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 신보수주의 정권은 노동조합 말살을 목표로 하는 노동정책을 밀어붙였다. 1981년 8월 미국 연방정부 소속 1만 7천여 관제사의 노동조합인 항공관제사노조는 1년 넘게 진행된 협상이 결렬되자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파업에는 1만 2천여 명이 참가했다. 항공관제사노조는 전년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라는 전통적인 관례를 깨고 공화당 후보인 레이건을 지지했다. 레이건은 젊은 시절 미국노총(AFL-CIO) 산하 영화배우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매카시즘 광풍 속에서 동료들이 공산주의자라고 밀고하며 FBI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노조는 또한 휴가철 성수기인 8월에 비행기 운항이 멈출 경우 파업의 파괴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노총도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레이건의 대응은 강경했다. 그는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관련법에 따라 전원 해고할 것이며, 평생 연방정부에 재취업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이를 통상적인 엄포로 받아들이고 파업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레이건은 8월 5일 기한 내에 복귀하지 않은 노조원 1만 1,359명을 바로 해고했다. 파업은 결국 패배로 끝났고 계속되는 와해 공작으로 항공관제사노조는 이듬해 10월 노동조합 자격을 박탈당했다. 평생 재취업 금지 명령은 15년 뒤인 1996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야 폐지되었다. 레이건은 법과 원칙을 잣대로 일체의 관용을 베풀지 않고,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것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았다. 영국의 대처도 1979년 총리로 취임한 직후부터 노동조합을 억압하고 파괴하는 조치를 취했다. 1980년과 1982년에 고용법을 개정해 클로즈드 숍 금지, 노조활동 대한 손해배상, 지원파업과 동조파업 금지 등을 법제화했다. 1984년 탄광 폐쇄 계획이 발단이 되어 광부 파업이 시작되었다. 당시 경찰은 철저한 파업파괴 훈련을 받았으며, 노조파괴 전문가 이안 매그레거가 전국석탄이사회 의장이 되었다. 대처는 파업 광부들을 영국 ‘내부의 적’이라고 비난하며, 기마경찰 등을 동원해 사력을 다해 파업을 진압했다. 1년 간을 끈 광부파업은 결국 대처의 강경대응으로 막을 내렸다. 2009년 한국에서도 신보수주의와 유사한 노동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평택 쌍용차 공장은 이러한 정책의 시험장이 되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은 근래 경험하지 못한 영용한 공장점거 파업이었다. 그러나 정리해고를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단일 노동사안 최대 구속자 수를 기록했고, 노동자 간 불신과 반목이 조장되어 이후 노조의 현장활동이 어려워지는 등 그 결과는 비극적이다. 쌍용차 파업의 양면적인 성격 때문에 매우 다양한 평가 시각이 제출되고 있다. 그 중 노동신축화의 수용과 사회안전망 구축이 유일하게 가능한 대안이라는 입장이 있다. 이 의견은 이명박 정부의 노조활동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과 불관용, 강경노조 말살 정책과 맞물려서 여론을 형성하고 노동조합 활동가 일부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신보수주의적인 노조탄압에 직접 맞서기보다는 노조가 대타협을 적극적으로 제안해서 사회적 지지를 얻고 어느 정도 실익을 방어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독일 폭스바겐의 사례를 즐겨 인용한다. 폭스바겐이 경영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실시한 일자리나누기, 노동시간계좌제가 노동자의 해고를 막고 기업의 생산성도 높인 윈-윈 해법이라는 것이다. 1994년부터 실시한 일자리나누기의 핵심은 사측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노조는 임금보전 없는 노동시간 단축(주당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에 합의한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시간이 20% 줄어들고 노동자 소득이 16% 줄어들었다. 1995년에는 감산으로 조업이 단축될 경우 노동자에게 기존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보장해주고 부족한 노동시간은 이후 증산 시 결산하는 노동시간계좌제가 도입되었다. 조업이 줄어든 노동자에 대해서는 최대 6개월까지 정부가 유급 직업교육을 보장했다. 또 고령 노동자는 정년퇴임 전까지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조치도 취해졌다. 2001년에는 노사가 ‘아우토5000’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독일 내에 새로운 공장을 만들어 노동자 전원을 장기 실업자 및 청년 실업자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장의 노동자들은 다른 폭스바겐 노동자보다 10~15%가량 낮은 임금을 받는다.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노동시간계좌제도 기존의 200시간에서 400시간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렇게 임금삭감, 성과급제 도입, 노동시간의 신축화를 노조가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수용함으로써 해고를 막고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졌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사례를 즐겨 인용하는 이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들은 쌍용차 파업의 교훈이 “강력한 대기업 노조도 시장과 공권력의 힘을 넘어 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또 “사측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시도하고 노조는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걱정한다. 그들은 폭스바겐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노동신축화 수용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유연안전성 추구로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입장은 정확히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조응한다. 신보수주의와 달리 신자유주의는 조직된 노동자를 대화와 포섭의 대상으로 여긴다. 따라서 일방적인 정리해고보다는 노동신축화를 통한 고통분담을 선호하고,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도 추진한다. 비정규직 불안전노동을 양산해 기업의 이윤문제를 해결하고 실업문제를 관리하는 것이다. 또 노조의 활동을 일정부분 인정해주는 대신 제도화를 통해 순치하며, 몇 가지 논란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관행을 인정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을 추진했다. (다만 노동신축화를 보완하는 사회안전망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의 부재로 인해 서구 신자유주의에 미달했다.) 반면 이명박 정권은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탈퇴공작, 특히 눈엣가시 같은 자동차 기업의 노조 흔들기를 통해 민주노총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파괴하고 있다. 또 올 하반기에 입법할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통해 노동권을 제한하고 한국의 노사관계를 미국식으로 전면 개조할 움직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위기로 인한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법과 원칙, 공권력을 앞세운 국가와 자본의 공세 속에서 노동자운동이 현명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의 신보수주의 공세보다는 차라리 신자유주의 위기관리 정책이 더 낫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재발견이라 부를 만하다. 일부 개혁언론이나 학자, 연구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감대가 활동가들에게까지 내면화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노동조합운동의 목표, 노동자계급 형성의 문제가 부차화되고 양보교섭이 관행화되면서 결국 노동조합운동은 백기투항의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 경제위기의 초입에서 유일한 대안인 노동자운동의 토대가 무너지는 것이다. 구체적인 입장과 투쟁 속에서 노동자운동의 원칙과 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운동> 2009년 9-10월호에는 현 경제정세에 대한 진단뿐만 아니라 쌍용차 투쟁, 경제위기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 노동운동 활성화 전략,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 비정규직법 등 노동자운동의 주요 쟁점에 대한 글을 실었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2009년 민주노총 요구와 과제>를 검토하고 실제 전개된 투쟁을 평가한다. 또한 여러 운동단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노동운동 활성화 전략을 진단한다. 2009년 민주노총의 경제위기 대응 진단 | 박준도 노동운동 활성화 전략 평가 | 임필수
민주노총이 제시한 <2009년 민주노총 요구와 과제>를 검토하고 실제 전개된 투쟁을 평가한다. 또한 여러 운동단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노동운동 활성화 전략을 진단한다.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대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층대중조직의 운동양상을 분석하고 노동자운동 스스로 내건 정치적 조직적 목표의 논리 정합성, 현실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위기에 따른 기업의 손실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지배세력들의 시도에 맞서 투쟁할 수 있는 힘도 대중운동에서 비롯되지만 더 나아가 오늘날 사회운동이 경제위기를 넘어 대안세계를 향한 운동으로 한걸음 내딛을 수 있는 힘도 기층대중조직의 운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을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물론 현실의 민주노총은 과거의 오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지금 당장 쉽게 극복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1997년 IMF 위기 당시 드러났던 민주노조운동의 정치적 목표의 부적합성, 실제 전개된 투쟁에서 계속되는 고립과 패배, 노동자계급의 단결보다는 도외시하며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현실 타협, 정파갈등으로 표현되는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갈등, 정규직 비정규직 갈등의 심화 등.) 그럼에도 우리가 현 시기 민주노조운동이 어떤 오류들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는지, 비판적 쟁점이 무엇인지를 재확인하려는 것은 기층대중운동,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이라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 우리는 민주노총이 제시한 『2009 민주노총 요구와 과제』를 검토할 것이다. 또한 요구와 과제를 정식화하는 과정에서 실제 진행된 투쟁의 양상을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하반기 민주노총이 내건 반MB투쟁의 실질적 함의를 가늠해 볼 것이다. 민주노총의 2009년 대정부 교섭 요구안 2009년 5월 19일 고용위기, 지배세력들의 경제위기 책임전가 공세에 맞서며 민주노총은 다음 다섯 가지 대정부 교섭요구안을 제안하였다. 첫째, 실업급여 지급기간 및 지급대상 확대, 실업부조제도 및 청년고용의무제 도입 등 전 국민 실업안전망을 실시. 둘째, 비정규직 관련 악법(비정규직법 개악 안) 폐기,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제도 도입, 원청사용자성 확대, 차별시정제도 전면 개정 등 비정규직 관련 법률의 전면 재개정. 셋째, 고용유지지원금제도 확대운영, 적극적 해고회피 사업장 세제지원, 노사고용안정기금 재정지원, 사내유보금 특별세 징수 등을 골자로 하는 고용안정특별법 제정을 통한 일자리 공유(유지). 넷째, 최저임금 시급 5,120원, 한 달 1,070,080원 보장을 통한 최저임금 현실화, 최저임금법 개악 중단. 다섯째,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 명예회복, 건설노조 탄압 중단,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중단과 공적자금 투입 등 당면 노동현안 해결. 이렇게 대정부 교섭요구안에서 확인되는 민주노총의 2009년 제도개선 요구는 총고용 보장과 국민기본생활보장, 그리고 노동운동탄압 분쇄(반MB전선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2009 민주노총 요구와 과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자료집이다. 이하에서는 쟁점을 선별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총고용 보장을 위한 고용안정 특별법 『2009 민주노총 요구와 과제』에서 제 1과제는 총고용보장과 구조조정 중단이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권의 일자리창출 정책을 비판하며 무엇보다도 공공부문 민간부문 할 것 없이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1997년 당시 민주노총이 탈법적 정리해고 철회, 노조의 인력감축 동의서 요구 철회, 재벌개혁을 요구하며 “경제민주화와 고용안정을 위한 총력투쟁 총파업”을 결의했던 것이나, 1998년 당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철폐와 부당노동행위 근절, 재벌해체 IMF 재협상을 요구하며 총파업 투쟁을 조직했던 것에 비하면 여러모로 미달한 것이다. 실제 진행되고 있는 (정리)해고에 대해 구체적인 비판도 없거니와 이를 쟁점화하기위한 경제위기 책임공방 계획(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지배세력, 사회제도 비판)을 전면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해고에 맞서는 총연맹 혹은 산별차원의 투쟁계획이 미약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총고용 보장을 위해 해고회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도입을 요구한다. “기업의 경영상 긴박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노동시간 단축, 직업훈련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할 경우 이에 대해서 세제감면 및 직접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의 개정과 한시적으로 고용안정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고용안정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고용유지지원금제도의 확대운영(6개월에서 1년으로, 비정규직에게까지 대상 확대, 금액은 통상임금 삭감분), 세제지원, 노사합의로 조성된 고용안정기금에 대한 재정지원이며,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599개 상장기업 사내유보금 10%(약36조)를 4년에 걸쳐 고용세로 징수하자는 특별세 징수 제안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제안한 고용안정특별법은 해고회피 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자는 것일 뿐, 해고 자체를 제한하는 제도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은 아니다. 유인책만으로 개별기업들이 해고를 자제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에서 더더구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도입의 핵심은 사용자의 권한 제한이라는 사실은 공정한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들도 알고 있는 바다.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해고나 계약해지 권한을 강제적으로 제약해야 한다. 고용안정특별법은 여기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법안이다. 또한 6개월에서 1년으로 고용유지 지원 기간이 확장된다고 기업이 끝까지 해고회피 노력을 다할지는 알 수 없다.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는 기간만 연장한 것에 그치고 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용안정특별법은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제고해야할 점이 많다. 해고에 맞서는 총연맹 차원의 투쟁계획도 부재한 상황에서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개선책이 이렇게 사용자의 관용을 촉구하는 수준이라면, 총고용 보장 문제는 결국 개별 단위사업장 차원의 노사 간 세력관계 문제로 넘어갈 뿐이다. 해고에 맞서는 노동조합운동은 다시금 단사 노조의 힘(교섭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교섭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노조(대공장 정규직 노조)나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고 나머지는 해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내유보금 10%를 특별세 형태로 환수하여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검토하자. 이러한 주장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고통분담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언뜻 합리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현재 신자유주의의 금융적 수탈구조에 대한 비판을 우회하며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의 잉여를 노동자가 어떻게 영유하고 사용할 것인가를 전혀 고려치 않은 인민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사내유보금은 주식배당, 이자지불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으로 기업에서는 재투자를 위한 몫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현재와 같은 금융적 수탈이 노동자 대중의 임금 하락 경향의 기원인데도 이를 우회하고 정작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발상은 아무래도 납득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정작 세금을 부과해야 할 대상은 막대한 주식배당이 낳는 각종 금융적 소득, 이자 소득, 그리고 외환 차액으로 인한 자본이전 소득 등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사내유보금이 기업설비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투자나 채권투자 등 또 다른 금융적 투기수단이 되었다 하나 그것은 사내유보금의 사용내역 공개와 이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권 강화로 주장되어야 할 일이지, 사내유보금을 나누어 고용안정기금으로 전용하자고 할 일이 아니다. 이는 노동자통제의 기본방향을 망각한 처사일 뿐이다. 물론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은 세금의 형평성 논리상 실제로 실현되기도 어려운 측면도 있다. (사내유보금은 부동산투자소득, 주식투자소득과 같이 전형적인 불로소득이 아닌 만큼 특별과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총고용 확대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앞서 고용안정특별법 제정이 총고용보장을 위한 것이라면 총고용 확대를 위해 민주노총은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150만 명 일자리를 나누기. 둘째, 100만 명 공공서비스 좋은 일자리 창출. 셋째, 200만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무엇보다도 쟁점은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150만 명 일자리를 나누자는 것이다. 먼저 이 주장의 핵심 목표가 ‘노동시간 단축’보다는 일자리 나누기(총고용 확대)에 있음을 분명히 해두자. 즉 경총 등 사용자 단체들이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했다면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민주노총은 독일의 폭스바겐사 사례와 프랑스의 오브리법 도입, 일본의 노동년 단축 등을 사례로 꼽으면서 연간 노동시간을 2,362시간에서 2,000시간으로 단축할 것을 제안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장근로제한, 2주 이상 연차휴가보장, 휴일영업 제한, 교대제 개편을 촉구했다. 통상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유지 확대 사례로 독일의 폭스바겐사의 28.5시간 도입(하루 7시간 4일)과 프랑스의 오브리법 도입(주 35시간제)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독일의 폭스바겐사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유지 방침이 실제로 가져온 결과는 (동서독의 격심한 임금격차가 야기한 시간급 저하, 자발적인 노동시간 연장,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이 야기한 임시직화가 급격히 확대된 상황에서) 140가지가 넘는 작업시간표 작성과 그로 인한 노동시간 사회시간 분절화, 이질화, 개별화였고 그에 따른 노동자의 단결력 약화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노동시간은 비전형적 형태로 증가했고, 작업속도도 급격히 상승했다. 결과는 2-3년 사이 전체노동자의 25%에 이르는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또는 ‘자발적으로’ 작업장을 탈출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오브리법은 주 35시간 법을 일체의 임금삭감 없이, 그것도 자본가들의 공개적인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자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시행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례다. 1998년 오브리법을 시행할 당시 프랑스는 이미 1987년과 1993년에 걸쳐 주 39시간 노동제 도입과 함께 ‘근무시간 선택제’와 같이 노동시간 변형을 허용했다. 사실 오브리플랜의 실제 목표는 노동시간의 전면적인 재조직화로 회사의 생산성 향상, 더 적은 시간에 동일한 노동을 하도록 촉진하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서 제일 먼저 노동시간 계산의 기준이 바뀌었다. 이제 노동시간은 작업장에 있는 시간도 아니고, 통근시간을 포함하는 근무시간도 아니었다. 엄격한 의미에서 실질 생산시간만이 노동시간이 되었다. 노동시간 변형제도를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시간 신축화는 더욱 확대되었으며, 노동시간을 크게 단축한 프랑스정부는 노동자에게 임금인상을 자제시켜 결국 몇 년 후에는 실질임금을 하락시켰다. 35시간 노동주로 일자리를 늘어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고 정작 시행된 다음해인 2001년에는 오히려 실업이 늘었다.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은 노동시간 분절화에 따른 노동자계급의 탈조직화만 목도했을 뿐이다. 이렇게 유럽에서 진행된 법정노동시간 단축(혹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은 노동신축화의 확대와 함께 ‘빈틈없는 노동의 확대’를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 실질노동시간 증대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또한 한국사회처럼 원하청 구조가 확대된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 효과는 (대기업의)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저비용 하청의 증가로 이어질 뿐이고, 이는 도리어 실질노동시간과 노동강도의 증대를 위한 또 다른 압박 요인이 될 뿐이다. 더구나 변형근로시간제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주도 아니라 노동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변형근로시간제의 도입을 촉구하는 결과를 야기할 뿐이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인가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인가 역시 허구적인 대립이다. 앞서 프랑스 오브리법 사례에서 보듯 설령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임금인상 자제로 수 년 내 자본가는 실질임금삭감효과를 누릴 것이며, 노동자의 분절화로 실질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자본가의 의도는 손쉽게 관철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질노동시간 증대를 위해 노동을 재조직하기 위해 지배세력들은 온갖 방책들을 다 내놓고 있는 가운데, 더구나 ‘실업의 조직화’라는 목표아래 노동신축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비판 없이 단순 계산법에 입각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정책대안에 민주노총은 더 이상 역량을 소비해서는 안 된다.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은 노동재조직화와 노동신축화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다. 총고용 확대를 위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중소영세기업의 비정규직 200만 명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30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에서 2년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90% 정도를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2009년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1,200억에서 2조 5천억 이상으로 대폭 증액할 것을 주장했다. 이렇게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8조 2천억 원을 투입하여 정규직화를 추진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40% 정도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내용적으로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즉각적 시행(혹은 확대)을 촉구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 때문에 기간제 노동자의 해고가 확대된다며 한나라당이 제기한 논란의 진실성은 차치하더라도, 현 비정규직 법안의 즉각적인 시행으로 정규직화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정규직 전환 지원금이라는 인센티브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할 수도 없을 뿐더러, 경제위기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이 정규직 전환 지원금만 믿고 비정규직 해고를 지양하여 정규직 전환을 실행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기업이 계약해지로 정규직화의 부담을 회피하거나 노동 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와 재계약을 맺거나 암묵적으로 해고를 하지 않을 뿐이다. 2009년 8월 30일자로 발표된 노동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7월 1일 이후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중 30%만이 고용조정(외주화, 계약해지,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의 대체) 되었을 뿐 70% 정도는 고용을 유지하거나 재계약을 체결하고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해고대란설이 사실은 아니라 할지라도 비정규직 법안으로 정규직 전환이 촉구되었다고 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대로 중소영세 사업장에서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임금과 근로조건의 차이가 거의 없고, 근속연수가 짧기는 마찬가지여서 정규직 전환의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다. 더구나 현실에서 비정규직 근속연수가 늘어나는 것은 계약해지를 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여서 이들이 실제 정규직 전환되었는지 여부는 실제 계약해지를 당했을 때 그것도 해당 노동자가 부당해고여부를 다툴 때나 확인된다. 이를 비정규직 법안의 효과에 따른 정규직 전환 사례로 규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비정규직 법안의 시행/유예 논란은 2007년 시행된 비정규직 법안이 고용의 불안정화를 제어할 수 없으며 지배세력들의 생색내기 제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은폐할 뿐이다. 여기다 전환 지원금 규모를 늘려 빠른 시간 내에 2년 이상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자는 것은 지배세력의 기만에 들러리 서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 쟁점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정규직 전환은커녕 비정규직의 고용안정화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거나 (무기계약직 전환 논란에서 확인되듯) 차별을 구조화하고 사각지대를 확산한다는 점에 있다. 또한 쟁점은 그나마 차별시정의 대상이 된다 할지라도, 차별시정신청권자에서 노조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전혀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 법안의 즉각적 시행 혹은 확대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고용확대를 도모할 수 없다. 경제위기 인식과 대안으로서 내수증대론 민주노총의 제도 개선 목표가 이처럼 노동권 방어라는 최소한의 목표에도 미달하는 것은 고유한 정세인식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윤진호 교수의 분석을 따라) 현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개방화된 금융시장과 내수기반의 취약성을 지목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금융과 실물경제 양 측면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나라들이 규제강화, 국유화, 보호무역주의, 정부개입 강화와 같은 정책수단으로 반신자유주의(?) 정책도입을 강화하고 있듯이 우리나라도 이렇게 가야 하는데 이명박 정권은 이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며 비판한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한 대안으로 고용창출 및 내수확대에 기반을 둔 선순환 경제구조 수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출부진의 원인이 전 세계적인 소비 위축에 있는 만큼 수출지원보다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생존기반과 고용확대를 통한 구매력 창출이라는 내수확대로 정책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재정지원확대 → 고용창출 → 내수확대 → 경기 회생이라는 선순환 경제구조 수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은 현 경제위기를 이윤율의 하락과 같은 구조적 원인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위축에 따른 실물경제의 위기, 즉 시장 왜곡이나 분배의 실패라는 일시적 불합리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비롯된다. 자본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인상(고용확대), 소비진작으로 현 경제위기에서 결정적으로 탈출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설사 일시적으로 성공한다 할지라도 (2000년대 초반 한국경제 내수 진작의 거품이 빠졌을 때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겪었듯) 바로 그 순간 자본주의 위기를 다른 형태로 맞이할 뿐이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미국 등 중심부 국가의 이윤율 하락이라는 구조적인 동학 위에서 미국헤게모니의 금융세계화 시스템이 붕괴되는, 세계적 차원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조 사수와 노동운동 탄압 분쇄 이러한 정책 대안들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투쟁계획이나 교섭전략이 어디에도 담겨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취약해진 지도력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주원인은 투쟁동력이 상실되고 (노사정 기구와 같은) 교섭 협약 틀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IMF 경제위기를 전후하여 민주노조운동은 수세적 국면을 면치 못했다. 이 과정에서 투쟁 의제가 협소화되고 노조 내 자기중심적인 실리주의가 확산되면서 민주노총의 투쟁동력은 단위사업장의 이해관계를 결코 넘어서지 못한다. 이것이 투쟁동력 상실의 기원이 된다. (총파업 실효성 논란은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쟁점이다.) 2006년 노사관계로드맵 논의 당시 노사정협의에서조차 배제 당했던 뼈아픈 과거가 웅변하듯 민주노총은 이미 노무현 정권시절부터 정부의 교섭파트너로서 위상을 부정당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노동조합을 대화상대로 여기지도 않는 이명박 정권이 2008년 집권한 이후로는 사회적 교섭전략 자체가 아예 실행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민주노총 총연맹의 정책들이 실질적인 대중동력과 교섭방침에 근거한 투쟁과제가 되기보다는 정책담당자들의 입론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런 사정에서 연유한다.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실질적인 계획과 실효성 있는 투쟁을 전개한 것은 노동운동탄압분쇄투쟁과 반MB투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2008년 7월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구실로 이명박 정권은 민주노총을 본격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건설노조와 운수노조 등 산별연맹을 불법화하려는 시도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전교조, 공무원 노조의 단체행동을 불법화하고 단체교섭을 부정하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업무방해 등 각종 민사상의 제약요건을 강화해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더욱 강화되었다. 더 나아가 이명박 정권은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으로 정부정책과 기업주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맞서는 정치적 행동을 원천봉쇄하기 시작했다. 2009년 5월 ‘박종태열사 명예회복, 화물연대 탄압 분쇄’를 내걸고 전개된 화물연대의 파업투쟁은 중간에 좌초하고 말았는데, 화물연대 인정이 유일한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파업동력을 더 이상 확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이 ‘민주노조사수’만을 내걸고 노동운동탄압저지투쟁을 진행할 수 없는 주체적 한계상황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에 대한 금속노조의 투쟁조직화 실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리해고 강행시가 아니라 ‘공권력 투입시 총파업’이라는 금속노조의 쌍용자동차 관련 유일한 투쟁계획이 시사하듯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에서조차 금속노조가 투쟁동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동인은 노조탄압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에서 77일간의 파업투쟁이 종료된 이후 정리해고 투쟁전선의 성격과 방향, 대안을 둘러싸고 논쟁이 다시금 불붙고 있다.) 금속노조는 부분적이나마 총파업을 실행하고 평택공장으로의 집결투쟁을 조직했지만 대중조직화는 실패하였다. 그나마 모였던 집회대오들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금속노조마저 노조탄압저지투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사방에서 조여 오는 공권력 침탈 앞에서 쌍용자동차 지부는 정리해고를 수용한 채 77일 간의 공장점거 파업투쟁을 중단했다. 반MB 전선과 고착화되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노무현의 죽음을 전후로 노동자운동의 동요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 자신의 조직역량으로 시내에서 마땅히 집회를 개최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자 민주노총은 이른바 ‘노무현 서거 국면’을 지렛대 삼는 투쟁계획, 더 나아가 야4당과의 공조에 의존하는 반MB전선의 확대를 꾀하게 된다. 비정규법 개악 저지투쟁은 민주노총의 자체 투쟁동력보다는 미디어법 개악저지투쟁이라는 상황이 제공한 지렛대에 의존한 바가 컸다. 최저임금인상 투쟁은 과거에 비해 더 많이 고무되긴 하였지만,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2.75% 인상 수준에서 마무리되고 만다. 민주노조운동의 대중적 지지기반이, 민주노총의 투쟁동력이 아래에서부터 무너진 상황에서, 단위 사업장의 결사항전을 전제하는 일점돌파 투쟁마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반MB전선의 확대라는 상층차원의 연대를 통해 소시기 목표(노동운동탄압 분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이 현재까지 제출한 반MB전선의 유일한 투쟁계획은 두세 차례의 민중대회와 이명박 불신임투표 정도다. 노동조합운동 주체의 대중적 힘을 아래로부터 복원할 계획이 부재한 상황에서 (야4당을 포함하는) 상층연대를 통한 몇 차례의 집중투쟁, 이명박 불신임투표 운동 정도로 민주노조운동의 무너진 대중적 지지기반이 복원될 리 만무하다. 더구나 반MB전선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치적 목표도 모호한 상황에서는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선거연합 승리가 최종목표로 보이지만) 더더욱 그렇다. 경제위기 대응 계획과 노동조합 재건 계획이 동시에 수립되어야 한다 도시철도, 인천지하철, 인천공항공사, KT노조 등 대형 노조들이 연이어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있고, 금속노조의 산별전환과 공공연맹/노조의 산별전환 계획은 점점 안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복수노조시대를 목전에 두면서 이명박 정부는 다시금 노사관계법 개악을 통해 남아있는 노동조합운동마저 완전히 무력화하려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투쟁 조직은커녕 노동운동탄압에 맞서는 계획도 제대로 수립 못하는, 내적으로는 산별노조 전환조차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실은 이제 위기의 임계를 넘어선 상태다. 노동자대중의 상태도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동자 대중 내부의 위계질서를 활용한 국가와 자본의 손실 떠넘기기가 노동자 내부의 갈등을 파고들어 분열을 확대할 것임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임금격차, 고용격차 등등 노동자 내부의 갈등이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첨예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해(고용, 임금)를 방어할 수 있는 기본조직마저 부재하다면 그 결과는 노동자운동의 참담한 패배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계급적 이익(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방어하고 쟁취하는데 있어 기본대중조직은 필수 불가결하다. 여기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의식을 확대함과 동시에 자신의 계급적 성격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운동이 전체 노동자대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회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 전제조건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대중의 자기 조직화, 주체화, 그리고 운동역량의 강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 대중운동은 결국 모래성일 뿐이다. 대중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는 운동이 아니고서는 사회운동의 이념 형성은 먼 미래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대중이 스스로 조직하려는 대중조직의 운동이 아니고서는 거대한 대중운동의 물결은 허황된 꿈일 뿐이다. 경제위기에 맞서는 투쟁계획이 그 어느 때보다도 노동조합운동을 재건하려는 계획과 함께 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계자본주의 위기 속의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운동의 대응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에 매각되고, 지엠(구 지엠의 이름은 General Motors Corportation)이 뉴 지엠(정식 이름은 General Motors Company)으로 출범하며 표면적으로는 자동차 기업들의 위기가 진정된 듯 보인다. 특히 7월 이후 약간의 생산 반등도 이루어지며, 이제 위기가 끝나고 회복기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자동차 기업의 노동자들은 고용 안정과 안정적인 임금 인상을 이룰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동차 기업의 노동자들은 비교적 큰 수준의 정리해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드러난 자본주의의 구조적 한계는 자본이 노동과 타협할 여지를 더욱 좁혀 놓았다. 노동조합이 이 정리해고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정리해고 반대 투쟁과 더불어 국제적인 자본 이동을 제약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세계경제: 미국의 은행 위기, 달러 위기 가능성과 더블딥 대표적인 내구 소비재인 자동차 산업은 그 어떤 생산물보다 경기에 민감하다. 1980년대 이후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경제성장률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경제성장 수준과 비슷한 패턴을 유지한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의 앞날을 따져보는 것은 세계 경제의 앞날을 따져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기후변화 등에 따른 환경 문제, 정부의 자동차 소비 보조금 등 산업 내부적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가장 큰 변수는 세계경제의 성장 여부다. 최근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출구전략이라 부르는 신용 축소 정책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하지만, 국제경제연구소의 여러 연구원들이나 루비니 같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오히려 더블딥(약간의 경기 반등 후 더 큰 경기 하락)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 시절에도 1932년의 반등 이후 1933년 대폭락을 겪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킨다. 국제경제연구소의 존슨 등은 정부가 막대한 구제금융을 금융 기관에 쏟아 부었지만, 현 금융 위기가 초래된 금융 시스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결국 은행으로 변신한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같은 금융 기관들이 이전의 금융 투기를 계속할 경우 이번에는 은행 전반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루비니 등은 이번 금융 위기로 미국의 부채인 국공채의 발행액이 국민소득의 80% 수준까지 상승하는 반면, 미국의 자산인 부동산 가격은 2006년 7월 대비 4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달러 가치의 폭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달러 가치의 폭락은 지금까지 미국이 달러 발행을 통해 누려왔던 특권적 지위가 손실된다는 것이며,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윤소영, 2009, <2009년 세계경제정세>). 자동차 시장: 여전히 추락 중인 자동차 판매와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적 불안전성 일부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회복을 이야기하지만 현재의 반등은 회복이라기보다는 추락에 가까웠던 2008년 자동차 판매 감소에 대한 기저 효과에 가까워 보인다. 여전히 세계 자동차 판매는 2009년 1~7월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32% 감소하였고, 2007년 동기 대비로는 38% 감소한 상태이다(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간 브리프). 한국 자동차 기업들 역시 2009년 1~7월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21% 감소한 수준이며, 2007년에 비해서는 23% 감소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자동차공업협회 월간 통계). 더군다나 이 정도의 유지도 세계 각국에서 진행한 수십조 원의 소비 지원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동차 기업들의 위기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생산 감소 수준마저도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2009년 1월 자동차 판매 대수가 미국을 앞지른 중국은 2009년 6월 현재 월 판매대수가 87.3만 대로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도 많으며, 2009년 판매가 전년 상반기보다 18% 늘어났을 정도로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2009년 상반기에 세계적으로 21% 판매가 감소한 것에 비추어보면 매우 큰 성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은 중국 경제의 기초 조건이 크게 변화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 경기 부양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국 정부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까지 4조 위안(2,928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였고,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차량 구매세 인하, 농어촌 소형차 구매 및 폐차 보조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였다. 다시 말하면 중국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중단되는 순간 세계 자동차 시장 자체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다시 금융 투기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인 세계 자동차 시장 상황 속에서 세계 자동차 기업 위기의 상징이었던 지엠은 미국 정부, 캐나다 정부의 구제금융과 전미자동차노조(UAW) 퇴직자건강보험기금(VEBA)의 출자전환으로 뉴 지엠으로 재출범하였다. 뉴 지엠은 지엠의 건전 자산(지엠씨, 시보레, 캐딜락 등)만을 인수하여 영업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나머지 부실 자산은 자동차청산회사(Motors Liquidation Company, 구 지엠)에 남겨두어 매각 혹은 청산하고 있다. 뉴 지엠은 시보레 볼트로 명명된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출시하며 2010년부터 재도약을 할 계획이지만, 실재 뉴 지엠이 신차 개발 판매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재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지엠이 포드나 폭스바겐 등에 비해 심각하게 부실화된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엠이 다른 자동차 기업에 비해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은 원인 중 첫 번째는 지엠의 금융 부분인 지맥(GMAC)의 붕괴였는데, 지맥은 여전히 미국의 5대 부실 금융 기관 중 하나로 남아있다(지맥은 2009년 초에 은행으로 전환되었다). 지엠의 할부금융을 담당하던 지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할부금융을 통한 자동차 구매가 일반적인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정상화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자세한 내용은 한지원, 2009, <지엠 파산 이후 지엠대우 전망과 대응방향> 참고). 이러한 가운데 지엠은 최근 사모펀드 등을 동원하여 자신의 재건을 도모해 보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펠 매각을 둘러싸고, 지엠이 유럽에서 활동하는 알에이치제이 인터내셔널(RHJ International)이라는 미국계 사모펀드를 끌어들인 것이다. 원래 지엠은 파산 이후 지엠 유럽 법인의 핵심 기업인 오펠을 매그나-러시아연방예금은행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것으로 독일 정부, 노동조합 등과 논의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매그나 쪽과 매각 협상을 일시 중지하며, 미국계 사모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 이유는 매그나 컨소시엄에 오펠을 매각할 경우 자동차 핵심 기술이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에 대해 독일 정부와 독일 금속노조(IG Metall)는 크게 반대하고 있다. 독일정부는 매각을 전제로 이미 21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였고, 앞으로도 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할 예정인데 이미 투기적 행태로 전세계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의 오펠 인수를 반가워할 리 없다. 더군다나 직간접적으로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달린 오펠 처리에 있어 9월 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다. 독일 금속노조는 매그나 측과 고용 보장에 관한 협의까지 진행했고, 고용 불안 및 재매각 가능성이 큰 미국계 금융자본의 인수에 대해서는 결사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지엠은 이미 2006~7년에 초국적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20세기 가장 큰 사기극을 벌이려 한 전력이 있다. 지엠은 초국적 사모펀드인 서버러스를 통해 크라이슬러를 합병시키려는 시도를 한 바 있었다. 지엠이 서버러스에 지맥을 넘기고,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 주식을 매입하여 인수한 후 다운사이징하여 지맥 자산과 합한 후 다시 지엠에 되판다는 계획이었다. 금융 위기로 이 계획은 결국 실패했다. 지엠은 자신의 파산이 목전에 닥쳤는데도 불구하고 대규모 금융 투기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비지니스위크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엠 내부에서는 아예 오펠의 파산까지 염두해 두고 있다고 한다. 오펠은 독일 이외에도 영국(복스홀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에서 4천 7백여 명, 스페인에서 7천 여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조립 공장을 운영 중인데, 독일 정부가 지엠에 비협조적일 경우 파산협박을 통해 이들 국가들에게서도 구제금융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Businessweek, 2009.08.24). 독일 정부와 지엠이 11월까지 매각 관련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현재 오펠은 부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스포츠자동차 업체 포르쉐가 지난해 3월 폭스바겐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하며 주가 조작에 나선 것은 좀 더 극단적인 투기 사례다. 2005년부터 폭스바겐 주식을 사들인 포르쉐는 2008년 경제 위기 국면에서 폭스바겐을 합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사실 포르쉐가 노린 것은 포로쉐와 폭스바겐의 주가 상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르쉐는 2008년 폭스바겐 주식 거래로만 68억 유로(약 10조 8천억 원)의 이득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주식 시장 거품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온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팔고, 만기 전에 주식을 되갚으며 주가 변동에 따른 차익을 실현)가 적극 사용되었다. 포르쉐의 경영진은 2008년 초에 헤지펀드들에 주식을 빌려주며, 2008년 3월 경에 자신들이 폭스바겐을 인수할 것이라는 정보를 흘렸다. 헤지펀드들은 주가가 크게 오른 3월부터 10월까지 폭스바겐 전체 주식의 12% 가까운 물량을 공매도 하였는데, 이 때 포르쉐가 자신들의 스톡옵션 전환 시 폭스바겐의 지분이 75%라고 밝힌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헤지펀드들이 되갚아야 할 12%의 주식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주정부가 소유한 20%의 지분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헤지펀드들은 사활을 걸고 주식매입에 나서고, 주가는 폭스바겐의 실적 저하 속에서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이 과정에서 세계 94위 갑부인 메클레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시장안정을 명분으로 포르쉐의 경영진은 주식을 매도하였고, 그 차익으로 밝혀진 것만 10조 8천억 원이다. 포르쉐는 주식 매매 차익을 실현한 이후 2009년 5월 폭스바겐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고, 7월에 폭스바겐이 역으로 포르쉐 인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요컨대, 현재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금융 투기적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 등의 녹색 자동차 생산이 시장을 재조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금융 투기들과 정부에 대한 지원 협박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의 해고 양상: 비정규직 우선, 해외공장 우선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의 노동자 해고 역시 계속되고 있다. 지엠의 경우 생산직을 연내 40,500명 수준까지 감축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2009년 2월에 제출된 46,300명보다 더욱 줄어든 것이다. 2008년 말 62,403명에 달하던 생산직 노동자들은 파산 이후 현재 2009년 8월 초까지 1만 4천여 명이 희망퇴직(buyout)하여 현재 4만 8천여 명이 근무 중인데, 사측은 앞으로 7,500명에 대한 추가 해고를 실시할 계획이다. GM의 생산이 최대를 달리던 2004년, 11만 8천여 명에서 2009년 현재까지 약 7만여 명이 해고된 것으로(Reconstruction Plan 2009~2012, 2009.02 및 NYTIMES, 09.08.03) 2004년 기준으로 60%가 넘게 해고된 것이다. 크라이슬러 역시 사무직 5,000명, 생산직 4,800여 명을 해고할 계획이며, 포드는 사무직 3,000여 명만 해고할 계획이다. 자국의 정규직에 대한 종신고용으로 유명한 도요타의 경우 일본 내의 정규직을 제외하고는 큰 폭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일본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5,000명을 계약해지한 것은 물론, 미국 샌 안토니오 공장에서 2,000명을 해고했고, 심지어 프리몬트 공장은 아예 폐쇄 조치하며 4,500여 노동자를 해고했다. 혼다나 닛산 역시 마찬가지로 해외공장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인력 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유명한 폭스바겐의 경우 정규직의 경우 주 노동시간을 28시간까지 단축하며 고용을 보장하고 있으나, 비정규직과 해외공장의 경우 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내에서 계약직 16,500명을 계약해지하였고, 멕시코 공장에서는 1,05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프랑스 르노는 프랑스에서 2,000여명, 해외에서 2,000여명을 해고할 계획이며, 독일 베엠베(BMW)는 영국 공장에서 850명을 해고하였다. [표 1] 세계 자동차기업 정리해고 현황(자료: 각국 언론 종합) (표는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자동차 기업들의 정리해고 특징은 첫 번째,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한다는 것이다. 임시계약직, 파견근로직 노동자들부터 해고하는 것에는 세계 모든 국가가 똑같다. 영미보다 고용문제에 좀 더 엄격하다는 유럽의 기업들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특징은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의 경우 해외공장에서 적극적으로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자국 내 정규직 보호에 세계적 명성을 날린 기업들의 경우 해외 공장 인력 감축에 더욱 적극적이다. 도요타의 경우 정부 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 공장 폐쇄도 불사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100% 초저임금 비정규직만 존재한다는 멕시코 공장에서도 대량 계약해지를 단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해외에서의 인력 조정에 더욱 적극적인 이유는 정부의 제조업 기업들의 고용유지 혹은 판매 증가를 위한 각종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기업들의 경우 현재의 해고가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인력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엠은 이미 2004년부터 7만여 명의 인력을, 포드는 2005년부터 6만여 명의 인력을 감축해왔다. 미국 내 고용 인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의 인력 조정을 이미 진행해왔던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이러한 인력 구조조정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해외 공장 건설 붐과 관련이 있다. 지엠은 지엠대우를 비롯하여 남미, 동아시아에 다수의 공장을 건설 혹은 증설했으며, 포드 역시 중국 내 대규모 공장 증설을 비롯하여 태국, 필리핀 등 동아시아와 브라질 멕시코 등 남미에 많은 공장을 신설하였다. 이미 지엠과 포드의 경우 미국 내 생산보다 해외생산 비중이 더 높았던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의 대응: 노조의 근간을 흔드는 양보교섭에서부터 가두 투쟁 파업까지 각국의 노동조합은 대규모 해고 사태에 대해 여러 수준에서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크게 보면 미국자동차노조와 같은 백기투항형 양보교섭에서부터, 독일 금속노조 식의 선거 등을 매개로 한 대정부압박 방식, 그리고 한국 쌍용차와 더불어 이탈리아 금속노조와 같은 정규직 및 비정규직 고용 보장을 위한 파업 및 가두 시위 방식 등이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지엠, 크라이슬러 파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사실상 노동조합으로서의 투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다. 우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 투쟁으로 쟁취한 전미자동차노조의 최대 성과물인 퇴직자건강보험기금은 사실상 그 유지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퇴직자건강보험기금은 퇴직자가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업 차원의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었다. 하지만 사측이 납부하기로 한 자본(기업의 기금에 대한 부채) 대부분이 기업의 주식으로 전환되며, 현재 기금 자체가 운영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퇴직자건강보험기금은 현재 지엠의 17.5%, 크라이슬러의 55%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포드 역시 포드 분담금의 50%를 매년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Ford, 2009, Second Quarter Earnings Review). 사실 전미자동차노조의 이러한 지분 참여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1990년대 미제철노동자연합(the United Steelworkers)이 알고마 제철(Algoma Steel)에 자신들의 임금 삭감분을 주식으로 전환한 경험이 있었는데, 알고마 제철이 이후 법정관리, 무상감자 등을 진행하면서 노동자들의 주식은 모두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미국항공사(United Air Lines) 노조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항공사 노조는 임금 삭감분과 퇴직금 등으로 약 55%에 가까운 지분을 소유하게 되었는데, 이후 법정관리를 거치며 이 지분은 모두 소각되었다(Calgary Herald, 2009.08.07). 즉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가 다시 부실화되어 법정관리 혹은 기타 자본재조정 과정을 거칠 경우 퇴직자건강보험기금 역시 파산하게 된다. 이밖에도 전미자동차노조는 포드와의 협상에서 고용안정을 대가로 6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물론 15년간 무쟁의를 약속하였다.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미자동차노조의 무력한 모습은 전미자동차노조의 유일한 도요타 사업장인 프리몬트에서 4,500명의 해고자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독일 금속노조의 경우 폭스바겐, 베엠베 등과 4% 임금인상에 합의한 이후 현재 퇴직자에 대한 지원 및 노동조합 교육 지원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http://www.igmetall-nieder-sachsen-anhalt.de/). 또한 현 기민당 정부에 오펠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을 비롯하여 독일 내 고용 유지에 의지가 있는 매수자와 우선 협상할 것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9월 말 총산을 앞두고 사민당(SPD)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현 정부(기민당)와 야당(사민당) 모두에 고용 및 노동조건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가지고 경쟁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약 240만 조합원을 거느린 금속노조는 독일 내 최대 산별 노조로 역사적으로 사민당을 계속 지지해 왔었다. 2008년 말에 이탈리아노총을 비롯한 제 노조들은 임금보장기금(CIG)의 확대를 요구하여 이를 관철시킨 바 있는데, 임금보장기금의 확대로 인해 무급휴직 및 단기근로 노동자들의 97%가 임금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피아트는 임금보장기금을 가장 많이 활용했는데, 2008년 12월 중순부터 2009년 1월 중순까지 58,000여 명의 전노동자가 휴직한데 이어 2009년 7월까지 6차례 이상의 휴직을 시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임금보장기금 지급액은 2007년 대비 526%까지 상승하였고, 이 외에도 여러 지방정부가 피아트를 지원하였다(EIRO, 2009, “Recent restructuring trends and policies in the automotive sector”).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피아트는 국내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노총(CGIL)의 금속노조(Fiom-CGIL)는 피아트의 공장 폐쇄 계획 및 크라이슬러 인수 이후의 국내 생산 물량 조정 등에 관해 교섭을 진행 중이다. 남부지방의 두 공장 폐쇄 계획에 대해서는 파업과 거리 봉쇄 투쟁을 이미 진행하였으며, 현재는 피아트 사측에서 토요일 연장 근무 방침을 금속노조와 협약 없이 밀어 붙이고 있는 것에 항의하여 8월 29일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금속노조는 피아트 측이 이미 수많은 임시직을 해고한 상황에서 신규 물량에 따라 신규 고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근무 시간을 늘리는 것은 크라이슬러와 합병 이후 더 큰 해고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금속노조는 피아트가 금속노조와 직접 교섭하지 않고 각 공장 별로 이러한 특근을 몇몇 노조들과 협의하여 마구잡이로 시행하고 있는 것은 노조 파괴 책동이라며 총력을 다해 투쟁할 계획이다(http://www.fiom.cgil.it). 결론: 자동차 자본의 국제 이동을 제약할 국제적 연대와 국가적 수준에서 해고 중단을 위한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위기는 단기간의 반등은 있을 수 있으나 대공황에 버금가는 길고 깊은 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신차 몇 종 개발하고 판매한다고 살아남을 수는 없다. 결국 이들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지엠과 포르쉐의 방법처럼 갖가지 금융 투기를 통해 자산을 늘리거나, 더 많은 해고를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최소 이윤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 기업들은 자국 내 비정규직과 해외 공장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며 구조조정을 시작하였다. 도요타, 폭스바겐, 피아트 등의 자동차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 등이 존재하는 이상 당장 자국 내에서 대규모 정규직 해고를 단행하지는 않겠지만, 언제까지고 해고를 하지 않고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면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탈출하여 동아시아, 중국, 남미, 동유럽 등 저임금 지역으로 이동하며 50~60% 가까운 인원이 해고된 경험이 오히려 일반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탈리아 금속노조가 피아트의 크라이슬러 합병 이후 자본 유출 및 생산 유출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투쟁하는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먹튀 상하이자동차 지분소각과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투쟁한 것, 그리고 독일 금속노조가 오펠의 인수자를 고용 보장 최우선 기준 하에서 선택하기 위해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세계화된 자동차 기업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자동차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제약하고, 자본 유출입에 의존적이지 않은 노동 조건에 관한 표준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 한국에서도 쌍용차에 이어 지엠대우와 현대자동차가 자본의 국제적 이동으로 인한 정리해고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당장 지엠대우는 부도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 2009년 상반기 생산량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더군다나 지엠 본사에 대한 자본 유출 의혹이 있는 파생상품거래로 매달 천 억 이상의 금융 손실을 몇 달간 계속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10월에는 산업은행 대출금 8천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운전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지엠대우는 8~9월 중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부도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단기간의 유동성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출이 생산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지엠대우는 오펠 매각으로 인한 지엠유럽의 붕괴, 북미 지역의 소형차 독자 생산 계획 등으로 인해 장기간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 정리해고 요인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다. 그리말디 사장이 인위적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노조와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는 2조원 대의 산업은행 지원에 사활을 건 지엠대우의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9월 말 그리말디가 퇴임한 이후 중단기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생산 감소폭으로만 보면 상황은 2001년 정리해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세계 자동차 시장이 199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하며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하청생산공장으로 원했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세계 경제가 구조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현재가 지엠대우의 더욱 큰 위기라 할 수 있다. 현대의 경우 2009년 7월 생산량이 15만 대 수준을 회복하며 겉으로만 보기에는 일정정도 생산량을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금에 의한 내수 회복으로 인한 것으로 2007년 기준으로 전체 판매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은 여전히 예전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년 늘어나 이미 전체 생산량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해외 공장에서의 생산이 가장 큰 문제인데, 현대차는 그나마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다소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서 현지 생산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국내 인력 감축 요인이 더욱 강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여유 자금이 있는 현대차에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사측이 인력 조정을 계속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1만 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감행했던 1998년만큼 빠른 구조조정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2000년대 이후 전체 생산에서 수출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 해외 생산 비중이 크게 증가한 점, 자동차 시장 거품 붕괴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여건은 1998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쌍용차 투쟁에서 보았듯이 이들 기업들의 투쟁이 기업 노동자만의 투쟁으로 승리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당장 해고를 중단하기 위한 전국적 투쟁과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제약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일시적 회복 후 장기화될 경제위기, 노동자운동의 전망은 무엇인가 사회진보연대 2009 여름사회운동학교가 8월 22~23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날에는 대불황기의 미국경제, 대불황기 미국의 사회정치 및 노동자ㆍ여성운동, 경제위기에 대한 민중운동의 대응진단과 제언에 대해 강연과 토론을 진행했다. 둘째 날에는 윤소영 교수가 2009년 세계경제정세에 대해 강연하였다. 여기서는 둘째 날 강연과 토론을 소개하기로 한다. 윤소영 교수는 6시간에 걸친 강연에서 2009년 3월 이후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된 이후 연준과 재무부의 추가적 정책대응과 금융위기가 은행위기, 나아가 증시붕괴와 달러위기로 심화되면서 더블딥(이중침체)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였다. 또 뒤메닐과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제시하는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과 그에 대한 대안을 소개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에 대한 민중운동의 대응방향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였다. 연준의 수량완화정책과 재무부의 구제금융 윤소영 교수는 먼저 2009년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미국의 경제정책을 소개했다. 신용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연준은 가격완화정책으로서 기준금리를 0.25-0%까지 인하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완화정책 이후에 수량완화정책을 추가로 시행한다. 수량완화정책은 중앙은행의 본원통화를 늘리는 것으로 연준의 이번 수량완화정책은 자산의 구성을 변화시킨다는 면에서 1990년대 일본의 수량완화정책에 비해 비전형적이다. 연준의 수량완화정책의 핵심은 대기업, 중소기업 및 소비자에 대한 대부에 있는데 이는 연준이 최종대부자의 역할뿐만 아니라 최초대부자의 역할도 담당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연준법은 ‘비상위급상황’에서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회사, 증권회사와 같은 비은행 금융회사 및 심지어 기업과 소비자에게 직접 대부할 수 있는 연준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연준이 이렇게 최초대부자로서의 역할까지 한 것은 이 권한을 적용한 것으로서 이는 1930년대 대불황 이후 최초다. 즉 수량완화정책은 연준과 재무부의 대응이 대불황에 대한 그것과 맞먹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윤소영 교수는 대불황에 대한 대응을 시사하는 또 다른 예로 구제금융을 들었는데 이는 1932년에 설립된 재건금융공사(RFC)를 부활시킨 것이다. 재무부는 7000억 달러 규모의 1차 구제금융에 이어 2009년 2월 2차 구제금융으로 2조 달러의 금융안정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2월 씨티그룹은 구제금융을 통해 재무부가 보유하게 된 450억 달러의 우선주 중에서 250억 달러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동시에 재무부는 씨티그룹의 이사진 교체를 요구했다. 루비니, 포젠, 존슨 등 예전부터 국유화를 주장했던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사실적 국유화에서 법률적 국유화로의 변화라고 해석하고, 이제 부분 국유화를 전면 국유화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들이 주장하는 국유화의 핵심은 국영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 청산과 관리자 교체를 통해 지배구조를 반전시키는 데 있다. 또 이들은 겸업화를 부분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겸업은행의 상징인 씨티그룹은 국유화되면서 상업은행 및 투자은행 본업을 담당하는 씨티코프(건전자산)만 남고 보험업무, 증권유통중개, 자산운용업무를 담당하는 씨티홀딩스(부실자산)는 매각될 예정이다. 그러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상존함으로써 겸업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루부니, 포젠, 존슨은 겸업화와 인수합병, 구제금융과 국유화 등을 통해 금융위기를 해결하려는 연준과 재무부의 정책이 은행위기를 예측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루비니, 포젠, 존슨 등이 주장하는 국유화는 엄밀히 말하면 은행의 겸업화 해체 후 건전성을 회복한 후 다시 사유화한다는 의미에서 사전사유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조치를 연준과 재무부가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 윤소영 교수에 따르면 금융위기를 진정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제로금리정책, 수량완화정책과 함께 구제금융, 스트레스테스트다. 올해 2월에서 4월까지 연준은 은행의 자본건전성에 대해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고 5월에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기침체가 악화될 경우에도 은행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는 이미 구제금융을 받았기 때문에 필요한 증자규모가 적을 따름이고 다른 대개의 은행에 대해서는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의 자산평가는 금융회계표준위원회가 기존의 시가평가제를 원가평가제(장부평가)로 전환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만약 은행자산을 시가로 평가했다면 결과는 훨씬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사실상 개별은행이 자신의 회계장부를 조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현재의 부실을 은폐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허용했다. 더불딥 논쟁 이어 윤 교수는 3월 이후 금융위기가 진정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불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경기침체가 종료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기침체의 진행을 두고 주류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가 8개월 지속된 후 경기가 회복되는 V자형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루비니는 1974-75년과 같이 경기침체가 18-24개월 지속되는 U자형, 또는 1930년대와 같은 L자형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달리 포젠은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된 후 다시 침체가 반복되는 W자형, 즉 더블딥을 주장한다. 더블딥에 대한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다양한데 포젠은 구제금융과 스트레스테스트가 근본처방이 아니라 대증요법이기 때문에 위기를 일시적으로 지연할 뿐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1932년의 일시 회복이 1933년 초 은행위기의 폭발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2009년 말에 금융 위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된 이후 2010년 말이나 2011년 말에 은행위기기 폭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제로금리정책, 수량완화정책을 언제 퇴각시킬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한창 진행 중이다. 민간금융기관들의 자산항목으로 잡혀있던 부실자산들을 중앙은행의 자산으로 옮겨놓는 것이 버냉키의 해법인데 이것이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젠은 통화를 너무 빠르게 환수하는 경우 더블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 예로 미국은 1980-81년 출구전략이 너무 빨리 시행되어 당시 일시 회복 후 1981-82년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은 바 있다. 버냉키는 당분간 출구전략이 시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루비니는 또 출구전략이 너무 늦게 시행돼도 더블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화투입량이 너무 많으면 재무부증권의 가격이 하락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무부증권을 비롯한 국공채는 국민소득 대비 40%에서 80%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후 최고치다. 윤 교수는 이렇게 비중이 증가한 재무부증권의 가격이 폭락한다면 증시가 붕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경제연구소의 클라인과 윌리엄슨은 더블딥의 원인으로 이중적자와 달러위기를 들고 있다. 2009년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빠르게 감소함으로 인해 무역적자의 규모는 감소하겠지만 재정적자는 국민소득의 2%에서 12%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2008년 8월 이후 강세로 반전한 달러가치가 계속 강세를 유지한다면 수출 감소가 더 심화되면서 이중적자가 악화될 것이고 또 민간적자가 상승하면서 2006년과 비슷한 삼중적자(무역적자, 재정적자, 민간적자)가 재발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예측이다. 결국 이번 금융위기는 해결이 아니라 진정되었을 뿐이라는 것이 더블딥 논쟁의 핵심이다. 버냉키는 이번 금융위기의 특징이 신용위기와 은행위기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화와 겸업화로 각종 증권과 파생금융상품이 은행자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가 충격을 받으면 민간 경제의 자산이 충격을 받게 된다. 이를 구제금융으로 완화하기 위해 민간의 부실자산을 정부의 부실자산으로 옮기게 되면 그 결과 국가신임도가 떨어지고 재무부증권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것이 곧 달러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미-중전략경제대화와 주요20개국 2차 정상회담 은행위기, 삼중적자, 증시 및 달러 폭락의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미국 경제는 최종적으로 붕괴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지배세력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해 몇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중전략경제대화와 G20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미-중 전략경제대화와 주요 20개국 회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조관계를 형성해 현 위기에 단기적, 그리고 중장기적인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경제연구소 소장 버그스텐은 달러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G2, 즉 미국과 중국의 합의가 결정적이라고 보았다. 이에 그는 2007년에 달러의 평가절하와 위안의 평가절상(‘아시아판 플라자합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포젠은 달러위기와 안보위기의 결합에 대해 강조하였다. 이는 금융세계화의 위기와 군사세계화의 위기가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7월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는 재무부증권의 발행규모와 달러가치의 안정성을 핵심의제로 논의하였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신장위구르 사태와 더불어 이란 및 북한의 핵문제를 다루었다. 2012-13년을 전후로 한 더블딥에 대비하려는 미국의 구상은 주요20개국(G20)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이다. 올해 4월에 개최된 2차 G20 정상회담에서는 1997-98년 동아시아 경제/외환위기 이후 주변화된 국제통화기금(IMF)을 재건하려고 시도했다. 그 내용은 국제통화기금의 지분 및 의결권에서 유럽의 비중을 축소하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관례적으로 유럽 출신이 총재에 선출되는 과정을 개방하여 지배구조를 탈유럽화하게 된다면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EBC)의 영향력으로서 1997-98년 동아시아 경제/외환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독일식 신보수주의가 약화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국제통화기금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인출권기금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진보주의자들이 해석하듯 중국이 달러에 대해 도전하는 것과는 무관한 것이다. 특별인출권의 가치를 결정하는 비중은 달러 44%, 유로 34%, 파운드 11%, 엔 11% 등으로 위안화 비중은 현저히 낮은데다 특별인출권이 금을 제외한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도 미달한다. 즉 특별인출권이 달러의 지위를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중국이 제안한 특별인출권기금은 달러를 과잉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그 달러를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으로 태환할 수 있는 대체계정을 부활시키자고 한 미국의 제안을 수용한 것일 뿐이다. 뒤메닐의 금융위기 분석과 대안 다음으로 윤 교수는 뒤메닐의 금융위기 분석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전개했다. 윤 교수가 <금융위기와 사회운동노조>(공감, 2008)에서 밝힌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은 뒤메닐의 분석을 셰네의 분석으로 보충하는 것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자신이 이전부터 주장했듯이 20세기 미국경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뒤메닐의 <이윤율의 경제학>(1993)과 아리기의 <장기 20세기>(1994)를 결합해야 한다. 그런데 뒤메닐의 입장은 2000년 <위기와 탈위기> 이후 변화하고 있으며 아리기의 입장 또한 1999년 <현대세계체계의 카오스와 거버넌스> 이후 변화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윤율의 경제학>에서 뒤메닐은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상승추세를 1960년대부터 1980년까지의 하락 추세와 대비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는 1990년대 이후에 이윤율이 상승추세로 반전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그런데 <위기와 탈위기>에서는 1990년대뿐만 아니라 1980년대부터 이윤율이 상승추세에 있다고 기정사실화한다. 뒤메닐은 <위기와 탈위기>에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이윤율이 하락하면서 발생하는 실물경제의 ‘수익성 위기’와 이윤율이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금융의 ‘헤게모니 위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1890년대와 1970년대는 수익성 위기이고 1930년대와 현재는 헤게모니 위기라는 것이다. 뒤메닐은 현재 금융위기의 대안으로 ‘새로운 뉴딜’과 ‘새로운 브레튼우즈’를 주장하는데 이는 뒤메닐이 현재의 상황을 1930년대 상황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나오는 결론이다. 윤 교수는 뒤메닐이 이윤율의 운동을 수학적, 구조적 방법 대신 주로 통계적, 경험적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이후 이윤율 상승이라는 추계가 나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이윤율 하락의 이론궤도를 간과하는 것으로서 현실궤도와 이론궤도 사이에는 괴리가 있고 그 괴리의 원인으로서 아리기의 역사적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뒤메닐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대안에 있으며 뒤메닐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는 개연성이 없으므로 관리자계급의 헤게모니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비판했다. 뒤메닐은 노동자계급이 자본가계급과의 투쟁을 위해 관리자계급의 헤게모니를 인정함으로서 관리자-노동자계급동맹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사민주의를 비판적으로 지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정세적으로 뒤메닐의 주장이 일리가 있으나 문제는 그가 사민주의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정세적 문제가 아니라 원칙적 문제로 생각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메닐-아리기가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을 둘러싼 100년의 논쟁을 해결하는데 기여한다는 윤 교수의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뒤메닐과 아리기의 기여를 선별하여 새로이 종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뒤메닐이 통계적으로 분석한 1980년대 이후 이윤율 상승 경향이라는 현실궤도는 이론궤도와 구분되어야 하고 이 괴리를 설명하기 위해 이윤율 하강에 대한 반작용 요인으로서 아리기의 역사적 자본주의 분석을 적용해야 한다. 아리기의 역사적 자본주의론은 하나의 축적체계가 물질적 확장에서 금융적 확장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또 다른 축적체계가 새롭게 형성됨으로서 헤게모니 전환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자본주의가 지속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대공황이 영국 축적체계의 최종적 위기였다면 이 시기에 미국 축적체계가 새로운 물질적 확장을 통해 영국의 축적체계를 대체함으로서 자본주의는 지속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축적체계가 붕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헤게모니를 이어받을 수 있는 축적체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2~3년간 잠시 경기가 회복되는 듯하다 장기 불황으로 빠지는 더블딥의 가능성은 곧 자본주의의 장기적 위기 국면을 의미한다. 한국의 민중운동 이어 윤 교수는 이런 국면에서 민중운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견을 표명했다. 민중운동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이를 테면 우리은행만 제외한 모든 은행과 지엠대우나 쌍용자동차가 외국자본의 수중에 넘어간 상황에서 노동자운동이 외국계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에 대해 정리해고 반대라는 조건만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정치적으로는 올바를지 몰라도 경제학적으로는 맞지 않다. 왜냐하면 정리해고가 위기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고 오히려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소유자 청산과 관리자 교체 같은 지배구조의 변화와 은행의 겸업화 해체나 자동차회사의 국체하청 탈피 등을 핵심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엠대우나 쌍용자동차의 경우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정리해고의 규모를 둘러싼 논쟁만 집중되는 동안 지배구조의 변화와 국제하청의 탈피를 통해 독자생존이 가능한가 아니면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쟁점은 주변화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민중운동이 이러한 쟁점을 제기했지만 사회적인 여론과 쟁점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한계에 대해 추가적인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 또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과 기업의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의 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국에도 재건금융공사와 정리신탁공사가 신설되었다. 이는 모두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증자를 위한 것이다. 문제는 70-80조 원에 달하는 구제금융기금이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및 국회의 통제를 벗어나 금융위원회의 소관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배구조의 변화나 은행의 겸업화 해체와 같은 구조조정의 조건도 없이 외국계 은행의 파산을 예방하기 위한 구제금융이 제공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노동자운동의 투쟁 방향은 금융화와 같은 거시적 쟁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윤 교수는 주장했다. 1997-98년 민주노총은 구조조정, 정리해고에 대한 대안이 부재한 채 이들에 하나하나 합의해왔다. 또 윤 교수는 우리경제를 내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일견의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자산이 대부분이 외국인 소유고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국제하청기업화되었기 때문에 이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윤 교수는 현재 한계적인 민주노총을 강화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민주노총을 재건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결국 대안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단결을 강화하고 연대임금과 연대고용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총 약화의 원인은 이념의 부재 때문이며 이념을 재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하였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왜 투쟁하는지 인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이를테면 경제투쟁을 하더라도 기본적 목표는 직접적 성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며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를 당장 없앨 수는 없더라도 왜 그런 격차가 생기는지 노동자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경제위기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는 가운데 더블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나 경제위기에 대한 올바른 분석을 하는 것은 운동의 전망을 마련하는데 더 없이 중요할 것이다. 윤소영 교수의 강의는 그런 면에서 2009년 하반기 경제정세의 긴박성을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장기적 경기침체와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구체적인 경로를 모색하는 것은 활동가들의 몫일 것이다. 과학적인 정세 인식을 바탕으로 이후에 다가올 또 다른 위기에 대비하는 실천들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