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시기 사회보장 확대 투쟁의 의미와 쟁점 | 이진숙 급증하는 실업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방향 | 최예륜 빈곤층 소득보장 정책의 쟁점과 대응과제 | 김유진
작년 하반기와 올해 1/4분기에 비해 최근 각종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면서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이를 경기회복의 신호로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IMF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동조 현상이 강화되고 한국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한국경제의 전망은 낙관적일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경기회복의 주요 원인으로 과감한 민생안정 대책을 꼽고 있다. 기업과 가계에 현금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을 강화해 소비기반을 확대하는 일련의 정책처방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전통적인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추진된 정책들이 실제 효과를 낳고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그와 같은 정책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재정투입과 장기간에 걸친 정책실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와 같은 불황에서는 평시보다 다소간 확대된 수준의 재정지출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역사적인 경험들이 주는 교훈이다. 그렇다면 더욱 과감한 정부 재정지출과 사회보장 확대에 대한 요구가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현재 사회운동의 전략적 요구가 되어야 하는가? 시기 미국의 대응 대공황의 시작과 구호사업 1929년 10월에 시작된 대공황은 초기의 낙관적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점차 심화되어 미국사회에 전례 없는 위기를 초래하였다. 1929년부터 1932년 사이 국민소득은 874억 달러에서 417억 달러로, 임금총액은 500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하락하였다. 같은 기간에 실업자는 150만 명에서 1,200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주의적 이념에 따라 최소한의 구호만을 제공하던 사회정책의 기조는 대폭 수정되었다. 대공황의 여파로 인한 사회적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뿐 아니라 좌우익 급진주의의 정치적 위협에도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공황 초기부터 실업자들은 식량폭동 등의 산발적인 소요를 일으켰다. 이들은 점차 조직화되어 지역적 규모로 수만 명의 회원을 가진 실업자협의회나 실업자동맹과 같은 단체로 조직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공산당 등의 급진적 운동과 결합되었고 1932년에는 미국실업노동자동맹연합체 등 전국적인 조직체가 결성되기도 하였다. 실업자단체들은 연방정부가 구호사업을 확대하고 실업보험과 노령보험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하였다. 한편 뉴딜정책을 공격하던 우익들의 반응도 여러 양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기본소득제와 유사한 주장들이 우익 급진주의자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루이지애나 출신 민주당 상원의원 롱이 대표적이다. 그는 재산소유에 상한을 두고 국가가 국민 1인당 연간 5,000달러의 소득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롱은 당시 반뉴딜 우익정치단체들을 통합하고 민주당을 분열시킬 만한 정치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의사인 타운센드는 60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0달러의 연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이른바 ‘타운센드운동’으로 불렸던 이 운동은 1934년부터 세력을 얻어 1936년에는 약 2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할 만큼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1933년 출범한 뉴딜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연방정부 차원의 대규모 구호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1933년 5월에 설립된 연방긴급구호청은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구호사업에 쓰일 교부금을 지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였다. 1933년에 연방정부 재정의 5억 달러가량이 여기에 할당되었다. 그 중 절반이 각 주에 교부금으로 지원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긴급 구호사업에 투입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된 자금이 사업이 종결된 1935년까지 총 4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직접적인 구호사업과 함께 1933년 가을부터 긴급취로계획이 수립되어 구호대상자들에게 취로사업을 통해 임금을 지급하는 형식의 구호수당이 제공되었다. 1933년은 대공황이 시작된 이래 실업률이 가장 높았던 해였고 실업률은 농업부문을 제외하고도 35.3%에 이르렀다. 따라서 뉴딜행정부는 취로구호사업을 더욱 확대할 구상으로 토목사업청을 설립하고 토목사업계획을 신속히 수립하였다. 그에 따라 1933년 겨울에만 수로와 도로건설, 학교와 비행장 신축과 보수 등의 사업에 최대 4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동원되었다. 이어서 뉴딜 행정부는 경기회복을 목적으로 1933년 6월에 제정된 전국산업부흥법에 근거하여 공공사업청을 설립하고 약 33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공공사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공공사업청의 사업은 직접 사업을 수행하거나 기타 공공사업에 재정을 투여했을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게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기업계에 자금을 살포하기도 했다. 공공사업청이 벌인 각종 공공 토목, 건설 사업에 투여된 자금은 1939년 공공사업청이 폐지될 때까지 약 6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처럼 로저벨트 행정부의 구호정책은 초기인 1933-34년에는 연방긴급구호청을 중심으로 한 직접구호와 공공사업청을 통한 취로구호의 두 가지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1935년이 되면 정책의 전환이 일어난다. 그 골격은 구호대상자를 취업가능자와 취업불가능자로 구분하여 취업가능자는 연방정부가 주관하는 공공사업에 진입하게 하고 취업불가능자는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시행하는 구호사업의 지원을 받게 한 것이다. 구호사업에서 경기부양책으로의 정책전환 1933~34년의 뉴딜사업은 경기부양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구호사업에 중심을 두었다. 하지만 1936년을 경과하며 경기부양의 효과를 만들고 실업률을 15%까지 끌어내린 것은 공공사업청이 주도한 대규모 공공사업이었다. 당시 연방정부는 1935년 4월 제정된 긴급구호지출법에 근거해 공공사업촉진청을 설치하고 48.8억 달러의 재정을 확보하여 거대한 공공사업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우선 취업불가능자와의 구분에 따라 공공사업에는 취업가능자만 동원이 되었다. 그리고 취업자는 이른바 생활보장임금(security wage)을 받았다. 생활보장임금은 직접구호수당보다는 많지만 민간기업의 임금수준보다는 낮게 책정된 취로구호수당이었다. 또한 공공사업은 사기업과 경쟁관계를 형성하지 말아야 했고, 사업기금도 민간기업에 대여하는 데 우선적으로 배당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공공사업촉진청은 이후 뉴딜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구호기관이 되었다. 이 기관은 1941년 폐지될 때까지 113억 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여 주로 공공건설사업을 중심으로 25만 건의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 사업에 참여한 실업자는 약 85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같은 정책전환의 배경에는 노동자계급과 자본 간의 대립을 포함한 매우 복잡한 정치적 동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34년 2월경 취로사업을 이끌었던 토목사업청이 폐지되려 하자, 이를 저지하고 공공사업을 더 폭넓은 분야로 확대하고 취로수당을 높이기 위한 실업자운동과 사회주의운동 그룹의 소요와 파업이 대대적으로 벌여졌다. 미국노동총동맹(AFL) 역시 이러한 흐름에 가담했지만 그들의 목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당시 미국노동총동맹에 가입하고 있던 노동자들에게 대규모의 실업자군의 존재는 자신의 일자리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의미했다. 또한 그들의 임금수준도 더 싼 임금으로 일하려는 실업자들 때문에 삭감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로저벨트 행정부가 생활보장임금을 제시했을 때 그것을 각 지역의 평균적인 임금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투쟁했다. 물론 자본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자본 측은 취로사업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었다. 세금인상을 두려워했고 공공사업이 민간기업과 경쟁하거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것을 우려했다. 그들은 연방정부가 벌이던 농산물 가공사업을 가리켜 ‘민간기업의 영역에 박은 사회주의의 쐐기’라고 비난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주들은 취로구호는 폐지하고 빈민들에 대한 직접구호만 소규모로 수행할 것을 요구하였다. 뉴딜 행정부의 대규모 공공사업은 수많은 실업자와 빈민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보장과 실업자들의 급진적인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적정한 대응책을 마련하라거나 경기회복을 위해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라는 다양한 대립적인 요구들 사이에 놓여있었다. 한편 민주당 내부를 포함한 지배계급 내에서도 적자재정에 대한 심각한 우려나 균형재정을 달성하라는 강력한 요구가 나타났다. 이러한 상반된 요구들이 빗발치는 가운데 탄생한 공공사업촉진청을 비롯한 대규모 공공사업은 로저벨트가 제시한 다음과 같은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다. 첫째, 연방정부의 직접 구호사업은 일정한 시기에 종결되어야 한다. 둘째, 이후 직접구호 사업은 주정부 및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극빈자구호로 제한한다. 셋째, 연방정부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수행하되 그 규모는 1차 년도에 50억 달러로 하고, 이후에는 점차 감축시킨다. 결국 뉴딜 행정부의 구호정책은 구호기능과 경기부양 기능을 통합하여 광범한 실업자군과 빈곤층의 생계를 유지시키고 동시에 민간기업의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실업을 감축시킨다는 계획에 입각한 것이었다. 사회보장법의 제정과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도입 한편 로저벨트 행정부의 정책전환 시기에는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1934년 로저벨트는 경제보장법안을 제정하며 사회재건이 경기회복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35년 사회보장법이 제정되고 그에 근거해 노령연금, 실업보험, 빈곤노인부조, 빈곤아동부조, 시각장애인부조, 유족 및 장애연금(1939년 연금제도의 확대) 등의 사회보장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쟁점적인 것은 실업보험이었다. 당시 조건에서 실업보험의 도입은 필수적이었지만 우익보수파들의 반대로 사회보장법안의 도입은 위헌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은 실업보험에 소요될 조세의 도입과 그것을 운영할 연방기구만을 규정하고 세부적인 운영과 조건은 각 주정부의 재량에 맡겼다. 각종 공적부조는 구호사업을 주정부 책임 하에 실행한다는 1934년의 결정에 따라 각주가 관련 제도를 수립하면 연방정부는 주의 관련 예산의 1/2을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의료보험의 도입은 미국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관련 이익집단들의 완강한 반대로 제외되었다. 이들은 사회보장법안에 의료보험 도입이 포함된다면 사회보장법안의 제정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만들어진 법안은 제정 과정에서도 다양한 반대세력들과 싸워야 했다. 공화당의 보수파 의원들은 이 법안이 ‘미국인의 생활과 산업에 대한 사회주의적 통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경기회복을 저해하고 노동자를 노예화 할 것이다’는 식의 선동으로 맞섰다. 그리고 기본소득제 부류를 주장한 민주당의 롱 상원의원 그룹이나 전국의 타운센트 클럽 등의 우익보수파들은 자신의 지역구 출신 의원들에게 법안반대에 대한 압력을 행사했다. 실업자단체들은 공산주의 성향의 하원의원 런딘이 1933년 초에 제안했던 법안을 다시 상정하며 뉴딜행정부의 사회보장법안에 맞섰다. 그러나 대중적 여론이 로저벨트 행정부가 상정한 법안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기울면서 일부 내용의 수정을 거쳐 사회보장법이 제정되었다. 사회보장법안은 이후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기본 틀과 특징들을 결정했다. 물론 당시 도입된 제도들은 많은 한계를 지녔다. 대표적인 것이 실업보험이다. 당시 도입된 실업보험은 주정부에 재량권을 대폭 부여함으로써 각 주마다 매우 큰 편차가 나타났다. 이는 지리적 이동을 많이 하던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그리고 기업주와 노동자의 기여금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미 실업자가 된 수많은 사람들은 연방정부의 구호를 받을 수도,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도 없었다. 또한 실업보험의 운영에서 기업별 개별계정을 두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고용주들이 기여금을 충분히 회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 전반이 개인의 기여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의 원리를 채택했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이와 같은 한계는 뉴딜행정부가 대공황 시기에 취한 일련의 정책들 가운데 사회보장법이 차지하는 위치를 뚜렷이 보여준다. 뉴딜행정부는 1935년을 거치며 균형재정의 원칙을 깨고 다소간의 적자재정을 감수하는 정책들을 펼쳤지만,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이 자본 측의 부담을 증대시킴으로써 경기회복을 저해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자계급은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을 추동하는 힘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사회보장법안의 성안에는 사실상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실업자단체들은 대부분 급진적인 런딘 법안을 지지했으며 미국노동총동맹은 성안과정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역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사무엘 곰퍼스 사무총장 이래 미국노동총동맹은 전반적인 사회보장의 확대가 자신들의 부담증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여 사회보험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통적으로 취하고 있었다. 미국노동총동맹은 폭증하는 실업률 아래서 실업보험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으로 입장을 변경하였지만 그다지 적극적으로 입법에 개입하지는 않았다. 당시 조직된 숙련노동자들의 이해에 전적으로 근거해 활동하던 미국노동총동맹은 사회보장법의 도입으로 조합원들의 노조에 대한 지지와 의존도가 정부쪽으로 기울어 버릴 것을 우려했다. 결국 실업자와 빈민의 생계지원을 위한 뉴딜행정부의 사회보장책은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한 고용확대, 취로구호사업, 사회보장제도라는 삼각 틀 안에서 위태위태하게 지탱되었다. 그러나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과 취업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었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는 소득재분배나 실업자들에 대한 즉각적이고 충분한 지원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경제위기 이후 주요 국제기구와 국가들의 대응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10월 초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시급히 금융부문 안정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GDP 대비 4.9%, 영국은 2.5%, 독일과 프랑스는 20%에 가까운 과감한 자금을 금융시스템 안정화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직접적인 금융위기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경미했던 일본, 중국, 호주 등에서는 금융부문 구제를 위한 별도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부문의 위기가 실물부문의 위기로 나타나고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실업자, 빈민을 위한 정책과 함께 경기부양책을 마련하여 실행에 들어갔다.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은 GDP 대비 5~10% 이상의 대규모 지출을 결정했고, 영국, 독일, 호주 등은 GDP 대비 약 1% 내외의 정책을 발표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신속하게 엄청난 규모의 대응책을 마련해 집행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 의회예산처가 올해 1월 8일 발표한 정부 예산관련 보고서를 보면, 지난 2월 의회의 승인을 받은 ‘신뉴딜정책’에 소요되는 예산을 제외하고도 2009년 미국의 재정적자가 1.2조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GDP 대비 8.3%에 이르는 규모로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적자규모다. 여기에 ‘신뉴딜정책’을 위한 2년에 걸친 7,87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하면(조세감면성 예산의 경우 일부는 2009~2019년까지 약 10여년에 걸쳐 집행), 실제 재정적자의 규모는 GDP 대비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의회예산처는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의회예산처는 이후 경제상황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2011년에는 재정적자가 GDP 대비 3.3%를 기록한 후 차츰 감소해 1%대를 유지할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채무는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해 2008년의 GDP 대비 40.8%에서 2009년 50.5%로 9.7%의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현재까지 추진해온 위기대응 정책들은 대략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10월 3일 마련된 구제금융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이다. 이 법은 긴급경제안정화법, 에너지향상 및 확대법, 감면확대 및 최저한세면제법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2009년에만 총 8,086억 달러(조세지출 1,086억 달러 포함)의 재정지출이 소요될 전망이다. 애초 폴슨 전 재무장관과 버냉키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이 주도하여 구제금융 법안을 만들던 당시에는 긴급경제안정화법이 중심이었으나, 의회에서 한차례 부결된 후 공화당의 감세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여 수정된 안에 에너지 향상 및 확대법과 최저한세면제법이 포함되었다. 따라서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긴급경제안정화법이 가장 중점적이며, 나머지 정책들의 대부분은 기업과 투자에 대한 조세감면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2008년 11월 20일 발표된 소규모 경기부양책이다. 금융부문에서 시작된 위기가 점차 경제전반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당초에는 500억 달러 규모로 실업수당을 대폭 확대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1,5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자는 법안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심의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 부문은 제외되고 규모가 축소되어 최종적으로 상원을 통과하게 되었다. 세 번째 단계는 오바마 진영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른바 ‘신뉴딜정책’을 제안하여 2009년 2월 13일 의회승인을 받은 경기부양법안이다. 여기에는 앞선 정책들에서 소극적으로 담겨있던 가계와 개인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8,0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확대 정책들이 담겨있다. 경기부양을 목표로 하는 ‘신뉴딜정책’에는 △개인 및 가구에 대한 조세 지원정책, 즉 근로장려세제(EITC), 자녀세액공제(CTC), 생애첫주택세액공제 등 기존 제도들의 확대적용 △개인에게 400달러, 부부에게 800달러의 최대급여액 한도 내에서 근로소득의 6.2%를 환급하는 새로운 제도인 근로소득 세금공제(Making Work Pay Credit)의 2년간 한시적 도입 △에너지 부분 지원세제. 재생에너지 생산품에 대한 세액공제 △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제도 확대 △빈곤층, 취약지역 출신 청소년 등 노동능력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기업에게 임금의 40%까지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인 일자리세액공제(WOTC)의 적용대상 확대 △실업자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과 비자발적 퇴직자가 지속적인 건강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유지보험료의 65%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최장 9개월까지 지원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의 정책기조는 최근 IMF가 내놓은 정책처방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지난 1998년 금융위기 당시 IMF는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한국정부에 각 부문에서의 구조조정 가속화, 사회안전망의 정비 등을 주문했다. 작년 하반기에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IMF는 2008년 12월 29일에 ‘위기에 대응한 재정정책’이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여기서 IMF는 금융시스템의 복구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과 아울러 총수요진작을 위한 정책 즉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총수요격감으로 규정하고 수출주도의 회복전략, 금리인하 등의 통화정책과 같은 통상적인 거시경제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IMF는 1930년대 대공황, 1980~199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위기, 1990년대 초반 북유럽 경제위기, 1997년의 일본과 한국의 금융위기 등 심각한 경기침체의 다섯 개 사례를 분석하면서 금융위기로 인해 기업과 가계부문의 재정여건이 악화될 경우 정부의 재정확장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제안한다. 특히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의 과감한 금융 및 재정조치가 필수적이라 강조하면서 이러한 기조 하에 재정정책의 원칙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현 상황에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소비와 투자를 통한 재정지출이 감세 및 이전지출보다 효과적이다. 즉 감세 및 이전지출을 통한 소득증가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개별 정책의 효과예측이 불가능하므로 다각적인 정책을 동원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재정확장 정책은 국가부채와 중기안정성을 고려하며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런 원칙에 따라 IMF는 다음과 같은 정책들을 권고하고 있다. △투자지출 확대, △실업수당, 빈곤층 지원 등 사회보장 이전지출의 확대, △소비세의 일시적 감면, 일괄적인 세금환급과 근로소득보전세제(EITC)의 일시적 확대, △기업주의 실업보험료의 일시적 감면(연금보험료의 감면은 원상복귀가 힘들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부실한 은행이나 기업 인수합병에 다양한 조세 인센티브 제공. 한편 IMF는 지양해야 할 재정정책으로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의 새로운 법정지출(사회보장제도) 도입 △공공부문 임금인상 △특정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법인세와 배당금 및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인하 및 감가상각에 대한 특별한 인센티브 제공(이는 현재와 같이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조건에서 고용을 늘릴 동기가 되기 힘들다) △부실기업에 대한 사면 및 일시적인 세금경감 △자본이득세,또는 거래세의 경감. 한편 ILO도 지난 2월 24일 경기부양책에 대한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각국 정부들이 경기부양책 가운데 금융 부문 구제금융에 투입된 자금의 규모가 실물경제를 회복시키고 고용과 사회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 사용된 자금의 5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각국 정부가 구제금융 및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에 주력하면서 경제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투입한 전체 자금 중 노동자의 고용과 관련된 것은 약 9.2%, 각종 사회보장 관련 부문은 1.8%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ILO의 전반적인 대응 기조가 현재 상황에서 매우 제한적임은 소마비아 ILO 사무총장의 발언을 통해 잘 드러난다. 그는 “일자리 문제들에 시급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미국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경기부양책과 사회보장정책들도 대부분 미국과 대동소이하다. 즉 개인과 가계에 대한 지원책들은 대부분 조세제도의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은 기존제도들을 제한적으로 확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빈민들에 대해서만 일시적인 현금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기업에 대한 각종 감세조치들은 전례 없이 확대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의 고용확대를 위한 지원이냐 아니면 사회보장의 확대냐’는 개인과 가계에 대한 지원을 둘러싼 전통적인 쟁점이 조세제도를 활용한 다양한 정책수단들로 점차 수렴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를 활용한 지원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는 국가들은 거의 없다. 또한 이러한 정책기조의 전면화 속에서 금융과 기업에 대한 막대한 지원은 극히 일부분의 사회보장 부문에 대한 지원만으로도 정당화되고 있다. 한국의 빈곤 실업 현황 IMF 당시에 경험에 비춰 보면, 거시경제나 실업률이 다소 회복되더라도 빈곤, 소득불평등 등 가계영역 지표는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다. 1997년 당시 실업률이 7%를 기록한 이후 2008년까지 공식 실업률은 3%대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빈곤율은 1998년 8.6%를 나타난 이후 현재까지도 6~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복합적 요인이 빚어낸 결과다. 즉 경제위기 이후 노동신축화의 확대로 인해 이른바 근로빈곤층이 증가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는 노동능력 취약계층이 노동시장으로 복귀하기 힘들어지고, 영세자영업자의 폐업, 파산 등으로 인한 금융채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위기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신축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을 고려한다면 이번 경제위기를 경과하며 한국에서 높은 빈곤율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된다고 가정한 빈곤 추이 전망은 다음과 같다. △경제성장률 0%, 실업률 3.95% 가정시, 중위 가처분소득 40% 미만의 상대빈곤율 13.96%, 최저생계비 미만의 절대빈곤율 13.42% △경제성장률 -2%, 실업률 4.25% 가정시, 상대빈곤율 14.74%, 절대빈곤율 14.20% △IMF 전망대로 경제성장율 -4%, 실업률 4.55% 가정시, 상대빈곤율 15.52%, 절대빈곤율 14.98%. 주목할 것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는 빈곤율 수치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소득을 반영하여 추산하는 상대빈곤율과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추산하는 절대빈곤율의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노동자 민중 전반의 소득 및 임금 감소가 자명하게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업률 상승은 이미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가 2,465.8만 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3.4만 명(-0.1%) 감소하였고, 경제활동참가율은 61.6%로 전년 동월대비 0.8% 하락하였다. 취업자 수는 2,372만 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21.9만 명(-0.9%) 감소하였는데, 이는 IMF 위기 당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또한 고용률(취업인구비율)은 59.3%로 전년동월 대비 1.2% 하락하였으며, 실업률은 3.8%로 전년동월 대비 0.8% 상승했고 청년실업률은 7.6%로 전년동월 대비 0.7% 상승하였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36.9만 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52.1만 명, 3.5% 증가하였다. 익히 알려져 있듯, 가장 대표적인 고용지표인 실업률은 고용현황을 정확히 드러내지 못한다. 앞의 지표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큰 규모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자 민중 내부의 소득 및 임금 수준과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중요한 쟁점이다. 표1에서 나타나듯이, IMF 금융위기를 거쳐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섰던 2002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전체 노동자 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정규직 임금 대비 비정규직 임금)는 점차 증가되어 왔다. 2002년 대비 2007년 수준을 보자면 그 격차의 증가폭은 7.9%로 매우 크다. 성별 임금 격차는 전체적으로 소폭 감소하였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불문하고 남성 대비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여전히 60% 수준이다. 주목할 것은 여성노동자 내부의 임금 격차(정규직 여성노동자 임금 대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임금)가 다른 어떤 부문의 임금격차보다 큰 10.3%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임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임금 격차 현황은 가구단위로 가면 더욱 심각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 아래 두 개 그림은 1998년에서 2005년까지 남성노동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그 배우자인 여성노동자들의 고용형태와 소득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첫 번째 그림에서 한눈에 드러나듯이 남성 배우자의 소득이 중간소득 이하로 내려갈수록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급증한다. 고소득 남성 배우자의 고용형태가 정규직일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또한 그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남성 배우자의 소득에 비례하여 여성의 소득도 높아진다. 특히 고소득 여성의 임금 상승폭이 매우 크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정규직 중심의 사회보험제도나 기타 자산보유 현황 등을 고려했을 때, 가구 단위로 갈수록 소득뿐 아니라 전반적인 부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노동자 민중 내부의 금융자산의 확대가 매우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소득과 자산 격차 확대에서 주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자 내부의 임금격차는 경기침체 속에서 지속되어온 노동자 전반의 임금인상 억제와 노동분배율 악화 등 객관적 조건과 함께 파악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에 피용자보수는 5% 증가했는데, 이는 2003년의 9%에서 꾸준히 증가폭이 하락한 수치이다. 작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7%였던 것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상승 효과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노동부의 2008년 작년 4/4분기 임금근로시간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상용직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5.9%, 임시일용직노동자의 실질임금은 12.9%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소득분배율(GDP대비 피용자보수)의 경우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1996년 47%까지 꾸준히 상승했다가 1998년 이후에는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기업의 현금보유량을 가늠할 수 있는 기업저축율은 2007년 15.8%에서 17%까지 상승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대응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이명박 정부가 내놓고 있는 경제위기 대응책 가운데 재정정책의 경우 감세부문이 정부재정 지출확대에 비해 압도적이다. 올해 초 정부가 편성한 ‘민생안정을 위한 일자리 추경예산’은 28조 원이다. 이 가운데 11조 가량이 감세로 인한 세입결손보존액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의 감세로 인한 세입감소는 96조에 이를 것이다. 정부는 추경예산의 조기집행과 규제완화, 민간투자 확대 등을 통해 약 2%의 성장률 제고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이명박 정부는 대략 다음과 같이 10여 차례에 걸쳐 민생안정 관련 정책들을 발표해왔다. △(1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뉴딜 사업, 서민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소액대출 확대, 위기가구 보호를 위한 민생안정지원본부 설치, 위기가구 보호를 위한 통합지원체계 구축방안 △(2월) 빈곤층 푸드쿠폰 지원 검토, 영세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확대, 긴급생계안정 지원을 위한 6조 원 지원, 일자리 55만 개 창출을 위한 추경예산, 휴먼 뉴딜정책 △(3월) 민생안정긴급지원대책. 이들 정책 대부분이 이미 시행에 들어갔거나 법제정, 세부실행과제 검토 등의 단계에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기초법, 고용보험, 의료보장, 사회서비스 등의 기존의 사회보장 제도들과 관련된 개별적 정책을 일부 확대하거나 제한규정을 완화하는 조치들을 내놓았고 실행에 들어간 상태다. 이밖에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사회안전망 제도로 한시생계보호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재산기준으로 기초법 수급에서 탈락되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생계지원을 목표로 도입되었고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또한 정부가 복지형 역모기지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시생계보호제도의 기준도 초과하지만 실직, 파산 등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명박 정부가 구상하는 사회안전망 구조를 요약하면 △1차 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 △2차 안전망으로서 긴급지원, 한시생계급여, 복지형 역모기지, △3차 안전망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직업훈련, 구직상담과 고용알선, 공공근로와 사회적 일자리 창출, 고용보호(보조금 지급)으로 구성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추진하여 노동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관련 사회정책들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이후 추진해온 일련의 사회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구상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역대 정부들 중 사회보험의 시장화 정책들을 가장 공세적으로 추진해왔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시장창출전략의 일환으로 복지제도를 활용해왔다. 그리고 빈곤층에 대한 지원제도에서 대부사업 등 금융적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왔다. 한편 이 같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사회정책들은 앞서 언급한 IMF의 정책처방과도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무엇보다 슈퍼추경이라 불리는 재정정책에서는 직접적인 사회보장 확충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이 조세감면 등 민간기업 지원 확대에 투여된다. 또한 빈곤층에 대한 지원정책들을 매우 단기간의 한시적인 것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은 거의 검토되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25일, 이명박 정부는 ‘경기회복기반 강화, 민생안정 및 재도약 준비’라는 부제가 달린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규모 추경예산의 편성과 조기집행, 금리인하, 원화와 외화의 유동성 공급확대 등의 확장성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경기급락을 방지하고 민생안정이 도모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민간부문의 자생적 경기회복력이 약하고 해외수요도 부진한 상황이라는 진단이 이어진다. 또한 고용감소, 소비와 설비투자 축소, 수출의 감소세 지속, 단기 유동성 자금의 증가, 기업부채 수준의 증가(GDP 대비 112.8%), 소득분배의 악화 등이 지적되고 있다. 하반기 경제전망도 상반기에 비해서는 호조를 예상하지만, 얼마간의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1.5%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고, 연간 취업자 수는 여전히 10~15만 명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시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은 경기회복기반 강화(확장적 정책기조 유지, 부동산 상황 점검 등) → 일자리 창출 및 서민생활안정(민생안정 정책의 지속 추진, 저소득층 소득여건 개선 등) → 구조개혁 가속화(상시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권 부실채권 조기정리, 노사관계선진화 제도개선 가속화, 공공기관 선진화 가속화 등) → 위기이후 재도약 준비(녹색산업, 서비스산업 육성 등)의 흐름으로 제시되었다. 결론 앞서 서술한 대공황 시기의 미국을 보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새로운 제도를 대거 도입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대략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또한 그 효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 후에야 매우 더디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IMF 당시 사회보장 기본인프라(기초법의 도입과 4대 사회보험 확대)가 구축된 상황이지만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은 경제위기 이전에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전면적인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구조개혁은 현재의 조건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우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미국과 같은 몇몇 중심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특히나 한국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고 환율에 민감한 국가들에서는 대규모 재정정책을 펼치기에 제약이 많다. 또한 현재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재정확대와 국가 채무가 가능하며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유럽연합의 경우 대략 60% 수준의 국가채무를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유럽 주요 국가 대부분의 국가채무는 이미 그 규모를 훨씬 상회한다. 현재 G-20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2008년에 GDP 대비 0.5% 수준, 2009년 1.4%, 2010년 1.3% 가량의 재정지출 확대안을 채택하고 있다. 대공황 당시에 비견한다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일정 수준까지 증가할 것은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조건은 현재의 금융위기, 경제위기가 얼마나 심화될지, 지속될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확대된 정부의 재정지출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힘겹게 저지하는 수준에서 기능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사회운동 내의 다수가 사회보장에 ‘전략적’ 수준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를 설계하는 데 몰입하거나 매우 교과서적인 케인즈주의적 처방을 주문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는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현재의 지배적인 운동노선이 실리주의적이고 타협적인 노선으로 경도되어 온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여기에는 사회운동 내에서 사회정책, 사회보장제도를 다루는 지배적인 방식이 사회보장제도가 특정 모델과 경로를 중심으로 수렴한다는 주류 이론을 그대로 수용하여 사민주의적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전망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전술적’ 차원으로 들어가게 되면, 현재 한국 사회운동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회보장 관련 대응책들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특정한 이념형에 기반하여 사회정책을 전략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운동경향이나, 사회적 문제제기 차원에서 의미부여가 가능한 ‘노동하지 않고도 생존할 권리’와 같은 구호를 현실의 운동과제 수준에서 제시하는 운동경향이라는 양편향이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장기적 운동의 전망 속에서 현재의 경제위기가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 권리를 극단적으로 파괴하는 것에 맞서는 투쟁을 조직하고자 한다면, 사회정책에 대한 사회운동의 입장과 요구는 두 가지로 집약될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이 더 이상 후퇴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기제, 그리고 더욱 급진적인 운동의 형성을 위한 단결의 매개가 그것이다. 한편 1998년 당시 김대중 정부 집권 상황에서는 참여연대 등의 NGO들이 관련 정책대안을 만드는데 상당한 개입을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조차도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점도 매우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 시민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정부와의 협상과 개입전술에 의존하면 할수록 오히려 양보만 커지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 자명하다. 정부의 최소한의 양보를 압박할만한 역량조차 한계적인 것이 현재 노동자 민중운동이 처한 상황이다. 대공황 당시의 미국을 보더라도 본격적인 뉴딜정책의 도입은 실업자, 노동자계급, 사회주의 운동의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경제위기에 맞서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사회운동의 대응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운동의 단결과 통합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즉 시급히 전술적 과제에 대한 합의를 모아내고 운동의 힘을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체형성과 연대전략으로 나아가자 현재 실업 양상과 고용 현황 지속된 경기침체의 여파로 실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09년 5월 현재 93만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8만 4천 명(24.5%) 증가해 3.8%의 실업률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현재 61.6%이다. 이는 IMF 위기 당시보다 낮은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36만 9천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2만 1천 명(3.5%)이 증가했고,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생, 유휴인력 등을 합한 이른바 ‘유사실업자’ 규모는 4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현상의 일차적 원인은 일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의 경우 이미 50% 이상이 조업단축이나 휴업에 들어간 상태이며, 쌍용차 휴업과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하청업체 조업단축 및 폐업위기 등 구조조정 연쇄반응이 일고 있다. 공공부문 및 공무원 인력감축, 건설업체의 정리해고 등 산업과 업종을 불문하고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자영업자의 도산이 줄이어 올해 1월 자영업자는 558만 7천 명으로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600만 3천 명에 견줘 41만 6천 명(6.9%)이나 줄어들었다. 경기회복이 지체되고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실업 및 고용불안 문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업문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시화된 실업률만 보면 안 된다. 3~4%대 실업률이라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이는 실업률을 과소추계하는 측정방식에 따른 결과다. 한국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식 실업률은 노동력 접근법에 기반을 두고 측정되고 있다. 즉 노동력 상태를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함하는 경제활동인구와 노동시장 밖에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하고 이 중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실업률로 정의한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실업률 측정치가 달라지는데, 주로 취업과 실업의 경계, 실업과 비경제활동상태의 경계쯤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분류하는지가 관건이다. 최근 취업자가 감소하고 실업자가 증가하는 경제활동인구 내부의 변화보다 더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경제활동인구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노동력이 빠져나가는 경향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노동시장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 중에는 공식 구직 등록자가 아닌 경우가 대거 포함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의 문제이지만,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남성보다는 여성, 기존고용보다는 신규채용의 조정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일자리를 잃더라도 공식 실업자로는 포착되기 어려운 구조다. 실업문제에 관한 기본 관점 오늘날 한국에서 실업은 노동자가 별다른 사회보장책이 없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생존의 벼랑에 처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시급한 해결과제이다. 그러나 실업이라는 현상에만 집중하는 것은 심각해지는 노동의 불안정화 양상을 거스를 수 없는 전제로 인정하고 사후약방문으로 사회보장대책을 보완하는 논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현재의 위기가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장기화,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실업에 대한 사후대응에만 집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은 실업 양상은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업상황에 놓인 노동자 민중의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더불어, 불안정한 반실업 상태의 노동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는 시점에 노동자운동이 계급적 단결을 이뤄나가기 위한 공동의 요구와 과제는 무엇인지가 함께 제기되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 과정에서 증가하는 실업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노동자 공동의 요구를 중심으로 실업에 처한 노동자들을 주체화하는 투쟁을 모색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두드러진 노동시장 정책은 광범위한 산업예비군 조성과 지속적인 노동시장 유인이다. 이때 산업예비군 규모는 장기실업과 청년실업의 증가로 인해 자연스레 확대되기도 하지만, 국가가 여성, 이주, 장애, 고령 인구의 노동시장 편입을 촉진함으로써 인위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국가가 이러한 전략을 채택하는 이유는 경쟁적 노동시장을 통해 저임금과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기업이 노동자를 관리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경제의 금융화는 단기적인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노동유연화를 요구한다. 정부는 불안정한 일자리의 확대로 ‘고용 없는 성장’을 감추는 정치적 이득을 추구한다.) 따라서 국가는 어떻게 하면 산업예비군을 큰 저항 없이 저임금 불안정노동으로 유인할 것인가의 문제에 주목한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자연적으로 해결될 수 없으므로 국가는 사회정책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제도와 같은 임금억제책, EITC(근로장려세제) 등과 같은 근로소득보전방안 등이 강조된다. 또한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여성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시장의 주요한 자원이 되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여성의 취업률은 5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산비용 감축의 일환으로 가사노동과 보육 등 재생산노동의 일차적 책임자로서의 여성의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국가는 직장과 가사의 양립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구사하는데, 보육에 대한 지원의 확대가 대표적이다. 또한 보육과 가사를 용이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파트타임, 변형시간 근로제 등의 유연한 노동형태, 공공서비스 분야의 저임금 일자리가 확산되고 있다. 재생산과정에 대한 국가의 개입(유효수요 관리)을 통해 완전고용을 꾀한다는 케인즈주의는 고용창출, 유지에 대한 직접개입을 내포하고 있다. 케인즈 이론의 핵심은 원래 자본주의의 내적 불안정성/불황경제 테제에 있었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가격기구의 작동을 통해 자동적으로 완전고용 균형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고용량은 기업의 판단에 달린 것임) 사회화된 형태로 정부가 재생산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시장의 지배를 제한하는 불가피한 국가의 개입에 대해 케인즈는 한편에서 국가의 소득재분배를 통한 소비수요의 확대,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투자의 사회화를 제시했다. 투자의 사회화란 사적 이윤에 지배되는 사적 투자에 대비되는 형태로서 낮은 이윤율 하에서도 공동의 이해를 목적으로 공공적 성격의 법인에 의해 수행되는 투자를 의미한다. 케인즈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국가개입(자본주의 개혁)을 통한 구원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고용량은 기업가의 예상에 의해 결정되며, 국가의 유효수요 확대 정책을 통해 기업가의 예상을 변화시켜 고용증대를 꾀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의 과정에서는 이의 변형이 발견되는데 과거 케인즈 정책에서 활용했던 통화 공급의 증대는 불가능하지만 ‘작고 강한 정부’의 저금리 정책을 통해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여기서 창조되는 금융소득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 소득 중심의 유효수요 창출은 자연히 고용파괴적이다. 따라서 새 케인즈주의는 전통적 케인즈주의와 달리 완전고용을 포기한다. 대신 이들은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는 실업률(물가안정실업률)을 수용하면서 일정 수준의 실업률을 자연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새 케인즈주의 경제정책의 기반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있는데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논자들의 주된 논지는 기업의 필요에 따라 고용과 임금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꾼다는 것이다. 실업을 유효수요 부족의 산물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동의 유연성 확보를 강조한다. 이는 더 이상 국가가 직접적인 총수요 관리를 통한 공적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성장 산업에 적합한 양질의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창조하겠다는 전략을 내포한다. 즉 노동시장에서 구매되지 못하는 노동력을 시민사회의 관리와 적극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노동시장으로 재진입시키는 ‘평생 기회 보장’이 화두가 된다. 여기서 국가의 역할은 단순히 사회복지를 책임지는 주체가 아니라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는 사회투자국가 즉, 일종의 기업가적 국가로 재정의 된다. 노동력의 평가절하를 통한 고용 안정과 사회안전망을 통한 보편적 사회보장의 축소의 경향을 갖는 것이다. 오늘날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국가와 자본의 실업자(노동력) 관리 방식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산업구조재편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훈련의 기회 확장이라는 ‘일하는 복지’ 정책이다. 국가는 언제나 ‘화폐화 되지 못하는 상품’, 즉 실업노동자를 관리한다. 국가는 생산 과정의 외부에서, 노동력이 언제라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여 판매될 수 있도록 노동력을 관리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 이들이 사회적 갈등요인이 되는 것을 억제한다. 통계라는 조작과정을 통해 실업자를 각각의 집단으로 분류하여 실업자 수, 실업률을 조정하여, 실업자 개개인의 능력을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낙인찍는 작업을 수행한다. 가장 일반적인 수준에서 실업노동자의 일부분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여 실업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거나, 군대, 학교의 활용 등으로 노동시장으로부터 조용히 퇴장시키는 것이 이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또한 이를 넘어서 적극적인 실업 정책의 시행으로 실업노동자들을 관리한다.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형태로 공공근로 등의 단기적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일하는 복지로 규율과 근면이라는 습관을 유지시키고, 자본축적의 변화에 걸맞은 노동능력을 실업노동자들에게 교육시키고자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실업대책 김대중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외 개방과 자유화를 앞당기고, 국내 축적 조건을 재형성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김대중 정부가 가장 먼저 강력하게 추진한 것은 금융부문 구조조정이었다. 1998년 연말까지 41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여 부실금융기관을 퇴출시키고, 인수합병을 추진하였으며, 노동력의 10~30%를 감축했다. 이를 통해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완전한 금융시장’을 형성하고자 했다. 또한 5대 재벌기업의 빅딜을 추진하고, 부실기업의 부채를 탕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재벌개혁은 재벌들의 경영을 합리화하고, 정리해고 및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창출했다. 집권 말기 이루어진 경기회복은 주식시장을 매개로 한 금융적 팽창의 표현이었으며, ‘고용 파괴적인 자본축적’의 본격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부문(농업, 광업, 제조업)의 고용 감소는 서비스산업, 금융 보험 부문으로 일부 흡수되었다. 그러나 서비스 금융 산업에서 이루어진 고용 증가는 기존의 제조업 노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기보다 소위 골드 칼라로 불리는 금리생활자(혹은 금융 조작자)들에 의한 것이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대량실업을 동반했다.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는 총 10조 707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실업문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고용유지지원, 공공근로, 수출 및 벤처기업 창업촉진, 외국인 투자의 적극 유치, 취업능력 제고를 위한 직업훈련과 취업알선, 고용보험 확대 등의 실업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확대를 골자로 1차 실업대책을 수립한 것이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실업 문제에 대해 김대중 정부는 1999년 중기실업대책을 확정한 데 이어, 2000년 일자리 200만 개 창출대책을 발표했다. 대량실업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대응은 자본의 생산성 증가를 통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정책 기조로 잡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인력에 대한 임시적 관리, 통제의 역할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자본의 이윤 증대를 위해 가장 손쉽게 요구되는 것은 노동 유연화를 통한 비용절감이다. 이 결과 1999년 상반기 새로 취업한 사람들 중 92%가 임시 일용직이라는 점이 1999년 노동부가 발표한 종합 실업대책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2000년에 발표된 ‘실업실태 및 실업대책 결과 분석’에 따르면 재취업자의 경우 월수입 70만원 미만 계층의 비중이 재취업자의 전 직장에서는 35.8%로 1/3이던 것이 현 직장에서는 51.7%로 과반수를 상회했다. 공식적인 실업률은 눈에 띄게 낮아졌으나, 실업의 구조는 더욱 악화되어서 상당수의 실업자들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장기실업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상황이 되었다. 당시 정부는 1998년 노사정 합의를 통한 정리해고 및 파견제 도입을 추진하여 구조조정, 외주화를 통해 노동 유연화를 강화했다. 2000년에는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탈규제화를 추진, 일률적 임금인상의 억제와 연봉제 성과급제의 확산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이는 노동자 절대다수의 비정규직화와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의미하였다. 이 가운데 김대중 정부가 내세운 것은 선별적이고 사후적인 복지 시스템이 ‘사회안전망 확충’이었다. 하지만 ‘4대 보험 전국민 적용’이라는 구호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문구에 지나지 않았다. 생산적 복지라는 기조 하에 추진된 공공근로 및 자활사업은 단기간 생계보조형 긍휼 정책이거나 민간단체를 동원한 가운데 복지 수급의 조건을 자활사업 참여로 강제하는 현대판 구빈원 제도였다. 실업과 불안정노동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사후적 복지의 권리조차도 제기할 수 없는 조건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생활보호법에서 나아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의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기초법)가 2000년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기초법은 그 수준이 너무나도 열악한 최저생계비 기준선과 부양의무자기준(복지에 대한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한다는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등 독소조항을 통한 엄격한 수급자격기준, 그리고 자활사업을 강제하는 조건부수급조항을 안고 전 국민의 3% 수준밖에 포괄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제도로 시작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실업대책(노동유연화와 질 낮은 일자리 창출이 핵심)의 기조는 노무현,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경제위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과 맞물려 추진되는 실업대책, 빈곤대책은 실업률은 줄지만 빈곤률은 점점 높아지고, 실업과 취업을 오가는 반-실업(장기실업)이 일반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실업에 대한 대응은 실업자에 대한 제도적, 사후적 지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운동의 실업 대책은 대량실업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 양상, 국가의 성격(실업과 실업 노동자에 대한 관리책), 실업 노동 대중의 처지와 조건, 공통 요구와 연대 가능성, 실업 노동 대중 조직화의 정치-조직적 방향성(자주성과 연대성)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가운데 모색되어야 한다. 이것이 IMF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의 실업에 대한 대응과 당시 민중운동의 대응 평가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다. 실업대책 관련 제도 요구와 쟁점 이명박 정부 실업대책 비판 실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응 방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몇몇 임의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는 정도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은 그 내용면에서는 역대 정부가 기틀을 닦아놓은 시장화 전략을 기조로 계승하고 있지만, 추진과정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취해온 인민주의 정치스타일을 버리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 전반과 연계하여 그 방향성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업 및 고용 대책은 실업급여 수급기간 연장과 가입기준 완화, 고용유지지원금 확대가 주요 내용이다. 실업급여는 수급기간을 2개월 연장하고, 가입기준을 완화하여 자영업자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종전에는 중소기업이 임금의 2/3, 대기업이 임금의 1/2을 받던 것을 각각 3/4, 2/3로 인상하고, 지원기간을 종전 180일에서 270일로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위기로 인한 빈곤과 실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책은 매우 취약하고, 기존에 추진하려던 사회정책의 시장화 전략은 큰 변화 없이 추진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 불황과 실업 확대 상황은 사회정책 재편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실업급여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실업부조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공식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거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실업급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괄하자는 운동진영의 주장으로 제기되기도 하지만, 비정규직의 고용조건 악화를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실업급여제도에 한참 못 미치는 한시적 실업 관련 사회보장의 구축을 주장하는 보수적 담론으로 제기되고도 있다. 일례로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4월 10일 발표한 보고서 <실업대란 시대의 대안, 맞춤형 복지>에서 3가지 유형의 실업안전망 대책으로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첫째, 영세자영업자의 경영이나 생계 상황에 따라 경영안정 지원, 긴급 생계대책, 재기노력 지원으로 구분된 대책을 시행.(이를 위한 마이크로 크레딧 활성화) 둘째, 비정규직을 위한 대책으로 고용보험료 감면을 통한 가입률 제고. 비정규직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보험료(1.15%)를 1/2로 감면(0.575%). (OECD 고용전략은 저임금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감면정책은 공식 권고하고 있다. 임시 일용직 및 소규모 사업장 상근직의 실업급여 보험료 납입을 유예하는 경우 연간 750억~925억 원의 재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셋째, 청년, 장기 실업자 등 근로기간이 전무하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생계비 보조차원의 실업부조를 도입.(가계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미만인 실업자 23.9만 명에게 최저임금의 50%를 6개월간 지급할 경우 1인당 총 250.8만원을 지원하여 연간 6,005억 원의 예산 소요 전망) 올해 4월에 총 28조 4천억 원 규모로 편성된 추경예산에서는 실업과 일자리 대책 관련 예산이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녹색성장 및 미래투자사업이 2.3조 원에 달하는 등, 건설부양책을 위한 과다 예산추계를 제외하면 실업과 일자리 대책을 위한 예산편성은 별로 없다. 그나마 내놓은 정책들도 문제가 많다.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을 583억 원에서 3,653억 원으로 늘려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적절한 노동권과 임금을 보장 받지 못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12.9만 명에서 16.1만 명)나 청년인턴 예산 증액에 치중되어 있다.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놓고 임금의 30~50%를 실효성 없는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희망근로사업(국비 13조 원)과 같은 부실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대폭 배정했다. 지난 6월 1일자로 ‘희망 없는 희망근로사업’이 시행 중이며 실업자, 임금체불노동자에 대해 대부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편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아직 열리고 있지 못한 6월 임시국회에서는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임의가입 허용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국회에서 처리예정 법안과, 기존 가입대상자인 임금노동자와는 별도의 자영업자 실업급여 계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실업-일자리대책은 실업에 대한 책임을 자본과 국가가 지고, 실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한국사회에서 실업에 대한 유일한 사회보장정책인 고용보험제도는 1998년 경제위기 이후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현재는 1인 이상 사업장과 일용직노동자에게까지 적용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실업급여 수급률은 34.8%) 그나마 적용대상자도 짧은 급여지급기간(3~8개월, 평균 4개월)과 낮은 소득대체율(2004년 43%, 2006년 28%)로 인해 제대로 된 정책으로서 기능하고 있지 못하다. 2002년 이후 실업급여 신청자 수와 지급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2009년 올해 1월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12만 8,000명으로 1996년 이후 13년 만에 월별 통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지금까지 최고였던 지난해 1월의 9만 4,000명보다 36.2%, 3만 4,000명이나 많다.) 2009년 3월 실업급여 수령자는 40만 428명으로 수령액은 3,103억으로 집계되는 등 만성적 실업으로 신기록을 계속 갱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업급여 재정 고갈 위기론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기금 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조 5000억 원 선에 달할 전망이다. 고용보험기금은 2006년까지만 해도 매년 흑자폭이 커지며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2007년부터 3년째 적자행진이다.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총 1조 1000억 원 넘는 적자를 내 기금이 8조 2000억 원까지 줄어들었고, 이대로라면 얼마 못 가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고용보험제도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정부는 국가와 자본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고용보험제도 현황과 한계, 고용보험 확대 요구 검토 (1) 사회보험 방식의 한계 한국사회에서 사회보험이 전체 노동계급에게 보편적이고 적절한 보장시스템으로 기능했던 역사는 없다. 19세기 후반 비스마르크가 사회보험제도를 입안할 때 가장 크게 염두에 둔 것이 철강, 석탄 등 핵심산업 남성노동자를 자신의 정치권력 유지를 위한 외곽부대로 동원하는 것이었던 것처럼 한국사회에서 사회보험은 군사독재정권이 군인, 공무원, 교사 등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포섭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유화책으로 도입되었다. 서구에서 사회보험은 1970년대 초까지 대량생산체제에 조응하는 보장방식으로서 노동력 재생산을 집합적으로 보장하는 역할, 수요유지역할을 해왔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보편적 보장시스템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 강화를 통해 이루어낸 자본 및 국가와의 타협의 결과였으나, 한국사회에서 사회보험은 한편으로는 노동부문의 비공식성과 전근대성 때문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의도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 발달되어 왔다. 현재는 경제위기 하 생산부문의 추이를 볼 때나 정치적인 면에서도 서구의 사회보험체계와 유사한 발전경로를 따라 사회보장제도를 확대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비정규직화는 사회보험 비용부담을 줄이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그 형태의 복잡성이 자연스럽게 비용회피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본의 필요에 의해 만성적으로 반복 실업을 겪거나, 혹은 임노동과 자영업 사이를 순환한다. 또 사회보험 급여액에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한다. 보험원리에 기초한 사회보험에 의한 보상은 일정 기간 이상의 기여를 필요로 하며, 소득비례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임금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이 그대로 재생산된다. 특히 실업급여는 과거 임금의 50%로서 급여액 산정이나 보험료 납입에서 누진적 요소는 없으며 단지 최저급여액을 최저임금의 일정률로 설정해놓고 있을 뿐이다. 누진적 요소가 포함된 국민연금 역시 절대액을 기준으로 하면 고소득층의 수익이 훨씬 많다. ‘사회보험 전 국민 확대’ 사회보험 관리행정 통합, 기능재조정 등을 통한 비정규직 포괄 확대방안은 현재 사회보험 제도의 한계를 잔여적인 보장제도나 자발적인 부문을 통해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파편적인 대응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본소득보장제도 논의는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기본소득제도는 고용이나 실질소득과 무관하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으로 빈곤과 비자발적 실업을 폐지하고 평등과 집합적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현금-현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더라도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충분한 소득을 제공할 수 없음은 현재 조건에서 자연스럽게 예상되는 결과이다. 특히 기본소득제도를 근거로 최저임금을 낮추거나 현존하는 소득보장정책을 개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2) 고용보험 현황 및 문제점 현재 한국에서 실업자 지원제도는 고용보험이 유일하다. 고용보험은 시행 13년차를 맞았지만 실업자 소득지원제도로서 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고용보험은 실업급여사업,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의 세 가지 사업으로 이루어진 사회보험제도다. 초기 도입 당시 고용보험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적용대상을 극히 제한하였다. 제정 당시는 실업급여의 경우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 혹은 사업장’으로,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70인 이상의 사업 혹은 사업장’으로 제한하였다. 제정 후 10년 동안 8차례의 개정을 거친 고용보험은 2004년 1월 1일부터 일용근로자, 60세 이상 신규 고용자에게까지 확대 적용됨으로써 거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기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주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 4인 이하 규모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가사서비스노동자는 명시적인 적용제외 대상이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 규모는 고용보험 적용대상이나 미가입자, 15시간 미만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가사, 가내 노동자 등과 같은 고용보험 비적용대상자, 영세자영업자, 신규실업자, 실업자 중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까지 포함해 약 8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고용보험 미가입, 이직사유 미충족, 피보험기간미충족 등으로 실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실업급여를 받는 비율은 40%에 불과하며, 짧은 수급기간(평균 4개월에 못 미침), 낮은 소득대체율 등으로 현재 실업급여는 실업자의 실질적인 생계 보조수단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보험의 포괄대상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은 현재의 ‘실업’ 개념이 많은 수의 실질적인 실업자를 범주 안에 포함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실업률은 3.9%로 나와 있지만 비경제활동인구 중 통계로 잡히지 않는 사실상의 실업자를 포함할 경우 실업자 수는 400만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고용보험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요구는 국가의 재정책임 강화다. ‘재정기여자에 대한 지급’이라는 원칙은 실업의 구조적 성격을 왜곡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가의 책임 방기 아래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재 고용보험제도는 실업급여,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통합하는 세계적 추세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업부조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의 일반재정에서 충당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대부분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부담하는 보험금에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정부는 예산을 마련하는 데는 소극적이면서도 관리운영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것은 극히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고용보험제도는 생계지원, 직업상담, 직업훈련, 고용보조금을 모두 하나의 틀 안에 포괄하는 실질적인 실업-일자리 대책을 수행하는 제도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재정지원 강화를 통한 실업급여의 확대와 실업급여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입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30%대에 머무는 원인에는 기업주의 보험 가입 회피가 결정적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저임금으로 인해 사회보험 지출을 회피하는 경향도 작용한다. 따라서 노동자가 지불하는 고용보험료를 대폭 감면해야 한다. 전국민고용보험제와 실업부조 도입에 관한 쟁점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실업의 증대로 최근 실업부조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실업부조는 고용보험 제정 당시, 외환위기 당시 요구된 바 있으며, 그 근거로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점, 한국사회의 비임금근로자 비율이 30% 이상으로 대단히 높다는 점, 잠재적 실업자 및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사실상의 실업자를 드러내야 한다는 점 등이 제기되어 왔다. 2005년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제기한 실업부조 도입방안이 2009년 진보신당에서 제기한 실업수당으로 일정하게 계승되고 있는데, 2005년에 제기된 실업부조 안은 주된 적용대상을 현행 기초보장제도의 자활사업이 포괄하는 대상 중 일부와 실업에 처해 있는 차상위계층으로 보고 있으며, 장기실업자,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영세중소기업 출신 실업자, 단시간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안은 수급 자격 기준은 가구 단위로 하되, 수급 단위는 개인으로 두고 있으며 수급 자격은 자산과 소득에 따라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수급 자격 배제 기준은 저축액, 주식/예금 증서 등 유동 자산이 일정수준(예를 들어 월최저임금 × 12) 이상이거나, 직접 거주하지 않는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기타 연금 수급자인 경우 등이다. 급여수준은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설정했다. 한편 실업수당은 급여 대상자를 청년실업자, 실직 자영업자,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로 설정하고 급여 수준을 최저임금의 80%로 보장하며 급여기간을 최소 1년으로 설정했다. 자산에 따른 자격제한기준을 두고 소요재원을 3~4조 원(진보신당이 추정한 실업수당 지급 대상자는 월 평균 25만 명+경제위기로 인한 추가분) 수준으로 책정한 가운데, 재원 마련 방안은 감세 정책 철회와 SOC 투자 예산 비중 대폭 삭감으로 상정하고 있다. 철폐연대는 ‘일하지 않아도 생존할 권리’로서 실업부조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실업의 심각함과 국가와 자본의 책임에 대한 요구 차원에서 타당한 측면이 있으나, 현재 계급 역관계를 고려할 때 실업부조가 도입되더라도 그 수급자격이 엄격하고 급여액이 미약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초법 등 소득보장정책에 미치는 영향, 최저임금과의 상관성 등에 대한 분명히 점검 없이는 ‘그냥 있으면 좋은 제도’ 선전에 불과할 수도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은 고용보험제도 개선과 실업부조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국민 실업안전망 확대(전국민 고용보험제도라는 표현까지 등장하였음)를 주장하고 있다. 먼저 참여연대에서 성안한 민생민주국민회의의 안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에 대해 실업급여 기간을 3~8개월에서 6~12개월로 연장 / 피보험기간요건을 ‘1년 내 6개월 이상 고용보험 가입’에서 ‘1년 내 3개월 이상 가입’으로 완화 / 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적용을 통해 수급자 수를 매월 45만 명 수준까지 높여 수급률을 50%수준까지 높이자는 것이다. (연 소요예산: 10만 명 × 75만 원(월평균 구직급여) × 12개월 = 약 9,000억 원) 또, 영세자영업자, 신규실업자 등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하자는 것인데 그 내용은 최저생계비의 150% 미만 계층(최저생계비 이하 절대빈곤인구 500만 명 이상을 제외하면 약 200만 명)에게 최저임금의 70%를 5개월간 지급하자는 것이다. 단, 경제위기 시 한시적(2년)으로 운영하며 수당 수급 이후 취업 시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단서를 달았다. (연 소요예산: 200만 명(대상자) × 30%(실직확률 또는 폐업확률) × 585,200원(최저임금의 70%) × 5개월(평균미취업기간) = 1조 7,556억 원) 마지막으로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고용보험 가입 촉진을 위해 고용보험 가입 중소영세사업장의 사용자와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준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매년 고용보험 미가입자 196만 명 중 1/3씩 가입한다고 가정하고, 이들의 상당부분이 저소득층임을 감안하여 평균임금을 120만원으로 상정했다. 여기에 사회보험료율 16.9%를 적용하여 12개월 면제할 경우 소요예산은 약 7900억 정도다. (연 소요예산: 196만 명(고용보험 미가입자) × 0.33 × 120만 원(평균임금) × 0.169(사회보험료율) × 12개월 = 1조 5,740억 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이와 유사한 안으로 실업급여제도와 실업부조제도로 이원화된 ‘실업의 이중 안전망’을 구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현재 전체 대상 집단을 ‘(실업자 + 취업준비생 + 유휴인력 + 구직단념자) - (실업급여제도 강화에 따른 수혜자 = 실업급여 수급율 50%)’로 설정할 경우 실업부조제도 수혜대상는 약 109만 9천 명으로 추산하고 수급액 기준을 현행 최저임금 월환산액의 60%로 정할 경우, 연간 소요예산은 6조 6,151억 원으로 보고 있다. * 실업자 + 취업준비생 + 유휴인력 + 구직단념자 = 283만 8천 명 * 실업급여제도 강화에 따른 수혜자(실업급여 수급율 50%시 수혜자) = 173만 9천 명 * 실업부조 대상자 = 283만 8천 명 - 173만 9천 명 = 109만 9천 명 고용보험의 한계와 공공부보 소득정책이 협소한 조건에서 실업에 처한 노동자가 아무런 안전망 없이 추락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실업부조제도 도입은 적극 고려해볼 만 하다. 그러나 실업급여와 달리 실직 전 임금에 기초한 급여지급이 불가능하므로 정액급여의 적절한 수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대단히 쟁점이 많다. 대부분의 주장이 최저임금의 50~70% 선의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최저생계비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최저생계비 수준을 낮춤으로서 사회복지의 수급을 제약하는 정부의 시도는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준선으로 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 2007년부터 시행되어 올해부터 저임금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 당시에도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복지수급을 미끼로 한 노동조건의 하락 위험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임금노동자와 실업자 혹은 반(半)실업자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연대와 주체화 과정을 통해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필요로 하는 문제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적부조제도와의 관계 역시 토론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운동세력이 실업-사회보장-사회서비스 등 패키지 공약을 내세우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죽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는 소득보장정책으로 전락시키고, 저임금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공적 기능을 내팽개치고 있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열악한 상태로 고착화시키며 정책 타협 과정에서 실업에 대해 더욱 더 한시적이고 지극히 보조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보편적 사회보장제도를 지향해 온 서구 복지국가 노동유연화 과정에서 실업과 소득보장에 대한 이중안전망을 구축하는 한편, 복지수급과 노동을 연계하여 특히 가난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처한 이들에 대한 규율과 자격기준의 엄격화를 병행하는 영미식 복지모델로 수렴된 바 있다.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통일성을 구축하는 한편, 노동하는 인민에 대한 분할 전략에 기초한 운영을 강화하려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나아가며 현재 실업의 양상은 자영업자 → 임시일용직 → 중소기업 순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현재 자동차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고 경향에서도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노동권이 부정당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일상적인 해고의 위협이다. 완화된 정리해고제 앞에서 노동조건의 하향 압박에 시달리는 정규직 노동자이건,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이건,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해고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한 노동자들은 노동권의 후퇴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통분담을 명분으로 한 광범위한 임금 삭감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고위협을 무기로 삼은 임금삭감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해고를 제어할 방안이 필요하고 임금 삭감에 대한 방어선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실업급여제도 개선과 실업부조 도입 요구 및 일자리 창출 요구 등은 실업을 활용한 야만적인 노동력 관리전략을 구사하는 자본과 지배세력에 대항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요구여야 한다. 다만 과거 실업운동의 경험에서도 평가되었듯, 이에 대한 토론과 운동의 기획은 분명 각각의 제도 언저리에 존재하는 노동자대중의 요구를 조직하는 주체화과정과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주체화 노력 없는, 노동자운동에 대한 혁신과 장기적 전망 없는 제도 선명성 경쟁은 무망하거나 오히려 노동자민중의 삶을 지배세력의 관리전략에 한층 메어놓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이 조장하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민중이 떠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노동자운동은 실업과 취업을 오가는 불안정한 일자리의 노동자를 어떻게 주체화하고 이들의 요구를 정치적인 것으로 제기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과 실천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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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빈곤 현황 IMF 이후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화는 절대적 빈곤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일해도 가난한’ 노동빈곤층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에 가난의 문제가 특정한 소수의 문제로 머물 수 없게 되면서 빈곤 문제가 전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는 지금, 실업 증가와 임금 하락 추세와 함께 빈곤율도 증가하고 있다. 2007년에 보건사회연구원과 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절대빈곤율, 즉 한 달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절대빈곤가구의 비율은 2003년 10.2%에서 2006년 11.36%로 증가했다. (절대빈곤율은 2006년에 발표된 통계가 가장 최근 것이다.) 또한 도시지역 상대빈곤율, 즉 OECD 기준에 따라 중위소득 50%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은 2000년 13.51%에서 2006년 16.42% 기록했다. 도시 이외의 가구들까지 포함하는 2006년 전국가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상대빈곤율은 18.45%에 달했다. 2007년 도시가구 기준 상대빈곤율이 17.5%로 또 증가했으니 현재 전국적으로는 5명 중에 1명꼴로 상대적 빈곤상태에 처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최근 상황을 보여주는 몇 가지 통계를 살펴보자면, 올해 5월 소득분배 불균형수치인 지니계수가 0.325로 증가했다. 이는 수치 발표 이래 최고 수준이다. 또 2009년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의 소득 격차)이 8.68배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는 고용불안과 자산 감소로 인해 앞으로 빈부격차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차적으로는 임시 일용직 등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영세 자영업자의 도산으로 서민층의 근로소득이 급감하는 것이 원인이다. 그런데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것은 근로소득보다는 금융소득이다. 대출금이 많은 서민층이 작년 말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자산을 내다 팔아 손실을 확정한 반면 상위층은 연초 저점에서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해 자산증식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실업, 영세자영업자의 실질소득 감소와 일자리 상실은 갑자기 빈곤의 상태로 내몰리는 인구의 증가로 이어진다. 주로 어린이, 한부모 가정, 노인, 장애인 등 소득수준이 낮거나 노동 능력이 없는 취약 계층은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다. 민중을 빈곤의 벼랑으로 내모는 해고와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긴급한 어려움에 대해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라는 것은 생존권적 요구다. 이명박 정부도 인정한 것처럼 경제위기로 인한 신빈곤층 증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복지’라는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는 생산 감소와 기업 도산 등 경제위기의 여파로 인해 일자리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긴급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지원 이외의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더구나 기존 소득보장정책의 광범위한 사각지대와 엄격한 심사 기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긴급 지원책들은 신빈곤층만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빈곤층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명박 정부의 재정정책 역시 큰 우려를 낳는다. 2008년 복지 지출의 비중이 낮아졌고 집행률도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향후 예산편성에서도 사회복지 지출 구성비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회운동은 현행 소득보장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요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 글은 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장 정책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노령연금의 현황과 요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최근 빈곤대책으로 제기되고 있는 복지재정 확대와 기본소득 보장 등 운동진영의 요구들을 검토할 것이다. 소득보장 정책 현황과 쟁점 한국에서 빈곤문제의 부상과 소득보장 정책 한국에서 빈곤층 소득보장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대량 실업, 노숙 급증, 신용카드 남발로 인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500만 명 양산 등 빈곤 문제의 사회적 충격이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을 강제한 것이다. 빈곤문제가 강력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한국의 사회안전망 부실이 심각하다는 OECD의 문제제기가 맞물려 김대중 정권 시절인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소득보장 정책의 주요 틀이 되었다. 기존의 생활보호법(1961년 12월 제정, 2000년 폐지)이 빈곤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시혜적 태도를 취했던 데 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민이 빈곤에 대한 권리로서 최저 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수급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이자 한국에서 ‘빈곤선’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의의가 있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수준과 엄격한 선정기준, 소득발생유무와 관계없는 추정소득부과 등으로 소득보장효과가 미미하고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등 문제가 매우 많다. 특히 조건부 수급 조항을 두어 최소한의 생활도 불가능한 일자리를 조건으로 수급권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단순히 이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질 낮은 일자리 창출과 각종 노동유인정책을 통해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고 사회정책의 위상을 낮추려는 노동연계복지가 신자유주의 사회정책의 핵심방향이기 때문이다. 먼저 빈곤층 소득보장 정책의 가장 기본적 틀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개선 요구와 발전방향을 검토해보자. 빈곤층 소득보장정책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연령, 근로능력과 관계없이 가구소득 및 재산 환산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에 대하여 소득을 보전해주는 정책으로 노동시장 정책이 혼합되어 있다. 급여 내용은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자활급여 7종이 있고, 급여액과 수급자의 소득인정액 총합이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급여의 원칙이다. 또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는 자활사업 참여를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지급하며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에는 부양의무자에 의한 보호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른 법령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 타 법령에 의한 보호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이 제도가 포괄하고 있는 인구 범위는 국민의 2~3%인 153만 명 수준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 ①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수준과 폭넓은 사각지대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과 지원수준이자 의료급여, 모부자가정 선정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무료대상자 기준 등 여타 사회복지서비스에서도 기준이 되는 ‘한국의 공식적인 빈곤기준선’이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절대빈곤개념의 계측방식인 전물량방식으로 3년 주기로 계측한다. 비계측년에는 기존 최저생계비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갱신한다. 2009년 최저생계비 수준은 아래와 같다. 1988년부터 계측되고 1999년부터 실제 공적부조에 적용된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1999년 근로자가구 소득(4인 가구)의 38.2%였다가 2008년 30.2%로 하락했다. 최저생계비는 대부분의 사회복지서비스 선정기준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최저생계비가 낮은 수준으로 계측되는 것은 사회복지 대상의 축소와 폭넓은 사각지대의 존재를 의미한다. 책정 방식에 있어서도 전물량방식의 문제점, 연구자의 자의적 판단 문제, 계측을 하고 나서도 예산에 맞춰 재조정할 수 있는 문제 등 최저생계비 수준을 하락시키는 요인들이 많다. 최저생계비 수준이 낮아지면서 절대적 빈곤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수준은 2000년 시행 이후 2007년까지 2.8~3.2% 수준에 머물러, 절대빈곤층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상대적 빈곤율과 소득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고 경제위기 하에서 늘어날 빈곤층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 수준과 대상 확대가 중요한 시점이다. ② 부양의무자 부양능력 판별기준의 문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요 문제 중의 하나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재산기준이다. 현재 최저생계비 미만의 조건에 있지만 재산기준 및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3.7%로 수급자 2.8~3.2%보다 많다.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은 수급자의 1촌 직계혈족(부모, 자녀)과 직계혈족의 배우자(며느리, 사위)로 규정되어 있다. 수급신청 탈락자 가구 중 25.7%가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탈락되지만 이들 중 56.2%는 부양의무자로부터 사적이전소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장애인, 노인, 한부모 가정, 소년소녀 가정 등 취약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③ 재산기준 및 자동차기준의 문제 재산기준 및 자동차기준도 수급권 박탈의 주요 사유다. 현행 제도에서 기본재산액 기준이 2004년 수준대로 동결되어 있기 때문에 생활수준 및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 수급자의 생활수준 파악을 위해 도입한 소득 인정책제도(소득+재산의 소득환산액)는 전세금, 통장, 자동차 등이 모두 포함되어 수급권이 박탈되는 문제가 있다. 특히 다른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자동차가 있으면 수급권을 박탈당하는 상황이 허다하다. 몇 달 전 화제가 되었던 ‘봉고차 모녀’가 바로 그 사례다. 보육료 지원, 장애수당, 의료보장, 사회서비스 지원, 시설지원 서비스 등에도 자동차기준은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한국 전체 가구의 59.4%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점에서 자동차를 일반재산이 아니라 보고 과도한 소득환산율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 ④ 추정 소득의 문제 추정소득은 수급자들의 실제소득 발생여부와 상관없이 소득파악이 용이하지 않은 가구원(일용직, 파트타임, 노점 등)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실업상태에 있는 수급자는 물론 근로조건유예자(근로경험 있는 중증장애인, 3세 미만의 유아를 탁아소에 맡긴 경험이 있는 한부모 가정의 부모) 등에게도 자활을 강요하거나 추정소득을 부과하며, 경제 불황으로 인해 실업상태인 수급자들에게 추정소득을 부과해 이를 생계급여에서 제외하고 지급한다. 실제 수급당사자가 임금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득수준이 얼마인지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추정소득을 부과해 수급권을 박탈하거나 생계급여를 낮추는 것이다. ⑤ 노동을 강제하는 조건부과 및 노동자의 노동권 박탈 문제 조건부과 기준은 사회복지사가 연령, 외형상의 건강상태, 전직 및 자격 등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것으로, 자의적인 근로능력판단으로 노동할 수 없는 수급자에게 노동을 강제하거나 추정소득을 책정해 생계급여를 낮추는 문제가 심각하다. 만성질환이 있어도 진단서를 제출할 수 없거나, 정신장애와 같이 장애진단을 받을 수 없는 경우, 3세 이상 미취학 아동의 부모 등에게도 노동을 강제하는 것이다. 또 사회적 일자리나 공공서비스 일자리와 같은 수준의 노동을 하지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위한 요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선정과 지급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는 그 비현실성으로 인해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운동세력들이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왔는데, 핵심은 애초 법의 취지대로 보장성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상대적 빈곤선을 도입하고 그에 동반하여 최저생계비 인상해야 하며(중위소득 50%, 평균소득 50% 등 여러 기준이 제기되고 있다), 그와 연동해 기초법 대상자를 확대하고 수급액을 인상해 절대 빈곤층조차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제도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재산기준, 추정소득 조항으로 인해 발생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독소조항을 폐지, 완화해 가야 한다. ‘근로연계복지’라는 방향 하에서 생계급여 수급 조건으로 자활사업 참여가 강제되는 문제, 즉 조건부 수급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자립지원의 원칙에 근거한 조건부 수급 제도는 생계급여를 줄이려는 시도에 그칠 뿐 실제 자활을 통해 적정한 소득을 얻기 어렵고 자활 참여 이후 수급자의 자립을 위한 기반이 전혀 없는 현실에서 그저 강제에 그칠 뿐이다. 나아가 복지와 노동을 연계해 노동시장 신축화에 부응하고 수급 대상을 줄여 재정을 절약하고자 하는 시도에 반대하며 제대로 된 일자리와 사회정책의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덧붙여 기초법은 수급대상이 되면 7가지 급여를 모두 받을 수 있고, 탈락되면 아무 것도 보장받을 수 없는 구조다. 운동진영은 그간 급여 분리, 선별적 확대를 요구해 왔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정부 차원에서 급여분리를 시도하고, 자활급여는 별도의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사각지대 해소와 보장성 확대를 위한 운동진영의 취지와는 달리 정부의 급여분리는 생계급여를 긴축적으로 운영하려는 의도가 다분하기에 그간의 요구를 재정비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후소득보장으로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한국의 노인 빈곤현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노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2006년 기준 45%로, OECD 국가 평균인 13%에 비해 3.5배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노인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65~74세의 자살률은 64.9명으로 가장 낮은 그리스의 4.9명에 비해 13배나 많은 수치이며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은 더욱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의 정년퇴직 연령이 선진국보다 낮고 연금과 같은 복지 혜택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이 그 주요 원인이다. 또 노동을 통한 소득 이외에 생존을 위한 사회보장이 취약한 현실에서 노인 부양의 책임을 전담해왔던 가족(여성의 이중부담)이 위기에 처하자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경제위기가 노인 인구에게 더욱 가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후 소득보장정책으로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현황과 발전방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노후 생활의 보장과 소득재분배의 역할을 하는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발전방향 논의는 ①사각지대에 대한 대안 ②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논의로 정리해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 및 재구조화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를 꾸리고 기초노령연금의 발전방향과 국민연금 관계설정에 관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①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화하면서 국민연금을 소득비례로 전환하는 방안 ②기초연금 급여율을 높이고 대신 국민연금 급여율을 낮추는 방안 ③기초노령연금의 보험료를 동결시키는 방안 등이라 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연금개혁 흐름을 이어가는 논의라 볼 수 있다.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문제점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가입을 원칙으로 하지만 실제 사각지대는 광범위하다. 전체 노동자 중 50% 가량이 고용형태(불안정노동층, 자영업자, 전업주부, 비공식부분 노동자 등) 상 제한으로 가입하지 못하거나,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을 꺼리고 있다. 또 가입이 가능해도 소득이 낮아 납부하지 못하는 실질적 사각지대는 전체 가입자의 42%(2007년)에 달하며, 특히 지역가입자의 절반이 이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의 50% 급여율은 모두 40년 가입을 조건으로 하는데, 불안정한 고용기간으로 실제 보장수준은 20%에 그치며 제한된 수의 노인만이 수급자가 되면서 보편적 사회보장정책으로서의 의미가 무색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금개혁 방향에 따라 소득에 따른 비례적 보장 형태로 연금 체계가 변화되면 국민연금이 가졌던 소득재분배 기능이 소멸하고 나아가 연금 민영화의 길이 넓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는 공적인 노후소득보장정책으로서 국민연금의 기능을 없애는 것이다. 또 현재 쌓여있는 기금의 크기가 거대해 기금 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의 현황과 문제점 기초노령연금은 2003년 연금개혁 국면에서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제시되면서 등장했다. 이는 공적연금의 위상을 낮추고 노인인구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사회운동은 기초노령연금의 기초연금으로의 발전이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2007년 연금개혁 국면에서 정부는 고령화, 재정안정화 등을 근거로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높이고 보장성을 낮추는 방향의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기초노령연금의 도입에 따라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월 8만 4천 원 가량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기금의 규모는 3천억 가량이다. 기초노령연금 도입이 노인인구라는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였고 공적연금의 효과가 조기에 발휘되어 국민연금의 안정적 지지기반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2007년 당시 국민연금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와 운동의 열세로 기초노령연금 도입은 국민연금의 후퇴를 동반했다. 앞으로 진행될 연금개혁 방향도 기초연금 확대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는 맞바꾸기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에는 다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광범위한 사각지대와 낮은 보장성 문제다. 국민연금급여가 노후의 소득에 반영되었을 경우 노인 빈곤율은 41.1%, 기초노령연금까지 반영되었을 경우 36.2% 수준에 머물러 현재 급여수준은 노인 빈곤을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하기 어렵다. 기초노령연금이 국민연금 A값의 10%로 상향된다고 하더라도 노인 빈곤율은 크게 줄지 않는다. 노인의 상당수가 매우 빈곤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급여수준을 상향해도 노인의 생활상태를 일부 개선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성숙에 따라 기초노령연금은 장기적으로 수급비율을 축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초노령연금의 수급비율은 오히려 축소될 전망이다. 기초노령연금 수급자격 선정에 있어서도 개선이 요구된다.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자격 선별요건은 소득 및 자산에 근거하는데 실제 소득을 가지고 있는 노인의 비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수급자격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산이 될 것이다. 여타 사회보장제도와 마찬가지로 생활에 직접적 도움이 될 수 없는 자산 때문에 수급 받을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소득조사가 주요 선별요건이 되어야 한다. 기초노령연금의 쟁점과 발전 방안 현재 기초노령연금 발전전망에서 주된 쟁점은 급여수준보다는 급여 대상이다. 기초노령연금을 향후 노인 100%에 제공하는 ‘보편적인’ 공적연금-기초연금으로 발전시키자는 요구가 진보신당, 여성운동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초연금으로의 발전 문제에 있어서 한정적 재원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는 중요한 쟁점이다. 노인 인구 100% 대상 기초연금으로 발전시키자는 주장의 근거는 장기적으로 공적연금의 혜택과 정당성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각종 감세정책 철회, 재정기조 변경을 통한 재원마련으로 현재 ‘용돈’ 수준으로 지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 보장수준도 높이자는 안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취약한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상황, 경제위기 하 정부 재정적자 위험 가능성, 또 부자감세나 4대강 정비사업 등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을 철회하기 위한 투쟁의 형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모든 노인인구에게 나누어 주기는 어렵다. 용돈 수준의 급여를 모든 노인에게 제공할 것이 아니라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문제점 개선을 통해 더 빈곤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집중하는 전략이 고려될 수 있다. 또한 기초연금으로의 발전 요구가 지금까지의 연금개혁 과정과 현재 이명박 정부의 개혁 방향에 대한 정세적 대응인지 검토해야 한다. 연금개혁 과정에서 기초노령연금 대상범위 확대, 기초연금으로의 전환이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 삭제, 소득비례연금으로의 전환 등 국민연금의 위상을 사적 보험으로 전락시키는 방안과의 맞바꾸기가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소멸하는 국민연금 제도의 근본적 전환이기 때문에 단순한 제도적 변화를 넘어서는 문제다.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빈곤층 노인의 급여수준 하락, 고소득층의 급여 수준 상승, 제도 간 중복수급을 금지한다는 단서로 인해 빈곤할수록 각 제도들을 통해 받게 되는 급여의 총합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빈곤층의 소득보장 정책이 후퇴되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적 운영(이를 통한 공적연금의 후퇴)에 문제를 제기하고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이 실질적인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요구를 마련해 가야 한다. 현재적으로는 2028년까지 합의된 급여수준(A값의 10%) 상향을 앞당기자는 요구를 통해 위기에 처한 노인 인구에 대한 보장성을 확대해가며, 이미 지적된 문제들의 개선 요구를 통해 공적 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의 강화하자는 요구가 그 출발점이다.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정당성(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라는 방향성 하에 제도적 보완 또는 이행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의회전술’이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연금관련 대응에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운동의 실천방안들(논의주체 형성을 위한 의제설정, 일상적 소재와 매개의 계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있어 위험성을 높이는 금융투자원리의 연기금 활용방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공공부문, 사회복지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 부과방식으로의 장기적 전환 등 제출된 방안을 검토하고 공동의 투쟁을 형성하는 과정을 통해 공적연금의 전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조직해야 한다. 현 시기 소득보장정책(기본생활보장)에 관한 운동세력의 요구와 쟁점 경제위기로 인한 빈곤문제의 확산에 대해 많은 요구가 제출되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운동세력의 요구 중 해고금지 및 고용보장, 사회서비스 등 공공분야 일자리 창출, 실업급여 확대 등은 경제위기 하 노동자의 생존 보장을 위한 공통적 요구다. 또 최저생계비 인상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 연금개악 저지를 통해 기존 소득보장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장성을 확대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공감대가 있다. 소득보장 관련 운동세력의 요구안 중 쟁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과감한 재정 방안을 제출한 진보신당의 요구, 일하지 않아도 생존할 권리로서 기본소득 보장을 제시하는 사회당의 요구다. 진보신당은 2008년 12월 <1,008만 명 기본생활 보장을 위한 3대 개선안>을 발표하여 기초연금 도입(모든 노인에게 월 30만 원 지급), 장애연금 도입(중증장애인 월 25만 원, 경증장애인 월 12.5만 원 보장),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재산기준 완화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372만 명 추가해 509만 명 보장, 중앙정부 부담률을 77.38%에서 100%로 확대) 세 가지를 주요하게 요구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총 38조 6,110억 원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기본소득을 위하여』(강남훈·곽노완·이수봉 지음)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0~39세는 1인당 연 400만 원, 40~54세는 연 600만 원, 55~64세는 연 800만 원, 65세 이상은 연 900만 원을 지급하는 연간 290조 원 예산의 기본소득 모델을 제시했다. 사회당도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기본소득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제출했다. 경제위기 하에서 빈곤의 심화가 사회복지 확대를 공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계기이므로 과감한 재정 확충과 제도 신설을 요구하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운동 주체의 형성이 부족하고 조직된 노동자운동의 투쟁이 부재한 상황에서 원칙적인 확대 요구는 자칫 선명성 경쟁에 그칠 수 있다. 요구는 있으되 운동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또한 ‘기초노령연금 도입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후퇴’와 같이 지배세력에 활용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실제로 경제위기 하에서 재정 확충은 제약이 큰 문제인데다 정부 재정기조를 바꾸는 것 또한 운동이 부재한 상황에서 요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박스1%] 특히 기본소득의 경우 ‘노동하지 않아도 생존할 권리’를 요구한다. 한국에서는 사회당과 연기금 사회주의 연구자 등이 구체적인 재정 계획을 세우고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주체형성과 실행방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대안사회에 대한 논의 촉발’, ‘사회주의를 거치지 않고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경로’ 등의 ‘이념형’ 제시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현행 소득보장 정책에서도 복지의존에 대한 비난과 증세에 대한 대중적 반발을 극복하는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고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운동이 미미한 조건에서 사회정책의 근간을 전환하자는 주장은 그 실행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대중 이데올로기의 전환을 위한 주체형성과 이행의 구체적 경로에 대한 논의 없이 재정계산으로 실현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빈곤층 소득보장을 위한 사회운동의 요구 신자유주의와 함께 전 세계의 복지기조로 자리 잡은 노동연계복지는 복지의존성 공격을 통한 재정지출 축소, 광범위한 산업예비군 형성을 통한 노동신축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하 복지 확대 요구는 단순한 재정확충과 적절한 분배 문제에 그칠 수 없다. 사회보장정책은 자본주의 생산관계와 사회 유지를 위한 노동 통제전략이자 피지배계급의 저항으로 달성된 기본적 생활 보장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따라서 경제위기 하 급증하는 빈곤층의 생존권적 요구도 단순히 재정측면에서의 가능성을 넘어서 사회복지의 방향성을 바꿔내기 위한 장기적 전망, 현실의 심각한 빈곤문제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 요구와 공동의 투쟁 형성, 노동자운동의 인식 확장과 주체 형성 문제가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 기조가 더욱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시장화라는 점에서 우리의 요구는 사회보장의 확대에 그치지 않고 시장화 정책에 대한 비판,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의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또한 현존하는 빈곤층 소득보장정책이 실제로 민중의 생존권 방어를 위한 매개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 요구를 정돈하고 운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제위기에 직면한 이명박 정부의 빈곤과 실업 대책은 기존 제도의 소폭 확장과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지원방안에 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진전된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빈곤층 소득보장제도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 노후소득보장제도이자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에 관해 사각지대 해소와 보장성 확대의 요구 등 지금까지 제기된 요구들을 제기하면서 긴급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정책 시장화에 반하는 장기적 발전방안을 그려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경제위기 책임전가에 맞선 노동자운동의 투쟁과 맞물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소득보장과 제대로 된 일자리 요구로 나아가는 운동의 주체형성을 동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경제위기로 전 세계 민중은 실질임금 하락, 실업 증가, 빈곤의 확산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임금삭감, 정리해고 등 위기는 노동자 민중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는 노동신축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무력화하려는 여러 가지 법제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2008년 말부터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려는 시도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었고 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몇몇 계기를 통해 국제적인 공동행동이 시도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용 및 임금을 둘러싼 노동자 민중의 이해를 방어하기 위한 방안을 풍부화하기 위해 2009년 5월 27일 “경제위기와 노동조합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각 국 노동조합의 경험을 공유하고 대안적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 이탈리아노총(CGIL), 브라질노총(CUT), 남아공노총(COSATU), 호주노총(ACTU)의 정책 담당자들이 발표자로 나섰으며, 민주노총 산하 여러 노조의 활동가, 조합원들이 참석하여 논의를 펼쳤다. 1부: 세계경제위기의 원인과 대안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1부에서는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 정세를 전망했다. 기조발표자로 나선 제라르 뒤메닐 파리 10대학 정치경제학 교수는 현재의 위기를 자본주의의 가장 최근 형태인 신자유주의의 위기로 규정하고, 위기의 원인으로 금융세계화와 자본의 극단적 이윤추구를 한 축으로, 미국의 무역적자(대외적 불균형), 과잉소비와 가계부채의 상승(대내적 불균형)을 또 다른 한 축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위기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예측 불가능하지만 위기가 언제 끝날지 보다는 위기 이후 어떤 사회가 도래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며 이런 상황에서 민중들의 광범위한 투쟁이 위기 이후의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분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현재의 위기 이전에도 자본주의는 세 차례의 구조적 위기를 겪었다. 1980년대 유럽에서 발생한 불황, 1930년대 대불황,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발생한 1970년대 위기가 그것이다. 현재의 위기를 포함하여 네 차례의 위기를 겪으며 자본주의는 여러 중요한 변형을 겪게 된다. 첫 번째 위기 이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특징으로 하는 법인기업의 등장(법인혁명), 급여를 받으면서 자본의 이윤 극대화에 종사하는 관리자계급의 등장(관리자혁명), 거대금융기관의 부상(금융혁명)을 거쳐 미국 헤게모니가 형성된다. 그러다가 두 번째 구조적 위기가 발생하고 두 번째 새로운 자본주의 시기인 제국주의/뉴딜 시기가 개시된다. 또한 자본가계급 내 이해관계 충돌의 결과로 사회적 타협이 발생했고 이 계급의 소득과 권력이 위축되었다. 세 번째 위기 이후 뉴딜시기에 한계에 부딪혔던 자본가 계급의 소득과 이윤을 회복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2차 금융헤게모니가 형성되었다. 이 시기에 무역자유화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이루어졌고, 국제 금융시장이 형성되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모든 노동자들이 경쟁하게 되었고, 이로써 관리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이 소득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폭발한 네 번째 위기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지속불가능한 것임을 입증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미국 중앙은행은 금융메커니즘을 미국 내에서 통제할 수 없게 되었고, 미국의 대외 불균형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뒤메닐 교수는 현재의 위기가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전 세계적인 대중 투쟁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조발표를 마무리했다. 지정토론이 뒤를 이었다. 브라질 노총의 켈트 야콥슨 국제국장은 현재의 위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정치적 측면 역시 함께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930년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파시즘, 소비에트주의, 자유주의가 대결하여 미국이 헤게모니를 쥐게 된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가 전개되는 현재 전반적으로 저항의 주체들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가장 잘 조직된 노동조합이 정치적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닌다고 그는 강조했다. 각국 정부가 노동자 민중 다수의 이익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도록 추동하는 데 노동조합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지정토론에 나선 이탈리아 노총의 스테파노 팔미에르 경제정책국장은 뒤메닐 교수의 분석에 동의를 표하며 지배계급이 나머지 계급을 체계 밖으로 밀어내면서 불균형과 불안정성을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노동조합이 최고경영진의 보수의 급상승, 대기업 통폐합, 인수합병 등을 노동자들의 안전과 복지에 대한 대안 없이 근시안적으로 수용했던 것을 반성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좌파 정치세력 및 노동자운동이 취약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국제적인 연대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토론자는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정용건 위원장이었다. 그는 지난 4월 초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감독과 금융규제를 위한 국제공조 계획을 담은 합의문이 발표되었음을 소개한 후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계급을 뛰어 넘어 대중과 함께 하는 투쟁으로 변화를 추동하고 우리가 원하는 사회경제 시스템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정희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경제위기 하에서 각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이에 대한 금속노조의 투쟁과제를 소개했다. IMF 위기 당시에 대공장이 먼저 타격을 입었다면 현재는 중소기업이 먼저 영향을 받고 있는데, 특히 외국계 자본이 구조조정에 대해 공세적인 태토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도 기업을 국내 자본이 인수할 수 없어 해외에 매각될 경우, 기술적 역량과 잉여의 유출, 노동조합 파괴의 양상이 나타나며 악랄한 형태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투쟁할 대상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실업보험 확충 및 국민기초생활법 적용 대폭 확대 △비정규직 포함 총고용 보장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유지/확대, 주간연속 2교대제 전면시행을 통한 일자리 창출 △재벌 잉여금 출연과 투기자본 규제로 고용유지와 중소기업 지원 △제조업과 중소기업 기반 강화라는 금속노조의 5대 대정부 요구안을 소개했다. 지정토론자들의 문제제기 및 토론에 대한 뒤메닐 교수의 답변이 이어졌다. 그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가, 노동조합의 대응 세 측면으로 나누어 추가설명을 제시했다. 우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전 세계 노동자들을 경쟁하게 만든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며 대안세계화를 기치로 국제적인 연대를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문제에 대해서는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현재의 국가는 계급사회에서의 제도이며, 국가 없는 신자유주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를 관철시켜온 것이 바로 국가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뉴딜이나 사민주의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급과 광범위한 민중계급의 투쟁이 이후 상황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부: 경제위기에 맞선 노동조합의 대응전략(고용, 임금을 중심으로) 2부에서는 각국에서 경제위기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이에 대한 각국 노총의 대응계획은 무엇인지를 공유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이탈리아노총의 스테파노 팔미에르 경제정책국장은 경제위기로 인하여 노동자간 격차가 커지고 있는 양상을 소개했다. 그는 남부와 북부의 격차,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의 격차,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외국인혐오를 동원하여 차별적 경향을 제도화하는 한편 이전 중도좌파정부가 취해놓은 보호조치들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도 임금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는데, 지난 20년 동안 임금격차가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왔다고 했다. 특히 최상위층의 임금상승률이 하위층 임금상승률의 4배라고 했다. 지난 25년 동안 실질적으로 경제생산성이 14.3%나 늘어났지만 이중 노동자에게 돌아간 혜택은 3.8%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온 모델이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노총은 사회정의와 좋은 일자리를 목표로 한 새로운 사회협약을 제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체적 요구로 3년간 GDP 1%를 좋은 일자리 확충을 위해 투자할 것과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단기적 정책을 실시할 것, 유럽차원의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2010년까지 해고 중단, 복지네트워크 강화, 사회보장 적용범위 확대,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사회보장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정 확충, 이전 임금의 80%를 보장하는 실업수당 지급 등을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출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요구를 가지고 이탈리아 노총은 지난 4월 1일 로마에서 총력투쟁을 전개했으며, 5월 14일~16일에는 유럽 차원의 공동투쟁을 전개했다고 소개했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노총은 임금상승과 노동권 확대를 위한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브라질노총의 켈트 야콥슨 국제국장이 브라질의 상황을 소개했다. 2008년 10월~11월 위기가 명확해지자 브라질 은행들은 자금부족을 이유로 신용공급을 중단했다가 정부가 소비자 신용대출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한 자금을 곧장 정부 채권에 대한 투기자금으로 유용했다고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경쟁력 보존을 이유로 들며 생산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대출받은 민간 기업들이 고용보장에 대한 어떤 약속도 없이 임금삭감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10월~2009년 4월 사이에 7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또한 2007년 1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노동계약을 맺은 노동자가 1,650만 명이고 계약해지를 당한 노동자가 1,500만 명이었을 정도로 해고가 자유로운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브라질 노총은 룰라정부의 고용안정 보장없는 구제금융 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몇가지 긍정적인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선 에너지, 운송, 위생시설과 같은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공공투자가 최초의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산업생산세”를 일시적으로 감면해 주면서 현 고용수준을 유지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생산 증대와 일자리 보전을 동시에 가능케 했다고 했다. 또한 최저임금 프로그램을 위해 16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여 사회적 소외계층의 경우 월 평균 67달러의 소득을 추가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실업자에 대한 정부지원도 위기에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부분으로 확대되었다고 했다. 남아공노총을 대표하여 심포지엄에 참석한 조나스 모시아는 남아공노총이 대중투쟁과 사회적 대화라는 두 갈래의 접근법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아공은 공식 실업통계로도 실업률이 20~3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가장 타격을 입은 산업은 광산업과 자동차산업인데, 2009년 1/4분기 통계에 따르면 광산업에서 생산이 11.1% 하락했고 관련 여러 부문이 동반하락했다고 했다. 광산 기업과 자동차 기업들이 잇달아 정리해고자 명단을 발표하자 남아공노총 산하 자동차노조는 노사정위원회에 요구를 제출했다. 2008년 11월 노사정이 모여 사회적 대화를 위한 틀을 만들었고 실업방지, 재취업, 생산력확보에 초점을 둔 남아공노총의 제안이 대부분 수용되었다고 했다. 공적투자프로그램 재원마련, 지역경제 내에서 공공서비스 및 기타 필수품 조달 장려 등 역시 수용되었다고 했다. 남아공노총은 대량해고를 쉽게 용인하는 노동관계법의 개정과 용역, 외주,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퇴직연금 수급연령 하향조정, 정리해고 즉각 중단 등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호주노총을 대표하여 네 번째 발제에 나선 데이브 로빈슨은 지난 대선에서 노동조합과 시민들이 조직적으로 운동을 펼쳐 반노조-친기업적인 보수당을 몰아낸 후 경제위기를 맞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노동당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나름대로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고했는데, 특정 소득 이하 근로가구에 대한 현금지급, 기간산업 지원, 노령연금 인상, 유급 육아휴직 연장 등 노동조합의 요구가 반영되어 2009년 예산이 책정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건설노동자 파업권 제한, 퇴직연령의 일방적 상향조정 등 여전히 투쟁할 과제가 많다고 보고했다. 호주노총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이 우선적으로 보장되도록 하기 위해 정리해고 중단, 노동자훈련 및 재교육에 대한 정부의 기금 지원, 해고노동자 및 전환배치된 노동자에 대한 재정지원, 기술훈련에 대한 재정지원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경제위기가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경제 위기를 틈타 정부가 어떻게 노동자 민중을 공격하고 있는지, 민주노총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차례로 소개했다. 김태현 실장의 발표에 따르면 우선 고용상황을 살펴보면 현재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유휴인력 등을 포함하는 실제 실업률이 13%에 이르며 82만 명의 고용이 감소했고 영세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는 27만 7천 명 감소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총 242개 사업장 중 192개 사업장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있는데, 2008년 임금이 3.1% 상승했으나 고물가로 실질임금은 1.5% 하락했다. 상용직 임금은 3.4% 상승하고 임시일용직은 5.5% 하락했다. 이를 종합할 때 그는 비정규노동자가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고용기간이 매우 짧고 불안정하며, 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다는 점을 덧붙였다. 뒤이어 그는 공무원 비정규직법 기간제한 확대, 최저임금법 개악 등 이명박 정부의 법제도 개악을 통한 일자리 공격 양상을 소개했다. 또한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나누기 계획이 결국은 삭감된 임금으로 저임금 인턴사원을 채용하는 한편 정규직 인력을 감축하는 계획이어서 일자리 보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불안정 노동을 대체할 좋은 일자리 창출, 정리해고 철회 및 일자리나누기, 고용안정 특별법, 반노동적정책철회 및 친노동적 개혁입법화,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임금보장, 사회보장시스템의 발전적 구축, 초국적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 등 민주노총의 요구안을 소개했다. 2008년 말부터 지금까지 경제위기로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에 대한 공격이 가시화됨에 따라 이를 방어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투쟁이 각 국에서 벌어졌다.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를 비롯한 각 국에서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이 전개되었고, 지역차원의 공동행동도 뒤를 이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각 국에서의 투쟁사례를 공유하며 현재의 위기를 만들어낸 주범은 바로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해온 자본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추진해 온 각 국 정부라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위기의 대가가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한 노동자 민중 스스로의 투쟁이 정당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토론과정에서 각국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는 여러 정책대안들이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매년 물가인상률과 GDP 성장률이 반영되어 결정되는 브라질의 최저임금제(Bolsa Familia)가 실업수당, 퇴직연금, 최저생계비와 연동되어 전체 노동자 민중의 단결투쟁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점이 공유되었다. 위기에 빠진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다시 한 번 전 세계 민중을 경쟁과 분할로 몰아넣는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이 국제주의적 관점을 견지하는 가운데 단결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점 또한 강조되었다. 그러나 각국에서 진행되는 투쟁을 상호 지지, 강화하기 위한 방안과 국제적인 공동행동을 매개하기 위한 의제에 대한 토론은 추후 과제로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