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새누리당 김무성 선거총괄대책본부장은 안철수 후보의 복지정책에 대해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사회를 주창하면서 쓴 슬로건”이라는 평가를 했다. 이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복지는 성장의 반대말이고 진보의 동의어처럼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이슈가 되면서 진보와 보수의 경계는 복지에 대한 입장으로 나눠지는 듯 했다. 그러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라는 지금의 대선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복지국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부에서는 박근혜의 ‘좌클릭’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박근혜는 허구적인 가짜 복지고 야권 후보가 진짜 보편 복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복지국가 운동이 사회 전반적인 흐름을 보수에서 중도로 바꿨다는 평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복지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지배계급의 통치 수단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복지 그 자체의 성격이 진보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 유력 대선 후보들이 말하는 복지국가는 신자유주의 사회정책인 사회투자국가를 모델로 하고 있어서 현재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대통령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할 여야의 후보들의 공약이 비슷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각 대선 후보의 복지 공약을 살펴보고 이들의 공약이 사실상 수렴되고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하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과 재정건전성이라는 제약이 복지 정책을 사회투자국가론으로 수렴시키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음을 살펴본다. 끝으로 대선 이후를 전망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맞서 노동과 생존에 관한 보편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민중운동의 과제는 무엇일지 검토한다. 주요 후보 복지 공약 평가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복지공약은 ‘한국형 복지체계의 구축’이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2010년 12월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 법률안」 공청회를 주최하여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플랜을 제시했고, 이는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약이 되었다. 한국형 복지국가의 핵심적 키워드는 생활보장이다. 서구의 실패한 모델인 소득보장 국가가 노인세대 중심, 빈곤층 중심, 현금이전 중심, 시장대체형 국가역할을 중심으로 한다면, 한국형 생활보장 복지국가의 원칙은 생애주기별 균형, 전 국민 대상의 수혜 균형, 현금이전과 사회서비스의 균형, 공사역할 분담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균형이라는 수사가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실은 인적자본 중심의 사회투자전략, 노동연계복지, 민간이 공급하는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강조되고 있다. 이는 한국형 복지국가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복지국가의 위기 속에서 변형되어 온 유럽의 복지국가 구상 일부를 수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표 1] 한국형 복지국가 (박근혜 후보) 한국형 복지국가는 첫째, 경제 친화적 복지와 인적자본 투자를 강조한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으로 잘 알려진 생애주기별 복지는 유럽 복지국가의 연금보험과 같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소득보장 복지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이로부터 소득보장 복지가 추구한 ‘결과적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담보하기 위한 인적자본 투자를 강조하게 된다. 이는 보육과 교육이 집중되는 아동기와 직업훈련과 재교육을 필요로 하는 청장년기의 복지욕구를 사회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 한국형 복지국가는 비용의 최소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재원조달 가능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보장은 축소하고 자활지원을 통한 노동시장 참여 확대에 집중한다. 복지 공약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획기적으로 도입되는 제도가 부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한국형 복지국가는 소득보장보다 사회서비스를 우선시하고, 서비스 제공자로서 시장의 역할을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이는 재정 확대 없이 인적자본 투자를 하기 위함이다.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에서 국가의 역할은 사회서비스 공급의 규제자이자 조정자에 국한되고 따라서 현재 민간 중심의 보육시설, 요양기관, 의료공급기관의 문제는 애초부터 국가의 책임과 무관한 것으로 다뤄진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민간 투자를 통한 복지전달체계를 촉진시키려 하고, 이 과정에서 저임금, 불안정한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문제점, 특히 여성노동의 저평가와 일-가정 양립의 이중부담 문제는 간과된다. 나아가 한국형 복지국가는 다층적 사회보장 안전망 체계 원칙을 주장하며 연금보장 및 의료보장을 위한 보험시장 육성을 지향한다. 세계은행이 주장해 온 다층 안전망 개념은, 세대 간 재분배 기능을 가지는 사회보험으로 공적연금 및 공적의료보험 부문과 사적연금 및 사적의료보험 부문을 다층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산층 이상의 욕구를 수용하고, 보험시장 활성화를 도모한다.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 플랜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복지에 대한 입장 변화로 이해되어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라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공약을 주장했던 박근혜가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은 경제위기 속에서 사회의 요구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개정된 정강정책을 발표하면서 박근혜 후보는 ‘시장과 효율성에 가치를 둔 국가발전이 국민의 행복과 연결되지 못했고, 국민행복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겠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근혜의 ‘좌클릭’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한국형 복지국가와 이명박 정부의 5대 국정지표 중 하나인 ‘능동적 복지’는 총론적 차원에서 차이가 없다. 능동적 복지는 ‘평생 복지기반 마련’, ‘예방 맞춤 통합형 복지’, ‘시장기능을 통한 서민생활의 안정’ 등을 주요 구성요소로 하고 있는데 한국형 복지국가와 정확히 대응된다. 한국형 복지국가의 생애주기별 균형, 현금이전과 사회서비스의 균형 이라는 표현은 노년의 소득보장 뿐만 아니라 보육, 급식처럼 인적자본투자를 위한 현물서비스 복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예방 맞춤 통합형 복지’와 같은 의미이다. 전 국민 대상의 수혜 균형 역시 보편적 복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평생 복지기반 마련’과 유사하다. 공사역할 분담 역시 ‘시장기능을 통한 서민생활의 안정’과 같은 말이다. 이렇게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은 현재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한국형 복지국가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기회의 평등만 강조한다면 노년층의 문제는 저평가되어 노동자들의 노후에 대한 대책은 부차화 될 것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상황이지만 연금 정책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기초노령연금의 잔여적 성격만 강화하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 또한 요양시설, 어린이집, 병원과 같은 복지를 제공하는 기관의 사적 소유를 확대하는 정책은 결국 복지 영역마저 자본의 투자처로 만들어 주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도 난립해 있는 민간 복지 기관들은 복지의 질을 나쁘게 하고, 비효율적인 비용을 유발하며,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간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의 창조형 복지국가 민주통합당 보편적 복지위원회는 지난 2012년 2월 ‘보편적 복지구상과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민주통합당은 ‘21세기 변화된 상황과 한국의 실정을 반영한 한국 고유의 창조형 복지국가’를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창조형 복지국가의 정책과제로는, 2010년 ‘뉴 민주당 플랜’에서부터 제시되었던 ‘보편적 복지 3+1 정책’(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반값등록금)에 일자리 복지와 주거복지를 추가한 ‘3+3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공약을 일컬어 ‘탄탄한 보편적 복지망을 갖춰 경제주체들의 혁신과 창의를 촉진하여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드는’ 구상이라고 소개한다. [표 2] 민주당의 창조형 복지국가 (문재인 후보) 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편적 복지 강화로 무상보육 실시, 아동수당 도입, 고교의무교육 및 무상급식, 연간 의료비 100만 원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국공립 시설 확충. 둘째, 돌보는 복지 강화로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등 어르신 복지 강화, 장애인연금 인상 등 장애인 복지 강화, 방과 후 돌봄체계 구축 등 아동청소년 복지 강화, 다문화 복지 강화. 셋째, 민생복지 강화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반값 등록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주거복지 확충. 넷째, 성평등 복지 강화로 양질의 여성일자리 창출 및 일생활 균형 지원 강화 등. 그리고 복지 강화에 소요될 재원조달 방안으로 재정개혁, 복지개혁, 조세개혁이라는 3대 개혁을 제시한다. 그 실 내용은 재정 지출 효율화, 부자감세 철회와 같은 세금제도 정상화 등이다. 창조형 복지국가 구상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로 대표되는 보편복지를 확대할 계획을 제시하고, 보육과 의료부문과 같은 복지전달체계에서 공적 공급의 확대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민주당은 ‘강한 복지국가’라는 슬로건을 선거운동에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창조형 복지국가 모델은 사회투자와 균형재정이라는 원리에 입각해 현물중심의 복지제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국형 복지국가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 창조형 복지국가의 지향과 목적은 사실 한국형 복지국가와 매우 유사하다. 두 모델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에 초점을 두고 핵심투자 분야로 보육, 교육, 고용, 주거, 보건을 지정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의 복지모델이 노무현 정부의 사회투자국가론과 민주통합당의 복지 모델을 차용했고, 민주통합당 역시 ‘무상복지 3+1’을 주장하다가 새누리당의 복지모델이 고용과 주거까지 포괄하자 ‘보편적복지 3+3’으로 공약을 바꾼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보편적 복지 3+3’의 구성에서도 드러나듯이 창조형 복지국가 역시 현물 서비스 중심의 복지 확충을 강조한다. 창조형 복지국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전면적 개정 및 강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와 급여의 실질적 인상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낮춰버린 국민연금 급여수준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강조하는 창조형 복지국가론은 예상 재원의 규모와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한 논쟁을 불러왔다. 민주당은 이러한 논쟁에 대응하여 상세한 재정 추계와 재원 마련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보육이나 의료의 경우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와 보육종사자 처우 개선,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재정 추계는 되어 있지 않다. 이는 공약의 실현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또한 재원마련방안에 있어서 현재의 재정 지출을 일정 수준 절감하겠다는 계획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구체적인 절감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또한 창조형 복지국가론은 ‘부자감세’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조세에 대한 입장과 원칙을 밝히는 것을 회피한다. 전국 71개 상공회의소 회장들이 “14만 기업의 뜻을 담았다”며 증세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처럼, 증세에 반대하는 자본의 눈치를 보는 민주통합당은 조세개혁과 같은 우회적 표현을 재원마련 방안으로 제시하고 부유세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는 재정이 계급역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과 민주통합당이 자본의 반대에 맞서 소득재분배를 위한 재정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실력과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안철수의 정의로운 복지국가 ‘안철수 현상’을 일으키며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한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복지, 정의, 평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미래 한국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안철수는 광범위한 사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나아가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의미에서 복지사회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안철수의 공약을 살펴보면, 보육, 주거, 건강, 노후 걱정 없는 공동체 구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시한다. 첫째, 노인형 일자리 확충, 기초노령연금 평균소득 10% 수준으로 인상,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둘째,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아동수당제 도입, 보육종사자 처우 개선. 셋째, 의료 민영화 반대, 저비용 저급여 의료보험체계의 적정부담 적정급여 체계로의 개선,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시스템 도입. 넷째,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확대를 통한 주거문제의 해결. 이와 같은 안철수의 공약은 문재인의 공약과 차이가 거의 없다. 따라서 문제점과 한계를 따로 지적할 필요도 없다. 안철수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정책의 차별성보다는 기성 정당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과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보편적 증세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 차이점이었으나 이마저도 최근에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캠프에서 혁신경제포럼을 총괄하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 교수가 “내년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증세만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증세 카드를 꺼내기 전에 조세 및 재정개혁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캠프 내 원칙으로 정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는 정부 예산의 자연 증가분을 우선 사용하고,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 축소를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복지 공약의 수렴과 그 배경 사회투자국가론으로 수렴되는 각 공약 여야후보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정치적 쟁점을 만들고 차이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세 후보의 공약을 검토한 결과, 각자 강조점의 차이는 있으나 취약계층의 특수한 욕구에 대응하는 선별적 공공부조 프로그램과 기본적 욕구에 대응하는 보편주의 프로그램이 보완적으로 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편주의를 강조하는 민주당 역시 자신의 공약에 대해 ‘선택적 보편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세 후보의 공약은 사실상 수렴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을 정리해보면 인적자본 및 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득보장보다 현물급여의 보장을 강조하며, 재정건전성의 논리를 수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세 후보들의 복지공약은 그 유사성으로 인해 언론으로부터 ‘붕어빵 공약’이라는 비판마저 듣고 있다. 제시하는 복지 공약에 비해 재원 마련 방안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말잔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분석에 따르면, 이들의 복지국가 모델은 모두 사회투자국가론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고 복지국가의 기초인 소득보장에 대한 개혁을 도외시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잔여적 유형에 머물고 있는 한국 복지국가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 보편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득보장의 필요성도 일정 부분 인정하는 것을 들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별 근거가 없다. 이들 공약의 이론적 기반이 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사회투자담론의 또 다른 판본인 사회투자전략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투자국가론은 과세와 지출 대신 인적 자본 및 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소득보장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면서 복지의 개념 자체를 다르게 정의한 반면, 사회투자전략론은 사회권과 같은 전통적 복지의 개념은 옹호하면서도, 동시에 복지지출의 사회투자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모델은 모두 신자유주의적 통화정책과 균형재정, 노동신축화를 수용하면서 그로 인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선별적이거나 보편적인 복지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구체적 복지 프로그램 내용면에서도 배치되는 바가 없기 때문에 실천적으로는 더욱 차이가 없다. 영국과 북유럽의 차이처럼 집권정당에 따라 보장범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세 후보의 복지국가 구상은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 패러다임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1] 주요 후보 복지공약의 수렴 수렴 현상의 배경 이렇게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수렴되어온 배경을 살펴보면서 대선 이후를 전망해 볼 수 있다. 공약 수렴의 정치공학적 배경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지자체선거 패배 이후 집권여당의 복지정책 기조 변화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이러한 기조가 대선으로도 이어졌다. 한편 민주통합당의 경우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당으로 우경화하고 총선 이후 분열되면서 기존의 야권연합 프레임으로 기능하던 복지국가담론의 필요성이 감소된 측면이 있다. ‘선한 이명박’과 ‘능력있는 노무현’의 절충점으로서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이러한 중도 수렴 현상의 정점에 있다. 그럼 이제 이러한 수렴 현상이 나타난 구조적 배경을 살펴보자. 2007년 이래 미국, 유럽을 진원지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위기 속에서, 이미 1997년 위기 이후 만성적인 불황 상태에 있던 한국경제의 불안전성은 더 커져가고 있고, 신자유주의 하 노동자 민중의 빈곤과 불평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노인빈곤율, 자살률,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OECD국가 중 1위, 특히 여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42.7%로 OECD 조사 국가들 중 가장 높으며 평균 비율의 두 배에 달한다.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라는 똑같은 슬로건을 가지고 여야가 경쟁하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747 선진화’ 공약처럼 성장이라는 비전만으로는 더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 후보의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를 근간으로 삼는 상황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복지 정책도 경제위기와 재정건전성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1980년대 이후 지속적 적자재정은 국가의 재정적 역량을 침식했고, 정부의 적극적 지출정책이 경제회복이나 성장을 낳으며 그 효과는 정확히 측정, 관리될 수 있다는 관념이 기각되었다. 신자유주의 재정정책 하에서 균형재정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기여할 뿐 아니라 이자율 하락에 기여하고, 낮은 이자율은 주식시장을 상승시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념이 이를 대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재정위기라는 형태로 경제위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 그 근저에는 국채 발행 등 국가 재원 조달에 있어서 과거의 차관 방식과 달리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의존이 커졌고, 따라서 국가신용등급의 안정적 유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는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올해 말부터 예금보험공사(예보) 등 민간관리기금 20개와 근로복지공단 등 비영리 공공기관 145개의 부채를 국가부채에 합쳐 ‘일반정부부채’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게 되면 국가부채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을 공기업의 부담으로 넘기고,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공기업의 부채를 눈덩이처럼 늘려왔다. 공공기관 부채비율은 2010년 165.1%에서 2011년 196.9%로 급증하고, 올해는 부실기업으로 분류되는 부채비율인 200%를 초과했다. 향후 공기업의 부채가 정부부채로 합산되어 추계될 경우 높은 부채비율 문제가 불거지며 공기업 민영화, 복지 축소가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케인즈주의 시기 완전고용과 성장의 선순환을 통해 경제정책과 통합되어 있던 사회정책은 분절화된 형태로 경제정책에 종속되었다. 사회정책은 금융적 팽창과 노동시장의 신축성이라는 목표를 보완하기 위해 더 신축적인 형태로 변형되었다. 사회투자국가론은 이렇게 변형된 사회정책을 정당화하는 담론이다. 박근혜의 공약인 ‘생애주기별 복지’가 그러한 사회정책의 변형을 잘 표현한다. 박근혜의 생애주기별 복지는 이러한 신축적 변형의 전형적 형태이다. 노동의 불안정화와 가족임금의 해체는 노동자들의 생애 전 주기에 걸쳐서 새로운 사회적 위협을 생산한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낙오자들을 선별하여 부족한 점을 보육, 교육, 주거, 건강 정책들을 통해 분절적으로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만든 빈곤과 불평등의 확대는 복지에 대한 민중의 요구를 더 강화시켰다. 그러나 세 후보가 말하는 ‘복지국가’는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보완하는 사회정책인 사회투자국가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박근혜가 이명박 정부와 다른 복지정책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또한 야권연대를 통해 복지국가를 실현시키는 것이 노동자민중의 요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빈곤과 불평등에 맞선 민중운동의 과제 한국은 선진 복지국가 시대에 돌입했다는 농담이 돈다. 모든 유력 후보가 복지국가를 공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어떤 정부가 집권하더라도 사회투자국가론을 기반으로 한 복지정책은 현재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경제성장의 둔화와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인 조건은 복지 정책 실현에 일정한 제약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보편복지를 위해서는 ‘좋은 균형재정’을 요구하는 ‘증세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여야 후보 모두 부자증세, 조세감면 철회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설계 없이 원론만 반복한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재원마련방안과 지출방안을 설계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증세를 요구하는 대중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특정 시민들을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요구의 주체로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에는 구체적인 복지를 요구하는 계층과 계급들이 연대할 수 있는 전략과 계획이 빠져있다. 이러한 논의는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통해 주체적 역량을 강화시키는 과정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일례로, 자발적 보험료 인상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처럼 복지동맹론은 시민들의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연합을 압박하는 데 동원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민중운동 일부가 주체적 역량 강화보다 야권연합과 정권교체에 매몰되는 경향을 만들기도 했다. 가족 부양의 부담과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는, 빈곤과 실업으로 인해 자살로 내몰리기도 하는 노동자 민중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의 권리와 생존의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운동의 주체적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빈곤과 불평등에 맞선 민중의 요구는 대선 후보들이 말하는 복지국가 정책으로 수렴될 수 없다. 기초생활보장, 국민연금, 보건의료체계 등에 대한 민중의 요구와 공동행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명박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수급 탈락통보를 받은 거제 70대 할머니의 음독자살 사건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2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새로마지 2015플랜)’에서도 사적연금 활성화만 강조할 뿐, 국민연금의 강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또한 영리병원 추진의 시초가 될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을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시켰다. 모든 대선 후보가 복지국가를 말하면서도 현 정부의 역행을 그 누구도 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존권과 노동권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를 가지고 투쟁의 주체를 형성해가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등은 지난 8월 21일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투쟁 중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등이 참여하는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은 국민연금의 급여지급 확대와 사각지대 해소, 기금운용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인천지역운동 조직은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법안을 폐기하기 위한 지난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철도, 공항, 전기 등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투쟁, 사회서비스 시장화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투쟁들이 확대되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생존권과 노동권의 확대를 위한 노동자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도 강화될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영리병원 허용 당장 철회하라! - 이명박 정부의 영리병원 허용 경제자유구역법 시행규칙 공포를 규탄한다! 오늘(2012년 10월 29일)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대한 규칙>이 공포되었다. 이로써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위한 모든 제도가 완성되어 전국 6개 권역에 걸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이 설립가능하게 되었다.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수와 편법을 동원하여 일방적으로 추진해왔다.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이 시민사회의 저항에 부딪치자 시행령 개정이라는 꼼수를 통해서 그 뜻을 관철시켰으며, 인천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추진과정에서도 시민사회의 반대에 무시로 일관해왔다. 지난 4월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할 당시부터 일방적 영리병원 추진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제기되어왔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의사를 한 번도 묻지 않고 밀실에서 추진해왔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폭주하는 이명박 정부는 이제 국민 앞에 그 존재 이유를 잃어버렸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은 외국인을 위한 병원일 뿐 의료민영화와는 무관하며, 제한된 지역에서 허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수 차례 개정되어 누더기가 된 경제자유구역법은 외국의료기관 설립의 취지를 잃어버리고 의료민영화법으로 바뀌었음을 모두가 알고 있으며, 경제자유구역은 광범위하게 지정되어 전국이 경제자유구역의 권역에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가 떠들고 있는 영리병원 허용의 경제적 효과는 근거없는 과장임이 밝혀졌다. 영리병원 허용이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불러올 것은 명약관화하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높은 의료비에 질낮은 의료를 제공하면서 이윤 창출에만 열을 올린다는 것이 해외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다. 나아가 영리병원 허용은 다른 병원의 의료 수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건강보험을 무너뜨리는 등 전체 보건의료체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떠들썩한 시기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연이어 공포하면 큰 잡음 없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을 통째로 자본에 팔아넘기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의료민영화에 저항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과 의료민영화 저지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영리병원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시행규칙 공포를 즉각 철회하라!! 국민의 뜻에 반하는 영리병원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 국민건강 팔아먹는 의료민영화 규탄한다!!
주요 키워드 0.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 10월 5일부터 본격적인 국정감사에 돌입해, 보건복지부는 5일과 8일, 건강보험공단은 9일에 국정감사를 진행함. 11일에는 국립서울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분당차병원, (주)바텍에서 시찰이 이루어짐. 이어 12일에는 국립암센터, 15일 대한적십자 등,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서 집중적으로 국감이 진행됨. 23일에는 국립중앙의료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에 국감을 진행하였고, 24일 종합국감을 실시함. 1.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 주요 이슈로 시장형 실거래가 폐지 관련 보고서 은폐 의혹, 의료기기 리베이트 사건, 약국 본인부담 차등제 시행으로 당뇨병 환자 약값 부담 증가, 포괄수가제 OECD 보고서 은폐 의혹, 위험분담계약제 등이 있었음. 2. 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 : 주요 이슈로 부정 수급과 같은 도덕적 해이 문제, 사용량 약가연동제 개선 요구, 약가협상 과정 개선 촉구, 사회보험 카드납부 관련 대형카드사 이익 문제 등이 있었음. 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 : 주요 이슈로 DUR 서비스 일반의약품 미적용 문제, 동일성분 최고가약 처방 행태와 성분명 처방제 도입 촉구, 리베이트 관련 대책, 약제비 절감 대책 마련 등이 있었음. 4.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정감사 : 주요 이슈로 프로포폴 포함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관리 대책, 한미 FTA 관련 대책, GMP 운영, 식약청 운영 및 책임 문제, 농심라면 1급 발암물질 검출 등이 있었음. 5. 기타 기관 및 종합 국정감사 : 주요 이슈로 국립대학교병원 등 대형병원의 선택진료비 문제, 국민연금 투자 문제, 부양의무기준 폐지 촉구, 로봇수술 문제 등이 있었음. 6. 13년 의료수가 협상 : 8일부터 의료수가 협상이 진행되어 13년도 의료수가는 병원 2.2%, 한방 2.7%, 약국 2.9%, 조산원 2.6%, 보건기관 2.1%, 치과 2.7%로 최종결정되었음. 평균 의료수가는 2.36%이고, 건강보험료율은 1.6% 인상됨. 치협은 처음에 협상이 결렬되었지만 부대조건 일부를 받아들이고 타결되었고, 의협은 건정심에 불참해 사상 처음으로 의료수가 결정이 유보되었음. 한편 금년도 의료수가 협상에서 건보공단은 각종 부대조건을 제시하였는데, 이들 중에는 의업단체들에 민감한 사항이 많아 수가 협상에 큰 변수로 작용함. 7. 보건의료 관련 대선 주자 행보 : 대선 후보들이 약사ㆍ의사ㆍ간호사 대회 등에 참가해 보건의료정책 일부를 제시하고 표심을 잡기 위해 열중함.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약사와 관련해 의약분업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것, 의사와 관련해 저수가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 간호사와 관련해 적정인력을 확충하고 처우 개선을 하겠다는 것 등이 있음. 8. 천연물신약 정책 관련 한의사 반발 : 한의협은 18일 식약청 앞에서 전국 한의사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24일에는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해 천연물신약 정책 백지화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함. 한의사들은 이 정책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였지만, 기존에 한의사들이 처방하던 것을 양약이 그대로 처방법을 따라하고 있고,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약회사들의 이익만 채워준다고 비판함. 9. 기타 : 의료소비자 권리찾기 운동연대 출범, 농심라면 발암물질 검출, 제 1회 한마음 전국의사가족대회 등
국민도 의사도 배제 된 당연지정제 폐지 논란 지난 9월 25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요구는 국민의 지지도 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아니다. 질병의 과학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시절 귀신을 쫓아야 한다는 굿판이 벌여진 것처럼, 의협이 당연지정제라는 유령과 싸우고 있는 동안 보건의료체계의 문제는 더욱 곪아갈 것이다. 제대로 된 보건의료체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과 의사 간 소통과 공동 모색이 필요하다.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 재추진의 배경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의 요양급여를 실시해야 한다는 제도다. 이 제도로 인해 국민은 모든 병의원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병의원이 시행한 의료행위의 비용은 건강보험이 정한 수가로 동일하게 책정된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국민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복지정책의 역할을 하는 근간이 되는 제도로 평가된다. 의협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의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며 수단의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질병의 치료방법에 대한 개인의 선호 및 기호가 무시되어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여 2002년에도 헌법 소원을 낸 적이 있으나 당시 헌법재판소에서는 7:2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이번에 밝힌 의협의 입장 역시 2002년 헌법 소원을 냈을 때와 대동소이하다. 의협은 “다시 한 번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퉈 볼 필요성이 있어 진행되는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이번 헌법 소원제기가 단지 지난 2002년도의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것뿐임을 분명히 했다. 그간 민간의료보험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왔다. 의협이 최초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2002년 당시,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5조 6593억 원 정도 규모였으나 2008년 33조 원을 돌파하면서 6년 사이에 6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 보험가입자가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에 따라 보장을 해주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증가하면서 질적인 변화도 생기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처럼 병원과 직접 거래를 하거나, 병원의 진료를 통제하려는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발효된 한미 FTA 금융서비스 장에서는 건전성 사유 외에는 신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의료보험의 이윤추구와 시장 확대는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편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10년 현재 62.7%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부족하다. 건강보험의 수가 결정 및 운영은 의료기관의 매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는 민간부문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의 비율은 2010년을 기준으로 7.3%, 병상 수 기준으로도 11.8%에 불과하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민영화의 수순 이렇게 민간보험은 성장하고, 국민건강보험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연지정제가 폐지된다면 건강보험은 더욱 약화 될 것이다. 고급 장비와 시설을 갖춘 일부 병원은 건강보험가입자를 받지 않고 자기들이 정한 고가의 가격으로 진료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고소득층에게 있어 건강보험의 필요성은 사라지는 반면,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는 항목이 많아질수록 민간의료보험의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된다. 결국 당연지정제 폐지는 보편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접근을 가로막게 되고 의료의 공공성을 위협할 것이다. 국민들이 받게 될 의료서비스는 감기같은 비교적 경미한 질병에서부터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이르기까지 보험가입 여부와 보험서비스의 종류, 보험회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고소득층은 민간보험에 가입해 고급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저소득층은 약화된 건강보험의 보장성으로 인해 병원의 문턱도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은 이러한 차별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이 국민의 건강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에서 40세 가입자가 가입 시점 보험료 1만 5000원, 3년을 만기로 갱신되는 실손형 의료보험에 가입했다는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가입자가 82세가 되면 보험료로 매월 166만 6801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민간보험의 구조가 이와 비슷하다. [%=사진1%]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그렇다면 의사들에게는 당연지정제 폐지가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이 될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의사들의 불만은 건강보험이 의료행위의 가격을 낮게 통제하고, 그마저도 모자라서 심사를 통해 급여지급을 삭감하는 것에 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건강보험이 약화된다고 의사들이 자율적 진료를 보장 받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민간의료보험의 통제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보험회사들은 계약권을 빌미로 의료기관 및 의사들을 그들의 통제 하에 둘 것이며 그들의 영리행위에 방해가 되는 의사 및 의료기관들과의 계약을 해지할 것이다. 결국 의사들의 진료권은 보험회사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의사들은 보험회사에 고용된다. 의사들은 보험에 가입된 환자 외의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없으며 혹 진료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 보험회사들이 고용한 의사들은 가입한 환자를 얼마나 잘 치료하느냐에 의해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아닌 보험회사의 이익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였는지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제공받게 된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가입자에게 의료인들의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식의 유인 알선 행위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상태 및 자신의 지식과 소신대로 진료를 할 수가 없으며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진료를 하게끔 유도될 수밖에 없다. 환자, 국민과 의사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대형병원이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대하는 것은 의사다. 의사는 환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치료 성과도 좋아지고,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강화될수록 환자들의 불신은 더 강화될 것이고, 이러한 모순된 요구를 현장에서 의사 개인이 감당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며, 이는 국민과 의사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길이다.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면서 의료민영화의 문제를 말했던 의협이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며, 이러한 의협의 주장을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할지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한다. 의협은 파국으로 가는 주장을 멈춰라 현재 보건의료체계는 문제가 많다. 의사들의 불만도 거기에서 온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국민과 의사가 함께 건강할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방향인지 고민하고 따져봐야 한다. 그러한 방향에서 정부가 체계적이고 전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에 국민도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기에 의협의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한 주장은 그 부담을 직접 짊어져야 할 국민들에게는 물론 “영업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 하고자 하는 대다수의 의사들에게도 전혀 득이 되지 않는, 오히려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가는 주장일 뿐이다. [%=박스1%]
주요 키워드 1. 대한의사협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재추진 : 25일 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청구하기로 하고 청구인 모집에 나선다고 밝힘. 지난 02년 헌법재판소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리며 의료계의 헌법 소원을 기각한 이후 10년 만에 재추진하는 것임. 의협은 의료소비자의 선택권 보장과 의사 진료권 보장을 헌법소원이 이유로 제기. 2.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 5일 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되어 복지부가 뭇매를 맞음. 현재 한국 의료의 구조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부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나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과 같은 정책들에 대한 비판 쇄도. 3. 구미 불산가스 노출 사고 : 27일 경북 구미의 한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며 불산가스가 노출되었고,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 5명이 사망. 이후 피해가 확산되며 피해 증상을 보이는 주민이 확산되고, 농작물과 가축에 대한 피해도 커지고 있는 상황임. 하지만 정부 당국이 문제를 졸속적으로 처리하려고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
주요 키워드 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능약화 법령 개정 추진 : 최근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기관간의 분절적인 역할 분담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심평원 역할의 상당부분을 공단에 이관해야 한다는 방안을 발표. 이에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갈등 및 건강보험체계에 있어서의 변화도 예상됨 2. 바이오코리아 2012 : 9월 12일에서 14일까지 진행되어 국내외 500여개 기업이 참가하고, 각종 컨퍼런스 및 전시회 등을 진행함. 행사를 통해 37건의 계약과 1,6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고, 팜페어 프로그램을 통해 8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 및 양해각서를 체결 3. 이화의료원 파업 : 9월 5일부터 시작된 파업이 계속되고 있고, 주요 쟁점은 임금인상과 인력충원 등임. 이에 병원측은 노조 무력화를 위해 최근 유성기업 파업 사태 등에 개입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은바 있는 창조노무법인(창조컨설팅) 심종두 노무사와 자문계약을 맺음. 병원측은 산별협약을 무시한채 파업 장기화와 노조 무력화를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이화의료원 지부에 2억원 규모의 지원을 하기도 함
이화의료원은 의료공공성 확대를 포함한 산별협약을 수용하고, 노동조합과 성실하게 대화하라!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명문 사립대병원인 이화의료원이 공공의료강화 등 의료체계를 바로세우기 위한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을 무시하고,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노조파괴행위자를 불러들여 민주노조를 무력화하고 파업장기화를 유도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노동조합과 성실하게 대화하여 조속히 파업사태를 해결할 것을 요청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부터 4개월간의 교섭 끝에 51개 병원과 산별중앙협약을 타결하였다. 그 내용은 ▲ 의료독과점체계 해소 및 지역의료 강화, 병원의 공공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과 지원 마련 등 보건의료체계 바로세우기 ▲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건의료인력 확충 기준, 보건의료인력 지원을 위한 전담기구 설치 등의 법·제도 개선 ▲ 비정규직 문제 해결 ▲ ISO26000(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 도입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 ▲ 산별중앙교섭 정상화를 위한 사용자단체 구성 및 협약 갱신 ▲ 사업장별 통상임금 범위 개선 위한 해결방안 마련, 최저임금 시급 5,000원 등이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한국 보건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인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화의료원은 처음부터 산별중앙교섭에 참여조차 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고, 산별노조를 부정하고, 산별협약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인력충원,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요구도 수용하지 않으려 했다. 이에 맞서 이화의료원 노동조합은 9월 5일 파업에 돌입했다. 2008년 경영 악화로 이화의료원 동대문병원과 목동병원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임금 20% 삭감과 수년간 임금동결의 희생을 감내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화의료원 경영은 정상화되었고 고유목적사업 준비금을 300억 가량 보유하면서 재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화의료원은 이후에도 시설 및 장비에만 투자하면서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커녕 인력 충원 없이 간호사에게 인턴 업무까지 떠넘기고, 상시업무를 하는 의료기사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또 이화의료원은 법적으로 명시된 직장 내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있으며, 2007년 노사가 합의한 보육수당 지급을 아직까지 미루고 있다. 결국 이화의료원은 서울지역 사립대병원 중 임금 최하위병원, 유일하게 보육시설과 보육수당이 없는 병원, 다른 병원보다 이직률이 높고 퇴사자가 많은 병원이 되었으며 비정규직 비율도 100% 이상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화의료원은 파업 이후에도 노동조합과 성실하게 대화하기 보다는 용역깡패 300여명을 동원해 SJM 노동자에게 무차별한 폭력을 가한 혐의로 국회청문회 증언대에 오른 창조컨설팅 대표 심종두 노무사를 개입시켜 중간관리자를 교육시키고, 노조 파괴 매뉴얼대로 파업 장기화와 노조무력화를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합법파업임에도 불구하고 중간관리자들이 조합원들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파업대오 이탈과 현장 근무 복귀를 종용하고 있고, 심지어는 농성장으로 들어와 조합원을 끌고 가는가 하면, 매일 새벽 일찍 관리자들이 출근하여 조합원들이 파업 농성장에 합류하지 않고 곧바로 부서로 들어가도록 압박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일부 병동에서는 근무시간 중 식당 출입을 금지한 채 도시락으로 식사를 대신하게 하는 등 조합원들이 노조 간부의 접촉 자체를 막으면서 파업 참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이화의료원은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할 경우 관리할 수 없는 환자들을 퇴원시키거나 전원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환자들을 받는 비윤리적인 행위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와 같은 이화의료원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명문 사립대병원이 노동조합 파괴범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노조파괴행위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창조컨설팅 대표 심종두 노무사의 개입을 중단시키고, 노동조합과 성실하게 대화할 것을 요청한다. 보건의료분야는 병원노동자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치료, 간호 등 보건의료서비스를 행해야 하므로 노동자의 노동강도 및 노동조건이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병원노동자의 인력부족, 열악한 노동조건은 결국 환자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간다. 열악한 노동조건 하에서 피해를 입을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이화의료원은 산별요구안을 포함한 노동조합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을 요청한다. 보건의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환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이화의료원지부의 파업은 정당하다. 이화의료원은 파업장기화를 통한 민주노조 무력화를 중단하고 환자와 직원 모두를 위한 원만한 노사합의로 조속히 파업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2년 9월 21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약칭 : 무상의료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생협연대,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 전국의료산업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첨부파일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