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9일 반전평화연대(준)가 개최한 '고조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원인과 해법' 토론회 발표 자료입니다. ------------------------------------------------------------------- 고조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원인과 해법 - 한반도 비핵화 노선을 견지하며 적극적 평화주의를 실천하자 류주형 |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장 현재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은, 세계적·지역적 차원의 미국 헤게모니와 한반도 차원의 냉전적 구도의 존속이라는 구조적 요인(역사적 기원)과 함께 ▲세계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변화와 ▲이에 조응하는 미일동맹·한미동맹의 재편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제고 등의 정세적 요인(현실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 지난 두 달여간 전개된 한미연합전력 대 북한의 군사적 대결이 4월 중순에 접어들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그러나 이번 국면에서 양측의 작용-반작용이 동아시아의 핵·군비 경쟁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 우리는 현 정세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감축하기 위한 사회운동을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맥락에서 재조명하고자 하는데, 이는 북한 사회주의와 핵무장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어느 정도 전제하는 것임 1. 탈냉전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남한의 대북정책 - (아버지) 부시 정부는 레이건 정부의 ‘2차 냉전’이나 ‘두 개의 중국’ 노선과 단절하며 탈냉전 시대 동아시아 전략 수립에 착수. 이후 탈냉전 시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주축을 공식화한 것은 클린턴 정부의 <교류와 확대의 국가안보전략>(1995). 이 시기 미국은 <동아시아 전략보고>(일명 ‘나이 보고서’)를 통해 특히 1970년대 말부터 지속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온 중국과 ‘교류’를 시도 -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개시한 (아들) 부시 정부 1기에는 신보수주의적 국방부를 중심으로 중국위협론이 부상하면서 ‘동아시아 중시정책으로의 전환’과 ‘동아시아 주둔 미군 전력의 재조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동시에 추진(<미중안보 검토보고서>, 2002). 반면 부시 정부 2기에는 신자유주의적 국무부가 중심이 되어 주요2개국(G2) 구상에 따라 2005년 미중전략대화를 시작하고 2006년에는 전략경제대화를 시작 - 1990년대 이후 역대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상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조응하는 것. 노태우 정부는 (아버지) 부시 정부의 동아시아 전략에 상응하여 1990년과 1992년에 각각 소련과 중국과 국교를 체결하고, 1991년 <남북 사이의 화해·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도 각각 클린턴 정부와 (아들) 부시 정부의 동아시아 전략과 연관 -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한편으로는 남한 자본이 주도하는 북한 사회의 경제적 재편을 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새로운 형태의 긴장을 형성하는 모순을 내포. 또 동북아 중심국가 구상과 연계된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경제적 불안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는 부시 정부의 ‘예방전쟁의 교리’와 수렴(한미동맹 현대화) 2.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북핵 위기’ - 탈냉전 이후 북한은 한소 국교수립, 한중 국교수립으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는 와중에 경제위기와 함께 에너지·식량위기가 발생하면서 경제가 사실상 붕괴. 그리고 1994년에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하면서 ‘선군정치’가 출현. 선군정치는 인민군이 ‘주체혁명’의 방위자에서 그것을 완성하는 주력군으로 격상된다는 의미.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쳐 2000년대 들어 선군정치가 본격적인 핵무장으로 발전 -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 옵션 유지 ▲탈냉전 이후 중·소 핵우산 공백 ▲주한미군과 남한의 핵·재래식 전력의 압도적 우위 ▲‘수직적 확산’을 유지한 채 ‘수평적 확산’만 규제하려는 핵비확산조약(NPT) 체계의 이중 잣대 ▲경제 봉쇄·제재 ▲첨단 재래식 무기 대비 핵무기의 비용의 상대적 우위 등이 북한의 핵무장을 유발한 요인 - 1993-94년 북한의 NPT 탈퇴 선언과 폐연료봉 추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북 제재안 결의로 빚어진 1차 위기 국면은 1994년 ‘제네바 합의’로 일단락(북한의 핵 프로그램 동결을 대가로 미국이 경수형 원자로 2기, 연간 50만 톤의 중유를 지원). 그러나 미국의 제네바 합의 불이행, 1998년 북한의 3단계 로켓을 발사 실험, 2000년 ‘조미 공동 코뮤니케’ 체결(미국이 북한에 10억 달러 상당의 식량 원조를 약속하는 대신 북한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을 검토하기로 함) 등 사태가 전개 - 그러나 부시 정부가 출범 이후 미국은 일본을 향해 배치된 100여 기의 북한 노동미사일을 문제 삼으며 기존 합의를 파기. 또 2002년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 미 국무부가 같은 해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여부를 추궁하면서 2차 위기 국면이 시작. 이에 북한은 ‘인정도 부정도 않는 전략’(NCND)으로 일관하면서, 미국의 안전 보장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일괄 타결할 것을 제안. 미국의 제안 거부와 그에 뒤이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선언, IAEA 사찰단을 추방, NPT 탈퇴 (재)선언으로 또다시 위기 국면 조성. 이 국면은 2003년 8월 6자회담 개최로 일단락 - 6자회담을 통해 2005년 9·19 공동선언, 2007년 2·13합의, 2007년 10·3 합의 등이 도출. 그러나 6자회담이라는 다자간 협상 틀은 사실 북미협상이라는 1:1 협상에서 미국이 져야 할 책임을 5개 나라로 분산하는 구조. 더구나 미국은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북한을 ‘정권교체가 필요한 깡패국가’로 규정하고,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대북 안전보장과 관계 정상화와 연계. 북한은 2008년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을 전 세계에 공개했고, 이에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 그러나 또다시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 의혹이 제기되면서 같은 해 12월 결국 6자회담은 결렬 - 북한은 2005년 2월 핵보유 선언, 2006년 1차 핵·미사일 실험, 2009년 2차 핵·미사일 실험, 2012-13년 3차 핵·미사일 실험으로 단계적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제고. 이 과정에서 미국 내에는 ‘북한과의 협상이 핵 공갈과 그에 따른 갈취의 악순환만 조성했다는’ 인식이 확산. 이는 오마바 정부의 ‘은근한 무시’와 ‘전략적 인내’ 정책기조에 반영되는데, 이는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진행시키기 전에는 어떠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음 3.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변화 - 2007-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연준의 통화정책(제로금리·수량완화·오퍼레이션트위스트)과 재무부의 재정정책(부실자산구제계획·적자재정정책)과 같은 비상위급대책을 실시. 이에 힘입어 미국은 ‘더블딥’을 예방하는 데 얼마간 성공하지만, 그러나 일련의 정책은 금융위기로 인한 민간의 부채를 정부의 부채로 이전한 것. 이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위기와 달러위기의 가능성을 함축 - 현재 미국은 고실업의 장기지속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경기회복세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 유럽연합의 재정위기·은행위기를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 경제는 추가적인 적자재정정책 실행의 곤란과 주택시장의 부진이라는 두 가지 역풍에 직면. 비상위급대책에 의해서 주택시장과 노동시장이 회복되지 않음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차선책이 동원되고 있음 - 2011년 오바마 정부가 ‘태평양으로의 선회’를 선언하면서 미국의 ‘플랜 B’가 본격적으로 전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은 미중 관계(G2)를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을 염두에 두고 한미일 동맹(G3)을 강화하는 이중 노선으로 구성. 이중에서도 최근 부각되는 것이 바로 한미FTA를 모형으로 삼아 환태평양파트너쉽(TPP)을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로 발전시키려는 구상. 이러한 대외전략은 현재 미국의 군사전략에도 반영되어 아시아에 대한 재관여·재균형 정책으로 구체화. 즉 오마바 정부는 2011년 이라크 철군과 2014년에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계기로 기존 부시 정부의 유럽·대서양 중심 정책을 아시아·태평양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인한 세력균형의 교란을 재조정 - 이에 따라 미국의 군사력 투사 범위가 본토에서 일본·한국, 인도네시아, 인도, 오스트레일리아로 확대. 이에 동반하여 미국의 군사정책도 육군·공군 중심의 ‘지상·공중전’에서 해군·공군 중심의 ‘해상·공중전’ 개념으로 전환. 이에 조응하여 한미일 군사동맹의 재편 및 강화가 적극 추진. 단적으로,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사령부(KORCOM)로 재편. (참고로, 2012년 제출된 미국 아미티지·나이의 <미일동맹 보고서>는 ‘북한의 호전성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한일 양국의 진정한 전략적 도전이며, 따라서 공통의 가치와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는 한미일 민주동맹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 여기서 ‘가치 동맹’이란 곧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의미하며, 이 보고서는 결론 중 하나로 한일정보협정 체결을 강조.) 이러한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는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을 심화하고 북한의 핵무장을 또다시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 - 한편, 오바마 정부 하 2010년 제출된 <핵태세 검토보고서>(NPR)는 핵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들을 핵무기로 선제 공격할 수 있다는 옵션을 유지했고,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으로 미국의 핵전력이 축소될 수 있으니 ‘3원 전략 핵전력’(전략 폭격기, 대륙간 탄도 미사일, 잠사함 발사 탄도미사일)과 미사일 방어망(MD), 재래식 장거리 타격 능력을 유지해 전략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힘. 이는 오바마 정부의 선전대로 ‘핵 없는 세계’를 위한 변화가 아니라 북한이나 이란 같은 비확산 체제의 이탈 세력을 관리하여 핵독점 체제를 유지하려는 명분일 따름 4. 북한의 3차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연합전력의 핵 위협 - 북한은 작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 1주기를 명분으로 로켓 실험을 강행. 이번 로켓 실험 성공은 이미 확보한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개발에 도전했다는 의미로, 향후 과제는 핵무기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의 소형화·개량화 실험.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올해 2월 3차 핵실험을 단행 - 이에 3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이후 국제사회가 한층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돌입하는 한편 한미연합전력은 3-4월 확장억지 성격을 지닌 대북 무력시위를 본격화. 한미연합훈련에서 전략폭격기 B-52, 스텔스폭격기 B-2, 핵잠수함 샤이앤이 동원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미국은 북에 대한 핵위협을 실제화. 또한 한미 양국은 북한의 국지도발시 도발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한미국지도발대응계획’도 발효 - 동시에 북한도 3월 들어 대미 공세 수위를 한층 높임. 최고사령부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5일), 외무성의 ‘핵 선제 타격권 행사’ 발언(7일), 조평통의 ‘남북불가침합의 무효’ 선언(8일),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 선언(27일, “실제적인 군사적 행동은 강력한 핵 선제 타격이 포함된다”), ‘남북 관계 전시상황 돌입’ 선언(30일). 또한 3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 노선’을 채택하고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보유국과 인공위성 제작발사국임을 법령으로 채택(‘자위적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 ‘우주개발법’). 그 후속조치로 2일에는 영변 핵시설 용도의 조절변경을 언급했는데, 이는 기존 핵시설을 이용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물질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볼 수 있음 - 이번 국면에서 양측의 작용-반작용은 동아시아의 핵·군비 경쟁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고 있음. 우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사활적 과제로 추진 중인 ‘태평양으로의 선회’ 전략은 이번 국면을 계기로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 단적으로, 미국은 그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온 MD 체제의 당위성을 이번 계기를 통해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었음. 게다가 한반도 주변에 전략 무기 외에도 F-22 스텔스전폭기, SBX 레이더,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AAD)과 같은 최첨단 무기를 동원하는 파격적 군사 조치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전격 실행 - 이와 함께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주축을 이루는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음. 비핵보유국 중에서 유일하게 핵재처리 시설을 공인받고 있으며 핵물질과 핵기술 두 측면에서 언제든 핵보유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일본도 북한의 핵·미사일을 빌미로 핵무장화와 ‘보통국가화’를 계속 시도(2011년 무기수출금지 3원칙 수정, 2012년 우주관련법 개정, 2013년 2월 ‘긴밀한 미일동맹이 완전히 부활했다’ 선언, 3월 TPP 협상 참가 결정, 4월 주일미군 재편 협정을 마무리) - 남한에서도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핵억지력 제고 주장이 힘을 얻고 있음(‘핵으로 무장한 북한군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재래전 중심의 군비경쟁논리나 억제 방어체계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핵우산 등 충분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적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전략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술 더 떠 남한의 독자적 핵무장화나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도 속속 제기되고 있음* * 물론 정부는, 전자의 경우 ‘국제법상 불법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세계평화 차원에서 부도덕하며 한미동맹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후자의 경우 ‘동북아에서 미중 간 새로운 갈등요소로 등장할 것이므로 미국이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공식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부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세력이 이러한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이유는, 이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간주해서라기보다는 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미국 측의 공약과 양해를 얻어내는 기제로 활용하기 위함. 가령,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에서 남한이 동맹국과의 조정·합의를 거쳐 핵연료 생산 및 재처리 공정 사이클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면 향후 유연하고 다양한 핵 억제 전략을 구사할 토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 5. 평화운동의 과제: 한반도 비핵화와 적극적 평화주의 - 최근 두 달간 전개된 한미연합전력과 북한 사이의 군사적 대결은 한반도에서 재래식 군사적 충돌은 물론 핵전쟁의 가능성이 엄연히 실존함을 보여줌. 현재 상황은 ‘한반도 비핵화’를 그 어느 때보다도 긴급하고 절실한 현실적 요구로 제기. 안타깝게도 남한의 사회운동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절박함을 공유하고 있지만 정작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각기 엇갈린 해답을 갖고 있음 - 현재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하 반전평화국민행동)으로 결집한 통합진보당, 한국진보연대 등 범 민족해방 계열은 ‘관련국의 군사적 행동 중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 시작’을 요지로 하는 입장을 발표. 북미 군사대결 과정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단 북에 대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비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 그러나 이 주장의 밑바탕에 깔린 오류와 맹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음. 이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제고가 장기간에 걸친 북미 간 대결 구도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 이러한 태도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군사적 압박이 지속되는 한 협상수단 또는 자위수단으로서 북한의 핵보유를 지지해야 한다는 관념, 또는 최소한 주요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관념을 내포 - 우선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의 대북전략이 교류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입장에서 제재를 통해 봉쇄를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수렴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북한의 맞대응 전략은 미국의 추가적인 강압적·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높이는 반면 협상을 통한 조정의 가능성을 높이지는 않을 것. ‘사실상의’ 핵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는 미국이 추구하는 핵비확산체제의 와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사실 가능성이 크지 않음.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역으로 미국의 핵위협의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강화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일본과 남한에게 핵·군비 증강의 빌미를 제공하여 향후 북한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는 딜레마로 몰아넣을 것. 부수적으로는 주변국의 보수적·호전적 이데올로기를 조장하여 진보적 평화운동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의도치 않은 효과도 낳을 수 있음 - 다음으로 이념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지지하거나 또는 북한의 핵개발이 주요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모순적이고 모호한 입장은 반핵-평화운동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조장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음. 2006년 1차 핵·미사일 실험 이후 최근까지 전개된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북한의 핵무장을 단순한 협상용이라거나 자위용으로 간주할 수는 없음. 2012년 새로 개정된 헌법 전문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음. 미국과의 일괄타결이냐 전면전이냐 양 극단 사이의 선택을 촉구하는 북한의 핵대결 논리는 처음부터 한반도와 주변국 민중을 볼모로 한 ‘거대한 도박’이었고 그 판돈은 점점 커지고 있음. 그에 따라 남한에서는 북핵 억지력의 현실적 대안으로 한미동맹의 강화나 남한의 독자 핵무장 논리가 득세하고 있는 실정 - 이런 상황에서 남한의 사회운동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평화주의의 이념적 기초를 확고히 하지 않을 경우 평화운동의 대중적 확장은 고사하고 대중적 토대마저 유실할 위험이 큼. 강조하건대, 핵전쟁에서 ‘정의의 전쟁’과 ‘불의의 전쟁’ 사이의 구별은 무의미하며, 핵무기 그 자체가 전쟁의 억지 요인이 아니라 유발 요인이었음을 기억해야 함. 핵 전략가들은 상대방의 핵 선제공격에 대해 핵으로 보복공격을 단행하는 상호확증파괴(MAD)를 통해 핵전쟁을 합리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며 ‘공포의 균형’을 정당화함. 그러나 전쟁의 가능성 또는 현실성을 과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음. 또한 우리는 인간의 오류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함. 전쟁을 예방한다는 것은 예상불가능하고 예측불가능한 위험, 하지만 그 대가가 인류전체의 절멸인 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한반도에서 고조되고 있는 핵전쟁의 위험에 대응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임 - 남한의 사회운동은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방어적·수세적 관점을 전도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일관되게 주장함으로써 미국의 핵 위협과 한미동맹 강화, 남한의 독자적 핵무장화 시도를 무력화해야 함. 아울러, 설령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고 그 결과 일정한 타협이 도출되더라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지배력, 한미일 삼각동맹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는 근본적으로 침식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음. 동아시아 핵경쟁 또는 전쟁위기의 근본적 유발요인인 주둔미군의 철수와 한미일 삼각동맹의 해체를 지향하는 평화운동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북미 간의 대화나 협상이 갖는 제한적 의의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음 - 남한 사회운동은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를 자신의 일관된 요구로 채택하면서 한미 군사동맹의 폐기, 핵우산 및 주둔 미군의 철수, 남한의 군비 증강 반대와 같은 적극적 평화주의를 실천해 나가야 함. 끝. (2013.4.19.)
한미 FTA 발효 1년을 맞이하여 지난 3월 15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났다. 14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한미 FTA 발효 1년간 주요 성과」에 따르면 “한미 FTA가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지난 1년 사이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한 반면 수입은 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무역수지 흑자폭이 전년 동기 대비 26.6%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 적절히 꼬집고 있듯이 이번 정부 발표는 ‘미국시장의 여건변화나 다른 국가의 수출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한국 대미무역의 절대적 변화만을 부풀린’ 자의적 평가에 가깝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년 만에 그 효과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불필요하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을 감안하면, 정부의 발표는 자신의 ‘치적’을 과장해서 홍보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종의 ‘무리수’라 하겠다. 사실 정부는 발효된 FTA에 대한 평가를 체결 상대국과의 교역 또는 수출-수입 증감 등으로 실증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FTA를 통한 제도 선진화가 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자유무역론자들은 FTA가 단순한 수출 증대, 투자 확대 효과 외에도 통상 및 경제제도 선진화를 촉진해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확대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한미 FTA의 진정한 효과는 장기간에 걸친 제도 변화로 서서히 나타난다는 뜻인데, 이를 뒤집어보면 한미FTA의 진정한 문제점도 아직 채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한국은 FTA를 왜 추진했나 정부의 자유무역론은 무역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한국경제의 활로는 오직 수출경쟁력의 확보와 세계경제의 분업화 추세에 적응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97-98년 외환위기·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에 따라 신흥시장으로 변모한 한국경제는 초민족자본에 의한 국민경제의 지배와 국부유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와 같은 문제가 일상화되었다. 또한 구조조정과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회복하여 무역흑자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이는 노동력 신축화와 수출-재벌 구조의 강화로 귀결되었다. 그런데 금융자유화에 따라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확대되면서 원화의 평가절상 압력이 커져 원화의 가치를 낮추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으므로 역대 정부는 FTA를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는 세계적인 지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대외 수출 여건의 악화를 방지하는 동시에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FTA를 사고했다. 노무현 정부는 ‘선진형 통상국가론’에 따라 ‘동시다발적 FTA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 현대화’의 맥락에서 한미 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과의 경제적 동맹 외에도 정치·군사적 동맹의 강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역대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면서 미국, EU와 같은 거대경제권 외에도 자원부국, 동북아 국가, 대륙별 거점 국가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자유무역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2년 말 현재 한국의 FTA 추진 현황을 살피면, 발효(8건, 45개국), 타결(2건, 2개국), 협상진행(6건, 16개국), 협상재개 여건조성(5건, 10개국), 협상준비 또는 공동연구(4건, 11개국)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자화자찬대로 가히 FTA 선진국이라 할 만하다. FTA의 파괴적 효과 한미 FTA를 정점으로 하는 한국의 FTA 추진 전략은 단순히 재화의 원활한 거래뿐 아니라, 자본 및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와 서비스의 이동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곧 세계화의 심화와 가속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상품분야의 관세철폐뿐만 아니라 투자, 서비스,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기술표준 등을 세계무역기구(WTO)의 관련 기준과 일치시키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협상 상대국(선진국)의 기준이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사회 전반에 도입하여 한국경제의 제도 전반을 변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결과는 사뭇 파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첫째, FTA를 통한 금융 및 투자 자유화 확대는 한국경제의 성장·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낳기보다는 국부유출 및 자본도피 경향을 강화할 우려가 크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금융세계화 기조를 유지·강화하는 한국의 FTA 전략은 한국경제의 불안정성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둘째, FTA를 통한 무역자유화의 확대는 수출-재벌 주도의 세계화를 가속화한다. 수출-재벌과 국민경제의 괴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경제의 성장,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셋째, 초민족적 농기업의 농업지배를 촉진하는 농산품 개방으로 인한 농업붕괴와 환경파괴, 초민족적 제약회사·보험회사의 이해를 보장하는 보건의료 개방으로 인한 영리병원 도입과 의약품 접근권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사진1%] 한미FTA를 발판 삼아 TPP로 도약하려는 미국 문제는 이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 ‘21세기 신무역협정’의 전범으로 사고하는 한미 FTA를 발판 삼아 환태평양경제파트너십(TPP)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집권 2기를 맞아 자신의 ‘태평양으로의 선회’(pivot to the Pacific) 노선을 다시 한 번 확고히 천명한 상태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서아시아의 석유달러 환류보다 동아시아의 수출달러 환류의 전략적 중요성이 제고됨에 따라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재관여·재균형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특히 미국의 경제위기와 밀접히 연관된다. 오바마 정부는 무역적자 및 대외부채 축소를 목표로 국가수출확대정책(NEI)과 같은 수출장려 정책과 무역흑자국에 대한 환율절상 압력, 그리고 TPP와 같은 다자 지역무역협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중에서 다자 지역무역협정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에 대한 경제협력 강화와 더불어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통상압력 강화라는 이중적 목적을 지니고 있다. 수출달러 환류라는 경제적 이해를 공유하면서도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려는 미중 양국 간 갈등을 배경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재편·강화, 중일 영토분쟁,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제고 등 정치·군사적 분쟁이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오바마 정부는 2013년 APEC에서 TPP 협상 타결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진정한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의 완성을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일본 아베 정부에 이어 한국 박근혜 정부에 TPP 참여를 강력 권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과거 한미 FTA가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동맹 현대화의 맥락에서 추진되고 이명박 정부 시절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최종 타결되었음을 상기할 때, 최근 ‘북핵 문제’와 연계해 미국이 조만간 박근혜 정부에 TPP 참여를 강력 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기력에 빠진 사회운동 그러나 한미 FTA 국회 비준 및 발효 이후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현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소속 단체들의 경우 농산물 개방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 부문을 제외하고 뚜렷한 흐름이 없다. 2011년 11월 한미 FTA 국회 비준 이후 2012년 3월 발효 시기까지 범국본은 ‘날치기 한나라당/새누리당’ 규탄을 기조로 야권과 공조하여 촛불집회 등을 개최했다. 또 2012년 4월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이 발생하자 5월 초 ‘광우병 쇠고기’를 쟁점으로 삼아 대중시위를 개최하였으나 2008년과 같은 파고를 그리지는 못했다. 범국본은 2012년 5월 한중 FTA 협상 개시 선언 이후에는 ‘한중 FTA 저지’를 범국본 의제에 포함하고, 이후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중국산 농산품 개방에 대응했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 이후 대중 동력이 소진되고, 또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패배함에 따라 ‘폐기와 재협상’을 기조로 하는 범국본의 대응 논리도 난관에 봉착했다. 현재 범국본은 예년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한미 FTA 발효 1년 여론 환기 사업 ▲한중 FTA 협상 모니터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동향 대응 ▲론스타 ISD 제소 대응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그런데 정부가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계속해서 추진하는 상황에서 개별 FTA에 일일이, 부문별 피해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자명하다. 동시다발적으로 FTA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물리적인 힘도 부족할뿐더러, 국가 간 통상 문제를 넘어선 FTA 글로벌 네트워크의 효과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FTA 추진 전략이 단순한 국가 간 통상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면, 특히 미국이 경제위기에 대한 ‘플랜 B’로 추진하는 ‘태평양으로의 선회’에 주목하면서, 한미 FTA에 후속하는 TPP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 기조 하에서 전개될 박근혜 정부의 통상·안보 정책을 비판하면서 동아시아 역내 자유무역협정 추진과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안을 동시에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운동,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최근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개시된 것을 비롯하여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이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으므로 범국본은 의제를 확대해서 FTA에 포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범국본은 한미 FTA, 한EU FTA, 한중 FTA 등 주요 FTA가 쟁점화되는 시기에 개별 FTA 대응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정부의 글로벌 FTA 전략의 중핵을 이루는 한미 FTA 체결 저지를 중심에 두고 활동했다. 그런데 한미 FTA 발효 이후 FTA에 대한 비판 여론과 투쟁 동력이 사그라지면서 정부의 글로벌 FTA 전략도 별 다른 저항 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후 범국본은 개별 FTA 대응을 넘어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 전반에 대한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FTA에 대한 찬반 논거는 주로 ‘국익’(무역 이익/손실)이나 부문별 이해득실(피해부문 보상대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FTA는 단지 무역자유화뿐만 아니라 금융자유화와 자본의 소유권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혁을 수반한다. FTA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민족국가의 변형을 ‘새로운 입헌주의’(new constitutionalism)라고 칭하기도 한다. 기존의 입헌주의가 ‘인간·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통치와 공동체의 모든 생활이 헌법에 따라서 영위되어야 한다는 정치원리’를 의미했다면 현재는 헌법·법률이 보장해야 될 대상이 인간·시민이 아니라 자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식 소유권/제도 개념의 일반화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FTA 체결·발효에 따른 법·제도 변화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이어나가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나아가 FTA가 기초하고 있는 비교우위론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역에서 ‘불평등교환’이 발생하는 것은 (경제외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국가 간 기술력·생산력 격차에 따라 부등가교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이나 생산력이 떨어지는 나라는 결국 노동자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이려고 시도한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출혈적인 저임금 경쟁, 즉 ‘바닥을 향한 경주’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역에서 부등가교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낮은 국가의 임금 상승을 통해 기술혁신을 추동해야 한다. 저임금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제 노동기준을 상승시키기 위한 노동자 국제연대가 필수적이다. 셋째, 반전평화 운동과의 조직적 연대가 절실하다. FTA는 단순한 외교·통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군사적 차원의 문제와 긴밀히 연관된다. 한미 FTA는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맥락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제기되었고 또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서 재협상과 최종 타결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현재 일본의 TPP 참여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토 분쟁과 맞물려 미일동맹 강화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5월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전후로 한국의 TPP 참여를 둘러싼 쟁점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사회운동은 의식적으로 반전평화 운동과 연계를 강화하면서 힘을 모아야 한다.
3월 13일 평가토론회 토론1 한미FTA 발효 1년, 새로운 통상전략의 모색 / 정태인(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토론2 농업 피해와 쇠고기 추가 개방 논란 / 박상표(건강과대안 연구위원·수의사) 토론3 보건의료 개방 및 공공부문의 자발적 민영화 /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토론4 한미FTA는 한국의 법령을 어떻게 바꾸었나? / 김종보(민변 외교통상위원회 변호사) 토론5 ISD 재협상 논란 / 납희섭 (사단법인 오픈넷 상임이사·변리사) 3월 15일 국회토론회 발제1 한미FTA 발효 1년 총괄평가 / 이해영(한신대학교 교수) 발제2 한미FTA발효 실적과 전망 / 백 일(울산과학대학교 교수) 농업부문토론 / 장경호(건국대학교 겸임교수) 노동부문토론 / 이창근(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 식품안전과 먹거리 / 김대훈(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대협팀장) 각종 FTA에 대한 시민사회 대응 / 안지중(한미FTA저지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
바람직한 방송통신위원회 개편 방향 ○ 일시 : 2013년 1월 28일(월) 오전 10시 ○ 장소 :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 주최 :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통합당 언론대책위원회 [발제] 1. 방송통신 업무관련 정부조직 개편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 김경환 상지대 교수 2. 정부개편 방향에 대한 진단과 제언 :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정세보고서(2013-1) 발간일: 2013.2.25 박근혜 정부 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 작성: 류주형(정책위원장) - 요 약- ∙ 헌정 이후 최초의 여성 대통령, 개헌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 대통령 등의 수식어 속에 이명박 정부를 계승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사회저변의 통합력 해체, 대외 환경 불안이라는 조건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과 함께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의 국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 30%의 고정 지지층에 중도층 일부를 흡수하여 집권에 성공한 박근혜 정부는 임기 후반기까지 유지되는 여대야소 환경 속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억압적 국가기구, 우호적인 언론 환경, 관료주도의 행정(‘약속대통령’)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조건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국민대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일정한 개혁조치를 가미하며 이명박 정부 시기 ‘민생위기’로 인한 대중적 불만을 적절히 상쇄할 것(‘민생대통령’)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질서 바로세우기’나 ‘4대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 척결’, ‘흔들림 없는 안보’ 등 보수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기본적으로 조직-노동에 대한 배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시기 대내외적 위기관리 전략으로서 ‘경제 민주화론’과 ‘동북아 균형론’을 공약했다. 이는 경제위기라는 제약 속에서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의 조화를, 미중갈등 속에서 지정학적·지경학적 이해관계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의 딜레마를 표현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위기의 장기 심화라는 조건 속에서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와 한미동맹 우위의 대외정책에 종속된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이내 모순을 드러낼 것이다. ∙ 하지만 박근혜 정부 정책의 모순이 자동적으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짧게는 이명박 정부 시기, 길게는 1997-98년 이후 신자유주의와 경제위기에 맞서 정치적·조직적 대안을 구체화하는 데 실패한 사회운동의 위기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2012년을 경과하며 극적인 해체와 분열을 경험한 사회운동은 세계 경제위기의 지속·심화와 박근혜 정부의 등장으로 인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였다. 사회운동은 경제위기와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무너진 이념과 노선을 다시 수립하면서 대중운동의 토대를 재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회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부쳐 헌정 이후 최초의 여성 대통령, 개헌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 대통령 등의 수식어 속에 이명박 정부를 계승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사회저변의 통합력 해체, 동북아 정세 불안이라는 조건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대통합’을 위해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에 따라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의 국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론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라 할 만한 ‘경제 민주화’ 공약 중 경제정책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1%]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 창조경제론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강화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창의와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발전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 운영 등의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수위는 한국경제가 ‘산업화의 결과 그 규모가 선진국 수준으로 커졌으나 개인의 삶의 질이 경시되어 국민의 행복수준은 낮은 상황’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경제성장 모델을 ‘국가 전체의 총량적 성장에서 국민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피면 ▲선진국 추격형 성장 방식에서 세계시장 선도형 성장으로 ▲노동 자본 등 투입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생산성 중심의 질적 발전으로 ▲수출-내수산업, 제조업-서비스업,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균형 성장에서 취약부문 생산성 제고를 통한 부문 간 균형 성장으로 ▲원칙이 무너진 자본주의에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론’은 기존의 수출-재벌 중심 성장전략의 일정한 조정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를 통해 성장한 한국경제가 종종 내수·수출 균형성장으로 표현되는 내수-중소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구할 정책적 여지는 대단히 좁다. 제조업 중심의 성장 모델 전환? 사실 내수·수출 균형성장은 한국경제의 사활적 과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한국경제는 높은 무역의존도와 취약한 내수로 말미암아 외부적 요인에 취약하다(2010년 102%, 2011년 110%에 달하는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G20 중 1위인 반면 내수는 17위 수준이다). 단적으로, 최근 경제성장률 하락은 세계 경제위기로 수출이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내수마저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내수·수출 균형성장은 흔히 오해하듯이 단순히 내수 비중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소득유발 효과를 높여 수출과 내수 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즉 수출호조→소득확대→소비진작→투자확대의 선순환 말이다. 이는 제조업 중심 수출 구조를 탈피하여 서비스업을 선진화하자는 논리로 연결된다. 한국경제는 1990년대 이후 서비스업의 비중이 상승하는 가운데 소득불균형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제조업 성장에 따른 고용파급 효과가 과거에 비해 둔화하면서 서비스업에서 고용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서비스업이 제조업 대비 노동생산성이 낮고, 서비스업 내 업종간 현저한 노동생산성 및 임금 격차 등이 지속되고 있는 데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서비스시장 개방을 통한 자본투자 확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업성 및 기술평가 위주의 금융활성화 등의 조치를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이처럼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외국인투자 유치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곧 FTA와 같은 금융·서비스개방 전략과 긴밀히 연관된다. 아울러 수익성 있는 네트워크산업이나 보건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간주하며 민영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서비스산업 내부의 위계화는 고용형태의 변화를 초래하여 파트타임, 기간제, 교대제, 임시직 등 불안전 고용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 전환? 궁극적으로 ‘소득확대-소비증가-고용창출-인적자본축적-지속성장-소득확대’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내수·수출 균형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계소득의 증대가 필수 요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한국의 가계소득은 국민총소득(GNI)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된 반면 기업소득은 GNI보다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즉, 임금 증가율이 기업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1997-98년 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한 수출·제조업의 고용흡수력이 낮은 데 주로 기인한 것이다. 또한 도소매, 음식숙박 등 소규모 자영업의 구조적 침체로 이들의 영업이익이 낮은 증가에 그치는 데다 가계부채의 증가로 지급이자가 늘어나 순이자소득(수취이자-지급이자)이 감소한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가계소득 증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고용과 임금분배율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평가절하(고환율)와 함께 저임금을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기아차와 같은 재벌을 정점으로 수직적으로 위계화된 하청계열구조 속에서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정리해고·비정규직과 같은 노동유연화 법·제도와 손배가압류·타임오프·복수노조창구단일화와 같은 노조탄압 법·제도를 강력히 밀어붙였다. 더욱이 한국경제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FTA 전략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 추진될 것이다.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근간으로 하는 FTA는 각국 노동자들의 ‘바닥을 향한 저임금 경쟁’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경제위기 시기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라 환율이 하락하여 수출경쟁력이 악화하고 선진국 경제위기로 중기적으로도 수출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수출-재벌이 가격경쟁력과 직결되는 임금비용 상승을 순순히 용인할리는 만무하다. 특히 경제가 계속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4 이상을 담당하는 삼성전자·현대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창조경제론의 주요 항목으로 제기된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나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정책의 경우 극히 일부 상징적 조치에 국한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제고를 위한 유연안전성’과 ‘민주노총 배제’를 기조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자본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강력한 군검경을 앞세워 ‘불법 투쟁 엄단’을 주문처럼 읊조리면서 민주노조 운동을 공격할 것이다. 노동자 단결 없이 변화도 없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 경제위기와 민생위기라는 조건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재벌개혁과 복지강화와 같은 ‘경제 민주화’를 공약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는 한낱 공문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위기의 장기 심화라는 조건 속에서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에 종속된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이내 모순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정책의 모순이 자동적으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기본적으로 조직-노동에 대한 배제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현재 민주노조 운동의 실력과 기세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어 제대로 된 저항과 투쟁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제위기 하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수출-재벌 체제, 즉 원하청체계 하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바꿔내기 위해서, 민주노조 운동은 연대임금·연대고용 등 노동자 단결과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이것이 이내 모순을 드러낼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한 노동자 운동의 기본 과제이다. (이 기사는 정세보고서, 「박근혜 정부 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2013.2.25.) 일부를 요약, 재구성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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