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계’를 표방한 <프라하 선언>(2009년 4월)은 많은 사람들을 기대에 부풀게 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대량살상무기 반확산 정책을 고수했던 부시 행정부와는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 같았다.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할 수 있는 추가 협정 논의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희망은 더욱 커졌다. 오랜 세월 지지부진했던 핵 강국의 군축 조치를 통해 진정 ‘핵 없는 세계’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선언과는 달리 미국의 핵전략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지난 4월 발표된 미국의 2010년 <핵태세검토 보고서>, 워싱턴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본 미국의 태도는 ‘핵 없는 세계’를 위한 변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이완된 핵 통제 질서를 다잡기 위한 제스처에 가깝다. 평화를 위한 원자력과 NPT 원자력의 상업적 이용은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핵무기 개발에 뛰어 들었고, 1949년 소련에 이어 1952년에는 영국까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1953년 ‘평화를 위한 원자력’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 원자력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이를 감시하여 무기 제조를 방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원자력 발전은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고안된 에너지원이 아니라 ‘핵무기 보유국의 증가’라는 핵무기의 ‘수평적 확산’을 막기 위한 일종의 타협안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핵보유국들의 의도를 국제적으로 보증한 것이 바로 <핵비확산조약>(NPT)이다. NPT는 핵보유국들이 보유한 핵무기를 줄여나가고(핵군축), 핵보유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비보유국)에 핵무기 및 관련 기술을 넘겨주는 것을 금지하는 것과 동시에 비보유국은 핵무기 보유 시도를 하지 않으며(수평적 확산의 금지), 평화적 원자력 활동을 위해 함께 협력한다는 것(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주요 내용으로 1970년 5월 출발했다. 그러나 NPT체제는 핵무기의 수직적 확산(핵보유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수적/질적 개량)에는 아무런 제어 효과가 없고 비보유국의 비확산 의무만 강조되는 불평등한 조약(심지어는 의결에서조차 핵보유국은 비토권을 지닌다. 조약 개정 절차를 명시한 NPT 8조 2항은 당사국 과반수 찬성의 전제로 핵보유국 전체의 찬성을 명시하고 있다)이었다. 또한 핵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안전보장’ 역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해 NPT체제는 처음부터 불안정한 것이었다. 결국 냉전이 끝난 후에도 핵보유국들의 핵경쟁은 지속되었고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이란, 이라크, 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한국, 북한 등의 핵보유 시도는 계속 확대되었다. NPT 평가회의 NPT는 발효 5년이 되는 해부터 평가회의를 통해 각 조항별 이행을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NPT 당사국들은 1975년부터 매 5년마다 핵비확산 의무, 핵군축 상황 그리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조약의 주요 구성요소별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또 조약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검토하고 있다. NPT 평가회의의 역사는 NPT 체제에 내재된 불평등과 불안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NPT 조약은 발효 25년이 되는 1995년에 조약을 무기한, 혹은 일정 기간 연장할지 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NPT 평가회의의 역사를 서술의 편의상 연장을 결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한다. 1975년~1990년 NPT 평가회의는 1975년 5월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당시 96개 당사국 중에서 58개국이 참가했으며, 비당사국이었던 아르헨티나, 브라질, 이스라엘 등도 참관 자격으로 참가했다. 비보유국들은 핵보유국들이 약속한 핵무기 감축과 폐기, 핵실험 중지 등 군축의무 이행에 진전이 없으며, 미소 양국이 오히려 핵군비를 증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과 소련은 <전략무기감축협정>(SALT)과 <심해저조약>(SBT) 등을 실적으로 내세우면서 비보유국의 비확산 의무가 충실히 이행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1980년 평가회의에서는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었다. <77그룹>(UN 내의 개발도상국 연합으로, 1963년 76개 국가들의 대 선진국 협상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비공식 모임으로 출발했다)은 핵보유국들이 보유한 핵무기의 숫자와 폭발 실험 횟수가 증가한 현실을 비판하며 SALT2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또한 NPT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기보다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1980년 평가회의는 핵군축과 비보유국의 안전보장 문제에 대한 심각한 의견 대립으로 1985년에 3차 평가회의를 개최한다는 것만 확인하고, 평가회의의 성과를 보여주는 최종선언문조차 채택하지 못한 채 폐막된다. 1990년에 열린 4차 평가회의에서는 1985년 2월 NPT에 가입한 북한이 처음으로 본회의에 참가했다. 비동맹그룹을 중심으로 한 비보유국들은 1995년으로 예정된 ‘NPT 연장 결정’과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 체결을 연계시키려했으나 핵보유국들은 별개의 사안이라 맞섰다. 결국 관련국들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최종선언문 채택에 실패했다. 1995년 NPT 연장회의 NPT의 연장을 결정하는 1995년 평가회의에는 당시 178개 당사국 중 175개국이 참가했고, 10개 국가와 8개 정부간 기구(UN, IAEA, EC 등) 및 195개 NGO가 참관 자격으로 참가했다. 1995년 평가회의는 NPT 체제의 분수령이었다. 핵보유국들의 군축 의무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소극적 안전보장’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았다. 게다가 1974년 인도의 핵실험과 1994년 이른바 ‘1차 북핵위기’는 비보유국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NPT를 얼마나 연장할 것인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NPT 체제 자체의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결국 ‘1차 북핵위기’는 제네바합의를 통해 봉합되고, 핵보유국들은 CTBT에 합의하게 된다. 평가회의에서는 핵보유국의 군축 의무를 규정한 NPT 6조가 완전히 이행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와 함께 NPT 무기한 연장이 결정되었다. 비보유국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달래는 수준에서 위기가 봉합된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핵군축 일정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선언문은 채택되지 못했다. 이후 NPT 체제의 불안정성은 해결되지 않았다. 핵보유국의 군축 의무 이행은 지지부진했다. 1999년 미국은 CTBT의 의회비준을 거부했으며, 미사일방어망 계획을 추진하면서 핵 경쟁을 부추겼다. 인도의 추가 핵실험에 이어 파키스탄도 핵실험 대열에 합류하면서 비보유국들을 자극했다. 2005년 평가회의에서는 비보유국들의 불만이 극적으로 터져 나왔다. 비보유국들은 1995년과 2000년에 약속한 핵보유국의 핵군축 이행을 요구했고, 이란을 비롯한 비동맹 국가들은 소극적 안전보장의 명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9/11 테러를 이유로 핵 확산 차단만을 강조했다. 미국은 NPT의 비확산 의무 이행 강화와 이란 등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속적인 사찰, 북한과 이란, 리비아에 민감한 원자력 기술을 제공한 국제 밀매조직에 대한 조사 등을 요구했다. 또한 소극적 안전보장 명시를 거부하고, 2000년 평가회의에서 제시된 ‘13단계 핵군축 프로그램’에 대한 강제적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결국 회의 개막 후 의제 설정도 못한 채 10여 일을 허비하다 핵군축, 핵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3개 의제에 대한 분야별 합의를 시도했으나 참여국 간 첨예한 입장 대립으로 협상을 포기하게 되었다. 미국의 전략 핵보유국의 ‘핵무기 감축 의무’와 비보유국의 ‘비확산 의무’는 NPT 체제의 두 축이다. 그러나 NPT 체제에는 핵보유국의 군축 의무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IAEA의 안전조치, UN의 경제 제재 등으로 비보유국의 비확산 의무만이 강제될 뿐이다. 결국 NPT 체제는 절멸의 무기를 바탕으로 핵보유국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할 뿐이다. 2005년 평가회의의 파행 후 ‘NPT 무용론’이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다른 비보유국들의 이탈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NPT 체제가 붕괴할 경우 핵보유국의 독점적 지위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다. 산업용 원자력 기술의 핵무기 전용은 인도의 핵실험으로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되었고, 인류의 눈앞에 핵무기의 공포가 등장한 이후 반세기가 넘게 지난 지금 수많은 국가가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971년 인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부토 총리가 ‘온 국민이 풀만 먹는 한이 있더라도 핵폭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파키스탄처럼, 지금과 같은 절대적 전력 차이는 수많은 국가들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절멸의 무기 개발 경쟁에 뛰어들게 만드는 유인이 된다. 강대국들이 압도적인 군사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진행한 전쟁과 학살은 결국 절멸의 무기라는 부메랑을 타고 되돌아온다. 이러한 조건에서 미국의 핵전략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강력한 비확산 체제의 유지 따라서 비보유국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강력한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에 필수적인 과제가 된다. 미국이 핵무기와 핵테러의 확산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로 다루는 맥락이 여기에 있다. 지난 4월 13일, ‘핵안보정상회의’의 결과로서 발표된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공동성명>은 핵 테러리즘이 국제 안보에 가장 도전적인 위협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강력한 핵 안보 조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최근 발표된 미국의 2010년 <핵태세검토 보고서>(NPR)가 ‘핵 확산과 핵 테러리즘의 차단’을 ‘핵심 계획’으로 지목한 것과 동일하다. 이번 NPR을 통해 미국은 북한과 이란의 핵 의욕을 좌절시키고 IAEA 안전조치를 강화하며, 핵 물질 밀거래를 차단하고 NPT 의무 위반 국가들에 대해 조치를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북한과 이란 같은 이탈세력(outlier)에 대한 압박을 통해 NPT 체제로부터의 추가적인 이탈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상징적 수준의 핵군축 다음으로 핵군축 부분을 보자. 지난 4월 미국과 러시아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체결했다. 협정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는 보유하고 있는 전략탄두를 1,500-1,675개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양대 핵보유국의 협상으로 핵군축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2012년을 목표 시한으로 설정하고 있는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에 제시된 감축 목표(1,700-2,200개)와 비교했을 때 그리 큰 감축은 아니다. 또한 이번 협정의 핵탄두 계산법에 따라 실제 핵전력의 축소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은 이번 협정의 탄두 계산법이 핵무기를 탑재한 핵폭격기 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핵폭격기 수만 줄이면 탑재된 핵탄두 모두 감축된 것으로 계산하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유사시에 신속 배치할 수 있는 능력만 확보한다면, 사실상 단 한 개의 핵탄두의 ‘폐기’ 없이도 목표치 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핵전력 축소로 인한 전력 누수를 막기 위해 장거리 폭격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의 ‘3원 전략 핵전력’은 유지하며, 미국의 미사일 방어와 재래식 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미사일 방어망의 지속적인 추진과 재래식 전력의 증강 가능성 또한 열어두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비보유국에 대한 안전보장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소극적 안전보장’은 핵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NPT에 가입한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핵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비보유국들이 소극적 안전보장의 명문화나 별도의 국제 협약 체결을 요구했으나, 핵보유국들은 NPT 의무 준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소극적 안전보장’은 오래도록 갈등적 쟁점이 되어왔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2010 NPR 발표 후 나온 언론 보도들이 대부분 ‘소극적 안전보장’에 관한 명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그동안 미국이 취해 왔던 태도를 바꾼 것이라 보기는 힘들며 일종의 ‘명분 쌓기’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오랫동안 소극적 안전보장을 요구해 온 비보유국들을 NPT 체제에 묶어 두기 위한 유인책인 것이다. 실제 미국은 1978년 제1차 군축특별총회, 1995년 NPT 연장회의 등을 앞두고 소극적 안전보장에 대해 상징적 수준의 선언을 했지만, 구체적 형태로 추진한 바는 없다. 이는 미국이 ‘핵무기 선제 사용’ 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한된 조건‘ 내에서 ’핵무기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간 미국이 고수해온 입장이다. 2010 NPT 평가회의에 주목한다 지난 해 4월 ‘프라하 선언’에서부터 최근의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까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드라이브는 핵군축과 비확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처럼 비쳤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느슨해진 NPT체제를 추스르기 위해 그동안 비보유국들이 주장해 온 내용을 상징적 수준에서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할 뿐이다. 오히려 이를 빌미로 핵보유국들의 독점적 지위를 재확립하고, 군사적 패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강력한 타격 능력의 유지, 강제력을 띤 차단 조치, 고립과 제재는 결코 핵무기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NPT의 역사를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행하고 있는 학살과 이에 대항한 테러, 그리고 이어지는 보복 공격과 또 다른 테러라는 죽음의 사슬처럼, 군사력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절멸의 무기에 대한 유혹은 커지게 된다. 2010년 NPT 평가회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평가회의에서는 2000년에 합의된 ‘13개 핵군축실질조치’에 대한 평가와 미국-러시아의 핵군축 상황, 핵무기 비확산과 핵물질에 대한 국제적 통제 방안, NPT 탈퇴 절차 강화 등의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여기에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가 중심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과 러시아는 'New START'와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성과로 내세우며 강력한 확산 차단 정책과 이탈 세력에 대한 제재 방안을 추진해 갈 것이다. 동어반복이지만 ‘핵 없는 세계’는 핵이 ‘없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핵 자체를 폐기하지 않고서는 핵 확산을 차단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압도적 핵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핵보유국들의 적극적인 군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절멸의 공포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절멸의 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자위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결국 절멸의 공포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출발점임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의 ‘원전 세일즈’나, 테러 대응만을 논의하는 핵안보정상회의 유치는 세계적 핵폐기 운동에 역행하는 조치일 뿐이다. 인류 전체의 생명을 담보로 위태롭게 지속되고 있는 죽음의 경쟁을 멈추기 위한 민중의 교류와 연대의 확장이 필요하다. 이번 NPT 평가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 반핵평화활동가들이 뉴욕에 모인다. 세계 300여 조직들이 함께 4월 30일-5월 1일 국제회의와 5월 2일 국제 행동의 날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미국의 핵 정책의 문제점을 알려내고, 민중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힘찬 움직임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차기 핵안보정상회의가 2012년 서울에서 개최된다. 벌써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NPT 체제로 복귀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결국 2012년의 핵안보정상회의는 한반도의 평화와 핵문제에 있어 결절점이 될 것이다. 진정 ‘핵 없는 세계’를 향한 반전평화운동 진영의 장기적인 전망과 행동이 필요한 시기다. [%=박스1%]
오바마 정부의 2010년 핵태세검토 보고서 분석 지난 4월 6일 미국 오바마 정부의 2010년 <핵태세검토 보고서>(NPR)가 발표되었다. NPR은 발간시점에서 향후 5-10년간 유지될 미국 핵정책과 전략 수립, 목표 능력과 전력태세를 제시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전략과 핵억지력, 비확산, 핵군축 등 핵에 관련된 기본 입장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초강대국 미국의 핵태세검토가 전 세계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이번 NPR이 주목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표방한 ‘핵 없는 세계’를 위해 미국이 실제 어떠한 태도 변화를 보이는지를 알 수 있는 첫 판단점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프라하 선언과 미국-러시아의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신START), 핵안보정상회의, 그리고 <핵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핵 군축과 평화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와 달리 이번 NPR의 내용이 그리 혁신적이라 평가하기는 힘들다. ‘핵 선제 공격’ 옵션의 유지나, 강력한 차단 조치, 미사일 방어망 유지 등, ‘핵 없는 세계’를 위한 변화라기보다는 오히려 NPT 체제의 이완과 이로 인한 이탈 세력(북한, 이란 등)을 관리하면서 NPT 체제를 유지하려는 제스처에 가깝다. 2010년 NPR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냉전 이후 미국의 NPR 발표는 1994년과 200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NPR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NPR에서 ‘핵심 계획’으로 설정한 핵 확산과 핵 테러리즘의 차단이다. 이를 위해 IAEA의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에너지부의 비확산 프로그램 예산을 27억 달러까지 증액할 것을 요청한다. 또한 핵 물질 밀수의 탐지/차단 능력을 강화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확보/사용하려는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거나 허용하는 행위자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청한다. 둘째, 미국의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 축소다.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보유국들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을 명시했으며,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한 핵 선제 공격 옵션을 유지했다. 셋째, 전략적 억지력과 안정성 유지다. 미-러의 신START 등으로 인한 핵전력 축소를 대체하기 위해 ‘3원 전략 핵전력’(전략 폭격기, 지상 발사 핵무기, 잠수함 발사 핵무기)을 유지하고, 미사일 방어나 재래식 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한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 넷째, 지역 방어와 미국의 동맹국이나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보장 강화다. 이를 위해 재래식 전력, 지역 미사일 방어망, 대 WMD 능력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요청한다. 또한 핵심 지역의 안보를 위해 핵 옵션을 유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무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핵실험을 중단하고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를 비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요청한다. 새로운 핵탄두 개발 역시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첫 걸음? 이번 발표가 이른바 ‘핵선제공격 독트린’을 밝혔던 부시 정부의 NPR에 비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지난 해 4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프라하 선언부터 미-러의 신START 체결, 4월 12-13일에 진행되는 핵안보정상회의, 5월 8차 NPT 평가회의 등으로 이어지며 핵 군축과 비확산 계획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들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기대를 갖기엔 이번 NPR의 내용이 그리 고무적이지는 않다. 우선 ‘소극적 안전보장’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소극적 안전보장’은 핵보유국들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보장이다. NPT에 가입한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핵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소극적 안전보장의 명문화나 별도의 국제 협약 체결을 요구했으나, 핵보유국들은 NPT 의무 준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소극적 안전보장’은 오래도록 갈등적 쟁점이 되어왔다. 이런 이유로 이번 NPR 발표 후 나온 언론 보도들이 대부분 ‘소극적 안전보장’에 관한 명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그동안 미국이 취해 왔던 태도를 바꾼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이후 예정된 ‘핵안보정상회의’와 ’‘NPT 평가회의’를 겨냥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오랫동안 소극적 안전보장을 요구해 온 비보유국들을 NPT 체제에 묶어 두기 위한 유인책인 것이다. 실제 미국은 1978년 제1차 군축특별총회, 1995년 NPT 연장회의 등을 앞두고 소극적 안전보장에 대해 상징적 수준의 선언을 했지만, 구체적 형태로 추진한 바는 없다. 이는 미국이 ‘핵무기 선제 사용' 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한된 조건’ 내에서 ‘핵무기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간 미국이 고수해온 입장이다. 둘째, 이번 NPR이 핵심 계획으로 지목한 ‘핵 확산과 핵 테러리즘의 차단’을 보자. 앞서 언급한 대로 이번 NPR은 핵 물질 밀수의 탐지/차단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런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수출통제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들 수 있는데(이 밖에도 확산 차단 조치에는 IAEA의 안전조치 강화, 방어적 조치로서 '미사일방어체제(MD)'도 포함된다. 신START 체결에도 불구하고 이번 NPR에서 미사일 방어망 계획을 제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기술 관련 물품은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수출할 수 있다는 소극적 개념으로서의 수출통제보다는 적극적인 ‘반확산 체제’로서의 PSI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PSI는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배나 비행기가 이동하는 것을 참여국들이 공동으로 차단(정선, 검색, 압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한반도를 예로 생각해보면, 북한 선박을 검색/압류하는 조치가 정치적 긴장을 높이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까지 한국 정부가 PSI 정식 참여가 아닌 옵저버 자격을 유지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단순한 의혹만으로 해당국의 승인 없이 제3국이 공해상의 선박을 차단하는 것은 국제법(유엔해양법 협약 87조 ‘자유항행원칙’, 동 협약 17/19/23조 ‘무해통항권’) 위반이라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차단 조치’의 강화는 군사적 긴장감을 한층 높이게 될 것이다. 거기다 ‘대량살상무기를 확보/사용하려는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거나 허용하는 어떠한 국가, 테러리스트, 비국가 행위자에게도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내용은 향후 미국에 의해 진행되는 전쟁과 학살, 민중에 대한 무차별 폭력으로서 ‘제재 조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셋째, 핵전력 축소에 대한 미국의 대응 전략을 보자. 이번 NPR은 신START 아래서도 장거리 폭격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의 ‘3원 전략 핵전력’은 유지하며, 미국의 미사일 방어와 재래식 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START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는 보유하고 있는 전략탄두를 1,500-1,675개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2012년을 목표 시한으로 설정하고 있는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에 제시된 감축 목표(1,700-2,200개)와 비교했을 때 그리 큰 수치는 아니다. 진전은 있지만 아직까지 너무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야할 것은, 감축 대상의 탄두 계산 방식에 따라 실제 핵전력의 축소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협정의 세부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인데,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에서와 같이 ‘실전배치된 핵탄두’만을 계산하는 방식이라면, 운반체에서 분리하여 보관한 핵탄두는 감축 핵탄두로 계산된다. 다시 말해 유사시에 신속 배치할 수 있는 능력만 확보한다면, 사실상 단 한 개의 핵탄두의 ‘폐기’ 없이도 목표치 달성이 가능해진다. 덧붙여 미사일 방어망의 지속적인 추진과 재래식 전력의 증강 가능성 또한 열어두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미국이 실제로 핵군축을 수행할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이번 NPR은 애초 2009년 12월에서 2010년 1월 사이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방부가 처음 제출했던 안에는 핵전력 축소 계획이 아예 빠져있었을 정도로, 핵군축에 대한 미국 내 보수세력의 반발이 심해 논란을 거듭하며 몇 차례 연기되다 4개월이 지나서야 발표되었다. 내용 역시 ‘핵 없는 세계’라는 선언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절충을 이룬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2010년 NPR 발표의 배경 이번에 발표된 NPR이 놓여있는 조건을 살펴보는 것은 NPR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번 NPR 발표는 5월에 예정된 8차 'NPT 평가회의'를 앞두고 진행되었다. NPT 조약은 발효 5년이 되는 해부터 평가회의를 통해 각 조항별 이행을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NPT 당사국들이 1975년부터 매 5년마다 핵 비확산 의무, 핵군축, 그리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조약의 주요 구성요소별 이행 상황과 조약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해서 검토하는 것이 NPT 평가회의다. 그러나 핵보유국들의 이행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비보유국들의 비확산 의무만 강조되면서 비보유국들의 불만은 높아져 왔다. 2005년 열린 7차 NPT 평가회의에서 비보유국들의 불만이 극적으로 터져 나왔다. 비보유국들은 지난 1995년과 2000년 NPT 평가회의에서 마련된 핵 군축 약속을 핵보유국가들이 이행할 것을 요구했고, 이란을 비롯한 비동맹 국가들을 중심으로 ‘소극적 안전보장’의 명시 요구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요구를 묵살하면서 2000년 평가회의에서 제출된 13단계 핵군축 프로그램의 이행을 위한 강제적 후속조치마저 거부했다. 결국 회의 개막 후 의제 설정도 못한 채 10여일을 허비하다 핵군축, 핵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3개 의제에 대한 분야별 합의를 시도했으나 참여국간 첨예한 입장 차이로 협상을 포기하게 되었다. 핵보유국의 ‘핵무기 감축 의무’와 비보유국의 ‘비확산 의무’는 NPT 체제의 두 축이다. 2005년 7차 평가회의의 파행 후 ‘NPT 무용론’이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는 결국 원자력을 무기화하려는 의도의 방증이다)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다른 비보유국들의 이탈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자극을 해소하고 강력한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에 필수적인 과제가 된다. 결국 이완된 NPT 체제를 추스르기 위해 그동안 비보유국들이 주장해 온 내용을 상징적 수준에서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핵 없는 세계는 핵이 없어야 가능하다! 강력한 타격 능력의 유지, 강제력을 띤 차단 조치의 실행은 결코 핵무기 확산을 막을 수 없다. 1971년 인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온 국민이 풀만 먹는 한이 있더라도 핵폭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파키스탄의 부토 총리처럼, 지금과 같은 절대적 전력 차이는 수많은 국가들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절멸의 무기 개발 경쟁에 뛰어들게 만드는 유인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행하고 있는 학살과 이에 대항한 테러, 그리고 이어지는 보복 공격과 또 다른 테러라는 죽음의 사슬처럼, 절멸의 공포가 가져다주는 것은 결코 평화가 아니다. 냉전 시기 3차 세계대전의 기운이 팽배했던 유럽에서 전쟁을 막은 것은 미국의 미사일이 아니라, 미사일 배치를 막아낸 평화운동의 힘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동어반복이지만 ‘핵 없는 세계’는 핵이 ‘없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핵 자체를 폐기하지 않고서는 핵 확산을 차단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압도적 핵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핵보유국들의 적극적인 군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절멸의 공포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절멸의 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자위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결국 절멸의 공포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출발점임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의 ‘원전 세일즈’나, 테러 대응만을 논의하는 정상회의가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은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일 뿐이다. 인류 전체의 생명을 담보로 위태롭게 지속되고 있는 죽음의 레이스를 멈추기 위한 민중의 교류와 연대의 확장이 필요하다. 오는 5월 3일부터 UN본부에서 진행되는 8차 NPT 평가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 반핵평화활동가들이 뉴욕에 모인다. 이들과 함께 미국의 핵 정책의 문제점을 알려내고, 민중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힘찬 움직임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번역 : 반전팀 아래는 원문입니다. --------------------------------------------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코뮤니케> 핵 테러리즘은 국제 안보에 가장 도전적인 위협중의 하나이며, 강력한 핵 안보 조치는 테러리스트, 범죄자, 혹은 다른 비승인 행위자들이 핵 물질을 획득하는 것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핵 군축, 핵 비확산과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공통의 목표에 더해 우리는 또한 핵 안보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함께한다. 그러므로 2010년 4월 13일 워싱턴 DC에 모여 핵 안보를 강화할 것과, 핵 테러의 위협을 줄여갈 것을 약속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국가들의 책임있는 행동과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핵 안보를 높이기 위해 함께 함으로써 4년 이내에 모든 취약 핵 물질을 보호하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을 환영하며 함께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1. 각 국의 국제 의무대로, 각 국가의 통제 하에 있는 핵무기와 핵 시설에 사용되는 핵 물질을 포함한 모든 핵 물질의 효과적인 안보를 획득하기 위한 국가들의 근본적인 책임-비국가 행위자들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그러한 물질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획득하는 것을 방지-을 확인하며, 핵 안보를 위해 탄탄한 국가의 입법 활동과 규제력을 지닌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 핵 안보의 진전과 필요에 따른 지원의 요청과 제공을 위한 국제 공조체로서 협력할 것을 국가들에 요청한다. 3. 고농축 우라늄과 추출 플루토늄은 특별한 예방 조치가 필요함을 확인하며, 마땅히 이러한 물질들을 보호하고, 해명하고, 강화할 수단을 증진시킬 것을 합의하고, 기술적/경제적으로 실현가능한 수준에서 고농축 우라늄에서 저농축 우라늄 연료로 원자로를 전환하고 고농축 우라늄의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권장한다. 4. 현존하는 모든 핵 안보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제법과 정치, 절차에 따라 아직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의 가입을 위해 노력한다. 5. 핵테러행위억제를위한협약, 수정된 것으로, 핵테러행위억제를위한국제협약을 포함하여 세계 핵 안보틀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국제적인 핵 안보 조약의 목표를 지원한다. 6. 국제 핵 안보 체제에서 IAEA의 필수적인 역할을 확인하며, 유엔 총회 결의안과 관련된 (IAEA의) 헌장과 핵안보계획에 따라 핵 안보 활동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구조, 자원,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7. 적절한 권한과 멤버십 내에서 대량살상무기와 물질의 확산에 대항하여 ‘세계핵테러격퇴구상’과 G8이 선도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의 기여와 함께 UN의 역할과 기여를 확인한다. 8. 핵 안보를 위한 능력 개발과 기술 개발과 인적 자원 개발, 교육, 훈련을 통해 핵 안보 문화의 증진을 위해 양자, 지역,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또한 국제적 협력과 지원의 조직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9. 불법적인 핵 거래에 대해 효과적으로 예방/대응하기 위해 국가간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또한 핵 탐지, 수사, 법 강화, 신기술 개발과 같은 관련 영역에서 양자/다자간 체제를 통해 국제법과 절차와 관련된 정보와 전문 지식을 공유할 것에 동의한다. 10. 핵 안보에 있어 민간 부분을 포함한 핵 산업의 역할 지속을 인식한다. 또한 물리적 보호, 물질 보관(회계?), 안보 문화에 필요한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과 함께 노력한다. 11. 강력한 핵 안보 실천의 이행을 지원한다. 이 이행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핵 에너지와 기술의 개발을 육성하는 국가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으며, 핵 안보 분야에서 국제적인 협력을 증진할 것이다. 그리고 12. 방사성 물질의 안보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핵 물질 안보에 기여하는 조치들을 인식하고, 그러한 물질의 보호 노력도 증진한다. 효과적인 핵 안보의 유지는 국제적인 협력과 국가들의 자발적인 수행에 의해 육성되는 국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국가들 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지구적 핵 안보의 강화를 증진시킬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관련된 국제 포럼과 조직들의 맥락에서의 협력까지 포함한 국가와 국제적인 활동에 대한 지침으로 Work Plan을 발표한다. 우리는 2012년 한국에서 차기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이다. 2010. 4. 13 --------------------------------------------------------------------- Communique of the Washington Nuclear Security Summit Nuclear terrorism is one of the most challenging threats to international security, and strong nuclear security measures are the most effective means to prevent terrorists, criminals, or other unauthorized actors from acquiring nuclear materials. In addition to our shared goals of nuclear disarmament,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peaceful uses of nuclear energy, we also all share the objective of nuclear security. Therefore those gathered here in Washington, D.C. on April 13, 2010, commit to strengthen nuclear security and reduce the threat of nuclear terrorism. Success will require responsible national actions and sustained and effective international cooperation. We welcome and join President Obama’s call to secure all vulnerable nuclear material in four years, as we work together to enhance nuclear security. Therefore, we: 1. Reaffirm the fundamental responsibility of States, consistent with their respective international obligations, to maintain effective security of all nuclear materials, which includes nuclear materials used in nuclear weapons, and nuclear facilities under their control; to prevent non-state actors from obtaining the information or technology required to use such material for malicious purposes; and emphasize the importance of robust national legislative and regulatory frameworks for nuclear security; 2. Call on States to work cooperatively as an international community to advance nuclear security, requesting and providing assistance as necessary; 3. Recognize that highly enriched uranium and separated plutonium require special precautions and agree to promote measures to secure, account for, and consolidate these materials, as appropriate; and encourage the conversion of reactors from highly enriched to low enriched uranium fuel and minimization of use of highly enriched uranium, where technically and economically feasible; 4. Endeavor to fully implement all existing nuclear security commitments and work toward acceding to those not yet joined, consistent with national laws, policies and procedures; 5. Support the objectives of international nuclear security instruments, including the Convention on the Physical Protection of Nuclear Material, as amended, and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uppression of Acts of Nuclear Terrorism, as essential elements of the global nuclear security architecture; 6. Reaffirm the essential role of the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n the international nuclear security framework and will work to ensure that it continues to have the appropriate structure, resources and expertise needed to carry out its mandated nuclear security activities in accordance with its Statute, relevant General Conference resolutions and its Nuclear Security Plans; 7. Recognize the role and contributions of the United Nations as well as the contributions of the Global Initiative to Combat Nuclear Terrorism and the G-8-led Global Partnership Against the Spread of Weapons and Materials of Mass Destruction within their respective mandates and memberships; 8. Acknowledge the need for capacity building for nuclear security and cooperation at bilateral, regional and multilateral levels for the promotion of nuclear security culture through technology development, human resource development, education, and training; and stress the importance of optimizing international cooperation and coordination of assistance; 9. Recognize the need for cooperation among States to effectively prevent and respond to incidents of illicit nuclear trafficking; and agree to share, subject to respective national laws and procedures, information and expertise through bilateral and multilateral mechanisms in relevant areas such as nuclear detection, forensics, law enforcement, and the development of new technologies; 10. Recognize the continuing role of nuclear industry, including the private sector, in nuclear security and will work with industry to ensure the necessary priority of physical protection, material accountancy, and security culture; 11. Support the implementation of strong nuclear security practices that will not infringe upon the rights of States to develop and utilize nuclear energy for peaceful purposes and technology and will facilitate international cooperation in the field of nuclear security; and 12. Recognize that measures contributing to nuclear material security have value in relation to the security of radioactive substances and encourage efforts to secure those materials as well. Maintaining effective nuclear security will require continuous national efforts facilitated by international cooperation and undertaken on a voluntary basis by States. We will promote the strengthening of global nuclear security through dialogue and cooperation with all states. Thus, we issue the Work Plan as guidance for national and international action including through cooperation within the context of relevant international fora and organizations. We will hold the next Nuclear Security Summit in the Republic of Korea in 2012. April 13, 2010
공개된 비디오는 셀 수 없이 반복되는 잔혹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점령의 진실을 보여 준다 ― 모든 미군은 즉각 이라크에서 철수하라! 2007년 7월 12일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에서 무장 헬리콥터에 탄 미군들이 일단의 군중을 향해 발포해 12명이 사망했고 두 아이들이 부상당했다. 미군들은 이들이 AK 소총과 로켓추진수류탄발사기(RPG)를 소지한 무장저항군이라며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그러나 사망한 이들은 로이터 통신 사진기자, 운전수, 민간인들이었다. 학살당한 이들은 AK 소총과 RPG가 아니라 카메라와 대형 망원렌즈를 들고 있었다. 이런 사실이 지난 5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비디오 영상에서 확인됐다. 이 영상은 웹사이트 http://www.collateralmurder.com에서 볼 수 있다. 민간인들을 학살한 미군들은 “하, 하, 하 내가 그들을 쐈다”, “저기 죽은 놈들을 봐”, “좋았어” 하며 애꿎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모욕했다. 게다가 총에 맞은 사람들을 태우러 온 승합차를 향해 다시 발포하는 비열한 짓을 멈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다친 것이다. 끔찍한 학살 장면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분노와 슬픔이 치밀어 오른다. 민간인들을 정조준하며 사냥하듯 총격을 하는 미군들의 만행은 ‘재건’을 위해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다는 말이 얼마나 위선으로 가득찬 거짓말인지 똑똑히 보여준다. 이미 미군은 2007년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이 모든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군 당국은 당시 민간인 학살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 민간인들을 무참히 학살한 미군들을 처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미 국방부는 이 영상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2008년 미군 병사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사이트로 규정하며 “병사들의 안전과 예민한 정보의 보안과 작전 상의 안전에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미군 당국의 이런 작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비디오 영상의 처참한 장면들도 셀 수 없을 만큼 이라크에서 반복되는 현실이다. 또한, 오늘의 아프가니스탄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 나토군이 민간인 5명을 학살하고 이를 은폐하려다은폐하려다 발각된 것처럼 이라크에서건 아프가니스탄에서건 외국군은 민간인들의 인권을 존중하기는커녕 파리 목숨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미군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오바마 정부는 미군을 이라크에서 “완전 철군”하겠다지만 올해 5만 명이 넘는 미군이 이라크에 남게 될 것이다. 미군이 이라크에 남아 있는 한 민간인 학살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즉각 이라크에서 모든 미군을 철수하라!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학살 전쟁을 중단하고 모든 외국군은 철수하라! 반전평화연대(준)
침략적 전쟁연습, 키 리졸브 훈련을 중단하라! 한미연합 전시증원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이 오늘부터 18일까지 진행된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를 바라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그간 침략적 전쟁 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당국은 키 리졸브 훈련이 통상적 방어연습이라는 거짓말만 되풀이하며 전쟁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키 리졸브 훈련은 한미연합사/유엔사 작전계획 5027에 따라 진행된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작전계획 5027은 북한군 격멸, 북 정권 제거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격적인 군사 계획이다. 또한 북한 내부 불안사태에 대해 한미 연합군이 선제적 군사작전을 펼치는 작전계획 5029 역시 이번 키 리졸브 훈련에 반영된다. 훈련 내용을 보면 키 리졸브 훈련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키 리졸브 훈련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거 작전, MD(미사일방어) 작전, 북한지형 숙달을 위한 산악전, 도시지역 전투, 평양 시가전을 상정한 훈련, 북한지역에서의 민군 작전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같이 북한 체제 붕괴와 점령을 상정한 훈련이다. 이런 공격적 전쟁 연습이 3만 8천여 명(미군과 한국군 포함)의 병력을 동원해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까지 연계하여 무려 44일 동안이나 지속된다. 이런 군사 훈련을 위해 <한미 상호공수지원협정>에 따라 민간 항공기를 이용한 미군 병력과 물자의 수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키 리졸브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이 지난 달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바 있으며, 대구와 군산 역시 미 증원전력의 통로가 되고 있다. 이는 민간 항공기를 이용한 공수훈련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한반도를 항시적인 전시동원체제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 붕괴를 목표로 진행되는 침략적 군사 훈련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키 리졸브 훈련은 자위적 방어전쟁의 범위를 벗어나 국제법 위반이며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배된다.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강화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남한 전역을 전쟁 연습장과 기지로 만들 뿐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진정한 평화를 바라는 모든 민중들과 함께 연대하여 침략적 전쟁 연습을 중단시키고, 나아가 침략적 한미동맹을 해체하기 위해 강고한 투쟁을 만들어갈 것이다. 2010년 3월 8일 사회진보연대
침략적 전쟁연습, 키 리졸브 훈련을 중단하라!
2010년 3월 8일 사회진보연대
2010년 2월 19일 현재에도 6자회담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다. 2월 6~9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2월 9~13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이 이루어지면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본격적으로 중재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다. 현재 북한은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서 2009년 북한의 로켓 실험 발사, 핵실험에 대한 UN 제재의 해제, 평화협정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이는 무엇보다 북한이 제시하는 6자회담 전제조건에 대해 미국이 명확한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난해부터 분명히 밝혔다. 또한 한국정부가 6자회담 재개 여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국정부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고유한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연합사령부는 3월 8일부터 18일까지 키리졸브/독수리 군사연습(KR/FE 2010)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다만 왕자루이 방북 중에 중국이 100억 달러에 이르는 대북투자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2월 15일에 나왔고, 이는 6자회담 개최를 향한 우회로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미국정부는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대가로 어떤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북미 접촉이 다른 6자회담 당사국을 배제하는 양자협상으로 전환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 외에는 뚜렷한 대북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2009년 오바마 정부의 등장 이후, 북한이 로켓실험과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과연 북한이 궁극적으로 비핵화 의지가 있냐는 회의론이 미국 내에서 폭넓게 제기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미로에 빠진 상황을 반영한다. 이 글에서는 2009년 미국 내에서 새롭게 제기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시각을 소개하고 이러한 시각이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그리고 2010년 1월 북한이 공식적으로 제안한 평화협정 회담이 새로운 전환점으로 기능할 것인지 검토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은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가 핵을 매개로 한 협상이 아니라 핵보유 그 자체라는 의구심을 어느 때보다 더 강하게 품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협상이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기만술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서로 강하게 품고 있다. 따라서 협상은 어떤 경우 더욱 위험천만한 갈등 국면으로 넘어가는 매개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태세는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운동 진영은 북한과 미국 양자가 선의를 발휘해서 대화와 양보를 통한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주문하는 것 이상으로 동아시아 (핵)전쟁태세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 내 새로운 분석: 북한은 미국-인도 유형의 핵 협정을 바라는가? 2009년 12월 8일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했다. 전 주한 미국 대사였던 보즈워스가 2009년 2월 20일 특별대표로 임명된 지 9개월이 더 지난 후에야 방북이 성사되었다. 대북 특별대표 임명은 곧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접촉이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2월 24일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광명성 2호 발사를 준비한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 임명 전 2009년 2월 13일 힐러리 장관은 “북한이 진정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미국은 관계정상화, 평화조약체결, 에너지경제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대화 의지를 천명했다.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가 합의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을 존중하면서 6자회담을 진행하고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로 이를 보강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새 정부가 다자포럼과 양자대화를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은 꽤 좋아 보였고 다른 6자회담의 참가국도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북한이 4월 5일 로켓발사를 실행하고 5월 25일 2차 지하핵실험을 단행하자 미국 내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한편에서는 북한이 미국 새 행정부와 대화를 할 의사가 있기는 있는 것이냐는 회의론이 제기되었다. 또 한편에서는 설사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할 의사가 있더라도 북한이 협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 의문이 제기되었다. 미국이 보기에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점점 더 수수께끼처럼 여겨졌다. 대북협상에 대한 회의론이나 의문이 제기되면서 미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은 실제 핵무기 보유이며, 이를 미국과 인도가 맺은 핵 협정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이 보장하기를 원하며, 나아가 북한 정권에 대한 안전보장도 원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예를 들어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한국 담당 빅토르 차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 핵 실험이 단순히 미국의 관심을 끌고 워싱턴을 양자회담으로 이끌려는 전술로 더 이상 이해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자. 북한이 2002년 10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밝히거나 2006년 10월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도 어떤 전문가들은 부시 정부가 평양과 고위급 양자협상을 하기 꺼려했기 때문에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것이라며 부시 정부를 비난했다. 이는 북한이 꺼낸 것이 폭탄처럼 보이지만 사실상은 올리브가지 즉 화해 제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었다. 사실 부시 행정부 1기에는 북한을 ‘악의 축’이나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불렀고 지난 클린턴 행정부 당시 체결된 모든 북미 합의를 의도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에, 이런 인식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양자 직접대화를 포함한 협상을 준비하는 시기에 북한이 미사일, 핵 실험을 단행했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조치도 대화 성사를 위한 전술이라는 설명이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견해가 미국 내에서 우세해졌다. 탄도미사일 실험이나 지하핵실험은 최소한 몇 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의 행동은 오바마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사후적 반응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치밀한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인가? 미국이 보기에 가장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더욱 강화된 핵,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단행하는 것보다 더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능력 보유를 위해 그처럼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가? 단지 “게임에 거는 판돈을 키우기 위해서”인가? 즉 대량살상무기 포기의 반대급부를 더 키우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실제로 핵미사일 보유로 나아가기 위한 것인가? 미국 내 비둘기파는 북한이 안전보장과 자신의 핵무기를 거래할 의지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이 협상에서 보인 입장을 보면 북한이 어떤 합의를 원하기는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합의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미국 내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그런 합의란 무엇인가? 6자회담에서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가 약속한 경수로형 원자로를 부시 행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화가 과열되는 과정에서 북한은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북한의 일방적 비핵화가 아니라 두 핵무기 국가 사이의 상호 핵무기 감축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현재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은 6자회담 9.19 공동성명 1항에서 “미합중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명문화했다. 즉 이는 미국이 핵무기가 있는 국가가 핵무기가 없는 국가에게 핵 공격을 단행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을 명문화한 것으로서, 미국 외교 전례에서 파격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은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이 언급한 소극적 안전보장이나 미국의 핵무기 감축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 상태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것이 미국 내 새로운 시각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미국과 인도가 맺은 민간핵에너지협정이다. 그 협정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인도의 원자로 중 일부(22개 중 8개)가 국제사찰을 받지 않게 합의한 사실이다. 결국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할 의지가 있지만 또한 민간 핵에너지를 보장받고자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에너지와 핵무기 프로그램의 일부를 국제 사찰 외부에서 통제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은 공식적인 6자회담이나 미국과의 양자협상에서 인도 유형의 협정을 상정한 적 없다. 아마도 북한도 이러한 입장을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협상이 지연되면서 어느 시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 그 후 시점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 내 부상하는 새로운 시각은 북한이 그런 시점이 도래할 때까지 핵무기 프로그램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분석이 제기된다. 즉 북한의 의도는 한반도에 국한된 ‘제한적 핵 억지력’ 보유를 인정받는 대신에, 미국의 우려사항 중에서 중장거리 미사일과 핵 이전을 최대한 해소하고, 더 나아가 미래 동북아 전략구도에서 미국이 여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함으로써 미국의 중국 견제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북한이 염두에 두고 있는 조미관계 정상화이고,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수립이라는 분석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PSI의 국제적 제도화 북한의 의도에 대한 미국 내 새로운 시각이 과연 적절한 분석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이 북한의 의도를 완전히 투명하게 파악하는 실로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북한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조건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화와 제재라는 이중 트랙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제재의 측면을 살펴보자. 미국이 더욱 강력한 제재를 관철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제재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는 실질적 조치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무기수출이 봉쇄됨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 그만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부시 행정부가 추진했던 확산방지조약(PSI)을 유엔이라는 맥락에서 더욱 효과적이고 포괄적으로 제도화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2009년 4월 5일 북한의 로켓 발사 후, 4월 13일 유엔 안보리는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이후 채택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되는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포함하므로 북한의 로켓발사가 대북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북한은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의 어떤 합의에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북한은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 핵억제력 강화, 경수로 발전소 재검토, 우주 이용 권리 행사를 언급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또한 5월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 후, 6월 12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이 채택되었다. 결의안은 북한이 모든 무기 관련 물자를 대외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모든 무기 관련물자와 연관된 금융거래, 자문과 기술훈련을 금지했다. 결의안 1718호는 수출통제 대상을 유엔재래식무기등록제도(UNRCA) 하에 7대 무기류(탱크, 장갑차, 대포, 전투기, 공격형 헬기, 전함, 미사일)와 관련 물자, 핵/미사일/생화학무기 관련 통제품목으로 제한했으나 1874호는 모든 무기와 관련 물자로 확대했다. 특히 결의안은 화물검색 강화 조항을 담아서 무기 운반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했다. 1817호에서는 재래식 무기가 검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선박검색에 대한 조항이 없었으나 이번 결의안에는 포함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북한은 6월 13일 외무성 성명을 발표해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하고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북한은 9월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우라늄 농축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폐연료봉 재처리로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 결의안에 비해 2009년 결의안은 매우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2년 미군은 예멘행 북한산 스커드 미사일을 적발하고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예멘이 합법 무기수출이라고 반발하자 미군은 북한 서산호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고 예멘은 무기를 다 넘겨받았다. 하지만 2009년 결의안에 따라 북한의 무기수출은 잇따라 적발, 압류되고 있다. 2009년 6월 미얀마로 향하던 북한 강남1호가 미군 추격을 받다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7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는 호주선적 ANL-오스트레일리아를 억류하고 북한산 무기를 압수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은 ANL-오스트레일리아가 북한산 로켓발사기, 뇌관을 싣고 이란으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발표했다. 8월에는 북한 무산호가 인도 해군에 나포되었다. (그러나 무산호에서는 무기나 핵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12월 태국 당국은 미국의 제보로 35톤 규모 북한 무기를 실은 항공기를 억류했다. 이와 같은 사례처럼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의 무기수출에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12월의 항공기 억류 사례처럼 북한이 고액의 운송료를 부담하면서 항공기를 통한 무기수출을 시도한다는 것은 실제로 선박을 통한 무기수출이 큰 장애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즈워스 방북으로 드러난 미국의 대북 전략 오바마 정부가 대화와 제재라는 이중 트랙 중에서도 제재에 방점을 찍는 가운데 2009년 12월 보즈워스의 방북이 이루어졌다. 보즈워스의 방북은 부시 정부 말기인 2009년 말 핵 검증 의정서 합의 실패 이후 첫 번째 북미 간 공식회담이었다. 미국의 의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행을 분명히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번 회담이 몇 가지 전술적 이익이 있다고 보았다. 미국의 정책을 북한에게 직접 분명하게 제시하고, 다른 6자회담 당사국과 정책 협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북한의 의사결정구조에서 고위층을 차지하는 인사들과 접촉함으로써 북한이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촉진하며,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중국이 북한에게 6자회담 복귀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게 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이번 회담에 몇 가지 제한을 가했다. 첫째, 미국의 공식 방침은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대가로 어떤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2009년 5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 내에서는 제재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매우 강해졌다. 회담 복귀를 위해 북한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오히려 보상을 해주는 학습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나쁜 행동은 곧 제재라는 분명한 등식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 정부는 북미 공식회담을 한 차례로 제한했다. 추가적인 북미회담을 필요하냐는 문제는 회담 이후에 결정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미 접촉이 다른 6자회담 당사국을 배제하는 양자협상으로 전환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실제 핵보유국 위상을 추구하고 미국이 이를 보장하는 미국-인도 유형의 핵협정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는 비관론자도 북한과 협상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간주한다. 6자회담이나 그로부터 유래하는 미래의 어떤 대화형식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아니더라도 북한 핵능력의 동결, 불능화 또는 저하라는 목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평화협정 회담 제안과 6자회담 전망 2010년 1월 11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다. 평화협정 회담 형식에 대해서는 “9.19공동성명에 지적된 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조미회담처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은 “애초에 평화협정은 핵문제와 관계없이 자체의 고유한 필요성으로부터 이미 체결 되었어야 했고, 조선반도에 일찍이 공고한 평화체제가 수립되었더라면 핵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평화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북한은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현지시각) 1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북한이 단지 회담에 복귀하는 것만으로 보상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측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 조치를 취한 이후에야, 광범위한 범위의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또한 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제재의 적절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면서 6자회담 복귀가 먼저라는 답을 보냈다. 중국도 평화협정 회담 제의에 대해서는 직접 논평을 달지 않고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발표한 외무성 성명은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를 요구하거나 ‘평화협정 당사국 회담과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병행’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미국은 ‘선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조치, 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대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 타협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6자회담을 재개해 비핵화 협상과 함께 평화보장체제를 위한 당사국 포럼(4자회담)을 여는 쪽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서 제재 해제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팽팽히 맞서는 쟁점이므로 난항이 예상된다. 또한 6자회담 2단계에서 가장 난제였던 북한 핵 신고서 검증방안은 2008년 말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2009년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폐연료봉 재처리로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2008년에 제출된 핵 신고서는 이미 시효가 만료되었기 때문에 이를 북한이 새로이 작성해야 하고 또한 이를 검증하는 방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결국 6자회담 재개의 입구와 출구가 무엇이냐를 두고 북한과 미국이 강력히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이 순탄하게 진행되리라 예상하기 매우 힘들다. 2010년 NPT 재검토회의와 한반도 핵 문제 북한은 미국이 자신의 선의를 항상 무시했고 비핵화에 상응하여 미국이 평화협정,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목표로 한다는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상대방에 대해, 양자회담이든 다자회담이든 협상에서 상대방이 진정한 목표를 숨기고 대화한 형식을 통해 시간을 지연시킬 뿐이기 때문에 결국 협상이 기만술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항상 품고 있다. 따라서 협상과정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태세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하와이-동경-괌-평택을 잇는 동아시아 주둔미군의 전쟁태세를 한층 더 강화하며, 최근 확장억지라는 명분으로 동아시아 핵우산 정책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핵, 미사일 실험을 반복하면서 장거리 핵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화운동은 북한과 미국 양자가 선의를 발휘해서 대화와 양보를 통한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주문하는 것 이상으로 동아시아 (핵)전쟁태세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북미협상은 입구와 출구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매우 어렵다. 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있다면 핵무기 폐지를 열망하는 세계적 차원의 운동 밖에 없다. 2010년에는 5년 마다 열리는 핵확산방지조약(NPT)의 재검토 회의가 5월 뉴욕에서 열린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에 따라 러시아와 전략핵무기감축협상을 진행하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의회 비준을 주도함으로써 세계적 핵감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NPT 체제 강화나 PSI의 제도화를 통해 강력한 비확산/반확산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물론 오바마 정부가 미국 의회의 지지를 얻어 전략핵무기감축협정이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을 조기에 실현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미국은 NPT 체제 강화를 통해 NPT 탈퇴국(예를 들어 현재의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강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따라서 세계 평화운동은 NPT 재검토회의가 핵무기 보유 국가를 위한 일방적인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을 폭로하고, 세계 평화운동의 주도로 핵무기 폐지의 당위성과 현실성을 세계에 전파시키기 위한 계기가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재훈, 「르완다와 아이티 사태를 통해 본 유엔 개입의 모순과 문제점」, 『인권법평론』 창간호, 2007.