
가난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고 반빈곤연대운동을 강화하자 6월 임시국회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사진1%]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진입장벽 2000년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진일보한 공공부조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수급 당사자를 '생활보호대상'이라 칭했던 것에서 '수급권자'로 명명하여 권리성을 부여하고, 연령/성별/노동 유무에 관계없이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면 수급권자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소득보장제도의 획기적 전환이라 일컬어졌다. 또한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 7개의 현금/현물 급여를 보장하여 빈곤층에 대한 종합적 대책으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불러왔다. 그러나 최저생계비를 지극히 낮게 책정해 1차적인 진입장벽을 만들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통해 2차 진입장벽을 두었다. 또한 수급자가 된 후에는 수급 조건으로 자활노동을 강요하는 조건부 수급조항을 두고 노동능력을 자의적으로 판정하는 근로능력평가기준 도입, 빡빡한 금융자산조회 등을 통한 수급자 걸러내기가 이루어져 법의 취지에 걸맞지 않은 운영이 이어져 왔다.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부양의무자 기준 전반적으로 복지 수준이 열악한 한국사회에서 기초법은 가난한 이들의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가진 한계로 인해 사각지대 인구가 410만 명에 달해 전체 수급자 수(약 157만 명)의 2.5배가 넘는다. 이 사각지대 인구 중 103만 명이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복지지원금 26만원(기초노령연금 9만원 포함)으로 생활하고 있는 서울 종로의 한 할아버지(91세)는 한 평짜리 쪽방 월세로 23만원을 지출한다. 딸 셋이 있지만 몇 년째 연락이 두절되었고, 딸들 역시 이제 70세를 바라보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러나 딸들이 할아버지를 '부양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을 신청하려면 딸들의 소득을 파악해야 한다. 기초법은 빈곤한 국민을 국가와 사회가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생계를 달리 하는 1촌 이내의 혈족과 그 배우자'를 부양의무자로 규정하고, 부양의무자 가구 소득이 일정 수준이 넘으면 부양능력이 있다고 간주하여 수급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소득과 재산이 모두 최저생계비보다 낮아 수급기준에 해당하는데도 부양의무자 규제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부양의무자 제도 어린 시절 생활시설에 버려지다시피 한 장애인이 수십년 세월을 견디다 이제는 사회로 나오고 싶어도 중증장애인에게 노동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소득보장의 유일한 수단은 기초생활 수급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어김없이 부양의무자 기준은 작용된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모가 죽기를 기다려야 하고, 자녀가 더욱 가난해지기를 바라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난해 10월 장애인 아이를 둔 한 아버지가 자살했다. 그는 일용직 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지만, 그 자그마한 소득 때문에 아이가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복지 수급을 받지 못하는 것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들이 나 때문에 받지 못하는 것이 있다....내가 없어져 아들이 정부에서 혜택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일자리를 못 구해 힘들다"라는 것이 유서에 담긴 내용들이었다. 부양의무자 제도가 가난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부양의무자 제도는 적용 기준이 가혹하다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가난한 이들의 자존감과 빈곤으로 인해 취약해진 가족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절망적인 진입장벽이라는 점이다. 부양의무자 제도는 폐지하는 것만이 답이다. 일시적인 조사와 구제조치로 일관하는 정부 지난달 TV에 방영된 '공중화장실 삼남매'의 삶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이명박 대통령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직후 보건복지부는 <복지사각지대 전국 일제조사>에 착수했다. 복지제도의 허점과 지역 복지 연계망의 취약함이 수많은 안타까운 사연들을 낳고 있기에 이러한 조사와 구제조치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사각지대 해결 없는 '복지'와 '친서민'은 있을 수 없다.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제도가 10년이 넘도록 방치해둔 사각지대에서 폐지 줍는 노인들, 시설에 갇혀 인간다운 삶을 꿈꿀 기회조차 못 갖는 장애인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는 전사가 될 것임을 선언하고 최소한의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예산 책정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그러나 기초법은 가난한 이들이 생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너도 나도 '복지' 타령 중인 한국사회에서 기초법은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막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며, 복지의 기본이다. 기초법 개정 공동행동에 함께 나서자! 2009년 기초생활 수급권자의 권리 확대를 위해 구성되었던 기초생활권리찾기행동과, 2010년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민중생활보장위원회의 활동 성과를 바탕으로 '기초법 개정 공동행동'이 구성되었다.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반빈곤운동단체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운동단체, 복지운동단체, 진보정당, 민주노총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이자 여성, 그리고 노점상이자 기초생활수급자로 홀로 명동성당 농성에 나섰던 최옥란 열사의 죽음 이후 10년간 반빈곤운동의 주요 의제로서 기초법 개정운동과 수급권자 권리운동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주체 형성과 사회적 의제화는 쉽지 않았다. 여러 독소조항 때문에 생긴 진입장벽은 장애인과 노인 및 소위 '취약계층' 일부만이 제도 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타의 복지제도 및 다른 계층과의 차단막을 형성해 기초법이 빈곤층 일부의 문제로 치부되어 모두의 권리와는 무관한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진입장벽을 힘겹게 넘어 제도 내로 들어온 수급자들은 소득활동을 할 수도 없고, 차별과 멸시 속에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쥐꼬리만한 수급비로 연명하며 빈곤의 감옥에 갇혀 지내왔다. 아흔살 노인의 삶을 모른 체하고, 복지 수급이 절실한 아이를 위해 부모가 목숨을 끊도록 만드는 이 야만적인 제도를 그대로 방치하며 '복지'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다. 사회운동은 절망의 빈곤에 놓인 이들이 권리의 주체로 나서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싸우는 데 함께 해야 한다. 현재 기초법 의제는 탈시설 장애인, 중증 장애를 가진 대중들을 조직할 중요한 계기이며, 넘쳐나는 복지담론의 홍수 속에서 복지의 기본을 이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제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전면 개정으로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이야기하자. 6월 국회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은 가난한 이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총체적인 사회변화를 요구하는 투쟁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