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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보험자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기만적인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 규제방안인가 활성화방안인가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30일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료가 주기적으로 급등하는 등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번 대책의 추진배경이라고 설명한다. 가입자가 3,00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 급여부분을 제외한 의료비(법정본인부담금+비급여)를 보장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이란 실제 손실형 의료보험의 줄임말로, 질병에 걸렸을 때 약정된 금액을 지불하는 정액 보상이 아니라 실제 발생 의료비용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정부의 언급대로 많게는 3년 만에 60%까지 보험료가 인상되는 등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폭등 문제는 심각하고, 무질서한 민간의료보험 시장에 대한 규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실손의료보험 시장을 규제하여 보험 가입자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함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실손보험상품에 대한 규제안들이 대체로 실효성이 없는데다 민간의료보험 업계가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왔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환자 정보 활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은 2000년대 초부터 정부와 보험업계가 꾸준히 추진해왔던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보인다.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 비판: 보험료 급등 문제 해결과 무관한 생색내기 대책 이번 대책은 크게 상품구조 개편과 보험금 지급심사 강화의 두 축으로 나뉜다. 그 중 상품구조 개편안은 실손의료보험 단독상품 출시 의무화, 보험료 갱신주기 단축, 보장내용 변경주기 현실화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보험사들에 해가 될 것도 없고 가입자에게 득이 될 것도 없는 생색내기 대책일 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실손의료보험 단독상품 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보험 가입 초기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가입자들이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내용을 파악하기 쉽게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른 보험상품의 특약 형태로 실손의료보험을 끼워팔기 하면서 발생되는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독상품 출시 의무화는 과도한 보험료 인상 문제의 해결과는 무관하다. 보험료 갱신주기 단축은 실손의료보험이 기존에 3년마다 갱신되던 것을 1년마다 갱신되도록 하자는 것인데 갱신주기가 3년이든 1년이든 가입자 입장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갱신주기가 아니라 보험료의 과도한 인상이기 때문이다. 보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험료 변동 폭이 높을 경우 사전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과 보험료 인상한도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어 있는데 모두 실효성 없는 대책이다. 실질적으로 보험사들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장내용 변경주기 현실화 안도 마찬가지다.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폭이 커서 고연령에서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대신 보장범위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가입하지 못하든, 보험에 가입해도 질병 범위가 협소하여 의료비를 보장받지 못하든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지금도 보험사들은 흔한 질병은 보장범위에서 제외하고 희귀한 질병들을 무더기로 포함시키는 등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이번 대책이 현실화되면 보험사들은 껍데기뿐인 보험 상품을 고연령의 가입자들에게 팔면서 또다시 폭리를 취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상품구조 개편안은 보험료의 과도한 인상 문제, 고연령에서 의료보험에 가입하기 힘든 문제 등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에 불과하다. 실손의료험 종합개선대책 비판: 보험자본에게 주는 선물, ‘심사권한 강화’ [%=사진1%] 이런 점에서 이번 대책의 핵심 내용은 상품구조 개편안이 아니라 보험금 지급심사 강화 방안, 그 중에서도 보험사가 비급여 의료비의 청구내용을 확인하는데 심평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책에서는 ‘(실손의료보험의) 지급보험금 비중이 큰 비급여 부분에 대한 관리·심사 부재’를 보험료 급등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보험사가 비급여 의료비의 청구내용을 확인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 심평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적 내용이다. 우선 보험사가 심평원을 활용하여 비급여 진료비의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및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추후 비급여 수가기준 마련 및 적정성 심사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비급여 진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의 강화와 실질적인 제도 운영의 담보, 나아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늘리려는 현재의 민간 중심 보건의료체계의 개혁을 통해서 달성해야 할 일이지 민간보험 회사에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이번 대책에서는 보험사에게 관리·감독 권한을 주면 보험료 인상이 억제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관리·감독을 통해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면 보험사가 알아서 보험료를 인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60%에도 훨씬 못 미치는 지급률로 지탄을 받고 있으면서도 3년 만에 60%가 넘는 보험료 인상을 단행하는 보험사들이 알아서 보험료를 인하할리 만무하다. 보험사들은 관리·감독 권한을 보험금 지급을 줄이고 가입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데에만 활용할 것이다. 비급여 의료비 확인 장치 마련 안은 보험자본의 이윤 추구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도와주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향후 건강보험공단의 의료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보험업계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비급여 가격의 적절한 통제 및 보험료 인상률 안정화 등을 명분으로 삼겠지만, 그 진정한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에 있다. 보험자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의료비 심사를 보험사가 직접 담당하고 의사의 의료 서비스 제공과 환자의 의료 정보 및 의료서비스 이용을 직접 통제하는 보험자본 중심의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종합개선’ 불가능한 실손의료보험, 폐지만이 해답이다 이번 개선대책으로 실손의료보험료 인상률을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험료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의 핵심 원인은 보험회사들의 이익추구인데, 이번 개선대책에는 이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규제책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보험자본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날개만 달아준 셈이다. 이번 대책이 발표되자 보험사들의 주가는 상승했고, 금융계에서도 보험업계에 손해될 것이 없는 대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 급등 원인은 보험사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 그 자체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매진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팽개치고, 의료시장화를 계속 해왔던 정부 정책에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도입 때부터 낸 보험료에 비해 실제 받게 되는 보험금이 낮고, 병력자, 장애인, 노인처럼 보험이 정작 필요한 사람은 가입을 거절하는 등 보험의 진정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판받아왔다. 또한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건강보험을 대체하고 민간보험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보험자본 전략의 일부다. 실손의료보험의 문제를 ‘종합개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민 건강의 미래를 민간보험회사에 맡겨서는 절대 안 된다. 정부는 기만적인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 대책을 철회하고, 정액형을 중심으로 민간의료보험을 제한하는 방식의 실질적 규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재추진하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계획과 전면적 의료민영화 계획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 첨부한 정세보고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박스1%]
주요 키워드 1.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의 갈등 : 보건복지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의협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와 한국노총 공공연맹 국민건강보험공단직장노동조합은 지난 22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비판함. 이후 31일 양 노조는 의협회관 앞에서 노환규 회장의 퇴진과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노환규 회장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함. 이어 3일 의협은 노조원 2명에 대한 맞고소를 실시. 2.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 : 23일 제약협회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려 43개 혁신형 제약사에 대한 신규 지원을 약속하고, 제약산업을 위한 R&D 비용 지원 등의 5대 과제를 밝히기도 함. 현직 대통령이 한국제약협회를 방문한 것은 처음으로, 이에 제약업계는 고무된 모습을 보이기도 함. 6일에는 제약관련 6개 단체장이 회동하여 정부에 요청할 사항과 실행해야 할 현안 등을 논의함. 3. 의약품 재분류 결과 발표 : 29일 504개 품목에 대한 의약품이 재분류되었음.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는 품목은 어린이 키미테 패취 등 262개 품목,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는 품목은 잔탁정 75mg 등 200개 품목, 동시분류 품목은 히알루론산나트륨 0.1%등 42개 품목임. 6월 7일 최초 분류안과 비교할 때 변경된 품목은 히알루론산나트륨 0.3%, 사전피임약, 긴급피임약(사후피임약) 등 3종임. 논란이 되었던 피임약의 경우 그간의 사용관행과 사회-문화적 여건을 고려해 현 분류체계를 유지하고, 논란이 되었던 부분들에 대한 대책을 추진하기로 함. 분류 전환에 따라 보험급여 적용이 달라지지는 않음.
주요 키워드 1.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 연구발표 :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현재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되어 있는 가입자를, 소득중심으로 단일화하여 건강보험 가입자로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힘. 현행 근로소득에 더해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80%가까이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5년간 37조원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밝힘 2.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영리병원/비영리병원 동시 설립 방안 검토 :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둘러싸고 동시 설립이 검토되고 있음. 혼합형 의료복합단지로 건립될 경우 외국계 영리법인이 건립하는 국제병원에는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고 건강보험 적용이 배제됨. 대신 비영리병원은 내국인 환자를 위주로 운영되고 건강보험이 적용됨. 그러나 이는 영리병원을 도입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시민단체 및 노동조합에서 반발하고 있음 3. 한국 BMS 노동조합 투쟁 : 한국 BMS 노동조합은 임금기준 명문화와 위장도급 불법파견 규탄 기자회견을 7일 한국 BMS 본사 앞에서 진행. 이 자리에는 다른 다국적제약기업 노조들이 참여했고, 제약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도 진행중. 현재 CSO관련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인데, 이에 대해 노동부에서 다음주에 결론이 나올 예정
전면적 의료민영화 재추진 계획, <고부가 서비스 발전방안> 철회하라! - 민간보험의 유인·알선 허용,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 영리병원 허용 반대한다! 지난 9월 5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성장동력 성과평가 보고대회에서 의료·교육·관광 등을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고부가 서비스 분야 발전방향 및 향후과제>(이하 고부가 서비스 발전 방안)이 발표되었다. 이중 의료 분야의 주요 내용은 그동안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쳐 진행시키지 못한 의료민영화 관련 법률 제·개정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추진 계획은 광범위하다. 먼저 보험업자의 해외환자 유치활동 허용과 유치업자의 숙박알선 및 항공권 구매 대행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11월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다. 또한 의료계의 반발로 좌초된 건강관리서비스 법제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법 개정을 하반기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송도 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할 의지를 다시 한 번 표명했다. 민간보험의 환자 유인 알선 허용은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민간보험 활성화 계획이 구체화 되고 있다. 이미 전 국민의 60% 이상이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고, 그 중 실손형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절반에 달하지만 민간의료보험의 이윤추구를 위한 계획은 끝나지 않았다. 민간의료보험이 목표하는 다음 단계는 병원과 직접 연계하고, 병원의 진료 행위를 심사하는 등 병원을 통제하는 권한을 가져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식 민간의료보험처럼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지난 8월 30일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과 이번 <고부가 서비스 발전방안>은 민간보험자본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은 민간보험이 청구된 의료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활용해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고부가 서비스 발전방안>은 의료법 개정을 통해 민간의료보험 회사의 환자 유치 활동을 허용하려고 한다. 환자 유치 활동이 가능해지면 민간의료보험 회사와 병원이 서로 계약을 맺고, 보험 회사는 환자에게 병원을 알선해주면서 병원의 진료비를 협상할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미국의 사례처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의학적 판단에 근거하는 게 아니라 민간의료보험 회사의 방침에 복종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비록 이번 개정안에는 ‘해외’ 환자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송도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법 개정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해외’라는 단어 하나만 없애는 등의 편법으로 결국 전 국민에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되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확대된 민간의료보험은 결국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과 경쟁하게 될 것이며 곧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건강생활서비스 법제화와 원격의료 허용은 예방·건강증진마저 재벌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려는 계획이다 건강생활서비스법은 지난 2010년 시도되었으나 시민사회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이름만 바꿔서 다시 추진하는 법안이다.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상담 및 교육, 영양 및 운동 프로그램, 건강상태 모니터링을 건강생활서비스로 정의하고, 이를 새롭게 제도화·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는 법안도 역시 18대 국회에서 무산되었던 것을 다시 추진하려고 한다. 정부와 자본은 ‘유헬스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의료기기, 정보통신, 대형병원, 민간의료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자본이 결합되어 예방, 건강증진 서비스를 상품화하는 더 넓은 범위의 의료민영화를 계획하고 있다.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은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사회적 권리다. 이것을 산업으로 보고 민간기관이 운영하게 하면 이에 대한 비용은 전적으로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므로 이는 민간보험회사들의 이윤 창출 시장이 된다. 게다가 미국처럼 민간보험회사들은 보험 상품에 건강관리서비스를 포함해 판매하거나 직접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또한 대형재벌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가속화 해 보건의료체계를 더 무질서하게 만들고, 지역·계층 간 의료불평등을 확대 시킬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가 원격 진료를 통해 대형재벌병원과 연계되면 민간의료보험회사-대형병원-민간영리기업(건강관리서비스회사)을 잇는 거대 의료자본이 탄생할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헬스케어 3.0’ 보고서는 건강증진을 신사업기회로 보면서 유헬스 산업화를 추진하는 재벌의 계획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의료의 허용은 삼성과 같은 재벌의 계획에 종속된 또다른 의료민영화이다. 송도영리병원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 <고부가 서비스 발전방안>에서 정부는 올해 말까지 송도국제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법령정비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정된 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송도국제병원은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고, 내국인 의사를 90%까지 고용할 수 있게 된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위치할 뿐, 사실상 정부는 국내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무상의료 운동본부 등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히자 현재 인천시는 내국인을 상대로 비영리로 운영하고, 외국인에 대해서는 영리병원 형태로 운영하는 혼합형 비영리병원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혼합형 비영리병원 역시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다. 애초에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에서는 내국인 진료가 불가능한 조항이 삽입되어 있었지만 법 개정을 통해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한 번에 바꾸어 버렸던 전례와 마찬가지다. 이미 질도 나쁘고 의료비만 상승시키는 것으로 판명이 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건강불평등 확대하는 의료민영화 정책 재추진을 당장 중단하라! 이명박 정부는 민중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임기 말까지 의료민영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고부가 서비스 발전방안>은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재벌과 경제관료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료민영화는 누구나 건강한 세상을 위한 대안적 보건의료체계와는 상반되는 길임을 민중들은 이미 알고 있다. 민중의 건강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재벌과 경제관료 규탄한다! 정부는 민중의 요구를 거스르는 의료민영화 전면 재추진 계획을 당장 중단하라! 2012. 9. 13 사회진보연대
제3차 민중건강총회와 보건의료운동의 세계적 관점 7월 6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제3차 민중건강총회(People’s Health Assembly 3)가 개최되었다. 2005년 7월 에콰도르 쿠엥카에서 열린 2차 총회 이후 7년 만에 열린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90여 개 국가에서 800명이 넘는 보건의료 및 건강부문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바로 지금 모두에게 건강을’이라는 구호 아래 6일간 전체토론과 부분토론, 수백 개의 워크숍이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날에는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호소문을 채택하여 발표하고 케이프타운 시내를 행진하는 것으로 전체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민중건강총회의 시작과 현재 민중건강총회는 가시화된 보건의료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중이 주도하는 대안적 보건의료를 모색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78년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 공동주최로 열린 ‘일차의료에 대한 국제회의’에서 ‘2000년까지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요약되는 알마아타 선언이 채택되었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조인했다. 이 선언문은 건강을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사람들이 가능한 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민중과 지역사회가 참여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일차 보건의료 중심의 사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를 거치면서 중심부 국가들은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보편적 보건의료가 아닌 시장 지향적 의료개혁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초민족자본에게 보건의료개혁의 주도권을 부여함으로써 보건의료에 대한 민중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했다. 이에 알마아타 선언의 이념을 복원하고 보건의료에 대한 민중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1998년 세계건강총회(세계 각국의 보건부 장관들이 모여 건강정책을 논의하는 WHO 개최 회의)의 개최를 계기로 각국의 보건의료관련 사회운동세력이 집결하는 세계보건의료운동의 세력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2년여의 논의와 준비 결과 2000년 12월 방글라데시에서 제1차 민중건강총회가 개최되었다. 총회에는 90여 개국 1400여 명이 참여하였으며, 알마아타 선언의 이념을 현실화할 것을 요구하는 민중건강헌장(People’s Charter For Health)을 채택했다. 제1차 민중건강총회의 준비 및 개최 과정의 성과로 민중건강운동(People’s Health Movement)이라는 국제연대체가 조직되었다. 민중건강운동은 세계적 차원의 보건의료운동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민중건강총회를 조직,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다. 2002년에는 제2차 세계사회포럼의 사전 행사로 ‘민중의 건강을 방어하기 위한 국제포럼’을 개최하였으며, 2004년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부터는 ‘건강을 위한 세계사회포럼’을 조직하면서 민중건강운동은 대안세계화운동의 일부로 자신을 규정하였다. 2차 민중건강총회는 2005년 7월 에콰도르에서 개최되었으며, ‘바로 지금 모두에게 건강을’이라는 1차 총회의 슬로건을 바탕으로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의 폐지, 세계보건기구의 개혁,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등을 요구했다. 또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대중의 발언과 요구를 지원하고, 각국의 보건의료운동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민중건강대학(International People’s Health University)이 설립되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올해 제3차 민중건강총회가 열린 것이다. 총회의 주요 참가국은 주변부 국가였으며 특히 총인원의 30% 이상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참가했다. 참가 단체는 NGO, 지역사회기반 조직, 노동조합, 전문직연합 등의 사회단체들과 각국 정부, 정부간 기구, 학술기관 등으로 이루어졌다. 제3차 민중건강총회 제3차 민중건강총회 및 연관된 활동들은 다음과 같은 목표 하에 이루어진다. 1) 건강과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요소에 대해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토대를 만든다. 2) ‘모두를 위한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전 세계의 활동가들 간 학습과 교류를 통하여 연대를 강화하고 공유를 촉진한다. 3)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개입하기 위한 조직화된 활동을 만들어내고 건강과 보건의료에의 보편적이고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구조와 원동력을 만든다. 4) 정책을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정책 실현을 감시하고 추동하며, 보건의료체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보건의료의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을 위한 생산적 대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대한 시민사회와 활동가의 역량을 강화한다. 5) 활동 및 그 경과에 대한 성찰, 그리고 필요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의 계획과 공고화를 통해 민중건강운동을 더욱 강화한다. 6) 우리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활동가들이 ‘모두를 위한, 더 공정하고 더 나은 건강’을 위해 투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 7) 전 세계 보건의료 및 건강부문 활동가들의 성취와 업적을 확인한다. 매일 하나의 주제로 진행된 전체토론에서는 세계적 관점에서의 건강의 정치적경제적 배경, 건강을 파괴하거나 향상시키는 사회적물리적 환경, 보편적 보장과 평등이 보장되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보건의료체계, 건강운동의 실천전략 등을 주제로 전 세계의 보건의료 활동가들이 보건의료체계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공유하고 건강을 파괴하거나 향상시키는 여러 요인들에 대해 분석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실천 방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부분토론은 전체토론의 내용을 보충하거나 보완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자체적으로 조직된 워크숍들은 각종 주제들에 대해 공통된 관심을 가진 여러 단체들이 교류하며 협력의 길을 모색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또한 총회 기간 동안 다큐멘터리전과 사진전이 계속되었으며 저녁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도 열렸다. 마지막 날에는 호소문이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호소문의 주요 내용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금융, 생태 및 식량 위기와 그 위기를 넘어서 평등한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구성되었다. 이어서 열린 케이프타운 시내 행진은 노래, 춤, 구호 등이 어우러졌으며 각 사안별 부문별 홍보도 진행되었다. 민중건강헌장과 케이프타운 호소문 2000년 제1차 민중건강총회를 통해 채택된 민중건강헌장은 보건의료 및 건강에 대한 민중건강총회와 민중건강운동의 기본이념을 담고 있다. 헌장은 건강을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로 규정하고, 건강 위기의 핵심적 원인으로 세계화와 정치적경제적 억압을 지목한다. 따라서 건강의 실현을 위해서 불평등빈곤착취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의 개선과 건강을 위협하는 핵심 세력인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과 같은 국제기구와 초민족자본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의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구체적 방안으로 지적재산권체제의 변혁, 빈곤국가의 외채삭감,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기적 이동을 규제하는 토빈세 도입, 여성해방과 여성권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 의료 및 지역개발에 대한 민중의 참여, 빈곤해결을 위한 민족적국제적 지원 등을 요구하며, 동시에 지불능력과 무관하게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일차 보건의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의 구축을 위한 행동계획을 제출한다.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열린 이번 제3차 민중건강총회에서는 케이프타운 호소문을 통해 건강 위기의 원인에 대한 더 진전된 인식이 제시된다. 호소문은 국가 내부 혹은, 국가들 간의 건강불평등을 건강의 위기로 사고하고, 이것이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모델로 드러나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한다. 또 호소문은 신자유주의는 불공정하고 비대칭적인 세계경제의 통합, 실물경제에서 벗어난 규제받지 않는 금융자본의 극적인 팽창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증가시켰다고 주장하며,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들이 취한 긴축정책은 보건의료와 복지에 대한 지출의 감축을 초래하였을 뿐 아니라 위기를 불러온 신자유주의적 경제 모델을 강화했으며, 금융자본가 계급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호소문에서 제시하는 대안 역시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영역으로 확장된다. 호소문은 돈의 액수에 따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개인에게 공평한 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제기구의 개혁이라는 대안에서 더 나아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소비, 대안적 무역협정과 금융협정, 노동자 관리기업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요구한다. 보건의료체계에 대해서도 더욱 구체적인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는데, 보건의료체계가 보편적, 통합적, 포괄적이고 성 인지적이며 청소년에게 친화적이며 무상으로 제공되는 일차의료서비스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적 보건의료체계의 상에는 적절하고 충분한 공공재정의 확보, 보건의료 인력의 국외 유출 차단, 대중의 참여 보장, 생태학적 원칙 및 실천과 양립 가능한 보건의료체계 등도 포함된다. 특히 호소문은 보편적 건강보장이 책임성 있는 공공적 공급체계와 분리되어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천계획으로 민중건강총회가 제시하는 방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치·기업·금융 엘리트들로부터 권력을 쟁취할 수 있는 민중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 폭넓은 사회운동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중건강운동은 세계 각지에 지역모임을 건설하고 확장함과 동시에 진보적이고 변혁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건설할 것을 천명한다. 두 번째는 대안적 비전, 분석과 담론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 수단으로 민중건강운동은 <세계건강감시>(Global Health Watch)를 활용하여 세계의 건강 현황에 대한 대안적이고 진보적인 분석을 수행할 것, 대중교육과 역량강화, 주체화의 수단으로서 국제민중건강대학의 활동 영역을 확장시킬 것을 제시한다. 신자유주의와 보건의료의 위기, 문제의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적 보건의료의 위기는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내, 국가간 건강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의료비용의 상승은 의료사유화 정책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건강권이라는 개념은 수사적으로만 사용되며 실제로는 의료시장의 이윤을 위해 부차화되고 있다. 이러한 보건의료의 위기는 식량, 생태, 경제, 정치적 위기를 포함하는 신자유주의의 위기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위기에 대한 인식과 분석을 통해서만 보건의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민중건강총회에서 제시한 대안은 새로운 경제 환경과 경제 시스템, 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정치적경제적 결정기구들, 세계건강기구의 개혁과 공정한 보건의료체계의 통합적인 변화를 포괄한다. 이러한 대안은 어느 한 단위, 어느 한 지역에서의 단발적인 투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국가, 지역의 보건의료 활동가들이 함께 연대하면서 세계적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보건의료 및 건강운동의 국제연대를 현실화하고 있는 유의미한 활동으로서 민중건강운동과 민중건강총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케이프타운 호소문은 남한 보건의료운동의 쟁점과 과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민중건강총회는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들이 겪고 있는 건강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폭넓은 운동들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위기 속에서 보편적 건강보장이라는 개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상품화된 보건의료 시스템 하에서는 보편적 건강보장이 달성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호소문은 보편적인 의료보장은 반드시 책임성 있는 공공적 공급체계의 구축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호소문에는 민중건강운동에 새로 합류하고 제3차 민중건강총회를 주최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초민족적 법인기업이 토착민을 쫓아내고, 식량위기로 인한 기아와 영양실조가 원조, 구호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 등에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민중건강총회는 대안적 사회에 대한 명확한 상이 부재한 채 다양한 영역의 운동세력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활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계적이다. 케이프타운 호소문을 보더라도 새로운 경제학과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전략에 있어서는 UN 기구들의 활용, 세계보건기구의 권한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새로운 경제시스템,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구체적인 조건을 묘사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운동의 전략과 이념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민중건강총회가 다양한 조건과 지향을 가진 여러 운동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객관적 조건으로부터 비롯되는 한계일 것이다. 민중건강총회는 대안적 보건의료운동의 흐름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시키려는 활동가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이 운동은 대안세계화 운동과 결합하면서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아래로부터의 세계적 보건의료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보건의료에 대한 민중의 자기결정을 강조하면서 자본주의적 보건의료 자체를 건강권이 보장되도록 변혁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의 보건의료운동 역시 민중건강운동의 문제의식을 참고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각국의 보건의료에 끼치는 영향을 공유하고, 신자유주의에 맞서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 세계 민중의 연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영리병원 완성기 2002년 11월 김대중 정부가 국회에서 통과시킨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은 한국에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외국인전용의료기관’의 설립 토대를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전용의료기관’을 ‘외국의료기관’으로 명칭을 바꾸며 내국인 진료의 길을 닦았고,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영리병원은 설립요건, 허가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법제도 미비와 사회운동 진영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어왔다. 영리병원을 현실화하기 위해 인수위 시절부터 찬성 입장을 밝혔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2008년 촛불정국의 여파로 의료민영화의 뜻을 잠시 감추었지만, 그 해 10월 황우여 의원의 대표 발의로 다시금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이 반대여론에 부딪혀 여의치 않자 2012년 4월 ‘의회를 통한 법 개정’이 아니라 ‘국무회의를 통한 시행령 및 규칙 개정’으로 설립요건, 허가절차 등을 완비했다. 그렇게 지난 10년 간 세 정부를 거치며 노동자민중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영리병원은 대중의 통제로부터 멀어지며 완성됐다. 영리병원을 향한 인천시의 꾸준한 구애 2003년 8월 11일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특징 때문에 영리병원의 수익성이 보장되는 최적의 입지로 손꼽힌다. 인천시는 송도에 첫 외국 영리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2005년 미국 유명 종합병원인 뉴욕장로교병원(NYP)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국내 협력병원으로 세브란스병원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포문을 연다. 하지만 뉴욕장로교병원(NYP) 측은 과도한 로열티 요구와 재원조달 실패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하고, 계획은 무위로 돌아간다. 이후에도 인천시의 영리병원을 향한 구애는 계속된다. 2009년 11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서울대병원과 송도국제병원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10년 9월에는 연세의료원과 ‘연세대 세브란스 국제병원’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영리병원을 향한 시도들이 이어졌다. 현재 인천시는 2011년 3월 우선협상대상자인 ISIH(Incheion Songdo International Hospital) 컨소시엄을 재무적 투자자로 선정하고 있고, 송도국제병원이 세워지면 ‘ISIH컨소시엄 투자-존스홉킨즈·서울대병원 운영’ 체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안 해본 것 빼고 다 해본 지역운동의 경험, 송도영리병원 투쟁 인천지역에서 영리병원 반대투쟁은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서울대 병원과의 MOU 체결, 미국 도시개발전문기업인 코디시(Cordish Development, LLC)와의 MOU 체결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의 영리병원 강행 발언들이 쏟아지던 2009년, 2010년부터 점점 달아올라 2011년 인천시가 ISIH 컨소시엄을 재무적 투자자로 선정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붙는다. 지난 약 2년 동안 인천지역운동은 송도영리병원 투쟁에 많은 역량을 쏟아 부었다. 우스갯소리로 안 해본 투쟁 빼고 다해봤다고 할 수도 있겠다. 언론기고를 시작으로 1인 시위, 기자회견, 대시민 서명전 및 선전전, 보건복지부 시행령 의견서 조직, 공동교육, 토론회, 촛불문화제, 인천경제자유구역 토론회 기습 피켓팅, 인천시의원 및 송영길 시장 면담 투쟁, 단체 티셔츠 제작, 자전거 대행진, 천막농성 등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벌여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등반대회,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을 위한 간담회, 인천시청 앞 끝장 농성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 송도영리병원 투쟁은 2011 민중대회, 2012 노동절, 2012 총파업 결의대회 등 지역 주요 집회에서 핵심 요구사항으로써 지역 투쟁의 제1과제가 되었다. 또한 지역운동의 긴장감을 높이는 촉매 역할도 하고 있다. 송도영리병원 저지 투쟁이 인천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현재 영리병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제주를 비롯하여 전국 6곳의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갈 중차대한 사안임을 공히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많은 단위들이 의견을 교류하고, 논쟁하면서 지역운동의 구심점을 만들기 위한 계기가 된 점은 소중한 성과일 것이다. 영리병원 반대 투쟁에서 송영길 시장이란? 지난 10년 간 논란이 된 영리병원 설립의 열쇠는 현재 송영길 시장이 쥐고 있다. 그는 송도국제병원 설립 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부지를 매각하거나 개발한 수익금 3,000억 원을 차관으로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또한 독단적으로 송도국제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밀어붙여왔고, 현재는 ‘외국인전용 영리병원-내국인전용 비영리병원’이라는 형태로 어떻게든 영리병원 1호를 인천에 세워 공공의료체계에 균열을 만들려는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임명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의 투쟁은 대시민 여론 작업과 송영길 시장 압박에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하지만 그는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말을 아껴왔다. 일각에서는 재정지원 문제로 중앙정부와 얽혀 대선 전에는 입장 발표가 어려운 송영길 시장의 정치적 포지션을 고려한 전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지역 내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송영길 시장의 행보에 투쟁이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 송영길 시장이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에 합의하며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노선이 신자유주의 반대로 변했다고 과신하거나, 실용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그가 6년 전 열린우리당 한미FTA특별위원회 위원장 시절, 공식 토론회에서 차기 총선 낙선까지도 불사하며 FTA를 통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편입에 한국 경제의 명운을 걸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가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2008년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등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에 공동발의자로 명단을 올렸던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게다가 한미FTA 의회 통과가 목전에 있던 지난해 11월 한미FTA 반대 운동이 고조되던 시점에 ‘민주당의 책임 있는 정치’운운하며 ‘한미FTA 협의 처리’를 촉구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신자유주의 정책 중 한 가지인 ‘영리병원’에 대한 송영길 시장의 입장은 ‘원칙적 찬성-정세적(?) 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도영리병원 투쟁 승리를 계기로 지역운동의 혁신과 재건을 도모하자! 인천지역에서는 정치적 격변기인 대선을 전후로 영리병원 문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대부분 예상하고 있다. 송도영리병원에 대한 열쇠는 송영길 시장이 쥐고 있지만, 그 열쇠로 영리병원의 문을 열 것인지, 닫을 것인지는 투쟁하는 민중들의 손에 달려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때이다. 다행히 인천지역에서는 ‘대선 전 송영길 시장 영리병원 반대 입장 발표’를 기조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영리병원 문제는 전국적인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인 동시에 인천지역 운동역량의 점검과 2012년 이후 투쟁 태세 형성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길게는 10년 간 지속된 경제자유구역 반대 투쟁, 짧게는 2-3년 된 영리병원 투쟁의 성과가 유실되지 않도록 그리고 지역운동의 혁신과 재건의 기회가 되도록 힘있는 지역 연대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